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즐거운 수다를 통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꿈꾸는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③
갈등의 발생과 극복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운동단체와는 좀 다르다. 조직적 체계를 갖추고 활동을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한 주민들이 그 활동의 범위를 조금씩 확장해가는 과정에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반 시민단체와 같은 조직적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유급 상근자나 사무실을 갖추고 있지도 않고, 그나마 운영위원회나 대표와 같은 최소한의 조직체계 조차 최근에 갖추었다. 이는 이 모임의 갈등이 주로 어디에서 오는가, 또는 이 모임의 활동 지향, 그리고 이 모임이 지역사회에서 마주치는 대상과 종류 등에 대한 것들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한다.
이 모임의 이러한 성격은 갈등에 있어서도 사회적 갈등보다는 회원 개인의 갈등이 주요한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 갈등은 회원들 간의 갈등일 수도 있고, 회원들과 이 모임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단비와의 갈등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지난 몇 년 동안 심심찮게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이 모임의 주요한 주제인 자녀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기존의 경쟁적 교육과는 다른 대안적 교육을 고민하다보니, 이에 대한 내부의 고민과 회의가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개인 간 갈등 사례를 소개하면, 그것은 역시나 매우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실제, 크고 중요한 문제에 따른 갈등은 나름대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있고, 또 해소 방법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들은 오히려 해결이 더욱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오해가 오해를 낳는 등의 문제 때문이다.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느 녹색마당이 개최되는 날 몇 명의 회원이 보이지 않았다. 이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은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잘 가지 못하면서 매우 바쁘게 고생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여기까지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저녁에 콘서트를 가기로 한 것과 연동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사실, 콘서트 시간과 녹색마당 시간이 겹치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이 두 가지가 밀접한 연관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친한 회원들 몇 명이 녹색마당 행사에 빠졌고, 이들이 저녁에 콘서트에 가기로 한 것이 바쁘게 일한 회원들에게는 약간 오해를 살 만한 일일 수 있었다. 정작 단비도 행사 와중에 얘기를 전해 듣고 서운한 감정이 있었고 뒷풀이 때 얘기를 하다가 ‘울컥’ 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것이 또 다른 오해를 불러왔다.
사실 단비가 ‘울컥’한 것은 녹색마당에 빠지고 콘서트에 갔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콘서트에 가기로 한 회원들은 오랫동안 단비와 함께 일한 멤버들이었다. 이들이 단비에게 귀뜸만 해주었더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동네 친구로 생각한 오래된 회원들이 자신을 시어머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서운한 것이었다.
녹색마당에 불참한 회원들이 저녁에 콘서트에 가기로 했다는 것은 당연히 다른 회원들도 알게 되었다. 그러자 한 회원이 불만에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쳤다. “아니, 녹색마당에는 빠지고 콘서트를 보러 간단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행사에 불참한 세 명의 회원에게 전달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작 문제의식을 갖게 된 사람은 오히려 녹색마당 행사에 불참한 사람들로 바뀌었다.
물론, 불참자 세 명 중 한 명과는 전화로 “어떻게 알았냐며” 통화를 했고, 단비도 “세상에 비밀이 있냐고” 가볍게 넘어갔다. 또 다른 회원은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고 “내가 이 일을 두고두고 써먹을 거야”라고 문자를 보내며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임에 오랫동안 참여했고 또 녹색마당에 자기 대신 남편과 아이들을 보냈던 회원은 단비와의 술자리에서 “나는 왜 우리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표가 나왔고, 모두 다 갈 수 없었다. 행사 날과 겹쳐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게 큰 잘못을 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 이렇게 부담을 주느냐”고 했다. 그리고 다른 회원은 책 읽고 토론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일을 많이 벌이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 모임의 지향과 맞지 않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진정으로 이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단비도 자신이 즐겁게 해야 하는 거지 의무감이나 오래된 의리 때문에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나 때문에 이 모임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하자, “그러면 나 이제 안 할께”라고 하며 결국 탈퇴하고 말았다. 그래도 5월 있었던 녹색마당 행사에 그 회원이 찾아와서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고 한다.
