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민주시민교육 주민아카데미사업

 

『제2차 풀뿌리운동 활동가교육』에 모십니다.

- 풀뿌리운동 활동가를 위한 함께 커가는 학습공동체 -

 

풀뿌리운동에 관심 있는 활동가들을 4박5일 교육과정에 모십니다.

 

마을만들기운동이나 학습공동체운동은 이미 지역운동의 중요한 운동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번 활동가 아카데미는 지역 활동가들이 실제 주민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주민들과 함께 크고 작은 주민운동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라는 방법을 학습을 통해 찾아가고자 기획된 것입니다.

 

2010년도에 2회째 접어들고 있는 풀뿌리운동 활동가교육에서는 활동경력 1~5년차의 활동가와 함께 최근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마을만들기운동의 모습과 마을만들기운동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낼 수 있는 새로운 흐름을 함께 학습하고자 합니다.

 

특히 활동가교육은 분임 중심, 과제 중심의 참여자 주도형 방식과 참여자가 함께 준비하고 책임지는 생활자치 만들기, 그리고 진행자와 참여자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모여서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을 지향합니다.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일 시: 2010년 6월 15일(화) 오후 12시 ~ 19일(토) 오후 1시 (4박5일)

· 장 소: 경기도 파주 홍원연수원 (www.hongwontc.or.kr/index.php)

· 대 상: 주민자치운동, 마을만들기운동, 지역사회복지운동 등에 관심 있는 활동가

(경력 1~5년차 활동가)

· 참여자: 20명 내외

· 참가비: 1인 80,000원

· 공동주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0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회

· 신청 방법: 6월 4일(금)까지 이메일(gongmo@kdemo.or.kr)로 접수 (선착순)

· 문의: 은영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팀 / 02-3709-7622, 010-5136-9333 / yjeun@kdemo.or.kr)

이필구 (한국YMCA전국연맹, 2009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

/ 02-754-7894, 010-4272-0410 / ymca289@hanmail.net)

 

● 프로그램 일정표

일시

내용

첫째날

6/15(화)

여는 마당

12:00-13:30

접수 / 점심식사

13:30-14:00

기념사업회와 주민아카데미사업 소개

14:00-17:00

풀뿌리운동의 흐름과 전망 (전성환)

17:00-18:00

함께열기

18:00-19:00

저녁식사

19:00-21:00

조별과제 찾기

21:00-23:00

영화상영

둘째날

6/16(수)

마을과 경제

06:30-07:30

하루를 여는 시간 (1) 마음과 몸 깨우기

07:30-08:30

아침식사

09:30-10:00

하루를 여는 시간 (2) 모두 함께

10:00-12:00

마을과 경제 (1) (임경수)

12:00-14:00

점심식사

14:00-18:00

마을과 경제 (2)

18:00-19:00

저녁식사

19:00-22:00

민주시민교육 방법론 (김성학)

셋째날

6/17(목)

마을과 교육

06:30-07:30

하루를 여는 시간 (1) 마음과 몸 깨우기

07:30-08:30

아침식사

09:30-10:00

하루를 여는 시간 (2) 모두 함께

10:00-12:00

마을과 교육 (1) (고상준)

12:00-14:00

점심식사

14:00-18:00

마을과 교육 (2)

18:00-19:00

저녁식사

19:00-22:00

바캠프(BarCamp)

넷째날

6/18(금)

마을만들기

지역사례

06:30-07:30

하루를 여는 시간 (1) 마음과 몸 깨우기

07:30-08:30

아침식사

08:30-09:00

하루를 여는 시간 (2) 모두 함께

09:00-12:00

성미산 사례 (유창복)

12:00-14:00

점심식사

14:00-16:00

초록나라 도서관 사례 (이순임)

16:00-18:00

조별활동

18:00-19:00

저녁식사

19:00-21:00

활동가의 삶 (유정길)

21:00-23:00

참가자 교류의 밤

다섯째날

6/19(토)

닫는 마당

06:30-07:30

하루를 여는 시간 - 마음과 몸 깨우기

07:30-08:30

아침식사

09:00-10:00

조별활동 발표시간

10:00-12:00

수료식과 닫는 마당

12:00-13:00

점심식사


프로그램별 강사진

강사진

전성환

천안YMCA 사무총장

임경수

주)이장 대표이사

김성학

에듀웨이 대표 / 2010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

고상준

시민교육공동체 애듀플랜 대표

유창복

성미산마을극장 대표

이순임

초록나라 도서관 활동가

유정길

평화재단 기획실장 / 2010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

진행팀

은영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국

이필구

한국YMCA전국연맹 정책팀장 / 2010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

이 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2010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

 

 

● 참가자 신청 방법


1) 신청자격: 풀뿌리운동에 관심 있는 단체 활동가 (경력 1~5년차)

2) 참가자 신청 방법: 신청마감은 2010년 6월 4일(금) 오후 6시까지 / 선착순마감

- 이메일 신청: gongmo@kdemo.or.kr (신청서를 작성하셔서 꼭 이메일로 접수해주세요)

- 이메일 제목: 제2차 활동가교육 참가신청으로 표기해주세요.

3) 참가비 입금

- 교육 참가비는 총 80,000원입니다.

- 입금계좌: 140-006-353404(신한은행), 예금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4) 입교

- 교육당일(6월 15일, 화) 오후 12시까지 오셔야 합니다.

5) 기타사항

- 4박5일 집체교육방식으로 진행됩니다. 4박5일 전체 기간을 꼭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6) 문의: 은영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팀 (02-3709-7622 / 010-5136-9333)

이필구 한국YMCA전국연맹 정책팀장, 2010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

(02-754-7894 / 010-4272-0410)

Posted by '녹색당'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작년부터 풀뿌리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중요한 사업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 해는 외부의 활동가들로 교육기획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한 가지는 전국의 모범적 풀뿌리운동 사례를 탐방하는 '찾아가는 학습모임'이고(이미 1차로 순천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교육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교육 워크숍으로 4박5일간의 집체교육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이 확정되어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프로그램의 내용 등을 간단히 소개한 것이고, 신청 방법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kdemocracy.or.kr/Notice/notice_view.asp?bid=event_notice&num=439&page=1&od=&ky=&sh=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간의 상근 활동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확정되어 곧 참여자 홍보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과 함께 기획/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취지 및 목적


 - 마을만들기 운동이나 학습공동체운동은 이미 지역운동의 중요한 운동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 활동가들이 실제 주민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주민들과 함께 크고 작은 주민운동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의 방법을 학습을 통해 찾아가고자 한다.

 - 최근 진행되는 다양한 마을만들기운동의 방법을 학습하고, 마을만들기운동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흐름을 함께 학습하고자 한다.

 - 풀뿌리운동가로서 대안 있는 운동을 구상하고 새로운 결의를 다진다.



2. 개요


 - 일  정 : 2009년 6월 16일(화) 오후 1시 - 20일(토) 오후 1시 (총 4박5일)

 - 장  소 : 파주 홍원연수원

 - 대  상 : 주민자치운동, 마을만들기운동, 지역사회복지운동 등에 관심 있는 실무자  (실무경력 5년차 미만)

 - 참여자 : 20명 내외

 - 참가비 : 1인 50,000원

 - 공동주최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9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회

3. 프로그램 일정표

 

 7:00

 8:00

 9:00

10:00

11:00

12:00

 1:00

 2:00

 3:00

 4:00

 5:00

 6:00

 7:00

 8:00

 9:00

10:00

11:00

16일 (화)

17일 (수)

18일(목)

19일(금)

6월 20일 (토)


일어나기

마음과 몸 깨우기(백배명상 / 아침 산책 등)

아침밥

교육 ②

교육 ④

교육 ⑦

조별연구

전략세우기

닫는 마당 ⑧


점심밥

접수

함께 열기 / OT

교육 ③

교육 ⑤

교육 ⑧

조별연구

전략세우기

교육 ①

저녁밥

민주시민교육방법론, 공동체 교육방법, 평화교육(갈등회복)

교육 ⑥

교육 ⑨

친교 나눔

분임모임

영화 상영

분임모임

영화상영

전체 뒷풀이



4. 세부내용

 ▣ 첫째날 (6월 16일, 화)

  1) 접수 : 오후 1시 - 1시 30분 (30분)

    - 이력서 만들기 프로그램 진행 - 참여자들이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이력서를 만듦


  2) 함께열기 : 오후 1시 30분 - 3시 (1시간 30분)

    - 강사 : 진행팀

    - 참여자들간 어색함을 줄이고 각자를 소개하는 시간, 전체 프로그램 진행일정 소개

    - 공동체 프로그램 방식으로 진행


  3) 교육① : 오후 3시 - 6시(3시간)

   - 강사 :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내용 : 풀뿌리운동의 중요성, 운동철학, 이념 등을 큰 흐름에서 강의

   - 진행방식 : 강의


  4) 민주시민교육 방법론 : 저녁 7시 - 10시(3시간)

   - 강사 : 윤경아 (한국YMCA전국연맹 팀장)

   - 내용 : 민주시민교육기법 교육 - 조직운동에 활용

   - 진행방식 : 참여형 방식


 ▣ 둘째날 (6월 17일, 수)

  1) 교육 ② : 오전 9시 30분 - 12시 (2시간 30분)

   - 강사 : 임경수(이장 대표)

   - 내용 : 마을만들기운동의 필요성 - 왜 마을인가? 마을에서 무엇을 꿈꿀 수 있는가?

           마을에서의 교육의 중요성, 어떤 교육인가 등

   - 진행방식 : 강의


  2) 교육 ③ : 오후 2시 - 6시 (4시간)

   - 강사 : 임경수 (이장 대표)

   - 내용 : 마을만들기운동의 국내외 사례, 마을만들기운동을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냄

           워커즈 콜렉티브,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왜 중요한가? 농촌과 도시형 마을만들기운동 소개

   - 진행방식 : 강의 및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3) 교육 : 오후 7시 - 10시 (3시간)

   - 강사 : 정혁 (청년 푸름 대표)

   - 내용 : 공동체 놀이 및 평화교육방법론

           마을만들기운동에서 주민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주민조직 활성화를 위해 실무자가 필요한 교육기법 등 소개

   - 진행방식 :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 셋째날 (6월 18일, 목)

  1) 교육 ④ : 오전 9시 30분 - 12시 (2시간 30분)

   - 강사 : 유창복(성미산마을극장 대표)

   - 내용 : 풀뿌리운동의 물적 토대로써 도시속 마을경제 모델인 성미산 사례 소개, 도시속 마을만들기 운동이 어떻게 확산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받는 시간 (성공, 실패, 좌절! 등)

   - 진행방식 : 강의


  2) 교육 ⑤ : 오후 2시 - 6시 (4시간)

   - 강사 : 진경아(천안복지세상 사무국장)

   - 내용 : 천안복지세상 소개, 주민을 회원으로 만드는 과정, 마을만들기운동에서 지역운동으로 확산되는 과정소개(성공, 실패, 좌절!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등 현장의 생생한 경험 전달

   - 진행방식 : 강의 및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 시나리오워크샵 방식으로 제안


  3) 교육 ⑥ : 오후 7시 - 10시 (3시간)

   - 강사 :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 내용 : 지역조사방법론

           주민의 욕구가 무엇인지, 우리동네는 누가 움직이는지, 우리동네의 보물이 무엇인지 등, 이런 것을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

   - 진행방식 : 강의 및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 네째날 (6월 19일, 금)

  1) 교육 ⑦ & ⑧ : 오전 9시 30분 - 12시 (2시간 30분), 오후 2시 - 6시 (4시간)

   - 강사 : 고상준(애듀플랜 대표)

   - 내용 : 지역으로 돌아가서 마을만들기운동 어떻게 할까? (전략세우기 1 & 2)

          이후 마을만들기운동을 지역에 돌아가서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

   - 진행방식 :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3) 교육 ⑨ : 오후 8시 - 10시 (2시간)

   - 강사 : 유정길(정토회 법사)

   - 내용 : 활동가의 삶을 내용으로 하는 선배와의 대화 형식

   - 진행방식 : 강의 및 참여형 방식


 ▣ 다섯째날 (6월 20일, 토)

  1) 닫는마당 : 오전 9시 - 11시(2시간)

    - 강사 : 이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내용 : 4박5일 동안 마을만들기 운동에 대한 다양한 강의를 듣고 정리하는 시간


  2) 닫는마당 : 오전 11시 - 12시(시간)

    - 강사 : 진행팀

    - 내용 : 참여자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짐하는 시간 / 사명문 쓰기 등


Posted by '녹색당'
,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1)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세자키 마을만들기의 출발과 시민회의의 출범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가 조직된 배경과 과정, 그리고 그 주체에 대한 설명은, 모든 지역활동 사례에서도 그렇듯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한 사람의 특출난 기여로 모든 것을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해당 사례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은 그 사례를 일구는 데 핵심적 기여를 했던 한 사람과의 인터뷰가 중심 내용이 될 수밖에 없고, 또한 그 사람의 관점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사례조사 보고서 역시 그런 한계가 명확히 있다. 그렇지만, 세자키 시민회의 사례 조사를 위해 실시한 인터뷰 대상자는 시민회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핵심적으로 참여하였고, 또 최근에 시민회의 평가와 전망 관련 논문을 쓰기까지 한 열혈 아줌마이다. 따라서 이 분을 중심으로 한 사례소개가 사실을 그리 왜곡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필자와 인터뷰 중인 가토우씨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에 대한 소개는 가토우(加藤) 사끼에 씨에 대한 소개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세자키는 일본의 정(町) 이름이다. 마을회의는 바로 이 세자키 정 1・2・3, 세 개의 정에서 활동하는 조직이다. 세자키 정은 일본 사이타마 현 동남부에 위치한 소카시에 속해있다. 인구는 약 1만5천명 6,700세대 정도로, 하나의 초등학교 학군 정도의 규모이다. 이 지역에는 공동주택이 밀집되어 있고, 인구의 이동도 많은 편이다. 이 세 개의 정은 그 경계에 있는 신사에서 축제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으로 인해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인터뷰의 주인공인 가토우씨는 시민회의가 조직되기 전부터 지역사회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두 딸을 둔 여성이다. 가토우씨의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경력은 해당 지역의 학부모 모임인 PTA 부회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PTA의 부회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소카시의 민생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는데, 이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직함이라고 한다.

가토우씨는 두 명의 딸을 키우고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기 자녀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만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베드타운(bed town)으로 황폐화되어 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이에 자녀들이 참여하는 축제를 개최하자는 제안을 PTA에 하였고, 세자키 정내회에도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되었다. 이 제안은 받아들여져 축제실행위원회가 조직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실행위원회의 사무국과 같은 실무 역할은 가토우씨가 소속된 PTA에서 주로 담당하였으나, 정내회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정내회 주최의 축제로 진행하였다. 이 축제는 이후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개최되고 있다.

실행위원회가 조직되어 매년 축제를 개최하자,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단체들이 축제준비를 위해 함께 일하기 시작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단체들 간의 유대도 강화되고 상호 정보가 유통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소카시에서도 인정을 하여, 이 실행위원회를 지역사회 내 제 단체들에 대한 연락루트로 활용하기도 할 정도이다.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는 바로 이러한 기반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조직될 수 있었다.

이 축제가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개최되자 학부모 모임들 사이에서도 모범사례로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소카시에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고자 했으나, 정작 PTA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하였고 본인도 딸들이 졸업을 하면서 PTA에서 반대를 무릅쓰고 열심히 일할 기반이 없어졌다. 이에 PTA 활동을 정리하였는데, 마침 그 때 풀뿌리 네트워크라는 모임이 결성되었다. 이에 이 네트워크에 참여해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시민회의를 함께 추진할 사람을 만났다.

풀뿌리 네트워크에서 가토우씨가 만난 사람은 소카시 JC 이사장을 역임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만큼 지역사회에 많은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지역사회의 문제와 해결방향 등과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00년에 소카시에서 마을만들기에 대한 공모를 실시하였고, 세자키 정에서 이에 응모하기로 의기투합하여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응모는 세자키 3개 정과 아파트 자치회를 중심으로 <세자키 지구 마을만들기 연구회>를 결성하여 이 이름으로 신청하였다. 공모 주체를 연구회로 정한 이유는 기존의 정내회와 아파트 자치회에 참여하는 이들 이외에 새로운 주민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추동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이 공모는 결국 받아들여졌고, JC 이사장 출신이 사무국장을 맡고 여타 지역주민들이 활동가로 결합하는 등의 역할 분담을 통해 3개 정내회와 함께 진행되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마을만들기에 대한 교육을 받고 가장 먼저 마을 워칭(watching)을 실시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마을의제를 만들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동네 한 바퀴’와 비슷한 방식이다. 마을 워칭을 통해 마을의제를 정리하였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보고하는 모임을 개최하였다. 그 후 2년 간 지구별, 주제별로 모임을 구성하여 이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주민보고회를 통해 그 결과를 주민들과 공유하였다. 그리고 이를 묶어 2002년 3월에 세자키 마을만들기 백서, 「아이 러브 세자키」를 발간하였다. 이처럼 사업을 백서로 발간하게 된 이유는 소카시에서 공모에 선정된 주체에 대한 지원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즉, 백서 만들기나 컨설팅 등에 대해서은 재정지원이 이루어졌지만, 그 외의 사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공모에 선정되어 마을만들기 사업을 벌이던 연구회는 1년 후 조직의 명칭을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로 변경하였다. 이는 연구회의 활동을 계승・발전시키면서 일반 주민들의 참여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보다 확대되면서 시민회의는 참여한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 형태로 시민회의를 운영하였다. 마을만들기의 외적 슬로건은 ‘쾌적’, ‘안심・안전’, ‘공생’으로 정하였으나, 내적 목표는 ‘주민’으로부터 ‘자립한 시민’으로 의식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소카시의 마을만들기 공모에 선정된 후 초기에는 지역 내 빈 점포 등을 사무실로 빌려 쓰며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 사무실은 초기에 가토우씨와 의기투합했던 주민이 자신의 빈 점포를 빌려준 것으로, 이 사람은 시민회의 초대 사무국장으로도 적극 참여하였다. 마을만들기 사업 초기인 연구회 시절에는 약 20여명의 사람이 활동을 시작하였고, 이 중 약 10명 정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들은 정내회를 통해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민회의로 변화된 이후 새롭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후에 이들과 정내회를 중심으로 초기에 참여한 이들과 의견차이가 불거지기도 했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성과

공모를 통한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로 ‘세자키 프로젝트 21’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중 ‘세자키 지구 상세계획’은 마을 워칭을 통해 정리한 내용이다. 마을 워칭의 결과는 ‘재해에 강하고 누구나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마을만들기’ , ‘녹색을 살린 마을만들기’, ‘모두가 서로 협력해서 진행하는 마을만들기’라는 3개의 기본방침으로 구분하여 실천하였다. 그리고 실천은 5년 이내에 실현할 단기 과제와 10년 이상에 걸쳐 실현해야 할 장기과제로 나누었다. 이 중 단기과제로 설정한 ‘세자키 아즈마쵸선의 정비’, ‘위험한 교차점 개량사업’, ‘친수녹도(親水錄道) 공원사업’, ‘세자키 코미센(커뮤니티 센터)과 산노우 공원의 일체화된 활용’은 구체적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성과는 단지 이러한 가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았다. 소카시의 행정은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주민들도 자신의 의견을 직접 시에 전달하려하기보다는 시의원이나 정내회에서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민들로 하여금 자기가 원하는 것을 굳이 정내회 회장이나 시의원 등에게 요청할 필요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에 기여했다. 즉, 내가 하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사업을 주도한 주체들은 마을 워칭을 통해 정리된 의제들 중에서 비교적 주민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쉬운 것부터 실천을 하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둠으로써 위와 같은 인식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었다. 또한 백서에는 마을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주민 100명의 사진을 넣어, 주민들로 하여금 이 사업이 자신들이 참여한 사업이라는 인식을 가시적으로 느끼도록 배려하였다.

