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4일 오후 3시30분, 인권위 배움터에서 있었던
"포르뚜알레그리 현장 조사 보고회"는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오전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참석율이 저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해주셔서 주최한 측에서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자료가 40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 조금 부족했습니다.
화일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고 해서 자료 올립니다.

다만, 이 자료는 완성된 자료는 아닙니다.
연말까지 국내 사례 등을 더 조사하고 보완해서 다시 발간할 예정입니다.
그 때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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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끝나지 않은 꿈 -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④

“우선순위에 대해”


작성 : 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예산배정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정할 때 기준이 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은 몇 가지 지표들을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다. 참여예산을 처음 실시한 PT당의 두뜨라 전 시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시장이 된 이후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참여예산을 통한 주민들의 요구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 예산을 투자했다.” 이런 예산배정의 기준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첫 단계는 ‘다수결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지구별 요구, 주제별 요구, 그리고 시정부의 투자계획, 이렇게 세 가지 지표에 의해 1단계 예산배정의 모형이 결정된다. ‘지구별 요구’는 참여예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총회’에서 결정된다. 주민들이 참석 등록을 하면 2장의 쪽지를 받는데 하나는 예산평의원을 선출하는 투표용지, 다른 하나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쪽지이다. 이 우선순위 투표용지는 16개의 항목 중 가장 중요한다고 판단되는 4개의 항목을 선택해, 각각의 주민들이 1순위부터 4순위까지 기표하는 방식이다. 우선순위를 주민 개개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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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우선순위를 기입하는 투표용지

이때 주민이 결정한 우선순위는 각 순위에 따라서 가중치가 부여되는데, 1순위는 4점, 2순위는 3점, 3순위는 2점, 그리고 4순위는 1점의 가중치가 적용된다. 주제별 요구사항은 ‘주제별 총회’에서 제시된 요구사항이고, 시정부의 투자계획이란 시정부가 장기적인 계획 하에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우선순위를 말한다. 이렇게 1단계 예산배정의 모형은 주민들과 시정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지표이다.


두 번째 단계는 보다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과정이다. 이 지표에는 3가지 기준이 있는데 인구규모, 공공서비스와 인프라의 부족 정도, 그리고 우선순위가 그것이다. ‘인구규모’의 경우 네 가지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가장 적은 지역은 1점, 가장 많은 지역은 4점을 배정받는다. 인구 가중치는 2점이다. 예컨대, 어떤 지역에서 인구 점수를 3점을 받았다면 가중치 2를 곱해 6점의 점수를 받게 된다. ‘공공서비스와 인프라의 부족 정도’는 말 그대로 그 지역에 물적 인프라가 얼마나 갖춰져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 지표의 경우도 네 가지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가장 부족한 지역은 4점, 가장 인프라가 많은 지역은 1점을 받게 되고, 이때 가중치는 3점이다. 즉 어떤 지역의 ‘공공서비스와 인프라 부족 정도’의 점수를 3점을 받았다면 가중치 3을 곱해 9점이 되는 것이다. 우선순위의 경우는 가중치가 5점으로 가장 높은 가중치를 부여 받는다. 합산방법은 앞 단락의 점수에 곱하기 5를 하면 된다. 이렇게 결정된 두 번째 단계는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원의 배분과 지구별 할당될 예산이 결정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모형에 의해 결정된 점수에 의해 자원은 어떻게 배분되는가? 16개 지구별로 최종적인 우선순위와 점수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첫 번째 단계에 의해 2008년에 도로포장을 10km로 결정했다고 치자. 이 결정에 의해 2008년 포르뚜알레그리 시내에 공사될 도로는 모두 10km이고, 10km 범위 안에서 16개 지구별 점수에 따라 구체적인 도로의 길이가 나오게 된다. A라는 지역의 우선순위 중, 도로포장이 2순위를 기록했다고 하면 점수 3점을 얻을 것이다.(1순위는 4점, 2순위는 3점........) 여기에 가중치 5를 곱하면 15점. 그리고 인프라 부족정도에서 가장 높은 4점을 얻었다면 가중치 4를 적용해 점수 16점을 얻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구규모에서 비교적 많은 3점을 받았다면 가중치 2를 곱해 6을 얻을 것이다. 이 점수를 모두 합치면 37점이다. 따라서 A라는 지역은 도로포장과 관련해서 37점을 얻었고, 다른 16개의 지역별 점수를 모두 합친 점수에 얼마나 비례하는지를 판단하여 도로포장 길이가 나오게 된다. 가령, 16개 지역 모두 합친 점수가 200점이라면 37을 200으로 나눠 나온 비율은 18.5%이다. 전체 10km 도로 중 18.5%, 즉 1.85km의 도로포장이 A지구에 깔리는 것이다.


