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를 통한 주민자치센터 활성화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목적과 의의
지난 1999년부터 시범실시된 주민자치센터는 8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양적ㆍ질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물론, 질적인 발전의 정도에 따라서는 평가자에 따라 매우 상이한 평가를 하지만, 외국의 커뮤니티 센터들이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며 오늘 날의 모습으로 변화․발전되어왔음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빠른 성장과 안정화 추세에 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짧은 기간임에도 여러 주민자치센터들에서 다양한 모범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아쉬운 점은 주민자치센터가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인 ‘주민들의 참여’에 의한 주민자치센터 활성화가 아직은 많이 미흡하고, 그나마 발굴되는 모범사례들 조차 공무원들의 주도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주민자치센터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통한 주민 주도가 확립됨으로써 ‘주민자치’라는 설립의 의의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부단한 과정을 통해 조금씩 실현되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아직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주민자치센터를 주도적으로 운영할 만한 역량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들이 주민자치센터의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더 나아가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하는 것이라 하겠다.


2. 주민자치의 의미와 주민자치센터
1) 주민자치의 의미
사전적으로 ‘주민’은 ‘특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말하고, ‘자치’는 ‘제 일을 스스로 다스려 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사전적으로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을 다스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이 지역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원칙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런 원론적인 주민자치의 의미가 오늘날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얼핏 생각해 봐도, 현대 사회와 같이 복잡하고 매우 다양한 이해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한 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는 가능해 보이지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도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전통적인 촌락공동체와 달리 같은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도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즉, 직주 분리와 생활 패턴(life style)의 변화 등으로 인해 이제 지역은 동일한 이해를 지닌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더 이상 아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들의 직접적인 참여에 의해 지역의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으며, 또한 바람직하지도 못하다. 그것은 매우 다양한 개별 주민들의 이해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고, 또 그러한 개별 이해가 공공의 이해와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주민들 스스로 자치적 권한을 강화해 나가는 것(empowerment)과 더불어 주민들이 스스로 자치의 능력을 키워가는(engagement)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주민자치는 주민들 스스로 지역사회의 활동에 참여하고, 그 참여행위를 통해 지역사회의 각종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자치의 개념은 정태적(情態的)이기보다 현실의 조건들을 주민자치라는 지향에 맞추어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가려는 ‘운동(運動)’이라는 동태적(動態的)인 개념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즉, 주민자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부단한 노력을 통해 조금씩 이루어가는 역동적인 변화의 지향점으로 받아들여야 보다 실천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는 그 자체로서보다는 주민자치‘운동(運動)’으로서 보다 실천적인 의의를 가질 수 있다.

2) 주민자치센터의 의의
주민자치가 강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보완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하는 것은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되고 또한 자치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과정을 동반할 때에만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한 과정은 주민들의 자치훈련을 통해서만이 달성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주민들이 스스로 자치적인 공동체를 형성하여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상호간에 ‘더불어 살아가는’ 훈련을 받는 교육의 장이며, 단순한 ‘모임’과 달리 그 운영에 있어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자치역량을 훈련받을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서 유효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의 자치력을 강화하고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공식적인 지역 기반이다. 이는 주민자치센터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각 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잘 알 수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마련하고 각 자치단체에서 채택한 조례의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의 목적은 “...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민편의 및 지역복지’가 의미하는 바와 ‘주민자치기능 강화와 지역공동체 형성’은 그 수준에 있어 차등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전자는 주민자치가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현실태를 설명하는 것인 반면, 후자는 그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목적 즉 자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목적은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함에 있어 주민들의 자치능력을 강화하고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제반 활동들은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주민들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에 일차적인 중점을 두어야 한다. 주민편의 및 복지증진은 자치기능의 활성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자치센터의 명칭에서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사회센터(Community Center)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주민자치와 주민자치센터의 목적을 다룸에 있어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주민자치,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주체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누군가가 주민들을 ‘위해’ 자치를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가 자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 역시 주민들 스스로가 그 운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당연히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며, 이러한 참여가 지속적일 수 있기 위해서는 참여의 행위에서 주민들이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참여를 통한 보람과 기쁨은 그 참여의 행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을 때만이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참여한 주민들에게 가능한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자치력과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훈련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주민자치센터는 단순히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센터가 아니라, 자치적 인간, 공동체적 인간을 양성하는 ‘사람’의 변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교육과 훈련의 장이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의 훈련과 교육은 실내 공간에서 강사로부터 교육받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꾸준한 참여와 권한과 책임의 공유를 통해 점차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3.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운영방향
1) 지역사회의 자원 파악과 활용
주민자치라고 하는 것을 간단하게 달리 표현하면, 지역사회의 제반 자원들을 발굴하고 그 자원들을 상호 연계시켜(networking), 지역사회의 제반 활동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즉,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사회를 움직여 나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역량을 갖춘 주민들, 즉 인적 자원이 무엇보다도 우선 필요한 것이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 물적 자원 역시 필요하다. 그런데, 각 지역사회는 매우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러한 자원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 적절한 활용도를 찾지 못할 뿐이다.