시민회의의 발전

마을 워칭을 통해 정리된 ‘세자키 지구 상세계획’은 백서가 발간된 이후에도 지구별 테마별로 나뉘어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면, 2002년에 세자키 지구에 살았던 선인(先人)들의 발자취를 배우는 ‘역사 산책모임’,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임인 ‘와글와글 우물가의 쑥덕공론’, 아파트의 쾌적한 생활 및 관리에 관한 정보교환을 주제로 한 ‘세자키 맨션2) 넷’, 공원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2개의 공원을 선정하여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공원의 화단만들기’, 은퇴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공헌 활동에도 참여하도록 하는 ‘세자키 YOYO 클럽’ 등이 그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주민들이 만든 공원의 화단만들기 모형

2003년도에는 세자키 지구의 자원봉사 방범회인 ‘세자키 방법 패트롤대’, 지역사회의 여러 세대가 협동하여 아이들을 지켜나가는 모임인 ‘아이의 클럽’이 형성되었다. 2004년에는 가벼운 체조 종합클럽 ‘건강 업 클럽’, 2005년에는 아이가 자유로운 놀이를 체험하는 모험의 놀이동산 만들기 ‘세자키 모험 놀이회’, 쓰레기 감량을 통해 마을만들기 예산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쓰레기 감량 프로젝트’를 실행하였다. 2006년에는 강가를 쉽게 쉽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毛長川 산책길 추진회’, 강가의 꽃을 지키는 ‘German 아이리스회’를 조직하였으며, 방법 패트롤대에서는 청색 회전등이 달린 차량을 구입하여 순찰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밖에 ‘세자키 축제 in 여름’, ‘마음이 통하는 세자키 X-mas 콘서트’, 봄과 가을의 토・일요일에 실시하는 ‘하루 모험 놀이장’, ‘첫 꿈 시민회의’, ‘마음이 통하는 봄의 축제’도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세자키 마을만들기 뉴스’라는 소식지를 매월 5,500부 발행하여 반상회와 초등학교 및 보육원을 통해 가정으로 배포하고 있다.

2006년에는 사무국이 해소되면서 시민회의가 부서별 체계로 재편되었다. 각 부서는 연락회의 사업부를 통해 총체성을 유지하지만, 기본적으로 각 부서 및 사업별로 관심있는 주민들을 참여를 통해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에 있어 보다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 조직도>

조직도 상에서 연락회의 사업부는 각 사업부들을 연계・조정하며, 시민회의 전체 운영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단위이다. 일반적인 운영위원회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그에 반해 임원회의 위에 별도로 구분된 운영위원회는 별도로 지정된 관리업무 외에 코미센 운영 및 활동과 관련된 조언 및 제언을 하는 단위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는 단위는 아니다.

사업부는 크게 커뮤니티 사업부와 지역사업부, 마을만들기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사업부는 사업내용 등에 따라 다양한 위원회 등으로 다시 세분되어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커뮤니티 사업부의 경우에는 ‘세자키 마을만들기 뉴스’를 발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외 세자키 코미센의 운영과 활동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역사업부는 각종 이벤트와 행사, 패트롤, 쓰레기 감량사업 등의 일상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부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세자키 코미센의 위탁관리

시민회의의 발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세자키의 커뮤니티 센터(코미센)를 시민회의가 위탁・관리하게 된 것이다. 소까시에는 6개의 커뮤니티 센터가 있고, 이 커뮤니티 센터들은 22년 전부터 운영되었는데, 그 운영은 시의 외곽조직이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협의회에서 담당(시설관리공단 쯤 해당될 듯)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2003년 6월 지방자치법이 일부 개정되어 공공시설 관리와 관련한 제도가 크게 변화되었다. 이전까지 공공시설의 위탁운영은 지방공공단체의 출자법인 등 일부 단체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도 개선 이후 순수 민간단체에서도 위탁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지정관리자 제도의 도입으로 기존의 위탁운영과 달리 보다 많은 자율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이용요금의 결정 및 예산의 사용처 등에 있어 자율권이 확대된 것이다3).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에서는 2003년부터 ‘세자키 코미센과 산노우 공원 일체화 검토회’를 조직하여 세자키 코미센을 지역활동의 ‘배꼽’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 왔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시민회의 활동이 시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2006년에 세자키 코미센에 대한 지정관리자로 선정되었다. 이후 세자키 코미센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정한 관리를 도모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의견상자’를 비치하고 제안된 의견에 대한 회답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또한 연3회 이상 센터를 이용하는 이용자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만들기 센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 지역 내 단체들의 행사를 매월 조사하여 게시, 마을만들기 게시판 증설, 지역 지원 사업으로 복사기, 인쇄기, 래미네이트기, A3 프린터 배치 등- 을 행하고 있다. 또한 코미센 서포터즈를 조직하여, 직원 한 명에 해당하는 업무를 여러 명이 담당하는 워크 쉐어링(work sharing)을 도입하는 등으로 주민관리에 따른 장점을 최대한 구현하고 있다. 또한 예산 사용처, 회의록 등을 뉴스레터 통해 공개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이 센터가 주민들의 것이라는 인식 가져다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세자키 코미센 외부 전경과 내부 홀


이처럼 주민들의 자주관리가 이루어진 이후의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같은 비용이라도 보다 효율적인 예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예산 사용의 예를 두 가지만 들어보면, 첫째 기존에는 센터 청소를 용역을 주어 실행하였는데, 이제는 주민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함으로써 더 깨끗한 센터를 유지할 수 있고, 또한 그 비용을 다른 필요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예를 들어보면, 종이컵을 없애고 설거지를 해 다시 사용하는 컵을 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50만엔을 절약함으로써, 이 비용을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는 코미센의 운영 전반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사항이다. 그 중에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면, 첫째로는 코미센 내부에 개별 사물함을 두는 문제를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합의하고 해결한 것을 들 수 있다. 커뮤니티센터 조례에 의하면, 센터 내에는 개인 사물을 갖다놓을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나 시와 친한 단체들의 경우에는 단체 개별 사물을 센터 내에 가져다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이에 그 부당성을 이용자들이 지적하기 시작했고, 운영진은 이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이용자 간담회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개별 사물함을 아예 없애기보다는 각 단체별로 박스를 두어 이용단체별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론을 내었다.

사실, 이 방안은 관장인 가토우씨가 미리 생각하고 있던 방안이었지만,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용자 간담회에서 자연스러운 대안으로 제안되는 것이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강화하는 등에 보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이렇듯 중요한 결정은 이용자 회의에서 결정하게 함으로써 센터를 주민들 스스로의 것으로 인식토록 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한 것이다.

“센터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은 사람들의 생각들을 모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자 각자가 초안을 만들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합의하는 과정을 모아내는 것이 센터 운영의 중요한 방침이고, 이는 기존 커뮤니티 센터 운영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가토우씨 인터뷰 중)

시민회의의 과제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에 대해서는 최근 과거와 같은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도 왕성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각종 행사나 모임, 의견 제안 등에 참여하는 주민의 수가 감소하는 현상은 분명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가토우씨의 문제 진단을 정리하면, 크게 몇 가지로 그 원인을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초기 참여자들과 신규 참여자들간의 소통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초기 참여자들은 주로 정내회를 통해 참여한 이들이고, 그후는 지구별 주제별 활동에 참여한 이들이다. 따라서 마을만들기와 관련해서도 약간의 인식 차이가 났지만, 그 차이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6년에 시민회의를 부서별 활동체계로 개편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초기 참여자들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자신이 어느 부서에서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지에 대한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그 이후의 사업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고, 이는 참여의 저조를 가져오게 되었다.

둘째는 기존의 사무국 체계가 ‘사업부 연락회의’ 체계로 개편된 후 조직 내부의 문제를 정리하느라, 실제 현장 사업에 많은 역량을 쏟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사무국의 해소 과정이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따라 그리된 것이라기보다, 사무국장이 그만두면서 후임을 구하지 못해 그에 대한 대책으로 ‘사업부 연락회의’를 구성한 것과 밀접히 연관된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조직개편의 문제로만 파악할 수는 없다. 사무국이 건재하던 시절에도 ‘차년도 사업검토 위원회’에서 다음 해의 의제를 도출해도 사무국에서는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그런 상태에서 연락회의로 재편된 후에는 각 부서장들의 역할이 더욱 커졌는데, 출석률 저조 등의 문제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연락회의 참석 저조의 문제가 아닌 부서의 활동 저조와 밀접한 문제임이 확인되었다. 즉, 출석률이 저조한 부서장의 부서에서는 모임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이후에는 ‘차년도 사업검토 위원회’ 자체가 개최되지 않았으며, 연락회의에서도 다음 해의 사업의제를 논의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회장 혼자 사업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세 번째는 외적 요인으로 행정의 변심(?)을 꼽을 수 있다. 물론, 행정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의 이유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시민회의 핵심 참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전과 달리 시민회의에서 주민들과 함께 추진하는 일에 대한 행정의 무관심이 커졌고, 그로 인해 추진되던 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들이 늘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위험한 교차점 개량 사업’의 경우에는 토지권과 관계된 대화를 시민회의에서 실시하여 그 이후의 과정을 행정 소관 부서에 맡겼으나 그 이후의 진척사항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또한 ‘칸바라 공원 재생사업’의 경우에는 시민회의의 위탁운영에 대한 요청에 대해 행정이 불명확하게 대응하는 등으로 인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진단은 결국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추동하는 그동안의 과정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사무국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고, 주민들도 이 리더십에 끌러온 경향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 리더십의 동력이 떨어지면서(생업 등의 이유로) 다른 참여자들의 동력도 동반 하강하게 된 것이다. 즉, 사무국의 리더십이 강력하다보니, 일반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보다는 주어진 일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참여가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에서 기존에 마을 워칭을 통해 정리한 의제들을 힘있게 계승할 만한 여력이 약해졌다.

이러한 와중에 커뮤니티 센터 지정관리를 신청하고 운영자로 결정되었고 사무국대신 부서 중심의 체계로 개편하여 활동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최근에 각 부서들은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 되는 등으로 다시금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시사점

그 동안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는 주민들의 참여와 활동에 있어 폭발적 활성화의 시기를 지나 침체기를 겪었고, 다시금 기존의 활력을 되찾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도 유기적 생명체와 같아서 성장과 침체를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초기의 활력이 정체 상태에 처했을 때 이를 다시 역전시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때로는 과감히 조직을 해체하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활력을 찾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할 정도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그런 점에서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가 최근 다시 활력을 찾아가는 것은 참여 주체들의 헌신과 노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민회의의 시사점을 간단히 몇 가지만 언급해 보면, 아래와 같다.

① 마을만들기 주체의 형성과 지속적 노력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를 인터뷰하기 전에 가토우씨가 쓴 글을 미리 읽어보았다. 이 글의 주요한 참고자료로 사용한 글인데, 시민회의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의 과제를 여러 참여 주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꼼꼼하게 정리한 것이었다. 그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아직도 시민회의가 지역 내에서 주민참여의 핵심적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주체는 가토우씨 한 명만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추진할 주민 주체들이 아직 강고하게 지역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시민회의가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축적한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필자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신들의 마을을 대안적 공동체로 일구어나가기 위한 주민 주체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발전적으로 그러한 주체들이 늘어나고 그 역량이 좀 더 강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한, 시민회의의 흥망성쇠와는 별개로 세자키 지역사회의 앞날은 무척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② 주민자치 관리의 거점 확보

시민회의의 성과이기도 하고, 현재에도 시민회의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주요한 동력이기도 한 ‘세자키 커뮤니티 센터’를 자주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활동의 지속성을 유지시켜주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③ 총체적 마을의 비전 도출

세자키 시민회의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단일 사안에 대해 일회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주민들이 마을 워칭을 통해 제기한 의제들을 지구별, 주제별로 나누어 참여자들을 조직하고, 이들이 다양한 마을의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완벽한 마을발전 비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주민들이 다양한 관심과 욕구에 따라 스스로 도출한 의제를 이에 관심 있는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분명 ‘사업’ 중심이 아닌 ‘마을’ 중심의 사고와 활동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기획에 의해 마을은 점차 변화・강화되고 있다.

④ 주민 주체의식 강화를 위한 세심한 배려

시민회의의 운영이나 커뮤니티 센터의 운영에 있어 항상 주민들이 스스로 시민회의와 센터의 주체이자, 나아가 지역사회의 주체라는 인식을 전달하기 위한 배려들이 곳곳에 세심하게 배려되고 있다는 점을 또 다른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 사례 1: 2009년 초에는 기존의 인쇄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기로 하였는데, 새 인쇄기가 들어오는 날을 센터 내에 공시하였다. 이는 주민들이 모두 새로운 인쇄기가 들어오기를 고대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이 역시 주민들이 코미센을 자기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맥락에서 그리 한 것이다.
  #사례 2: 시민회의에서는 앞서 소개한 시민회의 조직도를 참여자들이 항상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참여가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를 확인토록 하기 위함인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리더십을 육성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도가 너무 강하게 전달되면, 주민들은 또 다시 의존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점을 매우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 사례 3: 가토우씨에 의하면, 최근 국제/국내적으로 시민회의를 탐방하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주민들에게 항상 홍보한다고 한다. 이는 주민들에게 우리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주고, 그래서 참여할 의사가 생기도록 하는 부차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세심한 배려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필자가 시민회의를 인터뷰하기 위해 세자키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한 것도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에 조금은 기여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주석)

1)  이 글은 초기부터 이 사례에 핵심적으로 참여하였고 현재 세자키 커뮤니티 센터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가토우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가토우(加藤 さきえ)씨가 해당 사례에 대해 작성한 분석보고서 “「세자키 마을만들기 시민회의」 다음의 HOP STEP JUMP”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2) 일본의 ‘맨션’이라 함은 우리의 ‘아파트’와 같은 개념

3)  이와 관련하여 많은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지정관리자로 선정되는 경우, 공익보다는 이윤이 남는 프로그램이나 사업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Posted by '녹색당'
,
 

지난 2월 중순에 일본의 한 심포지움에 발표자로 초대를 받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30분 정도 발표를 위한 2박3일간의 일본 일정은 시간적으로 아깝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있는 동안 재미있는 사례 방문/조사도 하고,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할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본말과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필자로서는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배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는 후배, 강내영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방문 당시 한국에도 마을만들기 관련 강의 등을 위해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하야시 선생을 만나 단촐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하야시 선생의 발표를 들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솔직히 별 재미가 없었습니다. 특별히 시사 받을 만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 사례들을 소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인적/비공식적으로 만나 서로 이런저런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이야기 하다보니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래서 이번 일본 방문기간 중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 대화 내용 중 마을만들기에 관한 일부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상, 이야기를 나눈 후 하야시 선생으로부터 한국 마을만들기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 역시 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한 오해가 다소 해소되고 또한 그 이해도 넓어졌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잘 통하게 된 계기는 제가 우리나라의 현황을 설명하면서 툭 던진 말이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는 일본에서 수입된 것도 아니고 그 이전부터 민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역사가 있으며, 이러한 마을만들기는 일본에서와는 달리 물리적인 환경개선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커뮤니티 재건 또는 형성이라는 목표 하에 이루어졌습니다"라는 말에, "일본의 마을만들기가 그렇다는 것을 너는 어떻게 알고 있느냐" 하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과거에 일본 책 좀 봤다고 하자, "네가 최근 한국의 마을만들기가 물리적 환경개선 중심으로 이해되는 경향과 또 그런 방향으로 전파되는 것을 우려하듯, 너도 그런 생각을 주로 하는 일본 학자들이 쓴 책만 봐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때부터 우리 둘은 친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하야시 선생이 저희 이음과 우리나라의 풀뿌리운동 현황에 대해 주로 묻고 제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 중이었거든요.

아래의 내용은 하야시 선생이 일본의 마을만들기와 관련하여 이야기 한 내용들을 간략히 핵심 위주로 정리한 것입니다. 나름으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여긴 것들만 간추려 메모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마을만들기는 정부가 주도하여 시작된 것이 아니고, 민간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마을만들기는 이것 또는 저것이다 라고 규정할 수 없다. 주민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마을만들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을만들기의 속성 때문에 마을만들기가 일본에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제도를 먼저 만들고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일본 마을만들기의 고유한 가치이자 장점이다. 물론, 제도는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세타가야구에 많이 견학을 온다.”

