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장인홍(지방자치위원장)
인텔사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었던 무어는 18개월마다 컴퓨터의 성능이 두 배로 상승한다고 말한다. 소위 ‘무어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이 법칙은 이론적 토대라기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법칙이다. 그 과정이 어떠하든 최근 50년간의 상황은 ‘무어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그만큼 컴퓨터 성능은 다른 어떤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무어의 법칙’만큼 빠르게 변해왔다. 인터넷이 은폐된 정보를 드러내고 교류함으로써 유수한 거대 기업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급기야 정권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10년 전에 상상이나 했겠는가? 금강산으로 관광을 가고, 남, 북 정상들이 뜨겁게 포옹한 한 컷의 사진은 더 이상 ‘북한’이라는 금기시 된 동토의 땅을 더 이상 낯설게 만들지 않는다. 손에 꼽을 만큼만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련한 과거의 향수처럼 느껴지는 것은 빠른 템포의 변화를 체제내화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아니 5년 후의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것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왜냐하면 현실이 미래예측보다 더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시민사회운동의 형태도 조금씩 변해왔다. 공중에서 지상으로 연착륙하고 있고, 다루는 주제도 넓고 깊어졌다. 중앙정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방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운동의 연장선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것도 운동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떠올리면 녹록치 않은 과제로 떠오른다. 29만 원이 전 재산이라던 전두환이 저렇게 떵떵거리며 호화 골프장을 들랑대고, 친일세력은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분단된 조국의 민족문제, 통일문제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이기도 하다.
구로시민센터는 본질적인 문제로 야기되는 민족문제의 실마리를 지역에서부터 풀어보려 한다. 스스로를 ‘지역시민운동’으로 규정하면서 회원들과 단단한 일치성과 결합력을 바탕으로 통일의 과제에 천착하고 있다. 지역에서 통일이라는 과제를 정서적이고 문화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인홍 지방자치위원장의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통일의 과제, 민족의 과제, 정치세력화의 과제를 좀 더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역운동단체로서 민족문제를 중심에 놓지 않고 주민지도력, 공동체, 주민자치 논의만으로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가 고민하는 지점들이 무엇인지, 또 구로시민센터의 전망이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그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구로시민센터의 역사를 간략하게 물었다.
“저희는 97년 6월에 문을 열었으니까, 만 7년 됐나요? 만 7년 저도 됐죠. 물론 정식으로 구로시민세터 개소하기 전에 한 몇 년간, 한 2년인가, 모색기간이 있었어요. 그 때, 구로지역에 있는 여러 단체들에 구로시민센터를 만들었던 창립멤버들이 여러 곳에서 나눠 있었죠. 노동조합 활동가들도 있었고, 노동운동 외각 단체도 있었고, 통일운동 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뭔가 사회변화 고민들을 하시면서 한 1년 반, 2년 가까이 모색기간을 거치면서 지역운동, 이런 화두를 붙잡고, 그 때 또 고민했던 것이 뭐라고 할까요, 운동의 대중 토대 강화, 상근자들만 있거나, 이런 것이 아니라 광범한 주민들 속에 튼튼하게 뿌리 내리고, 이런 것과 또 사회운동 세력들의 표현하면 정치세력화라고 할까요, 이렇게 두 가지 정도 화두를 붙여서 지역운동을 하자, 이렇게 해서 문을 열었는데, 사실 우리가 이렇게 나가봐야겠다고 하는 장기적인, 구체적인 플랜을 가지고 도전했다기보다는 지역운동이라는 화두만을 붙잡고 한 7년 정도 오면서 많은 성과도 있었고, 한계도 있었고, 그래서 저희 스스로가 저희를 규정한다고 하면, ‘지역시민운동’, 그렇게 개념화돼 있는지 모르겠어요. 보통 시민운동, 지역운동은 있지만, 지역시민운동이란 개념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그런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죠.”
장인홍 위원장은 구로시민센터의 창립멤버다. 창립 전 모색기간까지 치면 10여 년을 달려온 것이다. 구로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 곳을 떠나지 않았으니, 거의 토박이 수준이다. 장인홍 위원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회원들, 활동가들, 간부들 중 한두 명을 빼고 모두 구로에서 살고 있다. 지역에서 운동을 하려면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는 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추가로 조직의 모양새에 대해 물었다.