다소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지만 20여 년간 쌓인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실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는 점이고, 이러한 요소 때문에 주민들의 참여가 촉진되기도 한다. 참여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반영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우선순위를 고려한다면 어떠한 형태로 구현될까? 추측컨대, 우리나라는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한 지표들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포르뚜알레그리 주민들이 선택한 우선순위 사항들을 보면, 대부분 사회적 인프라와 관련된 것들이다. 위생의 문제, 도로포장의 문제, 상하수도의 문제, 주택의 문제 등등인데, 여전히 기초적인 도시기반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표>주민들의 요구사항은 사회적 인프라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선택되는 주제나 그 내용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예컨대 포르뚜알레그리 주민들은 교통, 레저, 문화, 환경, 경제개발 등은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 또한, 교육이 비슷한 비율로 선택됐다 하더라도 포르뚜알레그리 주민들은 청소년의 마약 문제나 재교육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즉, 주제의 범위와 질적 수준에서 차이가 있음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상황으로부터 기인되는 이런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개인적 욕구에 기반 한 선택들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의 우선순위 원칙들은 사회․경제적 토대 위에서 오랜 역사를 통해 진화해온 룰이다. 그 룰도 주민이 결정했고, 우선순위도 주민들이 선택한다. 바로 이런 점이 포르뚜알레그리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주제와 내용이 다르더라도 ‘주민들이 결정된 룰과 우선순위’라는 원칙은 참여예산 전체를 흐르는 맥락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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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영문자료입니다.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왔던 바이오치의 1999년 논문입니다.
전문가 연구보고서 중에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저자이기도 합니다.
참고하세요.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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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하반기에 새전북신문사의 변관열 기자가 포르뚜알레그리를 방문하고 작성한 기사입니다.
비교적 최근의 상황을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시리즈로 나온 기사를 한 데 모았습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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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주노동당의 김웅씨가 처음 브라질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을 소개할 때 작성한 글입니다.
어려운 포르투갈어를 배우면서 번역한 초기 자료입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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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끝나지 않은 꿈 -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③

“미래 세대들의 민주주의 훈련장”


작성 : 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과 같이 국․내외 잘 알려진 사례를 접할 때, 경계해야 할 두 가지 태도가 있다. 하나는 그런 모델을 우리 지역에 적용했을 때도 잘 될 거라는 믿음, 내지 맹신이다. 성공한 모델들은 그 지역의 역사적․사회적․경제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사례를 이해할 때도 그러한 맥락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그 반대의 경우도 해당된다. 즉 성공한 사례들을 ‘특수한’ 경우로 치부해버림으로써 그 사례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배제하는 우를 범하는 태도이다. 어떤 성공 사례든 특수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예컨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미산 사례, 부산의 반송사례, 녹색삶 사례 등등은 그 지역의 역사적․사회적․경제적 특수한 맥락 속에서 구현된 사례들이다. 그럼에도 그런 사례들이 시민사회에 회자되는 것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공을 위한 원칙이기도 하고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두 가지 태도를 경계하면서,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모델들의 원칙이나 필요조건들을 제대로 짚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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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총회’ 현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공식화된 한국의 토론문화와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말을 해야 할 사람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구분되지 않고, 계층에 따른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고, 엄숙함이나 정돈함이 없이, 당연히 누려왔던 권리인양 자유로운 면대면 관계가 유지되는 수다의 공간이었다. 그러다가도 누군가가 발언을 시작하면 귀를 기울인다. 박수를 치기도 하고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행사는 물 흐르듯 끊김 없이 진행되면서도 난장과도 같은 자연스러움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브라질만의 문화적 특성에서 기인되기도 하겠지만, 19년 동안 쌓여온 참여예산에 대한 신뢰 때문에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누구도 참여를 배제하지 않고 발언의 기회를 차단하지 않는 룰은 막강한 힘을 지닌다. 주민은 수다를 떨고 공무원은 메모를 한다. 퍼포먼스를 벌이는 청소부도 있고, 춤을 추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이 어린 아이들의 참여는 깊은 인상을 준다.