(이 부분에서 함께 참관을 하던 관련자들이, 많은 한국의 방문자들이 주로 세타가야구의 마을만들기 지원 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높은 반면, 현장에서 주민들이 마을만들기를 수행하는 과정 등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현장의 주민들과 만나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타가야구의 마을만들기 펀드는 분명 참여의 가능성을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 펀드 역시도 처음에는 행정에서 물리적 공간 만들기(도로, 공원 등)만을 마을만들기로 인식하여 지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지역 현장에서 마을만들기 운동을 자발적으로 해오던 이들과 그룹들은 문화, 복지 등의 활동들도 마을만들기임을 강력히 주장하였고, 이로 인해 행정과 많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런 갈등의 과정에서 마을만들기 공모 심사위원들도 물리적 공간환경 개선만이 아니라 사회자본 등도 중요한 마을만들기 사업이라고 찬성을 해주어서 지금과 같이 정착할 수 있었다”

“일본의 국토교통청에서도 마을만들기에 대한 예산 지원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물리적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해서만 지원을 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 신청을 그 외의 다른 부서에만 해왔다. 그러면서 국토교통청에 대해서도 마을만들기에 있어 물리적 환경개선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주장하였고, 결국 지금은 물리적 환경개선 이외의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해서도 예산지원을 시작하였다”

“최근 도시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관심보다는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 즉, 기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속가능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주요한 관심이다. 그런 차원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 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관심이 높고 이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일본의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주요한 슬로건은 ‘안전’, ‘안심’, ‘활기’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곧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화 중에 이음의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보고서 발간 내용을 본 후, 주민참여예산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만남에는 일본 자치체 노동조합과 관련된 활동을 하시는 분도 참여하여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는데, ‘주민참여예산제’라는 말이 다소 생경했지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주었더니, 하야시 선생이 그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참고로 그 내용도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사이타마 현 시키시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와 비슷한 것이 실행된 적이 있었다. 새로 시장이 된 사람이 예산 편성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가 없는 것은 이상하다고 판단하여, 기획 관련 부서의 공무원에게 시민들이 예산안을 작성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공무원들은 이에 참여할 시민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길거리에서 홍보활동을 하는 등으로 100여명의 시민을 모집하였다. 이들에게 예산에 관한 교육을 시키고 이들이 예산안을 만들도록 하였다. 그러나 최종적 결정은 시장이 했다. 시장은 공무원들이 작성한 예산안과 시민들이 만든 예산안을 비교하여 그 중 하나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예산편성을 했다. 그런데, 시장이 바뀌면서 이 방식은 폐지되었다”

이 사례는 시장의 주도에 의해 시작되고 시장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위로부터의 변화는 역시 지속가능성을 갖추지 못한 불완전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일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녹색당'
,
* 지방의제21 전국대회에서 이음이 준비한 세션 발제글


 

마을의제 작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와

 지방의제의 역할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1) 마을만들기의 의의

마을만들기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처음 도입된 이후에 그 용어에 대한 논란이 오랜 동안 지속되었다. 애초 이 용어는 일본의  ‘마찌츠꾸리’라는 용어를 직역하면서 소개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마을만들기라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여러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특히, YMCA의 경우에는 마을만들기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전부터 ‘사회만들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을만들기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후에도 이 용어와 관련한 논란이 얼마간 있어왔다. 예를 들면, ‘만들기’라는 용어가 없던 것을 새로 만든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마을‘만들기’보다는 마을‘이루기’ 또는 마을‘가꾸기’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을’이라는 용어의 불분명성을 지적하며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동네 만들기’ 또는 ‘동네 가꾸기’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던 이들로부터 제기되는 다양한 개념적 용어들은 결국 ‘마을만들기’로 수렴되고 있다.

마을만들기라는 용어로 자연스런 합의과정을 거치는 데에는 현상적으로 많은 이들이 이미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인 측면도 크지만, 그보다는 마을만들기가 그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비교적 가장 잘 나타내주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마을은 ‘지역(area region)’이라는 물리적 개념과는 다른 공동체적 개념과 범주를 나타낸다. 물론, ‘동네’라는 용어도 마을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공동체적 개념과 범주를 의미한다는 차원에서는 마을이 보다 적절하다. 즉, 마을은 물리적으로 읍・면・동이나 통・반, 면・리 등으로 구분되는 범주를 지칭하기보다는 ‘이웃’, ‘우리 마을 사람’이라는 공동의 정체성을 갖는 범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는 그러한 공동체를 파괴하면서 설립되었으므로 마을이 애초부터 있지 않았고, 농촌 등의 촌락에서도 과거와 같은 공동체가 이미 다 파괴되었기 때문에 마을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만들기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 내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물리적인 시설 몇 가지를 만드는 차원이 아닌,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겠다는 지향을 갖는 실천활동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어 갈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마을만들기는 행정 또는 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를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을만들기의 핵심이 무엇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선 또는 설치할 것인가보다 그 주체를 조직하고 형성함으로써 공동체인 ‘마을’을 형성하는 것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마을만들기는 여타 지역사회운동 중에서도 몇 가지 긍정적 특징을 갖는다. 그것은 첫째, 마을에 동참하고자 하는 주민 주체의 형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 풀뿌리운동의 원칙과 방식에 충실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둘째,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주민들 스스로가 대안을 만들어 가는 주민자치운동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셋째,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살고 싶은 마을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참여하는 주민들에 대한 민주시민 교육・훈련의 장이 된다는 것이다. 넷째,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 간다고 하는 것은 마을의 정치적 주도권을 주민들이 되찾아온다는 의미를 지니므로, 지역정치운동으로서의 특징도 갖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동체로서의 마을이라는 것이 한두 가지 활동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실천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이 중 특히 마지막으로 언급한 특징은 지방의제가 표방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핵심 요소와도 연결된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단지 사회의 생태적 지탱가능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할 주체 즉 시민들의 지속가능한 실천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실천적 경험을 통해서 살펴보면, 마을만들기는 주로 개별 사안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 평 공원을 만든다던지, 화단 및 정원을 만들거나 가로를 정비한다던지, 놀이터의 환경을 개선한다던지 등등의 사안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만들기에 있어 이러한 개별 사안들의 성공적 추진과 더불어 그 사안을 통해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고민들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행정의 예산과 더불어 전문가가 투입됨으로써 성공적인 마을만들기의 과정과 성과를 만든 방배동 양지공원의 사례와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이 처음부터 주체로 나서 어린이 놀이터 환경개선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갈곡리 어린이 놀이터 사례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양지공원의 경우에는, 그 과정과 성과가 뛰어나지만, 실상 그 최종적 성과는 주민들의 참여로 ‘멋진’ 공원을 만들었다는 것에 집중된다. 하지만, 갈곡리의 경우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주민들의 참여로 성공적 개선을 달성했다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갈곡리의 경우, 마을만들기의 적극적 주체로 참여했던 주민들이 ‘갈곡리를 사랑하는 주민모임’을 구성하였고, 어린이 놀이터의 환경개선 후 그 공간에서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녹색가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이에 결합하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지금도 모임을 하면서 또 다른 일꺼리를 모색하고 있다. 즉, 그 성과가 아직도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로서의 마을은 특정한 시설을 건립하거나 특정한 환경개선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바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전자의 양지공원 사례는 성공적 공원만들기로서의 의의는 충분할 수 있지만, 진정한 마을만들기로서의 의의는 ‘하다 만 것’과 같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반면 후자의 갈곡리 사례는 어린이 놀이터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마을만들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마을만들기 사례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대구 삼덕동의 담장허물기 사업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흔히들, 이 사례는 담장을 허물고 주차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주민들의 갈등을 해결한 사례로 인식하곤 하지만, 이 사례가 마을만들기로서 갖는 의의는 담장을 허물고 난 후 그 공간에서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사례들에 대해 마을만들기 사업으로서 각기 상이한 평가를 하게 한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업에 대한 주민주체의 주도성 정도에서 찾을 수 있다. 양지공원의 경우 주민들의 참여정도는 공원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계획 과정에서의 참여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주민들의 의견을 전문가가 수렴하여 공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곡리의 경우에는 주민들 스스로가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스스로 어린이 놀이터 환경을 개선하는 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러한 차이는 해당 사안의 성공에 따른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는 데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양지공원의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 수렴되어 공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지만, 갈곡리의 경우에는 ‘내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만들어 진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를 관리하는 데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공원이 만들어 짐으로써 만족을 느끼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그 공원을 어떻게 운영하고 활용할 지에 대한 욕구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이는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지속가능성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2. 마을의제의 의미와 의의 및 추진

1) 마을의제의 의미 및 의의

앞서, ‘마을’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파괴되거나 그 구속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다시 만들어 가야 할 것으로 설명하였다. 따라서 마을의제라고 하는 것은 이미 형성된 마을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실체가 명확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을의제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의미는 보통, 구체적인 욕구・이해(利害)의 공감대가 가능한 좁은 범주의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실천하는 의제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지방의제가 제도적으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범주에서 작성되고 실천되는데, 그 범주가 주민들의 공통된 이해와 욕구의 공감대로 모아지기에 너무 넓기 때문에 구체적인 주민들의 실천으로 연결되기가 힘들다는 문제제기로부터 마을의제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천적 문제제기와 마을의제의 개념을 적절히 결합시키면, 실상 마을의제라고 하는 것도 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그 의의를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마을의제 자체는 의제를 통해 실질적인 마을을 만들고 이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의제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의제를 주민들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을의제는 마을만들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을만들기는 대체로 개별 사안 중심으로 진행된다. 물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별 사안으로 시작된 마을만들기가 지속성을 띠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마을만들기의 지속성은 그 외에도 마을을 만드는 과정에 다양한 사안들이 순차적 또는 병행적으로 배치됨으로써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으로도 나타날 필요도 있다. 즉, 단일한 사안이 아니라 해당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다양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주민 친화적 마을환경을 바꾸어 나가고, 이를 통해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지역사회의 비전 또는 마을의 비전을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과정과도 일치한다.

이렇듯 마을의제를 합의하고 실천해 나간다고 하는 것은 첫째 주민들이 자신들의 이해와 욕구를 표출함으로써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비전을 상정한다는 의의가 있다. 두 번째 의의로는 지방의제에 비해 구체적인 욕구의 공감대를 이루는 주민들을 주체로 한다는 점에서 실천 과정에 참여하도록 조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의의로는 주민들 스스로 도출한 의제들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마을만들기 사업이 실천되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한 마을만들기가 다양한 의제의 내용에 근거하여 지속적으로 다양한 주민 주체들에 의해 다양하게 추진될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특히, 세 번째의 의의는 앞서 언급한 단일 사안에 따른 마을만들기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주민들이 바라는 마을의 모습을 다양한 사안과 주제로 만들어 간다는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지닌다.


2) 마을의제 작성

지방의제 차원에서 마을의제가 강조되는 이유는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한 의제작성과 실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마을의제는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가장 핵심으로 여긴다. 그런데,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의 이해와 욕구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문제는 주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구체적인 이해와 욕구를 어떻게 드러내도록 하느냐 이다.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상, 주민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곳을 중심으로 한 욕구들을 가지고 있다. 그 욕구의 내용은 물리적 환경의 문제에서부터 이웃들과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것까지 다양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아이들 통학로의 안전성에 대한 욕구, 녹지 공간 및 쉼터에 대한 욕구, 쓰레기 처리 및 위생에 관한 욕구 등에서부터 친구를 사귀고 싶은 욕구, 육아문제에 있어서 동네 선배 엄마들의 자문을 구하고 싶은 욕구 등 매우 다양한 욕구들을 품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욕구를 표출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욕구 자체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마을의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이들이 스스로의 욕구를 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도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욕구를 표출토록 함으로써 욕구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욕구 표출과 공감대의 형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실험될 필요가 있는데, 지금까지 시도된 것 중 그래도 가장 성공적이라 여겨지는 것 중 한 가지는 YMCA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동네 한 바퀴’운동이다. 안양 YMCA에서 처음 시도되었고 광주 YMCA가 광주북구에서 ‘좋은 동네 시민대학’이란 이름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최근에는 순천 YMCA가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 비교적 성공적 ‘동네 한 바퀴’ 운동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동네를 관찰적으로 투어(tour) 함으로써 평소 생각하고 있던 문제점 또는 새롭게 자신들이 살아가는 동네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러한 발견이 개인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함께 참여한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이는 전혀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없다. 마을만들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들에도 이러한 방식들이 포함되어 있다. 광주 북구의 ‘좋은 동네 시민대학’을 주도했던 최봉익 선생이 설명하고 있는 ‘동네 한 바퀴’의 방법을 설명하면, 이 활동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듯하여 그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학습 담당자는 강좌시작 1주전까지 해당 마을을 여러 차례 미리 돌아본다. 낮에도 밤에도 돌아본다. 해질 무렵과 새벽녘에도 동네를 탐사한다. 마을을 돌면서 그때마다 마을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을의 특성, 전통가치, 마을의 역사와 문화도 사전에 파악하고 강좌에 나선다. ‘다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 강좌는 학생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인, 장애우도 함께 한다. 모두 함께 손잡고 이야기 나누면서 밀어주고 끌면서 마을의 골목을 누빈다. 함께 돌면서 마을의 주요건물, 나무와 숲, 놀이터, 교차로, 건널목, 골목풍경, 건물 벽과 지붕의 색깔, 담장, 거리의 간판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본다. 함께 마을을 돌면서 만나는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표정을 살펴본다. 함께 마을을 돌면서 우리 마을의 앞과 뒤, 마을의 동서남북의 방향을 확인한다. 함께 마을을 돌면서 우리 마을의 나무와 숲의 건강상태를 파악한다. 노인과 장애우와 함께 마을의 교차로에서 건널목을 건너면서 또 건물을 오르면서 이들을 배려했는지 노인과 장애우 입장에서 살펴본다. 어린이들과 함께 손잡고 동네를 돌면서 내가 자라고 우리 동네가 함께 자란다는 것을 생각한다. 어린이와 함께 도는 동네 한 바퀴는 어린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준다.

‘다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는 모두가 함께 하는 ‘우리의식’ 우리 동네를 위해 일하는 ‘역할의식’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나무와 숲과 흐르는 물과 날아다니는 까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마을 생명체는 모두 소중한 관계라는 ‘상호의존의식’을 갖는다. 모두가 함께 처음 해 보는 동네 한 바퀴지만 이번 강좌가 계기가 되어 앞으로 마을 자체의 계속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마을의 기본적인 통계를 알아보고, 우리 마을의 전통문화를 살펴보고, 우리 마을의 깊은 역사를 알아보고, 우리 마을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찾아보고, 더 나아가 우리 마을에 옛날에는 있었는데, 오늘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며, 우리 마을경관 중에서 마을이 발전적으로 관계를 재형성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우리 마을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재정립해야할 것은 무엇이며, 우리 마을의 공동체성을 높여갈 수 있는 방안과 그 해로운 요소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새롭게 마을학습동아리를 만드는 계기를 준다.”(최봉익, “마을만들기와 마을일꾼”, 안양 YMCA에서 발표한 발제문 중)


이렇게 주민들이 함께 동네를 돌아보면서, 개선하고 싶은 것, 새로 만들고 싶은 것, 다시 살리고 싶은 마을의 역사 및 정체성 등등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모아진 내용들은 그대로 마을의제의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다. 즉, 주민들이 동네를 투어 한 이후에 쏟아 붓고 또한 공감대를 이룬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묶기만 하면 주민들에 의해 작성된 훌륭한 마을의제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마을의제는 바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작성한 마을의 발전 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통해 작성된 마을의제의 우선순위를 참여한 주민들과 함께 정해 하나씩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개별 사안으로 마을만들기를 실천하는 것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즉, 주민들이 수립한 마을의 장기발전 전략 하에서 그것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마을비전 만들기, 마을 전망 실천하기 등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3.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위한 (기초)지방의제의 역할

앞서 마을만들기와 관련하여 지속가능성의 두 가지 측면을 각각 언급하였다. 첫째는 특정한 사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마을만들기의 경우, 해당 사안을 해소한 이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주체들이 마을 만드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을의제를 통해 동네의 다양한 사안들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하나씩 실천・해소하는 과정을 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마을의제와 관련하여서는 특히 후자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방의제 실천기구는 지역의 민과 관, 기업이 모여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지방의제는 그 최소 단위가 지방자치제의 최소 단위인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기초지방자치단체 범위는 너무 넓다.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인구 면에서도 그렇다. 따라서 지방의제의 위원으로 시민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방의제의 작성에서부터 실천에 이르기까지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한 편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방의제에서도 몇 년 전부터 마을의제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으나, 제대로 실천되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지방의제가 일반 시민들의 생활 현장에 내려가서 그들의 생활 속에서 마을의제를 작성하기 위해 광주 북구의 ‘좋은 동네 시민대학’이나 순천 YMCA가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추진하는 ‘동네 한 바퀴’ 활동 등을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지방의제 실천기구에서 주도한 프로그램에 주민들의 참여를 조직하겠다는 시도는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한 편이다. 따라서 일정한 조직적 역량과 실천의 의지를 갖고 있는 주민조직과 파트너십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법인데, 그런 점에서 각 동마다 조직되어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는 이 사업의 파트너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주민자치위원회 그 자체가 해당 지역의 주민 대표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참여 범위을 주민자치위원회로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장과 반장, 각 자생조직들, 그리고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이 있는 일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절할 수 있다. 특히, 주민자치위원회 등의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 경험들은 이 프로그램의 주체로서 그렇게 잘못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면, 광주 북구 또는 순천에서의 ‘동네 한 바퀴’ 활동은 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그 외에 다른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일단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 성과로 ‘동네 한 바퀴’를 통한 다양한 마을 실천꺼리들을 내왔다. 광주 YMCA ‘좋은 동네 시민대학’과 안양 YMCA가 안양시에서 추진을 목표로 작성한 프로그램의 예를 살펴보면 그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들을 알 수 있다1).


<좋은 동네 시민대학 프로그램>

<안양 YMCA에서 기획한 프로그램>

1강

Ice Breaking

입학식

마을로의 초대

입학식

마음열기

좋은 동네 만들기와 주민자치센터

입학식

다과회

2강

(선택과목)

외국의 마을만들기 사례

2강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이루기

선진지 견학

3강

다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

(우리 동네 이야기)

3강

동네 한 바퀴와 우리 동네 알기

우리 동네 디자인하기

4강

우리 동네 디자인하기

4강

우리 마을 우리가 바꾸자

좋은 동네를 위한 기획과 실무

5강

무엇을 함께 할까?

