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운동 일반'에 해당되는 글 49건

  1. 2009.10.14 "상호부조와 풀뿌리운동"-발제문올립니다-하승우 2
  2. 2009.05.20 "활동, 간지 흐르다!!" 워크숍에 초대합니다
  3. 2009.04.21 '모심과 살림'의 연구지원공모사업 참고하세요^^ 1
  4. 2009.03.11 [풀뿌리운동을 다시 짚어본다] 토론회에 초대합니다.
  5. 2008.01.25 [책소개] "참여예산 - 제도가 아니라 주민이다" - 8,000원
  6. 2008.01.18 "2008 풀뿌리워크숍(가)" 준비위원회 회의록
  7. 2008.01.17 "참여예산 활성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에 초대합니다
  8. 2007.12.01 "지역을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 - '진보개혁세력 위기 극복방안'
  9. 2007.11.26 [초대합니다]"한국 거버넌스의 현황과 민주적 거버넌스"
  10. 2007.11.02 [집담회 녹취록]"중견 활동가들의 고민 엿듣기"
  11. 2007.11.01 밥상머리 마음공부 - 대림동환경건강학교
  12. 2007.11.01 여성의 눈으로 보는 환경건강에 대하여 -방학동건강학교참고글
  13. 2007.11.01 건강한 먹거리와 환경 -방학동환경건강학교
  14. 2007.11.01 여성은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 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
  15. 2007.11.01 여성, 생태주의, 그리고 “대전초록정치” - 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
  16. 2007.11.01 사례발표/여성의 눈으로 본 생협운동 - 2004 대구 여성환경포럼
  17. 2007.11.01 태안반도 원유유출 방제작업 자원봉사자 및 지역주민의 급성 인체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 발표 / 녹색연합
  18. 2007.11.01 서울시 지역균형발전 계획 정책 토론회 / 서울환경연합
  19. 2007.11.01 풀뿌리운동이 희망이다 / 오관영
  20. 2007.11.01 지역운동의 현실과 과제 / 고유기
  21. 2007.11.01 <성명서> 2008년 1월 1일 새로운 신분등록법 시행을 앞두고
  22. 2007.11.01 [의료급여공동행동 성명]의료급여제도 30주년 기념에 부쳐
  23. 2007.10.30 [집담회 녹취록] "새로 중책을 맡은 활동가들의 고민 엿듣기!!"
  24. 2007.10.29 오래된 미래, 풀뿌리시민운동
  25. 2007.10.16 '이음' 활동가 집담회 [2] _ 중견활동가 역할은 무엇일까
  26. 2007.09.28 열 가지 희망 만들기 : 주민을 주인으로 만드는 주민소환
  27. 2007.09.28 열 가지 희망 만들기 : "참여와 토의를 통해 지역의 주인되기"-참여예산제
  28. 2007.09.28 열 가지 희망 만들기 : "마을은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29. 2007.09.28 열 가지 희망만들기 : 청소년은 시민이다!
  30. 2007.09.28 열 가지 희망만들기 :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한살림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풀뿌리자치공부모임"에서
오늘(14일)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의 저자 하승우 박사님을 모시고 집담회를 엽니다.
첨부화일은 오늘 발표할 하승우 박사님의 글입니다.

참고하세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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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운동 활동가 교육]

“활동가 간지 흐르다!”



초대합니다

“풀뿌리운동 활동가 교육”에 초대합니다.

어떤 일이든 3년차 경력이 지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은 운동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철학과 운동방식, 지속가능한 운동의 상상력과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런 욕구를 고려하여, 시민(지역)운동의 역사적 고찰을 통한 이해와 활동가 개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은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긍정적인 개인주의’ 혹은 ‘주체적인 삶을 사는 활동가’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아래와 같은 일정과 내용으로 마련하였으니 관심 있는 활동가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 일   정 : 2009년 6월 24일(수) 오후 2시 - 26일(금) 오전 (총 2박3일)

 ▪ 장   소 : 롯데인재개발원(오산, http://www.lotteacademy.co.kr/)

 ▪ 대   상 : 지역(시민)운동 3년차 내외의 관심 있는 활동가

 ▪ 모집 인원 : 30명(참가비 입금 선착순)

 ▪ 참  가 비 : 1인 30,000원(사전 입금을 원칙으로 합니다)

   (계좌 : 신한은행 100-022-616550 예금주 :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 공동 주최 :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신청 방법 : 6월 12일까지 이메일(grassroot@hanmail.net)로 접수

 ▪ 문     의 : 김현(02-502-2079, grassroot@hanmail.net)

 ▪ 신  청 서 : 첨부화일 참고


▣ 프로그램 일정


시간

제목

내용

첫째 날

14:00-15:00

① 오리엔테이션

워크숍의 취지 설명/전체 소개

15:00-18:00

② 활동가, 역사와 만나다

: 시민운동의 역사 이해하기

시민운동의 역사적 고찰

18:00-19:00

저녁식사

식사

19:00-21:00

③ 활동가, 물을 만나다

: 공동체 놀이마당

회원 또는 시민과 함께 하는

공동체 놀이 배우기

21:00-22:30

④ 건강과 재미 챙기기

 : 주제별 장터

마음에 드는 주제를 선택하여

함께 정보를 교류하기

(침뜸/면생리대 만들기/보드게임/친환경 화장품 만들기/타로)

둘째 날

09:00-12:00

⑤ 성공하는 블로거의

   7가지 습관

블로거로 운동하기 위한

팁과 노하우 익히기

12:00-13:30

점심식사

식사

13:30-15:30

⑥ 활동가, 삶과 사회를

   성찰하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자신의 삶의 돌아보는 시간(강좌)

15:30-18:30

⑦ 이슈별 워크숍

: 활동 보따리 장터

관심 있는 주제를 스스로 선택해서

함께 토론하고 정보 공유하기

18:30-19:30

저녁식사


19:30-22:00

⑧ 3인 3색 활동가 토크쇼

선배 활동가들의 좌충우돌 진솔한 삶의 이야기 함께 나누기

22:00 -

⑨ 우애와 연대의 파티

뒷풀이

셋째 날

09:00-11:00

⑩ 활동가 세계와 만나다

: 지역운동의 세계적 흐름

 미국과 아시아 풀뿌리운동의 역사와 현재를 통해 본 미래(강좌)

11:00-12:00

⑪ 활동가 권리장전

   함께 만들기

활동가가 누려야 할 권리 찾아보기

12:00-13:00

점심 및 귀가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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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의 '모심과 살림 연구소'가 지역운동과 관련된 연구과제를 공모했네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지역활동가들은 이미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잘 정리하면 서로 도움이 될 듯 싶네요.

참고하세요^^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2009년 연구 지원 공모 사업을 시행합니다.  

모심과살림연구소는 생명 가치를 사회화 하고, 생활 현장에서 생활인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삶터(지역)를 보다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지역살림운동과 생명문화운동을 정착, 확산시키는 차원에서 관련된 연구 및 학술활동을 지원하는 공모 사업을 시행하고자 합니다.  

   이번 공모 사업에 생명운동, 지역살림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연구자 및 활동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공모 주제: 생명평화운동, 지역살림운동(풀뿌리운동, 주민자치운동, 생활협동운동, 마을만들기운동, 대안교육, 자활, 복지, 자원봉사 등) 

■ 지원 형태 및 규모  

- 개인 연구자: 3명 (각 70만원) 

- 연구팀: 2팀 (각 100만원) 

■ 지원 자격:  

1) 전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 또는 생명운동, 지역운동 관련 활동가 

2) 연구팀의 경우 4인 이상 학습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함.  

■ 공모 기간: 2009년 4월 20일(월) ~ 5월 11일(월) 17:00까지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조 하세요. (www.mosi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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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총회 및 기획토론회

『풀뿌리운동을 다시 짚어본다』에 초대합니다

최근 우리의 시민운동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풀뿌리운동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으로부터 이 토론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풀뿌리운동이 우리 사회의 하나의 유력한 대안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저희 풀뿌리자치연구소의 존립에 대한 회의라고도 볼 수 있기에,
전면적으로 그러한 문제를 다루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금의 풀뿌리운동이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명쾌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은 또한 아닌 듯합니다.
이에 우리 풀뿌리운동의 내부 문제를 논쟁적으로 제기하고
이에 대한 집단적 방향을 찾아보기 위한 취지로 이번 토론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한 두 사람의 발제와 지정토론 등의 형식은 적합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패널 네 분과,
참여자들의 참여를 통한 집단적 문제제기와 방향모색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저희가 차용한 형식은 MBC 100분 토론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일반 참여자의 참여에 보다 많은 배려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로 바쁘고 힘든 시기이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뿌리운동의 대안과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고자 하는 자리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 제목 : "풀뿌리운동을 다시 짚어본다"
• 일시 : 2009년 3월 27(금) 오후 3시 30분 - 6시(총회는 3시부터 30분간 진행됩니다)
• 장소 : 미지센터(자세한 것은 여기를 클릭)
• 대상 : 관심 있는 분 누구나
• 사회 : 이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패널 :
              박신연숙(한국여성의전화 '동작구 평화마지')
              하승수(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하승창(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양운(대전여민회)
• 토론주제 :
              ① 현 국내,국제적 상황에서 풀뿌리운동은 어떤 의미와 방향을 지니고 있는가?
              ② 여러 지역에서 다양하고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과연 그만큼의 시민 역량강화나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③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들(각종 복지기관 및 센터, 자생조직 등)과의 네트워크는 가능한가?
              ④ 지역정치에 참여한다고 하는 것은 어떠한 조건과 실천을 의미하는가?

• 문의 : 김현(grassroot@hanmail.net/018-229-8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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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이 작은 책자를 하나 냈습니다.

"참여예산 - 제도가 아니라 주민이다"라는 제목의 이 책자는 2007년 참여예산제도를 조사하고 토론한 것을 묶어 놓은 자료입니다. (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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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여 쪽 분량의 이 자료는
제1장 서놀
제2장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 현황
제3장 포르뚜 알레그리의 참여예산 사례
제4장 한국 참여예산제의 문제점
제5장 참여예산 활성화를 위한 제언
<부록> 한국의 참여예산제를 둘러싼 쟁점과 전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입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회원 분들은 무료로 발송해드립니다)

- 전화 : 02-502-2079/018-229-8336(김현)
- 이메일 : grassroot@hanmail.net
- 가격 : 8,000원(발송을 원하시는 분은 갯수에 상관 없이 3,000원 추가)
- 계좌 입금 : 신한은행 100-022-616550(예금주 :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입금 후 꼭 연락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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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007 풀뿌리들의 수다'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풀뿌리 활동가들이 모여 한판 수다를 떨어보자는 취지에서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천안에 120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모였던 워크숍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었습니다.

올해에도 그 행사에 이어 '2008 풀뿌리워크숍(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준비위원회를 꾸려 지난 1월 15일 첫 모임을 장충동 KYC 회의실에서 가졌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행사도 특정한 단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어떤 사람이라도 준비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고,
그 곳을 통해 모든 것이 준비될 예정입니다.

또한,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2008 풀뿌리워크숍(가)'의 일련의 과정이라는 생각에
준비 과정을 모두 공개할 계획입니다.
열린 공간의 장이므로, 마땅히 어떤 이도 배제하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의견, 소통, 참여를 희망합니다.

아래는 첫 모임 회의록입니다.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고 관심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메타블로그'에 전용 게시판을 만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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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풀뿌리 워크숍(가) 준비모임 회의록



■ 일시 : 2008년 1월 15일(화) 오후 3시

■ 장소 : KYC 회의실

■ 참석(존칭생략/가나다순) : 김승호, 김현, 박은희, 오관영, 이근행,

                                           이명애, 이상희, 이호, 정규호, 최경송, 하승창



○ 사회 및 취지 설명 : 이호



○ 2008 풀뿌리 워크숍에 대한 자유 토론


- 광진, 천안, 인천, 관악, 과천, 생명운동 등 각 지역별 상황과 계획을 교류하였음.

- 우리 사회 긍정적 변화를 위해 큰 틀에서의 비전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엮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고, 그런 비전을 공감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음.

- 지역과 마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풀뿌리적 관점에서 마을만들기의 입장이나 비전 등이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 비전은 구체적 마을로부터 나와야 하고 내 삶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견.

- 2007년 풀뿌리들의 수다의 내용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 활동 전략도 필요하다는 의견.

- 대안운동, 생명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전개하는 영역의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 변화될 수밖에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서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가치를 드러내어 교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 운동단체의 현실적인 문제들, 예컨대 재생산의 문제, 재정의 문제 등에 대해 공동의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

- 풀뿌리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끼리도 소통이 부재했으며, 이런 사람들끼리 깊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의견.

- 큰 틀 속의 사회변화와 동네를 변화시키려는 철학을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

- 개인의 희망이 사회적 희망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당위와 명분으로 치장된 운동을 극복하기 위하여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워크숍이 되었으면 하는 의견.

- 전체 사회변화를 위한 풀뿌리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 즉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할 것인가가 주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는 의견.

- 탈정치화된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

- 의제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실천적 과제와 학습의 과정도 고민해보자는 의견.

- 이번 워크숍을 통해 풀뿌리운동의 흐름 과정에서 한 단계 매듭을 짓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견.

- 급하더라도 천천히, 꼼꼼히 진행해나가기로 함.



○ 합의 내용


1) 2008년 풀뿌리워크숍(가)의 취지와 목적에 모두 공감하였고 착실히 준비해나가기로 함.

2)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풀뿌리워크숍의 행사의 일련의 과정이라고 인식하며, 모든 이들에게 공개해 나가기로 함. 이를 위해 홈페이지(풀뿌리 아카이브 또는 메타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나가기로 함. 별도 게시판 구축.

3) 추천된 준비위원 이외에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을 추천받고 참여의 폭을 넓히기로 함.

4) 여러 통로를 통해 재정 문제를 고려해보기로 함.


○ 다음 일정


- 일시 : 2008년 1월 30일(수) 오전 10시.

- 장소 : 만해NGO교육센터 내 회의실(이근행 님이 알아보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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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자치정책센터 소식지
 
초대합니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참여예산 활성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
- 참여예산 사업 보고회 -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은 풀뿌리지역운동 활성화를 위한 사례연구의 일환으로
2007년 한 해 동안 참여예산 활성화 방안을 연구한 바 있습니다.
몇 차례 공개 토론회와 내부 토론회, 포르뚜알레그리 방문 조사, 지역워크숍 등을 거쳐
아래와 같이 전체 사업을 평가하고 활성화 방안을 찾는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이번 토론회는 참여예산의 한국적 상황에 맞는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고
참여자들간 허심탄회한 토론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일시 : 2008년 1월 24일(목) 오후 4시 - 6시
 ■ 장소 :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2(찾아오는 길, 여기를 클릭)
 ■ 제목 : "참여예산 활성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 - 참여예산 사업 보고회"
 ■ 사회 : 이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 발표 : 오관영(함께하는 시민행동)
 ■ 토론 : 김철(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이재정(고양예산감시네트워크)
 ■ 이후 전체 토론
 주최 :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 후원 : 아름다운재단
 

주소: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8-6 102호
전화: 02)502-2079 | 이메일 | # 찾아오시는 길
후원 : 1005-501-129497(우리은행/예금주 : 풀뿌리자치연구소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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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서 열린 지역운동의 소통과 연대 방안 (심규상)

곳곳에서 '지역운동'이 화두가 되고 있다.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이사장(충남대 교수)은 지역운동이 뜨는 이유로 '지역운동에 뿌리를 두지 않은 전국운동'의 쇠퇴를 꼽았다.

그는 30일 배재대학교 국제교류관에서 열린 '2007대전지역사회포럼' 주제 강연을 통해 "그동안 운동역량이 중앙에 집중되면서 지역과의 운동 역량의 격차가 확대됐고 결국 사회 구조의 변화나 사람들의 삶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왜? 그가 예시한 사례는 두 가지. 하나는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고, 또 다른 하나는 쌀 개방 반대투쟁이다.

낙천낙선운동으로 부패 정치인 상당수가 낙선되고 국회의원 정수도 일정하게 줄어들었다. 박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민운동이 마치 혁명군처럼 국회를 장악하는' 전과를 올렸다.

낙천낙선운동, 쌀 개방 반대운동이 일회성으로 끝난 이유

박 교수는 "하지만 그 후 슬그머니 의원 정수가 원래대로 돌아가고 국회 또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는 전국적 운동을 통해 획득한 '제도변화'를 열매 맺게 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0년 초 시작된 쌀 개방반대투쟁은 정부로부터 42조원의 농업투융자계획을 세우도록 했고 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반대투쟁은 이른 바 119조원 투융자 계획을 수립하게 했다. 하지만 전국적 운동은 말했지만 누구도 풀린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거나 그럴 역량도 없었다는 것이 박 교수의 현실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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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뜰 나눔장터 (대전여민회)


그는 "결국 막대한 돈이 지방토호와 일부 약삭빠른 농민 배를 불러주었을 뿐 다수 농민들은 빚만 늘어나 더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지역이 바꾸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 즉 "지역운동을 토대로 한 전국운동의 발전을 추구하자"는 역설로 모아진다.

박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앞세운 신개발주의, 신성장주의의 포로가 되고 있다"며 "지역운동을 통해 신개발주의 광풍에 맞서 지역을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생활현장인 지역을 새로운 삶의 공동체로 만들어 중앙권력을 변화시키는 진지로 구축하자는 호소다.

"운동이 즐겁지 않으면 아예 손을 놓아라"

어떻게?

권선필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삶의 활동, 기초적 인간관계, 지식의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우 대전충남통일연대 조직위원장은 "각 노동, 여성, 빈민 등 부문 운동진영 또는 단체 간 소통과 신뢰에 의한 연대와 화합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역 의제에 대한 정기적 의사소통구조를 만들어 토론 및 교육을 통한 대안 찾기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민경우 한국진보연대 정책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경기지역에서도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 등 서민대중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희 대전여민회 공동대표는 "그동안 단체 대표를 맡아 온 경우에도 일상적인 별도의 사업을 맡아 주민들과 함께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직접 챙겨왔다"며 "단체 상근자 등 운동 주체들이 권력화돼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체 상근자나 운동가들은 지역 주민들의 주체 역량을 강화하는 일 속 자체에서 즐거움(보람)을 찾아야 한다"며 "일이 즐겁지 않으면 아예 손을 놓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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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배재대에서 열린 '지역운동의 희망을 찾아서' (심규상)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대안의 하나로 대전참여자치연대의 3지체, 3운동론을 소개했다.

"소통과 연대 계기 만들기"

지역사회 권력 감시운동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권력영역)에서, 정책의제 대항 담론의 형성은 대전시민사회연구소(연구영역),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등 주민사업은 주민운동지원사업단(주민영역)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는 것.

이날 지역사회포럼에서는 교육, 노동, 문화예술, 지역 언론, 인권, 통일, 환경 등 각 부문에 대한 분야별 토론도 진행됐다.

이날 포럼 진행을 맡은 대전시민사회연구소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진보개혁세력의 성과와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지역운동의 전망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지역사회운동의 소통과 연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지역사회포럼은 대전지역 진보개혁세력간 단절을 넘어 소통과 연대를 위한 한시적 네트워크로 대전지역 35개 단체가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행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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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버넌스의 현황과 민주주거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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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말,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시민사회연구회[풀부리정책포럼]" 장면


한국사회에서 거버넌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실체가 불분명합니다.
한편에서는 민과 관이 협력하는 좋은 토대라는 지지가,
다른 한편에서는 형식적인 참여로 시민단체를 들러리로 만든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각 영역의 거버넌스 현황을 점검하고
거버넌스를 민주적으로 전환시켜 민주적 거버넌스를 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많이 참석하시어 열띤 토론으로 변화의 불씨를 밝혔으면 합니다.


'시민사회연구회[풀뿌리정책포럼]'은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 일시 : 2007년 12월 5일(수) 오후 3시
■ 장소 :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회의실(한양대역 2번출구, 정면 한양플라자 2층)
■ 제목 : "한국 거버넌스의 현황과 민주적 거버넌스"
■ 사회자 : 주성수(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소장)
■ 토론자 : 유성희(YWCA)/구도완(환경사회연구소)
               류홍번(안산YMCA)/지영림(국민고충위원회)
■ 형식 : 자유토론

※회의 공간의 제약 때문에 참여하실 분은 미리 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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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놓고 얘기합시다! - 활동가 집담회

- 중견활동가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




■ 일시 : 2007년 10월 8일 월요일


■ 사회 : 이호

■ 참가

김기연(미래를 열어가는 시민모임) /

박인규(희망을 만드는 사람들)) /

송재봉(충북참여자치연대) /

신윤관(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참석자 소개)


이호 :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자기 경험부터 말씀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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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관 : 부담 없이 오라고 해서 왔다.(웃음) 오늘의 핵심단어는 ‘중견’인 것 같다. 사실, 우리와 다른 일반 직장생활 사람들에게서 통용되는 ‘중견’이라는 의미는 권한, 권위, 여유와 같은 그런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운동판에서의 ‘중견’이라는 의미는 권한과 권위보다는 책임이 더 강하게 다가오고, 여유보다는 불안에 가까운 그런 심리상태가 아닌가 싶다.(웃음) 저는 93년부터 지역운동을 해왔다. 처음에 학생운동 정리하고 나와서, 민주청년회 사무국장으로 시작했고, 청년회장까지 갔다가, 안산에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하다가 지방의제로 갔다가, 지금은 푸른경기21로 갔다. 저 같은 경우는 옮기는데 있어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름대로 안산지역은 지역운동이 활성화 돼있어서 개인의 결단이나 결심 보다는, 일정한 논의 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논의 틀 속에서 나의 진로가 고민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다. 경기의제 사무처장이 3년 임기제이고, 3년 후에는 안산지역에서 다시 활동 할 것이지만, 이젠 녹록치 않다. 또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예전에는 내가 옮기는 것에 경제적인 문제가 큰 변수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절대적인 빈곤이라고 볼 수 없지만, 자리를 옮기는 것에 있어서 수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 하나는 흔히들 40대가 불혹의 나이라고 한다. 오히려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유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아무도 날 유혹하지 않는다.(웃음) 일도 사람도 딱히 나를 유혹하지도 않고, 지금 심리상태에서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하고 다른 무엇인가를 해봐야겠다는 유혹을 느끼지 못한다. 유혹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유혹이 없다.(웃음) 어쨌든 최근은 심리적 공황 같은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오늘 그런 고민을 같이 얘기하면서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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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봉 : 저는 고민이 깊지 못해서, 누가 고민을 하라고 했을 때만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까, 사무국장을 한 지가 97년부터였으니까 벌써 10년 쯤 됐다. 처음 시민운동 시작한 것은 93년부터다. 저는 옮겨 다닐 능력이 없어서 한 군데에서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 10년 쯤 됐을 때 제일 고민됐다. 재작년이었다. 일하는 데 재미가 없어졌다. 누군가 옆에서 “쟨 왜 이리 오래하냐”며 핀잔은 주는 소리도 환청처럼 들린다.(웃음) 일이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10년 차쯤이었다. 일이 내게 떨어지는 게 두려웠을 정도였다. 그래서 단체 내에 준비가 안 됐지만 무작정 1년을 쉬었다. 6개월 동안은 주변에서 놀았고, 나머지 반년은 필리핀 'NGO센터'에서 놀았다. 한국에 귀국할 때쯤 또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이 기회에 떠야 했는데, 막상 다른 일을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나름대로 시민운동 조직 틀 속에서 이런 저런 일 할 수 있지만, 이 틀 밖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싫었지만,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복귀하면서 뭔가 준비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다시 시작하다보니까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냥 톱니바퀴 일상처럼 굴러갔다. 어쨌든 뭔가 새로운 것 해야 한다는 고민은 있다.


한편으로 생활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고민이 있는 것 같다. 규모를 떠나서 일정한 수입구조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뭔가를 시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주변의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동료들이 있는데, 가끔 가족끼리 모임을 가질 때면 참 부담스럽다. 예전에는 차이를 몰랐다. 지금은 가족끼리 어울리는 게 어려워졌다. 특히 아이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이를 테면, 자동차부터 비교가 된다. 생활인으로서의 나에 대한 준비가 없는 것이 가장 현실적 고민이 한 축에 있다.


지역 내에서도 어쨌든, 같은 얼굴 10년 보는 것이 지겨울 테고, 그런 측면에서 뭔가 돌파구를 열어놔야 되는데, 위로 보니 선배는 다 없어졌고, 어떻게 하다가 내가 최고참 선배가 돼 있었다. 어찌 보면 내가 후배들의 미래일 테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하다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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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관 : 중견활동가의 공통된 고민 같다.(웃음)


박인규 : 내 삶의 변화로 보면, 그다지 변하진 않았는데, 내용적으로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전에 제가 활동했던 인천참여자치연대를 2005년 말에 그만두고, 후배에게 물려주었다. 저는 2000년까진 노동운동을 했고, 총선연대 이후 시민운동에 뒤늦게 진입했다. 시민운동에 발 딛고 있지만 몸은 노동현장에 가 있고, 정서와 정신은 항상 현장에 가 있었다.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남 밑에서 같이 하려는 마음이 적어서 그런지 몰라도, 선배나 후배들에게 얘기할 때 나는 나를 괴롭혀야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스타일이라 조직도 많이 깨먹으면서 새로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속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참여자치연대를 만들었다. 40대에 뭔가를 만들었다가, 쉽게 관두는 일은 이젠 안 먹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진지하게 새롭게 고민할 나이가 된 것이다.


고민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2000년도 이전의 노동운동에서 내 모습과 2000년 이후의 시민운동으로 가는 길에서 내 모습의 차이는 무엇인가. 차이 없는 듯해도 나의 사고나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에 대한 태도나 방식이 굉장히 많이 바뀌어 있었다. 지금도 내 또래나 후배들이나 선배들은 아직도 민주노총이나 지역 노동자들과 활동하는데, 몇 년 지나니까 알게 모르게 이 분들과 거리가 생겼다. 어디부터 거리가 생기는 걸까? 지역운동하면서 노동운동의 가치나 지향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면서 좀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노동운동 판에서 노동운동 보는 시각과 시민운동 판에서 보는 노동운동에 대한 시각이 다른 것 같다, 그게 뭘까? 과거 노동운동 떠난 선배들과는 다르겠지만, 내가 하는 고민을 한발 물러서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혹은 우리 운동을 어떻게 보는가를 객관적으로 보자는 생각이 2004년도에 들기 시작했다.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 보다는 뭔가 해명이 되지 않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까,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차제에 당시 주변에서 공부하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나도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83년에 대학에서 짤렸기 때문에 학벌의 장벽에 막혀서 대학원을 갈 수가 없었다.(웃음) 그로부터 20년이 넘었는데, 다시 학교에 복학해서 작년에 마치고 올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나를 괴롭혀야 사는 느낌을 받듯이, 저는 뭔가 하지 않으면 인생의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나도 남도 귀찮게 하면서 살아왔고, 그 와중에 대학원을 가게 됐다.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대학가면서도 시간을 쪼개다 보니까, 내가 책임을 못 지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세 살 밑 후배에게 직책을 물려주고 그만 두려했는데, 그 친구는 나보다 더 깊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친구가 먼저 그만둘까봐, 내가 먼저 그만뒀다.(웃음) 사무처장 안 하고 그만두는 건 좀 그렇지 않느냐 라고 꼬셨다.(웃음)

어디 가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 누가 날 받아줄 것인가란 고민 보다는 내 역할을 다한 시점에서, 무엇을 갖고 해나가야 될 것인를 고민하는 상태에서 더 내공을 쌓아서 평생 갈 수 있는 새로운 것을 고민해보잔 생각이다. 20년 넘게 달려왔는데, 지금은 돌아볼 시기이다. 내다보면서 준비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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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 오늘 집담회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초청받으신 분들이 다 남자이고 나 혼자 여자다. 영역도 다른 것 같다. 저는 복지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결혼했기 때문에 자녀양육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이 여기 계신 분들과의 차이다. 또 지역적 차이도 있다. 우리는 고민이 뭐냐면, 사람이 없다는 거다. 미치고 환장하겠다.(웃음) 이 바닥을 뜨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천안이 50만이 됐다. 제가 처음 왔을 때 18만이었다. 10년 사이 이렇게 많이 성장했다. 서울에서도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찾기 어렵다.


고민의 차이가 있다. 저는 기본적으로 YMCA를 통해서 시민운동에 대한 생각이나 마인드를 받고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에 가서 복지적으로 풀려는 시야를 갖게 되었다. 그때는 간사였다. 내가 맡고 있는 영역의 덩어리를 확산하는 것이 과제였고, 단체를 새로 만들면서 사무국장이 되었다. 활동하는 그 사이에 두 번의 출산이 있었다. 둘째는 쌍둥이였다. 애 셋 키운다. 지금은 어떤 상황이냐면, 복지단체에서 사무국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뭔가, 지역사회가 어떤 것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건강하겠는가? 이런 고민이 진짜 깊다.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복지 쪽에서 아동복지다 보니까 사업량이 너무 많아서 그런 역할을 못 한다. 공부도 하고 싶고 이사회를 변화시키고 싶기도 하고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내가 맡은 게 너무 많다. 재정파트도 담당한다. 회사로 따지면 기획, 회계, 행정, 인사까지 해야 하는데, 조직이 커지면서 그 모든 것을 내가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서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보면, 그런 고민을 하기 쉽지 않다. 앞 뒤 안 가리고 맹목적으로 사업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 조직과 내 상황에 대한 것들을 정확하게 가늠하지 않고, 있던 방식대로 밀고나가고 확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 짐을 조직 안에서 같이 질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소진했다.


그래서 지금은 생활의 문제나, 생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보다는, 내가 아동복지 운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당장 어린 내 아이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굉장한 빈곤하기 그지없다. (웃음) 한 달 평균 2~3회 회의를 저녁에 하는데, 친정이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서 여기저기에 아이를 맡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제 아이들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래, 라고 묻기도 한다.(웃음) 지금은 내가 해야 될 역할을 하고 싶은데, 이 체제 안에서 그럴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고, 그 대안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사실 갈 데가 없다. 갈 곳이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주변에 뭘 만들어야 마음 편한 분이 계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역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사람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런 것을 고민하는 그룹이 있다. 그 쪽에서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하려고 해도 다시 일으키는데 어려우니까, 장기적으로 보고 일을 정리할 필요 있지 않느냐 조언한다. 그래서 일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저는 떠나고, 다른 데로 보낸 후배를 다시 데려오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힘들었다. 불안한 마음 있었다. 일단은 쉬면서 애들 양육도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한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 내가 관심 있는 게 한국에 있나? 어디 가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


나도 밑에 사람을 키워야 하는데, 이런 조직에서 과연 사람을 키워낼 수 있을까? 만약 키워내는 조직이라고 치면 그 사람들한테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내가 길게 보기 때문에 계속 쭉이 아니라, 잠시 중간에 쉬더라도 그 과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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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말씀 듣고 든 생각은, 모두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이 진짜 있는가? 현재적 조건 때문에 못 하는 건가? 한편으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기연 국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지금 우리를 4, 5년 공부에 투자하기엔 나이가 많기도 하고, 많은 문제가 겹쳐있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궁금증이 뭐냐면, 운동판에서 10년 20년 있다 보면, 선택할 여지가 별로 없다. 사회적으로 무능력자가 된다.(웃음) 10년 전에만 하더라도 내가 돈 벌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하겠냐 했는데, 이제는 여기를 떠나면 여기만큼 못 받을 수도 있겠다(웃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제를 바꿔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우리 나이 또래 사람들, 경력이 비슷한 사람들의 비슷한 고민에는 경제적 문제가 항상 포함돼 있다. 내가 10년 여기서 일하면 비전이 필요하고 지겹기도 한데, 새로운 것을 준비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다. 그런 조건에서 박인규 위원장께서 공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저도 이음에 올 때 두 가지 망설임이 있었다. 하나는 월급이 팍 줄여든다는 게 하나였다.(웃음) 또 하나는 선거 때 되면 직업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국가인권위 국민고충위원회, 청렴위원회 등등으로 경력 있는 사람들을 우대해서 뽑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데로 많이 가는 것 같다. 이런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박인규 : 저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스카웃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지금도 누구 부르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좀 과한 것 같았다. 마음에 안 들어서 안 간 것도 있다. 먹고 사는 문제는 40대 만의 문제가 아니고 30대부터 해온 문제였다. 우리 나이 때는 공교롭게도 30대가 90년대 초반을 넘어선 때였고, 20대에서 30대 초반이 격변의 운동적인 시대였고 막차 타고 떠난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는 90년대 들어서면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평생 어떻게 할지를 당시에 집사람과 고민했다. 그러나 결혼하면서 현실이 달라졌고, 고민도 바뀌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돈 주고 단체 활동하는 게 거의 없었다. 오히려 저보다 윗 선배들이 1-20만원 돈 챙겨주면서 애들 꼬시는 단계였다. 그 땐 젊었으니까. 그걸 못 견디는 사람들이 떠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최소 10년 먹고 살 수 있는 것으로 장사를 하자, 그래서 장사를 시작했고, 돈을 꽤 모았다. 돈을 벌면서 활동을 하는 게 당시엔 일치 되지 않았다. 돈 버는 것만큼 활동이 줄어드니까. 부부가 뭘 같이 하면 여자가 손해 보게 되어 있다. 남자는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여자는 유지하려는 관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아내와 3, 4년 같이 하다가 활동을 줄였다. 그러면서 나는 뛰쳐나가고 부인은 몇 년 더 했다. 그렇게 해서 2000년까지 버텼다. 그때가 넘어서니까 가진 밑천 다 떨어지고, 먹고 사는 문제를 누가 해결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인천참여자치연대를 만들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선 사람마다 다른데, 공통점이 있긴 하다. 아내가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이다.(웃음) 늘 미안하다. 제 나이 또래 대기업 친구들은 부장급까지 가 있고, 연봉이 3, 4억 정도 되는 친구들도 있다. 그 친구들을 만나면, “너 아직도 운동하냐”라며 농담하는데, 좀 좋은 친구들은 “뭐 좀 도와줄까” 하는데, “아직도 그거 하냐”라고 구박 주는 친구도 있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나를 지탱한 것은 나만의 독특한 조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이에 아무것도 안 벌고 살 순 없다. 다른 형식으로 수입 받는 약간의 구조가 있다. 밝히기 어렵다.(웃음) 학비문제는 누가 돈 대준다고 해서 장학생으로 갔다. 환경재단 장학생으로 다니고 있다. 지금 학교 다니면서 아는 선배를 통해 프로젝트 도와주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공부를 마치고 오면 어떻게든 먹고 사는 문제를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문제를 보면서 내 경우엔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일반화하긴 어렵다. 문제는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더라도 먹고 사는 것 때문에 힘들도 답답하기만 하다. 이 나이 되면 해야 할 것도 많고 요구되는 것도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40대에 접어드는 중견 활동가들은 몇 가지 좋은 점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지역사회 인적관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시민단체에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도 있다. TV에 가끔 나가면서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소리도 듣고, 연수도 가고, 공무원에게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다. 알게 모르게 그 속에 안주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수화되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그런 조건이 개인의 새로운 선택과 경험들을 새롭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을 못 만들어주는 지역 혹은 시민사회운동의 전체적인 판이 해결돼야 한다. 문제는 이런 고민들이 개인의 영역으로 떨어지게 된다. 악순환을 끊어야 되는데 어떻게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신윤관 : 저 같은 경우는 와이프도 여성노동운동을 하고 있다. 저는 청년운동을 했었는데, 양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정말 먹고 살만하고 생계가 해결됐으면 현재의 나의 힘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든 지역운동에 헌신하려고 하고, 쭉 밀고 가는 에너지가 아이들 문제와 고용문제, 주택 문제가 해결됐을 때, 그게 유지될 수 있을까를 반문하게 된다. 사실은 일정정도의 빈곤은 또 다른 나의 에너지다.(웃음)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요새 자활후견기관이 많이 생겼다. 가만히 보면, 우리 활동가들이 당장 생계가 막막하거나, 절대적 빈곤에 놓인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상대적 빈곤이다. 대개 어려운 분들을 보면, 돈이 없어서 막막한 것보다는 관계망이 떨어져서 망막한 경우가 많다. 도움 청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관계망 없어서 고립되고 죽어나간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관계망이 정말 풍부하다. 내일 아이가 죽게 생기면 내 관계망 안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선후배, 지역 동료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 좋은 조건이라고 본다. 최근 40을 넘으면서 그 문제로 내가 해결하고 들이는 노력보다는, 또는 그 동안 내 직장에서 운동하기 위해 거기에 안정적 재정 구조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가정에서도 계획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를 했다. 와이프와도 합의를 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한 것처럼, 경제적 만족은 가족에게 드리지 못해도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또 다른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테면, 나와 내 와이프가 진행하는 각종 캠프 등을 진행하게 되면 자녀들이 참석하게 된다. 그런 식의 만족을 줘가면서 우리 가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쪽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면서 공동의 노력으로, 공동 운동을 지속해나가는 에너지를 이끄는 게 우리의 생계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경제적인 문제가 불편하긴 해도, 우리의 어려움을 절대적으로 가로막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다만, 제가 40을 넘으면서 이호 소장님 말씀대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를 충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저는 필리핀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작은 프로그램이 있다. 단체에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뜻 맞는 몇이, 안산 민주노동당 있는 분들과 돈을 모아서 필리핀 현지에 조그마한 연수원을 짓고, 협동조합 만드는 일들도 한다. 이것은 내가 평생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휴식 속의 충전소가 된다. 힘들 때 필리핀에 가기도 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 동안 쌓아온 관계망을 활용한 거다. 내가 공식적으로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는 일 말고, 내가 자발적으로 우러나서 하는 프로그램을 한 편에 만들어놓는 것, 기왕이면 같이 사는 사람과 함께 하면 좋다고 본다. 그런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삶터와 일터가 구분이 안 되는 직장이 많다. 요즘에 USB가 좋아져서(웃음) 다들 집에서도 24시간 늘 그 일을 하면서 쉽게 피곤해지는 것 같다.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지만 보람 있는 일로써 그런 필리핀 프로그램을, 앞으로 내 인생을 밀고나갈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써 그런 것을 확보해놓는 작업이 생계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생각이 든다. 제가 93년에 안산에 와서 민주청년회 창립을 했는데, 그때는 보통 회장이나 사무국장 둘 중에 하나를 하게 되는데, 제가 사무국장을 하고, 10년 뒤에 환경연합 사무국장을 했다. 90년대 초에 사무국장을 한 것과 2000년도에 사무국장을 한 것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90년대 그 당시 운동한 사람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일했다. 오로지 헌신과 열정과 사명감으로 일을 해왔을 뿐이다. 그런데 2000년에 들어와서 의제나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하면서 내 개인의 사명감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한 조직 내에서 그 자리가 해야 될 역할들, 위아래 의사소통의 문제, 조직의 비전 문제 등, 내가 과연 이 자리에 잘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형식적인 사무국장이었다면, 2000년 이후는 내가 정말 이 조직을 위해 잘 훈련되고 적합한 인물인가, 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제가 민주청년회 할 때 간부 수련회 가면 맨 먼저 하는 게 정세 분석이었다. 그런데 요즘 활동가 간부 수련회 보면 그런 거 없어졌다. 물론 자기 관련된 분야 별로 토론을 하거나 의사소통 훈련 등이 주요 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게 결국은 우리가 80대, 90년대 초까지 자리와 형식에 상관없이 사명감으로 일했다면, 2000년 오면서, 자리라고 하는 게 권위를 누리기 위해서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도 관련 돼서, 내가 몸담은 조직을 얼마나 민주적으로 잘 운영하는 데, 내 위치가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라는 진전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중견활동가들은 일복이 터진 사람들이다.(웃음) 독립운동이나 70-80년대 운동은 우리의 적이 분명했다. 87년 이후 불과 20년 사이에 그런 거대한 중앙정부와 싸우는 것보다, 생활의제와 싸우는 것에 적응해야 한다. 내가 몸담은 조직도 생활의제에 대응할 체계와 그에 따른 변화도 해야 한다. 그래서 40대 중견활동가들 훨씬 머리도 빠지고 일복 터진 위치에 있지 않나 싶다.


