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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및 대전여민회 공동대표는 지역 생활정치의 전도사다. 지역을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 있다. 실제 김 대표는 단체 대표를 맡아 온 경우에도 일상적인 별도의 사업을 맡아 주민들과 함께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현장에서 일을 직접 챙겨오고 있다. 주민들과 어울리는 일을 즐기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오마이뉴스>는 '풀뿌리가 정치를 바꾼다' 기획 일환으로 최근 그를 만나 지역정치의 현주소와 대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우선 지역 정치 현실에 대해 "지방의회는 보수정당이 독점하고 토호중심의 개발연합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은 늘어가고 있는 반면 지역시민사회의 영향력을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내린 처방은 한결같다. "좋은 여성후보를 의회에 보내야 하고" 이를 위해 "주민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시민운동 자체가 정치를 바로 세우는 운동"이라면서도 "시민운동가들이 지방정치 진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시민운동 하듯 정치활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운동가들이 주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활동을 해 왔다면 정치운동은 말 그대로 한 사람으로부터 한 표를 얻는 생활밀착형 활동이다. 따라서 시민운동가들이 풀뿌리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준비도, 운동방식도 생활밀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 대표가 말하는 좋은 정치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고,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혼자 하는 정치가 아니라 정책결정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다.
그는 "평범한 주부들이 생활 속에서 가로등과 수돗물 문제가 결국 정치와 맞물려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생활정치의 시작"이라며 "이런 면에서 벼룩시장, 자원재활용운동, 환경보호운동, 의정모니터 등 지역 활동은 매우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결혼 이후 아파트 반장과 부녀회장을 맡아 아파트 공동체 생활을 복원하는 일에 빠져 있다가 대전여민회로 자리를 옮겨 재활용 가게인 '보물창고'와 어린이 책사랑방 '도토리', 어린이 책잔치, 주민강좌, 성인권활동, 평화통일 실현 활동 등을 생활 주민운동을 주로 담당해 왔다. 현재는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시민운동가들 사무실 운동에만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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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지역정치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나?
"지방의회는 보수정당이 독점하고 토호 중심의 개발연합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은 늘어가고 있는 반면 지역시민사회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다. 민선자치시대가 도래하면서 생활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여성들이 소수지만 의회에 진출해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지만 지방정치는 여전히 일부의 힘 있는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다. '풀뿌리 생활자치'라는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는 퇴색되고, 연고와 이권, 부패와 무능이 판치는 구시대 중앙정치의 구습을 옮겨놓은 정치판이 지역에서 되풀이 되고 있다."
- 시민운동가들의 지방정치 진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참여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또한 모든 사안의 정점에 정치가 있다. 시민운동 자체가 정치를 바로 세우는 운동이다. 시민운동가들이 지방정치 진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시민운동 하듯 정치활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 시민운동하듯 정치활동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시민운동가들의 지방정치 진출에 있어서 개인적 걸림돌과 사회적 걸림돌을 각각 꼽자면.
"개인적인 걸림돌은 시민운동가들이 활동방식이 정치진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민운동가들은 주로 이슈와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오다 보니 생활밀착형 풀뿌리 정치활동과 거리가 있다. 즉 시민운동가들은 주로 사무실운동에 능하지 이웃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한마디로 역량 있는 시민운동가도 막상 정치국면 때 선거구에 나가면 지지하겠다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걸림돌은 시민운동은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와 정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인식이다. 즉 시민운동과 정치를 연결해 사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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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여러 차례 시민운동가들의 정치 참여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부분 개인적인 수혈에 그치거나 지역 운동과의 조직적 결합이 미비했다. 어떤 방식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보나?
"먼저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벌이고 있는 '가나가와 네트운동'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가나가와현의 각 기초자치단체에 사는 주민들이 모여 생협운동을 벌이다 '어떻게 하면 세제를 좀 덜 쓸 수 있을까'를 논의하다 지방조례를 만들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지역 안에서 네트워크를 넓혀 지역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고 지방의회 선거에 회원을 보내기 위해 도전했다. 한 명의 지방의원을 만들기 위해 회원들은 회비를 내고 자원 활동을 했다.
지방의원에 당선된 사람도 대리인이라는 생각으로 의정활동을 벌인다. 때문에 의정활동 정보가 철저히 공개되고 지역정치 풍토 개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각 지역에도 정치운동을 하는 단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적어도 지방정치에 진출하고 자 하는 좋은 후보가 돈이나 자원봉사조직 등 환경적 요소 때문에 뜻을 접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지방의회에 진출한 소수 여성의원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당선을 위해 만든 급조된 조직과 활동은 호흡이 짧을 수밖에 없다. 이보다는 함께 문제 의식을 공유하며 과정을 나눠야 의회에 진출한 여성의원과도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후보를 지방의회나 국회에 들여보내면 좋은 정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동안 역량 있는 여성 후보자가 국회에 진입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역량 있는 개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과정을 공유한 사람을 많이 늘리는 일이 보다 소중하다. 지역에서부터, 밑바닥에서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
- 김 대표가 생각하는 생활정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모두가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문제라고 같이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금씩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생활운동의 시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경험이 쌓여 지속적이고 재미있게 활동해 나가는 것이 생활정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라고 느끼지 않고 흘러 보내거나 문제임을 느끼면서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거나 함께 해결하기보다 개인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생활정치는 대부분의 문제가 개인적인 것이기보다 정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고 정치를 바꾸기 위해 벌이는 활동인 셈이다."