이러한 갈등은 지금도 회원들 사이에 조금은 남아있다. 그 갈등의 당사자는 정작 단비와 다른 회원들 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회원들 중 일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임에 참여했는데, 단비는 이 모임에서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고 하는 것이 자기들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요구하는 듯하여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또, 작은 모임이다보니 회원들 간의 오해와 갈등이 모임의 운영에 영향을 많이 주기도 한다. 회원들 간에 서운한 일이 있거나 관계가 불편해지면 모임에 나오지 않게 되기가 싶기 때문이다. 회원들 간의 이러한 소소한 갈등은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단비의 대처는 역시 전통적인 것이다. 오해가 쌓인 이해당사자들을 각각 방문하여 장시간 이야기를 하면서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 주요한 대처방법인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오해가 풀리면 다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럼에도 그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해 당사자 중 한 쪽이 모임에 소원해지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모임 전체의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회원들 간에 심각하게 발생했던 집단적 갈등은 새로운 회원과 오래된 회원 간의 소통을 둘러싼 갈등이다.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모임이 처음 시작된 곳은 조그만 아파트 단지였다. 이 곳에서 처음 모임을 가진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간에 매우 긴밀한 관계로까지 발전하였다. 그러나 모임이 재편되면서, 그리고 단비도 이후 인근의 다른 아파트로 이주하였고, 새로운 회원들이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 회원들의 ‘끈끈한’ 관계는 오히려 새로운 회원들에게는 폐쇄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기존 회원들과 새내기 회원들 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입 회원들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모임이 낯선데, 모임에 가면 자기들끼리만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좋아 보일 리 없었다. 게다가 기존 회원들은 모임 이외에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일상적으로 자주 만남을 갖고 있었으므로,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는 신입 회원들에게 다양한 정보에서 소외되는 것과 같은 불만을 가져다주었다. 이에 신입 회원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에 단비는 이런 문제에 대해 사람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였다.
성과도 있었지만, 실패도 있었다. 실제, 이 문제로 신입 회원 중에도 불만을 갖고 모임에 나오지 않은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는데, 그것은 이러한 소외의 문제에 대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모임을 이끄는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양한 노력들과 모임 내부의 인적 구성의 변화 등으로 자연스럽게 갈등이 해소되었다.
사회적 갈등은 개인 간 갈등에 비해 그리 큰 편은 아니나, 그렇다고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떤 회원이 공동 학습을 위해 대안교육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한 남편이, “아이 교육은 그냥 한 방향으로 쭉~ 이루어져야 효과가 있는 것이야”라며, 자신의 아내가 이 모임에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인근의 복지시설과의 갈등을 들 수 있다.