김기연 :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런 고민들이 유의미하려면, 일 외에 계속 자라고 성장해야 하는데, 그런 책임을 한 조직이나 단체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너무 힘겨운 일이라고 본다. 요즘엔 워크숍도 많이 하는데, 작은 조직은 일 쪼개서 가는 게 아니라, 트레이닝될 수 있는 그런 지원해주는 조직이 분명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복지 분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예전엔 자원봉사로 오던 학생들이 활동가로 성장한 사람도 많았는데, 요즘엔 그런 퍼센티지가 확 떨어졌다. 뜻을 가지고 같이 할만한 사람을 우리 조직에 어떻게 남기느냐가 너무나 중요한 숙제가 돼버렸는데, 어쨌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체계가 되어야 한다. 그런 시스템 없이 여기 오면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퀘스쳔이다. 경제적 고민과 내용을 갖고 가게 하는 일터와 현장 그리고 내 개인의 삶을 되돌아볼 여유도 없는 곳에서는 보석 같은 사람이 남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서포터 해주는 단체가 필요하다.


이호 : 지역이나 사회운동 진영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


송재봉 : 그런 고민이 있다. 제 개인적으로 충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14-5년을 일했는데, 지금은 너무 알려져서 부담스럽다. 나름대로 지역에서 역량 있는 단체의 책임자로 있으니까 언론에 많이 노출되었다. 지금은 어느 술자리를 가더라도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 사생활이 없어진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길거리 가다가 인사하는 사람도 많다. 어느 날 내가 정치인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 그러다보니까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더 어려워졌다. 아무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은 먹지만, 어딜 가도 지역 내에선 날 받아줄 곳은 없다. 과도하게 날 의미 있는 것으로 몰고 가는 현실이 나를 힘들게 한다.


하나의 원인 중에는 우리 지역에 언론이 너무 많은 편이다. 우리 지역 언론들은 시민단체에 호의적이다. 아무튼 나를 필요로 하는 곳과 내가 필요로 하는 곳이 일치해야 과감히 갈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일치하지 않는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언론매체나, 또는 주변에서 “너 왜 출마 안 해” 란 말 많이 듣는다. 철만 되면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제가 1년 동안 쉬면서, 주변에서는 정치를 준비하기 위해 쉰다는 소문도 돌았다.(웃음) 그래서 아직 내가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거기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현장의 시민운동을 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우리 단체 내부에서 보자면, 물론 구멍가게지만, 이걸 끌어가면 주변에서 뭐라 하든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과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를 다 가지고 갈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숙제인, 미래 세대, 즉 새로운 인물들이 어떻게 커 올라올 것인가? 특정한 한 단체가 과도하게 크면 나머지가 다 죽잖은가? 조직 내에서도 한 두 명만 살아남지 모든 인력이 균등하게 다 같이 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그런 측면이 있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선택을 해야 되는데, 그래서 제가 공부해야겠다고 해서 대학원을 졸업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학원은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곳이라서 추가적 메리트가 없다. 제가 대학에서 강의도 해봤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야 학생들이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웃음) 내가 강의를 잘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웃음) 그러나 한 측면에서 보면, 공부를 더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미래를 위해 해 놓으면 꼭 쓸 일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박사과정 등록할 생각으로 있다.


아무튼 현재 갖고 있는 알게 모르게 누릴 수 있는 기득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기득권이 존재한다고 보고, 그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게 운동가다운 모습이라고 보는데, 저는 그런 선택이 어려운 것 같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보조금을 받으면서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무런 대책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적 결단으로 선택할 구조이지, 지역사회가 합의해서 생계를 책임져주고,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 것들은 어쩌면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그리고 현재는 지속가능한 운동이 아니라는 고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현실적으로 있는 것 같다.


(10분 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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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 아까는 전반적인 얘기였는데, 그렇다고 주제를 한정할 의도는 전혀 없다. 자유롭게 나온 얘기를 통해서 몇 가지 주제에 맞춰 대화를 나눠볼까 한다. 사실은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고민도 있지만, 또 한 편에서는 내가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을 수 있다. 두 가지가 같은 것일 수 있는데, 후임자를 어떻게 키우냐 등등. 우리의 역할은 물론 우리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근데 왜 잘 안되는가. 안 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그런 고민이 있지 않나 싶다.


김현 : 덧붙여 말씀드리면, 내 입장에서 궁금한 질문인데, 후배의 입장에서는 가야할 길을 먼저 선배를 통해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 선배들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예전엔 고민 없었는데 선배 따라 가다보니까 그 길이 매우 너무 좁았다. 범위가 한정돼 있다. 이쪽 판에 계속 있거나 정치판으로 가거나 등등. 예전보다 더 좁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 초짜 중책을 맡은 활동가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그들도 경력이 꽤 되었는데, 여전히 지역사회에선 막내라는 것이다. 저 역시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막내다. 그래서 재생산 문제를 어떻게 할 거인가, 이 고민을 지금 세대가 하지 못하면 선배 나이가 되면 또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와 조직 문제가 맞물려 있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운동판에 새로운 길을 어떻게 열어 줄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과 관심이다. 그런 얘기 듣고 싶다.


박인규 : 무엇을 요구하는지 구체적으로 요구하면 좋을 텐데(웃음)


이호 : 뭔가 기대감이 있다. 나의 출로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런 기대다. 하나는 공적으로 후배를 일할 여건 만들어 주는 것과 개인적으로 선배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제다. 김현 씨 얘기는, 그래 나도 저 나이 되면 저리로 갈 수 있구나! 하는 그런 고민인 것 같다.


신윤관 : 선배들을 봐도, 우리 운동이 너무 스타중심성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치로 진출하는 사람들을 보자면, 그 분들이 마치 그 세대를 대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들이 운동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다보니까 지역을 보면 시의원을 안 하면 왠지 무능력하게 보는 경향이 있고, 일반인들이 보더라도 그 다음 수순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후배들이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선입견이 많은 것 같다. 그걸 깨야 한다.


저는 지역 차원에서, 저도 마찬가지고, 선배들이 끝까지 잘 사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치권 진출문제보다 가정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양쪽이 활동가거나 한쪽이 활동가거나, 주변 동료들과 선배 후배를 보면, 제일 중요한 가정이라는 사회가 유지 안 되고 뿔뿔이 갈라서는 것을 보면 개인적으로 힘이 빠진다. 정치권에 가지 않더라도, 꾸준히 운동 판에서도 모범적이고, 일상적인 삶에서도 모범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중에 지표로 삼을 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지금 단계에서 나를 따르라, 나같이 살아라,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좀 더 나이 먹고 후배들이 봤을 때 일상 등에서도 인생의 선배로, 생활의 선배로 존경할만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걸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재생산 수혈구조를 보면,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지역운동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지역운동이 종 칠 것인가? 저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대학생이나 지역에서 우리가 원하는 의식적인 프로그램에 의해서 커오는 활동가들이 체계적으로 들어오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지역 풀뿌리 단체들을 보면, 예를 들어 소비자 단체들 보면 아주 나이 드신 분들, 즉 실버 인력들이 와서 1, 2년 하면서 단체 대표도 되고 중심적인 활동을 하시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직업 선택기준이 변하고 있는데, 소위 말하는 시민운동이 그렇게 매력 없는 직업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예전엔 직업이 생계와 연결되는 사회였는데, 이젠 사회가 넓어지면 생계를 위한 직업 선택보다는 개인 삶의 보람 쪽으로 큰 틀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1-20년은 어려울지 몰라도, 그런 것을 선택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란 생각이다. 내가 그 토록 공을 들였던 지역 대학의 강좌를 나가든, 자원봉사를 했던 친구들 중엔 이쪽으로 오는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지만(웃음), 그런 친구들 중에 우연히 환경의 날 행사 때 왔다가, 안산에 살면서 서울로 학교 다니다가, 졸업하고 해보고 싶다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이 지역의 운동단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당장의 눈에 보이는, 급하니까 수혈구조 만드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을 어떻게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지 않나 싶다.


이호 : 사람이 없다기 보다는, 그들을 어떻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고, 잘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어떻게 잘 살까. 우리 윗 세대는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찾아갔다. 잘 되든 도태되든. 우리 때에는 그런 것을 비판하며 자란 세대였다. 40대 중반이 되니까 이건 비판 할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보여줄 때가 된 게 날 억누르기 시작했다. 준비와 기반을 어떻게 할 거냐. 어떻게 잘 살 거냐. 나름대로 이런 고민이나 생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윤관 : 경기 지역에 몇 개 지역을 보면, 지역재단 등을 고민하시 시작했다. 안산도 마찬가지로 고민 중이다. 최근 몇몇 선배그룹과 제 또래 등이 지역 여러 자원과 지역 풀뿌리 운동이 자랄 수 있는 재단 설립에 대해 고민을 나눴으면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 작년부터인가, 유행한 희망제작소를 비롯한 이런 종류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한편으로 가지고 있다. 그나마 있던 인적자원을 다 뽑아가고, 후원할 수 있는 자원도 빼갔다. 물론 다 훌륭한 분들이긴 하지만. 그런 결심이라면 희망제작소가 한 지역을 택해서 거기서 자원과 자생순환구조를 개발하는 게 더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씽크탱크 생기는 것을 보면, 경기도에 있는 저도 그런 느낌인데, 수도권 이외 다른 지역은 그런 느낌을 더 가질 것이다. 모든 자원이 서울에 중심되고 그 분들 중심으로 언론에 부각되는데, 오히려 지역운동에서 커온 역량을 북돋아주지 못할망정, 설사 그런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제가 볼 때는 별로 실효성이나 진실성을 못 느낀다. 그런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그런 것은 후배들의 몫이 아니라, 선배나 중견 활동가들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박인규 : 뭔가를 시도하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고 내공을 쌓아야 하는데 환경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저와 같은 나이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한 개인이 먹고 살면서 운동하겠다 싶으면 난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일반화할 수 없다. 그럼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나눠줄 것도 아니고.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돈을 주는 게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힘들고 어렵지만 최소한의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인 것을 만들어준다면 좋다고 본다. 인간의 욕심은 상승하지만, 최소한 필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돈과 활동의 관계는, 대체로 돈이 있어야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고와 사람과 일이 있으면 돈을 만들 수 있다는 사고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어느 순간 미래의 경제적인 것을 고민하면서, 돈이 있어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현실적인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이상적인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언제 돈이 없어서 일을 못했는가? 아니다. 일을 하면 돈이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상황이라는 것이 활동할 사업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활동가를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가 문제라고 본다. 선배들이 해야 할 것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보지 않는다. 운동한다고 하는 것, 활동한다는 것은 활동가가 활동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선배들이 무엇인가 만들어준다는 것은 선배의 훌륭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또 하나는 뭐냐면, 적어도 네가 있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 최소한 너는 우리 동네와 우리판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느 순간 개인적으로 미래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재단 문제 많이 얘기하는 것 같다. 저는 사실, 바람직하면서도 그것이 해결해줄 것인가? 저는 지역에서는 못 한다고 본다.


김현 : 그게 어떤 모습인가? 김기연 국장님도 모델을 말씀하셨는데, 어떤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인가?


박인규 :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정리돼 있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현재 지역사회 네트워크 갖고 있을 것이다. 게 중에는 돈이 있는 사람도 있고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우리 지지자로 확보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지난번에 윤혜란 선생님의 사례를 들었는데, 그 사례를 듣고 느낀 것은, 우리가 뭔가를 만들면 돈 갖고 올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것을 하려면 지역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데, 자기 단체에 빠져 있는 활동가들이 자기단체 고민만 하고, 지역 문제를 고민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중견 활동가가 보수적이라고 말씀드린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운동이 발전하는 것과 그 지역의 시민운동이 발전하는 것은 현재를 뛰어넘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개척해나가고 기획하고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아까도 ‘희망제작소’ 얘기를 했는데, 제가 보기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방식에 있어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지역에서 인력을 빼가는 것은 문제지만, 지역에서도 ‘희망제작소’와 같이 똑같은 발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저희는 지역의 선배들과 학습모임을 비공식적으로 준비 중이다. 그 모임에서 지역문제를 고민한다. 그래서 뭔가 필요하면 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사람과 돈을 필요로 할 텐데, 정형은 없다고 본다. 정형은 그 지역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것을 고민하는 집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획과 네트워크를 갖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고민하는 집단이 필요하다. 물론 ‘희망제작소’가 그런 정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사고와 발상이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지역 차원에서 지역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 발상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저는 돈이 있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일이 있어서 운동을 하면 돈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대신 후배들에게는 너희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우리 지역에선 돈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선배들의 몫이라고 본다.


송재봉 : 성공한 운동가의 삶과, 성공한 조직이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 운동이라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잘한다고 발전할 건가? 그 사람이 훌륭한 운동가인가?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지적해내고 그것에 대해 적절한 역할을 할 때 조직과 사람이 성장하는 것이지, 그 관계를 떠나서, 우리가 동문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이냐, 여기 속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인가가 고민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답하고 만들어가는 게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저희 단체도 비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모여서 논의했지만, 결국은 지금 하는 구멍가게를 조금 더 잘 키워보자, 이렇게 되더라. 조직이라는 것이 아닐 때는 뭔가를 깨야 새로운 것이 생기는데, 못 깬다. 이 상태에서 뭔가 해보자는 게 어렵다. 후배들이 모범적인 선배를 보고, 저 선배가 사회적으로 명망성을 얻고 유명해진다고 해서 훌륭한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희생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선배를 후배들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고민하다보니까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자기 것을 과감히 버리고 가면 쉬운 문제인긴 한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요즘 유행처럼 회자되는 것이 시민센터의 문제인데, 이런 것을 개인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논의해서 해결해보자는 식으로 나온 대안이 현재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시민센터와 지역재단이다. 저는 우리 지역에 시도해볼까 고민했는데, 오갈 데 없는 선배 활동가 몇 명의 직업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과연 지역운동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하긴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아닌 것 같다는 고민을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아니라면 뭐냐라는 문제에 대해서 답을 못 갖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기금을 좀 모아서 장학사업을 하고 싶다. 활동가들이 공부할 수 있게 돕고, 활동가 자녀들 교육비라도 지원해서 제대로 지역사회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갈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나의 고민이다. 그러나 단체 일을 병행하고 하는 것이 안 된다. 후원자가 겹치기 때문이다. 재단 만들어놓으면 어차피 인적 네트워크가 겹치게 되는데, 여기가 잘 되면 개별단체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서로 상승구조를 만들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렇지만,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 기획의 목적성대로 갈 수 있느냐의 문제를 보면 어려움이 있다. 한편으로 그것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해야 뭔가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런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그리고 조직에서 중견 활동가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다. 조직을 나가면 사람이 성장해서 저절로 클 것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책임하게 조직을 떠나면 유지도 안 되고 더 이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 두 가지를 잘 준비하고 조화롭게 이끌 것인가의 문제에서 저는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그 작업을 빨리 하고 고민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호 : 내가 나가면 잘 유지될까라는 기우와 실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선배 역할에의 부족한 점이 있다. 사람을 키워놓는 게 선배의 몫이니까. 공통된 것은 선배들의 역할이 조직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보다는 지역사회의 시민운동, 사회운동 진영의 전망 등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등이 공통된 과제인 것 같다. 김 국장도 그런 고민인 것 같은데, 내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일상 실무에 바쁜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생각해도 그렇고 우리 단체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도 문제다. 어쨌든 제 생각은 답을 찾아야 된다는 고민 하지 말았으면 한다. 답이 나올 리가 없다. 답을 찾으려는 집담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윤관 : 그래서 한 말씀드리면, 오늘 오지 않은 우리 또래의 중견활동가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우리보다 반 세대, 또는 한 세대 앞선 선배와 뭐가 달라야 하느냐를 생각하면, 공교롭게도 제가 올 해 6.10항쟁 20주년에 미국에 있었다. 그 때 한국판 중앙일보가 나왔는데, 87년 주역 선배들이 지금 뭐하나? 라는 특집을 다뤘다. 그 뒷면에서 빌게이츠 창조적 자본주의를 다뤘다. 그 두 가지가 신문 기사를 식당에서 우연히 봤다. 한땐, 존경받던 여러 선배들이었고, 물론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나름대로 다 구구한 이야기가 있고 국가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변절의 역사’였다고 본다.(웃음) 어쨌든, 그 분들의 선택에 있어서 지역은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이 있었고 개인이 속한 그룹은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운동, 또는 한국 사회운동은 없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재 내 위치에서 보면 나도 내가 결단하고 주변 몇하고 결단해서 시장이나 시의원을 결정한다면, 또 우리 운동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딱히, 센터나 재단 모델이 없지만, 우리 정도의 중견 활동가가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경계를 넘은 협력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내가 속한 청년회 잘하고 조직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40을 넘고 나서, 지역운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재단이 있다면 후배 활동가들이 상향평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꿈도 생겼다. 이런 고민을 잘 나누고 체계화하면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경계를 넘어서 내 단체를 넘어서 지역, 지역을 넘어서 한국 사회, 그리고 아시아 등의 경계를 넘는 협력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거기서 일정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중견활동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한다. 단순히 우리단체 비전도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 지역에 대한 관점이 우리에게 중요하고, 향후 우리 스스로가 뭔가 결단을 해내는 순간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현실에서 고려해야 될 법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호 : 경계 넘는다는 것은 구축이란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포함되는가?


신윤관 : 우리에게 과제가 조만간 올 것이다. 지역에서 조직을 통화하든 분화하든. 물론 지역마다 무슨무슨 연대같이 있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별반 역동적으로 잘 돌아가진 않는다. 단체에 갇혀있으면 그런 것이 잘 안 보인다. 앞으로 빠른 시기에 비슷한 놈들은 통합하고 거대한 놈들은 분화하고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런 것을 누가 설계할 것인가? 개별단체가? 연대가? 없을 것이다. 연륜이 있고 신뢰가 있는 중견활동들이 지역운동의 전략적 논의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고, 중견활동가의 네트워크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이슈를 가지고 뭉치는 연대보다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나 그룹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호 : 안산은 그런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역에 내려가면 그런 중견활동가 있나?


송재봉 : 아직 수혈 안 당해서 없다.(웃음) 많지는 않지만 논의할 만한 사람은 있다.


신윤관 : 안산은 선거 때는 잘 안 된다.(웃음) 공식적이지는 않았지만 조찬모임이 있었다. 사무국장급들 조찬모임 5~6인으로 모인다. 그런 것들을 책임감 갖고 할 필요 있다.


이호 : 인천에 두 단체가 통합했는데, 통합은 그런 차원 아닌가. 양 사무처장들이 사람 설득했다고 들었는데........


박인규 : 술자리에서 얘기했다가 양 쪽에서 찐빠를 먹었다. 저지른 놈이 있고, 수습하는 놈 있는데 선배 역량 발휘해서 마무리했다.


송재봉 : 통합하려면 술자리?(웃음) 울산도 술자리에서 한 것 같은데........


박인규 : 술자리에서 나왔지만 오랜 기간의 고민이 응축되다가 술자리에서 폭발한 것이다. 운동이 정체된 게 아니라 계속 변화되어 가는 거니까 비슷한 단체들끼리 모여지기도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 보면 우리가 인위적으로 사명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에서 오는 어려움들이 생기는 것 같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가야 되는 건데, 막 흘러가는 걸 억지로 막으면 멈추게 되고. 그래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의 장점은 좀 여유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후배들이 술자리에서 대책 없이 터트린 것들이 있는데, 그에 따른 문제가 너무 많은데, 그것과 관련해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는데. 단체들 잘 될까, 이런 얘기도 있고, 실무자가 많은데 먹여 살릴 수 있냐는 식의 별별 얘기 다 나온다. 그러다보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고민했다.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엔 됐지만. 제가 보기엔 흘러가는 게 지역에서 보인다. 돈 잘 버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법무사다. 그 친구는 돈이 흘러가는 곳이 보인다고 한다.(웃음) 흐름을 캐치하는 거 중요하다. 초보적인 활동가들은 잡기 어렵다. 잡아도 하지 못한다. 그것을 선배들이 할 수 있는 몫이다. 재빨리 캐치하는 것이 중견활동가들의 몫이다. 그것을 세팅하고 포장하고 때로는 윽박지르기도 하고 구슬리면서 뭔가 되게 만드는 역할이 중견활동가들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송재봉 : 중견활동가가 너무 많이 하려는 게 문제 아닌가? 세계적으로 훌륭한 혁명가들을 보면 대체로 다 20대 때 했다.(웃음)


박인규 : 사실, 제가 단체 대표가 된 것은 30대 후반에 됐다. 그런데 불과 3, 4년 선배들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단체 대표를 한다. 조금 조로해졌다고 본다. 폄하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들이 지역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지역의 선배들이  우리가 고민하고 있듯이, 선배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본다. 너무 일찍 대표가 되니까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이호 : 제가 30대 후반에 집행위원장을 했는데. 그때 위 선배들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 많았다. 일찍 대표되고 관두고 나면 할 게 없다. 그 당시 밑으로 갈 수도 없고. 오갈 데가 없어서 좀 비하해서 말하면, 무능력한 선배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송재봉 : 그래서 일찍 출세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웃음)


이호 : 천안은 같이 고민할 그룹들이 있나? 젊은 사무국장급 모임은 있는 것 같은데.


김기연 : 확실한 지역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모임은 있다. 지역의 고민과 내용을 만드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것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현장에서 터를 닦는데 그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다 알아서 성장하리라고 믿은 방식이 딱 맞아떨어지진 않았다. 조직이 갑자기 확산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역할과 직책을 맡게 된다. 이를 테면 대표나 이사장 등을 맡는데, 이 자리는 권한이 있는 자리잖는가? 그 자리에 없을 땐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 위치가 되면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 사무국 안에서도 일을 잘 하고 성장할 거라 했는데, 그 역할로 올라서면서 그가 갖는 단점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진짜 지역을 생각한다면, 우리지역 전체에 대한 비전과 생각이 1, 2년이 아니라 5년 10년 20년 100년을 생각하고, 지금 내 위치에서 생각하고 움직여야 된다고 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런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의 그룹과 모임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게 현장에서 녹아져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럴만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 소진했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현재 그것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 시도를 하려고 보니까, 진짜 그럴 것인가를 되짚어 보게 되는 상황이다.


김현 : 일을 줄여야 되는 거 아닌가요?(웃음)


김기연 : 그래야 된다.(웃음) 간사들이 불안해한다. 초치듯이 일을 만드니까. 길게 보고 준비할 수가 없다. 그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 정도로 바쁘게 일이 많았다. 그런 문제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길게 보고 다 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필요하다면 천천히 가기 위해서 사람도 쉬어야 하고, 조직도 어쩔 수 없으면 문 닫을 준비도 해야 하고,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이호 : 그렇다면, 그런 속도 조절을 누가 할 수 있는가? 우리 같은 사람이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현재 조건은 다들 바쁘다. 바쁜 곳에 매몰되면 지금 하는 얘기는 그냥 머릿속 생각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스톱 하고, 방향을 바꾸려고 하면, 문제는 우리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또 문제다. 후배들이 해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하면 되고, 안하면 안 된다. 이것이 선배들의 비애가 아닌가 싶다.


신윤관 : 일 줄여야 한다고 본다. 저는 올해 경기의제 사무처장이 정년이다. 이거 하고 그만할 거다. 나는 지역에 있으면서 그 다음에 할 꿈과 계획을 다 정했다. 첫 번째는 유기견을 안장시켜주는 것이다.(웃음) 두 번째는 제가 안산에서 후배 활동가들과 만나는데, 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휴식과 놀이를 기획하지 않는다. 놀고 싶다 쉬고 싶다고만 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것을 기획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산에 몇 분과 사단법인이 아닌 ‘사단법인 사람과 놀이’(웃음)를 만들어서, 안산 여행 프로그램을 했다. 예산이 없으니까 지방의제 등을 활용해서 연초든 연말이든 활동가들 데리고, 자전거 하이킹이나 섬 여행 등도 한다. 지역 중견 활동가들이 그런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프로젝트 내는 것만큼의 노력만 하면 된다. 지역에서 중견활동가들 몇 분이 모여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비공식적으로라도.


진경아 : 얘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선배들이 자기모순에 빠져 있구나.(웃음) 김기연 국장님을 보면, 본인이 일을 못 줄인다.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서 과부하가 되는 순간에도 일을 만든다.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배들 얘기 들으면서 느낀 건, 이전에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사명감을 느껴서 일을 만들고 일 속에서 돈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었지만 이것을 후배들에게 심어주기 전에 본인들이 이미 탈진하고 소진해서 그래서 떠나고, 후배들에겐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어떤 것을 할 것인가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주면 후배들은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을 맛보기도 전에, 선배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지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다. 중간 지원체계는 여러 가지 모습일 수 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하는 것은 천편일률적으로 ‘지역 센터’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논의해서 하는 게 문제가 아닐까. 어떤 지역은 학습모임일 수도 있고, 재단일 수도 있고, 센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통해서 지역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지향점을 같이 공유하고, 그 속에서 어떤 형태든 간에, 그런 논의가 쌓여야만 양질의 변화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너무 파편화되어 있다. 지역의 선배 활동가들은 논의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라는 연장선상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송재봉 : 모이면 일을 만들게 된다.(웃음) 제가 두 가지 경험이 있는데, 하나는 쉬겠다고 했는데, 놀 방법을 못 찾았다.(웃음) 노는 것도 훈련이고 경험이잖는가.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웃음) 제가 필리핀 갔을 때도 1달 이상은 시간이 자유로웠는데, 수영을 못해서 수영장도 못 가고, 여행도 못 다니고, 그런 것이 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일을 만들라고 하면 일은 잘 만든다.(웃음) 지역 중견 활동가들 모여서 술을 마시면 그 다음날 일이 많이 생긴다.(웃음) 이 구조를 깨야 하는데 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시 복귀하면서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있다.


이호 : 여행이 좋지 않은가. 제가 이음에 와서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현장의 풀뿌리 활동가들과 그냥 필리핀으로 놀러가는 것이다. 일과 관련 없이 살아가는 얘기를 하면, 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을 실제로 시도함으로써 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박인규 :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에 논어를 공부한다. 6개월 공부하면서 중국도 다녀왔다. 그런 식으로 역량 있는 활동가들이 다양한 방법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놓고 보면 개인의 결단의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다. 누가 나를 책임지지 않고 내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고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다른 문제가 아니다. 뭔가 줄을 땡기면 못 나가는 게 보수적인데, 이걸 뚫고 나가는 게 어렵다.


재단이든 싱크탱크의 문제는 누군가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누가 총대매고 나가야 된다. 그래야 지지해주고 지원할 수 있다. 제가 공부를 하고 있는데, 공부하는 것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제가 자주 하는 얘기가 하나 있다. 가마구찌 낚시라는 것이 있는데, 가마구찌는 물고기를 잘 잡는다. 가마구찌 목에다 줄을 묶어 놓는다. 그러면 가마구찌는 그 물고기를 잡고 삼키지를 못 한다. 줄로 묶어 났기 때문이다. 어부는 그냥 가마구찌가 잡은 물고기를 빼서 올리기만 하면 된다. 거꾸로 얘기하면 삼키지도 못하는 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활동도 마찬가지다. 그 활동을 소화시켜야 하는데, 소화를 못 시킨다면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활동가들이 의욕과 운동에 대한 미래, 시민운동에 대한 헌신성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데, 어느 순간 극단적으로 말하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나를 괴롭히는 스타일인데, 좀 현명하게 남들과 스스로를 괴롭혀야 하지 않는가 싶다. 공부라고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조금 여유롭게 보고,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고, 그런 눈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것이 마치 유행처럼 돼서 다 공부를 하려고 한다. 공부를 하려고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활동에 보탬이 되는 그런 공부가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정말 힘들고 지쳐서 공부라도 해보자는 그런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저는 후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그것도 우리 후배들의 모습이고 우리선배들의 모습이라면, 그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아무리 사명감을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과 운동에 대해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송재봉 : 지쳐서 그만두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칠 나이도 아니고 의지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 분명한 감지는 있는데, 어떻게 찾아갈 것이냐, 라는 것이 현실적인 고민이고 이에 대한 답을 못 찾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계속하고 활동 하고 싶다. 재미가 있고,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우면 된다고 본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보람도 있고 즐겁고 재밌다. 그러나 그것이 재미있다고 계속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나도 나쁜 놈이 된다.(웃음) 주변에 그야말로 젊은 활동가들을 가로막고, 지역사회의 지체현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웃음)


그리고 자기가가 꼭 뭘 선택해서 가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큰 것이 아닌가 싶다. 쉬고 있으면 누군가 데려갈 수도 있지 않는가?(웃음) 저희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제가 존경하는 저희 단체 대표하신 분이 있는데, 이 분은 문화원도 만들고 예총도 하시고, 거의 60대 돼서 시민단체 대표가 됐다. 그 분은 한 번도 돈 버는 직업을 가진 적이 없다. 본인이 뭘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자기주장을 한 적도 없다. 자리에 앉아서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서로 모셔가려고 한다. 그 분이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후에도 그에 대한 믿음이 높다. 그래서 저희 지역에서 고민을 하다가 이 분의 호가 ‘동범’인데, 저희가 ‘동범상’을 제정을 했어요. 매년 1월 초에 지역 운동가 선정해서 심사해서 2명씩 시상을 한다. ‘동범상’을 진행하면서 기금이 조금씩 모이고 있다. 앞으로는 그 상을 받는 사람에게 해외연수 기회 주자는 얘기까지 한다. 매년 기일에 지역 활동가들이 매년 추모행사도 한다. 연락을 안 해도 한 사오십 명 정도가 모인다. 아무튼 이 분처럼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기연 : 그런 의미에서, 우리한테 요청되는 것이 있다. 활동에 대한 정리와 의미가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시간이 없다.(웃음) 우리 세대에게 요구되는 것을 준비해야 되는데, 그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진단과 평가라고 본다. 우리를 되돌아보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 안을 되돌아보고, 지역을 되돌아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다 할 수 없지만, 정확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평가하고 그러면서 고민하는 것들을 준비라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최근 상황을 보면, 지역에서 정책은 앞서가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장에 가면 사람이 없다. 그래서 왜곡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그런 준비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역의 문제와 단체의 문제를 넘어야 한다고 본다.


이호 : 시간이 다 돼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을 것이다. 활동가가 30대까지 공부한다면 좋다고 본다. 그러나 40대 이후 활동가가 공부한다면 좋아 보이지 않는다.(웃음) 왜냐하면, 40대 이후의 활동가들은 20년 이상의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사회에 풀어야 할 때인데, 그것을 가지고 다시 학교로 가서 공부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싶다. 우리사회는 이 분들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한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고 본다. 희망제작소 같은 곳에서, 중견 활동가들을 1년 정도씩 위촉연구원으로 모아서, 그들의 경험을 모아서 정리할 수 있도록 자원을 제공한다면, 아주 훌륭한 내용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3,4년을 진행한다면 우리사회가 필요한 훈련 내용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들의 경험들을 우리 스스로 정리하고 그것을 사회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스스로 정리할 시간적 여유를 아직도 못 갖고 있고, 우리사회가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려고 하지 않는 사회라면 희망이 있는 사회인가 라는 생각도 한다. 그런 것을 위해서라도 지역사회에서 중견활동가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모임이라든지, 아무생각 없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들을 할 필요가 있고, 비행기 타면 stop over라는 것을 할 수 있잖는가?  필요하다면 stop over라도 해서 잠깐 쉬기도 해야 한다.


끝으로 마지막 발언의 시간을 드리겠다. 말씀하고 싶은 분들만 얘기하면 된다.


신윤관 : 이음이 계기가 돼서 만났는데, 저희 말고도 곳곳에 훌륭한 분들이 많을 텐데. 이음이 계속 이런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이어갔으면 좋겠다. 오늘 얘기와 관련해선, 후배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오래 있으니까 나가라는 것이 아니라(모르겠다, 저만의 생각인지(웃음)), 아마도 후배들은 따라가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선배로서 남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시민운동이나 지역운동도 결국은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은 우리가 조직화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작심하면 오늘 나눈 얘기들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에게 그런 대표성은 없지만, 우리 운동의 희망이 향후 몇 년간은 중견활동가 손에 있을 테고, 오늘 나온 얘기들을 지역에서 좀 더 역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송재봉 : 지금의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이 지역사회 내에서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는가? 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주변에 있어서 일정한 비판적 견제세력 정도의 역할로 머물러 있다. 지역사회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는 어렵지 않은가 싶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다양한 인적자원들이 큰 틀 속에서 교류하면서 새로운 대안의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조급하게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런 것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어가는 게 숙제라고 본다. 후배 중에 건방진 활동가가 있는데, 30대 중반 정도 됐으면서, 후배 키운다고 물러난다고 한 후배가 있었다. 제가 혼내킨다.(웃음) 너도 못 컸는데, 누굴 키우냐고(웃음). 네가 더 커라, 지역사회에서 신망 받고, 너의 얘기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되라, 그것이 후배를 키우는 것이고 운동도 키우는 길이다, 그렇게 스스로가 성장하기 위한 자기 플랜을 잘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저도 그런 것을 못 해서 지금까지 있는데,(웃음) 그런 것을 만들어가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박인규 : 오늘 든 생각은, 내가 정말 정리를 잘 하고 있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운동에 대한 전망이나 저 개인의 진로 등에 대해 생각하면 이 두 가지가 분리된 문제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꾸 분리시키려는 내부의 욕망이 있다. 저 스스로의 문제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 내가 선택하고 가려고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후지게 살진 않았지만, 아쉬움이 많긴 하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나눌만한 사람들이 없었는데, 요즘엔 많이 생겼다. 그런 분들과 소통이 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리라 본다.


김기연 : 혹시 저한테 기회가 되면 저 스스로를 정리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나 활동 경험을 정리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호 : 오늘 장시간 토론 감사합니다.


Posted by '녹색당'
,
이 자료는 2004년 9월 9일 여성환경연대에 올려져 있는 글 입니다.
참고하세요..

대림동 주민과 함께하는 환경건강학교, 1강

밥상머리 마음공부



김수현 (‘밥상머리 마음공부’, ‘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 등 저자)
까페 http://cafe.daum.net/babmommam




1. 생활 습관병과 현대인의 자기 관리
우리 몸은 먹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마음의 평정은 몸이 조화롭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적절한 운동과 자극, 행동은 세포 하나하나, 조직 하나하나가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며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자연의 질서 속에 머물게 해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며 산다. 생명을 위협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죽음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르고 그런 일들을 서슴지 않고 산다. 대충 먹거나 많이 먹고, 굶거나 제때에 먹지 않고, 늦게 잠들거나 안 자고, 대․소변이라는 자연스런 배설의 행위들을 자신의 의지로 참아버리는 일들을 서슴지 않는다.

마구 화를 내거나 걱정을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습관적으로 화를 내고 습관적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많은 일들을 걱정한다. 또한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늦게 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채 습관적으로 그렇게 한다. 그러나 우리 몸이 혼신을 다해 지키려고 하는 몸 안의 질서와 그것을 향한 외침과 철학은 큰 가르침을 준다.

우리 몸은 각 기관과 기관을 이루는 조직과 조직을 이루는 약 100여 조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의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조직이 건강하고, 조직 모두가 건강해야 기관이 건강하고, 각 기관마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서로 협동하여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며 균형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을 때 건강하다.

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에 구슬 하나가 빠져버리면 목걸이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느 한 악기의 불협화음으로 망쳐지듯 하나하나의 역할이 중요하고 모두가 그렇게 연결되어 균형을 이룰 때 그것은 생명이요, 진정한 행복이다.

만일 연관되어 있는 한 고리가 끊어져버리면 결국은 파멸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리 인체의 섭리이고 자연의 이치다. 어느 한 기관을 혹사시키는 생활로 인해 그 기관이 더 이상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 다른 기관과의 모든 생명의 사슬은 끊어지고 죽음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세포 하나하나의 건강이 중요하고, 모든 조직과 기관이 무리하지 않고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살피며, 특정 기관을 혹사시켜 그 기능이 항진되거나 저하되어 다른 기관이 연쇄적으로 무리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세포와 세포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를 잘 지켜가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삶도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적인 삶은 곡예를 하듯 어려운 일이지만 삶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과 행동의 균형, 정신과 육체의 균형, 얻음과 잃음의 균형, 삶과 죽음의 균형, 태어나서 성장하는 세포와 노쇠하여 죽어가는 세포의 균형 등 모든 것이 균형을 필요로 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가 많을 때 우리는 그것을 ‘암’이라고 하고, 죽어가는 세포가 많을 때 그것을 ‘조직의 괴사’라고 말한다. 암이나 조직의 괴사나 생명을 잃게 되고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결국 균형의 상실은 파멸과 죽음이다.

지금도 우리 몸에는 암세포가 생겨나고 있다. 암세포를 제거하는 인체의 자연 치유력과 균형을 잃을 때 암은 질병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포의 교체는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새롭게 생겨나는 세포보다 죽어가는 세포가 많아 조직이 사라질 때 그것은 어느 한 장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곧 생명 전체를 위협하게 된다.

세포가 살 수 없는 상황, 균형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는 것은 곧 조직과 기관, 신체 전체가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자연을 훼손하는 속도가 자연 스스로 치유하는 속도보다 빨라 버리면 자연은 스스로 치유되지 않고 사람을 포함한 자연 전체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되고 만다.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은 단백질과 지방이라는 영양소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먹느냐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세포막의 구성이 달라지고 세포막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질과 수준이 달라진다. 세포 내에 존재하는 소기관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먹는 것은 곧 신체 구조를 이루는 성분이고 기능을 유지하는 중요한 조건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먹을거리는 우리 몸에 적합한 것이어야만 한다.
어떤 먹을거리가 적합한지는 조상 대대로 먹어 왔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 우리 유전자에 남겨져 있으므로 몸이 스스로 알아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먹어 왔던 음식들, 이 땅에서 나서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은 역사적으로 그 안정성이 검증된 가장 과학적인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휘발유에 비유할 수 있다. 모든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열효율이 있듯이 인체도 마찬가지이다. 에너지를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 일들은 신체의 리듬에 맞추어져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는 것처럼 우리 몸의 각 기관 또한 나름의 이유와 역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체라는 화학공장도 공장의 기계가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어 버리고, 너무 많이 사용하면 빨리 낡아 버리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체라는 화학공장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도 기계의 주인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기계의 수명이 달려 있듯이 사람의 몸을 대하는 생각에 달려 있다.

