"자연은 매력이 넘친다!" - 수리산자연학교

인터뷰 : 이금순(수리산 자연학교 팀장)
작성 : 김현(상근 운영위원)

국토의 70%가 삼림으로 우거진 우리나라에서 470m 정도 규모의 아담한 산자락은 수없이 널려 있다. 발에 밟히고 눈에 걸리는 것이 삼림이지만, 도시 속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언제나 목마름의 대상이다. 그래서 웅장한 위엄이 아니라도 도심 한 곁에 자리한 건강한 삼림은 도시민들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군포 수리산은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단지 지리학적으로 안양과 안산을 가르는 경계선의 역할을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도심 속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용량이 넘치면서 수리산이 깊게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민들의 산행은 계속된다.

군포환경자치시민회 내 ‘수리산 자연학교’가 수리산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수리산 자연학교’는 그냥 산이 좋아 생태전문가를 따라 자연의 오묘함을 귀동냥하면서 자연을 닮아 가는 주부들의 모임이다. 매월 ‘자연생태기행’을 떠나고 있고 봄, 가을에 ‘토요생태교실’을 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주부생태지도자교육’을 통해 배출된 지도자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분야별(새, 문화, 곤충, 들꽃 등) 생태교육 교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역 학부형들의 요청에 의해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직교사생태지도자교육을 실시하여 제도권 교육에서 살아있는 환경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환경학교’도 개최한다. 사실, 여건에 비해 생태교육을 많이 실시하는 ‘수리산 자연학교’는 하루아침에 내공을 쌓은 것은 아니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주부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이 터득한 삶의 체험을 지역 주민들과 나눔으로써 자연에 한 발 더 다가서려는 노력이 있었다. 지금은 준회원의 자격을 주고 있는 어린이들을 포함해 전체 회원이 400여명에 이른다.

“잘 아시다시피 90년대 중반에 소각장 문제가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주부가 이런 부분을 잘 알 리가 없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소각장 주변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교육이 있었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교육을 받고서 든 생각은 ‘아, 별거 아니구나. 나도 배우면 잘 알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시골출신이었기 때문에 자연생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던 모양이예요. 그래서 이왕 시작한 거, 더 넓고 깊게 접근해 보자는 생각에 3개월 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데 3개월 간 수료하고 나니, 오히려 앞이 더 깜깜한 거예요. 자연생태를 만만하게 느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너무 어려웠고, 내가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지더군요. 안되겠다 싶어 관심 있는 주부들과 함께 지속적인 공부를 시작했던 거고, 지금에 이른 것 같아요.”

‘산본’이라는 신도시가 건설되고 입주가 시작되자마자,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커다란 짐이 주민들에게 떨이지고 말았다. 이금순 팀장의 표현대로라면 “낮과 밤이 편한 날이 없던” 시절이었다. 낯선 주제를 따라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덜커덕 손에 잡힌 주제가 바로 자연생태였다. 그냥 그 자리에 있을 줄 않았던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었다. 나무와 더불어 꽃도 피었고, 곤충도 살아가고 있었다. 숲이 없다면 새들의 생존도 불가능할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문화가 그 속에 있었다. 수리산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조개를 위해, 망둥어를 위해 세 발짝 걷고 한 번 절하는 저 삼보일배 팀처럼 말이다. 하나하나 감각의 지평이 넓혀지는 순간, 숲은 새롭게 다가왔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연생태를 이해하는 재미가 솔솔 생겼지만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 여기에 와 있다.

