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여성 활동가 의원" - 하남 민주연대
4년간의 활동이 기대된다

인터뷰 : 홍미라 하남시 의원/김진성(하남민주연대 운영위원/민주노동당 하남지부(준))
정리 : 김현(상근 운영위원)


'하남시'하면 연상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하남시를 연결하는 팔당대교. 홍천, 양평 등으로 여행을 떠날 때면 항상 거치는 곳이다. 나머지 하나는 ‘하남국제환경박람회(1999)’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행사로 인해 하남시가 처음으로 납세자 소송을 제기 받기도 했다. 방만한 운영으로 시의 재정손실을 발생하게 했고, 결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고스란히 메꿀 수밖에 없었다. 전체 186억 원의 세금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래서 지난 2000년 8월,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제1회 "밑 빠진 독상"의 수상대상으로 "하남국제환경박람회"를 선정했다. 하남시에 거주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까지 ‘하남시’ 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예산낭비’였다. 자치단체의 수장을 잘 뽑는 것도 그 도시의 이미지를 규정짓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지역운동사례를 취재하면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하남민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풀뿌리민주주의의 버팀목으로 우뚝 서 있고, 어려운 조건에서도 정치1번지로 꼽히는 신장2동에서 당당하게 여성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부패에 찌든 지방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남민주연대(이하 민주연대)’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 여성위원장으로 있던 홍미라 씨를 기초의원에 출마시켰다. 네 명의 후보 중, 기호 ‘라’로 출마했던 홍미라 씨는 31% 가량 득표를 하며 당당히 당선되었다. 민주연대는 이번 결과를 두고 하남시민들의 승리라고 말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9개의 선거구 중 홍미라 씨가 출마한 신장2동은 하남시 전체 유권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정치1번로 꼽히고 있다.(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렇게 큰 규모의 선거구임에도 불구하고 1인의 의원만 선출한다) 더구나 그 동안 선거에서 여성 후보가 당선된 전례가 없을뿐더러, 후보로 출마한 여성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민주연대는 충분히 흥분할 자격이 있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 지방자치단체의 오류만 비판했던 것 같아요. ‘하남국제환경박람회’라든지, 조례제정운동 등을 통해서 지방자치단체는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 되었던 거죠. 이런 식의 운동은 한편으로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의회에 직접 참여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민주연대를 비롯해 여러 단체들도 저와 같은 생각에 부정적이지 않았구요. 자연스럽게 후보를 출마시키는데 동의가 되었던 거죠. 더욱이 최근에 하남시도시개발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코타운(주1)의 경우, 한 기업체에 수 백억 원 대의 이익을 주며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킨 것만 봐도 제대로 된 지방의원이 필요한 때였습니다.”

민주연대, 하남청년회, 그리고 민노당 준비위 등에서 공동으로 후보를 출마시키게 된 직접적인 배경도 지방자치단체의 케케묵은 부패의 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홍미라 의원이 밝히고 있듯, 제도권 밖에서의 비판만으로 행정부가, 또는 의회가 시민들의 충실한 심복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일면 정당성을 갖는다. 이번 선거의 쟁점도 에코타운 특혜의혹이었던 점만 보더라도 현 지방정치에 대한 불신이 하늘에 닿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홍 의원은 주민자치의 토대는 아직 미약하다고 말한다.

“민주연대가 하남시를 대상으로 큰 틀에서의 이슈를 많이 다루었고, 정월대보름 행사, ‘얘들아 놀자’와 같은 5월 어린이날 행사 등의 문화행사를 하면서 주민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주민 속으로 뿌리내리는 운동은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주민들을 배제시키고는 주민자치가 달성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 시의원은 지역주민이나 민주연대 회원이나 각종 지역사업과 철저히 같이 하지 않으면 의회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런 부분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연대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2년 남짓의 역사치고는 꽤 빠른 성장을 해왔다. 토호세력의 전유물이었던 지방의회에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홍 의원이 지적했듯이, 풀뿌리 조직에서 풀뿌리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의회에 진출한 것이 기회이면서 위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실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의회 내에서의 활동도 그렇지만, 밖에서의 탄탄한 풀뿌리 세력의 구축이 과제인 것이다. 홍 의원이 당장 고민거리는 그녀가 제시한 공약의 실현이다.