자원의 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適材適所)의 개념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즉, 적절한 필요에 적절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지역사회의 자원이라 하더라도 그 쓰임새에 맞게 활용하지 않으면, 그 자원의 본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할 것이고 이는 참여를 오히려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 내의 다양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잘 연결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을 발전시켜 나가는 훌륭한 주민자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사례 중 인적 자원의 성공적인 활용사례 몇 가지를 들어보면, 인천시 남동구 만수2동에서 관내에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 참여자 중 독서지도와 어린이 글쓰기 선생을 하시던 분에게 어린이 강좌의 강사를 맡긴 사례나, 인천시 부평구 일신동에서 지역내 이․미용업자 10여명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여 저소득층들에 대해 무료커트 등의 이․미용 봉사활동 전개하는 사례, 그리고 제주도 서귀포시 효돈동,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에서 지역주민들 중 문학을 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동소식지를 발간하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인적 자원 뿐 아니라, 물적 자원의 활용 역시 중요한데, 경기도 안양시 부흥동의 경우 안양경찰서 내에 있는 탁구장을 활용하여 탁구교실 개최하고 있으며, 대전시 서구 삼천동에서는 관내 9개 아파트단지 중 5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서 스포츠 댄스교실, 청소년 독서교실, 서예교실 등 7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그 외에 관내 금융기관(신협)의 유휴시설을 이용하여 노래교실, 에어로빅 등 주부대상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전시 서구 내동에서는 경로당에서 풍물교실, 충․효․예 교실 운영함으로써 노인들을 참여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광주시 북구 오치1동에서는 주택가 교회 예배당을 활용한 무료영화 상영, 북구 제일 새마을금고 지하를 활용하여 주부 가요 프로그램 실시, 인근의 서산동 천주교회 강당을 활용한 작품발표회 등의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물적 자원의 활용은 단순한 물리적 시설을 활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시설과 관계된 이들의 지역참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관내 축구지도자와 학교를 활용한 축구교실 등도 최근에 여러 지역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대두되고 있다.