“일단 회원단체죠. 회원단체인데, 저희가 정회원이 있고, 자료회원이라고 있어요. 정회원은 일주일에 1회 이상씩 자기 소속 모임이 있고, 거기서 활동을 하는 분들, 이런 분들을 정회원이라고 하고, 자료회원은 저희가 각종 강좌를 할 때 왔다 갔다 하시는 분들이라거나 기타 저희와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관계를 맺고 있는, 정기적으로 소식지나 행사 있을 때 안내하고 소식지를 발송해주는 분들. 정회원은 현재 120여 분, 자료회원은 한 1400-150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렇고, 저희 내부에 사업 단위들이 있죠. 제가 책임자로 있는 지방자치위원장, 백해영의원과 공동위원장이고, 그리고 교육환경위원장이라고 해서 주로 자녀 교육, 그 다음에 생협, 이런 쪽과 관련해서 주부들 모임이죠. 그 사업 단위가 회원도 제일 많죠. 그리고 사회복지위원회라고 해서 자원봉사라든가, 그 다음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들 대상으로, 대표적인 것은 자활후견기관을 사회복지위원회에서 관할해서 하고, 그것이 사업체계고, 물론 거기에 문화위원회가 있어서 각종 동호회들, 기타 동호회라든가, 산악회, 미술반 이렇게 동호회들이 있고, 부설기관으로 어린이집이 두 개 있고요, 서점이 있고, 아이들 전문서점이고요, 자활후견기관이 있고, 그리고 구로 시민생협이라고 해서 있고, 그것이 현재 구로시민센터의 모양이라고 할까요.”
지역운동 단체 중에서 120명 정도가 일주일에 1회 이상씩 소속 모임을 갖고 있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그뿐 아니라 각종 위원회와 부설기관 등 조직체계도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7년간, 활동가들의 땀방울이 눈에 선했다. 회원들의 회비납부 체계도 매우 독특했다. 회원의 회비는 월 4,000원이다. 각 분과에서 회비를 걷어 조직으로 납부하는 의무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의무금 제도이므로 납부율이 100%를 자랑한다. 회비 액수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납부율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근자는 6-7명, 어린이집 등 부설기관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합치면 26명 정도 된다고 한다.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이다. 장인홍 위원장은 구로시민센터의 역사를 말하면서 ‘지역시민운동’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그래서 그 개념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글쎄요. 용어상의 차이만큼 저희가 스스로 표현한 ‘지역시민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별다른 분석적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일단, 그런 것 같아요. 지역시민이라는 개념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존에는 주민,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었고, 그리고 계급계층적 성격, 여성, 청년, 그 다음에 노동자, 이렇게 있는데, 지역시민이라고 하는 객관적인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냐, 그래서 그것은 저희가 해보니까 조직화가 가능하다, 그런 생각을 가졌고, 굳이 기존의 다른 단위와 차별성이나 구별정립에 있어서 말씀을 드리면 참여연대나 경실련이나 소위 말하는 중앙적 시민운동 단체들은 그야말로 지역적 토대들이 취약한 측면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저희가 생각할 땐, 그 분들은 그 분들의 역할이라고 보는데, 어떤 사회운동을 하던 간에 한국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민족문제와 통일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라는 거고, 시민운동도 끊임없이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접근하고 해야 한다. 참여연대에서 통일 관련된 사업단이 있긴 합니다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기존의 시민운동에 대해서 지역적 토대 부분과 한국사회의 근본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다가가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거고, 그런 차원에서 지역차원의 지역시민운동에 그런 부분을 녹여내서 총체적으로 성장하고 특히나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지역적으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21세기적 여러 가지 과제들이 있잖아요. 환경, 교육, 이런 모든 부분들이 이제는 정치적으로 풀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그런 내용들을 좀 모아서 이런 것들을 지역시민운동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단순히 지민운동 얘기하고, 주민지도력 얘기하고 공동체 얘기하고, 그런 것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제한되어 있다고 보는 거죠. 지역시민운동이 크게 보면 한국사회에 아직까지는 미약하다고 봐요. 