사람이라는 자동차가 열효율을 높이고 하루도 쉬지 않고 진행하려면 우리 몸에 적합한 음식을, 우리 몸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어야 한다. 그래서 신체 각 기관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먹는 것은 곧 살이고 뼈이고 피다. 또 우리가 먹는 것은 기쁨이고 슬픔이고 마음이고 정신이다.

이렇게 우리의 감정과 정신적인 요소까지도 먹는 것에 의해 만들어지는 호르몬과 신경 전달 물질과 같은 화학적인 물질들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음식은 몸을 낳고 정신을 기른다. 먹는 것은 그것이 약이 되기 이전에 몸이 되고 마음이 된다.  

배변의 욕구 또한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사람들은 바빠서, 또는 볼일 보는 자리가 달라지고 불편해서, 아니면 속상해서 등의 이유로 배변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억제하고 배설의 의무를 망각하며 방치하곤 한다. 원활하지 못한 배설 기능은 만병의 원인이 된다.

배변의 욕구를 인위적으로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이고, 이런 생각도 못한 채 배설을 어렵게 하는 음식들을 먹고 있다는 것은 더더욱 위험천만한 일이다.

인체의 노폐물을 빨리 배설해야 하는 것보다 더 바쁜 일은 없다. 고약한 냄새와 불쾌한 시설로 변의를 잊어버리게 하는 화장실보다 내 몸 안에서 썩고 있는 변이 더 더러운 문제이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내 마음이 편해야 가는 말도 고와지고 얼굴도 밝게 웃을 수 있다. 그렇다면 화를 내고 걱정을 하는 것은 어떠한가. 내가 화를 내는 순간 내 몸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안다면 화를 내는 일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화내는 마음은 낼수록 자라며, 화를 한번 내는 것은 긴 가뭄에 생명들이 말라가듯 내 몸의 생명력을 죽이는 일이다. 한번 화낸 마음을 우리 몸은 10년 동안 기억한다고 했다. 그만큼 후유증이 심하다는 것일 것이다.
화내고 걱정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만성적으로 신체의 긴장을 일으킨다. 만성적인 긴장은 신체를 항상 전투적인 상태로 선포하고 비상시의 시스템을 유지하게 된다.

이 비상시의 기능마저 모두 써버리게 되면 정말로 신체가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조차도 반응하지 않는다. 완전 무장 해제를 당하는 꼴이 된다. 내가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걱정하고 후회를 하고 화를 낸다는 것은 결국 이런 것이다.    

일을 하는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사람들 중에는 일을 후다닥 해치우는 사람들이 있고, 꼼지락거리며 온종일 하는 사람이 있다. 과연 어떤 사람이 건강할까?

현대인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후다닥 해치우고 쉬려 한다. 또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한다. 일을 천천히 하는 사람을 보면 꼼지락거린다고 비난하고 그러니까 평생 그러고 산다고 말한다.

예로부터 똥지게를 져서 먹고 살았던 사람들은 똥지게도 반만 져야 되는 것을 알았고 일일노동자들도, 파출부들도 내 몸이 재산인 줄 알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계속 일을 한다. 그들은 몸 쓰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을 빨리 해치우면 주인은 돈 주기를 아까워 할 것이고 자기 할 일 다 하고도 약속한 시간 끝날 때까지 빈둥거리는 일꾼은 편하지 않을 것이다. 또 몸에 무리가 가서 내일 일을 할 수가 없다면 그것만한 손해도 없는 일이다.

일은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쉼 없이 끝까지 하는 것이다. 행동도 좀 더 천천히, 좀 더 느리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일이고 끝까지 갈 수 있는 일이고 자신을 책임지고 돌볼 수 있는 일이다.

몸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행동하는 습관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고 자꾸 빨리빨리 많이많이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  

모든 게 바삐 돌아가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잠은 좀 덜 자도 되는 것으로 여긴다. 성공한 사람은 조금만 잔다더라 하면서 말이다. 예전에 고교 수험생 시절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유행했던 적이 있고 요즘 아이들의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우리는 잠이라는 시간을 빼앗아 뭔가 또 다른 욕구를 채우려 하고 있다.  

잠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한 휴식, 참아도 되는 그런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일하지 않는 깊은 수면 상태에 있어도 우리 신체는 고장 난 신체의 구석구석을 복구하고 노폐물을 내보내고 내일 사용할 생리물질들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잘 수행하기 위해 충분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를 기초 대사율이 높다고 한다. 신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에너지를 쓰고 있고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쉬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고 있다.

현대인들 중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이른바 올빼미족이 많다. 우리 몸은 아침이 되면 깨어나고 저녁이 되면 쉬려고 한다. 아침이 되면 몸 안의 영양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들고 저녁이 되면 내일 쓸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신체는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몸은 자연의 이치대로 리듬대로 살도록 만들어졌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의 리듬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신체의 리듬을 혼란스럽게 하여 멍한 머리와 늘어지는 육체로 당장 내일을 피곤하게 하고 그런 피곤은 쌓여 미래의 건강을 포기하게 한다.

우리 몸을 혹사시키는 일중에는 잘못된 식생활과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나쁜 자세에 의한 척추의 변형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의 압박으로 신경의 통제를 받고 있는 기관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도 있다.  

뒷머리 속에서 출발하는 목뼈와 등뼈와 허리뼈와 꼬리뼈는 엉치뼈와 함께 주춧돌과 기둥처럼 신체를 지탱하는 척추의 기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옆에서 보았을 때 S상으로 보이는 척추의 모습은 서로 보완하며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외부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벽한 구조라 할 수 있다.

또한 척추는 뇌와 척수를 타고 흐르는 신경을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다. 척추에서 뻗어 나온 신경은 신체의 내부 기관으로 들어가 그  장기의 기능을 조절한다. 그러므로 척추의 변형은 곧 신경을 압박하여 신체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다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척추가 옆으로 휘어지는 척추측만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잘못된 습관의 반복은 한쪽 어깨를 기울게 하고 근육을 뭉치게 하거나 통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척추뼈 전체의 변형을 가져오기도 한다.

만성적인 잘못된 자세와 생활습관은 근육의 장애뿐만 아니라 신경을 압박하여 두통과 집중력과 사고력 저하, 만성적인 어깨 결림과 피로, 소화불량에 이르는 다양한 신체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앞으로 떨어지는 머리 무게를 잡아 주기 위해 뒷목의 근육은 항상 일을 해야 하고 피로하게 되면서 만성적인 어깨 결림과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컴퓨터 앞에서 많은 일을 하거나 오랜 시간에 걸쳐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는 일들 모두가 척추의 변형을 일으키기 쉬운 조건들이다.

또한 우리의 목뼈는 앞쪽으로 나와 있어 옆에서 보면 C자형의 커브를 이루고 있는데, 추돌과 같은 교통사고나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로 뒷목의 근육이 만성적으로 긴장하게 되면 뒷목뼈의 C자형의 커브가 일자로 펴지는 일자목이 되어버리게 된다.

커브의 모양이 사라지고 일자의 목이 되거나 이러한 경향만을 가지게 되더라도 만성적인 뒷목 통증과 두통과 어깨 결림과 만성 피로와 같은 증상을 앓을 수가 있다. 높은 베개를 베고 자는 습관도 뒷목 근육에 만성적인 무리를 주고 일자목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베개는 낮고 목뼈만을 받쳐줄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현대인들이 크든, 작든 척추의 이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식생활을 비롯한 잘못된 생활 습관과 나쁜 자세로 인한 것이다. 영양 상태가 나쁘거나 운동 부족으로 근육이 약해지게 되면 척추를 지탱해주기 어렵기 때문에 척추의 변형 또한 빠르게 진행된다.

많은 시간을 고개 숙여 일을 하거나 책을 보는 등의 일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더욱더 시간을 내서 목뼈를 뒤로 젖혀주고 어깨를 펴주고 세워주는 운동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해주어야 하고, 바른 자세를 생활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른 자세와 생활 습관은 곧 내가 하는 근육의 마사지이다. 어깨는 펴서 세우고 다녀야 하고, 앉아 있는 자세도 허리와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컴퓨터 모니터의 높이를 조절하고 독서대를 사용해서 책 읽는 눈높이를 맞혀 주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된 습관으로 어느 하나에 문제가 생겨 버리면 전체의 건강 수준은 떨어져 버린다. 어느 하나의 습관이 잘못되고 있음에도 그것을 방치한다면 그 사람의 삶의 질과 수명은 그것 하나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밥은 밥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행동은 행동대로, 자세는 자세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이 모두가 균형 있고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인간의 삶은 비로소 온전하다. 질병은 단 한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올바른 식생활은 몸을 만들고 마음을 만든다. 그리고 여유 있는 마음 씀씀이와 무리하지 않으며 행동하는 습관, 때에 따라 배변하는 습관과 잠자는 습관, 바른 자세와 규칙적인 생활습관 등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라이프스타일은 반듯하게 보이는 건강한 외모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마음의 평정을 찾아준다. 아울러 신체의 내부 기관의 통솔과 자연적인 치유능력을 높여 주어 인간의 삶을 최적의 건강 상태로 안내한다.

현대인의 대부분의 질병은 생활습관병이라고 한다. 병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날 불쑥 세균에 감염되는 것처럼 운이 나쁘고 재수가 없어서 걸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해 걸리는 것이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했다. 어떤 습관을 갖게 되느냐 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를 말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힘주어 애써 노력할 것도 없이 삶 자체가 바로 그거여서 바꾸려고 노력할 것도 없고 그래서 사는 것이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은 그런 것이 습관이다.

억지로 하면 힘들다. 먹기 싫은 것을 건강을 위해 먹는 것도 힘들고 내 마음이 편하지 않는데 억지웃음 짓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척추가 휘어졌는데 바른 자세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미 척추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고, 성질 급한 사람이 꾹 참아가면서 느리게 사는 것처럼 흉내 내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먹기 싫은 것도 특별히 좋은 것도 없어서 자연식이 그대로 삶이 되는 것, 착
하다는 생각도 누가 알아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는 것, 나쁘다는 생각도 누가 그를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는 것, 그래서 고요한 마음이라 특별히 마음을 돌 볼 필요도 없는 항상 편안한 미소를 가진 마음이 되는 것, 급할 것도 없고 느리게 행동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일을 하는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묵묵히 해가는 것, 허리를 특별히 피고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노력할 것도 없이 이미 자세가 꼿꼿해서 항상 당당해 보이는 것…….

어떤 마음도 없이 다만 그러한 것, 그런 무심(無心)의 경지가 습관이 아닌가 싶다. 특별할 것도 없고 어려울 것 없는 그날이 그날 같은 좋은 습관을 잘 갖도록 하는 것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현대인의 자기 관리란 결국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제 2 의 천성을 닦아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밥의 건강학                                                
밥 말고도 먹을 것이 많은 세상. 빵도 있고 과자도 있고 라면도 있고 자장도 있고 핫도그도 있고 돈가스도 있고 햄버거도 있고 불 갈비도 있고 새콤한 과일 쥬스도 있고 달콤한 커피도 있는 먹을 것이 흔한 세상.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우리들의 생활 가까운 곳에 즐비하다.  

하루는 퓨전 요리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하루는 마음까지 발랄해질 것 같은 패스트푸드점에서, 하루는 대단히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에서, 하루는 옛 추억 그리워하며 질펀하게 퍼져 앉은 시장 골목에서 색 다른 음식들을 먹으며 삶의 여유를 확인한다.

하루 세끼 꼬박 꼬박 밥 찾아 먹으려는 사람들은 왠지 시골스럽고, 왠지 뒤떨어져 보이고, 왠지 꽉 막힌 답답한 사람 취급을 받곤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화려한 음식 유혹속에 묵묵히 한길을 걸었던 그 무던함은 건강과 평화를 선물한다.

밥 세끼 먹는 사람이 가장 건강하다. 칼로리가 문제가 아니고 영양 성분의 균형이 문제가 아니다. 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채식 식사를 좋아하며 비타민, 미네랄과 같은 미량 영양소를 잃지 않고, 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고기를 탐닉하지도 않지만 단백질의 불필요한 낭비를 불러오지도 않아 노폐물을 많이 만들고 노화를 촉진하는 단백질을 많이 먹지 않아도 건강한 신체를 유지한다.

규칙적으로 먹은 밥은 단백질, 지방과 같은 살을 찌게 하는 거대 영양소에 대한 필요와 갈망은 줄여주고, 몸 안에서 열을 내게 해주고 몸을 날씬하게 해주는 태워주는 영양소,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영양소의 신체 필요량을 줄여주어 적은 양으로도 힘찬 생활을 해주게 한다.

쌀은 전 세계적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곡식으로 분류되고 있다. 서양인들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밥은 갈색쌀, 브라운 라이스, 우리말로는 현미에 해당한다. 곡식의 씨눈과 껍질에 모든 영양소들이 모여 있는 통곡식, 전곡류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왜 전통적으로 쌀을 주식으로 했던 동양인들이 하얗게 벗긴 라이스, 흰쌀을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영양 생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을 에너지원천으로 삼고 어떤 방식으로 섭취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는 음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느냐와 관련한 호르몬 분비와 자율 신경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고기와 같은 단백질을 먹고, 아니면 식용유에 튀긴 음식을 먹고 기름과 지방으로도 칼로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단백질과 지방은 비상시의 에너지원이다. 단백질도, 지방도 각각 4 Cal 와 9 Cal 의 열량을 내지만 이것은 모두 비상시의 에너지원이다. 급할 때, 생존의 위협을 느낄 때 쓰는 비상시의 에너지원이다. 단백질은 머리카락 만들고 항체와 호르몬, 신경 전달 물질을 만드는 일들이 더 중요하고, 지방도 신체의 구성 성분으로서 신체를 보호하고 국소 호르몬을 만들어 신체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지켜내는 기능이 더 중요하다. 이들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때에는 많은 양의 활성 산소를 만들어 내고 더 많은 에너지와 영양소를 소모한다. 현명한 우리 몸은 이렇게 불리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섭취하지 않는다.

탄수화물은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이며 그 가운데에서 도정율과 정제율이 낮은 탄수화물일수록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전 단계인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관여한다. 도정하지 않은 곡식은 천천히 소화되고 천천히 흡수되어 안정적으로 혈당을 유지한다.

도정하지 않은 곡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은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지속적으로 힘을 내게 해주고 불필요한 음식의 욕구를 줄여 준다. 우리는 시각과 후각의 자극으로, 또는  옛 향수와 추억에 젖어 음식을 먹고 싶기도 하지만 대부분 혈당이 떨어졌을 때 식욕을 느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빵과 과자와 같은 군것질, 청량 음료수와 달콤한 커피의 유혹, 허겁지겁 참지 못하고 먹게 되는 폭식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혈당이 떨어졌을 때 혈당을 올려주는 아주 달콤한 빵이나 음료, 커피의 카페인이나 담배의 니코틴, 심지어는 단발적으로 혈당을 올려주어 힘을 내게 해주는 고기까지 탐닉하게 한다.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되면 쓸데없이 식욕이 일지도 않고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지도 않기 때문에 살은 찌지 않고 체중은 잘 조절된다.

뿐만 아니라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뇌로 보내주는 연료 또한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머리는 맑아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은 좋아진다. 많은 현대인들이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거나 머리가 아프고 힘이 쪽 빠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 불쾌한 신체 신호가 있을 때 현대인들은 더욱 커피와 단 음료, 술과 고기를 열망한다. 결국 악순환은 계속된다. 이런 현대인의 식생활은 우울증, 정신 분열증과 비만과 당뇨병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밥을 할 때 어떤 사람도 설탕과 버터를 넣지는 않는다. 하지만 빵은 밀가루 1/3, 설탕1/3 , 버터1/3 이 들어간다. 농약과 화학 비료, 살충제와 방부제로 얼룩진 수입 밀가루로 만들어진 빵과 유전자 조작되었을지도 모르고 온통 설탕을 가미해 너무나 달콤한 콘푸레이크를 먹으며 건강해질 수는 없다.  

우리가 명절날, 생일날, 잔칫날 귀하게 먹었던 그 옛날의 고기와 계란도 아니다.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땅을 거닐며 만들어낸 소들의 살들이 아니고, 제 새끼를 키우기 위해 짜낸 젖과 또 하나의 생명을 키우기 위해 낳은 알들이 아니다. 요즘 사육 동물들은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와 방부제로 범벅이 된 수입 배합 곡물 사료를 먹으며 성장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맞아가며 온갖 공포와 스트레스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동물들의 살과 젖과 알을 먹으며 우리는 더 이상 건강할 수도 없다. 우리 몸은 그렇게 많은 양의 단백질을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이유기가 지난 이후에 제 어미의 젖을 먹지도 않았다.

어떤 음식을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고 어떻게 먹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이것은 음식을 통해 우리 몸이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천년 동안 농경 사회에 살면서 곡류와 채식 위주의 식사에 익숙해져 있으며 그런 음식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 몸은 그런 음식들을 통해 신체 적응을 해 왔기 때문에 위는 작고 장은 길뿐만 아니라 호르몬의 분비와 자율 신경의 조절이 그런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

흰쌀밥, 흰밀가루, 흰설탕과 같이 빠르게 소화되는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혈당을 빨리 올려 인슐린 분비를 증가하게 되는데, 적은 음식물의 섭취로도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게 되면 갑상선 기능은 억제되어 살은 찌고 몸은 무거워지며 면역 기능은 저하된다. 너무 많은 육식의 섭취 또한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와 자율 신경의 리듬을 교란시킨다.

조상들은 음식을 먹을 때는 항상 그 음식 먹는 행위에 집중하며 조용히 먹을 것을 권고했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에 자기 마음을 두게 되면 우리 몸의 자율 신경은 잘 조절되고 위장관의 운동은 원활해져 소화액의 분비가 좋아지고 따라서 음식의 흡수율도 좋아진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입에서 먹었다고 해서 먹은 것이 아니고 장에서 흡수되어야 먹은 것이다. 하지만 장에서 흡수되었다고 해서 먹은 것도 아니고 영양소들이 혈액을 타고 잘 운반되어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이 에너지를 잘 만들어내기 위해서 모든 영양소들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칼로리를 따지고 영양소를 따진들 그 칼로리가, 그 영양소가 우리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그 과정에는 혈액의 상태와 근육의 탄력, 다른 영양소들의 도움과 호르몬의 분비와 자율 신경의 도움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이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밥을 잘 챙겨 먹는 일이다. 그리고 밥 먹는 일에 집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가 먹은 것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잘 안내해야 하는 것이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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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료는 2004년 7월 19일 여성환경연대에 올려져 있는 글 입니다
참고하세요.

참고글
(여성환경연대가 만든 “여성의 눈으로 보는 환경ㆍ건강 교재” 중에서)


권오분 (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



1. 여성 건강과 환경 논의 현황
1) 여성에게 치명적인 환경오염

만인에게 이익을 줄 것이며, 인간의 생활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것처럼 말해지던 개발, 간척, 과학 실험, 동물 실험, 원자로 건설, 쓰레기 매립장 건설 등을 통해 이익을 본 쪽은 누구이며, 피해에 취약한 사람은 누구인가?

과학기술과 급격한 개발, 거대한 산업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이득은 소수가 받아왔지만 그에 따라오는 환경문제, 자원의 부족,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는 인종과 국적,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그 중에서도 자원이 없고 빈곤한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은 그 영향으로 생존의 기반을 치명적으로 침해받는다. 식량이 부족하면 우선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젖을 먹는 아이들이 굶주리고,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들보다 어린 소녀들이 더 굶게 된다. 이들의 영양실조는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다음세대에까지 이어진다. 물이 오염되거나 부족했을 때에도 전염병에 대한 내성이 적은 아이들이 우선 피해를 당하게 되며 아이들을 돌보는 여성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 뿐만 아니라 수도가 건설되어 있지 않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물을 길어오는 사람은 여성이거나 어린 소녀들이다. 물 부족은 가장 직접적으로 이들이 더 먼 곳까지 가서 물을 길어오게 하도록 노동을 가중시킨다.

농약이나 유해물질 등과 같은 환경오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르노빌 사태를 통해서도 가사와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여성은 그 고통이 배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자, 정치가, 경제학자들이 우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여전히 주장하는 동안에도 여성들은 아이들과 가족이 안전하게 먹을 식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체르노빌 사건 이전에 나온 곡물과 분유를 구하거나 제3세계에서 수입한 음식을 찾는 것,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지 못하도록 잡아두고 놀 거리를 마련해주고 달래 줘야 하는 것도 여성의 몫이었다. 가족들이 오염되지 않았을까 염려하고 음식을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 것도 정치가나 과학자가 아니라 여성들이었다. 히로시마, 드리마일섬, 퍼시픽 섬, 체르노빌 등에서 있었던 핵실험이나 핵 누출 사고는 그 영향이 후손에게 누적되어 치명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비키니섬에서 핵실험이 행해졌을 때 7살이었던 한 여성은 당시 눈이 따갑고 구역질이 났으며, 온몸에 화상을 입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일곱 번이나 유산과 사산을 했다. 섬에는 아이를 낳은 여자가 8명이나 더 있었는데 그 아기들은 모두 젤리 덩어리 같았다. 이들 중 몇은 여덟 달, 아홉 달 동안 뱃속에 있었지만 다리도 없고 팔도 없고 머리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도 태어났지만 바깥세상은 물론 자신의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그들은 불구의 팔과 다리를 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누워 있었을 뿐이었다.  

(마리아 미즈, 반다나 시바(2000),『에코페미니즘』, 손덕수, 이난아 옮김, 창작과 비평사, 5장 환경의 빈곤화.)



이렇게 환경파괴와 자원의 박탈은 여성의 노동을 증가시키고 여성과 아이들의 건강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물, 에너지와 같은 천연자원의 주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원의 관리나 보호를 결정할 수 있는 과정에서 제외됨으로써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의 부담은 가중된다.
현재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선진국의 경우, 전체가구 중 1/3이상이 여성가장 가구로 노르웨이의 경우 38%이고 아시아의 경우 14%에 이르며 절대 빈곤층의 70%를 차지한다. (United Nations, World 이들은 개발과 기술 발전의 혜택을 거의 입지 못하고, 그 부작용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다. 특히 이들의 빈곤과 환경오염에 대한 취약성은 아이들의 건강문제로 바로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개발사업, 연구사업을 벌여 이득을 보는 자는 명확하지만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그 비용은 우리의 세금으로 공동 부담하고 있거나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고 있으며 미래 세대에게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2) 의료ㆍ환경 논의에서 소홀히 다뤄지는 여성 건강

여성과 남성의 몸의 차이는 물리학적 생물학적 반응에서도 상이한 반응을 보이나, 여성의 몸의 반응과 질병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환경 건강 논의에서도 여성 건강의 문제는 부차적으로 다뤄지기 일쑤이다.
그러나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보다 민감하고 예민하여 오염의 척도, 지표가 된다.

여성의 건강과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정진주(2000)에 따르면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관념에 따라 여성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중요성이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여성관련 질환으로 불리는 유방암, 자궁암의 경우 다른 질병에 비하면 일찍부터 주목받아 온 경우에 속한다. 수유 기능 때문에, 여성의 육체미의 상징으로 받아 들여져 온 유방은 다른 신체기관보다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따라서 유방암의 자각 증상, 정기적인 조기 탐지 방법들이 널리 알려져 있고 유방 관련 연구에도 많은 투자가 있어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여성사망 1위인 심장병의 경우, 심장병을 남성병으로 보는 전통적인 신화로 말미암아 사망 1위가 되도록 방치되어 왔다고 한다. 심장병이 남성들에게는 급작스런 발작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여성에게는 복통, 숨가뿜, 식은 땀,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만성피로 등으로 나타나 정신적 스트레스 증상과 비슷하게 보인다. 따라서 여성의 심장병 발병 가능성에 대해 책에서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의사는 심장병 증상을 보이는 여성을 정신과에 보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심장 발작시 응급실로 바로 가는 남성과는 달리 가정의를 거쳐가게 됨으로 응급처지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정진주(2000), “여성과 여성건강의 사회적 의미”, 『계간 의료평론』 02호, (주)한국의료컨설팅)

여성의 증상과 질환이 소홀히 취급되거나 연구된 바가 적은 것은 질병 관련 수치나 직업병 진단에서도 알 수 있다. 통계수치상으로는 여성노동자의 재해율(0.29%)이 남성(0.94%)보다 낮다. 그러나 이 수치를 가지고 여성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가 더 잘 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현재의 통계가 추락, 낙하, 절단과 같은 남성직종 중심으로 산재가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며, 산업재해에서 여성이 주로 겪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은 제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은희(2000), "사례리포트- 여성노동자의 건강문제", 『계간의료평론』02호, (주)한국의료컨설팅, p130-131.)

2001년 현재 평균수명은 남자 72.8세, 여자 80.0세로 여성이 6-7세 가량 길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건강수명은 남성 50.7세, 여성 49.1세(97년 기준)로 여성은 골골하며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으로 보인다. 또 병에 걸리는 유병률도 100명당 57.9로 53.9인 남성에 비해 높다. 생식기 질환에서는 3.8배, 관절염 2.6배, 정신과적 문제에서는 2.3배, 각종 암, 고혈압과 심장질환 1.8배, 내분비 영양대사와 관련된 질환이 1.5배, 치과질환은 1.3배가 더 높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신체증상 호소율, 불구율, 약물 의존도가 높고 병원 진료자 수도 남성보다 많지만 결정적으로 1인당 치료일 수는 남성에 비해 떨어짐으로써 의료 서비스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용균, “건강 문제에 있어서의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다른가?”   http://aids.hallym.ac.kr/d/mom/nok03.html 참고)

이제까지 의료에서 여성은 ‘작은 남성’으로 여겨져 왔다. 모든 증상들과 지표의 기준은 성인 남성이었고 ‘여성적’인 것들은 알려지거나 제대로 연구되어진 바가 없다. 여성의 몸이 관심을 끌 때도 있긴 했다. 그러나 그런 경우 여성의 몸은 생식력이나 출산력의 대상이거나 남성과는 ‘다른’, ‘신기한’ 증상 때문이었지, 여성의 증상 자체가 고려된 것은 아니었다. 설령 남성과 다른 여성의 생리적, 신체적 차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신체적 심리적 차이를 만드는데 일조해 온 젠더 역할이나 위계구조를 분석의 틀 안으로 끌어오지는 못했다.
이는 환경운동 영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호르몬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다뤄지는 방식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년/한국판 2002년 출판)이 출판된 이래, 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몇몇 단체와 사람들은 환경 호르몬 문제를 중요하게 제기해 왔으나 정작 사회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최근에서다.  ‘정자 수 감소’, ‘수컷의 암컷화’ 같은 선정적인 문구로 대중 매체가 호들갑을 떨고 난 뒤에야 환경 호르몬 문제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모든 종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주고, 특히 생식기 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세대를 통해 축적되는 환경 호르몬에 대한 설명보다는 정력 감퇴나 정자수 감소라는 남성 위주의 담론이 시선을 끈 것이다.

윤박경(2000)은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다음과 한계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첫째 환경 호르몬 논의에서 말하는 인간은 남성, 남성의 몸으로 상정되고, 둘째 여성의 몸은 태아를 훼손하거나 오염되지 않아야 할 건강한 모체, 모성 환경으로만 부각되며, 셋째 환경 호르몬 재앙으로부터 건강을 지켜낼 실천 지침들 속에는 가정 내에서 여성이 수행해야만 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의 문제가 은폐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윤박경(2000),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꿈꾸는 지렁이들』, 환경과생명, 2003.)

환경문제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성별 위계적인 현 사회구조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3) 생식력 통제에 기반한 여성건강

여성의 역할은 어미됨을 중심으로 제한되어 왔고 지금도 종종 여성의 일차적 본분은 자식 출산과 양육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며,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여성의 생식하는 몸은 여성의 건강과 의료 체험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개의 여성의 삶에서 실제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 건강에 대한 연구는 주로 출산에 관련된 분야에 국한되고, 출산을 제외한 일반적인 건강 서적은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다. 일선 진료현장에서 볼 때 국내에서 여성 건강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임신, 출산, 비만, 폐경기, 골다공증, 호르몬 대체요법 등에 국한되어 있다고 한 의사는 말하기도 한다. (조정진, “여성에 흔한 건강문제”, http://www.healthpro.or.kr/data/seminar/여성건강증진-조정진1 )

이렇게 여성의 건강 문제가 소위 생식력과 관계된 ‘여성질환’의 문제로 환원되는 까닭은 남성중심적인 이 사회가 오랫동안 여성의 생식력에 통제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생리를 ‘더러운 것’, ‘질병’으로 보는 금기를 통해 여성들의 활동을 제한한 것에서부터 임신, 출산에 대한 수많은 금기, 제왕절개술의 폭발적인 증가나 불임치료를 위한 시험관 아기, 생명복제술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는 자연의 원리를 따르는 여성의 몸에 대한 두려움과 과학으로 그 생식력을 통제하려는 의지와 연결되어 있다. 이를 입증하듯 대부분의 약물생동학적 및 약물 역학적 연구에서는 여성을 제외시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성의 생리주기는 내분비 물질의 변화를 동반하므로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데 장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보문(2000), “여성정신 건강에 관한 정신의학분야의 차별성과 문제점”, 『계간 의료평론』 02호.)

이러한 여성의 생리적 조건에 대한 현 의료계의 태도는 생식력과 관련된 부분의 과잉투자, 과잉진료로, 그 외의 기관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증상들이 호르몬이나 생리, 임신 등과 관련된 문제로 환원되어 여타의 질환들은 무시됨으로써 의료나 건강에서 소외되는 것이 한 부분이라면, 최첨단을 달리는 생식력 관련 연구와 실험, 담론은 넘쳐나고, 여성의 몸과 난자는 마치 아이 담는 ‘공장’으로 취급되는 것이 바로 또 다른 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포괄적인 건강 문제가 왜곡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과도한 관심과 주의가 아니라 과도한 관심이 바로 여성 몸에 대한 통제력 획득의 욕망에 기초하고 있고, 여성의 몸은 생명공학의 실험 실습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까지 여성의 건강은 사회의 입장과 필요에 의해 다루어져 왔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건강은 가족 계획사업의 일환이었고 따라서 가임기 여성 중심의 정책과 지원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소녀나, 유아, 노인여성의 건강이나 몸, 삶의 문제는 정책에 있어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를 보는 시각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은 성기 기형, 왜소화, 정력감퇴, 불임, 모유의 오염 등의 기능만이 부각됨으로써 ‘조물주가 여성에게 부여한 생명의 잉태 기능을 파괴시키는 독성 물질’로 불리며 생식력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식력 문제로만 보는 관점은 왜, 어떤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또 가임기 여성뿐 아니라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놓치기 쉽다. 또 환경 호르몬을 배출하는 기업이나 물질을 단속하고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임기, 수유기에 있는 여성에게 음식을 고르고 다듬고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에까지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지우기 쉽다. 마찬가지로 의료적 측면에서도 생식력만이 아니라 여성의 몸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이 필요하다.


2. 여성의 관점에서 보는 환경과 건강
1) 여성 건강을 보는 통합적 시각의 필요성

우리는 이제까지 건강과 질병을 개인의 문제, 유전적인 소인이나 식습관, 개인의 관리 차원으로 보는 지배적인 시각에 익숙하다. 그러나 건강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전반적인 상태가 고려되어야 하는 포괄적인 것이다.

여성들은 이제까지 음식을 밥상에까지 요리해 올리는 가사 전담자로,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보살피는 건강관리자로, 또 자식들의 양육자로 역할해 왔지만 정작 스스로는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편견, 성차별주의 때문에 자신의 건강은 주체적으로 돌보지 못해왔다. 여성이 건강하다는 것은 그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가 얼마나 성차별적인지 아닌지, 부가 얼마나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하는 문제이다. 여성의 건강함은 의료시스템뿐만 아니라 부, 자원, 관계가 여성들에게도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한다. 건강은 단지 신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환경- 숨쉬고, 먹고, 입고, 마시고, 잠자는- 이 얼마나 안전한지, 여성은 성별 관계에서 스트레스와 제한을 얼마만큼 받고 있는지,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50년전 세계보건기구(WTO)도 그 창립 헌장에서 건강이란 질병의 부재가 아니라 완전한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안녕의 상태라고 통합적인 개념으로 정의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영적 안녕’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 행위와 연구 및 보건정책 등에서 가장 지배적인 모델은 생의학적 모델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몸과 건강을 이해하는 가장 친숙한 방식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대개 이 모델이다. 생의학적 모델은 기본적으로 건강을 제한된 범위의 질병이 있고 없음으로 이해한다. 의료는 피부로 둘러싸인 신체 안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생화학적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질병의 진단, 치료 및 예방으로 건강과 질병을 몸을 구성하는 기관, 조직, 세포, 분자 또는 유전자의 정상 또는 이상으로 환원하여 설명한다.

그러나 이 입장을 비판하는 여성들은 몸과 정신을 아우르는 좀 더 총체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생의학 모델이 여성의 삶과 건강이 형성되는 사회적 맥락을 간과함으로써 건강을 이해하는 데에 제한된 기여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성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병을 다루는 것’에서부터 나아가 ‘무엇이 건강을 만드는가’에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건강을 만드는가’라는 물음에 적절한 답이 바로 여성, 환경, 건강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다. 한 사회의 차별에 대한 민감성, 사회적 자원, 부와 기회에 대한 공평한 분배를 볼 수 있는 척도가 여성들이기에 여성의 건강 문제를 보는 것은 한 사회의 건강함을 보게 하는 바른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적 접근에 더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생태주의적 시각이다.

그 동안 개발과 편리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위해 다양한 생명체, 자연 그리고 지구는 마구 남발되고 파헤쳐져 왔다. 그 반작용의 결과를 우리는 고스란히 환경오염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조건으로 치부해 버려왔다. 인간이 일으킨 이러한 자연파괴와 오염에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만드는데 가장 앞장섰던 사람들이 바로 여성이었다. 여성들은 부유한 서구 산업사회를 모델로 한 ‘따라잡기’식 개발과 과학기술이 인간의 몸과 마음,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켜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본연의 가치를 훼손해왔다고 보았다. 또한 그 방식은 가부장제에서 여성들을 억압해온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해왔다. 따라서 환경과 인간의 삶의 문제는 반성없는 주류 남성의 시각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그 동안 소외받고 피해 받으면서도 생존해오고 살리는 삶을 살아온 여성들의 시각과 경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의 시각은 몸과 마음, 자연과 인간,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생명과 자연을 살리는 생태주의적 관점은 나를 포함한 ‘우리’의 건강함을 살리는데 가장 필요한 시각이다. 의료나 여성주의를 넘어서 전체를 ‘환경’이라고 불리는 터전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화두인 것이다.

또한 여성, 건강, 환경을 통합적으로 보는 관점은 그 동안 여성주의에서 진행되어 온 몸에 관한 논의, 의료계에서 벌여온 여성 건강에 관한 논의, 환경운동 진영에서의 논의들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여성주의에서 낙태를 여성 몸의 자율권 확보라는 점에서 말할 때 낙태는 개인의 건강이나 몸에 대한 사회, 문화적 차원의 억압이라는 측면은 약화된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환경호르몬 문제 또한 생식력 감소, 성인병의 증가 등등의 문제로 접근하기는 했으나 성별이라는 변수를 따져보지 않음으로써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별에 따른 차이를 설명해 내거나 대안을 끌어오는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여성 건강을 말할 때도 환경적 측면이나 사회 문화적 제도, 배경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건강은 개인의 의지나 관리에 달린 것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환경과 건강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보는 통합적 관점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지위, 성차별, 몸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물질들과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확장해서 볼 수 있다. 따라서 환경, 건강 문제를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으로 끌어내리고, 여성환경운동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잡아준다고 할 수 있다.


의료는 우리가 아플 때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건강하게 또는 건강하지 않게 하는 것은 상당부분 우리가 매일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 즉 무엇(얼마나 오염되지 않은 음식물)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하며, 얼마만큼 휴식을 취하고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술, 담배, 각종 약물을 얼마나 복용하고 우리의 일자리가 얼마나 안전 또는 위험하고 성폭력의 위협과 실제 경험을 얼마나 하는가 등에 달려있는 것이다.
                
                                   - 보스톤 여성건강서적 공동체 -


2) 자생적인 힘을 회복하자

환경 악화가 여성들 특히 제3세계의 가난한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근의 수많은 연구들은 여성과 어린이가 자연에 대한 전쟁의 주된 희생자라는 사실 뿐 아니라 여성이 자연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손상된 자연을 치유하는 운동에서 가장 헌신적이라는 사실 또한 보여준다. 인도의 칩코 투쟁에서 여성들은 50헥타아르의 마을 공유림을 없애고 감자 종자 공장을 세우려는 개발 계획에 반대했다.

남자들은 땔감이나 사료를 모으지 않기 때문에 숲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나무를 잘라내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있다. 그러나 숲은 여성들의 재산이다. 반다나 시바, 마리아 미즈(2000), 『에코페미니즘』, p373
  

세계 어디서든 현실에 발 딛고 하루하루를 생존하고 있는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생존을 유지하는 자급적 관점에 관심을 가진다. 우리의 경우도 개발의 이름으로 산과 들에 무차별적으로 벌이는 관통도로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먹거리를 살리고, 강과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활동들 속에서 이름없는 무수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난개발 저지운동(우장산 살리기, 새만금 살리기, 천성산 도룡룡 살리기), 유해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러브호텔 반대운동, GMO반대운동, 생리대 안전성 문제제기, 핵폐기장 건립 반대운동),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운동(소비자조합을 통한 유기농 먹거리 연계하기, 출산문화 바꾸기 운동, 녹색소비자 운동 등)들의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이 활동들은 우리사회 여성 차별에 대한 깊은 자각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칩코 운동에서처럼 먹거리, 생활용품 등 생존을 위협하는 것의 대안으로, 또 천식과 아토피 등 환경 파괴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구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는 여성들이 생명을 잉태하고 인간 존재를 돌보고, 생존을 책임지는 조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성은 자연처럼 그 많은 통제와 간섭, 파괴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놀라운 재생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타의 존재에 대해 무한한 자비심을 나타낸다. 여성의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다독이는 역할이 없다면 우리들 일상의 삶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마리아 미즈에 따르면 ‘자급’의 관점이란 스스로의 생명의 삶을 생산하고 재생산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서며, 자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의 모태다. (마리아 미즈, “힐러리에게 암소를”, 『녹색평론』 제 57호(2001년 3-4호), 녹색평론사.)
이 관점에서 보면 남에게 의존해야 얻을 수 있는 돈, 교육, 캐리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 비싸고 사치스런 공산품, 엄청난 에너지 소비, 휘발유에 의존해 굴러가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것이 결코 자급적이지 않다.
여성, 건강, 환경을 보는 통합적 관점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내적 치유력을 회복해 환경과 유기적으로 관계 맺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자급의 관점이며 진정한 치유이자 대안이다.  