주민자치와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은 주민자치센터만의 고유한 독점물이 아니다. 지역에는 이와 관련한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발전에 보다 많은 자원들이 참여하도록 노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네트워크의 형성은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을 주민자치 등의 전문성이 있는 단체들과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마을의 대규모 잔치를 지역의 다양한 단체 등과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역사회와의 네크워크 형성에 있어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 한 가지는 지역의 시민운동단체와의 네트워크 결성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은 행정의 잘못된 점만을 꼬집는 비판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중앙의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단체들의 일반적 경향이고, 지역에 정착한 많은 단체들은 그러한 역할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대안적인 마을을 건설하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경우, 주민자치를 지역사회 활동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수행한 경험들이 있으므로, 이들을 활용하면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 부평구 일신동에서 인천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과 함께 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마을잔치, 청주 용암용정방서동에서 푸른 청주21 추진협의회와 함께 추진한 ‘녹색마을 만들기’ 시범실천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2) 주민자치위원회의 활성화
현재의 주민자치센터 주소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 활성화 정도에 따라 규정된다. 비교적 모범적인 운영사례라고 여겨지는 곳에 있어서도 많은 경우 주민자치위원들보다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러한 현상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주민자치센터 운영사례를 만들어 낼 수는 있으나, 주민자치센터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이 자치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그 발전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가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한 지속적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민자치위원회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자치위원회가 책임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그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는 막연한 심의 기능만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아무런 책임성과 역할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에 주민들이 나름대로의 결정권한을 갖고 참여하는 제도적으로 유일한 단위이다. 그리고 향후 주민자치센터를 민간으로 이양하게 된다면, 이양받을 주체는 바로 이 주민자치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위원회에는 가능한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일부 주민자치위원들은 자신들을 지역주민들의 대표자와 같이 인식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실제, 여러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동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주민자치위원들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주민자치위원회의 위상 및 역할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동장과 주민자치위원장 중에 누가 더 높은 직위에 있느냐” 하는 것이나 “심지어 통장도 구청장에게 임명장을 받는데, 주민자치위원들은 동장에게 위촉장을 받는다”는 불평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주민자치위원회와 공무원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리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조례에서 규정하지 못한 세부지침을 정하기 위해 ‘주민자치센터(위원회) 운영세칙’ 등을 만들고 있으나, 그 세칙에서도 공무원과 주민자치위원회의 명확한 역할구분을 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의 지역내 위상 및 역할, 그리고 그에 따른 주민자치위원회의 센터 내 위상과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민자치위원회와 공무원들 간의 역할도 명확히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센터 내에서 공무원과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은 명확히 다르다. 공무원의 주요한 역할은 일반 동사무소의 행정을 담당하는 것이고, 주민자치위원회의 주요한 역할은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관한 전반을 책임지고 관장하는 것이다. 즉,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위원회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만약, 주민자치위원회가 센터의 운영 등을 넘어선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와 관련한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주민자치센터 관련 조례에 주민자치위원회가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주민자치위원회와 관련한 조례 속에 그 역할 중의 하나로 주민자치센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다만, 아직 주민자치위원회가 스스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개입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 및 권한에 관한 제도적인 한계 역시 센터의 공식 책임자인 동장의 재량권에 의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실제, 많은 동장들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 전반을 관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역할구분 위에 서로간의 협력과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에 많은 권한과 결정권한을 두는 데에 많은 장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현 주민자치위원회가 그러한 권한을 잘 활용할 만한 역량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제기는 공무원 및 관련 학자, 시민운동단체들 역시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째는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의 인적 구성이 그러한 역할을 맡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현재 각 지역사회에서 그러한 역량을 갖춘 주민들만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꾸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민자치위원의 인선방법에 대한 참신한 개선방안이 필요하고, 둘째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위원들을 인선하는 방법 중에서 지금까지 실천된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공개모집을 통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자치센터에 관심이 있는 자발적인 주민들을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함으로써 주민자치위원회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지가 높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개모집을 통한다고 항상 성공적인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공개모집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홍보란 단순한 홍보의 방법만을 의미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람을 발굴하고 참여를 설득하는 작업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공개모집을 통한 인선에 있어서도 특별한 인선위원회 등을 두어 주민자치위원들 뿐 아니라, 다양한 일반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보다 투명한 인선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인천시 북구 연수2동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욕구조사(설문조사)를 하면서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이의 신청을 받았고, 이들을 가능한 필요한 분야를 담당하는 주민자치위원으로 영입하여 효과를 보고 있다.
