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4년 10월8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을 옮긴 것입니다.
※ 일본의 생활클럽 운동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참가형시스템 연구소' 소장 요코다 가쓰미 선생이 얼마 전, 논형출판사에서 '어리석은 나라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시민'이라는 책을 한국어로 출판하였습니다. 이 책 속에는 나일경 박사가 생활클럽 생협운동의 주요 키워드에 대한 칼럼 11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해주신 나일경 박사님, 그리고 논형출판사 소재두 사장님이 시민자치정책센터 홈페이지에 11개의 칼럼을 소개하는 것을 허락해주셨습니다.
번역자의 입장이나 출판사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인데, 관심 있는 분들과 나일경 박사의 칼럼을 교류하도록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출판사 논형의 소재두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나일경 박사의 11개 칼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칼럼은 '어리석은 나라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시민'이라는 책에 중간중간 소개되어 있는데, 칼럼에 대한 내용을 더 면밀하게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꼭 사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생활클럽 운동그룹이 일본의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의 관계를 규정짓는 주요한 척도로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의 해결방식이 어떠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청부형 문제해결 수법’에 기초한 정치문화는 시민사회에 비해 정치사회를 과다하게 성장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그 결과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은 이제 일본사회에서는 비상식적인 것으로 간주돼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생활클럽 운동그룹의 일본사회에 대한 진단이다. 즉 민주주의의 본래 의미에 비춰본다면, 상식이 되어야 할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 비상식이 되고, 비상식적인 것이 되어야 할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이 상식으로 전도돼버린 사회가 일본사회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활클럽 운동그룹은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라는 비상식을 시민들의 건전한 상식(양식)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제도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서 순식간에 바뀔 수 있지만, 문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본서의 저자는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 비상식적인 것에서 시민들의 건전한 상식으로 전화되는 운동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청부형 문제해결 수법에 의존하는 상식적인 세계와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을 실천하는 비상식적인 세계와의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놓여 있다. 하지만 상식적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그 장벽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청부형 문제해결 수법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생활클럽 운동그룹의 멤버들은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을 실천하면 실천할수록 상식적인 세계와의 사이에 놓여진 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생활클럽 운동그룹의 멤버들은 상식적인 세계를 앞에 두고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벽을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이며, 자신들이 지향하는 운동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장벽을 뛰어 넘든 밀고 나가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생활클럽 생협운동은 ‘트로이의 목마’와 같이 상대방의 영역에 슬그머니 들어가서 순식간에 적을 쳐부수는 것과 같은 운동방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활자ㆍ시민의 생리에 어울리지도 않지만, 생활클럽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민들의 자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통해 시민사회와 정치사회 사이의 힘의 관계를 개혁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생활클럽운동은 생활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가운데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라는 벽을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이 지배하는 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밀고 나가는’ 운동방식을 취하게 된다. 밀고 나가는 운동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은,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이 지배하는 상식적인 세계에서는 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 비상식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한 쪽(비상식적인 세계)은 전기가 통하지만 다른 한 쪽(상식적인 세계)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정류장치의 기호(→┣)와 같은 구조가 비상식적인 세계와 상식적인 세계의 사이에 가로놓여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클럽 생협운동이 얼마나 성장했는가는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벽이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이 지배하는 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밀려진 정도를 통해 가늠된다.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벽이 상식의 세계 쪽으로 밀려지는 만큼 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비상식적 실천은 이제 더 이상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전한 상식, 즉 양식(良識)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생활클럽 생협운동이란 참가형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벽을 청부형의 문제해결수법이 지배하는 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밀고 가는 운동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벽을 밀고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은 간단치 않다. 벽 앞의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의 결과물이 벽 건너편의 상식적인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매력을 주면 줄수록 벽 건너편의 사람들이 벽 앞의 세계, 즉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을 실천하는 비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갖고 오는 ‘상식’이 비상식적인 것과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에는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라는 벽을 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밀고 있는 사이에 뒤쪽으로부터 상식이 들어온다고 하는 순환구조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클럽 생협운동은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벽을 밀고 나가는 힘과 동시에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운동 프로그램의 개발을 강조한다. 생활클럽 운동그룹이 비상식의 세계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서 지도력을 발휘하여 동의를 획득하는 다양한 교육수법을 마련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요코다 카쓰미(横田克巳),『다 그런 거지 하는 가운데 실천하는 올터너티브』21世紀의 学校、1998年、76-78을 참조)
※ 일본의 생활클럽 운동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참가형시스템 연구소' 소장 요코다 가쓰미 선생이 얼마 전, 논형출판사에서 '어리석은 나라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시민'이라는 책을 한국어로 출판하였습니다. 이 책 속에는 나일경 박사가 생활클럽 생협운동의 주요 키워드에 대한 칼럼 11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해주신 나일경 박사님, 그리고 논형출판사 소재두 사장님이 시민자치정책센터 홈페이지에 11개의 칼럼을 소개하는 것을 허락해주셨습니다.