‘지역총회’에 참석하는 주민들은 얼추 보기에도 여성들이 많다. 대개 그 여성들의 손에는 어린 아이들의 손이 쥐어져 있다. 또는 엎여 있다.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어떤 아이들은 한 쪽 구석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누구도 그들의 행동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주의 깊게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다. 그들은 부모세대가 그렇듯이, 참여예산을 익혀나갈 것이다. 민주적인 절차와 토론의 방식을 배워나갈 것이다. 그렇게 훈련되고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다. 주민들이 만들어낸 규칙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참여를 허용하는 원칙은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지금까지 소개된 여러 연구보고서가 강조한 것처럼 누구도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 원칙은 모든 주민참여제도들의 으뜸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래 세대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참여예산의 과정을 목도할 수 있다는 것은 교육이기도 하고 훈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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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집회장에서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은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어른의 일과 아이의 일이 구분되지 않고, 현장이 곧 교육이라는 것을 일깨우고, 서로가 만든 규범을 지켜나가는 원칙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은 ‘다음 세대와의 교감’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도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어른들의 잔치에 머물러 있는 한국식 참여제도들을 바꿔낼 수 있을까? 멀지만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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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끝나지 않은 꿈 -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②

“결정권의 문제”


작성 : 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의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 중에 하나는 참여예산제도가 허용하는 모든 결정 사항은 주민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정의 범위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는 실효성 측면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아무리 범위가 작다 하더라도 결정권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는 참여하는 주민들의 열정과 관심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포르뚜알레그리 주민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겪는가?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사이클은 잘 알려진 바대로 3월부터 시작된다. 이 시기는 16개로 구획된 지구단위보다 더 미세하게 지역의 문제와 주제별 문제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논의된다. 이 시기 때 논의되고 결정되는 내용들은 비공식적 결정들이지만, 실상, ‘지역총회’(‘지역총회’는 ‘지구총회’, ‘지역회의’, ‘지구회의’ 등으로 번역된다. 모두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와 ‘주제별총회’의 방향과 성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과정이다. 특히 이 단위에서는 조직화된 주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각종 단체, 모임들의 경합장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도출된 내용들은 그대로 5월부터 개최되는 ‘지역총회’와 ‘주제별총회’로 이어진다. ‘지역총회’에서 결정하는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1) ‘지구포럼’(‘예산포럼’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에 참여할 대의원 선출 2) ‘예산평의회’에 참여할 평의원 선출 3) 우선순위 선정 등이 그것이다. 재밌는 것은 ‘지구포럼’에 참여할 대의원들의 수는 ‘지역총회’에 참여한 주민들의 수에 비례한다는 것인데, 각 동네별로 10명의 주민들이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할 수 자격이 부여된다. 가령,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를 대표할 대의원을 많이 선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총회’에 자신이 거주한 동네의 주민들이 많이 참여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장치들은 참여의 열기를 고조시키는 양념과도 같은 요소들이다. 물론, 이 또한 주민들에 의해 결정된 룰이다. ‘지구포럼’은 주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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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지구포럼’과 ‘예산평의회’ 위원들은 주기적인 미팅을 갖고 주민들이 결정한 요구사항들을 차년도 예산모형에 반영하게 된다. 의회에 예산모형을 제출하는 연말까지 이런 과정은 계속된다. 주민들이 결정한 예산모형이 의회를 통과한다고 해서 참여예산 주기가 끝나는 건 아니다. 12월-1월 동안 일련의 과정을 평가하면서 제도를 수정하는 과정을 마지막으로 해서, 한 해의 예산 사이클은 마무리된다. 