그리고 둘째로 제기된 주민자치위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은 과감하게 주민자치위원회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때에만이 가능하다. 흔히들 이러한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몇 차례의 강좌 등을 계획하곤 하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효과적인 훈련과정은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실천과정을 다시 평가하고, 평가한 내용을 다시 실천해 보는 지속적인 환류작용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책임과 권한에 따라 의무감을 자발적으로 가지게 되며, 이를 통해 그 역할에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키우게 되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강화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다소 불안하더라도, 이들에게 과감하게 역할을 맡기고 그들이 수행한 역할을 평가하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일상활동이 촉구되어야 한다. 즉, 일상활동이 없는 상태에서의 권한과 책임 배분은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활동을 통해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정보와 판단의 근거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를 명실상부하게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일상활동과 그에 따른 책임과 권한의 배분이라는 과정이 점차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담당공무원 또는 실무자의 역할은 이 전 과정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의 두 가지 문제점과 이의 해결을 위한 두 가지 방법은 상보적(相補的)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어느 한 가지만 만족해서는 전체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활성화되기 위한 중요한 고려사항 세 가지를 언급해 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민자치센터 내에서 일상적인 활동내용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는 주민자치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로는 주민자치센터를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다. 정보도 없고 사업 및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성도 가질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공무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주민자치위원회의 회의를 가만히 살펴보면, 주민자치센터와 관련한 주요 안건인 프로그램의 기획 및 집행, 그리고 운영에 관한 것들이 담당 공무원들에 의해 안건으로 상정되고 설명되는 경향이 많다. 그러니 주민자치위원들은 그 안건에 대해 간단한 토론을 통해 찬반으로 의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장 먼저 극복되어야 할 과제인데, 대다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구성되어 있는 분과활동 등을 통해 주민자치위원들의 일상 활동이 활성화될 때에만이 주민자치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관(代議機關)이 아니다. 센터의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자치센터가 원래의 설립목적에 충실히 운영되도록 기능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들의 선정기준도 주민자치센터의 원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냐의 여부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주민자치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과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야 하고, 또한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들을 잘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운동 및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지역주민들 및 지역의 자원들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그 활성화의 정도 및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3) 담당 실무자의 역할 강화
각 주민자치센터에는 이를 담당하는 전담 공무원이 배정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 담당자들은 주민자치센터만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동사무소의 다른 업무들을 함께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이나 발전방향 등에 관해 전문적인 고민과 실행을 할 수 없다. 물론, 담당자의 주민자치와 관련한 인식 및 경험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를 담당하는 직원은 다른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센터의 담당자가 꼭 공무원일 필요도 없다. 물론,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배경 중에는 행정효율화, 동사무소 행정기능 축소, 공무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측면이 있어, 주민자치센터 몫으로 유급실무자를 배정하는 것은 전체적인 대세와 배치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를 통한 주민자치력의 강화, 지역공동체의 건설은 비용편익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즉, 지역의 주민자치활동과 주민공동체가 건설되는 사업을 여타 행정기능과 동일시하여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굳이 공무원의 신분을 주지 않더라도, 안정된 활동이 가능하도록 실무자를 선임하고 이를 유급으로 운영하는 것이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에 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이다.
전담실무자가 공무원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실무자는 최소한 주민자치 프로그램의 기획 및 집행 등에 경험이 풍부하거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 당장 이러한 실무자를 구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들을 위한 교육․훈련과정이 개설․운영되어야 하며, 이러한 교육․훈련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교육․훈련 시스템이 해당 분야의 경험이 있는 시민운동단체들과 함께 건설되어야 할 것이다.
유급 전담실무자를 상정하는 것은 자칫 주민자치 본래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것은 유급이기 때문에 주민자치센터의 모든 운영과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전담 실무자의 역할은 주민자치센터의 모든 운영과 집행을 직접 주관하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전담실무자는 주변의 다양한 자원(물적, 인적)들을 활용하고, 이러한 자원들 간의 연결을 통해 주민들이 주민자치센터의 주인으로서 기능하도록 옆에서 지원하고 보조하는 조직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이들의 주요한 역할은 주민과 프로그램, 주민과 주민, 주민과 지역의 물적 자원 등을 상호 긴밀하게 연결함으로써, 이 네트워크가 주체적으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도록 지원․지지하는 것이다. 한 예로 필리핀의 커뮤니티 모게지 프로그램에서는 ‘오리지네이터’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이 오리지네이터는 행정 공무원 또는 시민단체 출신 등이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은 매우 전문적인 것이며, 많은 시간적 투자가 필요한 업무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담당 공무원이 주민자치센터를 전담하기 어렵고 별도의 유급 실무자를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독자적인 실무력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주민들의 자치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실행한 경험이 있는 단체와 실무적인 면을 분담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예를 들면, 평생교육이라고 하는 것 역시 주민들의 자치적인 능력을 키우는 하나의 교육시스템이라 볼 수 있으므로, 이들과 일정 부문 프로그램의 기획 및 주민자치위원회 지원 등의 실무적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주민자치위원회 뿐만 아니라 역할을 분담할 단체와의 상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합의에 있어 중요한 것은 역할의 분담과 성과의 배분이다. 역할의 분담이라 하는 것은 일방이 일방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프로그램의 기획 등과 같은 형태를 의미한다. 또한 성과의 배분은 개별 단체에 돌아갈 성과를 나누는 것보다는 지역사회 전체의 자치역량 강화와 공동체 형성이라는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는 것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4. 프로그램의 운영