이를 위해 여성 환경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해야 한다.
첫째, 몸의 정체성 찾기를 시도해야 한다. 이것은 그 동안 몸에 가해진 사회 문화적 의미 벗어 던지고, 몸의 언어 느낌을 이해하여 자기 치유력을 회복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둘째, 의료, 권력, 과학기술의 문제를 밝혀내야 한다. 나이, 성별, 경험에 따라 다양한 몸들이 나타나야 하고 이 몸들이 환경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드러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셋째, 환경바꾸기라는 실천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1995년 북경대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강령을 채택하였다. “여성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해 획득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 여성의 건강은 한 사회 삶의 질을 또 환경문제를 볼 수 있는 척도다. 여성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착수할 때이다.  





참고문헌
노용균, “건강 문제에 있어서의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다른가?”
            http://aids.hallym.ac.kr/d/mom/nok03.html 참고
마리아 미즈, 반다나 시바(2000),『에코페미니즘』, 손덕수, 이난아 옮김, 창작과 비평사.
마리아 미즈, “힐러리에게 암소를”, 『녹색평론』 제 57호(2001년 3-4호) 녹색평론사.
윤박경(2000),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꿈꾸는 지렁이들』, 환경과생명, 2003.
정진주(2000), “여성과 여성건강의 사회적 의미”,『계간 의료평론』 02호, (주)한국의료컨설팅.
조정진, “여성에 흔한 건강문제”, http://www.healthpro.or.kr/data/seminar/여성건강증진-조정진1  
최보문(2000), “여성정신 건강에 관한 정신의학분야의 차별성과 문제점”,『계간 의료평론』, 같은 책.
최은희(2000), "사례리포트- 여성노동자의 건강문제", 『계간의료평론』02호, 같은 책.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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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4년 7월 8일 여성환경연대에 올려져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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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혜순(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자본주의와 세계화와 건강한 먹거리
이제 사람들은 쌀이나 과일을 재배하는 데 농약이 쓰이고, 가공식품에 방부제와 감미료, 색소가 들어가고, 밀가루, 바나나 등 외국의 수입농산물에 갖가지 수확 후 농약((Post-harvest)이 뿌려진다는 사실들을 놀랍기는커녕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농약을 치지 않고 생산됐다는 유기농산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들은 손쉽게 먹을 것을 구하고, 또 싼 값에 배불리 먹을 수가 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뭔가가 잘못되기는 한참 잘못되었다. 왜 그런가?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상 당연하다. 우리가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먹을거리들은 사는 사람들의 의도와는 달리 순전히 돈벌이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쌀이나 사과, 포도, 시금치 또는 라면, 오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을 재배하고, 상품으로 만들 때 먹는 사람들의 건강을 그리 고려하지 않는다. 라면 공장 사장은 절대로 자신의 아이에게 라면을 먹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나 농사꾼이 자신이 먹을 것은 미리 따놓고 약을 뿌린다는 말은 이러한 체제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교환가치만 가질 뿐 사용가치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이전의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사실 상품이기 이전에 재배한 사람이나 만든 사람에게도 쓸모가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쓰고 남은 것을 다른 사람의 여유 있는 것과 바꾸는 정도여서 교환가치는 극히 약했다. 자신이 먹고 쓸 것인데 알고 있는 한에서는 어찌 나쁜 짓을 할 수 있는가. 바로 이것이 오늘날 먹을거리에 온갖 나쁜 짓들이 횡행하는 이유이다.

거기에 더해 먹을거리에 있어서도 세계화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 먹을거리가 쓰레기로 되고 있는데 한몫을 더한다. 나, 내 가족, 우리 지역 사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또 누가 먹게 될 지도 모를 먹거리를 재배, 가공, 유통하면서 더더욱 이것이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는 의식과 이에 따르는 도덕적 책임감이 생기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자본주의와 세계화에서 최고의 가치는 돈벌이가 되느냐 아니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물결에서 먹을거리는 얼마나 오염되어 있을까.

화학농법과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문제
농약의 사용량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번 농약을 치기 시작하면 토양 생태계가 죽어버려 토양 미생물을 통한 양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므로 점점 더 화학비료에 의존하게 되고, 또 화학비료로만 양분을 주게 되면 식물은 약해져 더욱 병충해에 견디지 못하므로 점점 더 농약을 많이 쓰게 된다. 그러니까 점점 더 영양가는 없고 더 많은 독성물질로 오염된 먹거리를 생산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유전자 조작기술까지 본격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전혀 다른 종(種)의 DNA를 합성하여 만들어낸 생물체는 그것이 배태되어 죽을 때까지 자체 내에서 독성이 나오기 때문에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는 우리가 잘 밝혀내지 못한 독성이 고도로 농축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렇게 위험한 유전자 조작 기술이 이미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시판되는 식용유는 대부분 유전자 조작 원료로 만들어진다. 콩을 원료로 한 간장․된장․고추장이 모두 그렇다.  치즈 생산에도 유전자 조작 원료가 사용된다. 옥수수를 원료로 한 스낵 과자, 떡볶이 떡, 당면, 물엿, 전분, 올리고당의 원료인 수입 옥수수 역시 대부분 유전자 조작 기술로 생산된다.

수입 농산물은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수확 후 농약처리(post harvest)가 가장 문제다. 포스트는 후(後), 하비스트는 ‘수확’이라는 뜻으로 농사를 다 지어 수확한 후 시장에 나가기 직전, 곧 소비자의 입 속으로 들어갈 농산물에 뿌려지는 것이기에 위험성이 몇 배나 높다. 이 문제는 이제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음에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의 급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그 소비가 줄어들기는 커녕 매년 높아지고 있어 아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소, 돼지, 닭은 생명이 아닌 기계
서구에서 시작된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기업형 목장이 많이 생겨났고, 목축업자들은 단시간 내에 고기를 얻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오늘날의 소, 돼지, 닭들은 생명체가 아니라 계란을 뽑아 내거나 고기를 생산하는 하나의 기계처럼 취급되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축들은 갖가지 질병과 성장에 장해를 받아 고기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사료 자체의 문제인데, 사료에는 보존제, 유화제, 발색제 등 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을 뿐 아니라 요즘에는 유전자 조작 콩을 짜서 식용유를 만들고 남은 비지(대두박)가 배합사료의 주원료로 쓰인다. 또한 광우병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각종 상품으로 쓰이고 남은 육류의 부산물이 사료에 쓰여지고 있다.  

둘째는 밀집 사육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축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자체 내에서 독성이 나와 육질에 축적된다. 또한 이런 사육 방식에서 길러진 가축은 몸이 아주 약하기 때문에 전염병 등에 걸리기 쉬워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살균 소독제를 사육 및 양식 환경에 뿌리고 항생제를 다량으로 투입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빠른 시일 내에 크게 키우기 위해 성장 호르몬을 투입한다. 푸에르토리코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산 닭고기를 먹은 후 생후 7개월 된 아기의 젖가슴이 부풀어오르고 3-6세에 월경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조숙 현상을 보이는 어린이가 2천 명이나 발생한 것이다. 닭고기가 문제였다. 이 아이들이 먹은 미국산 닭고기에는 가금류의 성장촉진제로 사용하고 있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던 것이다.

넷째, 계란이나 우유 등에는 가축 자체의 몸에 있는 것 보다 더 고농도의 독성이 들어 있다. 특히 닭과 같은 알을 낳는 동물은 알을 빼앗길 위협을 느껴 그 알 속에 독을 분비하여 이를 방지한다. 달걀을 하루에 하나 이상 먹지 말라는 이야기도 생물독의 위험을 말하는 것이다. 우유도 옛 어른들이 아이 젖 먹일 때는 먹는 것도 조심하고, 마음가짐도 조심하라는 말을 상기한다면 지금의 사육환경에서 나오는 우유가 얼마나 위험스러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패류도 위험하다.
수질의 오염으로 인한 오염물질의 농축으로 어패류의 위해성은 육류에 못지 않다. 생활하수, 농축산폐기물, 유독성 물질의 공업 폐수 들으로 오염된 물 속에서 어류와 해조류 등은 24시간 그 물을 빨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횟감으로 많이 쓰이는 양식물고기들은 항생제로 키워진다. 가축과 같이 밀집된 공간에서 양식되어지는 물고기에게서도 생물독성으로 각종 질병이 발생되기 때문에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여 병을 에방한다. 또한 인공먹이인 사료도 첨가물 등의 문제가 있다.

수입되는 굴․패주․연어 등 고급 어패류 생산에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쓰여지고 있다. 청어․시샤모 등 알이 선호되는 고급 생선에는 알에서 부화되는 모든 생선이 암컷이 되어 알을 배도록 만드는 성(性) 조작 기술이 쓰여진다. 또 어패류 중에서도 고급 식품일수록 복잡하고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기술이 동원되므로 이 과정에서 어패류의 몸 안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독성이 쌓이게 된다.

가공식품은 첨가물 덩어리이다.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는 많은 첨가물이 쓰여지고 있다. 일단 재료는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을 사기 때문에 수입농산물이나 저질의 상품을 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여기에 미각을 자극하고, 시각적으로 맛깔스럽게 위해 각종 첨가물이 쓰인다.

단무지를 예를 들어보자. 일단 가장 중요한 재료인 무도 의심스럽다. 아니 종자까지도 의심해봐야 하는 사건이 일본에서 있었다. 일본에서 97년 집단 식중독 사건이 있었다. 일본은 무 종자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데, 병원성 대장균 ‘O-157’에 감염된 미국산 무 씨앗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단무지의 경우 국산 무로 만들고 있다고는 하나 어떤 종자로 생산한 무인지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제 단무지 포장지에 붙어있는 식품첨가물을 보자. 매실향, 구연산, 비타민C, L-글루타민산나트륨, 빙초산(합성식초), 사카린나트륨(합성감미료), 아황산나트륨이 적혀 있다. 사카린은 동물실험에서 자궁암과 방광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졌고, 빙초산은 위장장애, 글루타민산나트륨은 많이 먹으면 뇌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아황산나트륨은 표백제의 일종인데, 호흡기점막과 눈을 자극하고, 유전자의 손상, 염색체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혀져 있다. 여기에 제품에 따라 방부제인 솔빈산 또는 솔빈산칼륨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는 중추신경을 마비시키고, 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 안주나 심심풀이 간식으로 많이 먹는 건포류도 우리는 그냥 수산물을 말리거나 찢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포장지에 적혀 있는 것만해도 설탕, 식염, 솔빈산칼륨(합성보존료), L-글루타민산나트륨이 필히 들어가 있다.

아이들이 먹는 과자나 사탕을 보자. 설탕 덩어리라 충치에 안 좋다는 것은 이제 문제도 아니다. 100% 모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사탕제품에는 황색 4호, 황색5호, 적색2호, 청색 1호 등의 색소가 사용된다. 색소를 보면 첨가물의 안정성이라는 것이 참 우스운데, 일본에서 1965년에 적색1호, 적색101호가 발암성이라는 이유로 금지되었고, 1966년에는 적색 4, 5호, 오렌지색 1,2호, 황색 1, 2호가 안전성에, 황색 3호에 발암성이 제기되면서 모두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유사한 성분의 색소들이 유해성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간식에 마구잡이로 쓰여지고 있다. 특히 색소는 알러지와 아이들의 과잉행동반응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학계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고생 아이들이 식사대용이나 간식으로 자주 먹는 라면은 어떠한가. 면, 기름, 스프, 용기, 라면의 ‘구성 4요소’는 곧 ‘유해 4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면. 면을 이루고 있는 수입 밀가루에는 재배과정에서는 물론 수송과정에서도 농약이 뿌려진다. 밀가루는 주로 배로 수송하는데 그 기간이 보통 2~4개월 걸린다. 이 기간 때문에 몇 주마다 부화되는 바구미와 다른 유충을 죽이기 위하여 취화에틸렌(EDB), 취화메칠, DDVP(살충제의 일종) 등으로 훈증한다. 그 하얀 밀가루에는 이런 어두운 발암물질이 배어있는 것이다. 그 뒤에도 문제는 이어진다. 면을 쫄깃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면류 알칼리제가 첨가되고, 맛있는 색을 내기 위해서 착색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 유지를 쓰지 않는다는데 그럼 기름은 괜찮은가. 라면에 흔히 쓰이는 콩기름은 유통과정에서 변질되지 않도록 수소를 첨가하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식용유보다도 포화지방산이 훨씬 많다. 여기에다 아직 그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콩이라는 문제까지 보너스로 얹어진다. 스프는 또 어떤가. 스프에는 맛을 내기 위해 2g의 화학조미료가 들어간다. 세계보건기구가 어른의 하루 조미료 섭취를 3-5g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본다면 아이들이 한끼 식사로 먹기에 지나친 양이다. 또한 스프 재료에 들어가는 각종 건조 야채류는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한 것으로 농약오염이나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운 것들이 많다.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컵라면 용기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밖에 모든 가공식품에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또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첨가물이 들어간다. 아무리 식품위생법에 허용된 첨가물이라 할지라도 안심할 수 없다. 식품위생법은 각 첨가물마다 기준치를 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치는 실험동물들을 기준으로 단기간 반응을 관찰하여 정하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는 동떨어지는 것인 경우가 많으며, 또한 장기간에 걸쳐 구조적으로 나타나는 위험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식품 한가지만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우리가 일상 식생활을 통해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 있는 것을 한꺼번에 먹게 되면 총량은 엄청나게 많아질 수 있으며 첨가물끼리의 상승작용도 있을 수 있다.

먹을거리가 성격에 미치는 영향
먹거리 강의를 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하다보면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교실마다 마련되어 있는 컴퓨터와 늘어난 기자재, 시설만 다른 것이 아니라 교실 분위기도 우리때와는 아주 다르다. 선생님에 대한 어려움, 예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워낙 자주 회자되는 얘기라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지만 수업중의 산만함, 집중력의 부족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초등학생의 경우야 워낙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고 나이가 어린 것을 감안할 때 수업하는 선생님의 묘미가 많이 요구되어 지는 부분이 있다손 치더라도 중학교 교실도 초등학교 교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어수선함을 볼 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조는 것도 아닌데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 질문을 하나 하면 끝도 없이 다른 이야기로 튀어 나가는 아이들을 상대하며 교육의 위기라는 말이 피부로 다가오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이렇게 변화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세상이 변화하고 컴퓨터라는 시각매체에만 익숙해진 아이들이 애당초 남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핵심을 정리하는 의사소통의 자세에 능숙하지 못함을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이 컴퓨터나 기타 영상매체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보다 차분한 점은 있지만 전체적인 교실 상황을 볼 때 그것만으로 원인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환경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온 것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조사, 연구한 결과 변화된 식생활에 그 열쇠가 있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는 쌀과 콩을 주식으로 된장국과 김치, 나물 몇가지로 이루어진 곡채식 식사였다. 고기는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군것질거리도 고구마, 감자, 옥수수, 곡류로 만든 한과 등 자연식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의 먹을 거리는 어떠한가? 밥을 하루에 세끼 제대로 챙겨먹는 아이들이 드물고 분식이나, 햄버거, 피자 등의 패스트푸드, 온갖 식품첨가물로 범벅이 된 군것질거리가 아이들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음식들은 영양적으로 부실할 뿐 아니라 아이들의 성격형성에도 큰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이유도 없이 화를 잘 낼 뿐 아니라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 아이들의 식생활을 조사해보면 예외없이 인스턴트와 당분, 색소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다량 섭취하고 있다.

탄산음료나 과자, 사탕 등 아이들이 즐겨먹는 먹거리에 다량으로 함유된 당분은 순간적으로 혈당을 올라가게 하지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혈당을 갑자기 끌어내리게 된다. 그러면 혈중에 당이 줄어드는 저혈당 상태가 되어 뇌의 조절기능을 잃게 된다. 신경질이 자주 나고 공부도 안되며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불쑥 화가 나기도 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몸은 혈당을 올리기 위해 부신피질에서 아드레날린을 많이 방출하는 데 이 호르몬은 공격호르몬이라 불리는 호르몬으로 심장을 활발하게 하여 화가 나게 하는 생리학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1965년 미국의 유명한 알러지 전문의 파인골드 박사는 정서가 불안하고 난폭하며 주의 집중이 잘 안되는 아이들은 식품첨가물이 많이 든 음식을 먹어서 그렇다고 밝혀내고 특히 방부제인 살리실산, 착색료, 향료가 인간의 신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결과를 보고하여 충격을 준 일이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교실붕괴와 교내폭력이 시작된 시기가 탄산음료 소비량이 배이상 늘어난 바로 그 시점과 일치하는 것을 나타낸 통계자료가 나와 있다.
스낵류에 기름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쓰여지는 산화방지제,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하기 위해 색을 내게하는 황색4호 등의 합성착색료가 몸안에 들어가 ' 전두엽' 을 손상시켜 의욕을 상실케하고 아이들을 난폭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정보의 통제와 엄청난 양의 광고홍수 속에 우리 아이들의 입맛은 점점 더 유해한 먹거리에 사로잡혀가고 있다.

   우리의 옛것을 고루한 것으로 여기고 서양의 것만을 세련되고 시대에 맞는 것으로 생각하는 무분별한 사대주의적 풍조도 우리의 식생활을 서구화 하고 있는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이미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채식을 위주로 한 자연식으로 식생활을 전환해가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고유의 식습관을 버리고 오히려 잘못된 서구의 식습관을 따라가고 있으니 우리 청소년들의 건강과 미래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사람은 자신이 먹은 음식에 따라 그 성격과 행동이 변화되어간다.
육식동물은 싸움을 좋아하고 성격이 거친 반면, 초식동물은 순한 성질을 가진 사실에 빗대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육식을 멀리하고 채식을 한다면 정치가 안정될 것이라는 어느 분의 말씀을 우스갯 소리로 흘려 듣기에는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소년원에 수감된 문제학생들에게 인스턴트와 설탕이 많이 든 식품을 제한하고 곡채식위주의 식사를 실행하는 실험을 하여 아이들의 반항, 자학행위, 싸움등이 현저히 줄어든 결과를 발표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왠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그리고 싸움질을 일삼는다면 아이들을 꾸짖기 이전에 아이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 해답은 바로 아이들의 식탁에 놓여져 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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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4년 대전 여성환경포럼에서 김연순 (전 동북여성민우회 대표)님께서 발표하신 자료입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하세요..


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

                                                          여성은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김연순(前 동북여성민우회 대표)




전제> 왜 하는가?

근대 이래 지배해온 양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는 ‘하나의 진리’라는 통일성을 추구함으로써 통제와 지배를 용이하게 하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근대적 방식은 각기 다른 영역, 자연과 인간,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성,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가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을 전제로 함으로써 인간에 의한 자연수탈을 가져왔으며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 ‘저급한’ 감성의 통제를 위한 이성을 대두시켰다. 그러나 전체화하고 중심화하고 절대화하는 것은 하나로의 획일화를 조장해왔고, 획일화는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투쟁과 갈등을 불가피하게 만들어왔다. 전쟁, 기근, 증오, 빈부격차 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제 이성과 주체의 중심성을 해체하고 중심을 다양화하며 타자에 대한 인정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상대가 존재하고 다른 의견이 있음을 자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기성찰과 ‘더불어 살기’에 대해 훈련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정치는 부정적 이미지로 존재해 왔다. 즉 정치란 권력의 획득이며 이를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권모술수와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왔다. 따라서 가능한 한 정치인을 멀리하고 정치판에 몸담아서도 가까이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 왔다. 정치는 정치꾼들이나 하는 것이고 시민들은 그저 방관자로 있다가 연일 터지는 부도덕한 일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지금도 상당수가 ‘정치’를 거론하면 ‘여의도 정치’가 생각나고 자연스럽게도 정경유착이나 불법, 탈법 자금조성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최근들어 정치에서 새로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의 정치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이 정치의 새로운 무대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정치가 삶의 구체적 요구를 아젠다로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삶의 현장이 정치의 이슈로 전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의명분을 위한 투쟁에 일사불란한 동참이 아니라 각자 자기자리에서 자기의 요구를 드러내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 각기 다른 생명체를 인정하고 다양성, ‘다름’에 대해 인지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사회복지안전망의 체계를 갖춘 스웨덴의 자살율이 세계2위임을 생각해보면 국가 차원의 체계마련과 동시에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행복과 자율을 추구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1. 주체가 누구인가?

시민사회 영역이 공동체 정신을 추구하되 개인의 영역을 배제한 것 일 수 없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명확한 구분이 아니라 공사영역의 넘나듦에 주시해야 하며, 오히려 사적영역에서 출발한 것이야말로 동기, 과정에서 진정한 자발성이 발현될 수 있다.
기술되지 않으면 역사가 아니듯이 기록되지 않으면 아무도 기억하거나 주시하지 않는다. 삶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활동이 주목받지 못해 왔지만 사실, 그동안 수많은 전업주부 여성들은 각기 자기자리에서, 갖고 있는 욕구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지역운동을 벌여왔다.
일상의 생활과제는 다분히 삶을 영위하면서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활동은 자발적으로, 여러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즉 여성, 학부모, 주부라는 여러 형태의 정체성을 가지고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지역사회를 바꾸어 왔고, 이들이 활동한 장이 바로 삶의 정치 현장이다.
직장에 나갔다 저녁이면 거주지역으로 돌아오는 반일(半日)시민이 아닌, 지역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을 거주하며 살면서 마주히는 온갖 종류의 사건들과 관심사들이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 적은 비용으로 질좋은 탁아가 가능한지, 수입농산물을 밥상에서 어떻게 몰아낼지, 다이옥신 배출하는 소각장 건설에 어떻게 대응할지, 수십년된 나무들 베어내고 골프연습장 들어서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할지 당장에 닥친 눈앞의 현실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의 정신를 풍요롭게 교육하는 곳 찾기, 공교육에서 배제되고 사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 찾기, 교통사고 빈번한 통학로에 대한 걱정과 해결책 모색 등은 대개 전일(全日)시민이라 할 수 있는 전업주부 여성들이 담당해왔다.
이들의 활동은 오랜기간 동안 임금이 지불되는 생산노동과는 달리 무보수 부불노동이었기에 우리 사회는 무직으로 여겨왔으며 스스로도 ‘특별히 하는 일 없는’ 것으로 말해져왔다. 가사노동과 육아가 무보수로 취급받는 것처럼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는 지역을 지키고, 살기좋은 환경으로 바꿔내는 활동들마저도 시간여유 있는 사람들의 여가활용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2. 무엇을 할 것인가?

반일시민이 아닌 전일시민인 전업주부 여성들은 가사노동, 육아 이외에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소각장문제, 쓰레기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재활용, 감량, 골프연습장 반대운동,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안전한 급식체계만들기 등)의 일을 담당해왔다. 이들의 보살핌 노동은 경제적 가치는 물론, 제대로 된 사회적 인정에서도 미미했다. 그러나 ‘하면 표 안나고, 안하면 표나는 가사노동’과 같이 ‘동네만들기’의 활동들은 모두가 관심을 갖지 않을때 문제가 생기고 그 피해는 주민들, 특히 온종일을 동네에 거주하는 아이들, 여성들, 노인들에게 미친다.
학교운영위, 복지관 자원활동, 부녀회, 녹색어머니회, 주민자치위원회 등등 부불노동자의 활동이 없었다면 모두 사회복지 비용으로 지출되어야 마땅한 비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저임금의 노동자와 함께 무임금의 전업주부 시민노동자들로 인한 것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 지역사회 안에서 교육, 환경, 복지, 먹거리, 육아 같은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되, 그것이 지역사회 문제를 넘어, 국가, 지구사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세계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WTO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회성 시위에 참여하는 것만큼 꾸준히 국내산 곡물, 유기농 쌀을 구매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세계화에 대항하는 방식인 것이다.

비로소 자율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의 진정한 empowerment가 가능하지 않을까?

3. 어떻게 할 것인가?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지식인들끼리, 활동가들끼리 고민하는 것을 넘어 동네의 일반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그들을 ‘교육시키는 것’에서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일들이 실제 일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 의사소통훈련을 통해 운동의 방식에서 수평적 리더쉽과 파트너쉽을 발현해야 한다.  

- 운동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식의 변화
  공정성, 투명성, 형평성 요구에서 삶의 의제로 확대
  동원하는 방식에서 참여의 방식으로(네티즌, 촛불집회, 삼보일배)

  ‘000를 위한 궐기대회’ ‘000는 물러가라’ ‘000를 위한 국민대회’
               ↓↓
  ‘반딧불이가 살아 있는 초안산’(초안산골프연습장 반대운동),
  ‘도룡뇽을 살려주세요’(천성산관통도로반대운동)
  피스몹 방식

- 단체 중심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방식으로

-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으로(반세계화를 넘어 대안사회에 대한 꿈을 실현)

- 대안사회 실현을 위한 제도화 방식 채택(2006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지역자치운동 사례

1. 지방의회 방청 및 의회진출 활동

- 바른의정을 위한 여성모임 구성 및 의회방청활동
93년 지역운영위원 워크샵에서 참다운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필수라는 합의가 이루어진 후 [바른의정을 위한 여성모임](현재의 지역자치위원회)을 구성했다.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 및 역할에 대한 이해, 국내외 사례들을 통한 참여정치 실현과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왔다. 지방의원 간담회, 여성정책토론회와 의회방청을 통해 참여정치의 필요를 절실히 느꼈고 이를 기록한 방청보고서 <지역살림은 우리손으로>를 3년간 발간했다.

- 후보발굴과 선거참여
이와 같은 활동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참여의 방법으로 여성, 복지,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의지는 우리의 대리인으로 조합원을 의회에 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95년 기초의회 선거에 3명의 회원이 출마했고 온갖 노력 끝에 모두 큰 표차로 당선되었으며 98년엔 기초 1인, 광역 1인의 의원을 당선시켰다. 2002년 선거를 맞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후보를 발굴하려 노력했지만 정치에 대한 회의와 여성으로서 부여되는 제 역할, 가족의 동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환경운동연합과 공동후보로 1명의 회원을 선정하게 되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다른 시민단체(한살림, 참교육, 도봉시민회)들도 긍정적으로 받아주고 도움을 주었다. 지난 10년간 지역운동을 하며 쌓아온 신뢰가 큰 바탕이 되어 매우 무소속 시민후보라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고 현재 도봉구의 유일한 여성의원으로 활동중이다.  

- 성과 및 과제
95년 기초의회 선거에는 오랫동안 야당이었던 한 당의 내천을 받아 출마했고, 98년 광역의회선거에는 기초의원으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 사람이 광역으로 출마하게 되었다. 당의 공천이 필수적이었으나 공천과정 뿐 아니라 선거과정에서도 당의 지원이 거의 없었기에 민우회가 전력을 다해 도왔고 당선되었다.
의원이 배출되자 방청하는데 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의회와 지자체 내부 사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주민계도지 예산 삭감, 구금고 특위 같은 활동을 통해 의회 내에서 압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의회 밖의 주민들, 단체들에게 현황을 알리고 대응하는 일들이 활발히 벌어졌다. 위 사안에 대한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제도권을 변화시키는데 큰 힘을 가져왔다.
그러나 단체는 배출한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거나 조언해 줄 만한 역량과 위치에 있지 않았고 의원들은 당의 소속이 우선일 수 밖에 없었다. 의회 내에 시급한 사안이 벌어지고 있어도 단체는 고유의 해야할 일들이 밀려있고, 정보와 역량 면에서도 의원들과 중요사안을 매번 논의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잘 모르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  
2002년 선거는 시민사회 역량의 성숙과 10년간의 지역운동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무소속 후보를 냈다. 어렵사리 당선된 유일한 여성의원은 지역운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초창기엔 지역운동을 바라보는 관점, 의원의 역할 등에 대한 시각의 차이, 단체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상대에 대한 인정과 애정을 기반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되면서 자료의 협조나 예산분석, 조례안 발의 등의 활동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후보를 내어 의원으로 당선시키는 것 이후에도 시민사회가 원하는 대안을 어떻게 의원을 통해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배출한 어느 한 단체,    배출된 한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단체를 넘어 그 지역에 위치한 시민사회 내에 일정한 그룹이 형성되어야 가능하다. 또한 의회에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의원으로 자리하고 있어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활발한 의견개진과 대안들을 마련해 갈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제도권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새로운 가치와 대안세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 주민자치센타 관련 활동

주민자치센터가 단순한 지역의 문화, 복지 수여 기능의 기관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구심체 역할을 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이 활동을 시작했다.

- 조례안 검토, 제안서 제출
도봉구의 주민자치센터 조례안을 검토한 후 제안서를 제출하였으며 이를 심의하는 구의회 방청을 통해 우리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짐을 볼 수 있었다. 주로 주민자치위원의 선임문제와 관련해 15-25인으로 구성될 주민자치위원회 30% 이상이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는 여성인력으로 구성될 것을 요구하는 등 주민자치위원의 구성에 동 자문기관 성격을 탈피할 것을 요구하였다.

- 주민자치센터 홍보. 욕구조사, 워크샵
주민자치센터홍보를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동사무소의 기능전환에 관한 주민들의 인식이 결여된 채로,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전제로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주도로 주민자치센터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었다. 따라서 주민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친근한 클래식음악회를 개최해 홍보판 전시. 전단 등을 통한 주민자치센터 개소 사실과 그의 역할, 시범실시 동들의 사례 등을 홍보하였다.    
  아울러 동사무소기능전환으로 이루고 싶은 주민자치센터 기능에 대한 주민욕구조사를 방학3동을 중심으로 실시하였다. 이는 주민의 욕구조사를 한다는 목적 외에 주민자체센터의 개소가 임박했음을 지역에 홍보함으로서 지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설문조사 작업 후 도출된 결과는 방학3동에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해 주민자치센터 사업계획을 세울 때 반영되었다. 이로서 이후 방학3동은 청소년 사업이나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청소년 독서토론, 연극보기 등을 기획하였고, 자녀독서지도, 자연건강법 등의 주부대상 교육이 이루어졌다.
  위와 같은 일련의 준비작업을 거친 후 주민자치위원으로 구성된 도봉구내 15개동 주민자치위원과 관련공무원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개최했다. 각 동마다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의 주최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센터운영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했다. 주민자치위원과 담당공무원, 시민단체회원이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고, 마을을 위한 비젼을 세워볼 수 있는 워크샵이었다.. 동북민우회의 이 워크샵은  민관이 함께 참여했던 교육으로 내용도 관주도의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참석자가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토론을 하고 바람직한 센터 운영에 대한 제안들이 도출되었던 성공적인 교육으로 평가받았다. 이 토론회의 결과를 가지고 도봉구청장 간담회를 진행했고, 주민자치센터 운영 자금문제, 자치위원의 선임시 동장의 독단우려, 담당공무원 및 위원에 대한 교육 등에 관한 문제들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1년 후 방학3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했던 위원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워크샵을 개최했다. 두번째 워크샵에서는 1년간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서로 토로하고 그 대안을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풀어보려 하였다. 특히 여러 지역운동 사례를 통해 주민자치사업에서 가능한 다양한 영역을 교육하였다. 이 워크샵을 통해 위원들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마을의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새로운 사업제안들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특수사업내용이 구상되었고 그 중 하나가 매달 열리고 있는 벼룩시장이다.

-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
  동북여성민우회가 소재한 방학3동의 주민자치센터에 7명의 회원이 주민자치위원으로 결합하였다. 일반 회원뿐 아니라 활동가들도 결합해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와 주민이 자치적으로 지역의 일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벌여 왔다. 관주도로 매사를 처리하던 관변단체회원 중심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일을 하는 것은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단체의 성격을 주장하지 않으며 그동안 쌓아왔던 교육, 문화활동의 역량을 지역에 확산하려 노력하고 있다. 민우회의 각별한 애정과 노력으로 주민자치위원들의 의식에 느리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조금씩 자치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적극성이 늘고 있다. 예로 가요경연대회 일색인 마을행사에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대동놀이를 결합시켰으며, 수준높은 클래식 음악을 동네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지역의 음악인을 섭외 해 한여름밤의 음악회를 기획, 추진했으며, 여성영화보기, 어린이 영화감상, 어머니 자녀독서지도, 중학생독서토론, 어린이 동화구연 등을 기획, 추진하였다.  
  특히 2002년 3월부터 벼룩시장을 한 달에 한 번 개최하고 있다. 처음엔 반대하던 주민자치위원들이 지금은 그 성과를 보고 흐뭇해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이제는 작아져서 사용할 수 없는 자신의 물건을 소중히 손질해 다시 파는 행위를 통해 환경의 중요함과 경제개념을 배우고, 중고생 청소년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회성 자원봉사가 아니라 연속적인 활동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형식적으로 봉사시간만 때우는 현 관행을 탈피한 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환경과 경제를 지키기 위한 활동임과 동시에 새로운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이 곳을 중심으로 주민이 모여 물건을 교환함과 동시에 지역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지역자치의 말단 뿌리가 되기 위해선 민우회의 지속적인 결합과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여성인력의 성장은 시간을 요하는 일로 민우회 고유의 일과 주민자치센터 사업을 병행하는 일에는 지역자치위원들의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3. 지방자치단체 예산분석

지방자치체 재실시 이후 10년이 흐르면서 주민자치를 이루려는 다양한 시도속에 지역여성들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핵심세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여성정책은 성평등실현과 삶의 질을 고려한 시각이 부족하며, 여성관련사업내용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인식하에 성인지적관점에서의 지역여성정책과 예산을 편성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자 지자체 예산분석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여성이 생활자의 입장에서 공적인 영역에서의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감시하는 직접적 참여자가 되고자 하였다. 이는 분권과 자치를 완성해 가는 과정 속에 주민의, 특히 공적영역에선 배타적인 존재로 인정 받아오던 여성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것이 주민자치를 키워내는 주된 힘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여성예산분석이 진행되었다. 지역여성예산과 예산분석능력을 키운 여성들이 구체적인 대안제시를 하는 세력이 되고, 이는 여성의 정책능력향상과 여성의 리더쉽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포함하고 있었다.
예산분석의 경험이 누구도 없는 상태에서, 예산서 보는 방법부터 분석틀에 대한 고민까지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도봉구청의 정보 협조는 타 지자체에 비하면 호의적이었으나 공무원의 이 운동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형식적인 자료협조에 응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주체가 되어 여성예산을 분석해 내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지자체 여성정책과 예산의 부족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를 했다는 점은 큰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타 지역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제안해 각기 부문별로 종합적인 예산분석을 시도해 환경, 주민자치센터 관련 예산도 분석한 후 대안을 마련해 지자체에 요구한 일은 연대를 통한 더 큰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또한 분석결과를 단체장과의 간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교환, 예산으로 반영시키고 사업으로 확정시킴으로써 여성주간행사, 여성위원회 구성, 공무원들에게 성인지적관점 확산 등 그 내용에 있어 상당한 성과들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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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에서 서형원(전 초록정치연대 간사 , 현 과천시의원)님께서 발표하신 자료입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하세요

 

[2004 대전 여성환경포럼]                                    

                                                            여성, 생태주의, 그리고 “대전초록정치”


                                                                                                서형원 초록정치연대(www.greens.or.kr) 간사



대전여성환경포럼 “여성생태주의와 녹색정치” 발표자료
2004년 9월 2일 오후 2시, 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1. 글머리

․지난 5월 대전충남녹색연합 주최로 초록정치에 관한 모임을 가졌으니 저로서는 이번이 대전에서 갖는 두 번째 모임이 됩니다. 주제도 더 심화된 셈입니다. 초록정치의 주체와 가치지향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여성생태주의’의 입장에서 초록정치를 다루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가능한 한 오늘은 이곳 대전에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초록정치연대는 2006년 지방선거를 겨냥하여 환경, 여성, 풀뿌리 등의 주체와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를 펼칠 초록정당을 만들어가자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모임입니다. 오늘 토론에 초록정치연대 활동가의 발표를 포함시키신 데에는 이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를 열어갈 실질적 방도에 가까이 가보자 하는 의욕이 있으신 것 아닌가, 이런 짐작을 하게 됩니다.

․수구냉전정치는 접어두더라도, 자본주의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보수정치와 평등과 자주를 핵심 가치로 추구하는 전통적인 진보정치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 대안으로 흔히 녹색당과 녹색정치 초록정치연대는 올 6월 10일 창립을 앞두고 창립회원들의 토론을 거쳐 녹색정치라는 익숙한 용어 대신 초록정치라는 다소 낯선 명칭을 채택하게 되었다. 창립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되었는데, 새로운 용어를 채택하게 된 배경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녹색은 곧 환경가치라는 일부의 굳어진 관념 때문에 시민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상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고, 시민사회와 풀뿌리 생활인의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단명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생각도 깔려 있었다. 풀뿌리 운동과 생활인을 대안 정치의 주체로 삼는다는 취지에 초(草)록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크게 제기되었다. 최근 풀빛을 의미하는 공식 용어가 녹색에서 초록으로 바뀌면서 생활 주변과 학교 교육에서 초록이라는 말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점도 참고가 되었다.
를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정치 대안이 요구된 배경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계급계층적 요구를 중심으로 하면서 국가 수준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평등을 추구하는 근대적 사회운동에 더해, 생명, 평화, 풀뿌리민주주의, 지구적 책임, 여성주의, 다양성 등의 대안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이 터져 나오면서 새로운 정치운동의 잠재력이 형성되어 왔다는 점, 민주주의의 문제가 계급, 계층 간의 문제에서 성간, 지역간, 세대간, 종간의 공평성이라는 문제로, 풀뿌리 생활공간의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초록정치는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이 제시해온 대안 가치를 실현하려는 ‘정치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초록정치는 국가 수준의 문제 해결로 충분치 못 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지역, 혹은 생활공간의 민주화와 초록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록정치의 참된 주체는 지역 시민사회와 지역 생활인이며, 지역이야말로 초록정치의 참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저는 오늘 모임의 키워드를 ‘대전지역의 초록정치’, 즉 ‘대전초록정치’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가능한 한 추상적인 담론은 줄이고 실제로 어떻게 할까, 어떤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해 토론하고 싶습니다.

․대전 인근으로 수도를 이전하게 되면 이곳에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로비 사무실이 자리잡게 되겠지요. 국제 엔지오들의 사무소도 줄이어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행정․정치 수도 워싱턴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초록정치와 관련해서도 대전은 전국적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초래할 영향이 어떤 것일지 정확히 예견하긴 힘들지만, 대전 시민사회운동의 역량, 그리고 대전 초록정치의 전망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질 이유는 분명히 있는 셈입니다. 오늘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겠지만, 대전에서 새로운 지역정치의 주체를 형성하고자 할 때 앞으로는 더 큰 맥락 속에서 대전의 위치 변화에 대해 좀 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2. 초록정치와 여성, 생태주의 이 장의 내용은 필자가 최근 작성한 두 개의 원고에서 따옵니다.