"살림살이를 보면 생활정치가 확장된다"
- 그동안 지역여성들과 생활정치를 공유하기 위한 현장 활동을 벌여왔다. 여성들이 생활의 문제가 결국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어떻게 깨닫고 있나?
"평범한 주부들이 생활 속에서 가로등과 수돗물 등 수많은 문제와 부딪힌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해결하려 하다가 좌절하면서 간단한 문제지만 자치단체와 지방토호세력, 지방의회 등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면에서 벼룩시장, 자원재활용운동, 환경보호운동, 의정모니터 등 지역 활동은 매우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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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지방의회에서 '여성발전기본조례'를 만드는 데 너무 개념이 없다. 만드는 사람들이 여성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은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생각을 적어 의회에 보냈다. 작은 것이지만 문구가 바뀐 조례가 제정됐다. 보통 처음에는 주민들이 '아파트 관리규약'이 뭔지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아파트 생활을 하는 데 불만이 없고 개선점이 없을 수 있겠나. 주민들이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규약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나머지는 쉽게 해결된다.
이런 면에서 관심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생활정치 시작이다. 관심만 갖게 되면 살림살이가 보이고 살림살이를 들여다 보다 보면 생활정치가 확장된다. 일례로 얼마 전 여대생이 우리단체에 와서 며칠간 지방의회를 견학하고 왔다. 지금 보고서를 쓰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회 의원들이 밥그릇을 놓고 싸우고 있을 때 그냥 '또 싸우고 있구나'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왜 싸울까?' '어떤 밥그릇을 놓고 싸우는 걸까'를 궁금해 하고 이걸 파악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의회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의회 모니터 활동도 벌이게 된다."
"지난해 유럽에 갔을 때 한 지방의원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여성은 당초 간호사 일을 했는데 아이를 맡기기가 어려워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사민당에 가입했단다. 사민당 동네모임에 나가 정치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이후 의회에 진출했는데 평소 낸 당비 외에 전혀 선거자금이 들지 않았단다. 2번의 의정활동은 자원 활동하듯 했고 이후 전업정치를 하게 됐다고 한다.
얘기를 들으며 우리나라 정치현실이 교차됐다. 한국은 정당의 동네모임 속에서 정치과정을 배우기도 어렵고 선거제도의 걸림돌로 의회에 진출하기가 너무 어렵다. 여성들이 정치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제도의 평등이 필요하다."
"생활밀착형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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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운동가들이 풀뿌리 정치에 참여하면 잘할 수 있다고 보나?
"잘할 수 있지만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시민운동가들은 주로 오랜 생활을 주민과 만나 얘기하기보다 언론을 만나는 데 익숙했다. 때문에 막상 동네에 가면 마을문제를 해결하는 데 곤란해 한다. 시민운동가들이 주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활동을 해왔다면 정치운동은 말 그대로 한 사람으로부터 한 표를 얻는 생활밀착형 활동이다. 따라서 시민운동가들 풀뿌리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준비도, 운동방식도 생활밀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에서는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나.
"2년 전 출범했다. 여성의 선거출마와 정치 진출만이 아니라 지역 활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정치 NGO다. 앞으로 '돌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여성후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지역 여성 유권자들을 조직하고 '돌봄 정치'에 입각한 공약을 개발하고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 좋은 생활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단순히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목표를 두기 보다는 일반 누리꾼을 비롯 여대생, 아파트 부녀회, 진보정당 및 기성정당 참여여성 등 다양한 층의 여성들과 소통 과정을 공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출마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후보자 발굴, 교육, 캠프활동 지원, 예산확보, 선거 후 네트워크 구성 등 출마후보자에 대한 완결적 지원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만이 선출된 대표자가 혼자 하는 정치가 아닌 시민들이 정책결정과정과 정치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도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소통하는 사람을 늘리는 게 진전이고 발전이다.
대전역에 가서 서명을 받다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만 평소 소통이 있던 사람은 발길을 멈춘다. 이렇게 발길을 멈추고 관심을 갖게 하는 소통의 과정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후보를 발굴해 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수 년 뒤에는 우리 후보를 낼 자신이 있다."
- 지방 선거 때마다 풀뿌리정치 참여 논의가 달아오르다 선거가 끝나면 사그러든다. 왜 같은 얘기가 반복된다고 보나?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급조해서 될 일이 없다. 사람과 조직 아무것도 없는데 정치 참여하자고 말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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