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재훈(행정팀장/교사)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는 [치유적 대안학교 ‘별’]이라는 도시형 대안학교가 있다. 이 곳은 30여 명 내외의 탈학교 아이들의 복음자리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www.activerlearning.or.kr)의 자료에 따르면, 한 해에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이 서울시만 해도 1만5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의 수가 상당하다는 것에 놀랄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뚜렷한 자기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장의 학교생활이 너무 싫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이든, 떠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든 이후의 대책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소위, 서울의 도시형 대안학교는 이런 학생들을 보듬어 교육하는 자유로운 아이들의 학교다. [치유적 대안학교 ‘별]은 지난 2002년 2월4일 개교 이후 이제 막 2년을 넘기고 있다. 다른 도시형 대안학교가 그렇듯이, [치유적 대안학교 ’별‘]의 역사도 긴 편은 아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현 김현수 교장선생의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이 어떤 것을 선택하고 무엇을 하느냐가 이 학교의 진로를 가늠할 것이다.
‘치유적’이라는 단어가 무척 생소했다. 그래서 이재훈 팀장에게 그 뜻을 물었다.
“처음에는 교사들도 ‘치유적’학교의 개념을 상당히 어려워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TV를 통해서도 많이 소개됐고, 몸으로 느끼면서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죠. 오히려 외부의 사람들이 ‘치유적’이라는 학교 이름 때문에 오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치유적’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다른 도시형 대안학교와 차별화한다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좀 더 편하게 대하고 상담 서비스를 잘 해보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죠. 탈학교 아이들이 요즘엔 상당히 늘어나고 있잖아요? 한 해에 6만에서 8만 명 정도 되는데요, 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치유적’이라는 말은 이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가 치료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의료적 용어는 아니죠.”
그래서 [치유적 대안학교 ‘별’]의 교육과정은 자기치유의 과정이며,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이다. 상담의 기능을 강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대안학교의 특징이라면 기존 제도권 교육이 담지 못하는 내용과 경험을 공동체적인 분위기에서 학생과 교사가 관계 지어져 있다는데 있다. [치유적 대안학교 ‘별’]도 그런 관계맺음이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의 원리이다. 일부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지금의 대안학교를 ‘A/S센터’ 정도로 이해하곤 한다. 학교를 벗어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부모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대안학교에 발을 디딘 청소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천한 역사에 비해, 현재의 대안학교가 빠르게 정착되어 간다고 이재훈 팀장을 보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늘상 고민해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전체 28명 내외의 학생이 [치유적 대안학교 ‘별’]에 다닌다. 출석 인원은 다소 변동이 있긴 하지만 10-20명 정도라고 한다. 교사들을 ‘별지기’라고 한다. 아이들이 ‘별’이라면 그 아이들을 보듬어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루 수업 중 첫 시간은 ‘0교시 수업’이다. 수업명은 ‘Thinking Time'으로, 아이들과 모여 대화하고 하루에 대해 이야기한다. 0교시가 끝나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총 4시간의 수업을 진행한다.
“시간 배분은 일반적으로 초․중․고등학교 시간과 같습니다. 이 시간 정규시간 이외에는 프로젝트 수업을 해요. 아이들과 같이 하는 수업인데, 아이들 각자가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짧게는 2주, 길게 하면 6주 프로젝트 수업을 합니다. ‘달리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했던 프로젝트는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기도 하고, 육체적인 경험도 했죠. 직접 배워보고, 실제로 달리기와 관련한 주제들을 가지고 마라톤을 하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마라톤 대회 10km를 다 완주를 해봤어요.”
그 동안 [치유적 대안학교 ‘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달리기’를 주제로 한 “Run&Learn", 꽃을 통해 식물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이해하고 체험했던 ”Flower & Our Project", 미래에 대해 꿈꾸고 끼를 만끽했던 ‘스타탄생’,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고구마 프로젝트’를 마쳤다. ‘고구마 프로젝트’의 경우는 가족 동반 프로그램이었다. 고구마를 직접 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각종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에 대한 감사,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다. 프로젝트 수업은 그 때 그 때 내용과 형식이 바뀌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이다.
[치유적 대안학교 ‘별’]이 다른 학교와 차별성을 띄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거나, 전문성을 지닌 교사들의 수가 많다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나다.
“지금은 다른 학교에서 많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한데, 직업교육을 좀 더 구체화시킨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역의 다양한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직접 오셔서 강의도 해주시고, 또 반대로 그 쪽에서 저희 인력을 필요로 한다면, 저희 청소년들이 교육차원에서 직접 노동 현장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마을 함께 만들기’와 같은 지역과의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요, 지역 안에서 저희 학교와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른 학교보다도 시스템적으로 프로그램 운영하는데 있어서 조금 더 안정화된 것 같아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선생님들이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 같은 경우는 구성원들의 갈등해소라든지, 가족간의 관계라든지 상당히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여러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치유적 대안학교 ‘별’]의 교사가 되기도 한다. 전체 자원교사는 상근 교사를 제외하고도 50여 명이나 된다. 빵집 아저씨가 오기도 하고, 파출소의 경찰 아저씨가 오기도 한다. 꽃집 아줌마의 생생한 직업의 세계를 듣기도 한다. 또, 아이들은 빵집에 가서 빵을 팔기도 하고, 꽃집에 가서 꽃을 팔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지역사회와 호흡한다.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치유적 대안학교 ‘별’]을 홍보할 수도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모든 도시형 대안학교가 그렇듯이, [치유적 대안학교 ‘별’]의 재정도 항상 걱정이다. 지금은 정신과 병원을 운영하시는 교장선생이 사재를 털어 부담이 큰 편이고, 정성을 보태주는 후원자들, 학부모 후원, 그리고 몇몇 재단에서 지원받는다. 작년, 날씨가 하도 더워 에어컨을 장만했지만, 학교의 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은 뭐하러 구입했냐며 꾸지람이다. 이재훈 팀장은 재정이 어려우면 아이들의 심성에도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재정은 늘 중요하고 관심의 대상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학교가 조금 더 정상화되어야겠죠. 그 학교 안에서 조금 더 다양한 교육시스템이 갖춰져야겠죠. 자유학교든,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진행되어야겠죠. 아이들 입장에서 아이들의 욕구가 반영된 학교문화가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선생님들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가야겠죠........우리 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적응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치유적’이라는 개념을 두고 가장 바람직한 평가는 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평가는 어떠한가일 것입니다. 이 아이가 이 학교에 적합한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모든 프로그램을 아이들 중심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아이들이 없으면 [치유적 대안학교 ‘별’]도 존재의 가치가 없는 거죠.”
[치유적 대안학교 ‘별’]은 새로운 교육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탈학교 청소년들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 아이들은 매우 정상적인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을 몸이 다소 불편할 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듯, 탈학교 아이들도 똑같은 우리의 아이들인 것이다. 어쩌면 그 아이들이 우리 세대가 받았던 교육보다 더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교육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오히려 억압된 제도권 교육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나이 많은 세대들은 슬퍼해야 한다. 어떤 교육이 더 훌륭한지, 결국 우리 아이들이 평가할 일이다.
※ 치유적 대안학교 ‘별’ 홈페이지는 http://schoolstar.net/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