이렇게 참여예산 전 과정은 주민들이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주민들의 결정권을 축소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현재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현황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참여예산을 처음 실시한 ‘노동자당(PT)’의 16년 아성을 깨고 현 정부(PTB)가 지난 2004년에 들어섰다. 당시 현 정부는 참여예산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참여예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노동자당(PT)’과는 매우 달랐다. 쉽게 설명하자면 ‘노동자당(PT)’에 있어서 참여예산은 모든 정책 중에 최우선이었지만, 현 정부에게는 여러 정책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실제로 참여예산으로 운영하는 예산 규모가 축소되었고, 주민들이 결정한 사업 중 50%만이 실행되었을 뿐이다. 그럼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은 참여의 축소이다. 2002년에 참여예산에 참여자 수가 17,000명을 넘는데 반해, 2006년엔 11,000명을 조금 웃돌 뿐이다.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은 우리나라에 그대로 투사할 수 없는 특수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특수한 조건들 속에는 보편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결정권의 문제’가 그것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주민자치센터를 보라. 주민자치센터가 이름에 걸맞게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회에 결정권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울산이나 광주에서 진행되는 참여예산제도의 경우도 결정권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참여하는 주민이 들러리로밖에 역할 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는 순간, 불신과 소외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행정에 대한 냉소 등은 바로 이런 불신과 소외가 축적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전문성의 문제로 결정권은 유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거나 핀트가 어긋난 판단이다. 왜냐하면, 전문성의 문제는, 생활의 전문가인 주민들의 전문성을 끌어내기 위해 어떤 기재들을 동원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결정권과는 상이한 문제이다. 결정권은 철학이자 민주주의이며 원칙인 것이다. 참여하는 주민들의 결정권이 보장되고 더 확대된다면, 포르뚜알레그리가 전해준 감동의 전율을 광주 북구나 울산 동구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생각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이 쌓이는 순간, 동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정권은 그런 동력의 원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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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꿈 -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①

“풀뿌리, 정치권력, 제도가 빚은 환상의 작품”


작성 : 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참여예산. 어찌 보면 식상한 주제를 다시 꺼내들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정부까지 나서서 참여예산을 권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광주북구, 울산동구, 대전대덕 등을 비롯해 전국 3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예산을 조례로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참여예산제도는 이미 우리에게 낯익은 제도로 다가와 있고, 지금도 참여예산에 대한 관심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뿐이랴? 전 세계 어느 대륙을 가도 포르뚜알레그리의 흔적이 투사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뚜알레그리를 다시 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제가 가진 활기 넘치는 에너지와 역동성으로 인해, 여전히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임으로써 우리에게 전달해주고픈 이야기보따리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3년부터 시작된 광주 북구청의 참여예산을 우리나라 원년으로 삼을 수 있다면, 5년째를 맞이하는 한국식 참여예산을 제대로 바라보고 평가해보면서 비어 있는 공백을 발견하고 채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참여예산제도로 유명한 브라질 포르뚜알레그리. 1988년, PT(노동자당)의 올리브 두트라가 포르뚜알레그리 시장으로 당선된다. 당시는 브라질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25년간의 독재정권이 1985년에 끝났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높은 시기에 좌파인 PT가 집권하게 된 것은 그리 놀랄만한 사건도 아니지만, 세계가 격찬한 주민참여예산이 바로 그 시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민들은 좌파정권 두트라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정부는 전체 시예산의 98%를 경상적 경비로 소비할 만큼 시민들의 요구사항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새로운 좌파정권에게 새로운 통치를 원하게 되는데, 그것은 곧 예산의 분배와 직결된 문제였다.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고, 사회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시예산 2%만으로는 그것을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권력을 손에 쥔 두트라의 입장에서도 많은 고민이 뒤따랐을 것이다. 결국 두트라는 시민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강구한다. 현재 주지사 비서로 있는 우비라탄 드 소우짜는 당시를 이렇게 증언한다.