5강

주민자치와 안양의 미래

마을의 실천과제 선정

수료식

후속모임/다과회

6강

변화추진자(골목대장)의 전략과 역할

 

 

수료식 및 다과회

 

 

* 좋은 동네 시민대학 프로그램은 광주YMCA 좋은동네 시민대학에서 발간한 자료집 「아름다움 마을, 좋은동네만들기」에서, 안양YMCA 기획안은 안양YMCA  좋은동네이루기 위원회에서 작성한 “좋은 마을 자치대학 추진 기획(안)”에서 각각 발췌하였음


이러한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일회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칠 위험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으로 상정하지 않고, ‘동네 한 바퀴’를 통해 수렴된 주민들의 의견을 마을의제로 정립하는 데에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다. 즉, 당장 실천할 수 없는 ‘꺼리’라 하더라도, 마을의제로 정립한 후 이를 지속적인 실천꺼리로 상정함으로써 지속적인 주민참여와 마을만들기 ‘꺼리’가 만들어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회적 프로그램으로 마을의 장기발전 비전인 마을의제가 충분히 작성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네의 특정 부분만을 살펴보고 그에 근거하여 마을의제를 작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작성된 마을의제는 그것이 비록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일부분만을 포함하고 있다 하더라도, 주민들에 의해 설정되고 지속적으로 실천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현실적 역량이 가능하다면, 동네의 다양한 부분들을 투어하고 문제점 등을 찾아내는 작업을 여러 차례 또는 여러 집단이 역할을 분담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더욱 바람직한 마을 비전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개별 사안별로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 단편적 사업보다는 마을의 비전을 창출한다는 면에서나 주민들의 지속적 참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을의제의 작성과 지방의제의 역할 등을 명료화하기 위해 간단한 도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Posted by '녹색당'
,
1. 학습과 조직화의 실타래: 두 가지 사례

최근 민주시민교육은 대중강좌 등의 일방적 강의방식에서 벗어나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을 도입한 소규모 워크숍 형태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편에서 볼 때 교육의 양식과 과정에 대하여 매우 큰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본다면 여전히 구조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서의 틀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지역의 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앎과 삶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그 메커니즘 안에서 학습과 조직화라는 두 가지 사회운동적 목적이 자연스럽게 얽혀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인다. 이 장에서는 광명 YMCA 및 녹색여성모임의 사례를 중심으로 주민학습소모임이 어떻게 성장해가고, 그것이 민주시민교육의 한 부분으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1.1. 광명 YMCA 생활협동조합 사례

우 리나라에서 생협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80년대 중반이다. 1985년에 원주한살림과 안양소비자협동조합이 창립되었고 그후 경남 한살림, 서울한살림이 86년과 88년에 한국여성민우회생협과 안산소비자협동조합이 89년에 경실련 정농생협이 91년에 창립되었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43개 생협에 조합원 4만5천명(1996년 말, 지역조합의 수만 집계)의 규모로 발전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생협은 1980년대 중반에 생겨났지만 YMCA안에서 생협운동을 시작한 것은 90년 부천YMCA였다. 부천은 전국적으로도 지역자치운동의 모델이 되기도 하여 YMCA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1993년도에는 대전의 신협연수원에서 전국YMCA 실무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생협활동에 관한 웍샵이 진행되었는데 이 때가 아마도 YMCA안에서 생협운동이 가장 큰 주목을 받을 때였을 것이다. 89년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면서 민중운동권이 쇠퇴해 지자 그 동안 지역에서 대중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몇몇 YMCA에서는 90년대에 맞는 운동방식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주민들이 참여민주주의를 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자치역량이 더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역운동을 대중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때 였다. 더군다나 부천YMCA생협이 조직적으로 체계를 잡아 갔으며 운영에 있어서도 상승세였기 때문에 생협운동은 그 대안으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담배자판기추방운동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천YMCA의 생협활동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된 분위기 속에서 전국 대부분의 YMCA에서 생협운동 웍샵에 참여하였다. 의기충전했던 당시의 분위기는 곧장 모든 YMCA에서 생협운동을 출발할 기세였다. 그러나 그후 생협운동은 더이상 확장되지 못하였다. 이미 서울을 비롯하여 서울, 김천, 순천, 마산YMCA에서 생협을 시작했지만 94년이 지나면서부터는 하나 둘씩 생협을 포기하기 시작하여 YMCA안에서 생협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은 부천, 안양, 광명 그리고 성남 정도이다.... <자세한 내용 첨부자료 참조>






Posted by '녹색당'
,
이 글은 지난 3월11일 안양YMCA 마을이루기위원회 강의를 위해 최봉익 선생님께서 준비한 발제문입니다. 광주YMCA의 좋은동네 시민대학 등을 이끌어 오신 최봉익선생님의 생각과 프로그램 안들이 담겨 있습니다.





Posted by '녹색당'
,

오늘 안산에서 회의가 있었습니다.
"안산 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라는 곳에서 회의를 했는데요,
두 명 밖에 없는 사무 공간이 무쟈가 넓고 깨끗하고 좋네요. 사무기기들도 신삥들이고.....

작년 안산시는 처음으로 '마을만들기 조례'를 만들었고,
그 일환으로 지원센터를 설치한 바 있습니다.
올 2월부터 최경송 님이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한동안 보드게임계를 주무르시던 최경송님이 마음을 다잡고 아침 7시에 출근할 정도로(물론, 약간의 사정이 있긴 합니다마..ㅋㅋ) 열의가 있고
한 명의 임시(?) 간사를 채용한 상태입니다.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는 명목적으로 안산YMCA가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안산시장이 센터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고 의욕적이라서 공무원들이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길을 잘 닦아야 한다는 부담 이외에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공무원 입장을 생각하면 그럴만도 합니다.

최근에는 포괄사업비 중 3억씩을 각 동마다 던져주고 주민들끼리 알아서 쓰라고 했나 봅니다. 동장 이하 공무원들이 당황할만 합니다. 이 뜻을 잘 살려 주민들도 임파워먼트 되고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할텐데...그런 고민들이 최경송 국장님과 류홍번 총장님 머리 속을 맴돌고 있나 봅니다.

아무튼 풀자연 이음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이랍니다.
교육과정에서부 사업 진행, 결과까지 주민차지적 관점에서 사업들이 잘 진행되길 기대해봅니다.

사진기가 없어서 찍지 못했네요. 담에 함 찍어서 올려볼랍니다.

센터는 '한양대역' 앞 농수산물센터 지하 1층에 있습니다.

Posted by '녹색당'
,

안산에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상근자를 구한다고 합니다.
아래 내용인데요, 잘 읽어보시고 많이 알려주세요.
(전국에서 처음 조례에 근거해서 만든 것이라 각별한 의미가 있을 듯...)

======================================

 

“안산시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타” 사무국 국장 및 간사 채용 공고


안산시좋은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안산시좋은마을만들기조례”를 근거로 안산YMCA와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위탁 운영하는 마을만들기 운동 지원 조직입니다.

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마을 주민이 주체가 되어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주민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마을 경관개선, 안전문제 개선, 마을단위 복지 사업 추진, 상가 거리 개선, 간판 정비, 공원 등 공공 시설 개선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안산지역의 마을만들기 운동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인 지원 업무를 수행할 역량있는 인재를 모십니다.


* 모집부문 : 사무국장(센터실무책임자, 지원사업 총괄), 간사(교육사업, 총무/회계)


 < 사무국장 >

 1) 직책: 사무국장

 2) 근무형태: 정규직

 3) 자격요건

  - 시민단체 또는 공공단체 경력 5년 이상이나

  - 도시계획 또는 건축학과 등 마을만들기 관련 학과 석사 이상

 4) 우대사항

  - 풀뿌리주민운동 단체 또는 회원 조직 지원 업무 경험자

  - 공익 재단 등 민간단체 지원업무 경험자

 5) 제출서류 : 이력서, 자기소개서

 6) 금여 및 근무 조건

  - 월 200만원, 4대 보험, 퇴직금 등 연봉 약 3천만원/ 주 5일 근무


 < 간사 >

 1) 직책: 사무국 간사

 2) 근무형태: 정규직

 3) 자격요건

  - 시민단체 또는 공공단체 경력 3년 이상 또는

  - 도시계획 또는 건축학과 등 마을만들기 관련 학과 졸업 이상

 4) 우대사항

  - 풀뿌리주민운동 단체 또는 회원 조직 지원 업무 경험자

  - 공익 재단 등 민간단체 지원업무 경험자

 5) 제출서류 : 이력서, 자기소개서

 6) 급여 및 근무 조건

  - 월 130만원, 4대 보험, 퇴직금 등 연봉 약 2,000만원 / 주 5일 근무


※ 이력서에 지원 직책(국장 또는 간사)를 명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녹색당'
,

이 자료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매년 시상하는 풀뿌리공모상에 공모한 사례입니다.
인천의료생활협동조합이 주민들과 건강마을만들기 사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참고하세요.

Posted by '녹색당'
,
 * 이 글은 2006년 7월 한국도시연구소, [도시와 빈곤] 81호에 실은 글입니다.


누구를 위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인가?



최시영(청주시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 사무국장)



1. 들어가며

참여정부는 공간 관련 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하여 추진하는 최초의 정부로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그리고 「행정수도이전특별법」(현재는 「행정중심도시 특별법」) 등을 제정하여 과거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분권-분산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문적 차원이나 운동적 차원에 머물렀던 지역불균형문제와 지역균형발전 노력이 정책차원의 의제로 등장하고 실천력을 갖추게 된 것은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이 존재한다. 그동안 나왔던 비판들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참여정부의 지역균형개발정책이 균형발전을 전면에 내세우나 실제로는 대형공공사업을 통하여 환경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신개발주의, 신성장주의라는 것이다(강홍빈, 2004; 조명래, 2004; 최병두, 2005). 다른 하나는 참여정부의 균형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더라도 정책화 과정에서의 혼선과 정책수단 선택의 오류 때문에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김형기, 2004; 김용웅ㆍ강현수ㆍ차미숙, 2004; 강현수ㆍ정준호, 2004; 이재은, 2004; 권오혁, 2004).

이와 같은 거시적 맥락에서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안고 있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참여정부에서는 그 동안 각 부처에서 개별적이고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던 지역개발사업과 관련한 여러 정책과 사업들을 묶어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선도지방자치단체 선정과 시범사업 추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어떤 우려와 한계를 안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헌신적으로 추진해온 주민참여 마을만들기의 성과를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한 실천적 방안들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된 중앙정부의 움직임

2005년 말 참여정부는 지금까지의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이 행복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선도프로젝트를 통하여 분산ㆍ분권ㆍ혁신형 국토균형발전을 추진하면서, 수도권의 초비대화와 지방의 지속적 침체라는 국토왜곡을 시정하는 노력에 주안점을 두었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를 맞은 현재 시점에서는 이와 같은 거시적 균형발전개념에 더하여 지금까지 물량위주의 왜곡된 욕구를 포기하고 문화적 측면의 발전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방향 제시의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① 지방 도시 및 농촌의 고유한 특성과 자원을 잘 활용하여 해당 지역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비전을 제시하고, ② 국토를 인간적인 공간, 실제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전 국민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확대된 국토 균형발전 개념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사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은 지역사회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도시와 농촌을 품격 높은 삶의 질을 갖춘 살고 싶은 지역사회로 재창조한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사업이다. 그동안 건설교통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농림부의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 등 지역과 관련된 유사사업을 각 부처에서 개별적이고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28일 국정과제회의에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은 균형위가 이론적 기초 제공과 부처 간 조정역할을 담당하고, 행자부에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을 만들어 사업 추진할 것을 대통령이 지시하였다. 이후 행정자치부 내에「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 준비팀(5명)」을 만들어, 균형위 주관으로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농림부,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국장급으로「관계부처 합동 TF 회의」를 구성하였다. 이후, 매주 관계부처 합동 TF 회의를 개최하여 특화발전 유형별 모델개발 및 부처별 유사사업 패키지 방안 등에 대해 긴밀히 협의ㆍ추진해왔다고 한다.

지난 6월 27일 배재학술문화센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회의실에서 열린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2차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행정자치부 문영훈 살기좋은지역만들기준비팀장에 의하면 6월말 행자부 내에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이 공식직제로 인준을 받아 발족하였고, 행자부 지역균형발전지원본부 산하에 2개팀(살기좋은지역기획팀, 살기좋은지역관리팀)이 구성되어, 현재는 균형위 차원의 지역별 순회토론회 개최를 통한 공론화와 지역별 취약지역과 우수지역에 대한 현황조사를 통한 진단을 하고 있다.


3. 지방자치단체의 관심 또는 움직임

지난 5월 16일 행자부『살기좋은지역만들기추진단준비팀』에서 주최한 지방자치단체 관계관 회의 자료에 의하면 도(실ㆍ과ㆍ소) 및 시ㆍ군에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되어 추진 중인 대상사업(지방자치단체 주도/주민 주도)을 파악하고,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세부정책과제를 참고하여 사업취지가 적합한 관련사업 목록을 작성하여 5월 22일까지 제출토록 하였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고민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2005년 지역혁신박람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지역의 경우(충북 증평군, 전북 진안군 등)『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연계한 후속사업을 구상중인데, 행자부 살기좋은지역기획팀에서 모델개발과 사업패키지 방안이 정리되면, 오는 8월중에 균형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충청북도에서는 균형위의 후원을 받아 오는 7월 31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사)충북지역혁신연구회 주최, 청주경실련 주관으로 “살기 좋은 충북지역만들기 대토론회”를 열어 균형위 박동진 전략기획실장의 “지역혁신, 균형발전과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라는 특별강연과 행자부 살기좋은지역기획팀 문영훈 팀장과 균형위 정책기획실 송우경 연구원이 참가하는 토론을 진행하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미루어 짐작컨데 각 지역에서도『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한 일련의 공론화 작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4.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사업에 대한 우려와 한계

작년 말부터 민간차원에서는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열린사회시민연합, YMCA 전국연맹,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한국도시연구소,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주)이장,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등에서 마을만들기와 관련한 활동을 해 온 여러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와 관련한 논의테이블 모임과 토론회, 워크숍 등을 진행해 왔다. 이 안에서 제기된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한 문제의식들을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주민참여와 삶의 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지역이나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는 배제된 상태에서 중앙중심의 하향식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 정부에서 제시한 사업들이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행정중심 + 주민지원 형태’ 사업들의 나열로 기존 시행되어 온 중앙부처의 지역개발사업이나 정부지원사업들과의 차별성이 없다.

- 사업추진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한계(행정단위 중심, 사업을 위한 협의체 급조, 사업의 지속성 부재, 물리적 시설 설치 치중 등)를 극복할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 따라서 현재와 같은 방식의 사업들이 추진될 경우 기존 사업들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예상되며, 낮은 차원의 주민참여(주민의견 수렴)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는 좀 다른 성격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전반기 역점사업이었던 “지역혁신과 클러스터론” 관련한 정책의 혼선의 사례를 강현수ㆍ정준호(2004)는 외국의 실패 경험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① 위로부터의 획일적 표준적 정책의 강요

② 지역정책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

③ 첨단산업 맹신주의

④ 지역내부 연계만 중시하는 정책

⑤ 산학연 연계에만 지나치게 의존

⑥ 물리적 집적, 하드웨어 시설만 강조

⑦ 정치적 고려에 따른 투입자원의 여러 지역 간의 분산

⑧ 지역 내 헤게모니 집단의 주도

⑨ 정책 담당자의 역량부족과 정부 부처 간 조정의 실패

⑩ 정책의 일관성 부족

이와 같은 평가는 비록 아직『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실행 전이라고 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정부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하여 지역의 정책수용능력을 고려하고는 있는지, 정치적 고려에 따른 투입자원의 여러 지역 간 분산의 우려는 없는지, 지역 내 헤게모니 집단이 주도할 우려는 없는지, 정책 담당자의 역량은 충분한지, 정부 부처 간 조정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간 힘든 여건 속에서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 운동을 통해 시민사회 진영이 이루어낸 성과를 정부차원에서 인정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사업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라면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① 주체의 측면에서, 이 추진계획이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실현하기보다는 정부에 의한 일방적 계획에 주민들을 형식적으로 참여시킬 위험이 높다는 것이고,

② 내용의 측면에서, 물리적 시설을 만들 뿐 지역주민들의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③ 운영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마을만들기의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해 온 시민사회ㆍ지역주민들과의 수평적이고 긴밀한 파트너십 형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 민간차원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과와 향후 과제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체적 유대감이나 나눔 없이도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사는 동네와 자신과의 관계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동안 지역사회를 근거로 활동하는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대안적인 주민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고, 그러한 활동 중에서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참여, 주민들 스스로에 의해 구체화하는 지역사회의 대안, 이 과정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 주체들에 대한 실천적 시민교육 등의 성과를 거두어왔다. 이러한 성과들로 인해 마을만들기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유력한 활동지향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대구 삼덕동에서부터 시작된 ‘담장 허물기 사업’은 이미 대중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한 사례일 뿐이다. 쇠퇴하는 (전통)상가 및 주거지역을 주민들의 손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 지역주민들의 공동체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매개를 사용하거나 전통의 공동체적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지역사회의 방치된 공간을 주민들의 휴식 및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자구적 복지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거나 주민편익 프로그램 및 시설 등을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등이 수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져 왔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세계화라는 외부적 압력과 공동화, 고령화라는 내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을주민들의 자구적 노력에 지역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내었고, 이는 다양한 내용으로 지역개발정책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단위의 도농교류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모형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마을만들기는 그 주제와 내용, 그리고 참여자의 계층 및 유형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어 왔으며, 그 성과 또한 적지 않다.