1) 주민욕구에 기반한 치밀한 기획
주민들의 ‘편의 및 복리’를 증진하는 것은 단순히 주민들에게 무료로 무엇인가를 제공해 준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모름지기 주민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지역사회활동에 대한 참여가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참여의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하며, 그런 점에서 주민들에게 편의 및 복리를 제공해 주는 것은 참여의 의미와 더불어 참여의 손쉬운 계기를 전달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주민욕구조사가 필요한데, 주민욕구 파악이 안 되면 지금과 같이 ‘비슷한 프로그램의 베끼기’ 형태로 주민자치센터가 운영될 수밖에 없고, 한정된 일부 주민들에게만 일회적인 프로그램이 제공될 뿐이다. 그리고 이 욕구조사는 문화/취미 등의 프로그램을 묻는 것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욕구 중에 진정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주민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제반 환경과 조건 중에 개선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조사를 통해 지역사회 진흥 프로그램이 기획될 수 있고, 또한 그 실천과정을 마을만들기와 같은 주민자치적인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욕구조사의 방법도 단순히 설문조사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지역사회 진흥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린이 글짓기 대회나 그림그리기 대회의 개최, 이를 통한 작품전시와 시상 등의 메리트를 동원하여 욕구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그림그리기나 글짓기의 주제로 ‘우리가 살기 좋은 마을이 되려면...’ 이나 ‘학교 통학길에 느끼는 일’ 등으로 설정하면, 작품을 통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과 이유, 위험시설물, 어린이 유해환경 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린이들을 통한 욕구조사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작품들을 주민자치센터 내에 전시한다면, 주민들이 주민자치센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홍보효과도 클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성인들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여러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반상회 등 주민들의 모임에서 딱딱한 분위기에서 주민들에게 욕구를 묻기보다는 카드놀이나 디자인 게임 등의 놀이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중에 지역을 걸어서(또는 자전거를 타고)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오류1동의 동네한바퀴 프로그램 등), 주민들에게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물리적 시설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는 지역사회의 유해한 환경을 주민들 스스로가 소모임을 구성해 개선하는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주민들에게 흥미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주민들의 공동체적 문화를 조성하는 좋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을 주민자치센터라는 공간 내에서 진행하는 단순한 프로그램으로만 인식할 필요가 없다.
또한 문화・취미 강좌의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즉,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주민들의 자치능력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내 주민자치센터의 전체 4,736개 프로그램 중 주민자치 프로그램은 14.8%, 지역복지 프로그램은 11.5%에 불과하다. 대신 문화・여가 프로그램은 50.3%, 주민교육・학습 프로그램은 23.4%에 이르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의 유형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 비율이 정확한 것이라 여길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로그램의 비율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운영은 주민들의 손쉬운 참여를 위해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주민들의 지역활동 참여기회 제한, 지속적인 주민참여 효과 미흡, 주민참여에 의한 마을가꾸기 및 마을운영이라는 주민자치의 개념에 있어 매우 미흡한 상태라 볼 수 있다. 물론, 강좌식 프로그램 자체를 문제라 여길 수는 없다. 강좌식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이를 통해 주민들의 지속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프로그램이 ‘일회적’인 강좌들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강좌 프로그램을 주민참여의 계기로 전환하기 위한 세심한 프로그램 기획의 부재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강좌식 프로그램 이후 주민들의 자치적 동아리 구성, 주민들의 지역 정체성 인식,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지역문화 및 생활환경 만들기 등을 목적의식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주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외양 속에 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내용이 녹아들 수 있도록 잘 고안되고 기획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2) 자치적인 동아리의 형성
주민들의 욕구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기획 및 개설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진행방법도 고안되어야 한다. 즉,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과 산본2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일정한 강좌식 프로그램이 끝나면 주민들로 하여금 작품전시회를 갖게 하거나 해당 모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주민자치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즉, 서예반의 경우 서예작품전시회를 갖도록 해주고, 노래배우기의 경우 지역에서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을 하도록 주선한다. 수지침 강좌의 경우 끝난 후 자치적으로 수지침을 더 배우기도 하고 지역의 노인들을 위한 무료 수지침 진료활동을 하기도 한다. 풍물을 배우는 강좌의 경우에도 풍물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연습장소 등을 알선하여 자치적인 동아리 활동을 지속하도록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들이 그동안 익힌 솜씨들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산본2동 등 여러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동 단위에서 자주 주민잔치 형식의 행사를 갖는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연주하는 등의 계기를 갖을 수 있어,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을 뿐 아니라 공동체적인 지역문화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조그만 동아리를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주민들의 자치력을 향상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동아리들이 자족적인 모임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내에서 조그만 활동이라도 수행한다면, 그 자체는 지역을 주민들 스스로의 참여를 통해 발전시키는 주민자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3) 자원봉사자 활용