1) 한국 정치의 전망과 초록정치

지난 총선의 의미를 수구냉전 정치의 퇴조와 진보정치의 현실 정치 진입으로 요약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면 한국정치의 미래는 어떻게 기획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이 어떤 전망을 그리고 실천하느냐, 즉 어떤 기획을 갖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상상력 없이 미래를 만들어 갈 수는 없다. 한국정치의 미래에 대한 저마다의 상상과 사회적 토론을 통해, 우리는 그저 남이 걸어간 길의 하나를 선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의 처지가 실제로 요청하는 대안을 창조해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치는 어디로 갈 것인가? 간명하고 현실성 있는 세 가지 전망을 그릴 수 있다. 이하에서 진보는 초록 이전의 진보를 의미한다.
우선 미국형 정치구조이다. 진보정당이나 초록정당이 발붙일 자리가 없는, 신자유주의 일색의 양당 정치구조이다. 한 논객의 비유에 의하면 이것은 조선일보 대 중앙일보의 정치구도(맙소사!)이다. 미국 정치의 실패는, 오이시디 나라 중 최고로 열악한 사회안전망과 심각한 불평등, 미디어 정치에 기반한 우민화의 성공, 환경․외교정책에서의 일방주의, 패권주의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정치구조가 자리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두 번째는 유럽대륙형 정치구조이다. 진보 대 보수의 양당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 초록당을 비롯한 소수정치세력이 연립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끄는 등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정치구조이다. 그곳에서도 시장만능주의가 점점 득세하여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단단한 사회안전망, 활력 있는 시민사회,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와 탈핵발전 프로그램 추진에 기초한 에너지 전환 등 생태적 고려의 증대 등등 ― 유럽대륙의 정치구조가 한결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정치의 현실을 떠올리면 이런 정치구조를 부러워하지 않기도 어렵다. 그러나 지구화되고 있는 세계와 파편화하고 있는 우리 삶에 관한 대안이 과연 그곳에서 제시되고 있는지 질문하면,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유럽 진보정치는 시장의 야만을 길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대안을 넓혀가거나 현실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어찌 보면 한발도 앞으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시치푸스의 노력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노력 덕에 유럽 사람들은 시장의 폭력에 덜 노출되어 있는 게 분명하지만,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는지 생각하면 회의적이고, 그저 우경화를 조금 늦추고 있을 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유럽이 현재 누리고 있는 복지 수준과 과감한 생태정책은, 그네들이 다른 민족과 자연으로부터 빼앗은 부를 포함하여, 우리가 도달하기 어려울 물적 축적과 기술 우위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나라든 미개발 전통사회에서 미국식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로 나아가는 법이라는 로스토우 식 단계론으로 대표되는 주류 개발논리로 따지면, 우리도 유럽식이든 미국식이든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로 넘어가는 게 순리고 정치도 그들의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지 바람직할지는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오히려 필자는 한국 시민사회의 역동성에 힘입어 개구리뜀뛰기식 경로를 기획하고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 보이지만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는 아닌 그네들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대안으로 뜀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 가는 정치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특이한 것이 아니고, 기후변화협약 등에서 개도국의 발전모델과 관련해 많이 논의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치는 보수, 진보의 정치와 더불어, 대안의 길을 모색하는 초록정치를 포괄하는 새로운 정치구조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보수 대 진보의 구도라는 것은 바람직한 듯 하지만, 한번 들어서면 빠져나오기 힘든 덫 같은 게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우리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뒷심으로 하여 한국 정치의 또 다른 전망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거리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지역사회에서, 정치에서, 놀이에서, 대안적 가치와 정책 의제 설정에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자발적 시민 역량과 시민사회운동의 역동성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전망 말이다. 초록정치는 시민사회운동, 풀뿌리, 생활인 정치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세력을, 장식품이 아닌 유력한 구성요소로 하는 보수-진보-초록의 세 발 위에 선 정치구조를 기획한다.
이러한 삼정립의 정치구조 위에 설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중대한 선택을 놓고 벌어질 토론에 제대로 임할 수 있다. 하나의 선택은 삶과 자연을 희생하고 얻어지는 성장 드라이브의 길, 다른 하나의 선택은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사회민주주의, 혹은 민주적 사회주의의 길, 마지막 하나는 생태적으로 지탱가능한 발전이라는 길이라는 선택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경험을 마치 우리가 불가피하게 따라가게 될 경로인 양 받아들이곤 한다. 그런 선입관에 기초해서 흔히 세 번째 길은 실현가능성이 낮고 첫 번째 길은 실현가능성이 높으며, 두 번째 길은 첫 번째 길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과연 그런가?
성장 드라이브를 통해 유럽, 혹은 미국 수준의 경제적 지위를 따라잡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그렇게 높은가? 필자는 이른바 초일류기업의 논리를 대변하는 사람들로부터도 이와 관련해 낙관적인 답을 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의 주장은 이를 악물고 경쟁하여야 그나마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경제적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그토록 삶을 희생하며 발버둥을 쳐야 하는가?
필자는 성장의 길을 통해 그들의 지위에 오르기 힘든 우리의 객관적 처지가 대안적 발전 전망의 모색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런 불안정성이 시민사회를 역동하게 하고 있으며, 한국 초록정치의 가능성과 지평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질적 성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리는 대안의 기획은 우리 사회의 불가피한 요청이다. 성장과 분배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정치구조로는, 더 정확히 말해 성장의 폐해를 때때로 분배를 통해 보완하는 정치구조로는 이와 같은 요청에 응답할 수 없다.

2) 초록정치의 필요성, 원리, 가치, 전망

대안적 진보를 이끌 초록정치의 여러 면모를 살펴볼 차례다. 아래는 필자 개인의 생각보다 초록정치연대의 창립과정에서 얻어진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초록정치연대 홈페이지 자료실에 게시된 창립자료집을 참고할 수 있다.

초록정치는 있으면 좋은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은 현실과 각자의 삶이 요청하고 있는 절박한 대안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것이 성장과 개발의 신화였고, 군사정권과 개발독재를 벗어나 시장의 논리, 경쟁의 논리가 위세를 얻고 있는 지금도 이러한 신화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흔들리고 뿌리뽑힐 위험에 빠진 것은 도리어 우리 자신이다.
상상도 못했을 성장을 이뤘으면서도 일자리는 더 불안정해지고 채무에 몰린 사람들은 벼랑 끝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과 아이들이다. 서울로 대도시로 모든 자원과 권한이 집중되면서 생활의 터전인 지역은 활력과 고유성을 잃었고, 그나마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보장해주던 갯벌과 바다와 들판과 숲은 사라지거나 생산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신 우리가 얻은 것은 생태적으로 지탱불가능한 경제체계와 생활방식이다. 균형을 잃은 지구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채무는 눈덩이처럼 커져 더 이상 책임을 모면할 수 없게 되었고, 경쟁하여 이기는 것이 능사라는 논리는 평화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가혹한 불평등과 빈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시방편의 처방이 아니라 참된 대안이다. 덜 성장하고 덜 빠르고 덜 집중하고 덜 소비하더라도 이웃과 후손과 자연의 안전과 공존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전망을 일으켜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초록정치는 그동안 정치가 외면했던 새로운 전망과 가치를 분명히 드러내고 현실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대안이며, 대안을 실현할 연대이다.

권력과 정치의 개념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초록정치의 큰 특징이다. 초록정치는 좋은 권력자가 되어 좋은 정책을 집행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려 한다. 초록정당은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풀뿌리로 분산하고 이양하기 위해 제도에 참여한다.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정당’이라는 초록정당의 원리가 이로부터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초록정당은 운동당이며 반(反)정당의 정당이다.
또한 초록정치의 입장에서는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생활공간의 자치운동 그 자체가 독립적인 초록정당(local/grassroots greens)이며 그 전국적 네트워크가 전국 정당(korea greens)이며, 그 지구적 연대가 지구 정당(global greens)이 된다. 풀뿌리 초록정당의 싹은 지역의 개발연합, 혹은 기득권연합에 저항하는 지역정치운동으로 이미 다양하게 돋아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초록가치를 지향하는 지역정당 추진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단체들이 지방자치 참여를 위해 연대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안적 조직 원리, 실천 원리를 구체화하기 위해 창조적인 시도가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초록정치연대의 경우 직업 정치인에 의한 정치독점을 방지하고 생활인의 활력과 상식에 기초한 대안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평회원 중심의 순번제 의결구조를 채택하고, 시민사회와 개방적으로 네트워킹하는 독립적인 회원모임들이 활동을 이끌기도 한다. 중앙기구를 최소화하고 권위적인 직제를 배제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중앙 아래 광역과 기초 지역조직을 두는 피라미드형 정당이 아니라 지역적 정치운동의 수평적, 자발적 연대로 분권적인 전국 정당을 만들어 가는 것도 초록정치의 실현 원리다. 의결구조와 주요 직책에 양성의 평등한 참여를 제도화할 뿐 아니라, 동등한 참여를 가로막는 공식, 비공식 장애를 제거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초록정치의 가치는 ‘가치의 연대’라는 원리로 다듬는다. 시민사회운동의 다양한 대안 가치를 포괄하기 위한 원리이다. 서열화된 체계를 갖춘 강령이라기보다 다양한 참여 주체들이 자기 처지에 맞게 유연하게 변용하고 알맞은 내용을 채울 수 있도록, 초록정치의 핵심 가치를 나타내는 키워드들을 간명하게 병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방식으로 표현된 초록정치의 가치는 여러 주체들이 서로 다른 가치에 초점을 두고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도 지역사회 전체, 혹은 한국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포괄적 가치지향을 손쉽게 공유하도록 해준다.
이런 원리를 염두에 두고 초록정치연대가 작성한 초록정치의 여덟 가지 가치를 짧게 소개한다. 아래 가치들은 앞으로 벌어질 사회적 토론을 위해 제안된 초안으로 이해하면 된다.

․생명 : 인류가 뭇 생명과의 관계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생명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되돌리고 죽임의 문화를 살림의 문화로 전환한다.
․평화 : 물리적, 제도적, 사회․문화적, 기술적 폭력의 제거, 억압적 통치장치의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핵, 생물 및 화학무기의 금지와 군비축소, 근본 원인인 빈곤과 차별의 제거를 추구한다.
․풀뿌리 : 민주주의의 참된 실현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가능하다. 정치적으로는 분권과 주민자치를, 경제적으로는 생태․문화적 여건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분권적 지역경제를 창출한다.
․지구 : 환경, 평화, 빈곤 등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생활양식과 지역 및 국가 정책 등의 영역에서 지구적 책임을 짊어지며 지구적 공동 행동에 참여한다.
․나눔 : 생태적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원리다.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 복지의 증진은 성장의 가속화나 약자에 대한 시혜를 넘어 공평한 분배와 나눔을 통해 추구되어야 한다.
․미래 : 단기적인 경제이윤에 기초한 결정이 낳는 재난을 극복하고 지탱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예방 원칙을 준수하며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진다.
․성평등 : 가부장적 질서를 대체하기 위해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성평등의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법, 제도는 물론 문화와 의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다양성 : 문화, 생태 등 모든 영역의 다양성은 파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힘인 동시에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다. 획일화된 가치와 제도,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초록정치의 실현 경로는 ‘풀뿌리의 연대로 지역의 변화를 이끌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풀뿌리의 연대라는 말은, 한 지역 공간에서 다양한 지역․풀뿌리 운동의 정치적 연대를 실현한다는 것과 동시에, 이들 지역적 정치참여운동의 전국적 연대를 추구한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이를 위해 지역운동의 지방자치 참여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고, 이들 사이의 토론을 촉진하고 공동의 가치지향을 확인하며 연대를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지역 생활인 운동의 주체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서 지역 여성의 지방자치 참여를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요구되며, 필자는 이 과정에서 초록정치의 실현과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합류할 것으로 전망한다.
초록 가치를 지향하는 지역운동이 2006년 지방선거에 광범위하게 참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2006년은 초록정치가 전국적 정치운동으로 자리잡는 중요한 계기이며 우리 사회의 정치적 대안으로 등장하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국적 정치운동이 대안적인 형태의 정당 결성을 추진할 것인가 비정당적 정치운동으로 남을 것인가 하는 논쟁이 시작되었는데, 필자는 정당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정당 정치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엘리트 직업 정치인들과 기득권 세력에 장악된 정당이 정치를 독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 의견그룹인 정당이 기성의 정당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초록정치가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진보라고 생각한다. 또한 비정당적 정치운동으로는 정당 중심의 선거에서 성과를 얻기 힘들며, 전망과 대안을 가진 의미 있는 정치운동으로 자신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당화를 추진하느냐 안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지역별로, 소그룹별로 분산되어 있는 지방자치 참여 움직임들이 지역과 단체를 넘어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 일은 상당히 시급한 과제인데, 고립되고 분산된 정치 참여는 자칫하면 귀중한 시민사회 역량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실제로 의미 있는 연대를 형성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참여를 통해 초록정치는 자신의 대안을 지역에서 실현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의 감시자, 비판자로서 시민사회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지방의원을 광범위하게 배출하는 것은 물론, 몇몇 지역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을 배출하여 지역운동 공동의 노력으로 초록의 지역적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지역 모델 하나는 전국적, 지구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록정치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의 모습을 지역 모델을 통해 입증함으로서 가능해질 것이다.

기성정당에 기대지 않고 다음 지방자치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주체들, 풀뿌리 지방자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 이들이 조금씩 서로 다르면서도 공유하고 있는 초록의 가치들을 감안할 때 초록정치는 주장이나 담론이 아니라 이미 현실의 운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운동을 연계하고 의미 있는 정치적 대안으로 만드는 일에는 한 발 앞선 결단과 집요한 노력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반면, 그러한 결단과 노력이 없을 때 불가피하게 벌어질 사회적 역량의 낭비와 후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초록정치를 구상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다양한 경험을 참고할 필요는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삶의 구체성에서 한국 초록정치의 의미와 전망을 찾아내는 것이 절실하다. 유럽은 이랬고 미국은 저랬다는 논의도 필요는 하겠지만 자칫하면 우리 자신의 가능성을 제약하기도 쉽다.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대안다운 대안이 나타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자신이 가진 역동적 잠재력에 눈 돌릴 것을 다시 한번 권하고 싶다.

3) 초록정치의 주체

정치에 의해 체계적으로 배제된 사람들, 정치를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이야기하는 것을 혐오하던 사람들이 바로 초록정치의 주체다. 개발독재의 정치, 가부장주의 정치, 반생명적 정치에 몸담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대안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실천해온 사람들과 더불어, 자신의 고유성과 자치능력을 박탈당하며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지역’, 생활 현장의 주인이면서도 거래관계로 얽힌 지역정치에서 배제되었던 ‘여성’, 낡은 권위주의 정치에 대해 탈정치적 태도로 반응하고 있는 ‘청년’, 다수의 논리가 폭력적으로 관철되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시민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사회적 소수와 약자’,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정치에 의해서도 보호받지 못한 ‘미래세대와 자연환경’ ― 정치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이들이야말로 대안 정치의 주체이다.

․환경․생명운동
․여성운동
․지역․풀뿌리 운동
- 이들 운동은 스스로의 가치를 정치적으로 실현하려는 강한 지향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차원의 운동에 나설 전국적인 역량을 형성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운동이 초록정치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일관성 있게 엮어주고 흔들림 없이 실천하도록 할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부장주의, 성장주의, 중앙집권을 극복하겠다는 태도는 평화와 인권, 통일, 문화, 경제운영, 정치원리 등 다양한 정책 영역에도 깊이 있고 일관된 시각과 방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

4) 여성․여성운동․여성주의의 역할

여성운동은 운동 과제의 제도화라는 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운동으로 꼽히며 기성 정당을 활용하여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확대해 오기도 했다.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며 올해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수가 확대되고 그 절반이 여성에게 할당될 것으로 예상되어 중앙정치의 극심한 남성 편중도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견된다. 여성운동은 성평등의 제도화와 끼어들기를 통한 정치진출을 추진하면서도 여성의 시각으로 정치의 틀 자체를 바꾸는 “새판짜기”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국여성민우회는 기성정당의 힘을 빌지 않고 독자적으로 여성지방의원을 배출한 바 있다. 여성의 권익 향상과 여성정책의 개선을 넘어서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새판짜기”는 여성의 시각으로 정치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포괄적 실천이며 따라서 대안정치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여성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새판짜기”란 초록정치의 다양한 가치를 실현할 가장 중요한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소 긴 다음의 인용문이 이러한 시각을 잘 대변한다.

“남성 중심적 정치의 모순…의 극복은 여성들이 단순히 기존의 정치에 끼어드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치의 틀을 바꾸는 것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성이 정치를 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 틀 바꾸기를 전제하지 않는 여성의 정치는 기존의 남성 중심적 정치와 다를 것이 없(다). … 이처럼 페미니즘의 정치학은 … 특히 한국에서 직업 정치인들이 독점해 온 정치를 생활자 각자의 일상적 삶으로 되돌리는 것,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권력 정치에 의거한 엘리트 정치를 여성을 위시한 사회적 약자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로 만드는 것, 중앙 집권적 정치에 압도되어 온 지역 정치를 살려내는 것과 같은 새로운 정치를 말한다. … 녹색의 관점에서 추구하는 정치가 특별히 페미니즘의 정치학과 친화적일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녹색 정치와 페미니즘의 정치가 다 같이 국가주의․자본주의․인종 차별주의․성 차별주의와 같은 기존의 지배 구조와 지배 문화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는 저항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러한 해방의 정치는 여성들이 적극적인 정치적 주체로 나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즉 남성적 삶과는 다른 조건과 관점에서 체험되는 여성적 삶을 정치화하고, … 여성적 가치를 재발견․재평가하기 위해서는 여성들 스스로가 이를 위한 새로운 정치 주체로 나서야 하는데, 이는 또한 녹색 정치의 필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영자, 1999, “새로운 정치 지평으로서 페미니즘의 정치학”, 계간 ꡔ환경과생명ꡕ 22호


이영자 교수의 지적처럼 여성운동과 여성주의는 그 이념과 가치지향에서 초록정치의 소중한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필자의 섣부른 생각으로, 여성주의의 평등 개념은 정치경제적, 민족(인종)적, 지역적 평등에 국한되었던 개념을, 생활정치적 평등으로 심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에코페미니즘의 평등 개념은 성장․개발론의 따라잡기 식 평등, 가부장주의를 근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평등 개념을 넘어, 나눔과 생명존중, 공존에 입각한 평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의 시각과 경험은 과거 정치이념이 도달하지 못한 급진적인 민주주의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이 초록정치의 주체로 부각되는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이유는 여성이야말로 풀뿌리 생활정치의 주체라는 것이다. 어느 지역을 살펴보더라도 풀뿌리의 중요한 문제인 교육, 육아, 환경, 먹을거리, 복지 등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참여하는 주체는 여성들, 특히 주부들이다. 더구나 앞서 지적했듯, 여성운동은 지역에서 꾸준하게 의정감시, 예산분석, 정책제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여성의 지방자치 참여가 중앙정치의 민주화를 넘어서는 풀뿌리 기반의 새로운 정치를 열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필자와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은 초록정치는 여성이 참여하는 정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여성의 정치, 혹은 여성성의 정치라고 믿고 있다. 그 아무리 번듯한 이념과 정책을 갖추어도 대다수 여성의 삶의 조건에서 발생하는 생활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내지 못하면 표피적인 윤택함과 평등을 넘어서기 힘들다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와 같은 생각은 현장 환경운동에서 아주머니들의 역할, 생활 환경이슈에서 여성들의 태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부들의 참여, 진보적인 남성과 여성 지방의원들의 활동 사례 등을 관찰하면서 더욱 굳어지고 있다.



3. 전국 차원의 전망 ― 2006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초록정치는 내용과 형식만이 아니라 그 과정도 초록이어야 한다. 좋은 정책을 가진 훌륭한 인사들이 중앙정치와 대결하여 국회의 일각을 차지하는 통상적인 정치세력화 과정과는 다른 과정을 겪는다. 초록정치는 국가 단위의 조직보다 지역/풀뿌리 정치운동이 정치적 실체, 말하자면 지역정당이 되고, 이들의 수평적 연대, 혹은 네트워크가 위계적인 전국 정당을 대신한다. 한국 초록정치를 실현할 이정표도 이와 같은 원리에 입각하여 그릴 수 있다.

․이제 2년이 채 남지 않은 2006년 지방선거가 한국 초록정치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와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몇몇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독자적인 후보를 낸 바 있다. 그 전에도 지방자치 참여 시도는 많았지만 2002년에는 기성정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독자 후보로 참여했다는 점(민우회의 경우), 주로 외부 인사를 추천하던 방식에서 내부의 활동가를 진출시켰다는 점(환경연합의 경우)에서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의원들의 일부는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아홉 명의 수도권 기초의원이 초록정치연대 의원단에 참여하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 독자 후보를 내겠다는 움직임은 거의 일반적이라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서울의 경우, 각 구나 권역에서 가장 활동력 있는 시민사회단체들 ‘모두’가 지방선거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적으로도 필자가 만남을 가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지역정치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직접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규모 단체들의 참여 폭도 훨씬 커질 것이 분명하다.

․광역 차원의 지역운동이 거의 없었던 서울에서는 이명박 시장의 활약(?)을 계기로 지역의 대안적 정치주체 발굴까지 의제에 올린 시민사회 연대기구가 결성되는 중에 있고, 지방자치 참여를 염두에 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지방선거 참여를 경험한 지역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선거가 닥쳐서 조급하게 참여하지 않기 위해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물론, 개별 단체나 부문(환경, 여성 등)의 당선자를 내었을 때 겪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정치에 참여할 독립적인 주체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한 단체의 활동은 한 분야에 초점을 맞추지만 당선자는 지역의 모든 문제에 책임 있게 응해야 된다는, 서로의 처지가 다름으로서 빚어지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지역정치에 참여할 새로운 주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5월 19일 개최된 시민자치정책센터 주최 토론회 “2002년부터 현재까지 지역운동단체의 지방정치 참여 중간 평가 그리고 2006년...”에서 지금까지 지방자치 참여를 평가하면서 ‘지역정치참여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그 이후 여러 자리에서 이러한 논의가 확산되어 왔다. (하승수, ‘지역정치 참여의 모델 정립을 위한 몇가지 생각’)
또한 지역적 정치주체는 특정 부문의 가치를 대변하기보다 (지역) 시민사회의 포괄적 대안 가치를 감당하게 되고, 지역의 다른 정치주체와 구별된 정책대안과 가치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초록’의 정치주체여야 한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시민사회의 고민은 결국 단체와 개인을 넘어서는 <지역적 초록정치주체> 형성으로 집약되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의 지방자치 참여 양상이 ‘부문에서 지역으로’ 전환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우석훈 박사) 부문 시민운동의 참여에서 지역 정치주체의 참여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지역에서 지방자치 참여의 협력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일을 더 미룰 수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의 지역에서 지방자치 참여와 관련한 논의가, 소그룹, 친밀집단, 단체 내에서만 비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정치참여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기초의원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일도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상처만 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준비 없는 졸속 참여가 예상되며, 전국적으로 졸속적인 지방자치 참여가 이뤄진다면 시민사회가 가진 잠재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 참여의 방향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지역 사이의 토론과 네트워킹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별로 지방자치 참여를 겨냥하는 포럼 등이 생겨나고 있는데, 불분명한 가치지향을 가진 채 참여하여 기성정당에 흡수된 과거의 참여 방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요청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기득권 정치집단, 개발연합/성장연합과 구별되는 것은 물론, 자치, 분권, 개혁이라는 구호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초록정치의 전제조건이다.

․지방자치 참여 준비는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지역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선배 활동가들이 단체를 넘어서 지역적 정치주체를 준비하고 있고, 어떤 지역은 시민사회단체 출신의 지방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적으로 후보 발굴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어떤 지역은 주민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단체를 넘어서는 풀뿌리 활동과 예산 감시 등의 활동을 펼치면서 새로운 주체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광역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지역도 있고 기초 수준에서 준비하는 지역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지역적 정치주체를 만들 것인지는 정답이 있을 수 없고 지역의 조건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초록정치연대는 창립 과정에서 환경, 여성, 평화, 풀뿌리지역운동지원 등등, 우리 시민사회운동에 포함된 대부분의 흐름, 그 중 상당수의 단체에서 짧지 않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게 되어 부문 면에서는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정치운동조직이 되었고, 모임의 운영에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생활인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풍을 만들어가고 있다.

․초록정치연대는 주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초록정치운동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2005년 중반까지는 서울, 경기 각각에 초록지역정당의 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올해 내에 2006년 지방선거 참여 방향을 모색하는 시민사회의 전국적 토론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록정당은 초록정치연대 같은 조직이 산하 지역조직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초록정치연대는 여러 지역의 초록정치운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되, 수도권에 든든한 초록지역정당을 만드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 대전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2006년 지방자치를 준비하며 형성될 정치주체들이 토론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초록정치의 가치 지향 등)를 확인하고 전국적인 정치운동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 시민사회의 정치참여와 초록정치를 실현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도 본격화 하고 있다. 초록정치연대의 풀뿌리정책지원단은 지방자치 교육 프로그램 개설, 지역운동의 지방자치 참여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전문적 네트워크 형성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책위원회는 정책개발을 목표로 하는 부설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녹색정치의 1세대 활동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있으며, 그밖에 여러 단체와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방자치 참여를 지원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4. 대전초록정치를 위하여

․대전 지역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러한 변화를 이끌 새로운 정치주체가 필요한가? 정당과 까다로운 가치지향(생태주의나 여성주의 등) 따위는 접어두고 좋은 사람을 진출시키는 것으로 충분한가?

․초기 주체의 문제
        - 특정 단체나 개인이 주도하는 방식보다는, 여성생태주의 등 초록 가치에 관한 공감대를 가진 인적 네트워크가 초기 주체 형성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예를 들어 필자는 민우회나 환경연합처럼 지방선거 참여 경험이 있는 전국 단체들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지금 해야 할 일은 전국적인 프로그램이 아니고 각 지역에서 지방선거에 참여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일, 다양한 참여주체들 사이의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 지역 생활정치를 감당할 여성들이 먼저 나선다면 더욱 바람직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는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다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 지역시민사회의 폭넓은 지지와 참여, 생활인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 이를 테면 ‘대전초록정치연대’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기획해야 하지 않을까?


․지역에서 마련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 지역 차원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정책, 교육, 행정․예산 관련 활동, 실제 지방선거 준비 등과 관련한 경험과 지식을 지원하는 움직임도 한결 빨라질 것이다.
        -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은 서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혹은 대전 내 어떤 지역의 대안적인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는 지방자치 참여일 것인가?
        - 여성주의나 생태주의라는 가치지향이 구체적인 지역 전망과 정책을 대신할 수 없다.
        - 지역 시민사회와 시민들이 지역의 새로운 전망을 마련하는 과정이 선거 참여에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 지역적 정치주체는 이와 같은 노력이 이끌기 위해 필요하다.
        -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일이므로 지금 시작한다고 해도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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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4년 대구여성환경포럼에서 푸른평화생협의 김형희님께
사례발표하신 자료입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하세요

2004 대구 여성환경포럼]

                                                                      여성의 눈으로 본 생협운동


                                                                                                                            김형희(푸른평화생협)
  



만물이 풍요로운 가을에 “여성환경운동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자리에 서 달라는 심현정님의 부탁을 받고, 단지 생협에서 지난 10년간 실무경험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앞에 나서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주제넘기도 하다싶어 적잖은 부담과 고민도 하다가 “아휴 모르겠다! 지금 현재 그대로의 나의 이야기를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무식을 용기로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푸른평화는 1990년 4월22일 “지구의 날”을 시작으로 천주교 월배교회에서  정홍규신부님의  지도아래 합성세제 안 쓰기, 폐식용유를 이용한 저공해 비누 만들기, 유기농산물직거래, 벼룩시장개최, 우리 밀 살리기 운동, 우유 곽으로 재생휴지 만들기등  생활 속에서 주부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하면서 환경운동의 씨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 1월5일 상인공동체가 문을 열면서 생협의 모체가 만들어졌는데 지금 현재는 다섯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생협이 무엇인지 의식도 없이 신부님이 항상 “주부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는 말씀에 주체가 아닌 객체로써 따라가는 처지였습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이 자리에서 이일을 해야만 하는지, 작게 눈이 뜨이기 시작하고 귀가 열리면서 집안에서 내가족 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좋은 것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고 또한 더불어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여간 많지 않았습니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생협은 정말 여성들의 따사로운 손길이 하나하나 담겨야만 이 그 정성이 제대로 조합원들에게 전달되어, 개개인의 닫혀있던 가슴까지 활짝 열어 먼지를 털 듯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되고 , 시대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분열되어 흩어짐을 하나로 묶어 사람냄새가 나는 곳으로까지 만들어 나가는 것이 생협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예전에 생협에서는 여성이 깨어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요한 일에서는 남성이 위주가 되었고 정작 여성들은 매장업무만 하는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다 물류의 물품관리에서도 많은 손실이 있고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몇몇의 의식 있는 여성들이 “우리 살림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는 의식 있는 생각으로 모여서 손발을 걷어 부치고 앞장서게 되었는데  한사람 한사람의 힘이 좋은 뜻으로 모였을 때는 엄청난  결속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정말 행복했던 추억이 있었는데  어느 해 추운겨울 김장철에 수녀원에서 농사를 지은 김장배추가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북대구I.C에 도착 한다는 연락을 받고, 그때는 우리가 큰 차도 없고 해서 각 실무자들이 자가용, 다마스등의 모든 차를 총동원해서 집결하여 북대구 I.C 에 줄을 세워 두고 손을 호호 불며 각자의 차에 배추를 가득 싣고 오면서도 힘들다는 생각 보다는 함께 해서 너무 행복하다며 모두들 함박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서야  아!  하면 된다는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요즘 유기농매장이 얼마나 많이 생겼습니까? 하지만  생협이 타 유기농매장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조합원이란 구성원이 있고 그들이 재산이며, 서로가 서로를 지켜 나가는 여성들의 건강한 삶의 지킴이가 되는 장터라고 봅니다. 가족의 밥상을 차리는 여성들이 건강해야 가정이 행복하므로 우리 여성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야만 이 이 시대에 당당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저희 생협에서는 교육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생생학교와 수요생태교실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조합원을 모운다는게 참 힘이 듭니다.
앞으로 제가 생협에서 꼭 숙원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여성물류센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금껏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의 자리는 수평적 네트워크가 아닌 수직적 권위가 우선시 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물류하면 당연히 남성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저희 생협에서는 주부들의 마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섬세하게 읽을 수 있는 우리 여성들이 해 내고 있습니다.
제 바람은 정직하고 안전한 것만을 찾아내고 내가족을 위해서 정성껏 밥상을 차리듯이 조합원들을 위해서 가공. 포장. 배달. 홍보. 교육도 하며 늘 조합원들 가까이에서 함께 하는 것이  생협이  앞으로 꼭 해 내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조합원들이 정성이 담긴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생협을 통해서 구입 할 수 있고 물류에서는 여성들의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일자리가 되어 서로 상호간에 밀접한 관계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바람직한 관계가 된다고 생각해  봅니다. 두서없이 말씀드린 이야기가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유익한 시간이 되셨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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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원유유출 방제작업 자원봉사자 및 지역주민의 급성 인체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 발표
출처 : 녹색연합

▷ 방제참여자들, 호흡기 통증,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현기증, 전신 피로감 호소
▷ 방제참여자들 97.6%, 안전교육 없이 현장 투입
▷ 방제참여자들 55%, 원유에 직접 노출
▷ 3%만이 보호안경 착용, 안구 피해 우려
▷ 방제당국, 방제참여자에 대한 인적사항도 확보하지 않은 채 현장 투입

녹색연합은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최재욱 소장)와 공동으로 2007년 12월 15~16일 양일 간, 태안군 천리포와 만리포를 조사지역으로 원유유출 정화작업 참여자 211명(남자 128명, 여자 83명)과 대조군 159명 등 총 370명을 대상으로 유출된 원유의 인체영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1)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인체영향에 대한 자각 증상 설문조사와 2) 작업자 및 지역 환경오염 조사의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조사결과, 지역주민과 자원봉사자 등 30만명 이상의 사람들은 원유에 의한 인체피해 위험성에 심각히 노출되었고, 향후 대대적인 인체역학조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밝혀졌다. 방제작업자는 원유에 대한 안전교육과 응급진단 요령도 받지 못했으며, 방제복장 또한 부실했고, 방제당국은 방제작업자의 기본적인 인적사항도 확보하지 않은 채, 방제현장에 무작위로 인력을 투입했다.

■ 안전교육 없이 현장투입, 원유에 직접 노출

방제작업에 참여한 211명의 작업자군 중 97.6%(206명)는 원유에 의한 화학물질 노출 시 적절한 조치사항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되었고, 원유의 주성분을 인지한 작업자군은 19%에 불과했으며,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한 작업자군도 27.5% 밖에 되지 않았다(표 2. 참고). 특히 현장 방제작업에 참여한 작업자 중 남자의 57.8%(48명), 여자의 53.1%(68명)가 원유에 손과 얼굴이 직접 노출되었으며, 증기를 마시거나 눈에 직접 닿은 응답자도 상당수였다. (첨부 보고서 표 3. 참고)

■ 지역주민들, 원유에 의한 인체피해 위험성 급등

원유유출 지역 방제작업 작업자인 자원봉사자 및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자각증상 설문을 조사한 결과, 방제작업을 하지 않았던 대조군들에 비해, 1) 작업군에서는 목의 갈라짐과 쓰라림, 호흡곤란,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현기증, 전신 피로감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았으며, 2) 자원봉사자에 비해 지역주민에게서, 또한 방제작업 기간이 증가할수록 증상 발생율의 위험도도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2일 이상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군들은 5시간 이하의 시간 동안 현장에 투입된 사람들보다 눈의 가려움증은 약 20배, 눈의 충혈은 약 8배, 호흡곤란과 피부가려움증은 약 10배, 피부자극은 무려 29배나 자각증상 발병위험에 노출되었다(표 5. 참고). 원유에 의한 지역주민의 인체영향은 더더욱 우려할 수준이다. 주로 노령의 지역주민들은 사고 초기, 적절한 방제장비와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없이 무작위로 현장에 투입되었고, 그 결과 대조군과 자원봉사자에 비해 급격히 높은 증상 발병위험비가 나타났다(표 6. 참고. 대조군에 비해 지역주민의 자각증상 발병 위험비는 호흡곤란 30배, 천명 54배, 전신피로감은 115배에 달했다).

■ 외국 사례, 원유 노출로 만성적인 건강영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고

외국의 많은 사례들은 원유 유출에 따른 방제작업 지원자들의 건강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1998년 일본 나홋카(Nakhodka) 난파사고에 참가한 작업자들은 대부분 허리통증 및 다리통증, 두통, 눈과 후두의 통증 등 일반적인 증상을 보였고, 2003년 파키스탄 카라치(Karachi) 클리프톤 해안가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 당시에도 방제현장에 투입된 노출군의 노출이 증가할수록 증상도 증가된다고 발표했다.

2002년 스페인 프리스티지호 기름 유출 사고 당시의 연구 자료는 적절한 건강의 보호는 개인 보호장비의 착용과 충분한 정보의 제공 여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요약하고 있다. 당시 원유에 가장 많이 노출된 선원들은 오히려 화학물질에 대한 교육을 가장 낮게 받았고, 가장 빈번하게 독성학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정화작업 참여일수 및 1일 정화작업시간이 증가할 수록 위험도가 증가하며, 정화작업으로 인한 노출 후 1~2년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만성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급성 증상에 대한 관리 뿐 아니라 만성 건강영향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 VOCs와 PAHs에 노출가능성이 높다

원유의 주성분인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와 PAHs(다환방향족 탄화수소)의 대기 중 농도는 매우 미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8~9일이 지난 시점에서 조사된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지나, 설문조사 결과, 사고 직후부터 조사 당일까지 방제작업에 참가한 사람들 중 메스꺼움, 구토 등 자각증상을 느낀 작업자군은 31.8%에 달했다. 메스꺼움과 구토는 VOCs와 PAHs의 노출로 나타나는 인체증상으로 장시간 방제현장에 참가한 지역주민들은 화학물질의 독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유에는 중금속(아연, 니켈, 알루미늄, 바나듐 등), 황화수소, PAHs, VOCs 등 다양한 물질과 다수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12월 16일, 대한의사협회는 피해지역 주민과 오염방제활동 참여자의 건강을 위한 대국민 권고안을 내놓았다. “해양에서 대규모 원유 오염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는 헥산과 벤젠, 톨루엔 등 VOCs가 대기 중으로 휘발하면서 급성호흡 자극과 반복 노출에 의한 두통, 현기증, 피부자극 등이 우려된다”는 요지다. 방제작업에 참여한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VOCs와 PAHs의 노출여부를 조속히 조사해야 한다.

■ 조속한 보건관리계획이 필요하다

재난구조의 무체계성은 보건의료분야에서도 여실히 밝혀졌다.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지 5일이 지나서나 태안군 의료원은 자체 인력을 현장에 배치시켰고, 인체 피해를 막기 위한 방제물품은 적재적소에 지급되지 못해, 장기적인 신체피해는 급상승했다. 방진과 방독이 가능한 마스크를 착용한 방제인력은 극히 일부분이었고, 보호안경을 착용한 방제자는 불과 3%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해양수산부는 개인 방제용품을 정확히 착용하지 않은 자원봉사자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옮겨 실었다. 자원봉사자들의 인적기록과 현장기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향후 발생할 인적피해를 추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 주말, 방제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가 1만6만5천명이었고, 사고 16일째인 22일까지 자원봉사자는 30만명을 넘었다. 1만5천명의 태안지역 어민들과 지역주민, 해양경찰과 경찰청 인력, 방제조합, 군부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선의의 방제활동을 사고지역에서 펼쳤다. 안타깝게도 원유에 노출된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들은 만성적인 건강상의 위험을 받을 것이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시급하고 지속적인 간강 및 환경오염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할 것이고, 종합적인 보건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 정부와 보건당국에 제안한다

- 지금이라도 방제복, 장갑과 장화, 보호안경 등 정확한 방제물품을 지급해야 한다.
- 방제참여자의 인적사항과 현장기록을 조속히 확보하고, 중장기적인 보건관리계획을 수립이 필요하다.
- 원유에 의한 대기 중 유해화학물질과 토양오염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 동식물의 생체농축 등 환경보건학적 평가계획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 정부, 학계, NGOs,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역학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
- 방제참여자들의 인체역학조사와 치료.예방 비용을 피해보상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

※ 첨부 : [태안반도 원유유출 방제작업 자원봉사자 및 지역주민의 급성 인체영향에 대한 연구] 최종 보고서

2007년 12월 26일

녹 색 연 합
고려대학교 의료원 태안지역재해복구 의료지원단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 문의 : 녹색연합 정책팀 윤상훈 팀장 ☎ 02-747-8500 / 011-9536-5691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최재욱 소장 ☎ 02-926-4704
조용민 연구원 ☎ 02-920-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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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역균형발전 계획 정책 토론회

* 일시: 2007년 2월 13일(화) 10시
* 장소: 배재대 학술지원센터
* 주최: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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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는 2007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1차 정책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입니다. 세부 내용은 첨부자료를 이용하시기 바라며, 전체 프로그램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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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성공회대NGO자료관에서 가져 온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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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자료는 2007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1차 정책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입니다. 세부 내용은 첨부자료를 이용하시기 바라며, 전체 프로그램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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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8년 12월 31일 인권운동사랑방에 올려져 있는 성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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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2008년 1월 1일 새로운 신분등록법 시행을 앞두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입장

2008년 1월 1월부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아래 법률)’에 따라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로서 호주제를 뒤받침하고 있는 호적이 사라지면서 2008년부터 호주제 폐지가 실질화 된다. 근 한 세기 동안 답보되었던 성차별의 대명사 호주제와 가부장적 가족질서를 뒷받침하는 호적제의 폐지로 이제 한국사회는 성 평등에 바탕을 둔 사회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틀을 확보한 것이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국민은 따라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별 편제인 호적이 아닌 개인에 기초를 둔 가족관계등록부를 갖게 된다. 본적이 폐지되고, 각종 신고 처리의 관할 기준이 되는 '등록기준지' 개념이 도입된다. 또한 가족관계등록부는 현행 호적등본과는 달리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 5가지 증명서를 따로 분리해 발급받을 수 있다.