“제가 제시한 부패척결, 주민자치 분야에서의 공약은 주민자치를 위한 조례제정, 시의 주요사안 주민투표제로 처리, 혈세 낭비 방지를 위한 참여예산제 도입, 그리고 부패 및 비리 감시를 위한 주민소환제 도입 등이 그것인데, 솔직히 어떤 식으로 실현시킬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민투표의 경우는 사안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공단이나 지하철 건설 등의 문제를 주민투표도 고려해볼 수 있는 문제인 것 같고, 참여예산제 같은 경우는 사전에 예산에 대한 분석/조사를 해서 시청과 협의하면서 가야되지 않을까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홍 의원의 공약은 홍 의원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녀는 민주연대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 강조한다. 일본의 가나가외네트워크가 그랬듯이, 개인보다 조직을 우위에 둔 활동의 상을 약속하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의회 활동비와 회의수당 전액을 민주연대에 기탁하고 여기서 활동비를 받아쓰겠다고 말한다. 지방의원 유급제가 성사되지 않아 생활비로도 어렵지 않겠냐고 묻자, 얼마를 받든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민주연대와 약속 같은 것을 했습니다. 저를 지지한 단체들과 협의구조를 만들고, 저는 이런 협의구조와 함께 갈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당선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이 협의구조에서 결정된 것이 있다면, 전적으로 따라야겠죠. 며칠 안됐지만, 지역단체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의회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될테니까 앞으로 활용할 부분은 많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홍미라 의원과 지역단체와의 협의구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선거 이후의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것은 민주연대 만의 과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후보였거나 추천, 또는 지지를 받은 당선자가 100여명을 넘는다. 적지 않은 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95년, 98년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당선자와 운동단체와의 관계정립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 100여명이 뿔뿔이 흩어진 개인이 될 수도 있고, 거대한 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운동조직과 대리인의 역할은 달라야 한다. 이후 4년간의 활동이 미래의 거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홍미라 씨를 인터뷰하면서 ‘참 이쁘다’라는 생각을 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 있다고 할까, 아니면 주부가 가지고 있는 정직함, 진솔함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지방의회에 대한 경험이 없고 썩은 지방정치판에서 어떻게 버텨나갈까라는 우려보다는, 억척스럽게 주민의 입장에서 일 처리를 잘 할 거라는 믿음을 받게 된다. 물론 그녀 개인의 독특함에도 기인하겠지만, 민주연대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신선함도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홍 의원은 지방의원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운동가와 지방정치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한다.

“제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문화/역사/생태교실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말이죠. 이렇게 함으로써 주민의식, 시민의식이 고양되고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시민의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지방자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하고 싶어요. 외부적인 형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에 수반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교육이 수반되지 않으면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민주연대에서 하는 교육이 아직은 미흡하긴 하지만, 앞으로 시민의식을 변화시키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현재보다 훨씬 더 강화된 내용으로 사람들을 밀착해서 구체화된 내용으로 풀뿌리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데 도움을 주고 싶고요, 현재의 대중운동이나 민민운동이 이런 풀뿌리민주주의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런 공백을 메우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만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 의원과 지역 단체들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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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하남시는 신장2택지개발지역을 개발하면서 ‘하남시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였고, 민간업체 (주)우연산업개발을 사업의 파트너로 참여시켰다. 그러나 (주)우연을 도시개발공사의 설립에 참여시킬 필요가 없었을 뿐 아니라 하남시와 (주)우연간의 협약 내용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우연에게 택지개발을 통해 최소한 216억원의 부당 이득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특혜의혹이 일고 있다.
(2002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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