인근 모 사회복지관과는 모임 초기부터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모임이 지역사회로 관심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에서 하천생태학교에 참여한 것이었다. 이 하천생태학교에서 새로이 만난 동네사람들은 바로 인근의 모 사회복지관에서 조직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창립 후 책읽는 모임은 주로 이 복지관 공간을 빌려 진행하였다. 이에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문화강좌 등에 참여하는 다른 주민들도 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부탁하였다. 그런데, 복지관 내에 홍보물이 붙었는데, 연락처가 담당 사회복지사로 되어 있었다. 복지사에게 처음 홍보 부탁을 할 때에는 아주머니들의 자발적 모임이라는 점을 잘 설명하였으나,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이에 대해 항의를 하였다. 이로 인해 담당 복지사와는 미묘한 갈등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갈등은 하천생태학교 이후 하천 모니터링을 할 때에도 표출되었다. 복지관에서 참여한 이들은 복지관에서 여러 가지 도움도 주고 하였으니, 모니터링을 복지관 이름으로 수행하자고 하였다. 하지만 하천모니터링은 복지관과 무관한 일이니 자체 이름으로 하자는 측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가진 회원 역시 있었다. 하지만, 단비는 어떤 활동들을 자기 조직의 성과로 만들려는 시도들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따라서 단비는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를 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해당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결국, 모니터링은 별개로 진행되었고, 회원들은 각자의 판단대로 참여하기로 했다. 물론, 이중 멤버십은 허용되었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자, 이 복지관의 공간에서 진행되던 모임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단비는 복지관 공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하였고, 모임은 다시 주로 단비의 집에서 진행되었다. 기존에 집에서 모임을 유지하던 회원들에게는 이러한 회귀가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복지관이라는 공공 공간에서 모임을 하던 회원들은 개인 집에서 모임을 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었다. 이 문제로 복지관에서 모임을 하면서 결합했던 회원 한 명이 공식적으로 모임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문제로 인해 공식적 공간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회원들의 변화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참여하는 주부들은 그냥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업주부들이다. 그리고 이 모임은 기본적으로 책을 함께 읽고 그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다. 그리고 가끔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정기적 비정기적 행사나 사업을 전개한다. 사업의 내용은 주로 아이들 교육 및 환경 관련된 녹색마당, 하천 모니터링, 안전한 먹거리 관련 교육 등이다. 따지고 보면, 매우 간단한 모임과 활동내용들이다. 하지만, 사회운동을 경험한 적이 없는 평범한 주부들은 이 모임을 통해 사회와 자신들의 생활을 연결시키고 있다. 즉, 이 모임은 회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장 기본적으로는 회원들이 자기 자녀들 교육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경과 관련한 의식변화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어떤 회원은 “라면을 끓이는 데 물을 많이 넣어서 국물이 많이 남았는데, 안 버리고 내가 다 먹었어”라는 글을 까페에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회원들이 이제는 더 이상 생리대를 사서 쓰지 않고,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제는 환경과 자기 몸을 위해 면 생리대가 얼마나 좋은지 절감하면서 주위에 적극 권유하고 있다. 이는 환경이라고 하는 문제가 자기의 일상생활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일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그만 변화들은 때로는 극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한 회원은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녹색연합>에 회원으로 가입하는가 하면, 그와 관련한 전문가 교육을 받기도 하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 그런 식으로 또 다른 회원의 경우에는 먹거리 쪽에 관심이 생겨나고 있는데, 생협에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치의식도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크게 권리의식과 참여의식이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한 성장에 있어서는 학교 급식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큰 기여를 했다. 이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자체도 정치의식이 성장한 증거이지만, 이 활동이 성과를 거두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정치의식은 참여의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데, 최근에는 인천지역 시민운동 단체들이 전개하는 ‘계양산 골프장 반대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농성장을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단비가 하루 그 곳에서 단식을 할 때도 이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표하는 회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회원들의 이러한 변화가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했던 이들에게는 매우 소소한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은 사회운동과 전혀 무관하게 살아왔던 이들이다. 이들이 이제 지역사회의 교육 및 환경 등의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변화라 할 수 있다. 특히, 모임을 오래 한 사람들은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공감대가 깊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정치의식의 변화는 정당에 대한 지지와는 상관없다. 단비는 2004년까지 민주노동당 당원활동에 매우 열심히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를 다른 회원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회원들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단비도 다름 참여자들이 선거에서 어느 당을 찍느냐 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사람들에게 선거 때 지지하는 정당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직접적으로는 참여주체인 회원들에게 일어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양육하는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충분히 예견된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주머니들의 참여를 통해 아직은 소수지만 남자들의 참여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아내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녹색마당 때 짐들을 옮기기 위해 남편들이 하나 둘 나서기 시작한 것이나 텃밭 가꾸기에 아빠들이 참여한 것 등은 희망적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어떤 남편들은 모임을 통해 아내들이 밤마실도 다니는 등의 변화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이 모임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나들이나 텃밭 일구기 등과 같이 함께 참여하는 모임을 통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체감은 현재 단비가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품앗이에 대한 기대로 나타나고 있다. 