그밖에 2008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시행과 함께 2005년 3월 민법 개정이 실질화 되면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되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과 본을 바꿀 수도 있으며, 만 15세 미만자는 가정법원의 친양자 재판을 받아 새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성 평등과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 해소, 정보인권 보호라는 원칙 하에 목적별 신분증명제도를 만들어내고 입법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과 민주노동당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대법원에게 촉구한다. 공동행동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호적을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시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에도 성 평등과 정보인권보호 라는 큰 방향에서 다음과 같이 개정해야할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첫째, 대법원은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가족관계의 등록’이라는 시각이 아닌 ‘개인별에 기초한 방식’으로 법률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

국회에 상정되었던 3개의 호적법 대체법안은 모두 개인별 1인1적을 신분증명제도 편제의 원칙으로 하였고, 이번 법률안 역시 ‘국민 개개인별로 국적 및 가족관계사항이 기록·공시’되는 개인별 신분증명제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호주제와 호적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전체의 신분사항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게 되어 있어, 과도한 개인정보가 공시되는 문제 뿐 아니라 가족관계를 통해 개인의 신분을 판단하고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잘못된 관행을 부추겼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법률안은 개인별 신분증명제도라는 기본 원칙이 무색하게 법률 명칭부터 신분등록부 명칭까지 “가족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호적법의 아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둘째, 대법원은 행정편의에 기초한 사실상의 본적인 ‘등록준거지’를 삭제해야 한다.

현행 호적법 상 본적은 실제 개인의 거주지나 가구 구성과 일치하지 않는 무의미한 기준자로, 호주제와 함께 혈연·지연을 따지는 우리 사회의 낡은 관행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역할을 해왔다. 신분등록·관리·증명이 개인별로 이루어지는 이번 법률안에서 본적은 더더욱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제도이다.

그러나 이번 법률안은 본적을 대신하는 ‘등록기준지’를 도입하여 이를 편제 기준으로 정하고 있어 사실상 현행 호적제도와 똑같은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말로만 개인별 1인1적제를 표방할 뿐 기존의 편제 방식을 그대로 본뜨고 있는 셈이다.

셋째, 대법원은 증명서에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법률안에는 증명하려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증명서를 발급하고, 발급 신청인을 제한함으로써 민감한 개인정보 공개를 최소화하려는 취지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증명서에는 필수사항으로 등록기준지, 본인 및 가족 모두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증명서의 공시 기능을 충족시키려는 의도 이상의 불필요한 요건으로 과도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새로운 법률의 시행은 단지 법률 그 자체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특히 새로운 법률이 실효성을 갖고 그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새로운 입법 내용에 대한 교육과 홍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인권의 원칙에 기초한 능동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과거 ‘호주제와 호적제’가 한국사회 및 한국인의 의식과 행동을 통제해온 국가신분등록제도라면, 이제 인권증진과 성 평등을 높일 수 있는 국가신분등록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대법원을 비롯한 사회구성원이 노력해야 할 때이다.


2007년 12월 31일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민주노동당
<51개 참여단체 :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구속노동자후원회·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노동당·민주노총 여성위원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빨간눈사람 쇼킹패밀리 제작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아시아평화인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언니네트워크·에이즈인권모임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노동자인권연대·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여성공감·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지문날인반대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를여는가톨릭청년·평화인권연대·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함께하는 시민행동>
2007년12월31일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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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07년 11월 7일 인권운동사랑방에 올려져 있는 성명서 입니다.
참고하세요.




30년 된 의료급여 제도, 기념행사를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 보건복지부 주최의 의료급여 제도 도입 30주년 기념식에 즈음하여

의료급여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오늘 의료급여제도 도입 30주년 기념행사를 거행한다고 한다. 의료급여 제도의 탄생은 분명 축하하고 기념할 일이다. 이 제도는 도입 초기에는 ‘의료보호’ 제도라는 이름에서 풍기듯 국가주의적, 시혜적 제도였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나마 국가가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려 내놓은 제도적 산물이라는 측면에서 이 제도의 탄생은 긍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제도 도입 30주년을 맞아 그간의 정부의 정책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일방적 평가를 내놓는 것에 비판적이다. 이러한 정부의 행동은 의료급여 제도의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고 정부가 제도 개선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급여수급자의 건강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의 양적 확대와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에 게을렀고, 심지어는 올해 의료급여제도의 성과를 뒤로 돌리는 퇴행적이고 반인권적인 제도 개정을 감행하였다.

‘의료보호’ 제도로 시작된 의료급여 제도는 30년 동안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적용 대상자가 조금씩 확대되었고, 수급자들의 본인 부담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국가의 부담도 점차 늘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2001년 법명을 ‘의료보호법’에서 ‘의료급여법’으로 바꾸면서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제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표명한 것이다. 그 결과 수급자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할 권리를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법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각 자체는 그리 바뀌지 않은 듯하다. 아직도 정부의 행정 주체들은 수급자들을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많은 이들로 전제하고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오는 개혁 대책이라는 것이 대부분 재정 절감책이었으며, 수급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제도 개정안이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료급여 제도는 개선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이 제도로 건강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는 이들이 아직도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6년 도시가구의 시장소득기준 상대빈곤율은 16.4%에 달했다. 그런데 2006년 12월 기준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83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3-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둘째, 의료급여 수급권자임에도 불구하고 1종과 2종간에 종별 차별이 존재하여 2종 수급권자의 의료접근권을 침해하고 있다. 셋째, 건강보험의 급여 체계를 의료급여제도에도 그대로 준용하기 때문에 의료급여의 보장성이 낮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도 비급여로 인한 본인 부담이 적지 않은 실정이며 현재는 법정 본인부담금까지 납부하고 있다. 넷째, 관리운영 측면에서 공급 기관의 서비스 질에 대한 모니터링이 부실하고, 수급권자의 참여가 제한되어 있어 수급자의 건강권 향상에 필요한 의견과 요구가 담기지 않고 있다. 다섯째, 현 제도는 건강보험 대상자와 의료급여 수급자간에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수가 구조 측면에서 일부 진료의 정액 수가제, 진료일수 제한 등은 구조적으로 수급자를 차별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의료급여 개혁’이라는 구호 속에 전혀 다른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도입한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 대한 본인부담금제나 선택병의원제 등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정책들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의료를 이용할 권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제도적 차별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적용 대상자를 확대하기는커녕 참여정부 들어 수급권자로 편입되었던 일부 차상위계층조차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의료급여 제도 도입 30주년을 맞아 정부는 의료급여 제도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방향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권리로서의 의료급여 제도라는 명칭에 걸맞게 수급권자들의 참여와 권리를 강화하고, 이들에게 덧씌워진 제도적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급여 제도는 가난한 이들에게도 평등하게 보장된 건강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증진하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2007. 11. 7

의료급여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노숙인당사자모임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민주노동당 빈곤사회연대 사회정의시민행동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 한국빈곤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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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놓고 얘기합시다! - 활동가 집담회

- 새로 조직의 중책을 맡은 활동가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




■ 일시 : 2007년 10월 1일 월요일


■ 사회 : 최경송

■ 참가

김경민(안산경실련) /

김승호(광진주민연대) /

오승현(동북여성민우회) /

장혜진(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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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설명 : 작은 규모의 단체에서 활동 하다보면 직책이 높아지게 되는 분들의 고민들이 굉장히 많았을 거란 생각에 이 주제를 잡게 되었다. 오늘 집담회를 통해 현재 지역단체들이 갖고 있는 이 시대의 고민들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형식을 갖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논의하는 테이블이 되었으면 한다.



(전체 참여자 소개)




사회자 : 자, 이제부터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장혜진 : 저희는 장애인 단체이고 법인이다. 다른 시민단체와 성격이 조금 다를 것이다. 분류로 치면 ‘시설’에 속한다. 원장이 되기 전에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원장이 되고 나서 이사회에 참석하게 됐는데, 정보량이 많아진다는 것이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정보를 잘 씹어서(잘 정리해서)(웃음) 다른 선생님께 드려야 하는데, 씹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제 생각에 별거 아니라고 판단해서 말한 것이, 나중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정보 같은 경우는 굳이 말 안 해도 되겠다, 했는데 나중에 다른 선생님들이 정보 공유가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이 좀 힘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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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 정리해서 전달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뜻인가?


장혜진 : 그렇다. 제 나름대로 소화해서 우리 선생님들께 전달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사무국장이나 이사들은 자기 말하는 스타일로 내게 말한다. 나 또한 내 스타일로 말하다보니 그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김승호 : 저희는 사무처이다. 사무처를 중심에 놓고 여러 개 부설 기관들이 있다. 이쪽 기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다른 기관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여러 기관들의 이야기를 잘 섞어서 내 나름대로 정리해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기관들이 다 모여서 회의를 하면 모두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중간에 있는 사람(김승호 처장)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아니냐 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한다. 그렇게 되면 기관의 소통의 문제가 핵심 문제로 급부상하게 된다. 소통이 뭐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가 현재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이 내겐 힘든 과정이었는데, 중간에 그만 둘까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실 내가 중책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보다 쉽게 풀 수 있었던 문제였다. 사무처장이라는 중책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대로 이런 고민을 조직에 얘기했다. 그 때 제 상태의 심각성을 인식한(웃음) 여러 분들이 도움을 주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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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륜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중책을 맡다보니 주변에 있던 구성원들이 ‘저 친구는 혼자 두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고,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기도 하고, 상근자도 아닌데 회의 때 마다 사무처로 오기도 한다. 각 기관들에서 일주일에 하루씩 사람을 파견해서 사무처 지원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잘 풀린 격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소통이었다. 사무처라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나에게 많은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하나의 방편으로 정책위원장이 중간에서 의견을 조정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장혜진 원장님 말씀대로, 그 정책위원장님이 여러 의견들을 잘 씹으셔서(웃음) 잘 전달해준다. 정책위원장은 쉬운 말로 잘 정리하고 설명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 같다. 이에 비해 나는 그런 능력이 없는 것 같다.(웃음) 그래서 제가 그런 것을 잘 못 하니까, 조직 내에서 사무처장의 역할을 좀 바꾸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역할을 잘 하시는 분들이 그런 역할을 하시고, 저는 사무실 안에서 실무적인 일을 주로 하게 된 거다.


장혜진 : 너무 공감한다.(웃음)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고만 할 때와는 달리 보고를 받아서 전달하는 것이 무척 다른 차원의 일이다. “네가 전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라는 지적을 받을 때면, 자괴감도 들 때가 있다. 그러면서 지치기도 한다.


오승현 : 저희 민우회는 상근자 2명이고, 대표 분이 활동가처럼 일한다. 구조상으로는 회원들이 일하다보니까 위원회가 굉장히 많다. 일정 조정을 하더라도 각 위원회가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국을 통해서 하거나, 회의를 통해서 하는데, 공식적으로 회의석상에서 나왔던 이야기 중에, 각자 자기가 얘기했던 것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 외의 것을 사무국장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어느 순간 회원 중에 한 분이 합의된 내용과 달리 자기주장을 하게 되면, 제가 당황해서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예전에 제가 간사를 했을 때는, 저 또한 그런 일을 사무국장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웃음) 그러나 내가 사무국장이 되고 보니까, 그런 일로 싸울 수도 없고, 활동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너무 조심해서 거리감도 느껴진다는 말도 들었다. 저는 지역으로 오기 전에 민우회 본부에 있었다. 지역에 오면서 경력 때문에 사무국장이 됐다. 지역으로 오면서 대표는 얼굴 마담을, 그리고 나는 실무 담당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 주변 분들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과 회원들의 기대치에 간극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느낄 때,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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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사무국장이 간사와 똑같이 실무를 다 맡아서 하게 되는데, 저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회계도 정리하고 홍보도 하고 유인물도 만들고 회원관리도 하고 등등(웃음), 간사의 역할을 모두 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런 것을 한 사람이 다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가 중간리더로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리더가 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본부에서 20명 상근자 속에서 부장도 해봤지만, 회원 300명 속의 중간리더가 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 둘은 너무 달랐다. 회원들이 자기들이 일을 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사무국장인 뒷받침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어떤 역할인지 잘 몰랐었다. 그래서 주변 분들이 주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라고 조언도 했다.


제가 사무국장이 됐을 때, 대표도 바뀌고 변화가 많았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선택했던 방법이 리더십 교육과정(이대 여성리더십교육과정)을 겪고, 약 1년 정도를 헤맸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실무는 계속 내 업무이고 상근자 달랑 2인이다. 어떤 분들은 재정적으로 힘들어도 반상근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 어떤 분들은 상근자 많아지면 회원단체 아니다, 라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짜 회원의 힘으로 돌아가는 단체가 될 수 있는 것인지, 거기서 내 역할은 어디까지이고, 또 한편 대표도 역할을 찾아가도록 옆에서 서포터 해야 하는 것도 내 일인데, 아직은 길을 못 찾고 있다. 고민이다.


김경민 : 말씀하시는 지점들에 대해서 안산경실련은 조금 다른 상황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조직 내부의 구조와 치부를 들어내는 불길한 기분이다.(웃음) 저는 작년 1월부터 사무국장 했지만 활동은 10년 정도 됐다. 저는 9년 정도를 전임 사무국장 체제 하에서 상근을 하다가, 여러 조건에 의해서 작년에 사무국장이 됐다. 제가 사무국장이 되면서 안산경실련을 어떻게 만들어야 되겠다, 내지는 특히나 경실련이 뭐하는 단체인지 헷갈릴 정도로, 그 상을 내가 그렸어야 하는데 일상적으로 톱니바퀴처럼 쫓아가다가 사무국장을 맡았고, 그러다보니 9년 동안 있었던 조직의 큰 변화 없이 그냥 1년 반이 흘러갔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부분들, 이를 테면, 관련 기관이 있다든가, 사무국을 제외한 회원 자치 모임이 있다든가, 만약 이런 구조를 경실련이 가지고 있었다면, 사무국장은 그런 네트워크 중심 속에서 고민이 많았을 텐데, 저는 오히려 이런 것이 저희 조직 내에 없다는 게 고민이다. 사무국장이 하는 일이 안산경실련 활동의 전부인 거다. 회원 아니라 임원들만이라도 모임을 만들고 그런 모임을 운영하고 논의하고 싶었는데 1년 동안 노력했으나 안 됐다. 몇 분이라도 자원봉사로 권하기도 했는데, 임원 구성 멤버들은 사무국을 믿는 경향이 있다. 사무국 활동에 무조건 동조해주는 경향이 있어서 항상 고민이었다. 어쨌든 다자간 소통의 중심이라는 고민보다는 오히려 다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했다. 고민의 질이 약간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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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민우회의 경우나 여성의 전화는 여성과 주부들이 많아서 활동이 저희와 조금 다르겠다는 추측이 든다. 저희는 임원중에 여성이 한 분도 없다. 여성분들이 못 견디는 구조다. 임원회의를 통해 모이면 정식 회의 안건을 제외한 주변 얘기들이 친목도모에 도움이 되는데, 여기서 주변부의 얘기란 것이 주부나 여성에게 메리트가 없는 것 일색이다. 그리고 회의도 늦게 하는 편이라서 여성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존의 임원 구조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실련이 제일 고리타분하지 않나(웃음) 싶다. 그러다보니까 낮에 일상적인 회원모임은 생가하기 어렵다.


최경송 : 저도 과천환경연합 운영위원인데, 거기도 안산이랑 비슷한 것 같다. 만날 남자들끼리 모여서 술 먹고 당구치고 해서(웃음) 사향 길로 걷다가, 이번에 해체하기로 결정내리고, 결국에는 남성운영위 빠지고 여성조직으로 새로 바꾸는 작업을 한창 하고 있다. 남성 중심으로 굳어지니까 문제인 것 같다.


이호 : 안산경실련은 재정도 사무국장이 책임지지 않나? 사무국장이 모든 운영의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 아닌가?


김경민 : 웬만한 결정은 임원들에게 나눠주려고 애 쓰는 편이긴 하다. 여전히 주체적이거나 적극적으로 임원들이 고민을 자발적으로 한다기보다는 그 고민을 사무국장이 던져줘야 한다고 임원들이 생각을 한다.


이호 : 누가 그러던데, 예전에는 월급을 받는 사람에서 월급을 주는 사람으로 바뀌다보니까, 재정상황 뻔한데,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현 : 재정 얘기가 나와서 한 말씀 드리면, 저는 90학번인데, 97년 말인가에 과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젊은 나이에 맡게 되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단 회의에 가보면 저보다 5년에서 10년 이상의 선배들이 모인다. 거기에 가 보면 고급정보들이 상당하다. 나이도 얼마 안 되는 젊은 활동가가 사무국장이 돼서 그런 정보 소화할 역량이 안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재정 문제가 제일 힘들었다. 특히 재정이 열악하다보니까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프로젝트에 열중하다 보니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도 못 하고 속앓이만 하다 보니 그 때 머리가 많이 하얘졌던 것 같다.(웃음) 도와줄 선배도 없었기 때문에 나 혼자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소화해야 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사무국장을 했다. 그 기간 동안 많이 늙었고 조숙해진 측면도 있다. 어쨌든, 어려운 재정 상황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역량에 안 맞게 프로젝트를 했던 것 같다. 1년 하고 나서 프로젝트 안 한다고 다짐도 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프로젝트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크게 내키지 않는다. 그런 부담을 많이 느꼈다.


오승현 : 저도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이 많다. 지역단체니까 회비 충당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 회비 납부율이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상근비는 어느 정도 충당이 되는데, 활동을 해야 하니까,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연결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구청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고 싶은 유혹도 있지만 그것은 늘 한계가 있고, 매번 싸우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저는 어디 가서 돈을 어떻게 받을 수 있고, 어떻게 제출했을 때 경쟁력을 가질 지 등등이 고민이죠. 그리고 회원들이 이런 것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도 하는데, 돈 받을 인맥도 없고.......그런 것이 어렵고, 회의 때마다 보고를 해도 듣는 거랑 계산하는 것이랑 다르다. 회원 확대만 하더라도, 사무국에서 그 확대방안도 내야 하는데, 답이 없다. 회원들이 지나가는 말로, 어디 가서 아는 사람 좀 끌고 와 볼까, 하는 말을 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회원확대도 한계가 많다. 인맥이 뻔하다. 어차피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까지 해서 회원을 모집하는 건데, 멀리 있는 사람들한테는 소용이 없고. 몇 개 단체들이 같이 있으니까 나눠 먹는 꼴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내야 하는데 그런 아이디어를 개발하기에는 너무 일상에 파묻혀있다. 내일도 큰 행사 있어서 만들다가 쫓아왔다. 그런 것에 매몰되다 보면, 조직의 전망에 대해 새롭게 전망할 시간이 없다. 지역 주민자치 하다보니까 이슈도 산만하고 다양하다. 이제는 조직의 정체성을 잡아나갈 때가 됐다고들 말은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 잡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저희 조직 같은 경우는 활동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주부라서 고민에 대한 실천력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 방향 잡아서 소스 던져주는 게 사무국의 역할일 텐데, 일상에 쫓겨서 중앙 단체들 문서 나오면 그것을 보기에도 바쁘고, 프로그램 있어서 가보고 싶지만 회원 모임 서포터 해야 해서 가지도 못하고. 그런 상황인 것 같다. 머리 뒤 쪽에 풀지 못할 짐을 끌고 가고 있는 기분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솔직히 사람들 만나서 풀릴 수 있을까? 풀린단 느낌이 잘 안 든다. 푸는 방법이 시원찮아서 그런가.(웃음)


장혜진 : 저희는 작업장이라서, 교사는 저를 포함해서 5명이다. 작업 활동을 하는 직원이 31명이 있다. 매월 8일 쯤 되면 저와 회계담당 선생님이 한숨을 쉰다.(웃음) 급여를 줘야 하니깐. 급여를 보면 직원 30여 분의 급여와 교사 5명의 급여가 맞먹는다. 그 금액을 끌어내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런 상태에서 부모님들은 두 가지 바람이 있다. 하나는 정신지체장애아에게 교육과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중간에서 맞추기 어렵다.

저희는 프로젝트를 내도 잘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익을 내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사단법인이라서 법인 자체의 사업이 있는 것이다. 이동봉사대나 장애문화교육사업 등을 하고 있고, 그 일부 중에 직업교육 파트도 있다. 사실 돈 문제가 제일 힘들다. 처음 원장 맡았을 때 부채가 있었다. 내게는 너무 컸다. 천오백만원 정도. 당황스러웠기도 했다. 4개월째부터 급여를 밀리지 않게 됐다. 저 자신도 기특하다고 생각한다.(웃음)


김승호 : 월급을 내 돈에서 주는 건 아닌데, 내가 주는 입장에서, 내 월급을 내가 주다보니까 월급에 관련해서 운영위원회에 가서 얘기를 못하겠더라. 내 월급을 내가 올리겠다고 하는 거라서.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는데.(웃음) 저희는 그나마 재정이 그렇게 어렵진 않다. 월급을 밀려서 준적은 없다. 저희가 자활후견기관을 운영을 하고 있다. 그분들 급여는 국가에서 나온다. 적어도 사무처 상근자랑 후견기관 실무자랑 월급의 액수가 다를 이유가 없다고 운영위에서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돈을 펼쳐놨는데, 주기 싫어서 안 주는 게 없어서 주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월급을 줄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하는 논의는 잘 안 된다. 답답하니까. 그나마 조직 내에서 상근자 인건비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해주신다. 사무국장이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해주신다. 여전히 지출 명세서를 놓고 보면 상근자 활동비 부분이 제일 크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은 일정하고 나가는 것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고민이 많다. 굵직한 후원금을 주는 분들이 다행히 계셔서 못 주겠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현 : 저 같은 경우, 월급뿐만 아니라 연차라든지 각종 수당 등의 변동에 대해서도 스스로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김승호 : 저는 정해져있는 수당만큼 줬다. 매년 연말에만 수입지출 명세서 제출해서 평가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올해는 정해져 있는 대로 수당 다 주었죠.


김현 : 연말이나 연초에 운영위 중 누가 그런 말 해주면 받아갈 텐데,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웃음)


김승호 : 저희는 그나마 얘기를 해주시고, 후견기관 실무자 급여 수준으로 맞추자고 말을 맞췄다. 지역에 있는 시민단체 중에는 저희가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다. 사실 제가 연륜이 쌓이지 않고도 중책 맡은 결정적인 이유가 연륜이 쌓이면 그만큼 더 많은 급여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줄 수가 없으니까, 그런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 두는 선배들이 발생하니까, 그런 이유로 싼 맛에(웃음) 제가 사무국장이 된 것 같기도 하다.(웃음)


오승현 _ 제가 연차가 많은 편이다. 수당이 높은 편이다. 다른 상근자와 기본급은 비슷한데, 연차를 비교하니까 컸다. 그래서 연차를 내가 깎았다. 운영위원들이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했는데 내가 지금 상황에서 이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활동가가 문제제기를 했다. 당신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게 고착화되면 다음 사람들이 누가 오겠냐? 그 지적은 타당한 지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사무국장으로서 마이너스에 대한 책임을 질 수는 없지 않는가?


장혜진 : 교사들은 실비가 나오는데 일반 동기들에 비하면 급여가 높은 것은 아닌데, 단체 활동가들과 비교하면 부르주아가 돼 버린다.(웃음) 그것 때문에 이사회와 운영위에서 말이 나온다. 적어도 연차가 많은 사무국장보다 내가 더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가 더 많이 받다보니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 돈을 받는 게 미안하다. 그렇다고 연차를 깎을 순 없지 않는가? 이사회에 급여 얘기가 나오면, 아무 얘기 안하고 고개를 숙이고 그냥 있게 된다.(웃음) 단체들 전체적으로 급여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최종숙(수원여성의전화 회장) : 급여 차이도 많이 나고, 활동 내용 차이도 있다. 그런 부분이 소통의 문제와 얽히다보면 아픈 갈등을 만들게 된다. 여기 오게 된 고민은 조직적 고민도 있지만, 개인 활동가로서 자기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나, 조직 안에서 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직책으로서의 고민 뿐 아니라 나를 완성하는 그런 고민이 있다.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조직이 지향하는 꿈과 내가 가고자 하는 꿈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들이 있는 것 같다.

저는 여성전화에서 일하는 게 가슴 벅차다. 여성문제를 사회문제로 대두시킨 그런 과정이 가슴 벅차다. 그런데 막상 조직 안에 들어와 보니까 그것 말고 어려운 일들이 많다. 처음 수원여성의전화에서 출발했다가 다른 여성단체를 몇 군데 다니면서 활동을 쌓고 다시 여기로 왔을 때, 여성의전화가 갖는 나름의 한계도 많이 읽혀지고, 내부에 와서는 그것을 맞춰가면서 함께 하는 것이 아직도 서투르다. 내가 욕심내는 방향과 조직이 잘 키워온 성과를 맞추기가 어렵다. 회장이 되기 전에 밟았어야 할 리더십 과정에 대해, 체계적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내 경험이 다 인 줄 알고, 이게 옳은 거야, 이게 최선이야 라는 식으로 나오니깐 더 문제가 악화됐다. 그래서 내부 소통의 문제와 각자 차이가 나는 지점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내부 안에서의 소통문제가 조직을 얼마나 키워내느냐, 얼마나 아프게 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우리도 재정문제가 있다. 한 달 한 달 넘기기가 힘들다. 그런 부분도 있고, 활동비 부분에 있어선 같은 여성의 전화에서도 수원여성의전화가 제일 낮을 것이다. 이 부분이 굉장히 큰 고민이다. 활동비 보다는 내부 소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회장의 위치에서, 사무국장의 위치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가, 이런 부분이 지금 최대 과제이다. 그런데 오늘 오신 분들의 조직을 보니까, 조직이 작은 편이다. 우린 실무자가 13명이 있다. 항상 얼굴 마주치면서 생활하고 있다. 거기서 빚어지는 사건 사고들도 많이 있어서 얼마나 세련되게 풀면서 신나게 활동할 것인가란 고민이다.


최경송 :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정리해보면, 내부소통의 문제, 정보처리의 문제 또는 정보공유의 문제, 재정문제, 회원확대 문제 등의 주제들이 언급됐다. 이런 자리에서 이런 문제가 공감만 되더라도 풀리긴 하는데. 좀 더 생산적으로 풀려면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나 제안들을 해주시면 좋겠다. 10분 간 쉬고 그 얘기를 하겠다.



(10분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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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 질문이 하나 있다. 리더십 훈련을 받을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다. 어떤 분은 리더십 훈련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리더십이 실제 도움이 되는가가 궁금하다.


오승현 : 처음에 교육을 들을 때는 정리가 되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이제는 나 혼자 할 게 아니라 옆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같이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 혼자 배워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교 교육을 받지 말고, 같이 일하는 사람과 계속 소통하면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또 한편 그런 교육들은 현장에서의 적용은 잘 안 되는 편이다. 제가 1년을 다녔는데 두 번 들으면서 이런 프로그램은 따로 배울 게 아니라 같이 활동가들이 들으면서 우리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경민 : 그 말씀은 맞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저는 경실련 내부에서 하는 중견활동가 리더십 과정을 한 번 간 적이 있는데, 2박 3일 집중교육이었다. 그리고 환경재단에서 하는 임길진 교육도 받았다. 리더십 교육과 주제도 많을 수 있는데, 처음에 말한 경실련 내부 교육은 사무국장으로서 리더십을 갖는 것 등을 배웠는데, 제가 받은 두 가지의 느낌은, 함께 가는 사람과의 소통과 연대로서의 리더십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리더십 교육이었다. 그런 교육은 생리적으로 맞지 않아서 거부감이 있었다. 여전히 자본주의 사회에 기반을 둔 리더십과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부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게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래야 성공한다는 식이었다.

또 한 가지는 안산 내부에서 파트너십 교육을 단체 상근자와 공무원들이 같이 받은 적 있었다. 1박 2일 정도. 여성의전화처럼 단체 규모가 크면 상근자들이 같이 파트너십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평소에는 주로 일로 얘기를 할 테니깐. 우리는 두 명이라서 굳이 그런 교육은 효과가 없을 듯하다.(웃음)


최종숙 : 저희는 26개 지역에서 여성의전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조직 안에서 활동 수명이 짧은 편이다. 굉장히 많이 지친다. 일이든 관계든 둘 중 하나만 재밌어도 남을 수 있는데, 일도 힘들고 관계도 힘들면 못 남아 있다. 특히 관계가 힘들 때 민감해서 남아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들 관계 친화적 성향이 크기 때문에 관계로 상처받으면 극복하기 힘들다. 그런 부분 때문에 조직에 오래 남아있는 활동가들이 많이 없었다. 여성의전화 전체 차원에서 그 지점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지역은 지역사안에 대응하느라 바쁘니까, 그런 것을 기획할 겨를 없고, 중앙 차원에서 여성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성의전화 내부에서 ELF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ELP 교육과정이란 empowerment leadership feminism의 줄임말로 1년 코스였다. 기초 과정, 중급 과정, 마무리 과정, 이렇게 있다. 여기서 여성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여성리더십 훈련을 받는다. 지금은 교육이 많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다. 각자 교육 받고 조직 내부에서 풀어내는 것은 각자의 과제가 된다. 다른 기관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그것을 배워서 자기 조직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시도해야 한다. 교육만 받는 것은 체화되지도 않고 정보로만 그친다. 몇 번 시도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안 된다. 어떤 강사가 그런 말을 하던데,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왜 그럴까, 생각을 했는데, 그게 결국은 제국주의의 음모더라고 깨달았다는 얘기를 들었다.(웃음) 고통이 따르더라도 계속 시도해보는 게 필요하다. 방향을 모르고 바쁘면 정말 지치기만 한다.


최경송 : ELF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최종숙 : ELF 1단계로서 리더십 기초단계 2박 3일 정도 하고, 지역으로 돌아가서 실천과제가 주어진다. 지역 활동의 결과를 취합해서, 중간과제가 몇 개월 뒤에 다시 열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좀 더 높은 단계의 리더십 과정이 있다. 경험과 이론을 접목해서 자기 조직에 맞는, 자기에게 맞는 리더십을 채워가는 것이 목표이다.


김경민 : 아까 좀 부정적으로 얘기해서 다시 얘기하면(웃음), 리더십 교육이 내 조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느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과정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에게는 잠시나마 일상을 떠나서 재충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기회들도 쉽지 않은 지역이 많다. 그나마 그런 기회들이 있을 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쩌면 사무국장을 맡는 순간 시민운동에 대한 그나마 활동력과 활력을 소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고민하기 전에 조직을 고민해야 하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마치 회사에 있다가 조금 있으면 퇴직해야 하는 상황과 같다.(웃음) 그런 상황에서 무엇으로든 재충전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의 구조가,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안산은 여전히 운동판에서 나이로 보면 제가 막내다. 내 밑으로는 안 들어온다. 저도 젊은 피로부터 수혈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웃음), 삶의 의미를 찾고 싶고, 젊은 사람들의 양기를 빨아들이는 게 필요한데(웃음) 그게 안 된다. 그런 여러 가지 과정들을 통해서 서로 얘기하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다.


장혜진 : 제가 원장을 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한 명의 선생님이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퇴사 사유가 저에게 말 한 것과 다른 사람에게 말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제가 나름대로 좋아한 선생이었는데,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꼈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세 네 번 만류 하다가, 그러면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떠나기 전에 깊은 얘기를 나누었다. 서로 한계점을 긋고 모두 얘기하기로 했는데, 그 분이 정말 많은 얘기를 했다.(웃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다음에 어떻게 가야 할까, 상당히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몇 달 동안 듣기만 하다가, 개인으로 따로 만났다. 카페에 가서 얘기를 했다. 사적인 얘기부터 내부적으로 불만과 고민을 모두 얘기했다. 밖에 나와서 얘기를 많이 하니까, 너무 좋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무실 분위기가 편안해졌다.

이것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인데, 원장이 되고 나서, 너무 빨리 성과를 내고 싶었다. 빨리 돈도 벌고 취업도 시켜야 했다. 모든 것을 일로 봤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챙겨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우리 선생님들이었구나! 그 전에는 일로만 보다가 나중에 사람으로 보게 됐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해서 풀었다.


최경송 : 듣고 보니 계속 성공사례만 얘기하신다.(웃음)


김승호 : 저는 제 방식을 고집했다. 조직 안에서 내가 카리스마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회의를 해도 사무처장이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그 방향대로 사람들을 끌고 가야 하는데 우리 사무처장은 모든 의견을 듣고 하나로 모아서 끌고 가려고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니 생각은 뭐냐’, ‘니 의견이 뭐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나는 ‘모아서 가는 게 내 생각이다!’ 라고 얘기한다.(웃음) 아직도 여러 사람들이 왜 카리스마가 없냐고 얘기한다. 내 방식은 지금과 같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21세기가 원하는 리더십은 이것이다.(웃음) 물론, 장혜진 선생님처럼 한 명씩 만나서 얘기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 마음은 먹었는데 만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모두 같이 모이는 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부족하다는 점을 많이 보여주었고, 힘들어하니까 임원들이 회의에 같이 들어오고 같이 모여서 얘기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 회의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비전 나누는 시간도 갖고 소통을 얘기하는 시간들을 갖고 있다.


장혜진 : 내 생각대로 안 모아지면 너무 힘들었다. 처음엔 고집을 피웠다. 매 회의 때마다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나도 소진되고 다른 사람도 소진됐다. 그런데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다지 다르지 않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승호 씨가 어떤 면에선 부럽다.


김승호 : 주변 사람들이 그런 요구를 저한데 하는데, 그런데 저는 그런 것이 잘 안 되더라.


청중 : 두 분이서 바꿔서 해보시죠.(웃음)


김경민 : 여러 의견 듣고 믹싱 하는 것도 능력이다. 모아 나가는 것이 더 많은 능력 아닌가. 제가 보기엔 상당한 능력이다.(웃음)


이호 : 오히려 끌고 나가는 것보다 의견을 모아 나가는 것이 더 어려운 거다. 그런데 그게 능력일 수도 있고, 무능력을 포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경송 : 지금 욕하신 거죠?(웃음) 무능력으로 포장했다는........


오승현 : 아무튼, 사람들이 강한 리더십을 원하는 것 같다.


이호 : 어떤 면에서 사람들은 그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오승현 : 저도 초기에는 약간 나름대로, 강하게 표현 안 했지만, 암암리에 퍼진 갈등들이 있었는데, 안 되니까 포기했다. 지금은 듣는 위치로 바뀌었다. 나중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의견 조율 많이 하고 있다.


장혜진 : 저는 이사님 몇 분과 스터디를 한다. 얼마 전에 ‘배려’란 책으로 스터디를 했다. 그 책 마지막에, 배려의 마음 중 하나가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의견을 취합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있는가라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다들 배워가는 과정 아닌가 생각을 한다.


최경송 : 리더십 얘기가 됐던 것 같다. 저희 풀뿌리자치연구소를 생각해보면, 내부 사람들끼리 재미를 추구하는 게 제일 관건이었던 것 같다. 그게 주요한 조직의 매개체가 되니까 깨질 일이 없다. 빈틈이 잘 안 생긴다.


이호 : 그게 어떤 건가?


최경송 : 당구나 고스톱.(웃음) 일보다는 재미가 우선이 되는 조직 풍토라고 할까?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놀아야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조직의 속도조절이 굉장히 관건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소장님 이하, 노는 걸 목숨 걸고 한다.(웃음)


김경민 : 조직 풍토 얘기 나와서 한 말씀 드리면, 저희가 작년에 빚이 생겼었다. 보통은 2년 마다 빚이 생기고, 후원의 밤 한 번 해서 갚는 식이다. 작년에는 300만원 빚이 생겨서 저는 털고 싶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월급을 못 줄 위험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분이 계를 하자고 제안했다. 계모임에 안산경실련을 하나의 계원으로 목돈을 받아가는 것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경실련후원하는사람들의계모임’을 시작했다. 줄여서 ‘경후계’이다. 올 2월부터 했다. 남성들이라서 잘 이해를 못한다.(웃음) 설명을 다섯 번 드렸는데도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다. 어쨌든, 올 초에 시작했다. 그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월례회의보다 더 잘 된다.(웃음) 상당 부분 집행위원들이 많이 들어오고 일반 회원들로 해서 18명이 구성이 돼서 계모임을 하고 있다. 8개월 정도 지났다. 여기에 오면 지역 문제 얘기 안 해도 된다. 그리고 계 타시는 분이 백반 이상으로 쏜다.(웃음) 골치 아픈 얘기 안하면서 자연스러운 주제가 나오고. 자연스럽고 좋다.


(좌중 : 한 동안 계모임 방식에 대해 질문과 답변이 오고감.............)


장혜진 : 친목모임 정말 필요하다. 참석율 높이는데도 유효한 것 같다.


김경민 : 한 달에 한 번은 나오지 않더라도 계로 묶여있기 때문에 2년 동안 안 깨지길 기대한다.(웃음) 저희도 벤치마킹 했다. 군포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아무튼 그런 친목모임이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처음 생겨나는 조직들에겐 좋지 않을까. 결속력도 만들어주니까.


최경송 : 다음 모임은 계모임을 주제로 토론을 한 번 하자.(웃음)


김현 _ 다음 주 이 자리에서 두루 조직의 중책을 맡은 중견 활동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할 텐데, 제 경험에서도 그렇지만, 작은 단체에서 사무국장이면 그 이후에 갈 데가 없다. 다른 단체로 가거나 요즘엔 제도정치로 나가는 경우 또는 잘 해야 뭔가 새롭게 만드는 정도다. 그 이후에 이 자리를 떠나서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예전에 저의 경우는 사무국장 자리를 빨리 내주고 싶었다. 역량도 안 되고, 그 직책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빨리 후배에게 내주고 싶었다. 그런데 여전히 지금도 저는 막내다. 이런 상황이라면 뭔가 시민운동판에 큰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된다. 재생산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무국장 자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 가장 심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보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음 주 주제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아 질문 드린다.