한국 사회운동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노동운동, 농민운동, 여성운동 기타 다른 사회운동들이 있고, 그렇지만 지역을 근거지로 한 지역시민운동이 정착되고, 그러한 단위들이 좀 서로 전국화 되기도 하고, 그랬을 때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정치세력화의 과제, 통일의 과제, 민족문제 해결의 과제, 이런 것들이 좀 더 확장되고, 그런데 대부분 보면 지역운동 단위들이 전국에 많이 있는데, 지방 같은 경우는 다르지만 서울 같은 경우는 빈민운동에서 출발한 단체들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주민지도력, 이런 쪽에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희가 봤을 때 부족하고 제한적이라는 느낌이 있고, 물론 당하고 연결돼서 하고 있는 관악 같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장인홍 위원장은 지역에도 조직화할 수 있는 ‘지역시민’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본다. 중앙 시민운동단체의 취약한 지역적 토대를 탄탄히 함으로써 한국사회의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의 시민운동적 성격을 띠면서 지역을 토대로 주민과 밀착한 운동을 전개한다고 이해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어쨌든 저희가 해마다 민족문제와 관련해서 시민운동단체가 약화되었고 약한 측면인데, 저희가 1년에 한 번씩 통일잔치를 하는데, 이번에도 그것을 준비하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6.15공동선언을 기념하는 행사를 구청 광장의 차들을 다 치우고 열린음악회 형식으로 하는 거죠. 주민들 한 5,6000명씩 오고 그러는데요, 뭐라고 할까, 통일이라고 하는 것이 지역에서 정서적이고 문화적으로 접근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으레 주민들은 그 때 되면 구로구청 광장에서 통일을 기리는 열린음악회가 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얘기하고, 이번에 룡천 돕기 이런 문제가 접근되기도 하는데, 그런 행사를 꾸리기 위해 추진위원들을 저희가 만드는데 추진위원들이 성금을 만원씩 내도록 하는데, 추진위원들을 1,000명씩 조직해서 성금으로 그 행사를 치루기도 하고, 이런 사업들이 가능하더라고요. 그런데 관악, 동북여성민우회 등의 단체들이 한국사회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도 많은 성과들을 내고 잘 되고 있지만, 그런데 뭔가 한국사회 운동에서 그런 부분을 뺀 사회운동, 시민운동이 됐든 무슨 운동이 됐든 제한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죠. 어차피 우리가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잖아요. 끊임없이 그러면서도 지역활동가들이 자기의 방향을 어디로 위치지어야 하는 것이냐 했을 때에는 주민자치도 좋고 뭐도 좋고 다 좋은데, 그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겨냥해야 할 방향, 분단된 사회의 통일문제에 접근하고 노력하지 않는 한, 저희가 봤을 때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장인홍 위원장은 운동의 중심을 놓친 ‘공동체’나 ‘주민지도력’ 논의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것이 하나의 중요한 범주로 인식될 수는 있으나 ‘전부 다’라거나 ‘본질’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그에게 연이어 질문을 던졌다. 왜 ‘주민’이라는 용어 대신 ‘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지.
“글쎄요. 저희가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주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봐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객관적으로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실체가 존재한다 라는 거죠. 그런 개념이나, 그런 운동들이 존재하는 거고, 따라서 우리는 그런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는 거죠. 주민운동이라고도 쓰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좀 일반 주민에게 잘 이해되지 못하지 않느냐, 시민운동이라고 하면 잘 이해되는데, 그런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각인된 시민운동이라는 실체가 존재한다, 이것을 지역 차원에서 그런 과제들을 실현해 내고, 21세적 사회에서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지역시민운동의 시민이라는 것이 지역단위를 조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계급계층적 성격을 떠나가지고. 그 대표적 집단이 주부들, 또 저희가 최근에 해보니까, 아버지들도 조직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아동들, 청년들은 조금은 좀 세력의 특성도 있고 그래서 지역과 연관된, 특히 대도시에서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어쨌든 스스로 운동의 개념을 규정한 것은 애매함보다는 나은 것 같다. 일반 주민들이 ‘시민운동’에 더 친근하고 더 잘 이해하고 있다면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특히 경험을 통해 객관적인 ‘시민’이 존재하고, 시민운동도 존재한다면 말이다. 주제를 바꿔 구로시민센터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물었다. 조직의 성격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을지 듣고 싶었다.