민간에서 추진해온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어떤 근사한 물리적 시설을 만들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어, 마을의 구체적인 발전 계획, 만들고자 하는 것,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 등이 주민들의 입으로부터 분출되도록 하면서, 분출된 그 욕구를 다른 누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정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이 ‘우리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공통의 정체성, 공통의 공동체적 유대감을 갖게 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살기 좋은 마을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을 추진하는 정부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자발적 노력과 헌신으로 지역사회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실천해 온 몇몇 단체 및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부에서 추진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마을만들기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으며, 나아가 정부와 수평적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필요성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몇몇 단체나 전문가들이 정부의 추진계획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지역사회 현장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실천하고 있는 많은 민간 참여자들의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실천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더욱 적절한 대응방안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4월 21일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제1차 토론회”를 가졌고, 이어서 4월 28~29일 대전 KT 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각 지역의 100여명의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2006 마을만들기 활동가 워크숍”을 열었다. 또한, 지난달 6월 27일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2차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관련하여 전국적인 민간단체 연대기구로 “(가칭)살고 싶은 지역만들기 전국네트워크” 구성을 가시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네트워크는 조직적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안에 대해 필요한 역량을 공동출자해 필요한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활동 연장선상에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네트워크는 정부의 정책을 견인하기 위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은다는 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제 필요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 더욱 유리한 체계이다.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은 이처럼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또한 발전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6. 글을 나가며

민간차원에서 오랫동안 지역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지역운동, 마을만들기 운동을 헌신적으로 해 오신 활동가들이 흔히 말하기를 ‘얼마나 살기 힘들기에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고 이 난리들인가’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하곤 한다. 종전의 정부정책에서 정부역할은 투입-산출과정에서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개입이었다면,『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상호학습과 지식확산을 촉진하는 매개자로서, 지식교환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제도구축자로서 간접적인 역할에 보다 충실할 때, 지금까지 민간에서 추진해온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관련하여 외견상으로는 주민주도와 주민참여 삶의 질을 이야기하면서도 전략적으로는 지역별로 선도지자체 및 특화발전 사업을 선정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를 단기간에 육성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이럴 경우엔 정책의 본래 속성상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한편 지방정부도 개념이 모호하고, 추진방식에 있어서 본래의 의미를 살려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보다는 단기간의 업적을 과시할 수 있는 종래의 물리적 집적, 하드웨어 시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민간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과거 개발주의로 회귀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야 할 대안적 방향은 무엇인가? 김형기(2004)는 현 참여정부의 지역정책이 경제와 성장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참여-연대-생태’에 기초한 ‘대안적 지역발전(alternative regional development)’의 비전이 부족하므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참여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불균형 성장을 가속화할 가능성, 신개발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이에 대한 대응책이 나올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현재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의 정책기조와 추진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거시정책 및 복지정책과 맞물리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환경ㆍ복지ㆍ교육문화의 발전과 지역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통합적 발전의 맥락’에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은 이런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한 분야로서 위치 지워져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유형별 분류에 따른 선도지자체, 특화발전 사업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전통산업 및 실업과 빈민 문제까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참여-연대-생태’에 기초한 ‘대안적 지역발전’을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끝으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공개발 의존형 지역성장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연합(지역토호)이 주도하는 지역의 정치사회적 구조의 대폭적인 개편과 공공사업을 부추기는 중앙집권형 재정체제의 분권화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간 중앙정부 주도의 케인즈적인 공공투자정책은 환경훼손의 책임이 컸다. 정부는 시설위주의 각종 국가보조금 지원을 통해 지방의 공공사업을 강제하였고, 지방은 자기 책임 없이 정부의 보조금 사업에 의존하여 무리한 난개발을 추진해 왔다. 중앙은 중앙대로 경기자극형 공공개발, 관-건설유착에 의한 이익유도형 공공개발을 추구하고, 지방은 지방대로 공돈을 노린 중앙정부 의존형 지방공공사업의 수혜를 추구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이 문제였다. 따라서 이런 구조 하에서 형성된 공공사업 밀착형 지역토호 그룹을 어떻게 해체시키는가가 과제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회계의 운영을 포괄보조금화하여 지방자율권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중앙주도의 재정운용체제로서 지방의 도덕적 해이와 무절제한 공공사업 추진을 조장하고 있다.

어떻게 정부가 추진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새 포대에 새 술을 담을 수 있게 할 것인가? 마을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직접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상부상조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만들어 지는 것이다.『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일련의 계획이자 실천과정이 될 수 있도록,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 주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민ㆍ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겠다.

Posted by '녹색당'
,
 * 이 글은 한국도시연구소, [도시와 빈곤] 81호에 실은 글입니다.


누구를 위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인가?



최시영(청주시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 사무국장)



1. 들어가며

참여정부는 공간 관련 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하여 추진하는 최초의 정부로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그리고 「행정수도이전특별법」(현재는 「행정중심도시 특별법」) 등을 제정하여 과거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분권-분산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문적 차원이나 운동적 차원에 머물렀던 지역불균형문제와 지역균형발전 노력이 정책차원의 의제로 등장하고 실천력을 갖추게 된 것은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이 존재한다. 그동안 나왔던 비판들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참여정부의 지역균형개발정책이 균형발전을 전면에 내세우나 실제로는 대형공공사업을 통하여 환경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신개발주의, 신성장주의라는 것이다(강홍빈, 2004; 조명래, 2004; 최병두, 2005). 다른 하나는 참여정부의 균형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더라도 정책화 과정에서의 혼선과 정책수단 선택의 오류 때문에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김형기, 2004; 김용웅ㆍ강현수ㆍ차미숙, 2004; 강현수ㆍ정준호, 2004; 이재은, 2004; 권오혁, 2004).

이와 같은 거시적 맥락에서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안고 있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참여정부에서는 그 동안 각 부처에서 개별적이고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던 지역개발사업과 관련한 여러 정책과 사업들을 묶어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선도지방자치단체 선정과 시범사업 추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어떤 우려와 한계를 안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헌신적으로 추진해온 주민참여 마을만들기의 성과를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한 실천적 방안들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된 중앙정부의 움직임

2005년 말 참여정부는 지금까지의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이 행복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선도프로젝트를 통하여 분산ㆍ분권ㆍ혁신형 국토균형발전을 추진하면서, 수도권의 초비대화와 지방의 지속적 침체라는 국토왜곡을 시정하는 노력에 주안점을 두었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를 맞은 현재 시점에서는 이와 같은 거시적 균형발전개념에 더하여 지금까지 물량위주의 왜곡된 욕구를 포기하고 문화적 측면의 발전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방향 제시의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① 지방 도시 및 농촌의 고유한 특성과 자원을 잘 활용하여 해당 지역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비전을 제시하고, ② 국토를 인간적인 공간, 실제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전 국민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확대된 국토 균형발전 개념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사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은 지역사회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도시와 농촌을 품격 높은 삶의 질을 갖춘 살고 싶은 지역사회로 재창조한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사업이다. 그동안 건설교통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농림부의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 등 지역과 관련된 유사사업을 각 부처에서 개별적이고 경쟁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28일 국정과제회의에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은 균형위가 이론적 기초 제공과 부처 간 조정역할을 담당하고, 행자부에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을 만들어 사업 추진할 것을 대통령이 지시하였다. 이후 행정자치부 내에「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 준비팀(5명)」을 만들어, 균형위 주관으로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농림부,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국장급으로「관계부처 합동 TF 회의」를 구성하였다. 이후, 매주 관계부처 합동 TF 회의를 개최하여 특화발전 유형별 모델개발 및 부처별 유사사업 패키지 방안 등에 대해 긴밀히 협의ㆍ추진해왔다고 한다.

지난 6월 27일 배재학술문화센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회의실에서 열린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2차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행정자치부 문영훈 살기좋은지역만들기준비팀장에 의하면 6월말 행자부 내에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추진단”이 공식직제로 인준을 받아 발족하였고, 행자부 지역균형발전지원본부 산하에 2개팀(살기좋은지역기획팀, 살기좋은지역관리팀)이 구성되어, 현재는 균형위 차원의 지역별 순회토론회 개최를 통한 공론화와 지역별 취약지역과 우수지역에 대한 현황조사를 통한 진단을 하고 있다.


3. 지방자치단체의 관심 또는 움직임

지난 5월 16일 행자부『살기좋은지역만들기추진단준비팀』에서 주최한 지방자치단체 관계관 회의 자료에 의하면 도(실ㆍ과ㆍ소) 및 시ㆍ군에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되어 추진 중인 대상사업(지방자치단체 주도/주민 주도)을 파악하고,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세부정책과제를 참고하여 사업취지가 적합한 관련사업 목록을 작성하여 5월 22일까지 제출토록 하였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고민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2005년 지역혁신박람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지역의 경우(충북 증평군, 전북 진안군 등)『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연계한 후속사업을 구상중인데, 행자부 살기좋은지역기획팀에서 모델개발과 사업패키지 방안이 정리되면, 오는 8월중에 균형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충청북도에서는 균형위의 후원을 받아 오는 7월 31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사)충북지역혁신연구회 주최, 청주경실련 주관으로 “살기 좋은 충북지역만들기 대토론회”를 열어 균형위 박동진 전략기획실장의 “지역혁신, 균형발전과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라는 특별강연과 행자부 살기좋은지역기획팀 문영훈 팀장과 균형위 정책기획실 송우경 연구원이 참가하는 토론을 진행하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미루어 짐작컨데 각 지역에서도『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한 일련의 공론화 작업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4.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사업에 대한 우려와 한계

작년 말부터 민간차원에서는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열린사회시민연합, YMCA 전국연맹,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한국도시연구소,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주)이장,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등에서 마을만들기와 관련한 활동을 해 온 여러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와 관련한 논의테이블 모임과 토론회, 워크숍 등을 진행해 왔다. 이 안에서 제기된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한 문제의식들을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주민참여와 삶의 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지역이나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는 배제된 상태에서 중앙중심의 하향식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 정부에서 제시한 사업들이나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행정중심 + 주민지원 형태’ 사업들의 나열로 기존 시행되어 온 중앙부처의 지역개발사업이나 정부지원사업들과의 차별성이 없다.

- 사업추진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한계(행정단위 중심, 사업을 위한 협의체 급조, 사업의 지속성 부재, 물리적 시설 설치 치중 등)를 극복할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 따라서 현재와 같은 방식의 사업들이 추진될 경우 기존 사업들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예상되며, 낮은 차원의 주민참여(주민의견 수렴)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는 좀 다른 성격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 전반기 역점사업이었던 “지역혁신과 클러스터론” 관련한 정책의 혼선의 사례를 강현수ㆍ정준호(2004)는 외국의 실패 경험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① 위로부터의 획일적 표준적 정책의 강요

② 지역정책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

③ 첨단산업 맹신주의

④ 지역내부 연계만 중시하는 정책

⑤ 산학연 연계에만 지나치게 의존

⑥ 물리적 집적, 하드웨어 시설만 강조

⑦ 정치적 고려에 따른 투입자원의 여러 지역 간의 분산

⑧ 지역 내 헤게모니 집단의 주도

⑨ 정책 담당자의 역량부족과 정부 부처 간 조정의 실패

⑩ 정책의 일관성 부족

이와 같은 평가는 비록 아직『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실행 전이라고 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정부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하여 지역의 정책수용능력을 고려하고는 있는지, 정치적 고려에 따른 투입자원의 여러 지역 간 분산의 우려는 없는지, 지역 내 헤게모니 집단이 주도할 우려는 없는지, 정책 담당자의 역량은 충분한지, 정부 부처 간 조정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간 힘든 여건 속에서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 운동을 통해 시민사회 진영이 이루어낸 성과를 정부차원에서 인정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사업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라면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① 주체의 측면에서, 이 추진계획이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실현하기보다는 정부에 의한 일방적 계획에 주민들을 형식적으로 참여시킬 위험이 높다는 것이고,

② 내용의 측면에서, 물리적 시설을 만들 뿐 지역주민들의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③ 운영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마을만들기의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해 온 시민사회ㆍ지역주민들과의 수평적이고 긴밀한 파트너십 형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 민간차원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과와 향후 과제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체적 유대감이나 나눔 없이도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사는 동네와 자신과의 관계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동안 지역사회를 근거로 활동하는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대안적인 주민공동체를 일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고, 그러한 활동 중에서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참여, 주민들 스스로에 의해 구체화하는 지역사회의 대안, 이 과정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 주체들에 대한 실천적 시민교육 등의 성과를 거두어왔다. 이러한 성과들로 인해 마을만들기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유력한 활동지향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대구 삼덕동에서부터 시작된 ‘담장 허물기 사업’은 이미 대중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한 사례일 뿐이다. 쇠퇴하는 (전통)상가 및 주거지역을 주민들의 손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 지역주민들의 공동체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매개를 사용하거나 전통의 공동체적 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지역사회의 방치된 공간을 주민들의 휴식 및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자구적 복지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거나 주민편익 프로그램 및 시설 등을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등이 수많은 지역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져 왔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세계화라는 외부적 압력과 공동화, 고령화라는 내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을주민들의 자구적 노력에 지역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내었고, 이는 다양한 내용으로 지역개발정책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단위의 도농교류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모형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마을만들기는 그 주제와 내용, 그리고 참여자의 계층 및 유형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어 왔으며, 그 성과 또한 적지 않다.

민간에서 추진해온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어떤 근사한 물리적 시설을 만들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어, 마을의 구체적인 발전 계획, 만들고자 하는 것,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 등이 주민들의 입으로부터 분출되도록 하면서, 분출된 그 욕구를 다른 누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정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이 ‘우리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공통의 정체성, 공통의 공동체적 유대감을 갖게 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살기 좋은 마을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을 추진하는 정부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자발적 노력과 헌신으로 지역사회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실천해 온 몇몇 단체 및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부에서 추진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마을만들기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으며, 나아가 정부와 수평적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필요성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몇몇 단체나 전문가들이 정부의 추진계획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지역사회 현장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실천하고 있는 많은 민간 참여자들의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실천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더욱 적절한 대응방안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4월 21일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제1차 토론회”를 가졌고, 이어서 4월 28~29일 대전 KT 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각 지역의 100여명의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2006 마을만들기 활동가 워크숍”을 열었다. 또한, 지난달 6월 27일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민간단체 2차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관련하여 전국적인 민간단체 연대기구로 “(가칭)살고 싶은 지역만들기 전국네트워크” 구성을 가시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네트워크는 조직적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안에 대해 필요한 역량을 공동출자해 필요한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활동 연장선상에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네트워크는 정부의 정책을 견인하기 위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은다는 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제 필요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 더욱 유리한 체계이다. 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은 이처럼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또한 발전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6. 글을 나가며

민간차원에서 오랫동안 지역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지역운동, 마을만들기 운동을 헌신적으로 해 오신 활동가들이 흔히 말하기를 ‘얼마나 살기 힘들기에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고 이 난리들인가’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하곤 한다. 종전의 정부정책에서 정부역할은 투입-산출과정에서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개입이었다면,『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상호학습과 지식확산을 촉진하는 매개자로서, 지식교환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제도구축자로서 간접적인 역할에 보다 충실할 때, 지금까지 민간에서 추진해온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과 관련하여 외견상으로는 주민주도와 주민참여 삶의 질을 이야기하면서도 전략적으로는 지역별로 선도지자체 및 특화발전 사업을 선정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를 단기간에 육성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에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이럴 경우엔 정책의 본래 속성상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한편 지방정부도 개념이 모호하고, 추진방식에 있어서 본래의 의미를 살려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보다는 단기간의 업적을 과시할 수 있는 종래의 물리적 집적, 하드웨어 시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민간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과거 개발주의로 회귀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야 할 대안적 방향은 무엇인가? 김형기(2004)는 현 참여정부의 지역정책이 경제와 성장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참여-연대-생태’에 기초한 ‘대안적 지역발전(alternative regional development)’의 비전이 부족하므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참여정부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불균형 성장을 가속화할 가능성, 신개발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이에 대한 대응책이 나올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현재의『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의 정책기조와 추진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거시정책 및 복지정책과 맞물리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환경ㆍ복지ㆍ교육문화의 발전과 지역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통합적 발전의 맥락’에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은 이런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한 분야로서 위치 지워져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유형별 분류에 따른 선도지자체, 특화발전 사업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전통산업 및 실업과 빈민 문제까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참여-연대-생태’에 기초한 ‘대안적 지역발전’을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끝으로『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공개발 의존형 지역성장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연합(지역토호)이 주도하는 지역의 정치사회적 구조의 대폭적인 개편과 공공사업을 부추기는 중앙집권형 재정체제의 분권화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간 중앙정부 주도의 케인즈적인 공공투자정책은 환경훼손의 책임이 컸다. 정부는 시설위주의 각종 국가보조금 지원을 통해 지방의 공공사업을 강제하였고, 지방은 자기 책임 없이 정부의 보조금 사업에 의존하여 무리한 난개발을 추진해 왔다. 중앙은 중앙대로 경기자극형 공공개발, 관-건설유착에 의한 이익유도형 공공개발을 추구하고, 지방은 지방대로 공돈을 노린 중앙정부 의존형 지방공공사업의 수혜를 추구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이 문제였다. 따라서 이런 구조 하에서 형성된 공공사업 밀착형 지역토호 그룹을 어떻게 해체시키는가가 과제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회계의 운영을 포괄보조금화하여 지방자율권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중앙주도의 재정운용체제로서 지방의 도덕적 해이와 무절제한 공공사업 추진을 조장하고 있다.

어떻게 정부가 추진하는『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새 포대에 새 술을 담을 수 있게 할 것인가? 마을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직접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상부상조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만들어 지는 것이다.『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일련의 계획이자 실천과정이 될 수 있도록,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 주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민ㆍ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겠다.

Posted by '녹색당'
,
 * 출처: 한국도시연구소, [도시와 빈곤] 81호, pp.73-86



나로부터 비상하는 여성이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박신연숙(서울여성의전화 나飛센터 지역조직국장)


여름 한낮의 나른함을 톡하고 건드리듯 매미 울음소리가 도시의 골목 골목에 울려퍼지는 어느 오후, 주민모임방에 모여 앉아 더위도 잊은 채 무지개빛 열띤 토론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마을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한 달여 남겨놓은 ‘여성폭력 없는 평화마을축제’기획이 한창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 동작구에서‘여성이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사업을 하면서 만나 온 마을 여성들로 꾸려진 사업팀이다. 마을모임 리더들이 모인 자리가 이렇듯 흥겨우니, 초가을 우리 마을에 평화와 평등을 노래하고 마을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한판 마을축제가 신명나게 펼쳐지겠구나!!