자원봉사자야 말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로 구성되었다는 점과 이들이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주민자치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주민들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원봉사자는 주민자치센터에서 제공하는 단순히 수용하는 수혜자가 아니라, 보다 발전된 형태로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는 적극적 주체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참여형 주민자치센터 만들기는 일면 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발굴ㆍ조직하고, 이들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 역시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이라는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신들의 역할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이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지ㆍ지원ㆍ격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모임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이 자원봉사자들을 발굴하여 주민자치센터 및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인적 자원들이 모여 있는 공간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어 자원봉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주민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자원봉사자들을 발굴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크게 두 가지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는 적절한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고(適材適所), 둘째는 이들의 참여정도를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역할이라 함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이들의 역량 및 조건 등을 고려한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의사를 갖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역할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그 활동을 통해 어떤 인센티브를 부여받을 때에 가능하다. 그러한 인센티브는 주로 이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통해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쁨과 보람은 주로 참여에 따른 책임과 권한의 분배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가능하면 이들이 스스로의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이 스스로의 결정권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자치적 동아리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 오류1동 마을문고의 경우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치적으로 마을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즉, 이들은 마을문고의 운영에 있어서는 스스로의 자치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문고 운영에 따른 성과에 대해 이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는 지속적이고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인하는 동기로 작용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자치적 자원봉사 동아리의 대표 등을 당연직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하는 것도 효율적 주민자치센터 운영이라는 점에서뿐만이 아니라, 이들에게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일정한 인정을 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4) 지역자원을 이용한 프로그램의 개발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을 단순히 주민자치센터 건물 내의 것으로 한정하지 말고, 지역에 개방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와 지역사회 진흥 프로그램은 결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 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지역운동단체들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배울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지역운동단체에서 수행하는 봄․가을의 나물캐기 및 밤따기, 지역의 생태기행 및 역사기행(지역 유적기행, 아파트 생태탐사, 자기 지역의 야산 생태조사 및 보호활동 등) 등의 프로그램도 좋은 방안이고, 자전거 타기모임 등과 같은 취미별 모임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좋은 방안이다. 예를 들면,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와 같은 사업 등이 그것이다. 즉, 지역을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든 등산을 하든, 산보를 하든 간에 지역의 환경 등을 자세히 조사하여, 그 문제점을 공동으로 도출하고 그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 등은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목적에 비추어 매우 바람직한 프로그램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즉,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기획․집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만 한다. 즉, 주민자치센터의 일부 담당자가 모두 기획하고 실행하며, 주민들을 그러한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머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주민들을 잘 파악하여 이들이 주체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지역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은 조그만 사업을 통해서도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지속적인 참여의 동기가 되는 것이다.


5. 시민교육・훈련의 장으로서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사회의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 주인으로서의 의식을 형성하게 만들기 위한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표적인 커뮤니티 센터로는 공민관을 들 수 있는데, 공민관은 정부의 제도마련에 의해 설립되었고 지금도 행․재정적으로 지방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민자치센터와 유사하다. 또한 사회교육을 주요한 활동 내용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평생학습원과도 유사하다.