“글쎄요. 장점이라고 한다면, 저희가 인제 뭐라고 할까, 일단은 저희 회원들이 거의 100%로 활동가를 다 포함해서 이 지역 주민이라는 거죠. 주요 활동가들은 대부분 노동운동을 했거나 학생운동도 하고 이런 저런 사회활동을 거의 15년, 10년 했던 사람들이지만, 어쨌거나 이 지역에 살면서 지역주민으로 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지역과의 결합력이나 지역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그런 것이 하나 있고요, 그다음에 일치성들이 높은 것 같아요. 처음에 시작했던 분들이 만들 때는 30여명 정도가 상당히 정서적 일치감이 높은 상태에서 출발을 했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고, 사업적으로 지역에서 시민운동하면서 통일을 생각한다는 것, 그런 것을 끊임없이 접근하려고 한다는 것, 물로 지역시민운동을 어떻게 표현하든 간에 정치세력화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 늘 같이 고민을 하고 실제로 시도들도 하고, 성과도 냈고, 한 것 같아요.”
예상했던 대로, 회원들의 일치성은 부러워할만 했다. 그런 일치성이 구로시민센터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규정하고 있었고, 구로시민센터의 자신감의 발원이기도 했다. 주제를 또 바꿔, 장인홍 위원장이 맡고 있는 지방자치위원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그 전에는 ‘지방자치위원회’였다가 ‘참여자치위원회’로 이름이 몇 번 왔다 갔다 했는데, 지금은 좀 그런 기능이 분리되어 있지만, 사회 참여적 기능과 지방자치 기능, 예를 들면 전국적 사안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뭐, 총선시민연대라든가, 이런 것들, 또 요즘 같은 경우는 용천 돕기 사업이라든가, 탄핵 같은, 사회 참여적인 사업이라든가, 그리고 구로 지역의 권력 기관들, 정당, 구로구청, 구의회, 이런 것에 대한 감시 견제 활동, 이런 것을 포괄해서 사업단에서 하고 있는데, 지금은 사회 참여적 기능은 좀 분화되고, 지방자치적 기능들, 가장 큰 것은 의정감시활동, 지역 현안 해결 사업들, 그 다음 신문 발행, ‘구로 사람들’이라고 월 1회 신문 발행하는 것도 있고요.”
주로 의정감시와 지역 현안 문제 등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주민자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주민자치라는 것이 있는데, 그야말로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변화 발전을 주민들이 참여해서 자신들의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솔직하게 몇 년간 그런 활동을 해보면서 저희가 빈민운동적인 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고, 최근에 주민자치센터를 보면 상당히 어렵다 라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거나 또는 그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개념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단히 제한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 거다, 하는 것이죠. 제가 보기에는 그런 풍토들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필요한 시간에 우리의 노력이 더해질 텐데, 뭔가 그런 개념들을 잡고 지역에서 잘 그려지지 않는 상태, 저희가 주민자치위원회에 여러 개 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모임도 있거든요. 대부분 한 명 두 명, 다 관변인사들이 차지하는데, 실효적으로 접근하자, 그래도 주민자치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목적들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순간 앞이 깜깜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실효적으로 접근하자,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이 한 두 가지는 있다, 이런 정도로 접근하고 있고, 저는 주민자치라고 하는 것이 행정적인 측면, 이런 것과 결부되면 지금 시점에서는 대단히 허구적인 개념일 수밖에 없고, 저희는 생협이라든가, 우리와 연관된 적어도 우리와 관계된 주민조직들이 더러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구로 3동, 4동에 마을문고가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물론 외형적 틀은 3동 같은 경우는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것을 만들고 이끌어나가는 것은 저희가 하고 있거든요. 4동도 마찬가지고요, 이 속에 자원봉사들이 다 저희 회원들이고요, 다 동네 안에 있거든요. 여러 가지 교유도 하고 한단 말이죠. 그러니까 현 단계에서 우리가 그리는 주민자치라고 하는 것은 그런 정도일 거라는 거고, 동네 문제를 다 모여서 해결하는, 현재에도 행정체계가 있잖아요. 통장, 반장, 이 체계를 대체하거나 이것을 능가하는 뭔가를 지역에 따라서 특수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을 일반화하기엔 현 단계에서는 주민자치를 구체적으로 논하기에는, 모르겠어요, 저희 경험으로서는 상당히 좀 그렇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저희 생협 마을모임, 마을 문고, 학교에도 명예교사로 다 들어갔는데, 또 학교 운영위원회 이런 곳에 다 들어가 있죠. 그 단위 단위들끼리, 학교의 문제, 마을문고 운영하면서 이렇게 접근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오히려 저희한테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이고 사업적으로 다가오지, 주민자치 이렇게 했을 때, 공동체 그러면 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모르겠어요,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경험상 그렇게 생각해요.”