들썩 들썩 ~ 지역여성운동.. in 서울여성의전화


서울여성의전화는 ‘상담’을 통해 여성들의 요구를 접수하고, 여성인권보호 및 이슈 화이팅, 법ㆍ제도 개선운동, 가부장적 의식개선을 위한 캠페인, 교육, 문화사업 등을 벌여왔다. 90년대 성폭력, 가정폭력 법제정 이후 성평등하고 모두가 주인되어 살고자 하는 여성운동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여성들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위해, 지역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지역여성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2002년에는 지역운동센터로 조직을 확대ㆍ개편하면서 지역여성운동의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된다. 센터장을 두고 전담 상근활동가를 두었으며, 지역의 마당발 회원들을 물색하고 만나 풀뿌리 여성운동의 중요성을 함께 공감해 나가면서 ‘지사모’(지역을 사랑하는 자매들의 모임)를 발족하였다. 그해에 “떳다 지사모!”가 유행할 정도로 지사모의 활약은 돋보였다. 지사모는 서울 곳곳에 지역모임을 결성하면서 지역에 사는 회원들과 만나고 사귀는 일에 앞장섰다. 회원들의 지역조사 및 마을에서 참여하고 있는 모임이나 활동들을 파악해보고, 마을로 찾아가는 강좌를 열기도 하고, 매년 하는 행사를 지역모임을 통해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실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이때 만들어진 지역모임 리더들이 우리단체 지역여성운동의 초동주체가 되었다.

서울여성의전화는 1983년 창립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여성주의 상담교육을 실시하여왔다. 이 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상담활동회원들이 우리의 기반이자 밑천이다. 사무실에 와서 전화상담 자원활동을 통해 여성운동에 동참했던 회원들은 이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모임을 만들고, 지역실천 활동을 전개해 나가면서 지역을 바꾸는 주체가 되고 있다. 지역모임은 점차 안정되어갔고, 회원 리더십 역시 성장하였다. 이로 인해, 사무국 위주의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회원들의 주도하에 모임 및 사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지역운동을 위한 주민조직화 성과로까지 나아가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지역운동센터는 지난 해를 풀뿌리여성조직화의 해로 정하고, 모든 마을사업에서 후속모임을 결성하여 지역여성 리더들을 발굴ㆍ성장시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설정하였다. 풀뿌리여성조직화를 통해 마을 여성들 속에서 주체를 형성ㆍ조직하고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어떤 사업을 얼마나 멋지게, 잘 수행할 것인가보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여성들을 어떻게 지역사회의 주체로 조직할 것인가, 이 사업에 참여한 지역여성들의 지도력을 어떻게 강화시켜 낼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였다.

나飛센터(나로부터 비상하는 지역운동센터)라는 이름에 나타나듯이, 풀뿌리여성운동은 개인의 임파워먼트가 조직의 임파워먼트, 지역사회의 임파워먼트로 발전하는 과정을 통해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였다하면 “어떻게 마을 여성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모임을 만들까”를 고민하고 토론하였다. 이렇게 하여 서울지역 3개의 지역모임은 13개 모임으로 늘어났고, 지역모임에 참여하는 회원들만도 100여명에 이르게 되었다. 


풀뿌리에 기초한 지역여성운동 일구기


서울여성의전화 지역여성운동은 풀뿌리여성운동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무엇을 풀뿌리라 할 것인가? 풀뿌리는 여성들의 일상적 삶이 이루어지는 곳을 의미한다. 가정이 있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장도 있고, 장도 볼 수 있는... 읍면동 이하의 공간, 골목과 아파트, 마을이 최소단위가 될 것이다. 동시에 풀뿌리 여성들의 삶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최초로 정치화 되는 공간, 즉 기초자치구가 풀뿌리 여성운동의 최대 범위가 되지 않을까? 이 범위가 지역여성운동이라 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이라 생각된다. 풀뿌리 여성운동을 기초로 하지 않고서는 광범위한 여성들이 참여하는 여성운동을 이룰 수 없고 여성운동의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 동시에 풀뿌리에 국한하여 자족적으로 여성운동을 펼치는 식으로도 온전하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 나라와 사회의 주인으로 여성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풀뿌리에 기초한 지역여성운동을 펼치고, 지역여성운동에 기초해서 전체 여성운동을 펼쳐나가며, 전체 여성운동의 요구에 기초해 풀뿌리 활동을 펼쳐나가는 상호관계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지역 내 광역 전역에 지역여성운동을 만들어갈 목적으로 회원들내에서 각 기초자치구 지역여성운동의 초기 주체를 조직하여 양성하는 한편, 25개 자치구 중에서 한 구에 집중하여 모범 구를 만들고 그 경험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계획을 갖고, 그 지역으로“동작구”를 선정하였다. 동작구가 모범 구로 선정된 것은 대방동에 여성플라자가 위치해 있어서 모임방을 무료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인접한 구인 영등포ㆍ구로구 모임 회원들의 참여가 용이하고, 이렇다 할 풀뿌리단체가 없는 점 등이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였다.


기획강좌로 지역회원모임을 만들다


무엇보다 지역여성들을 처음 모으는 것이 가장 힘들고, 또 행사나 강좌 후에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 또한 어렵다. 동작구에서 ‘여성이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사업을 전개해 나가기로 하고, 우선 동작구에 살고 있는 회원을 조사해보았다. 우리단체 1000여명의 회원들 중 동작구는 20명 남짓 되는 회원이 살고 있었는데, 이중 활동 중인 회원은 거의 없었다. 한 분 한 분 전화통화를 한 결과 대부분 직장에 다니고 있거나, 아이가 어려서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가까운 지역인 영등포ㆍ구로구 모임 회원들로 기획팀을 구성하여 대중강좌를 열었고, 강좌 후속으로 동작구 지역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대중강좌를 지역 회원 조직화를 목표로 두고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조직화에서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대중강좌를 열면서 조직화를 확실한 목표로 설정했다. 우선 우리 회원들이 활동하는 풀뿌리 모임이나 주변사람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 노래를 흥얼거리며 주택가와 아파트에서 하루 종일 전단을 나눠주고 다니며 지역 여성들을 만나고 사귀었다. 전단을 돌리며 자리가 부족하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는데, 강좌마다 스무 명을 넘기기가 어찌나 어렵던지-_-;; 모든 강좌에서 기획팀 회원들이 돌아가며 사회를 보고 토론을 이끌었다. 매회 강좌 후에 김밥과 빵을 준비하여 1시간 정도의 공식적인 뒷풀이를 통해 새로 만난 분들과 어떻게든 서로 친해지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였다. 수강신청서에 후속모임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모임에서 무얼 하고 싶은지, 가능한 시간대는 언제인지 등을 적게 하여 이후에 참고로 하였다.

교육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여자들이 몰려올까요?” “그거, 다 입소문이예요” 아하, 홍보 플러스 동네 입소문이다!“우리 동네에서 무얼 하면 좋을까요?”“딸들을 위한 캠프 열어주세요. 자녀 성교육, 경제교육 모임해요. 남자들이 변해야 하니 남자들 교육합시다.”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지역 여성들의 요구를 듣는다.

대부분이 3ㆍ40대 전업주부인 동작구 ‘유후모임’ 회원들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하며, 아하 무릎을 쳤고, 이런 변화가 바로 남성에게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자들도 같이 변해야 한다며 남편들 교육을 시키자고 하여, 우리단체의 10년 된 모임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모임”과 함께 지역에서 포럼을 개최하게 된다. 동네에서 여자들을 모으기도 이렇게 힘든데, 남자들이 과연 올까? 남편들이 오게 하려면 데리고 와야 한다. 그럼 아이들은? 자녀성교육도 동시에 하자. 이렇게 하여 마을에서 ‘성(性)에 관한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직장인들의 참여가 가능한 일요일 오후 2~5시에 진행하였고, 자녀성교육을 준비하여 편안한 참여를 유도했다. 부부와 자녀, 한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 독신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여성플라자에 교육실을 네 군데 빌려서 남성포럼, 여성포럼, 연령별 자녀성교육 두 팀을 운영하였다. 90분 강의를 듣고, 90분간 참가자들의 토론을 하였다.

성에 대한 주제가 낯선 분위기에서 마음을 열고 터놓고 얘기하기 힘든 주제이다 보니, 이제 막 얘기가 나오려고 하는데 끝날 시간이 됐다며 아쉬워하는가 하면, 남성포럼 참가자들은 “뭐하는 줄도 모르고 아내에 이끌려 왔다.”“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는 이런 자리는 태어나서 처음이다”라며 얼떨떨해 하면서도 “나만의 고민이라고 여긴 ‘성’문제도 열린 마음과 좋은 방법으로 더 바람직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동작구에서 대중강좌를 열 때와는 달리, 별다른 홍보 없이도 모임 회원들이 주축이 되고 가족과 동네 친구에게 소문을 내어 조직하니 금새 참가자가 모집되었다. 뒷풀이를 통해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목을 도모하면서, 이런 행사를 가끔 한 번씩 주제를 정해 계속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모임 회원들은 2005년 여성의전화를 만나 여성주의를 접하고, 새로운 비전을 찾게 된 것이 한 해 동안의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지역여성들이 직접 수행하는 지역여성정책 모니터링


서울여성의전화 여성정책 모니터링 사업은 2003년 서울시 중구 여성정책과 예산분석을 시작으로 2004년 중구, 영등포구, 강서구(강서양천지회), 2005년 동작구, 영등포구, 강서구(강서양천지회)에서 실시하였다. 2005년 모니터링 사업은 무엇보다도 지난 2년간 상근활동가가 전담하고 구청과의 간담회 정도에 그쳤던 사업을, 지역회원들을 조직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진행하고 분석 내용을 지역에 널리 알리는 사업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정책과 예산을 분석하는 전문적이고 딱딱하게만 여겨지는 활동이어서 회원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보니, 지역조직사업으로 이걸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되는 사업이었다.

모니터링단 모집시 동작구에서는 5명이 참여하였는데, 자발적 의지로 모였다는 점과 자기가 사는 지역을 잘 알고 재미있게 참여하는 데 중점을 모아 진행한 것이 좋은 성과를 가져온 듯하다. 모니터링단 이름을 참나비(참여하여 마을을 바꾸어가는 나비)모임이라고 정하고, 기초교육을 마친 후, 처음에 동작구 의회에 놀러가 회의를 방청하였다. 청소년들이나 의원이 모시고 온 주민들이 아닌,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회를 방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동작구의회에서는 긴장하면서도 아주 반기는 모습이었다. 의회 방청을 하면서 20명 의원들이 모두 남성인 가운데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의원들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었다. 여성위원회 의원과 인사를 나누었고, 구청을 방문하여 가정복지과장, 여성복지팀장을 만나 우리 단체를 소개하고 또 참나비 활동계획을 알렸다. 가정복지과장은 동작구청 공무원 중 5급 이상 여성공무원 6명(9.6%)중 한분으로, 진보적인 여성단체에서 동작구의 지역사업들을 전개해 나가는 것에 매우 고무적인 입장을 보였다. 참나비모임은 여성복지팀장과 작은 좌담회의 자리를 갖고, 2시간 가량 동작구 여성정책 현황을 살펴보고 의견을 나누었다. 여성위원회 구의원을 초청하여 간담회를 열고 지역여성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방의회의 역할과 지역여성의 참여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하였다. 5월 가정의 달 행사, 7월 여성주간 행사 등 일일이 참나비 모임에서 직접 참여하여 모니터링 하였다. 8~9월에는 본격적으로 여성정책과 예산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보름정도는 매일 만나다시피 하며 동작구청 홈페이지, 세입세출 예산서, 여성복지팀 등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여 읽고, 분석하고, 토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간담회를 앞두고는 자료집을 만들고, 지역에 홍보하고, 파워포인트로 작성하고, 사회와 발표자의 리허설을 하느라 또 정신이 없었다. 

참나비모임은 이렇게 6개월에 걸친 모니터링 활동의 결과를 모아 여성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는 지역주민, 단체, 구청, 구의원, 국회의원, 여성위원회, 정당, 지역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발제와 종합토론에 각각 1시간씩 배정하여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으며, 구청에서 간담회의 정책제안 내용에 대해 적극적 반영의지를 표명했다. 참나비모임 5명은 적은 인원이었고, 모두가 처음으로 해보는 작업이어서 많이 헤매었지만,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우리 지역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자신감과 리더십이 높아졌으며, 여성들의 지역정책역량을 높이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참나비 회원들은 간담회를 마치고 난 뒤의 그 뿌듯함과 보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참고로, 서울여성의전화는 지역의 뿌리 깊은 성차별적 문화와 관행, 의식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마다 지역회원들로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여성주간행사를 성평등 취지에 맞게 진행하는 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새로운 지역여성리더 발굴의 장(場)인 지역여성 리더십 워크숍


어느 운동이든 핵심역량을 계속 발굴ㆍ육성해 가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풀뿌리 여성운동의 확산을 통해 전체 여성운동을 성장ㆍ발전시키려면 풀뿌리 여성운동 리더들을 회원뿐 아니라 지역여성들 속에서도 발굴ㆍ육성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참 쉽지 않다. 지역주민을 모아서 육성시키는 것보다 일정하게 활동하는 여성리더들을 모아서 교육도 하고 활동하는 것을 쉽다고 여기지만 실제 해보니 만만하지 않았다. 모집도 힘들었고 교육을 끝낸 후 어떻게 지속적으로 함께 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았다.

지역여성 리더십 워크숍은 동작구의 지역 여성지도자들에게 여성주의 의식을 확산시키고, 여성주의 리더십을 향상하고자 기획되었다. 또한 지역에 여성의전화를 알리고, 지역여성 리더들과 네트워크 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였다. 지역모임 회원 약 10명이 모여서 세 차례의 기획회의를 통해, 이 사업의 목표와 일정, 강의 내용 및 강사선정, 워크숍 진행 방식, 홍보와 조직, 분반토론의 주제와 방식, 행사 제목과 초대의 글 등 아주 세부적인 부분까지 함께 논의를 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각 분야의 몇 몇 여성지도자들을 미리 만나 욕구조사도 하고, 워크숍 내용도 함께 기획해 보고 싶었으나 생략하고, 아파트부녀회 한 군데만 미리 찾아가 만났다. 그나마 다행히도 기획팀 중에 통장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있었고, 아파트부녀회 부회장을 해 본 분도 계셨다.

학부모회 임원, 통반장, 아파트부녀회, 교사 등이 지역의 내노라하는 마당발에 활동력이 대단한 분들이기에 우리 사업팀은 많이 긴장하고 그 어느 때보다 사업을 잘 준비해야 했다. 초청장과 전단을 만들고, 우리 구에 사는 웹디자이너 회원이 디자인해 준 멋진 포스터를 들고, 홍보에 들어갔다. 학부모회와 교사는 동작교육청의 협조공문을 받고, 16개 중학교, 19개 초등학교, 70여개 유치원에 초청장을 발송했으나 신청자가 거의 없어, 참나비 회원들이 각 학교 교감들과 일일이 통화하여 학부모회 임원들의 참여를 요청하였다. 학부모회는 우리 회원들이 주로 대부분 활동하고 있어서 모집이 수월했으나, 참가자들 중 학교운영위원회의 참여가 없어서 아쉬웠다. 교사는 초ㆍ중등 35개 학교 보건교사, 상담교사와 역시 일일이 통화하였고, 우리 단체가 개발한 가정폭력 예방교육 매뉴얼과 “폭력 쫑, 대화 짱”CD를 제공한 것이 호응이 좋았다. 통반장은 마침 동작구청에서 실시하는 통장교육이 있어 참나비회원들이 참여하여 500명 통장 중 약 절반가량의 여성통장들에게 초청장을 직접 전달했고, 구청에서 협조공문을 20개 동사무소마다 보냈으나 역시 신청자가 없었다. 그래서 250명을 사업팀이 나누어 동사무소로부터 명단을 받고, 일일이 통화를 했다. 아파트부녀회는 동작구에 약100개 아파트에 초청장과 포스터를 보냈고, 부녀회장과 통화했다.  

초청장을 받고 자발적으로 참가를 신청하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전화로 워크숍의 취지를 설명하고 꼭 오시라고 권유하여 참가자를 조직했고, 여성의전화의 그간 활동과 인지도를 믿고 워크숍에 참여한 분들도 있었다. 일주일에 한 분야씩 우리 지역의 여성리더들을 새롭게 만나가는 데, 매번 이번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실까 설레여 하고, 한편으로 이번에는 몇 분이나 오실까 노심초사하며 한 달 동안 이 사업을 진행했다. 워크숍마다 20~30명이 참가하였다. 우리는 이렇듯 어렵게 만난 분들과 일회성 강좌로 끝내지 않고 서로 가까워지고자 3시간 워크숍에서 90분 강의, 90분 조별작업으로 구성했고, 사업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전체 사회도 보고, 각 조마다 그룹을 이끌어 나가면서 참가자들과 사귀었다. 둘째 날 워크숍에서는 좀더 여성의전화를 알리고, 첫날 참가자 중에 모범이 될 만한 분을 발굴하여 2~3명 사례발표도 준비하시게 하고, 좀 더 심화된 내용의 조별작업을 하였다. 첫날 리더십 전문강사의 강의에 이어 둘째 날 워크숍은 사업팀에서 첫날의 분위기와 흐름을 타가며 계속 기획을 보완하고, 꼼꼼히‘준비된’진행으로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사업팀 회원들 모두가 감동하는 자리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으로 해나갈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우리단체 회원가입도 권유하였다.

참가자들은 내 가슴속에 도전으로 다가온다. “학부모로서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동기를 주었다”, “나로부터 시작되고 참여해야겠다”, “어느 거대 회합과는 달리 가슴으로 마음으로 활짝 열어젖힌 기분이다”, “여성리더의 힘을 느낀다”, “소그룹 토론을 통해 실질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많은 경험담을 접하면서 자신감과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네트워크 형성의 기회가 되어 좋았다”, “역시 모이면 힘이 생긴다”, “내년 수업시간에 활용해 보겠다”, “여성단체에서 하는 일들이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힘이 되고 여성단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더욱 더 풀뿌리로 찾아들어가고 뿌리내리기


작년 활동을 기반으로 2006년 올해는 더욱더 풀뿌리로 찾아들어가고 뿌리내리는 사업을 전개하고자 ‘학교로, 아파트로 찾아가는 마을강좌’를 기획하였다. 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연초 사전 욕구조사와 대상별 워크숍을 열어 동작구 지역에 살면서 느끼는 여성인권, 성평등, 평화의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들어보았고, 사업을 추진해나갈 주체가 되는 강사팀을 구성하였다. 강사팀은 상담회원이자 지역모임 회원들로, 그간의 활동경험으로 다져진 훌륭한 강사이자 풀뿌리 조직가로서 역할을 하였다. 2005년의 대중강좌, 후속모임 운영, 각 분야 리더십 워크숍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였다. 학교로 찾아가는 사업은 학부모회와 교사 워크숍을 통해 꾸려진 후속모임 회원들이 속해 있는 학교를 우선으로 했다. 학부모, 교사, 학생 대상으로 강좌를 열어 성평등의식을 확산했고, 한 번의 강좌가 있기까지 주축이 되는 분들을 몇 차례 만나며 관계를 형성하고, 강좌가 일회성 사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좌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을 갖고자 모색하였다. 아파트로 찾아가는 사업 역시 워크숍에 참여했던 부녀회장을 통해 조직하였고, 평등가족, 평화마을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지역여성 리더십으로 성장하는데 함께 하고자 했다.