처음 시작은 7명으로 시작했다. 그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은 사람은 이금순 팀장뿐이지만, 그 당시는 매우 즐거운 나날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매력은 컸던 모양이다. 네모난 교실에서 숲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느낄 수 있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교육이 생활의 터전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고 즉각적인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교육현장이 진짜 참교육이었다. 대안에너지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치자. 화력발전의 문제는 무엇이고 핵발전의 정치적 배경이 어떠한데...하는 식의 교육보다, 바람에 의해 돌아가는 풍력발전 바로 옆에서 바람이 가져다주는 에너지의 힘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만금 간척 사업의 무리수를 백번 떠드는 것 보다 시화호를 목격하는 것이 백번 좋은 교육이다. 수리산 자연학교가 그렇다. 수리산이 왜 군포시민에게 중요한가를 문자 텍스트롤 전하는 것이 아니라 수리산 속 여행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에는 “책가방 없는 날”이 있습니다. 지금은 각 학교 재량에 맡기는데, 누군가 “책가방 없는 날”을 활용해 초등학생에게 생태교육을 시키자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좋은 경험이겠다 싶어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씩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지금까지 70여 학교를 했습니다. 말이 70여 학교지, 한 반에 11개 반까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어쩔 땐 3일을 한 적도 있어요.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만난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미래의 주인이 될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다행히도 수리산 자연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곤충을 발견하면 무조건 발로 밟았던 아이, 징그러워 바라보지도 못했던 아이, 산이 흔들릴 정도로 악을 썼던 아이, 이런 아이들의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릴 때까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숲은 아이들에게는 마냥 신기한 세상이었고 훌륭한 교육의 장이었다. ‘토요생태기행’을 진행한 것도 이러한 호응 때문이었다. 곤충, 들꽃, 새, 문화 등 다양한 접근은 통해 자연생태에 대한 아이들의 관점도 변화시켜 나갔다.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직접 “신나는 자연관찰”이라는 자료집을 내기까지 했다. 교사들도 교육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군포 뿐 아니라 안양, 의왕 지역 초등학교에서 수업신청이 쇄도하자, 현직 교사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98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5년째로 접어들었다. 올해는 ‘물고기 교실’과 ‘자연과 글쓰기’, ‘자연과 그림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이 더 붙여질 것 같다.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는 생소한 느낌이 들지만 자연을 보고 느낀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이들의 관찰력을 높여주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영화 ‘로빙화’의 주인공 ‘아명’처럼, 틀에 박힌 글이나 그림이 아니라 자연을 느낀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수리산 자연학교가 진행하는 사업은 너무 많다. 96년부터 시작해 월 1회, 계절에 주제를 맞춰 진행하는 [월례기행], 96년 시작해 5기까지 배출한 [생태지도자교육],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토요생태기행], 98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61회 이상 교육을 나간 [책가방 없는 날](재량활동), 각종 단체나 모임의 요구가 있을 때 실시하는 [비정규 교육],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사연수], 군포시와 함께 진행하며 총 44기를 배추한 [시청 환경학교],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1년 진행하는 [시범교실], 그 외 [맞춤교실]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곤충교실], [문화교실], [새교실], [들꽃교실], [자연과 글쓰기] 등의 사업을 포함하면 올 한 해도 빠듯하다. 위에 열거한 프로그램에 한 달 평균 200여 명이 참여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 ‘수리산 자연학교’의 일순위 사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생태지도자교육]이 우선입니다. 애초 우리 모임이 시작된 배경도 지역에서 생태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드는 일이었거든요. 특히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모집해서 최소한 1년을 수료한 다음 현장에 나가서 교육할 수 있도록 진행됩니다. 그러나 막상 교육을 받고 생태지도를 하자고 하면, 겁을 먹는 분들이 많아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경험한 바로는 3년 이상은 교육을 받아야 제대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주부들이라는 특성 때문에 한계도 있지만, 지금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스스로가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생태교육이 우리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지 않다. 90년대 중반 이후,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시민교육의 중요한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수리산 자연학교’가 고민했던 지점도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생태교육을 주도할 지도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 쉬운 길은 아니지만, 본인 스스로가 즐겁다면 자연히 남을 교육시킬 수 있는 능력도 배양될 것이라 믿었다. 군포의 지도자 교육은 일종의 모범이었다. 분당을 필두로 여러 지역에서 지도자교육을 모방하고 있다.

군포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으레 ‘포근하게 숲이 감싼 도시’라고 표현한다. 한 눈에 보더라도 군포는 숲으로 빙 둘려 있다. 그 한 가운데에 수리산이 자리하고 있다. 숲은 구호만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허하다. 숲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줍는 일도 중요하고 불도저로 산을 깎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저 숲이 내 생활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생태적 감수성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숲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현장 교육이 중요할지 모른다. [수리산 자연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수리산을 지키기 위한 보호막 구실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느리지만 숲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해요. 적은 양이지만 이슬비 맞으면 옷이 젖잖아요. 보이지 않는 생태교육 속에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큰 것이 없거든요. 그것이 운동이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을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운동에 있어서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 개개의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당장 수리산을 둘러보세요. 수리산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 생태학교를 진행할 때에는 자랑할만한 숲이었었죠. 지금은 한 해가 다르게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돌릴 재간이 없어요. 그래서 고민입니다. 자연이 파괴되지 않으면서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놔두면 되지 않을까?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보편적인 개발이란 어디까지일까? 필자도 그 답을 얻고 싶다.

※ “군포환경자치시민회” 홈페이지는 http://www.ecofamily.net/입니다.
(2003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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