주민자치를 표방하고 지역활동을 전개하는 활동가들의 고민은 장인홍 위원장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민자치 개념에서 어디에 포지션을 두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도시 속에서, 농촌 속에서, 도농복합 지역에서 어떤 상으로 그려져야 할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인홍 위원장은 실효성에 방점을 둔다. 의도적인 ‘주민자치’의 표방보다는 각각의 영역에서 시나브로 참여하고 바꿔내는 것이 어쩌면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활동일 수 있다. 특히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주민자치’의 상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장인홍 위원장은 말한다. 그래서 구로시민센터의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대도시라는 생활양식이 참, 어려운 조건인 것 같아요. 문제라기보다는 그런 양태 때문에 대도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저희가 어떻게 보면 그런 지역사회 속에 주요한 모임들에 접근하는 방식이죠. 운영위원들 한명 배출했다가, 이제는 많아졌는데, 저도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이에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죠. 어쨌든 참여해서 변화시키는 거죠. 구로가 아직까지 많은 분들한테 살고 싶은 곳보다 떠나고 싶은 곳으로 인식되거든요. 지역 이미지라는 것도 있고, 교육문제, 그래서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명문 고등학교를 유치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선거 때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방식보다는 그렇게 해서 될 일도 아니고, 학부모 참여, 학교 참여, 등을 통해 학교의 작은 변화들, 예를 들면 한 학교의 학급 준비물 예산을 구로에서 전국에서 최고도 대주고 있거든요. 40만 원 받고 했는데, 이제는 그 학교는 아이들 아침마다 색종이 사고 이런 것 다 없앴죠. 학교에서 다 예산을 한단 말이죠. 이 쪽이 강남과 비교해서 아이들 학력수준이 떨어지는 이유가 딴 게 아니라, 예를 들면 강남 부모의 관심으로 사교육이 발달했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부모들이 맞벌이 하니까 자주 못 가요. 그래서 아침에 준비물을 못 챙겨 와요. 색종이도 한 반에 35명인데, 10명이 못 챙겨 오며, 정상적으로 수업이 안돼요. 한 두 번은 괜찮은데, 6년 동안 쌓이면, 이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런 것을 지원해 주는 곳이 없잖아요. 그러한 노력들, 그렇게 학교를 변화시키고, 그리고 도서관 살리기 운동, 이런 거, 학부모가 참여해서 자원봉사도 하면서 아이들 책을 많이 읽게 한다거나, 각종 프로그램을 한다거나 이런 노력을 통해서 실제로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한 학부모 참여운동을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주민자치센터 같은 경우도 각 동마다 수많은 관변 인사가 한 두 명씩 밖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들어가서 싸우기도 하고 일 열심히 하기도 하지만 잘 안 되잖아요. 시민단체가 하니까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이런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거죠. 그러면서 우리의 입지를 높여가는 거죠.”
구로시민센터는 구로시민센터 나름의 방식으로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었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아니,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지역적 특성, 조직의 특성, 멤버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접근되고 있었다. 구로시민센터도 하나의 모델이다.