오는 9월 16일로 예정되어있는 ‘여성폭력없는 평화마을축제’ 역시 무엇보다도 마을주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함께 준비하고 있다. 우리 단체는 매년 문화제와 캠페인을 개최해 왔다. 행사내용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은 물론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였으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사동, 대학로, 공원 등을 찾아다니며 그곳에 놀러온 시민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곤 했다. 그러나 마을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행사를 만들어가는가 하는 것이 축제의 질을 담보할 것이다. 따라서 기획팀도 1년 6개월 동안 동작구에서 사업하면서 만나 온 지역모임 회원들, 학부모회 임원들, 교사모임의 교사들, 아파트부녀회 임원들로 꾸려졌다. 축제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마을축제를 알리고 참여를 조직하는 과정 자체에서 마을 주민들과의 만남과 사귐, 참여와 소통이 일어나는 축제로 만들어 갈 것이다.       


도시 속 소외된 공간을 서로 소통하는 풀뿌리 공동체로


‘여성이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사업을 하며 느끼는 것이 참 많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간 운영해 온 지역모임과 ‘지사모’가 어느새 이렇게 힘을 발휘하는구나 새삼 실감한다. 지역에 사는 여성들에게 어떤 강좌로 다가갈지, 어떻게 조직하고 진행할지, 강좌 이후의 사귐과 모임에 이르기까지 두 팔, 두 다리 걷어 부친 우리 회원들! 지역모임이 있기에 지역에 찾아들어가는 든든한 디딤돌이 된다. 이렇게 지사모와 지역모임은 지역여성들의 만남의 장, 학습의 장, 실천의 장, 리더십 훈련의 장이 되고 있다.

또한  한 지역을 정하여 집중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본 것이 다른 지역에 모델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 활동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서울여성의 전화에는 강서양천지회가 있어 각 지역모임들에게 하나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듯이, 동작구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다른 지역모임에서 우리 마을에서도 해보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지역 활동의 거점을 구 단위에서 동 단위, 아파트 단위로 더욱 구체화하여 지역에 찾아들어가고자 한다. 우리가 무수히 많이 하는 각종 행사와 교육, 캠페인, 서명 등을 바로 거기서 벌이고 또 벌여나가야 한다. ‘여성이 살고 싶은 동네 만들기’는 앞으로도 가랑비에 옷 젖듯 아주 서서히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 그 모든 다양한 시도와 경험이 우리에게 소중한 밑천과 교훈이 될 것이다.

지역조직사업을 하면서 사무실이 아닌 마을에서 활동을 하였다. 처음엔 그것이 익숙하지 않아 누구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마을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오히려 사무실에 오면 외로움을 느낄 정도다. 항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는 나의 욕구에 기초하여 활동하였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니 십 여년 상근활동을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 풀뿌리 조직가로 살면서 나의 일상과 운동과 일이 통합되는 경험을 하였다. 사실,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어 지역주민들과 만나고 사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그 회원들과 함께 주민들을 만나고 사귀니 금방 친해지고 이야기가 술술 이어져 나간다. 지역회원들을 풀뿌리 조직가로 발굴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나의 역할인 것이다. 또한 사무국 활동가들과 다른 영역의 회원활동가들에게 풀뿌리 운동의 경험을 더 많이 나누고 확산시켜가야 할 과제를 깨닫기도 한다. 

지역모임 회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건져 올리는 키워드는 단연 “활동가의 시선에서 지역여성의 시선으로!”이다. 그것은 비단 상근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사무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회원들도 절감하는 것이리라. 어느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잠자는 곳 일뿐은 아닌지? 회원활동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그동안 살면서 형성된 인간관계가 소홀해지고 주변과 단절되다시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지역여성들이 자신의 삶의 현장을 변화시키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그들을 삶의 현장에서 불러 내오는 방식에서 우리가 찾아 들어가는 방식으로 활동이 변해야 한다. 내가 속해 있는 각종 풀뿌리 모임에서부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기존에 맺고 있는 사람들부터 여성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리더가 되고 촉진자가 되고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풀뿌리 여성들의 경험에 토대해서 풀뿌리 여성들의 언어로 이야기 나누어야 한다. 우리의 성평등 감수성만큼이나 ‘풀뿌리 감수성’을 높여가야 한다.

Posted by '녹색당'
,
※ 이 글은 '2006지방선거시민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열 가지 희망 만들기' 기획사업 중 첫번째 글입니다. 주로 필진은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들입니다. 선거 전까지 '열 가지 희망'을 소소하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지역이 희망이다 :

마을은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호(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


선거 때만 되면 각종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그 공약들을 잘 살펴보면, ‘내가 당선되면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 주겠다’는 투다. 유권자 여러분이 나를 뽑아주기만 하면, 내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는 것이다. 나를 대신해서 좋은 것들을 많이 만들어 주고 좋은 정책들을 실시해 주겠다니 고마운 일이다. 물론, 공약 그 자체가 실현될 것인가 하는 의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 공약들을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불쾌해질 때가 있다. 왜일까?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내용과 선거 후보들의 공약들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배운 바에 의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주인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 즉 시민들이다. 그런데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약은 나를, 우리 주민(시민)들을 지역사회 발전의 주체가 아니라 수동적인 객체로 항상 전제하고 있다. 과연 살기 좋은 지역사회,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인가?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의 몫은 단지 좋은 정치인을 뽑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얼마 전부터 지역사회에서는 ‘마을만들기’라는 말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대구 삼덕동에서부터 시작된 ‘담장허물기’라는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참조하여 비슷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보니, 한 방송국에서도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담장 허물기를 추진하는 과정을 중계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 사업은 마을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그리고 또 하나, 전국적으로 읍ㆍ면ㆍ동 사무소에 설치된 주민자치센터에서 ‘마을만들기’란 이름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을 시행하는 것도 마을만들기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에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듯 하다. 그것은 마을만들기를 주민편익시설 건립이나 환경개선사업 등으로 단순화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담장을 허물거나 빈 공간을 활용해 조그만 쉼터 등을 설치하는 것 자체는 주민들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이웃들 간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분명 공동체적인 마을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등이 줄어들고 주민들 간의 물리적 접근성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마을’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마을’은 고정된 물리적 범주를 지닌 개념이 아니다. ‘마을’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마을’이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지닐 때 형성된다. 따라서 ‘마을’이란 주민들의 공동체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범위에서 결정된다. 이는 ‘마을’이란 범위가 공동체적 범위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을만들기는 단지 물리적 시설 몇 가지를 새로 만들고 개량하는 등의 행위로 만족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주민들이 ‘우리 마을’이라는 공동의 공동체적 유대감을 갖도록 하는 과정을 지칭하는 것이다.

광주에서는 ‘좋은 동네 시민대학’이라는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마을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주민 지도자를 찾아내고 이들을 교육하는 일이다. 무엇을 만들기보다 주민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은 바로 마을만들기가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손에 의해 직접 수행되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서 소개한 대구 삼덕동의 ‘담장 허물기’도 단지 담장을 허무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주민들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서울의 은평구 갈월동과 강북구 미아동에서도 어린이 놀이터를 어린이들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마을만들기가 추진되었다. 쓰레기가 모여 있고 저녁에는 어른들이 술을 마시는 공간으로 변질된 어린이 놀이터를 어린이들이 모여서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뜻있는 인근 주민 몇몇이 모여 쓰레기를 치우고 담벼락을 예쁘게 꾸미는 등으로 놀이터를 개선하였다. 그러나 이 사업은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놀이터에 어린이 도서실을 설치하고 어린이 사생대회와 백일장 등을 개최하는 등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여름에는 동네 주민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여름 밤의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마을이 단순한 물리적 시설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즉, 마을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직접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상부상조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만들어 지는 것이다.

살기 좋은 마을은 몇몇 정치인들의 힘으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 물론, 이들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다. 아니, 마을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지역 정치인들도 자기 몫을 충분히 해주어야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내가 다 해 줄 테니 너희는 나를 뽑아 달라’는 선거구호는 지역사회의 주인인 주민들을 주인이 아닌 객(손님)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사회에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들, 지역사회에서 보다 많은 권력(권한)을 갖고자 하는 이들은 근본적으로 주민들을 대하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주인으로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여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뒤에서 필요한 제도ㆍ행정ㆍ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의 구체적인 발전 계획, 만들고자 하는 것,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 등이 주민들의 입으로부터 분출되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주민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출된 그 욕구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광주 북구에서는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각 동별로 지역사회와 관련한 주민들의 욕구를 분출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렇게 모아진 주민들의 욕구를 주민들은 다시 몇 가지로 압축하고 이의 우선순위를 정하였다. 그 순위를 바탕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어떤 근사한 물리적 시설을 만들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그 과정을 주민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이 ‘우리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살기 좋은 마을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지역사회의 정치적ㆍ행정적 의사결정과정을 독점하고 있는 지방정치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바로 그 독점된 의사결정과정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그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을 자신들의 권한을 활용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주민참여, 주민자치는 결코 구호나 선의의 약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주민참여와 주민자치는 매우 복잡하고 번잡한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마을은 애초에 형성될 수가 없다. 마을이 형성되지 않는 지역은 공동체의 형성이 아니라 소수의 통치하는 자와 다수의 통치 받는 자로 구분되는 억압된 사회구조를 유지시킬 뿐이다. 반면,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일련의 계획이자 실천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 주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후보들의 약속을 꼼꼼히 따져보자는 시민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한 따져보기에 있어 단순히 그 정책의 좋고 나쁨, 실현 가능성 등만 따지기보다는 그 공약 속에 과연 누가 주인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민들을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하고자 하는 이들이 진정한 지역사회의 선량이 아니겠는가?
Posted by '녹색당'
,
아래는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에서 보낸 메일 내용입니다.
9월8일까지 마을만들기 우수 사례를 공모한다고 하네요. 특전도 훌륭하고요.
참고하세요.

===================================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에서 알려드립니다.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속초에서 개최되는 [2007 전국 마을만들기 워크숍]에 마을만들기 우수사례(활동) 공유를 위해 선발대회를 마련하고 공모를 진행하였으나 접수된 사례가 적어 9월 8일까지 공모를 연장하오니 관심있는 마을에서는 신속히 접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수사례는 오래되고 유명한 사례보다 2006년~2007년에 진행된 "신참" 사례를 중심으로 공모하여 마을만들기 활동가와 주민리더를 격려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마련된 것이므로 즐겁게 응모하여 서로 현황과 고민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우수사례로 선정된 지역의 활동가나 주민리더 1인은 일본연수(11월 중순)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주위에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 주민리더, 활동가, 주민자치위원, 공무원, 전문가에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문의 :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윤세홍 사무국장 02-358-2284, 017-266-1973

접수처 : la21@hanmail.net

 

1. 우수사례(활동) 선발대회 개요

○ 목 적 :

- 2007 전국 마을만들기 워크숍 참가들이 공감할 수 있고 교육이 될 수 있는 마을만들기 사례를 발굴하여 공유

-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에게 자긍심을 부여하고, 현장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지혜를 나눔

○ 공모대상 :

- 새롭게 기획단계에 들어가는 사례나 막 시작한 사례를 위주로 함.

- 2006년~2007년에 진행한 사업

○ 공모기간 : 2007년 9월 8일(토)까지 (연장)

○ 공모제출 :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홈페이지(cafe.daum.net/mogisonagi)

이메일 : la21@hanmail.net

우 편 :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동 613-2 3층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 선발대회 :

- 일 시 : 2007년 10월 12일(금) 09:00~12:00

- 장 소 : 강원도 속초시 금호설악리조트 설악홀

  ○ 심사방법

- 1차 서류심사를 통해 본선 진출 사례 선정

- 1차 심사 :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중 워크숍 기획위원 등

- 2차 본선심사는 공개프로그램으로 진행.

- 본선 심사 : 대화모임 사례발표자,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 등

- 본선사례는 응모한 사람들이 사례를 설명하고 심사위원들이 공개적으로 comment나 질문하고 일반참석자도 자유롭게 질문하는 방향으로 심사진행

- 최종시상은 심사위원 심사와 일반참석자 심사를 종합하여 최종결정

○ 시상 및 부상

-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명의의 기념상장

- 선정된 우수사례 추천자나 사업추진 활동가들로 일본마을만들기 연수단을 구성하고 연수비용(총 130만원예상)중 일부비용 차등지원(80~120만원)

 

2. 우수사례(활동) 선발대회 공모신청 양식

○ 제출기간 : 2007. 9. 8(토) 까지 (연장)

○ 제출처 : 이메일 - la21@hanmail.net

우 편 -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동 613-2 3층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담당 : 윤세홍 사무국장)

○ 제출서류 : 1) 우수사례 공모신청서(지정양식) 1부.

2) 우수사례 소개서(A4 10쪽 이내, 사진포함 가능) 1부.

3) 마을만들기 참여 소감(참여주민 중 1인, A4 1~2쪽) 1부.

○ 공모신청서 양식 : 별첨서식 1 활용

○ 사례소개서 양식 : 별첨서식 2 활용

○ 마을만들기 참여소감(a4 2장 이내) : 자율적으로 작성(활동가보다 일반주민 우선)

Posted by '녹색당'
,

커뮤니티 워크를 활용한 마을만들기 / 우치다 유조 (번역: 남원석)
[도시와빈곤] 제82호, 5-23쪽, 2006. 10 / 한국도시연구소


Posted by '녹색당'
,
이 글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이호 소장이 지난 2006년 9월에 강원도 의제 행사 때 발표했던 '마을만들기' 관련 글입니다.
마을만들기의 의미와 원칙적인 부분들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Posted by '녹색당'
,
한국YMCA전국연맹 자료집입니다.

머리말

한국YMCA는 창립 초창기부터 교육사업을 가장 역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국제적으로 "중국Y는 운동식으로 하며 일본Y는 교회식으로 하는데 반하여 한국Y는 학교식"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 후 지금까지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 한국YMCA는 유아로부터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지역 사회를 새롭게 하는 교육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지식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주변의 교육환경이 엄청나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모두가 학습자이며 누구도 학습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학습권'에 대한 자각입니다. 이러한 자각은 기존의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을 학습공간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학령기라는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평생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 혹은 전문가만이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도 변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학습자인 동시에 교사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를 '학습사회'라고 합니다.

저희 한국YMCA에서는 이 점에 주목하고 2001년 민주공동체 실천사업의 하나로 지역 사회 "지혜의 등대" 세우기 운동을 전국 12개 지역에서 전개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혜의 등대"는 학습권을 자각한 시민들이 함께 이루어 가는 학습공동체를 말합니다. 이번 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지역 사회가 다시 학습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근대이후 국민국가가 주도하는 학교가 교육을 집중하면서 지역 사회는 더 이상 학습공동체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지역 사회는 여전히 우리의 귀중한 학습공동체입니다. 이 점에 주목하고 '동네 전체가 배움터'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 주변에 있는 숨겨져 있던 학습자원을 발굴하였습니다. 학습할 수 있는 공간, 서로 배우고 가르칠 의지가 있는 사람, 지역 사회에서 배움의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학습소모임, 학습 프로그램을 조사하여 12개 지역에서 '학습자원 목록집'을 발간하였습니다. 이번에 발굴한 학습자원은 이후 '동네 전체가 배움터'로 거듭나게 하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한국YMCA에서는 기존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습소모임을 학습공동체로서 한 단계 성장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새롭게 학습공동체를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촉매로서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할 것입니다. 이 자료집은 그 작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2001년 10월 31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 남 주

자료목록

제1부 왜 학습공동체인가? 3
학습권론의 형성과 전개 - 김신일 5
지역이 배움터가 될 때 - 김찬호 20
평생학습과 학습공동체 운동 - 정민승 29
학습공동체 운동의 의미와 전략 - 이지혜 37
배움의 연대로 만들어 가는 작지만 큰 일 - 현병호 59
지역 학습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방안 및 과제 - 이수광 62
제2부 학습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실험들 65

제1장 주민들의 학습욕구 조사 67
1. 광양시 중마동, 광양읍 67
2. 군산시 나운동 주공5차아파트 70
3. 남양주시 금곡동 74
4. 마산시 구암동 84
5. 의정부시 의정부2동, 장암동 98

제2장 학습공동체 사례 103
1. 광명지역 103
2. 구리지역 104
3. 남양주지역 111
4. 마산지역 113
5. 시흥지역 115
6. 여수지역 118
7. 의정부지역 118
8. 춘천지역 121

제3장 학습공동체 이야기 125
김순옥 : 전통요리반과 나의 삶 125
김희자 : 동화 읽는 엄마들의 모임『반딧불』을 소개하며 126
문성필 : '백운 글방(배움의 열기가 있는 곳)'에서 자원 봉사하는 보람 127
박일복 : 광양 농협 주부 대학 풍물단 이야기 129
서영옥 : 가까운 문화센터에서 배우는 기쁨 131
석은진 : "그림책 읽는 엄마 모임"에서 커가는 나 132
손귀옥 : "지혜의 등대" 진행 방향과 가능성 133
송봉심 : 나이 든 독학자에게 도움을 주는 백운글방 134
신지은 :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자라나기 136
유선경 : 엄마가 선생님이 되었어요! 140
이명옥 : "지혜의 등대" 활동을 하면서! 141
이승진 : 학습 소모임의 활성화 방안 142
Posted by '녹색당'
,
제목 : 물만골공동체의 도심생태마을 만들기
제공 : 이희찬(물만골공동체 운영위원장)
자료출처 : http://www.greenkorea.org/zb/view.php?id=ecovillage&no=81





Posted by '녹색당'
,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사업과 참여예산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마을만들기와 지역만들기


정부에서 추진하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라는 용어는 몇 가지 점에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수행해 오던 ‘마을만들기’와 차별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과 ‘지역’의 차이이다. 지역은 영어로 area 또는 region이라 번역된다. 이는 물리적인 지역적 범주를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마을은 neighborhood이라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이 용어는 물리적인 지역적 범주를 나타내기보다는 인근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간의 긴밀한 관계를 주로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마을은 community와 더욱 유사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커뮤니티는 그 구성원들의 공동체적 관계를 의미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이라고 하는 것은 특정한 물리적 지역 범주를 설명하기보다는 공동체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주민들의 범주에서 형성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을은 생활권이 일치하고 또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면(顔面)이 높은 그러한 공간적 범주를 갖는다. 따라서 마을만들기로 할 것이냐, 지역만들기로 할 것이냐는 우리가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 지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지 단순히 비슷한 개념의 용어를 달리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민간 차원에서 지금까지 수행해 온 마을만들기는 그러한 점에서 지역만들기와는 차별성이 있는 것이고, 또한 단순히 어떤 물리적인 편익시설을 만들려는 행위 자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마을만들기는 무엇보다도 ‘마을’을 만들려는 의도적 실천행위이다.