김승호 : 저는 사무처장을 하실 분이 생기면 바로 일반 사무처 원으로 활동하고 싶다. 사무처장 하실 분이 있으면 그 역할을 드리고, 나는 사무처원이 되고 싶다.


최경송 : 일반 직장에서는 생각도 못하는 건데........


김승호 : 사무처장이란 직책을 없앨까도 생각했었다. 실무자는 아니지만 대표였다가 지금은 정책위원장이신 분도 있고, 사무처장으로 있다가 파견 나갔다가 사무처로 들어올 사람도 있다. 우리 조직 안에서 문화를 만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사무처장 없앨 수도 있다. 저희도 재생산 문제를 고민하고 있고. 답이 잘 안 나온다. 아무 경험 없는 진짜 젊은 친구를 두 번 채용해봤다. 뼈아픈 상처를 두 번이나 겪었다. 저는 사람 관계 잘 못 푸는 게 있었는데, 두 분 다 나가면서 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했다. 그래서 상처를 받았다. 두 친구 모두 운동에 대한 경험도 없었고, 그들도 힘들고 나도 힘들었다. 저희 단체가 있는 지역에 학교가 두 군데 있다. 학교를 통해 재생산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렸다. 학교에서 생산돼서 지역으로 오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동아리를 접촉해서 우리가 직접 들어가는 식으로 봉사 동아리 등에 경제적 지원을 좀 해보고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학교 자원봉사 모임을 통해 만들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아직 실질적인 모임을 하진 않았다. 우리 단체에 일이 많으니까 논의만 하고 쉽게 덤비지는 못한다. 활동가들이 조금만 더 있으면 내 역할을 주고 젊은이들을 만날 텐데. 자원활동가들이 같이 만나보자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신다. 재생산에 대한 돌파구를 나름대로 찾으려고 하는데, 쉽지 만은 않다. 어느 정도 포기한 것도 있고. 그러나 젊은 피에 대한 욕구가 많아서 나보다 어린 사람으로 뽑자고 했었는데, 그러나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상관없다, 그런 모임은 그런 모임대로 활동하고, 활동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채용하고 자원봉사 열심히 하는 분들 중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계속 활동에 대한 제안을 드리고 그 안에서 활동가를 키워내는 수준이다.


최경송 : 재생산에 대한 것은 그런 취지이신데, 본인은 광진주민연대를 계속 우려먹겠다는 것인가?(웃음)


김승호 : 저희 윗 선배들이 떠나는 모습이 아쉬웠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역에서 나이가 있으면 지역에서 활동했으면 좋겠다. 굳이 다른 곳으로 안 가도 좋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선 급여가 충분히 제공돼야 하긴 하지만.


김경민 : 개별 단체들도 그런 방식을 고민하는 것 같고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재생산은 전 사회적으로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희는 안산에서 잠깐 얘기 나왔었는데, 예를 들어서 한양대랑 조인을 해서 지속적으로 1년 정도 한양대에 들어가서 시민사회를 알리고, NGO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실제로 그 학생들 중에 안산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현실화 되지 못했다. 예전에는 인맥을 통해서 재생산을 했다. 한 다리 건너고 한 20다리 건너니까 인맥에 한계가 있고, 공채로 해결하자니 개별단체에서 활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실련은 약간의 교육은 있지만, 다른 풀뿌리 조직들은 어려움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단체에서 인재를 발굴하는 것도 하는 거지만, 전사회적으로 NGO 후학이나 지속적인 발전을 고민하는 재단에서 이 부분 만큼은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활동하는 NGO활동가들의 재충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아지고 방식도 많아지는데, 사람들이 NGO로 들어오게끔 하는 방식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

아까 우스개로 얘기했지만, 저도 똑같은 입장이다. 나도 누가 사무국장 한다고 하면 나도 간사할 수 있다. 어차피 운동하고 싶은 영역(난 주로 예산감시 쪽)이기 때문에 그 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하고 싶다. 기존 회사가 아니니까 순환구조 가능한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능하면 사무국장 없앨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호 : 그것은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관계 문화를 깨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기보다 후배가 사무국장으로 들어오는 것은 상관없지만, 사무국장을 하다가 간사로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로 받아들이긴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경민 : 어차피 우리 조직이 직렬구조를 지향하는 구조가 아니니까, 시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이호 : 정작 40대 넘은 선배들은 어려워하는 것 같다. 예상하는 것과 닥칠 때의 기분이 다를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받아들이는 것도 다를 수 있다. 그런 사례를 우리가 못 봤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왜 안 해봤는가? 안산YMCA 사무총장이 평간사로 간 사례가 있다고 얼핏 듣긴 했는데, 당시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그런 얘기 공론화 되면 분위기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40대 넘는 선배들에게 바라긴 쉽지 않은 문제다.


김경민 : 나이만 나보다 많은 사람이 간사로 들어와도 굉장히 어렵다. 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소통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오승현 : 직책을 없애고 싶었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때문에 없애면 안 된다고 해서 못했다. 나도 다시 간사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조직이 크거나 좀 더 전문화 된 영역이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현재 제가 모든 실무를 다 하고 있지만, 계속 실무 일을 가지고 간다면 싫을 것 같다.

다른 차원의 고민이 있다. 민우회 자체는 여성단체이긴 하지만 주로 주부 임파워먼트 역할을 많이 한다. 내가 언제까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저는 비혼이다. 아이를 낳지도 않았고. 그런 측면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대표가 비혼이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표현하진 않지만, 내가 비혼이여서 소통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참 쉽지 않겠다. 아이를 어디서 구해올 수도 없고.(웃음)


장혜진 : 저는 원장을 없애고 교사로 남는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웃음)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막 들었다. 제가 계속 얘기하는 것은 장애인 직업재활, 지적장애인파트로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제 생각으로는 작업장에서 5년 정도 일하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다른 분들에게도 밝혔다. 내가 누군가를 원장으로 모실 때 당당하게 5년 동안 이런 일을 했다고 말을 하고 싶다. 그래서 5년이란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5년 안에 뭔가를 해내고 싶다. 그런 후에는 이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고, 그 다음은 지역운동을 계속 하고 싶다. 지금은 테두리가 있는데, 그 테두리에서 벗어난 또 다른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공부를 살짝 껴놓은 것은 핑계거리일 수도 있다.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65세 정년이라서 대게 좋다. 짤리지만 않으면.(웃음)


오승현 : 단체가 정년이 제일 짧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은 돌아가고 싶은데, 한계가 많이 보인다.


장혜진 : 이사회 26명 중에 여자 분이 2명이다. 언젠가는 회의 진행하고 새벽 5시에 끝났는데, 회의 끝나고 보니까 다 남자들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결혼하고 애를 낳는다면 이렇게 늦게까지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중요한 회의인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 1년에 한 번이라면 괜찮지만. 남성 중심적이어서 회의 자체가 밤 11시에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육아를 하면서 가능할까 라는 고민을 했다.


김경민 : 실제로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저는 결혼을 했지만, 아이는 없다. 저는 아마 결혼을 안 했으면 외박을 못 했을 거다. 결혼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람이 된 거다.(웃음)(아버지 반대). 지금은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날 경우엔 다를 것이다.

아이가 매우 불안해했다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이에게는 좋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주변엣어 보면 항상 문제의 발단은 아이다. 싸움의 발단도 아이이고. 직업의 특성상 일에 걸쳐진 것이 많다. 그리고 이쪽 분야가 외박이 많다. 일반 직장은 평일 날 늦게 끝날지언정 이렇게 외박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이쪽 분야가 더 어렵다


이영희(수원여성의전화 상담소장) : 말씀을 들어보니까, 비혼인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저희는 자녀 기르면서 활동한다. 그런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편을 갈구는 게 중요하다.(웃음) 갈구는 방법은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 말한다면 남편이 서포터 해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하고자 하는 거라면 결혼과 육아를 미리 걱정할 필요 없지 않은가. 결혼하고도 활동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에.


이호 : 남편이 이해하지 못하면 어렵지만, 남편이 이해한다면 가능하다. 남편이 인정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최종숙 : 아이 하나 키우려면 엄마가 아니라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 키우는 데 시스템이 마련되면 이런 문제는 가능하다고 본다. 제도의 문제 때문에 엄마의 활동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게 문제다. 제일 가까이 있는 재원이 아빠이고 친척, 지역 이웃과 센터 등인데, 그런 것도 있지만, 한편에선 훌륭한 시스템 갖춰지게 노력들 하는 작업과 동시에 그 단계로 가기 전까지는 우리 사회가 다양한 사람들의 지점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업무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를 테면, 밤 새면서까지 회의하는 건 낮에도 할 수 있다. 얼마든지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이런 것을 성인지감수성이라고 하는데, 구성원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장애인 중심의 문화와 시스템을 같이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김현 : 방금 말씀하신 그런 시스템의 문제도 있는 것 같고, 오승현 국장님이 지적하신 것 중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저의 경우 사무국장 되고 나서 보니까 대부분 주변 사람들은 다 여성들이었다. 여성들과 있다 보면 언어가 안 통한다. 남성의 언어와 여성의 언어가 달랐다. 나는 굉장히 힘들었다. 그 땐 결혼 안 해서 아이 중심의 여성들의 동선과 젊은 나의 동선은 매우 달랐다. 그런 여성들과 나와 전혀 안 맞는 동선이었다. 그래서 회원들과 소통도 잘 안 된다. 그러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었다. 국가적인 시스템이나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마을 시스템이 근본이겠지만, 활동의 측면에서 이런 차이(기혼과 미혼,비혼/자녀와 비자녀 등) 어려운 소통의 문제가 있다. 교육을 통해서 해결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김경민 : 저 같은 경우에도 계속 남자들만 있는 단체에서 일했다. 어쩌다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주부에서 아이를 데리고 오면 난 정신이 없다.(웃음) 그런데 주부들은 그것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신경 안 쓰고 일하더라. 그건 내 개인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느끼는 간극인 것 같다.


최종숙 : 여성단체는 어떤 행사가 있더라도 아이들과 와서 시끌벅적하게 회의도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걸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저의 경험 중에 하나인데, 수원여성의전화에서 이주여성 프로그램을 한다. 수요일과 토요일 한국어 교실을 하는데, 그런데 어느 기간이 되면 못 나온다. 임신해서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기르면 못 나온다. 그래서 사무실 한 쪽 구석에 아이 때문에 교육을 못 받게 될까봐 탁아방을 꾸몄다. 해피빈에 지원요청해서 최소한의 탁아방을 꾸렸다. 그랬더니 자원활동가들도 애기들 데리고 와서 놀게 하더라. 기혼 활동가가 있는 곳에는 탁아 프로그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 고민이 섬세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호 : 김현 씨가 제기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이 된다. 결혼 안 한 분들이 조직의 중책을 맡고 있다면 기혼자들과의 갭이 있다. 애를 낳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다. 공감대가 많지가 않다. 그런 데서 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게 애를 낳아봐야만 해결가능한가?


오승현 : 사무국장이란 책임자가 됐을 대 한계가 있다. 탁아 프로그램 갖춘 것으로 활동가 배려해주긴 하는데, 실무 책임자가 됐을 때, 그 시스템이 가능할까. 그 탁아 프로그램은 회원을 위해선 제공한다. 하지만 내가 실무자로 있고, 아이가 있다면 그 상황을 누릴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책임을 맡게 되면서 좀 다른 것들이 주어진다.


한명호(여성의전화 사무국장) : 저는 사무국장 된 지 8개월 됐다. 저는 애가 셋이다. 저는 사무국장 활동하면서 솔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껏 할 수 있지 않을까? 좀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본인이 처한 상황과 비교가 제대로 안 되니까 좀 그렇긴 한데, 부장일 때는 아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사무국장을 하고 나니까 아이라는 타이틀이 활동의 반경을 좁히는 굴레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무국장이 솔로일 때 여러 장점이 있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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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현 : 말씀하신 것이 맞는 지적이다.


장혜진 : 친구가 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는데, 장애인 아이들을 교육을 받는다. 어머니들은 교육에 민감하시다. 바로 옆에 동네에 5분 거리 정도인데도 무조건 집으로 와서 돌봐주어야 한다고 한다. “네가 우리 애 키워봤니” 하면서. 그런 말을 하니까 얘기가 끊긴다. 사무국장이 되면 회원들이랑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친밀감을 느껴야 하는데 그 분들도 말하기 어려워한다.


이영희 : 저희 상담소에 자원활동가도 20여분이 있다. 대개 연령대가 50대 이상이다. 조직 내에서는 저도 어린 나이이다. 그런데 제 직책은 소장인데, 다른 분들은 5, 60대이다. 그들 수준에 맞추다보니까 내 정신연령이 그들처럼 5-60대 정도 된 것 같다.(웃음) 막내로 태어나서 다른 사람 캐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성폭력 일만 해왔었는데 소장을 하다보니까 일이 분산이 되면서 정신연령이 높아져버렸다. 직책이 요구하는 것 때문에 맞추다보니까 너무 힘들다. 억울하기 보단 그들의 지혜나 경험을 간접적으로 미리 경험하는 건 좋다.


장혜진 : 저도 좀 억울하다.  제가 나이가 어리다. 내 나이 또래 친구 남자아이들도 잘 해야 대리 정도다. 그런데 나는 원장이다. 그런 직책의 차이가 생각의 차이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 시설장 회의에 가면 ‘이리 와서 이거 마셔’ 하시면서 아이 취급을 한다.(웃음) 그 분들은 내가 신기한가보다. 그러다가 여기 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가끔 억울하다.


최경송 :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마무리 할 시간이다.


이호 : 여기 계신 분들이 고민과 욕구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고민을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이런 문제가 어떤 식으로 분출되는 게 좋은지. 그리고 그런 요구가 있는지. 그런 얘기를 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김승호 : 제가 여기 올 때, 보내주신 메일 내용을 사무실에 다 보여주니까, 다들 너무 좋아하는 거다. 다들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프로그램 보니까 저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웃음) 어떻게 이런 분들을 찾았는지 궁금하다.(웃음)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안에서 쌓인 스트레스라는 것이 사무처장이 되면서 외부 회의가 많아졌고, 지역에 있는 다른 회의뿐만 아니라 해피빈 모임이나 외부 모임을 많이 나가면서 단체 안에서 받았던 얘기를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나름대로 풀었다.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우리 식구들의 부담도 줄였던 것 같고,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혜진 : 여기 오면서 고민했던 것은, 여기 오신 분들이 근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같을 것이라고 본다. 단체나 시설이나. 우리는 이용시설이라서 재정은 크게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시설이라는 단어 때문에 일반 단체들과 갭이 생긴다. 시설 종사자들 모임에 갔을 때 되게 황당하다. 저는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돼버린다. 아무튼 오늘은 재밌었다. 말 하고 나면 풀어진다. 나처럼 갑자기 일 하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1년 되면 고민하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이런 분류별로 모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저희 지역에서도 저랑 같은 동기들이 많았는데 현재 4명만 남았다. 그들과 수다 떠는 시간이 참 많이 생기면 좋겠다.


최경송 : 그런 모임이 있다고 자랑하시는 거죠? 자랑으로 일관하시는까 좋습니다.(웃음)


오승현 : 여기 온다고 할 때, 처음에 막막했다. 무슨 얘기를 하란 것인가. 그런데 와서 얘기해보니까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 정리가 되는 게 있어서 좋았다. 풀뿌리 조직 내에서 회원들과 고민해야 하긴 하지만 거기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 있는데 이것을 갖고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역에서만 말고 상근활동가로서 느끼는 고민과 비전을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모임을 가지고 갈 수 있을까? 그런 모임들이 있으면서 자기 조직을 떠나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직업 운동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전망을 하는 테두리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금 했다. 이런 자리는 재밌다.


김경민 : 최경송 운영위원님의 탁월한 진행에 이렇게 쉴 새 없이 세 시간 동안 나름 정리해가면서 발언을 이끌어 내주셔서 감사한다.(웃음) 정리는 어차피 김현씨가 하시겠지만.(웃음) 감사를 드린다. 어차피 대화의 자리였던 것 같다. 서로 갖고 있는 고민들이 어떤 주제들이 있을까, 스크린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치면, 이후에는 좀 더 세밀하게 그룹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를 테면, 사무국장이 되면서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든가(웃음) 정말 재정 때문에 미치겠다는 사람들의 모임이랄지. 소규모라도 그런 식으로 그룹핑 해서 대화를 전진시키면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단체들이 안식년 시스템 있는데, 그런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돈이 없으면 시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단체는 돈이 없으면 시간이라도 줘야 하는데. 내가 사무국장이다 보니까 스스로 쉬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것을 확산시키는 방안이랄까, 이런 것에 대한 토론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호 : 내가 만들어야 내 후배가 할 수 있다. 내가 못하면 후배도 못한다.


김경민 : 안식월 만드는 노하우 등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소 그룹핑 해서 충분한 대화를 하자.


최경송 : 이상 좋은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나눠주셔서 감사한다. 오늘 집담회는 이것으로 마친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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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풀뿌리시민운동

오관영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


1. 풀뿌리시민운동에 대한 정의

1) 풀뿌리시민운동은 바닥(Base Community)운동

시민운동의 위기를 돌파하는 것으로 ‘풀뿌리시민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2007년 대선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하면서도 아래로부터의 풀뿌리유권자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시민운동의 흐름이 새로운 시민운동의 시대를 열지 아니면 하나의 유행으로 끝날지는 알 수 가 없다. 올 봄에 <2007년 풀뿌리활동가 대회>를 할 때 서울 녹색 삶의 정외영은 “풀뿌리시민운동은 자신은 발가벗겨 주민들에게 온전히 들어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버리고 바닥(Base Community)으로 내려가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풀뿌리시민운동이다. 이런 측면에서 운동은 원래 풀뿌리시민운동이다.

실제로 풀뿌리시민운동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풀뿌리시민운동은 000이다.”라고 물으면 느림, 생활, 주민, 과정, 여성(주부), 소통 등 다양한 답이 나온다. 풀뿌리시민운동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생각을 뽑아볼 수는 있다.

우선 풀뿌리시민운동은 공간적으로 ‘지역’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하승수는 풀뿌리시민운동을 “권력을 갖지 못한 일반 대중이 스스로의 삶의 공간에서 집단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삶의 공간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와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가려는 의식적인 활동”이라 정의한다. 여기서 풀뿌리시민운동은 ‘지역’보다 ‘삶의 공간’으로 정의되어 “폭넓은 의미의 지역운동과는 구분”되고 있다. 즉 운동공간을 지역으로 설정한다 하더라도 전문가나 활동가 중심의 운동노선을 따르면서 사람들을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소외시킨다면 풀뿌리시민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하승수는 풀뿌리시민운동의 과제를 대안 창출, 상호소통과 협력, 아래로부터(풀뿌리로부터)의 전사회적 의제설정,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본다.

<초록정치연대>의 주요섭은 운동의 ‘현장성’을 강조한다. “운동의 현장은 주민들이 사는 삶의 현장일 수도 있고 시위의 현장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구 YMCA>의 김경민은 오히려 “농촌으로 대표되는 정주형 공동체가 파괴되고 아파트가 대부분의 주거형태인 한국의 도시에서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풀뿌리시민운동이 가능한가?”라고 묻는다. “아파트 중심의 도시가 20년이나 15년마다 재건축 혹은 재개발되는 것을 막지 못하면 근본적으로 풀뿌리시민운동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풀뿌리자치연구소>의 하승우는 “단순히 지역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으로만 풀뿌리시민운동을 정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겠다. 모든 지역운동이 풀뿌리시민운동일 수는 없다. 그리고 풀뿌리시민운동은 단순히 지방에서 진행되는 운동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지방만이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풀뿌리시민운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풀뿌리시민운동이 각각의 지방에 고립된 운동을 뜻하지도 않는다. 특히 수도권으로의 초집중화와 세계화의 현실에서 지방은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때문에 <시민행동>의 하승창은 “많은 시민운동가들과 전문가들이 풀뿌리 지역자치 조직 활성화로의 방향 전환을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극복 대안으로 제시하고 ‘중앙 집중형 연대운동보다 지역․분야별로 분화된 풀뿌리시민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나 ‘전체 사회 운동적 관점에서 보자면 시민 자치적 기능은 지역 수준에서 담당하고 중앙조직은 대변적 기능을 중심으로 지역 조직을 지원하는 센터 구실을 맡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은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고 용인하자는 것이 되어서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담아내기는 어렵다.”고 한다. 권력과 시장에 대한 감시운동과 풀뿌리시민운동 등 다양한 시민운동의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 풀뿌리시민운동은 주민주체의 운동 

두 번째의 공통점은 풀뿌리시민운동의 주체가 ‘주민’ 이라는 것이다. ‘주민’운동의 관점에서 풀뿌리시민운동을 바라보는 <풀뿌리자치연구소>의 이호는 주민을 “권력을 지닌 자나 전문가들로부터 대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이끌어 가야 할 주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호는 “주민자치운동은 특정한 이슈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를 통해 평가될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기준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했는가, 그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를 과정으로서 개념지웠듯이, 주민자치운동 역시 그 과정을 중요시하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하승수는 풀뿌리시민운동의 주체를 “자신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 규정하고 중요한 것은 “단지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과정을 통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치능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사회변화를 만들어나가는 힘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고 “주체를 형성해 나간다는 것은 풀뿌리시민운동의 실천과정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풀뿌리시민운동의 목적”이라고 한다.

하승우는 이러한 이호와 하승수의 관점을 “풀뿌리시민운동의 주체를 주민이라 호명하지만 그 주민의 범주를 분명하고 엄격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풀뿌리시민운동을 주체의 문제로 정의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는 주체를 ‘존재’의 관점이 아니라 ‘생성(becoming)’의 관점에서 고민하게 한다.”고 한다.

필자 역시 풀뿌리 운동은 공간적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운동을 조직화하고 드러내는 방식이 90년대 대변형 시민운동과 다르다. 속도를 중심으로 한 운동에 대한 반성, 공간을 재조직화하기 위한 운동, 주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창구를 만드는 운동, 다른 언어만이 아니라 말을 하는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 운동, 여성(생활자)을 중심으로 한 운동, 제도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여럿이 함께 나누는 운동이 풀뿌리시민운동의 특성이다.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를 보면 풀뿌리시민운동은 기존의 권력과 시장을 감시하는 대변형 운동과는 다르게 주민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가치와 방식으로 우리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운동이다. 주민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참여의 기회를 더욱 확장하고 세력화(Empowerment)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조례를 만들 때 의원이나 담당 공무원과의 대화를 통해 발의하도록 하지 않고 어렵게 주민발의를 하는 이유는 주민교육과 캠페인, 감사 청구와 시위 등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이슈화하고 정치쟁점화 시키고 주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 과정이 참여와 자치의 풀뿌리 민주주의 원리를 생활에서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 풀뿌리시민운동의 과거

1) 95년 지방자치이전의 주민운동

한국사회는 성장과 개발을 위주로 추진된 국가주도 산업화로 농촌 공동체의 해제와 도시로의 급격한 인구 집중을 가져왔다. 노동자와 서비스업에 종사할 수 있는 젊은 층과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는 무자본, 저학력, 무기술의 대중들이 도시 변두리 산비탈 등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달동네 ‘꼬방’이 생겨나게 되었다. 급격한 도시화는 인권(주로 생존권), 주거, 교육, 환경, 문화, 자치 전반에 이르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서울 청계천일대 판자촌의 철거로 시작된 도시빈민의 “강제철거”와 집단이주는 71년 “광주 대단지 사건”과 같은 한국 산업화의 사회문제로 나타난다.

이 시기 1970년대 청계천 등 도시빈민밀집지역에서도 주민운동이 존재했으나 ‘철거’라는 국가폭력에 맞선 생존권 투쟁이었고 주된 활동가들이 유신헌법의 등장과 함께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화 운동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풀뿌리시민운동이라기 보다는 한국사회 변혁운동의 한 부문인 ‘도시빈민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도시빈민운동이 풀뿌리시민운동으로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은 87년 6월 민주화운동이 후 민중운동과 분화된 시민운동이 시작되면서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도시빈민밀집지역 현장에서 주민들의 자치조직을 건설하는 움직임이 소위 ‘동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가시화되었다. 관악구 신림7동의 <난곡주민회>, <상계 3・4동 주민모임>, <봉천5・9동 지역발전추진회> <봉천3・6동 주민회 준비모임>, <금호・행당・하왕지역 ‘이모임’>, <삼양・정릉지역 지역발전추진위원회>, <도봉2동 모임>, 하월곡 4동의 <우리마을 발전추진위원회>, <신림10동 지역사랑모임>이 그것이다. 이들은 <서울빈민지역운동연대회의>를 결성하여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필요한 정책을 논의하며, 선거 등의 시기에는 공동의 활동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이들 모임은 1991년 및 그 이후의 지방자치선거 참여, 마을신문 발간, 어머니학교 등을 통한 부녀조직 건설 노력, 지역의 이슈 해결을 위한 투쟁, 주민들의 공동체 잔치인 ‘주민노래자랑대회’ 등을 공통적으로 수행하였다. 특히, 상계지역의 어머니학교는 그 수료생들을 중심으로 어머니학교 동문회를 결성하여, 지역의 부녀조직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현 <마들 주민회>의 모태가 되었다.

이 모임들은 도시빈민밀집지역의 특성상 재개발사업에 대응하여 공통적으로 철거민조직을 결성하여 주거권투쟁을 전개하였다. 이후 빈민들의 경제적 문제를 주민들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해결하기 위한 생산공동체 결성을 주도한다. 1991년 서울 하월곡4동에서 ‘꼬방동네 사람들’로 알려진 허병섭목사에 의해 <일꾼 두레>가 설립되었다. 일꾼 두레는 일용건설노동자들이 만든 건설업자들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이후  봉천동의 <나눔건설>(1993년 설립), 미아1동의 <솔샘일터>(1993년 설립), 금호동의 <옷과 사람들>(1995년 설립) 등의 생산 공동체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시도들이 경제적 주민공동체를 이루겠다는 목표에는 실패했지만, 정책적으로는 자활후견기관 설립을 보건복지부 정책으로 견인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2) 95년 지방자치 이후의 풀뿌리시민운동

현재 이야기하고 있는 풀뿌리시민운동은 서울에서도 소위 ‘산동네’라 불리는 도시빈민밀집지역인 관악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관악구에서 동모임을 진행해오던 주민들은 철거투쟁이 끝나면 빈민지역이 해체되고 지역운동 기반이 사라진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철거를 포함한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는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가난한 주민들의 정치력을 드높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결국 95년 <관악주민연대>가 결성되고 관악구 주민 10,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구의회에 ‘재개발지역 세입자 보호에 관한 청원’을 구의회에 접수시켰다. 관악구 의회는 회기를 3일간 연장해 가면서 이 사안을 심의하여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관악주민연대’는 관악구에서 매우 유력한 주민정치세력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후 <관악주민연대>는 구청장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구립공부방 4곳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등의 성과를 낳았다. 특히 <관악주민연대>는 가난한 주민들의 복지문제를 보다 전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관악사회복지>를 별도 조직으로 설립한다. <관악사회복지>는 주민조직화를 통해 주민들을 복지전달의 주체로 삼는 지역복지활동의 모범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관악주민연대>와 <관악사회복지>는 주민조직화를 통한 풀뿌리시민운동을 표방한 최초의 기초 자치단체 차원의 시민단체라는 점에서 향후 많은 풀뿌리 주민운동단체의 설립과 운영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관악주민연대>나 <성동주민연대>와 같은 도시빈민운동에서 태동한 풀뿌리시민운동과 다르게 지역주민들의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인 모임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관철시킨 <과천시민모임>의 모임(1994년), 소외받는 아이들을 위한 지역 교육공동체<열린숙제방>을 만든 강북구와 도봉구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1995년) 등이다. 특히 마포구 성미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주민자치운동은 풀뿌리시민운동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인 <우리어린이집>개설(1994년)부터 <마포두레생협>(2001년), 성미산지키기 투쟁(2003년) 이후 결성된 행정과 의정감시를 위한 <참여와 자치를 위한 마포연대>, 반찬가게협동조합 <동네부엌>, 자동차정비협동조합 <차병원>,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 등은 주민주체의 풀뿌리시민운동이 지역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확대되는지를 보여준다.

풀뿌리시민운동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성장한다고 한다. 보육문제에서부터 교육, 복지 등 생활상의 문제를 주민이 주체가 되어 해결하는 풀뿌리시민운동은 1970년대 일본에서 전개된 ‘마을만들기’ 운동이 소개되면서 더욱 확대된다. 은평구 갈현동 주민들이 ‘갈곡리 놀이터 만들기’(2000년), 오이도 주민들의 국가유적 지정운동(2002년), 부산의 금샘마을에서 진행된 아파트 공동체 운동, ‘골목공동체’라 불리는 대구의 YMCA의 <담장허물기> 등 문화와 공원 만들기 등 도시계획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풀뿌리시민운동은 행정정보공개법(1998년), 조례 제․개폐 청구권(주민발의)(2000년), 주민감사청구권(2000년), 주민투표권(2004년), 주민소송(2006년), 주민소환(2007년) 등 주민직접 참여제도가 제도화 되면서 더욱 활성화된다. 과천시의 <보육조례개정운동>(2002년), 안산시의 <판공비공개조례제정운동>(2002년) 등 도시계획조례, 보육조례, 학교급식, 투표조례, 판공비조례, 참여예산제 등의 자치입법들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는 운동이 전개되었다. 경기도 고양시 러브호텔 반대운동과 백석동 주민들이 전개한 주민투표(2000년)과 부안의 핵폐기물 처리장 주민투표(2003), 성남에서 진행된 시장 소환운동(2001), 송파구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감사청구(2001년), 광주 북구의 주민참여예산(2003년) 등 지역 권력에 대한 감시운동이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권력 감시 운동에는 자생적인 지역의 풀뿌리주민단체 외에도 지방자치실시 이후 설립된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여성민우회> 등의 지부 조직이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다.

3. 풀뿌리시민운동의 현재

1) 풀뿌리시민운동의 사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주민주체의 풀뿌리시민운동은 멀리 70, 80년대의 도시빈민운동에서 싹이 발아하고 90년대를 전후하여 그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여 1995년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풀뿌리시민운동은 2000년대 <총선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이후 시장과 권력을 감시하는 ‘대변형 시민운동’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풀뿌리시민운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하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풀뿌리시민운동의 모범사레를 발굴하여 격려하고 시민운동에 확대하기위해 만들어진 <풀뿌리시민운동 사례공모> 수상사업을 중심으로 풀뿌리시민운동의 현황을 살펴본다.   

풀뿌리 시민운동사레공모 사업의 심사기준은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창의성 및 실험성, △활용성 및 운동가치, △지역사회영향력, 기여도, △주민참여도, △활동사례 발전가능성 등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풀뿌리시민운동 사례는 아래<표>와 같다.

<표>풀뿌리 시민운동사례 공모사업 수상사업

<표>풀뿌리 시민운동사례 공모사업 수상사업

제1회(2003년)

풀뿌리상

주민참여형 삶터가꾸기 ‘가고싶은 놀이터 만들기’

서울 열린사회시민연합 북부시민회

풀잎상

주민과 함께한 문회유적 보전운동

경기 시흥 YMCA

풀꽃상

시민과 함께한 맹산반딧불이 자연학교의 녹지조성 및 관리

경기 분당환경시민의 모임

풀대상

협동과 자치에 기초한 생명의 도시만들기

원주 생활협동조합협의회

풀씨상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지역정치운동 등 여성운동

서울 동북여성민우회

특별상

지역노조와 함께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

노동건강연대

지역시민단체들의 행정∙의정 감시활동

전남 순천 YMCA 등

제2회(2004년)

풀뿌리상

주민소환제조례제정

광주시민단체협의회

풀잎상

상생의 실험대, 청주 원흥이마을 두꺼비서식지 보전운동

충북환경운동연합

풀꽃상

목포시건축물의허가등에있어장애인편의시설설치사항사전점검에관한조례 제정운동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목포경실련

제주도 친환경우리농산물급식 추진운동

친환경우리농산물학교급식제주연대

풀씨상

원주한지문화제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

나눔과 참여가 아름다운 지역사회 가꾸기

대전여민회

제3회(2005년)

풀뿌리상

무등산공유화운동

광주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풀잎상

마을어린이도서관 만들기를 통한 지역공동체형성운동

대전 알짬어린이 도서관

풀꽃상

고양시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 저지 활동

고양 여성민우회

‘즐거운 멤버’ 사업을 중심으로 한 도봉시민회 지역운동의 깊이와 향기

서울 도봉시민회

풀씨상

주민과 함께 해온 신모라지역 마을만들기 운동

부산 신모라창조어마니회

동네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살리기

대전경실련

제4회(2006년)

풀뿌리상

품앗이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을 만들기

서울 동대문구 품앗이 공동체

풀잎상

주민발의 조례제정을 통한 공공병원 설립운동

경기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

풀꽃상

지역자치실현을 위한 의정참여활동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목포지부

살 맛 나는 임대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사업

서울 관악주민연대

풀씨상

자연 속에서 사회소외계층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서울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 사람들

부산시 북구 덕천교차로 하나은행 앞 횡단보도 복원운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북부지역회원모임

제5회(2007년)

풀뿌리상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의 도서관을 만들어 주세요

부산 희망세상

풀잎상

마을마다 어린이도서관만들기를 통한 생활공동체기반구축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풀꽃상

성서공동체 FM <담장 허무는 엄마들>

(사) 성서공동체 FM

용인지역 이주민공동체와 함께 열어가는 다문화 지역공동체

한국CLC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풀씨상

지역주민이 만들어가는 건강마을 만들기

인천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

2006년 지리산권 공동학습 프로그램

지리산생명연대

2) 풀뿌리시민운동의 현황

위 사례를 살펴보면 풀뿌리시민운동의 유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풀뿌리시민운동의 가장 기초적인 유형은 <지역현안(이슈)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 풀뿌리시민운동의 역사에서도 보듯이 철거 등 개발과 같은 이슈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과 조직화가 운동의 시작이다. <마을 만들기>는 주민들의 욕구에 기초하여 삶의 공간을 보존하고 만들고 재구성한다. 이슈에 대한 대응과 마을 만들기로 조직화된 주민들은 이슈가 해결되어도 일상적인 <지역 권력에 대한 감시와 참여>을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관철시킨다. 정책결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는 <지방정치에 대한 참여>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공부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욕구에 대해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간다.

① 지역이슈에 대한 대응

지역의 이슈를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해결하고 세력화하는 한 사례로는 <무등산공유화운동>, <고양시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 저지 활동>, <부산시 북구 덕천교차로 하나은행 앞 횡단보도 복원운동>, <주민발의 조례제정을 통한 공공병원 설립운동> 등이다.

<무등산 공유화운동>은 지역의 난개발에 대한 시민 자생적 운동으로 무등산권의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을 시민 공유화하여 환경을 보전하게 된 경우이다. <고양시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 저지 활동>사례는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제기로 53억의 예산을 절감하여 복지예산으로 배분함으로써 지자체의 전시성 예산낭비에 경종을 울리고 복지예산 확대 계기를 마련한 사례이다.

사안의 경중이 다르지만 <부산시 북구 덕천교차로 하나은행 앞 횡단보도 복원운동>과 <주민발의 조례제정을 통한 공공병원 설립운동>은 주민들의 요구에 기초해 주민들의 힘으로 작은 횡단보도를 복원하고 시립병원을 만든 사례이다.

<2006년 지리산권 공동학습 프로그램> 또한 국립공원인 지리산 주변의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등 5개 시군의 도로, 댐, 골프장 등의 개발계획에 맞서 지역 주민스스로 대안적 비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활동이다.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주민운동은 이슈가 해결되면 해소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무둥산보호단체협의회, 고양시 예산감시 네트워크, 지리산권 시민단체 협의회, 지역회원모임 등으로 조직화되어 활동을 지속되는 것도 주민주체의 풀뿌리시민운동의 성과라 할 수 있다.

② 마을 만들기

주민들의 요구에 기초한 마을 만들기 운동은 풀뿌리시민운동에서 가장 많은 유형이다. 내가 생활하는 마을에서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는 마을 만들기는 주민들의 욕구에 기초하여 공원, 문화유적, 아파트, 도서관 등 공간을 보존하고 만들고 재구성한다.

방치된 지역시설을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만든 <주민 참여형 삶터 가꾸기 ‘가고 싶은 놀이터 만들기>, 지역의 녹지를 지키기 위한 <반딧불이 자연학교 운동>, 패총이라는 문화유산을 거대한 기업, 대학과 맞서 지켜낸 <문화유적 보존운동>, 임대아파트를 분열과 고립, 차별과 소외의 공간이 아니라 저소득층을 위한 살만한 주거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살맛나는 임대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운동>, 공단지역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안전보건활동>, 문화적 혜택이 적은 지역에서 어린이들을 위한<마을어린이도서관 만들기를 통한 지역공동체형성운동>과 <우리아이들에게 희망의 도서관을 만들어 주세요>, <마을마다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를 통한 생활공동체 기반구축>,  일반적인 생태교육과 다르게 중산층이 아닌 장애인 · 저소득 청소년 · 노인 등 소외계층으로 대상으로 한 <자연 속에서 사회소외계층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소 출력 방송을 통해 장애인 부보들의 아픔을 나누고 더블어사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성서공동체 FM '담장을 허무는 엄마들’>, 이민국가인 한국사회에서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주민공동체와 함께 열어가는 다문화 지역공동체>, 초안산 딱따구리 학교, 교육품앗이주부독서모임, 정보교육 품앗이 등을 통해 창조적 민주시민교육, 활동가 키우기, 지역네트워크와 인큐베이션 강화를 시도한 <즐거운 멤버>, 녹색 마을가꾸기 및 지역사회 현안 참여활동을 해 온 <주민과 함께 해온 신모라지역 마을 만들기 운동>, 건강을 주제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지역주민들이 만들어가는 건강마을 만들기> 등이 마을 만들기 사례이다.

마을 만들기 사례의 공통점은 주민의 욕구에 기초한 사업이라는 점, 사업의 대상이 어린이,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노동자, 이주자 등 우리사회에 소외된 사회적 약자라는 점, 운동의 주체가 주부 등 지역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주민의 욕구에 기초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생활인이 주체가가 되는 운동이 풀뿌리시민운동인 것이다.

③ 권력에 대한 감시와 참여

지역 이슈에 대한 대응이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주요 성과의 하나는 주민조직화이다. 조직화된 주민들은 지역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의 권력과 기득권세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하는 한편 감시를 넘어 정책결정에 참여한다. 주민들의 참여는 참여예산제도나 지방의제와 같이 거버넌스(협치)로 제도화되기도 한다. 