장인홍 위원장의 인터뷰 중, 정치세력화에 대한 언급이 자주 있었다. 실제로 구로시민센터는 지방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고, 현재도 지방의원 1명 배출되어 장인홍 위원장과 함께 공동 지방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왜 지역정치에 관심을 보이는지 물었다.
“저희 시민단체들이 지역에서 여러 가지 비판세력, 견제세력들로써 있지만, 정말 그것만으로 한계가 있죠. 저희가 지역정치에 참여하려고 하는 것은 시민운동의 연장으로 이해하는 거예요. 보다 더 제도적으로 실효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 참여하는 것인데, 98년도에 백해영 의원이 나왔다가,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결과로 앞서가다가 투표율이 50%가 안 되니까 45표 차이로 떨어졌어요. 그리고 2002년에 구로3동에 제가 나갔었고, 구로4동에는 백해영의원이 나가서 당선되시고, 저는 12표 차이로 떨어지고요.(웃음) 가슴이 쓰라리죠.(웃음)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알게 되고, 오히려 이후 시민운동을 하면서 손해도 입히기도 하고, 그렇죠.”
장인홍 위원장도 지난 선거에 출마해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12표 차이. 단체의 입장에서 지역정치 참여가 어떻게(긍정적, 또는 부정적) 작용했는지 물었다.
“물론 선거라고 하는 것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거기 때문에 후유증도 있죠. 하지만, 제가 동북여성민우회 글 보니까, 배출한 의원과의 관계에 많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저희는 상대적으로 중심을 여기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없고, 그렇지만 실제로 의정활동과 여기 활동가 매치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의정활동의 바쁜 것을 여기서 대행해줄 수 없는 것도 있긴 하지만 중심을 구로시민센터도 박고 있기 때문에 그런 어려운 점은 없는 것 같아요.......외부에서 정치집단으로 보는 부분도 있긴 해요. 특히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는 집단들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데, “쟤네들은 뭐 무엇을 위해 정치하려 하지”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만 회원들한테는 그런 것은 없습니다.”
장인홍 위원장에 따르면 지역정치에 거부반응이 있는 회원들은 없다고 한다. 조직의 일치성은 대단했다. 의원과 단체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물었다.
“백해영 의원은 일주일에 한 번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그 다음에 지방자치위원회 모임에 참여해서 본인이 한 일을 보고하고 같이 공유하고, 이렇게 하고 있죠.......지금까지 트러블은 없었지만 어려움은 있어요. 암만해도 의회에서의 활동이 거의 혼자한테 맡겨지다시피한 측면에서 본인이 움직이기 어려운 한계가 있죠. 하나는 구의회 내에서 숫자적인 측면에서 뭘 해보려고 해도 항상 깨지니까, 그런 것이 하나 있지만, 그러나 군계일학이에요. 활동 내용이나 모두 인정하고 있어요.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내용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그래서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그런 측면은 있죠.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러나 그러한 일상적인 활동을 우리가, 예산 분석을 같이 하거나 그렇지는 못하죠. 그런데 서로 매치되는 가치들, 연말에 다루는 의제들, 의회방청을 하니까 저희가 분석을 같이하는 경우는 있는데, 일상적으로는 같이 한다기보다는 보고하고 어려운 점이 있으면 같이 고민하는, 이런 정도의 공유를 나누는 정도지, 이 구조에서 그것을 실현한다 라고 보면, 그것은 좀........많은 부분은 개인한테 맡겨져 있다고 봐야죠.”
단체와 의원의 관계가 끈끈한 이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의원 스스로가 자기 뿌리를 단체에 두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 상근 활동가처럼 전업으로 상근 활동을 하고 있었다. 회의 구조에 당연히 참여함으로써 의정활동을 자연스럽게 회원과 교류하고 있었다. 철저히 의정활동과 운동을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정식 평가의 자리가 매번 회의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은 생겨요. 서로 약간 뭐라 그럴까, 따로 논다 그럴까, 항상 이런 점은 고민이 돼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이 돼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 것 같고, 그런 조건에서 많은 부분들이 개인의 활동에 놓여져 있고, 또 하나는 개인이 끊임없이 센터 운동에 대한 일치성을 갖고 경각심을 갖고, 자각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고민하는 거죠.”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최대한 탄탄한 멤버십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비밀이었다. 말은 쉽지만, 구로시민센터만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을 던졌다. 정치세력화를 얘기하면서 운동의 연장이라고 한 부분에 대해 무게중심은 어느 쪽인지, 정치세력화의 개념은 무엇인지 물었다.
