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예감이 들긴 합니다만, 내 죽기 전까지 딸아이의 안전을 걱정하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까지....어쩌면 결혼하고 미시가 될 때까지, 여자로 살아가야 하는 동안엔 험악한 그놈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그런 불길한 예감 말입니다.
아마 이런 기분은 아들 키우는 부모들은 잘 못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도, 어린이집에 있어야 할 딸아이가 아직도 어린이집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모골이 송연해지더군요. 머릿속엔 온톤 험한 상상뿐이었습니다.
며칠 지난 일이 오늘에야 터진 일산 엘리베이터 초등학생 유괴 미수 사건.
어이가 없고 황당하고 끔찍해서 눈물까지 나더군요.
그 아이는 얼마나 두려웠을까.....그 짧은 순간이 지옥과도 같았을 겁니다.
상상하기도 싫군요.
해서, 오늘 난데없이 딸아이에게 납치 탈출 실전 교육을 시켰습니다.
딸아이에게 충분히 정황을 설명하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빠가 너 꽉 잡고 있을 테니까, 10초 안에 빠져나가봐!” 했더니,
“왜 10초야?” 하더군요.
“10초 안에 못 빠져나가면, 유괴범들이 널 차에 가둬버리고 어디론가 가 버리거든.”
그렇게 해서 딸아이는 발버둥을 치고 내 손아귀로부터 빠져나가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10초 안에 빠져나간다는 건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딸아이의 힘으론 제 손아귀를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다빈아 머리를 잘 써봐. 어떡해서든 10초 안에 빠져나가봐!”
무리한 요구인줄 압니다만,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딸아이의 몸을 두 팔로 다시 감쌌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저는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팔을 이빨로 물어뜯은 겁니다. 허걱~~ 연습인데..~~
내 팔을 물어뜯은 걸 두고 혼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 잘 했어. 그렇게 하는 거야!” 좀 아팠지만,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이렇게 묻더군요.
“아빠, 칼 같은 걸로 찌르면 어떻게 해?”
아........저는 뭐라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음........어쨌든 정신만 똑바로 차려, 알았지?”
하나마나한 답변이었지요.
세상이 점점 험악해집니다.
모든 사람이 ‘악’이라고 전제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 좀 서글프군요.
동네 주민들과 방범순찰대라도 조직해서 제안해볼까 심각하게 고민 중에 있답니다.
'풀내음 팀블로그 > 김현의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발적 광고^^ - '초록장터'를 아시나요? (4) | 2008.05.29 |
---|---|
[참고]토요타재단이 공모사업 신청을 받네요. (0) | 2008.04.18 |
"안산 좋은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사무실, 무지 좋네요. (5) | 2008.03.07 |
풀자연 이음 가족 나들이 - 지리산 숲길........몇 개 이미지 소개합니다. (3) | 2008.02.24 |
[여행기] 오관영 선배님을 위한 방콕,앙코르왓 여행기 (2) | 2008.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