번역자의 입장이나 출판사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인데, 관심 있는 분들과 나일경 박사의 칼럼을 교류하도록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출판사 논형의 소재두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나일경 박사의 11개 칼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칼럼은 '어리석은 나라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시민'이라는 책에 중간중간 소개되어 있는데, 칼럼에 대한 내용을 더 면밀하게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꼭 사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비상식->상식->양식(良識)이라는 사회운동의 순환과정
나일경
생활클럽 운동그룹이 일본의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의 관계를 규정짓는 주요한 척도로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의 해결방식이 어떠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청부형 문제해결 수법’에 기초한 정치문화는 시민사회에 비해 정치사회를 과다하게 성장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그 결과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은 이제 일본사회에서는 비상식적인 것으로 간주돼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생활클럽 운동그룹의 일본사회에 대한 진단이다. 즉 민주주의의 본래 의미에 비춰본다면, 상식이 되어야 할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 비상식이 되고, 비상식적인 것이 되어야 할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이 상식으로 전도돼버린 사회가 일본사회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활클럽 운동그룹은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라는 비상식을 시민들의 건전한 상식(양식)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제도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서 순식간에 바뀔 수 있지만, 문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본서의 저자는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 비상식적인 것에서 시민들의 건전한 상식으로 전화되는 운동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청부형 문제해결 수법에 의존하는 상식적인 세계와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을 실천하는 비상식적인 세계와의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놓여 있다. 하지만 상식적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그 장벽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청부형 문제해결 수법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생활클럽 운동그룹의 멤버들은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을 실천하면 실천할수록 상식적인 세계와의 사이에 놓여진 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생활클럽 운동그룹의 멤버들은 상식적인 세계를 앞에 두고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벽을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이며, 자신들이 지향하는 운동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장벽을 뛰어 넘든 밀고 나가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생활클럽 생협운동은 ‘트로이의 목마’와 같이 상대방의 영역에 슬그머니 들어가서 순식간에 적을 쳐부수는 것과 같은 운동방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활자ㆍ시민의 생리에 어울리지도 않지만, 생활클럽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민들의 자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통해 시민사회와 정치사회 사이의 힘의 관계를 개혁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생활클럽운동은 생활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가운데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라는 벽을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이 지배하는 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밀고 나가는’ 운동방식을 취하게 된다. 밀고 나가는 운동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은,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이 지배하는 상식적인 세계에서는 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 비상식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한 쪽(비상식적인 세계)은 전기가 통하지만 다른 한 쪽(상식적인 세계)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정류장치의 기호(→┣)와 같은 구조가 비상식적인 세계와 상식적인 세계의 사이에 가로놓여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클럽 생협운동이 얼마나 성장했는가는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벽이 청부형 문제해결수법이 지배하는 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밀려진 정도를 통해 가늠된다.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벽이 상식의 세계 쪽으로 밀려지는 만큼 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비상식적 실천은 이제 더 이상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전한 상식, 즉 양식(良識)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생활클럽 생협운동이란 참가형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벽을 청부형의 문제해결수법이 지배하는 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밀고 가는 운동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벽을 밀고 나가는 힘을 기르는 것은 간단치 않다. 벽 앞의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의 결과물이 벽 건너편의 상식적인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매력을 주면 줄수록 벽 건너편의 사람들이 벽 앞의 세계, 즉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을 실천하는 비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갖고 오는 ‘상식’이 비상식적인 것과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에는 시민참가형 문제해결수법이라는 벽을 상식적인 세계 쪽으로 밀고 있는 사이에 뒤쪽으로부터 상식이 들어온다고 하는 순환구조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클럽 생협운동은 시민참가형 문제해결 수법이라는 벽을 밀고 나가는 힘과 동시에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운동 프로그램의 개발을 강조한다. 생활클럽 운동그룹이 비상식의 세계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서 지도력을 발휘하여 동의를 획득하는 다양한 교육수법을 마련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요코다 카쓰미(横田克巳),『다 그런 거지 하는 가운데 실천하는 올터너티브』21世紀의 学校、1998年、76-78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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