“무게중심이라고 보다는, 간단하게 보면 정치를 하는 거죠. 정치라고 하는 것이 정당을 끼고 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정치, 평화정치 다 포함되는 건데, 그런 영역들이 특히나 지역 권력에 접근하는 문제들이 선거라는 공식적인 행위를 통해서 이제는 가능해졌다는 거죠. 그래서 시민운동, 지역시민운동 집단들이 그런 것을 제외한, 이런 것을 고민하는 집단도 있죠. 시민운동이 정치참여에 대해서. 저는 뭐 그것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 않고, 그것이 다 연결되어 있고,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된다, 라고 하는 거죠. 방식은 기성정당을 끼고 하는 것은 아니고........그런데 그런 것은 있어요. 그게 전부다, 라고 하는 것은 과한 거고, 우리 활동의 주요한 한 측면인 것이지, 그것 전체가 목적을 위해서 한 사람 의원 만들기 위해서 한다는 것은 아니죠....... 광진의 민동세 처장 같은 경우는 그런 고민을 하더라고요, 단체의 역사성이나 고민의 축들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 있고, 그런 것들을 우리가 이런 것이다,,라는 결론을 제시하기엔 좀 그렇죠.......저희는 한 7년 오다보니까, 봉착 됐다기 보다는, 우리 회원 중에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하던데, Level Up, Upgrade 지금까지 1단계라고 한다면 2단계의 구로시민센터의 전망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이런 고민들이 돼요.”
그렇다면 Upgrade의 과제는 무엇인지 물었다.
“글쎄요, 우리가 초창기에 했던 근본적인 과제에 있어서의 변화라기보다는, 현재적 수준에서 했던 사업 수준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서 그런 것인데, 단체가 몇 년 열심히 하다보면 정체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지점에 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을 넘기도 하고, 2기 구로시민센터를 어떻게 할 것인가, 기본적인 과제는 있다고 보는데, 고민 중이에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이 앞으로도 될 거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 없으면 단체 문 닫는 것은 금방이에요.”
2기 구로시민센터의 상은 어떤 것인지 자못 궁금했다. 다른 지역의 고민처럼 구로시민센터도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지역정치적인 과제만은 아닐 것이다.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이 장인홍 위원장이 꿈꾸는 미래의 상이다. 왠지 구로시민센터는 그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끝으로 앞으로 지역시민운동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었다. 그의 답변으로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제가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 대안 칼럼을 보니까, 어디야 누가 썼던데, 최근에 총선 이후의 시민운동의 방향, 이렇게 썼는데, 기존 정당들이 상당히 개혁적으로 와 있거든요. 그런 조건에서 기존의 시민운동 단체들, 참여연대나 경실련이나 이런 단위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수많은 이슈들이 체제내화 될 가능성이 있고, 제도를 통해서 해결 가능성이 있을 때 시민운동의 전망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고 하면서 보다 더 주민 속으로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부문화될 것이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갈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그런 것들이 지역 단위는 조금 달라요. 제가 봤을 때는. 나날이 생활이고 이런 것이기 때문에 뭐 제도적인 것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것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들이 지역 차원에서 나올 수 있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저희도 고민이에요. 변화된 시대에서 과연 뭐가 변화된 것이냐, 어떻게 변해가야 하느냐, 이런 고민들을 막연하게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공론화시키지는 않았는데, 아마 그런, 저런 평가들이 학자들 차원에서 자꾸 제기될 것 같아요. 연구하는 사람들과 우리는 다르긴 하지만.......어쨌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이런 변화되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고 한 발 앞서 나갈 것인가, 이런 식의 고민들을 해야 할 것 같아요.”
※ 구로시민센터 홈페이지는 http://www.kurongo.org/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