단비는 이제 뭔가 중요하고 큰 일에 자신을 목적의식적으로 다그치지 않으려 한다. 품앗이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이다. 단비는 품앗이를 통해 동네 사람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포함해서, 더불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동네의 ‘맛’을 전파하고 싶어 한다. 물론, 아직 품앗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당장 사교육비 절감에 대한 욕구가 더욱 크다. 그리고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들은 그냥 아줌마들의 친목모임, 독서모임으로, 그리고 어린이 생태교실을 운영하는 곳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런 생각들도 점차로 ‘사람 사는 세상’의 ‘맛’을 감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단비 자신에게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단비는 지금까지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오면서,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도 많이 샀다. 고민하고 고생하면서 왜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가 하는 데에 대한 주민들의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단비와 친한 듯하면서도, “저 사람은 우리와 달라”라고 하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다. 어느 날 한 회원이 “이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단비 자신은 동네에서 좀 떠 있는 느낌을 받곤 해왔다. 이는 회원들이 단비가 함께 하는 자리에서의 대화와 자기들 끼리만의 대화에 차별을 두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단비 앞에서는 항상 옳은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단비에게는 때로는 소외감으로 때로는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어느 날 단비가 회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한 잔 하는 자리에서, “서운하다며”고 말을 하며 ‘욱’해서 눈물을 보이자 다른 회원들이 단비를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사람들이 단비를 자기들과 다른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가진 ‘강철’ 같은 사람으로 인식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친밀하게 섞이는 데에 뭔가 한계가 보였었다. 그러나 단비의 이러한 반응에 한 회원은 단비를 껴안아 주면서, “전부터 한 번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한 것은 단비에게도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단비는 이제 목적의식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일을 벌이려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회원들의 생활 속으로 녹아들어, 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지역 풀뿌리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망
단비는 이제 이 모임을 지역사회에 더욱 개방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은 의도적인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천 모니터링이나 어린이 생태교실, 식품안전교실, 녹색마당 등의 자체 행사와 학교급식조례 서명운동, 계양산 골프장 반대 지지 등을 하면서 회원들도 점차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와 같이 개인의 집에서 모임을 하는 것도 일정 정도 개선할 필요성이 느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근에 새롭게 세워진 ‘정다운 도서관’은 매우 탐나는 자원이다.
현재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모임은 이 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천시 서구청에 평생학습 동아리로 신청까지 하였다.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또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아이들 동화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는데, 이는 담당 공무원과 사서가 이러한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도서관의 문제는 도서관 공간이 너무 작다보니까 소음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지 못할 정도의 매우 정숙한 분위기에서 책 읽는 곳으로만 기능을 한정하려는 담당자들의 고정관념이 변화지 않는 데 있다. 그러나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독서실이 아닌 지역주민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한 때는 그 도서관을 주민들이 ‘접수’해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생각보다는 마을학교나 청소년 도서관을 만드는 등의 사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더욱 크다.
이러한 생각은 단순히 공간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 아니다. 이는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동네에서 녹색삶을 가꿀 수 있는 교육문화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는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보고 어른과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을학교라는 공동체에 담아내고자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일 조차도 의도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할 계획은 아니다. 그보다는 회원들과 함께 천천히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풀뿌리운동을 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요구에, 단비는 그동안의 어려움과 외로움의 원인이 된 자기 자신의 시행착오를 떠올린 듯하다.
“지역에서는 지나치게 목적의식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벌이려고 해서는 잘 안 된다. 이는 오히려 지역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웃들의 삶과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러한 시행착오조차도 주민들과 왕성하게 만나려는 의도적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 또한 그러한 시행착오 속에서 내면화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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