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일기] 딸아이의 로망
가끔씩 딸아이를 보면서, 내 어렸을 적은 어땠는지 곰곰 생각하게 된다. 딸아이만큼 에너제틱하고 파워풀 했을까? 도저히 지금의 나로서는 딸아이의 에너지를 감당할 수가 없다. 우리 부모님도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 아마도 나완 다른 환경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겨를은 없었으리라.
한 없이 놀다 지쳐 잠드는 것이 우리 딸아이의 로망이다. 한 없이 쉬고 싶은 나의 로망으로서는 딸아이의 에너지를 감당할리 만무하다.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생각. 언제 딸아이가 제일 예쁘세요? 당근! 잠잘 때다. 나는 빨리 재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딸아이는 쌍꺼풀이 감기기 전까지 놀 궁리만 한다. 빨리 자라고 다그칠수록 딸아이의 저항은 완강하다. 얼마 전까지 책 읽거나 옛날 얘기해달라는 것이 단골 메뉴였는데, 요즘엔 씨름 한 판 하잔다. 내가 지면 씨름은 끝난다. 그러나 나도 그럴 순 없다. 그래서 매번 이긴다. 그러면 딸아이의 투정과 함께 씨름은 끝없이 계속된다. 어느덧 딸아이의 눈이 감기면 나는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나 아뿔싸! 나도 두 눈이 감긴다.........
지난 토요일엔 복도 친구들과 놀이터에 갔다.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에 아이들은 뜨거운 모래 위에서 맨발로 잘도 뛰논다. 저 아이들의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면 과연 몇 볼트나 될까?를 생각하던 중, 딸아이가 내 앞으로 걸어온다. 역시 맨발이다. 시커멓게 그을린 딸아이의 맨발을 보는 순간,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 광경을 목격했다면 나에게 백 발의 화살을 날렸을 것이다!
이마와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는데, 땀방울이 콩알만 하다. 끈적끈적한 온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한다. ‘다빈아, 저녁 먹기 전에 뭐 하고 놀까?’ 물었더니, 인라인스케이트 타잖다. 허걱! 내가 왜 ‘놀자’고 했을까? 내 입으로 뱉은 말 주워 담을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체육공원으로 갔다. 딸아이는 여전히 쌩쌩하다. 다음부터 이렇게 말해야겠다. ‘다빈아, 저녁 먹기 전까지 피아노 연습하고 책 다섯 권 읽어!!’
고운 모래를 골랐다며 정성스럽게 보여주는 딸아이........
하루종일 놀고 또 놀고.......거침없이 노는 딸아이......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적당히 놀았으면 좋겠다. 내가 힘들다. 놀다 지쳐 잠드는 것이 로망인 내 딸아이. 언제 그녀의 로망은 바뀔까?
※ 물론, 조금만 지나면 아빠와 노는 것보다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즐거울 때가 올 겁니다. 아빠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아빠는 슬퍼질 겁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더 열심히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도 사람인지라 놀기만 하는 딸아이에게 큰 소리 치거나 야단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하면서 말이죠. 좋은 아빠 되기란 참 어렵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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