“두트라가 시장(1988년 당선)이 되기 전 정부는 공무원들의 월급을 인상시키는 등 전체 예산의 98%를 경상적 경비로 써버렸다. 그 당시 시외 지역에는 기본 인프라가 깔려 있지 않았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올리브 두트라 시장에게 그런 인프라를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호소를 들어줄 수 없었다. 그래서 군중과 토론하는 과정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아이디어가 참여예산제도이다."


주민참여예산은 이렇게 태어났다. 시민들에게 귀를 기울였고 시민들로부터 답이 나왔다. 이미 시민들은 87년부터 시정부와 예산편성에 대한 논의를 해왔고, 민주적인 예산편성을 요구해왔다. PT는 이러한 시민적 요구를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PT는 “권력을 시민에게” 주어야 한다는 본질적 정체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요구는 PT의 집권 방향과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해서 1989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이 시민들로부터 나오고, 19년이 지난 현재까지 탄탄하게 제도가 유지된 주된 이유는 브라질의 바닥 공동체, 즉 풀뿌리운동이 저변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60년대 개발독재가 브라질 경제를 급속도로 발전시키는가 싶더니 70년대 들어 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게 되면서 사회 전반적인 변화의 요구가 거세게 불어온다. 특히 페다고지나 가톨릭 바닥공동체 운동의 확산은 좌파의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게 되는데, 예컨대 전통적인 공산당이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시스템이라면, 바닥에서부터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운동적 흐름이 저변으로 퍼지게 된다. 사상이나 이념보다 생활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분권, 민주주의, 자치 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게 된다. 반독재타도라는 단일한 깃발도 인권, 생태, 여성 등의 다양한 전선으로 나뉘고 각 계층의 다양한 요구가 확산되면서 독재정권도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형성된 풀뿌리의 힘은 주민참여예산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종합하여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활성화된 풀뿌리, 권력을 해체하려는 정치권력, 그리고 민주적 기재로 작동되는 제도,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잘 맞물린 톱니바퀴”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솔직히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풀뿌리는 정치권력을 움직였던 힘을 가졌다는 것이고 정치권력은 모든 결정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자치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풀뿌리와 정치권력이 제도를 디자인했고, 그런 제도가 참여를 더욱 촉진시켰다는 점에서 이 세 가지 요소는 상호 촉진작용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포르뚜알레그리의 참여예산은 입법화되지 않은 제도다. 제도 자체도 주민들에 의해 결정된다. 예산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각 지역의 평의원과 대의원들은 현재적 조건에 맞게 제도를 다시 디자인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지난 19년 동안 제도를 운영하면서 미세한 변화들이 있어 왔고, 제도의 융통성이 어떤 것이라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포르뚜알레그리의 주민참여예산은 ‘제도화되지 않은 제도’라고 명명할 수 있고, 제도화의 문제는 다소 부차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력, 즉 PT가 풀뿌리 활성화에 기여한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당 활동가들이 바닥으로 내려가 주민들을 조직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20여 일간 현지를 방문하면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PT 소속이었을 만큼, 참여예산 성공을 위한 PT의 노력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당원이면서 활동가인 주민들의 활동은 궁극적으로 집권전략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88년부터 2004년까지 16년 간 포르뚜알레그리를 집권한 경험은 브라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설이 되었다.


거버넌스 모델로 거론되는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은 우연찮게 성공한 제도가 아니다. 참여예산을 통해 내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과 서로간의 신뢰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런 믿음과 신뢰는 세 가지 요소, 즉 풀뿌리와 정치권력, 그리고 제도의 상호작용이 빚어낸 작품이기도 했다. 2004년 선거에서 정당 간 연합에 의해 PT는 집권에 실패했다. 참여예산의 철학과 정신이 다소 왜곡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주민들은 ‘꿈은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주민들은 또 어떠한 작품을 만들어낼지, 앞으로가 궁금해진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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