한 예로, 일본 후지미시의 커뮤니티 센터인 공민관들이 밝히 2001년 사업목표를 살펴보자.

1. 공민관은 평생학습의 장으로서 자치와 지역사회의 활력을 육성하는 장(場)이다. - 주민들 스스로의 주체를 형성하고 주민자치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학습문화활동을 수행하며, 지역사회를 새롭게 창조하는 학습 네트워크를 결성한다. 또한 지역의 교육 역량을 고양하고 활력있는 공생적 마을만들기를 목표로 지향하며, 지역단체와 제기관과의 연대를 통해 시민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2. 공민관은 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장(場)이다. - 학습문화정보 및 지역생활에 관한 자료를 수집․제공한다. 또한 공민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는 주민참가에 의해서 만들어 지고, 학습문화와 지역정보를 중심으로 지역의 커뮤니티 소식지로서 정기적으로 발행하여 지역 전체에 배포한다.
3. 공민관은 지역주민에 의한 학습문화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이며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 모든 주민이 쾌적하고 질서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이 주체가 되는 시설제공과 운영에 노력하여야 한다.

물론, 일본의 공민관은 사회교육을 주로 하는 커뮤니티 센터라는 점에서 포괄적인 기능의 주민자치센터와 차별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주민들의 활성화된 참여를 통한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 형성이라는 점에서 주민자치센터와 비슷한 활동지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외국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커뮤니티 센터들이 대부분 표방하는 중요한 활동목표와 일치한다. 이러한 유사점을 통해서 볼 때 주민자치센터의 주요한 지향은 주민들의 민주적 시민의식,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훈련의 장이 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주민들의 자치적 역량 강화 없는 주민자치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 비슷한 지향을 갖는 기관 또는 단체와의 협력적 관계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협력적 관계설정이라 함은 지역 전체 차원에서의 자치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 프로그램 시행 등의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을 의미한다.
또한 민주적 시민의식,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ㆍ훈련이라는 점에서도 자치적인 동아리(소모임)의 결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참여자들은 함께 지역사회 활동에 일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으며, 또한 그러한 자치적 모임의 운영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치적 역량을 스스로 훈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 담당공무원의 역할
담당 공무원의 역할은 프로그램의 기획과 집행,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 활성화를 위한 지원 등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과 중복되면서 좀 더 포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일이 어려운 이유는 단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역할을 앞장서서 솔선수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의 역할은 주민자치위원회 및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면서도, 자신이 중요한 주체로 부각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은 주민자치센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므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앞장서서 많은 일을 수행할 경우에는 다른 주체들이 활동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는 주민자치센터 자체가 외형적으로 활성화되는 데에는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으나, 내용적 목적인 주민참여를 통한 주민자치력의 강화와 주민들의 지역공동체 형성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당 공무원의 전문적인 역할을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주민자치센터와 지역사회 활동의 주체로서 자신을 부각시키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며, 자극하고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고유한 역할로 여겨야 한다. 이를 사회복지학계에서는 ‘조직가’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즉, 담당 공무원은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직가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그 역할을 중심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주민자치센터에서 특정한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려 할 때, 그 역할의 중심은 당연히 주민자치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주민자치위원들이 일상적으로 주민자치센터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절히 역할을 세분하고 이를 적절한 주민자치위원에게 맡기는 일은 담당 실무자가 사전에 계획하고 조정해야 일이다. 또한 프로그램의 평가에 있어 필요한 평가틀을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제시해 줌으로써 주민자치위원들이 효율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함에 있어서도 프로그램 기획에 필요한 정보와 필요한 자원을 소개해 주는 등의 역할이 실무자인 담당 공무원의 역할인 것이다.
물론,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역량이 성장하여 이러한 일들까지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실무자인 담당 공무원은 자신이 수행하던 많은 역할들을 이들에게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단계에 이르면, 실질적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무자인 담당 공무원의 역할은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 정도, 참여하는 주민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의 정도에 따라 그 역할이 적절히 정해질 수 있어야 하고, 실무자는 그 역할의 정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를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실무자의 역할을 매우 전문적인 것이다.
Posted by '녹색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