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제주도에서 2박3일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다음세대재단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한 “촛불로 밝혀진 인터넷의 힘” 교육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이 교육프로그램에 대략 진행 팀까지 40여명이 참여했는데, 주로 시민(지역)단체의 국․처장 활동가들, 예컨대 노땅 활동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얼핏 들으면 ‘인터넷’이 ‘촛불집회’에 미친 영향 정도의 교육이 아닐까 하겠지만, 웹2.0 시대를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와 미디어 제대로 이해하기, 블로그 활용 전략 등 이미 젊은 세대들은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기초적인 지식과 감성들을 익히는 교육이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시민사회운동의 전략을 토론하는 자리도 아니고, 기초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교육이었음에도, 왜 바쁘다고 소문난 중견활동가들은 한 자리에 모였을까?
한 마디로 답을 얘기하자면, 그러한 기초 지식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경우도 그랬다. 참여, 공유, 개방으로 표현되는 웹2.0의 키워드가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인터넷상에 어떻게 구현되고 실재하는지, 그리고 현실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관념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빠르게 진화하는 인터넷 공간이 언제부터인가 두려움의 존재로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운동의 관성에 의지하려고만 했는지 모른다.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 돼버린 것이다.
하나에 하나가 더해지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2보다 더 큰 네트워크가 된다는 플랫폼으로서의 웹은 공급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용자 중심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지식을 깨닫는 순간, 그 동안 몸담았던 시민사회운동의 방식을 반추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 웹2.0 속에 뛰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미 시민(지역)단체 활동가들보다 저 멀리 앞서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뿐이다.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하는 단 하나의 블로그가 내로라는 그 어떤 시민(지역)단체보다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아니 이미 미치고 있다는 현실이 여전히 다소 먼 나라의 얘기로만 들린다. 그래서 발상과 행동과 패러다임을 전환하라는 요청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그래서 확 전환해야 하는가? 이 지점에서 고민이다. 그 출발을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이기동과 서영춘’을 ‘빠삐놈과 니코니코’로 대체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활동을 대중의 언어로 전달하려는 노력은 쉼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것이 꼭 블로그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우리는 다시 시민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아무튼, 이번 교육 기간 동안, 깊은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였던 중견활동가들이 졸음에 겨워 몸을 가누지 못했던 분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대부분의 강좌들은 신선함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다른 많은 활동가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또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만간, 죽어 있던 나의 블로그를 조금씩 살려볼 생각이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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