이러한 공동체라는 용어는 사람들마다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그 용어의 사용에 있어 공통점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힐러리라는 학자는 이러한 공동체의 공통적 요소로 세 가지를 확인하였는데, 그것은 지역성(locality), 사회적 상호작용(interaction), 공동의 유대(common tie)이라는 것이다. 즉, 특정한 지역에 기반하여 그 구성원들이 상호 안면성이 높은 상태에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들이 같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일체감을 갖는 상태를 공동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이란 공동체의 세 가지 요소가 갖추어 진 집단이 거주하는 공간적 범주를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고, 마을만들기는 바로 그러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마을의 구성요소가 충족되었는지를 어떻게 측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역적 범위의 정도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정도, 그리고 공동의 유대감 정도는 매우 다양한 질적 층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공동체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요소들의 질적 수준이 끊임없이 향상되거나 하락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정태적(情態的) 현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 지속적으로 외연히 확대되고 그 정도가 심화되는 ‘과정’을 밟아 나가는 ‘운동(運動)’이라는 동태적(動態的)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마을만들기는 지역주민들이 자신들과 이웃들의 공동체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즉 마을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지향성을 강하게 나타내는 용어이다. 하지만, 지역만들기에는 그러한 ‘가치’가 생략되어 있다. 지역주민들이 살고 싶은 또는 살기 좋아 하는 지역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주민들은 보다 번듯한 물리적 시설이나 편익시설이 많은 것을 ‘살기 좋은 지역’이라 할 수 있겠고, 또 어떤 이들은 ‘친환경적인 자연조건’으로 ‘살기 좋은’ 지역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는 애초부터 그 사업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이들의 관점에서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고자 하는 실천적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실천의 지원과 기획에 있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어지는 현 정책의 라인은 지역주민들을 지역만들기의 주체가 아니라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을 애초부터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 간의 공동체적 관계가 아닌 편익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라면 누가 주체가 되든 별 상관이 없을 수 있다. 단지, 의견을 수렴하여 참고하는 정도로도 족할 수 있다.



2. 마을만들기의 주체와 과정

마을만들기는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 간의 끈끈한 공동체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에 일정한 방법론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즉,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실천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마을만들기는 누군가 타인에 의해 주민들을 위한 생활환경 등을 만들어 주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마을만들기는 그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또는 살아갈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행정과 외부의 전문가들이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 주는 마을은 진정한 마을일 수 없다. 그리고 우리나 외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부의 누군가에 의해 조성된 마을은 그 구성원들에 의해 곧바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만다. 따라서 마을을 만들어 가는 가장 주요한 주체는 그 마을에서 살아가고 앞으로 살아갈 그 구성원들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 마을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채 진정한 마을로 유지・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실험된 몇 가지 마을만들기 사례에서도 마을을 만드는 주체의 중요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농동의 차없는 골목만들기 사업의 경우 동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되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으나, 동장의 의지에 비해 주민들의 의지는 비교적 수동적이었다. 이에 동장이 바뀌자 이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그에 반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마을만들기는 그 지속적 생명력의 부분에서나 그 주체들의 역량이 강화되는 과정 등에 있어 위의 사례와는 차별적이다. 예를 들면, 마을만들기의 사례 중 가장 유명한 대구 삼덕동의 ‘담장 허물기’사업은 담장을 허물었다는 것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이 사업이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 여기저기에서 주택가의 담장을 허무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삼덕동에서는 담장을 허문 이후의 운동적 실천과정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될 필요가 있다. 삼덕동에서는 담장을 허문 후 만들어진 공간을 단지 주차장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활동 및 잔치(어린이들의 발표회 및 인형마임 축제 등), 마을지도 그리기를 통한 지역의 정체성 찾기 프로그램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강북구와 은평구에서 실시된 어린이 놀이터 만들기 사업 역시 이와 비슷한 마을만들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를 적치하고 어른들이 모여 술 마시는 공간으로 변질된 어린이 놀이터를 마을 어린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하여 실시된 이 사업은 결국 어린이 놀이터를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을 주도한 것은 한 시민단체가 어린이 놀이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조직하여 이들이 직접 이 사업에 팔 걷고 나서도록 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린이들과 지역의 주민들이 이 놀이터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하여 백일장 및 한 밤의 영화제 등 지속적인 공동체 프로그램을 이 공간에서 시도하였다. 결국, 이 사업을 주도한 주민들은 이러한 성공에 고무 받아 다양한 지역사업을 꾀하는 주체로 성장・발전하였다.

이렇듯 우리가 비교적 성공적이라 여길 수 있는 마을만들기의 사례들은 그 주체들이 주민들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그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 내에서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마을만들기에 있어 그 주체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 이외에도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지가 명확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반면, 행정 또는 전문가의 주도에 의한 마을만들기 실천들은 이러한 마을만들기의 의의를 아직은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 건교부에서 추진하는 ‘살기 좋은 도시만들기’와 관련하여 건교부는 대한국토・도시계획 학회에 소속되어 있는 학자들에게 국내외의 사례를 조사토록 하여 그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학자들이 마을만들기와 관련한 일단의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언급한 사례들 속에는 주민들의 주체적 마을만들기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대신 주민 편익적인 시설을 저비용으로 제공한 성공사례들이 주요하게 언급되는 편이다. 이는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주체들이 생략된 채, 시민들을 위한 도시계획의 사례들을 마을만들기로 호도하기도 한다. 물론, 시민들의 참여를 계속해서 언급하고는 있지만, 이들의 주체적 역량이 어떻게 만들기의 과정에서 발휘되는가 또는 이 과정을 통해 그 도시의 주체적 역량이 어떻게 길러지고 형성되는가 하는 운동적 관점이 생략되어 있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마을만들기는 시민들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해 나가는 사회운동의 한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의 마을만들기 관련 전문가가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사례 몇 가지를 평가한 적이 있다. 이 학자는 서울의 청계천과 광주시 문화동의 문화마을만들기, 서울의 성미산 지역을 그 사례로 언급하였다. 이 중 청계천은 시민들의 동참이 생략된, 시민들을 위한 행정의 실천일 뿐이고, 광주시 문화동의 경우에는 단지 특정한 지역을 문화적으로 특화시킨 것이므로 향후 이 지역주민들의 지속적 실천행위의 여부와 그 방향에 의해 마을만들기의 모범적 사례가 될 수 있는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성미산의 경우 행정의 일방적 개발계획에 반대하는 것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향후 이 마을을 어떻게 주민들이 가꾸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학자가 우리나라 사례를 평가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마을만들기는 단순히 주민들을 위한 어떠한 개발계획 또는 일회적인 물리적 시설 및 환경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참여를 배제한 일방적 개발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마을’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대안을 창출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즉,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힘으로 강화하여 자신들의 마을을 자신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지칭한다. 따라서 마을만들기는 지역사회의 풀뿌리운동이 지향하는 일체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으며,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지역사회운동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3. 마을만들기의 실천

마을만들기는 어떤 이념이나 궁극적인 지향점을 나타내는 개념이라 볼 수 없다. 마을만들기는 매우 실천적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것보다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가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실천의 방식과 만들고자 하는 대상은 지역 및 그 구성원의 상황에 따라 매우 창의적이고 다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실천방법을 언급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마을만들기를 실천하는 데에 있어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몇 가지를 언급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 주체의 형성이 필요하다

어떤 사업을 함에 있어 그 주체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주체를 형성한다고 하는 것은, 최근의 실천활동에서 알 수 있듯이, 자주 간과되기도 한다. 즉, 마을만들기의 주체인 마을의 구성원들이 마을을 만들기 위한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만들기의 주체는 결코 시민운동단체나 일부 전문가 또는 전문적 운동가가 아니다. 따라서 시민운동단체나 일부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특정한 지역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 마을의 중심적 구성원이 될 주민들을 우선 조직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주민들을 조직한다는 것은 만들 대상을 결정하기 전에 지역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갖는 주민들을 먼저 모으는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특정한 필요로 도출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 문제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을 모으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로를 거치든 간에 그 마을의 구성원이어야 할 주민들이 모여야 어떠한 실천이라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주체와 그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마을만들기가 상정하는 마을이 결코 만들어 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만들어 진다 하더라고 그 마을이 지속적으로 유지・발전될 수 없다.


▶ 주민들의 생활욕구에 기초해야 한다

마을의 구성원인 주민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욕구가 먼저 명확해야 한다. 즉, 자신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 때, 그러한 욕구를 가진 주체가 나서거나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의 주요한 주체가 마을만들기에 관심을 갖는 사회운동가나 사회운동단체가 아니듯이, 마을만들기 사업의 구체적 주제 또는 소재 역시 주민들로부터 나와야 한다. 많은 경우, 주민들은 자신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욕구가 무엇인지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라도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해보도록 자극하는 작업(다양한 방법의 조사나 프로그램 등을 통해)이 우선되어야지, 조급하게 주민들에게 특정한 주제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경우, 비록 특정한 사업 한 가지는 잘 수행할 수 있을지라도, 주민들의 주체적인 지속적 행동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민들의 생활욕구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환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활욕구는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일 수도 있고, 때로는 개별화, 익명화되어 있는 도시에서의 삶을 보다 공동체적인 관계가 풍만한 삶터로 바꾸려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을을 구성할 주민들이 과연 어떠한 대상을 어떠한 내용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 구체적인 실천사업이 필요하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구체적인 실천활동을 통해서 진행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장을 마련하고, 그를 통해 수렴된 주민욕구를 해결하는 실천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실천활동이라는 것이 막연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마을만들기가 주로 물리적인 환경 및 시설을 개선하고 설립하는 분야에서 주로 실천되는 것은 그것이 가시적으로 매우 명확한 실천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주민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지 애초에 바라던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구체적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그마한 일이라도 전체 사업을 이루기 위한 각 분야의 역할이 참여자들 모두에게 주어져야 그 사업이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전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단지, 주민들에게 의사결정권한만 준다거나 실천꺼리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에서부터 실천에 이르기까지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참여자들이 각자의 구체적 역할을 맡을 수 있을 때, 마을만들기는 가시적 성과의 여부를 떠나서 마을을 건설하고 지속적 발전을 위한 주체적 역량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4. 마을만들기와 주민참여예산

1) 주체의 형성과 그들의 욕구로부터 출발

앞서 마을만들기에 대한 설명은 지방정부의 예산기획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한 주체와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그 구체적 실천의 소재에 있어서도 물질적 시설뿐만이 아니라, 문화・역사 등의 비물질적 소재도 중요한 실천꺼리로 활용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서 지역의 발전과 자신들의 삶의 질 발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마을만들기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즉, 주민들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자신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해 발전의 구체적 실천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는 매우 유사한 주체 설정과 과정을 보여준다.

마을만들기는 무엇보다도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즉, 전문가들이나 전문적 운동가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주민설득을 통해 이루려는 시도는 참여 주민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 주민참여예산 역시 이와 비슷하다. 아무리 공적인 지출에 대한 필요성이 있더라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의 예산책정이 이루어져야 주민들의 주도적 참여가 보장될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모범적 사례로 거론되는 브라질 뽀르또 알레그리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뽀르또 알레그리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브라질 노동당의 전 시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지출의 우선순위와 주민들이 원하는 지출의 우선순위가 다르자, 과감하게 주민들의 지출 우선순위를 보다 앞에서 배치하였다. 결국, 몇 년이 지나면서 주민들 스스로 전 시장이 생각했던 시급한 재정지출 사항인 대중교통체계 개선을 제시하게 됨으로써, 시장의 이러한 판단이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주민참여예산에서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직접 그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 참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토론장을 조직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지방자치단체가 하나 둘 늘어가지만, 결국 핵심적으로 발생하는 걸림돌은 주민들의 참여와 이를 통한 토론의 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과 매우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마을만들기와 주민참여 예산은 모두 다 공개와 공모의 원칙으로부터 시작되어야 그 사회적 의의가 달성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사업 모두에 있어서의 핵심은 참여의 주체를 형성하고, 이 주체들이 참여하고픈 일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이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가능하고, 또한 자신의 참여에 보람을 느낀 주민들의 지속적 참여가 가능하다.


2) 참여자의 역량강화

마을만들기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 실천을 통해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주인으로서 자신들의 위상과 역할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하는 민주시민 교육 및 훈련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역사회에 잠깐 ‘빌붙어’ 살고 있는 사람이냐 아니면 진정한 주인이냐 하는 것의 위상과 역할의 차이는 가옥주와 세입자의 경우를 빌어 잘 설명할 수 있다. 세입자는 자신이 사는 집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 문제의 해결을 집주인에게 요구한다. 하지만, 가옥주의 경우에는 자신의 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기꺼이 자신이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된다. 마을만들기는 그 참여자들로 하여금 바로 이와 같은 ‘가옥주’로서의 자기 위상을 실천을 통해 인식케하는 과정이다.

참여예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참여예산은 그 참여자들로 하여금 지역사회의 주인으로서 자기 위상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뽀르또 알레그리에서는 참여예산제가 실시된 이후 자신들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세금을 내지 않던 불법 정착민들이 자진해서 세금을 내겠다고 시정부에 신청을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참여예산이든 마을만들기든 그 실천의 과정에서는 참여자들의 주체적 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의 기능을 명확히 설정하고, 또 그러한 기능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지역사회의 변화는 주민들이 스스로의 주체적 힘을 가질 때에만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역시 다양한 주민들의 참여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면 제각기 다른 이해와 요구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의 배타적 이해는 공동체의 공공 이해로 귀결되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과정은 매우 번거롭고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론장에서 다양한 이해가 충돌하고 그러한 충돌과 갈등을 봉합해 가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의 이해를 공동체의 이해와 조화시키는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주민들, 시민들이 그 지역사회의 주인이라는 것은 배타적 소유권이 아니라 공동체적 소유권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참여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해와 이웃의 이해를 조화하는 과정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가장 최적의 교육・훈련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지역사회운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민조직화가 지향하는 핵심적 가치 중의 핵심적 내용이다.

정리하면, 마을만들기와 참여예산은 모두 참여자들의 개인적 역량을 육성하고 이를 집단적 역량강화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효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는 바로 지역사회운동이 지향하는 운동적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마을만들기나 참여예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실천되는 많은 마을만들기 사례나 참여예산의 사례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도록 의도적이고 세심한 계획의 수립과 실천, 그리고 핵심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집요한 실천을 통해 이러한 과정은 서서히 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사회운동(社會運動)이 과정을 말하고 있듯이, 바로 그러한 실천과정 그 자체가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실천하는 사회운동의 핵심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3) 행정과 전문가와의 관계 고려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 중에서 간혹 지나친 주민참여의 강조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원칙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핵심적 가치를 현실적 어려움으로 포기하려는 것은 과거 행정이 주민들을 동원의 대상 이상으로 설정하지 않으려는 이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당장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러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아야 미래가 보인다. 하지만, 당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현실적 판단만을 하게 된다면, 10년 후 우리의 지역사회운동 기반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술적 실천은 유연하게 채택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전략적 가치를 구체적 실천 속에 녹여내려는 노력은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예산이나 마을만들기가 전문가나 행정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여기서 주도한다고 하는 것은 그 실천에 있어서의 주도뿐만이 아니라, 결정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마을만들기에서 행정과 전문가의 바람직한 역할은 주민들의 주체적 결정과 실천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는 시민단체의 활동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를 간단한 그림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즉, 행정의 역할은 주민들의 실천활동에 행/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실천활동에 안정성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주민들에게 이러한 실천활동의 동기를 부여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동기부여란 주민들의 참여에 대한 권한 부여를 통해 가능하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및 그 활동가들의 역할은 주민들의 참여를 조직하고 행정과의 관계를 중재하며, 참여한 주민들의 의견과 욕구를 조정하고 이를 통합하여 실천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해 주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먼저 주민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줄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는 행정의 동기부여와는 달리 주민들에게 그들의 필요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5. 마을만들기식 참여예산 실천

예・결산에 대한 감시보다도 더욱 적극적인 참여예산은 그만큼 제도적 보장을 더욱 필요로 한다. 따라서 참여예산에 관심 있는 주체들은 그 제도를 만드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제도를 만드려는 노력과 더불어 그 제도의 내용을 채우기 위한 주민참여를 조직하는 일은 제도를 만드는 일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참여예산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마을만들기와 결합된 방식의 사업을 구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즉, 단지 예산을 책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이를 직접 실천하는 영역으로까지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뽀르또 알레그리에서도 이러한 사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뽀르뽀 알레그리시의 한 빈민가는 주민들이 먹고 살 길이 없어 마약을 판매하는 범죄의 온상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스스로의 자활을 위해 재활용사업장을 만들고 이를 위한 예산을 시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자신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었고, 나아가 마을에 도로를 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등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단지 예산을 지원받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 없고, 주민들 스스로 자활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또한 한 빈민가에서는 열악한 주거와 기반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지구재생사업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지구재생사업이란 단지 주거환경의 개선뿐만이 아니라, 교육, 복지, 위생, 치안, 소득 등의 지역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의 주체로 자신들을 조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참여예산이 단지 예산 기획에 있어서의 주도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산의 집행에 있어서도 주민들의 자발적 실천에 의한 가시적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진정한 지역사회의 변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만들기와 주민참여예산이라고 하는 것은 비슷한 사업이라는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운동에, 지역사회 발전에 있어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주체들이 같다는 것이며, 보다 구체이고 대안적인 사업을 통해 이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어떻게 기획하고 조직하느냐 하는 것이다.

_M#]



Posted by '녹색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