<주민소환제조례제정운동>, <장애인 편의시설사전점검조례 제정>, <도시계획조례개정운동> 등의 조례제정운동, <행정과 의정 감시운동>, <지역자치실현을 위한 의정참여활동> 등은 주민참여를 통해 지역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워나가는 풀뿌리시민운동의 사례들이다. <한지문화제>도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다양한 자원을 동원하여 지역 문화제로서 제도화한 소중한 풀뿌리시민운동의 사례이다.

④ 정치참여

지역정치는 생활정치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참여의 요구는 정치세력화나 정치참여의 요구로 나타나기도 한다. 생활정치 영역인 지역에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온 지역의 풀뿌리시민운동 단체는 지역을 바꾸기 위해 무소속 후보로 지방선거(주로 기초의회)에 출마했다. 2002년 지방선거의 <녹색평화당> 창당, 환경연합의 <녹색 자치 위원회>의 녹색후보, 그리고 2006년 지방선거의 <초록정치연대>의 출마 등이 풀뿌리 정치참여의 사례들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초록정치연대, 구로시민센터, 군포풀뿌리정치연대, 도봉시민정치네트워크 무지개 등 시민단체가 <풀뿌리‧초록정치네트워크 531공동행동>을 결성하여 21명의 후보가 출마를 했으나 2006년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1명밖에 당선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동북여성민우회>는 음식물쓰레기의 재활용을 비롯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내는 등 풀뿌리 지역정치운동에 있어서 좋은 사례들을 다수 만들어 내었다.

⑤ 대안운동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다원화되면서 지역사회에서 분출하는 주거, 환경, 보육, 교육, 먹거리, 일자리 등의 각종 수요는 그 양과 종류 면에서 전에 없이 다양화되는 반면 공공부문의 공급역량은 부족하거나 부적절하다.  공공부문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은 결국 해당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나서서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메워야 한다. 주민들 스스로가 탁아방을 열어 맞벌이 부부의 직업 활동을 도와주고, 지역에서 대안적 먹거리와 경제 등을 만들어가는 등의 사례는 모두 공공부문이나 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지역사회의 수요를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충족해 가는 풀뿌리시민운동의 예들이다.

먹거리를 해결하는 생협에서 생활개혁과 대안사회의 모델로 발전시켜나가는 <협동과 자치에 기초한 생명의 도시만들기>,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도 어떻게 하면 함께 건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실천하는 <품앗이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을 만들기>, 지역의 경제(농업)과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같이 해결하고자하는 <친환경우리농산물 추진운동>, 대형할인 마트 등이 소규모 상업을 몰락시키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동네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살리기> 등은 주민들 스스로가 대안을 만들어가는 풀뿌리시민운동의 사례들이다.

4. 풀뿌리시민운동의 미래

지금까지 풀뿌리시민운동의 정의에서 시작해서 풀뿌리시민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풀뿌리시민운동의 미래는 어떠할까? 과연 풀뿌리시민운동이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 지난 87년 이후 우리나라 시민운동은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적과 싸우다보면 닮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그 동안의 시민운동은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초 집중 된 한국의 중앙권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중앙화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중앙에서 결정되고 의제의 설정이나 의사결정 역시 중앙에서 진행되었다. 운동의 방식도 시민을 주체로 만들기보다는 시민의 이름을 내걸고 대신 치르는 대리전의 형태이며, 시민들의 진정한 참여가 없는 상태에서 과거 의회가 대의 했듯이 이제는 시민단체가 대의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때문에 “시민있는 시민운동”을 주장하면서 풀뿌리시민운동이 시민운동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위의 풀뿌리시민운동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의 풀뿌리시민운동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가 주된 활동이다. 풀뿌리시민운동의 지향은 아직까지 한국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격이 약하다. 생협 등 대안적 풀뿌리시민운동은 그 질이나 규모로 볼 때 아직 미비한 수준이고 정치참여 사례와 같이 지역 기득권세력의 권력은 막강하다. 그들은 풀뿌리시민운동이 자신의 권력을 넘보지 않는 선에서 용인할 뿐이지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순간 풀뿌리시민운동에 대해 적대적이다.

그렇다고 풀뿌리시민운동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풀뿌리시민운동의 공통점은 첫째, 주민의 욕구에 기초한 운동이라는 점, 둘째, 운동의 대상이 어린이,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노동자, 이주자 등 우리사회에 소외된 사회적 약자라는 점, 셋째, 운동의 주체가 주부 등 지역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주민의 욕구에 기초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생활인이 주체가가 되는 풀뿌리시민운동은 본래의 시민운동이다. 때문에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풀뿌리시민운동의 도전과 실험은 시민운동의 미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민운동은 궁극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사회운동이다. 때문에 풀뿌리시민운동이 사회운동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생활의 변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사회운동으로서의 지향을 가져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양극화 등의 사회문제을 풀뿌리시민운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풀뿌리시민운동의 단초라 할 수 있는 70-80년대의 도시빈민운동은 알렌스키의 조직론과 프레이리의 교육론이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도시빈민운동이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위상을 가진 이유의 하나이다. 지금의 풀뿌리시민운동의 활동가들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운동가들에 비해 사회변혁에 대한 지향이 약하다. 주민을 만나는 기술이나 방법론, 프로그램에 경도되어 주민들에게 깊이 천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풀뿌리시민운동이 70-80년대의 운동을 반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풀뿌리시민운동이 한국 시민운동의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변화에 대한 전망을 놓치지 않아야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사회변화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권력과 시장에 대한 감시활동을 주로 하는 소위 대변형 시민단체나 지구적 문제를 다루는 국제NGO와 소통과 연대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안일 것이다.

<참고한 글>

오관영. 2006. “풀뿌리운동 현장보고: 희망투어 17일간의 현장 기록”.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공동주최 풀뿌리정책포럼 발표문.

이 호. 2002. “주민자치·주민자치운동의 현황과 과제”. 시민자치정책센터 편. 『풀뿌리는 느리게 질주한다』. 서울: 갈무리.

이호․김현. 2004. "주민자치운동 1987-2002", 『'시민운동15년사』. 시민의신문사.

정외영. 2006. “지역 풀뿌리 운동에서 보는 희망”. 제2회 대화문화아카데미 시민운동 기획포럼 발표문.

주요섭. 2006. "이제 ‘녹색대안정당’이다-녹색정치의 깃발로 생명평화의 무지개를!!!". 초록정치창당준비위 발표자료.

하승수. 2006. “왜 풀뿌리운동이 희망인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창립토론회 주제발표문.

하승우. 2006. "한국의 풀뿌리운동과 풀뿌리민주주의에 관한 이론적 접근: 풀뿌리운동에 대한 낙관이나 불신을 넘어서기 위한 이론화의 준비작업"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공동주최 풀뿌리정책포럼 발표문.

하승창. 2006. “90년대 중앙집중형 시민운동의 한계와 변화에 관한 연구-경실련, 참여연대의 활동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석사학위논문.

시민사회연대회의. 풀뿌리시민운동사례 공모 http://www.civilnet.net/grassr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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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인맥을 조직하라"
'이음' 활동가 집담회 [2] _ 중견활동가 역할은 무엇일까

전상희
http://www.ingopress.com/ArticleRead.aspx?idx=1266

“공자는 40살이 불혹(不惑)의 나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무혹(無惑)의 나이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유혹이 없어서 걱정이다.”

지난 1993년부터 지역운동을 해온 신윤관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은 일이나 조직, 사람에게서 유혹을 느끼지 못한다며 중견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시민운동을 한 지 어느덧 15년, 강산이 한 번 변할 때 쯤 중책을 맡게 됐고 강산은 한 번 더 변하고 있다. 이들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해왔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까.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은 지난 8일 ‘조직의 중책을 두루 거친 중견 활동가들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란 주제로 두 번째 활동가 집담회를 열었다.

박인규 희망을만드는사람들 정책위원장, 김기연 미래를여는아이들 사무국장,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신윤관 사무처장 등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 활동가들이 참가해 중견 활동가들만의 무게 있는 고민을 나눴다.

이 날 사회를 맡은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은 “현장에서 정신없이 뛰다보니 어느새 40대가 되었는데 거처를 옮기려고 하면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었다. 후배들을 위해 내가 움직여줘야 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중견 활동가들의 고민이라 생각하고 마련한 자리이니 경험을 바탕으로 편하게 이야기하자”며 집담회를 시작했다.


김상택 기자 /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은 지난 8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터놓고 얘기합시다'라는 주제로 두번째 활동가 집담회를 갖고 '중견 활동가들의 고민 엿듣기'를 진행했다.

‘낀 세대’ 중견활동가

“1993 년부터 시민운동을 시작했는데 10년쯤 되니까 일이 재미없어졌다. 무작정 1년을 쉬면서 다른 일을 좀 알아볼까 했더니 운동판이란 틀 밖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시 복귀하고서는 역시 일상에 쫓기고 있다. 주변에서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냐고 말하는데 나도 동의한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는데 선택을 할 때 경제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결정하기가 더 힘들다. 또 후배들에게도 대안적 삶의 모습을 보여줘서 꿈과 희망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송재봉 사무처장이 말문을 열었다.

박인규 정책위원장은 2000년까지는 노동운동을 하다가 총선 이후 시민운동으로 방향을 바꾼 경우다. “4년 정도 하고 나니 현재 내 입장에서 바라보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을 정리할 필요를 느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83년에 대학에서 ‘짤렸기’ 때문에 다시 복학해서 작년에 마치고 올해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 내 경우엔 거처를 옮기는 것에 대한 고민보다는 내 역할을 다한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좀 더 내공을 쌓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가란 문제가 더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천안에서 지역아동복지운동을 하고 있는 김기연 사무국장은 “지역마다 다른 것 같다. 천안에는 정말 사람이 없어서 내 일을 물려주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며 말을 꺼냈다. “일 하면서 두 번 출산했는데 두 번째는 쌍둥이였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일을 병행한다는 게 솔직히 어렵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동복지인데 정작 우리 아이들의 복지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그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고 개인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나 스스로 돌봄 없다”

10년 이상 시민운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겪는 경제적인 문제는 없을까. “떼돈 벌려고 하는 일도 아니고 입에 풀칠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처음에 뛰어들었다”는 박인규 정책위원장은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현실적인 문제들을 만나게 돼서 아내와 함께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신윤관 사무처장은 ‘일정정도의 빈곤은 또 다른 나의 에너지’라고 말했다. “활동가들 중 절대적 빈곤에 놓인 사람은 없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이 떨어져서 느끼는 상대적 빈곤일 뿐이다. 내 경우에도 당장 힘든 일이 닥칠 때 도와줄 수 있는 관계망이 있다. 그래서 이런 경제적 문제 보다는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만족 대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신윤관 사무처장은 일상과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나를 충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조언했다. “활동가들은 많은 사업을 벌이면서 정작 자신을 위한 사업을 개발하지 않는다. 일 말고 나의 열정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다보면 충전이 된다”고 덧붙였다.

중견 활동가로서 짊어져야 하는 후배들과 조직, 지역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도 그들의 어깨를 누른다. 김기연 사무국장은 “봉사활동 오는 대학생들의 경우 예전에는 졸업 후에 찾아오는 사람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들에게 우리의 활동이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하고 올 만큼 매력적이지 않게 보이기 때문”이라며 “좋은 역량을 갖춘 사람들을 활동가로 키우기 위해선 그들의 선택에서 방해가 되는 불안요소들을 조직차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윤관 사무처장은 “내가 끝까지 잘 사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에게 본이 될 거라 믿고 삶에서, 가정에서, 조직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시민운동이 그렇게 매력 없는 직업이 아니다. 폭발적인 인기가 없을 뿐이지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사람이 찾아오곤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경우 워낙 업무가 많기 때문에 지역 활동가들은 단체 걱정하느라 지역 걱정할 시간이 없다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를 위해 선배들이 나서야 한다는 데에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후 배들에게 직접적으로 돈이나 일자리를 갖다 주는 것보다는 그들의 불안요소를 없애주는 게 중요하다. 네가 이 일에 헌신하면 그 외의 문제들은 우리가 지역적으로 어떻게 해서든 돕겠다는 믿음을 줘야한다”고 박인규 정책위원장은 말했다. 또한 지역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많아져서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고 방향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택 기자 /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이 개최한 '터놓고 얘기합시다'의 두번째 활동가 집담회 '중견 활동가들의 고민 엿듣기'에서 김기연 미래를여는아이들 사무국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후배 운동가들에 대한 조언

송 재봉 사무처장도 같은 지적을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지적해내고 거기서 적절한 역할을 할 때 조직과 사람이 모두 성장할 수 있다”며 “각 단체의 중견 활동가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계를 넘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논의가 이어지면서 신윤관 사무처장은 “단체, 지역, 한국을 넘어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란 논의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생기고 있는 ‘두뇌집단’에 대한 강한 비판도 뒤따랐다. “그나마 있던 지역의 인적자원을 데리고 가면 지역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아예 두뇌집단을 지역에 먼저 세우고 거기서 긍정적인 선례를 만들어 수도권으로 나갔어야 한다.”

후배의 입장으로 집담회에 참석한 진경아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선배들이 자기 모순에 빠져있다”며 “스스로 일을 많이 만들고 책임감을 부여하면서 스스로 힘들어 한다”고 지적했다. 박인규 정책위원장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사명감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 경계해야 한다. 나이를 먹으니까 좋은 점은 여유가 생긴다는 것인데,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비전과 5년, 10년 나가서 100년의 미래까지 내다보고 계획하는 일을 우리 중견 활동가들이 해야 하는데 업무에 치여 그러기가 힘들다. 나뿐 아니라 지역의 활동가들은 초읽기 식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다들 지쳐있다”는 김기연 사무국장의 고민을 듣고 신윤관 사무처장이 바로 말을 받았다. “다들 쉬고 싶다고 말을 하면서 휴식과 놀이를 기획하지 않는다. 다른 일은 그렇게 잘하면서. 몇몇 사람들과 놀고 여행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활동가들의 경우 쉬고 싶어하는 소망을 기획할 여유가 없다. 이런 것을 기획해주는 것도 중견 활동가의 몫이다.”

집담회가 마무리 되어 가면서 역시 오랜 세월동안 이들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긍정적인 생각들이 모여졌다. 박인규 정책위원장은 “우리가 죽을 때쯤이면 평균 수명이 90세 정도일 텐데 우리는 아직 40대다.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욱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세 번 ‘3E’를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3E란 Exercise(운동), English(영어공부), Equality(나와 단체와 지역의 형평성을 위한 고민)이다”며 스스로 하고 있는 실천을 나눴다.

운동의 경험은 축적된다

송 재봉 사무처장도 “얘기를 듣고 보니 너무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듯하다. 난 아직 일이 재밌고 현장에 있고 싶다. 단지 우리가 해온 일,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시간과 업무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이 지역 사회 내에서 단순히 비판적 견제 세력으로만 머무르는 것을 뛰어넘어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나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내가 커야 후배도 큰다”고 말했다.

“우리 가 작심하면 못할 일이 없다”며 신윤관 사무처장도 “우리운동의 희망은 향후 중견 활동가들이 어떤 몫을 해내느냐에 달렸다. 오늘 답을 찾진 못했지만 다른 분들의 얘기를 힘입어 지역에서 더 역동적으로 활동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호 소장은 “중견 활동가들의 경험과 인맥 등은 어떤 정보보다 소중하다. 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조직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시민운동과 지역운동에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집담회를 마무리했다.

전상희 기자 sang2@ingo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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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6지방선거시민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열 가지 희망 만들기' 기획사업 중 첫번째 글입니다. 주로 필진은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들입니다. 선거 전까지 '열 가지 희망'을 소소하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


주민을 주인으로 만드는 주민소환


- 최경송(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전 과천시의원)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의 경우 예비선거운동이 있어서 유권자들이 조금 더 길게 주인 행세를 하게 됐다. 그래봐야 4년만에 한번 돌아오는 기회에 불과하지만.

후보들은 출퇴근의 시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시민의 뜻에 따를 터이니 꼭 찍어달라는 주문을 외워댔다. 좋은 머슴이 되겠노라고 노래를 불렀다. 유권자의 반은 기권으로, 반은 도장을 찍음으로써 그 주문의 마법에 빠져들었다. 짧은 주인 행세를 마치고 거리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누군가 '정치는 짧고 교육은 길다'고 했지만, 아직 '선거는 짧고 권력은 긴'것이 현실이다. 권력 자원의 분배 자체가 불공정한 상태에서 선거는 그 기울어진 권력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에 그치고 있다. 선거를 통한 권력을 그 옛날 아테네에서처럼 '추첨'을 통해 해체시켜야 한다는 혹자의 주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숭숭 뚫린 구멍을 정면으로 폭로하고 있다.

'주민 소환', '주민 투표', '주민 발의' 등등의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은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선출된 자에 대한 소환권을, 중요한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새로운 제도에 대한 제안권을 주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물론 대의 민주주의가 이상 그대로만 실현된다면 아마도 필요 없었을 듯한 제도들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그 주체들 즉 선출된 자들에게 있어서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은 적극 환영받음직한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국회에서나 지방의회에서 이 제도들은 항상 찬밥 신세였다.

70년대에 틀만 달랑 만들어놓은 상태로 방치되어 실효를 내지 못하던 제도들이 최근 주민소환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발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은 이제 선거 때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주민들을 주인으로 만들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의 '주인 행세' 하려면...

2006년 5월 초에 국회를 통과한 주민소환제는 2007년부터 시행되며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시·도지사는 유권자 10% 이상, 기초단체장은 유권자 15% 이상, 지방의원은 유권자 20% 이상의 찬성으로 주민 소환 투표를 청구할 수 있고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하면 소환 대상자는 해임된다.

주민투표제는 2004년부터 도입되었으며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 주요결정사항 중 조례로 정한 것들에 대해서 투표권자 총수 5% 이상 20% 이하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한 수 이상의 서명으로 발의되고 주민투표 안건이 발의된 지 20-30일 이내에 투표가 실시되며 투표권자의 1/3이상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으로 통과시키게 된다.

주민 발의는 현재 '주민조례제정 및 개폐청구권'으로 가능하다. 투표권자 20분의 1 이내에서 조례로 그 수는 정하게 되어 있으며 이 이상의 서명의 발의되어 지방의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은 각 지역별로 종합적인 '시민참여조례'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청주에서 제정된 '청주시민참여기본조례'(아래 참조)는 이를 잘 보여준다. 광주광역시 북구, 울산광역시 동구에서 제정한 주민참여예산조례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된 위원회 위원 공모ㆍ추천 제도의 도입, 회의록 작성 및 보관 의무명시, 회의록공개의 원칙, 위원회 위원구성에 있어서 여성할당제 명시 등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발의를 활용한 국내 지역 사례들

광주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주민소환조례제정운동본부'를 구성, 주민소환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주민발의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광주시 광산구청장과 전남도 정무부지사 주변에서 인사·공사를 둘러싼 공직비리가 잇달아 터졌고, 급기야 금품수수로 공직자가 구속됨으로서 공직비리와 부패척결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고양시 백석동에 55층 주상복합건물이 신축된다는 발표가 있자, 주민들은 스스로 합의해서 주민들의 자주적인 관리에 의한 투표를 실시했다. 50% 가까운 투표율에 88% 이상의 신축 반대가 나왔지만, 아무런 법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광명시의 경우 숙박시설과 위락시설 등 유흥시설로부터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30m에서 50m으로 늘림으로써 조례를 개정시켰고, 과천시의 경우 보육조례를 전반적으로 개정하는 개가를 남겼다. 안산시의 경우, 내용이 다소 변동되긴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판공비공개조례를 제정했다.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잘 활용할 때 지역의 풀뿌리 운동은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2001년 과천에서 벌어진 보육조례 개정 운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원래 지방의회에는 청원권이 있어서 의원 한명에 의해서 조례를 청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천에서는 언뜻 보기에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방법 대신에 주민조례제정 및 계폐청구권을 활용하였다. 1명의 의원에게 청원을 부탁하는 방법 대신에 1000명이 넘는 시민의 서명을 받아야하는 어려운 과정을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효율을 뛰어넘는 소중한 성과를 가지게 됐다.

이 운동에 참여한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지역단체 회원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이웃을 설득하고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으면서 힘을 키워나갈 수 있었고 지방의회는 한명 의원의 청원보다는 시민의 서명을 받아 제출된 개정안을 훨씬 더 무겁게 받아들였으며 과천시청에서는 이후까지도 훨씬 긴장된 가운데 보육행정을 펼 수밖에 없었다.

주민소환제, 주민투표제, 주민조례제정 및 개폐청구권 등등은 여전히 이러저러한 벽과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벽과 한계조차도 활발한 제도의 활용 속에 개혁될 수 있다. 주민소환제의 도입으로 어느 정도 틀을 갖춘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 조차도 주민의 자치가 없이는 속빈 강정일 수밖에 없다.

의원 한 명의 '개인기'보다는 주민의 팀플레이가 가진 '조직력'의 힘이 소중한 때이다. 지방자치선거가 끝난 지금, 일상의 주인, 진정한 주권자가 되기 위한 길에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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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6지방선거시민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열 가지 희망 만들기' 기획사업 중 첫번째 글입니다. 주로 필진은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들입니다. 선거 전까지 '열 가지 희망'을 소소하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  

열 가지 희망 만들기 :
"참여와 토의를 통해 지역의 주인되기"-참여예산제



- 하승우(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

주민은 ‘지역의 주인’이라고 얘기된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은 자신의 승리를 위해 주민들을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공약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들은 하인 대하듯 주민을 대하곤 한다. 지역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주민들은 대표자에게 ‘요구’하는 게 아니라 ‘애걸’해야 한다. 자신을 대표하라고 뽑아준 사람에게 애걸해야 하는 선거의 역설. 선거라는 마법에 걸린 주민은 4년에 단 몇 일만 주인 대접을 받고 나머지 시간을 하인처럼 지내야 한다.


진정 주민을 주인으로 대한다면 그것은 공약(空約)이 아니라 정책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을 주인으로 대접하는 정책에서 참여예산제는 으뜸이라 얘기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한 해 예산에서 특정한 퍼센트의 사용방안을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참여예산제는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전 세계 지방자치단체의 모범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행정자치부 역시 2004년부터 예산편성에 주민을 참여시킬 것을 권고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제39조 (지방예산편성과정에 주민참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현재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참여예산제를 실행하고 있는 곳들이 몇 군데 있다. 광주 북구와 울산 동구, 대전 대덕구, 청주시, 안산시가 바로 그런 지역들이다.


[표] 국내 참여예산조례의 비교정리

 

광주북구(2004년 3월)

울산동구(2004년 6월)

조례명

광주광역시북구주민참여예산제운영조례

울산광역시동구주민참여예산제운영조례안

목적

주민참여 보장, 예산 투명성 증대

주민참여 보장, 예산 투명성 증대

예산

위원회

기능

예산편성 지침에 대한 의견수렴,

예산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집약,

주민대상 교육활동, 예산정책토론회 개최,

결산에 대한 설명회 참여 활동

예산편성 지침에 대한 의견수렴, 예산편성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집약,

총회?분과위원회 개최

예산위원

선정기준

인원은 80인 이내.

공개모집(1/2 이상), 동주민자치위원회가 추천한 주민(각 동별 1인 이상), 예산 및 행정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전문가(비영리민간단체의 추천)

인원은 100명 이내

공개모집(1/2이상), 동주민자치위원회가 추천한 주민(각 동별 1명 이상), 시민?사회?직능단체, 기관 등의 추천을 받은 자

지역회의

없음

동별로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

해당동의 위원회 위원 및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 구성,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도 참여할 수 있으나 동장이 대상자 선정.

 

청주시(2004년 9월)

안산시(2005년 1월)

조례명

청주시민참여기본조례

안산시주민참여기본조례

목적

참여 활성화, 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 증대, 시와 시민이 협동하여 지역사회의 발전 도모

참여 활성화, 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 증대, 주민과 시가 협동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

예산

위원회

기능

예산편성 지침과 예산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집약활동, 시민 교육, 예산정책 토론회 및 결산 설명회개최,

예산편성, 예산초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과 검토의견 제시, 예산공청회에 관한 사항

예산위원

선정기준

지역성, 전문성, 직능성, 공익성 감안해 100인 이내로 선정.

주민자치위원회가 추천한 자치위원, 주민공개모집에 의해 선정된 자,

비영리 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

지역성, 전문성 등을 감안해 80인 이내.

주민자치위원회가 추천한 주민자치위원, 비영리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 위원회에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으로서 공개모집 절차에 의해 선정된 자

지역회의

없음

없음

 

대전 대덕구(2005년 10월)

 

조례명

대전광역시대덕구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

 

목적

주민참여 보장, 투명성 확보

 

예산

위원회

기능

예산편성 매뉴얼과 예산안에 관한 주민의견수렴, 중점투자사업의 우선순위결정, 예산홍보활동과 토론회 등 개최

 

예산위원

선정기준

예산 및 행정 전문가로 비영리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 동 지역회의에서 추천한 자, 공개모집을 통해 모집된 자 등 100인 이내로 선정.

 

지역회의

동별로 10인 이내로 동장이 선정하여 위촉. 중점투자분야 등에 관한 주민의견 수렴 및 사업별 우선순위 제출.

 


그 중 참여예산제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광주북구와 울산동구는 이미 여러 성과를 낳고 있다. 2004년에 광주북구는 예산 사업에 총 25건(반영 20건, 미반영 5건)의 주민의견을 반영시켰고, 비예산사업에 총 29건(반영 26건, 미반영 3건)을 반영했다. 그리고 2건의 과다예산을 조정했고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17건의 사업을 반영했다. 울산동구는 지역회의와 1차 총회, 분과위원회를 통해 총 51건의 건의사항을 수렴했고 이 중 20건을 반영하고 21건을 장기과제로 검토했으며 10건을 반영하지 않았다. 아직 지방자치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이런 성과는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민들의 실제 욕구가 행정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참여예산제는 주민과 공무원이 한데 모여 토론하고 합의할 수 있다는 점을 가능하게 했고, 그것이 지역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정부는 광주 북구를 혁신 브랜드 사업으로 지정했다).


당연히 참여예산제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 공무원과 주민간의 갈등이나 주민들간의 갈등도 터져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갈등이야말로 사회적 합의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학교에서 배웠듯이 민주주의가 시행착오를 통한 시민교육과 사회적 합의를 지향한다면 말이다. 참여예산제는 행정의 일방적인 사업집행을 막을 뿐 아니라 주민들이 갈등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도록 교육한다.


물론 참여예산제의 현재와 미래를 무조건 낙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참여예산제가 새로운 대안모델이 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예산권한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지방세의 비율이 낮아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낮을 뿐 아니라 조례가 지역의 실질적인 법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참여예산제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참여예산제의 실시는 공무원의 적극적인 협조를 필요로 하는데, 아직 한국의 공무원사회는 이런 부분에 보수적이다. 주민들이 참여예산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면 예산과 관련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주민들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이런 점에서 참여예산제의 활성화는 정보공개제도의 활성화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예산안과 관련된 전문적인 정보들이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공무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직 주민과 공무원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이 세워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한계들이야말로 한국에서 참여예산제를 더욱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를 실현할 힘은 국가나 시장, 뛰어난 대표자가 아니라 바로 시민들에게서 나와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를 절실하게 피부로 느껴야 시민이 스스로 행동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참여예산제란 주민의 선택이 아니라 세금을 납부하는 ‘주민의 권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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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6지방선거시민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열 가지 희망 만들기' 기획사업 중 첫번째 글입니다. 주로 필진은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들입니다. 선거 전까지 '열 가지 희망'을 소소하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지역이 희망이다 :

마을은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호(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


선거 때만 되면 각종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그 공약들을 잘 살펴보면, ‘내가 당선되면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 주겠다’는 투다. 유권자 여러분이 나를 뽑아주기만 하면, 내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는 것이다. 나를 대신해서 좋은 것들을 많이 만들어 주고 좋은 정책들을 실시해 주겠다니 고마운 일이다. 물론, 공약 그 자체가 실현될 것인가 하는 의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 공약들을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불쾌해질 때가 있다. 왜일까?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내용과 선거 후보들의 공약들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배운 바에 의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주인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 즉 시민들이다. 그런데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약은 나를, 우리 주민(시민)들을 지역사회 발전의 주체가 아니라 수동적인 객체로 항상 전제하고 있다. 과연 살기 좋은 지역사회,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인가?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의 몫은 단지 좋은 정치인을 뽑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얼마 전부터 지역사회에서는 ‘마을만들기’라는 말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대구 삼덕동에서부터 시작된 ‘담장허물기’라는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참조하여 비슷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보니, 한 방송국에서도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담장 허물기를 추진하는 과정을 중계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 사업은 마을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그리고 또 하나, 전국적으로 읍ㆍ면ㆍ동 사무소에 설치된 주민자치센터에서 ‘마을만들기’란 이름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을 시행하는 것도 마을만들기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에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듯 하다. 그것은 마을만들기를 주민편익시설 건립이나 환경개선사업 등으로 단순화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담장을 허물거나 빈 공간을 활용해 조그만 쉼터 등을 설치하는 것 자체는 주민들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이웃들 간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분명 공동체적인 마을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등이 줄어들고 주민들 간의 물리적 접근성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마을’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마을’은 고정된 물리적 범주를 지닌 개념이 아니다. ‘마을’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마을’이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지닐 때 형성된다. 따라서 ‘마을’이란 주민들의 공동체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범위에서 결정된다. 이는 ‘마을’이란 범위가 공동체적 범위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을만들기는 단지 물리적 시설 몇 가지를 새로 만들고 개량하는 등의 행위로 만족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주민들이 ‘우리 마을’이라는 공동의 공동체적 유대감을 갖도록 하는 과정을 지칭하는 것이다.

광주에서는 ‘좋은 동네 시민대학’이라는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마을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주민 지도자를 찾아내고 이들을 교육하는 일이다. 무엇을 만들기보다 주민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은 바로 마을만들기가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손에 의해 직접 수행되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서 소개한 대구 삼덕동의 ‘담장 허물기’도 단지 담장을 허무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주민들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서울의 은평구 갈월동과 강북구 미아동에서도 어린이 놀이터를 어린이들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마을만들기가 추진되었다. 쓰레기가 모여 있고 저녁에는 어른들이 술을 마시는 공간으로 변질된 어린이 놀이터를 어린이들이 모여서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뜻있는 인근 주민 몇몇이 모여 쓰레기를 치우고 담벼락을 예쁘게 꾸미는 등으로 놀이터를 개선하였다. 그러나 이 사업은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놀이터에 어린이 도서실을 설치하고 어린이 사생대회와 백일장 등을 개최하는 등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여름에는 동네 주민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여름 밤의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마을이 단순한 물리적 시설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즉, 마을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직접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상부상조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만들어 지는 것이다.

살기 좋은 마을은 몇몇 정치인들의 힘으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 물론, 이들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다. 아니, 마을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지역 정치인들도 자기 몫을 충분히 해주어야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내가 다 해 줄 테니 너희는 나를 뽑아 달라’는 선거구호는 지역사회의 주인인 주민들을 주인이 아닌 객(손님)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사회에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들, 지역사회에서 보다 많은 권력(권한)을 갖고자 하는 이들은 근본적으로 주민들을 대하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주인으로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여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뒤에서 필요한 제도ㆍ행정ㆍ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의 구체적인 발전 계획, 만들고자 하는 것,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 등이 주민들의 입으로부터 분출되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주민들이 자신들의 욕구를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출된 그 욕구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광주 북구에서는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각 동별로 지역사회와 관련한 주민들의 욕구를 분출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렇게 모아진 주민들의 욕구를 주민들은 다시 몇 가지로 압축하고 이의 우선순위를 정하였다. 그 순위를 바탕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어떤 근사한 물리적 시설을 만들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그 과정을 주민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이 ‘우리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살기 좋은 마을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지역사회의 정치적ㆍ행정적 의사결정과정을 독점하고 있는 지방정치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바로 그 독점된 의사결정과정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그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을 자신들의 권한을 활용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주민참여, 주민자치는 결코 구호나 선의의 약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주민참여와 주민자치는 매우 복잡하고 번잡한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마을은 애초에 형성될 수가 없다. 마을이 형성되지 않는 지역은 공동체의 형성이 아니라 소수의 통치하는 자와 다수의 통치 받는 자로 구분되는 억압된 사회구조를 유지시킬 뿐이다. 반면,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일련의 계획이자 실천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 주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후보들의 약속을 꼼꼼히 따져보자는 시민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한 따져보기에 있어 단순히 그 정책의 좋고 나쁨, 실현 가능성 등만 따지기보다는 그 공약 속에 과연 누가 주인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민들을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하고자 하는 이들이 진정한 지역사회의 선량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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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6지방선거시민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열 가지 희망 만들기' 기획사업 중 첫번째 글입니다. 주로 필진은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들입니다. 선거 전까지 '열 가지 희망'을 소소하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청소년은 시민이다!



김지수(군포시청소년수련관 수련팀장)



100년 전 한국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명문대 합격 보다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원하기 위한 무사가 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한국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명문대 합격 올인과 시민권에 대한 유보를 강요하고 있다. 명문대 합격 올인에 실패하더라도 책임은 당사자인 청소년에게만 있다. 세계화로 인한 사회변동과 양극화의 확산, 저출산에 따른 인구의 노령화확산과 노동생산성 약화 등 다양한 문제해결은 이미 청소년들에게 떠넘겨졌다.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오랫동안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될 것이고, 청소년들은 시민권 없는 시민으로 요동하는 새로운 상황에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898년 서울 종로에 수만 명의 군중이 모였다. 독립협회가 “군주제 폐지, 공화정 실시”를 외치던 만민공동회장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11세 장용남은 근대학교가 생긴 이래 최초로 퇴학처분을 받았다. 107년이 지난 2005년 5월 14일. “청소년도 사람이다”라며, “청소년인권행동의 날”을 선포했고, 청소년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은 학교로부터의 징계조치로 이어졌다. 1985년 “세계청소년의 해”를 선포하면서 화두는 참여, 발전, 평화였다. 한국에서 제2차 청소년5개년계획의 가장 큰 화두는 청소년 참여였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 참여’는 ‘청소년 동원’으로 전락되었고, 참다운 시민권은 19세 선거권을 낮추는 정도로 대다수의 청소년은 배제된 채 면죄부를 주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소년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 참여는 빛깔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2002년부터 선거권을 16세로 낮추는 운동을 시작했고, 지방단체의 정책입법과정에서 청소년 참여, 청소년에게 자문을 구하고 정보를 주는 법적인 책임,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제정과정에 청소년 참여(청소년 시의회, 청소년과 의회와의 대회, 시의회 특정위원회에 있는 청소년 대표, 청소년포럼, 지방과 국가차원에서 청소년의회)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청소년 참여가 지역사회를 바꾸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재 진행형으로 존재하고 있다.

미국 유타주 솔트 레이크 시에 있는 잭슨 초등학교 4·5·6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위험한 화학물질들이 들어있는 5만개가 넘는 통들이 싸여 있는 유독성 쓰레기 폐기장을 발견했다. 이 폐기장의 쓰레기들이 지하수를 오염시켰는지에 대한 조사를 통해1988년 3월 환경보호국의 전국긴급지역 명단에 등록시켰다.

학생들의 관심은 유타 주 안의 다른 쓰레기 폐기장들로 확대되었고, 그들은 유해 쓰레기 폐기장들을 청소하는 것을 돕기 위해 주 정부에 기부하고자 2,700달러를 모금했다. 그러나 유타주 정부가 이러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없었고, 잭슨 초등학교 학생들은 ‘슈퍼펀드’를 제안하는 결의안을 작성해 유타 주 의회의원들을 상대로 크레파스로 그린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활동을 통해 ‘슈퍼펀드 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들은 나무 한 그루가 평균 수명인 50년 동안 62,000달러어치의 대기오염억제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주변 지역에 187그루의 나무들을 심기 위해 두 도시로부터 총 3,600달러의 보조금을 받아내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고, 얼마 후 유타 주 어린이들이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10,000달러의 보조금을 만드는 법안에 찬성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청원서 및 편지 쓰기 캠페인을 통하여 미국 연방의회를 설득시켰고, 마침내 미국 연방의회는 1990년 ‘미국을 아름답게 살리기 법'을 제정했다. 이제 학생들은 나무를 심기 위한 자금을 이 법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 되었다.

이 외에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작은 도시 이푸기리에서는 중학생들의 활동으로 어린이들의 예방 접종률이 40배나 증가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윌리암스 메모리얼 중학교의 ‘아동의 권리’ 클럽에 소속된 10-16세의 학생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뿐만 아니라 마비아 주 전체의 예방접종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걱정해 예방접종과 에이즈, 구강수분 보충법, 완전 모유수유와 아동의 권리에 관한 문제를 주제로 건강에 관한 토론회를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아 개최했다. 이들은 어머니들에게 자녀들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진료시설에 데리고 오라고 권유했으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아기들을 찾아내어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았는지 조사하는 일에 참여해 한 달에 8명이던 예방접종률을 8개월 동안 매달 평균 328명의 어린이들이 예방접종을 받는 놀라운 기적을 이뤄냈다. 이런 학생들의 활동은 단순히 어머니들이 아기의 첫 번째 예방접종을 위해 자녀들을 데리고 진료시설로 오게 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어린이들이 3차례의 DPT 예방접종을 모두 끝낼 수 있도록 많은 취학 어린이들을 예방접종 후에도 계속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95년 PC통신의 보급으로 청소년운동이 느슨하지만 더욱 풍성해 지고 있다. 야간자율학습 폐지, 노컷운동, 선거권 낮추기 운동, 0교시폐지, 미순이 효순이 사건, 종교의 자유, 반전운동, 광주광역시 우산중학교 학생들의 이주노동자인권보호연대활동을 통한 아름다운 병원 지정운동, 청소년 주도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2002년부터 경기도 부천과 군포에서 시작된 청소년 인권조례만들기 운동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가고 있고,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을 일궈내고 있다.

2005년 5월 14일 “청소년인권 행동의 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KT건물 앞. 학교학생인지 아닌지를 판독해 낼 수 있는 학생주임 및 교육청 관계자들이 ‘학생 현장 지도’라는 명목으로 750여명이 깔렸고, 6,000여명의 경찰과 100여명의 취재진, 구경나온 100여명의 어른, 행사 자원봉사자 100여명. 철통같은 인간 바리케이트를 넘어 전국의 1000여명의 청소년들은 “두발제한 폐지” “강제종교수업 폐지” “0교시 폐지” “체벌 금지”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학교로부터의 징계조치와 “청소년들이 하면 뭐 얼마나 하려고... 뭐 저런 다고 달라지나?” 하는 냉담함이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건 사회가 청소년 세력을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시민으로써의 역할을 정정당당하게 해냈다는 것, 청소년은 언제나 미래의 시간을 살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매번 오해를 받았지만 이미 미래의 삶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달라져야 하는 것에 대한 도전을 끊임없이 단행하면서 결집했다는 점이다.

21세기 모든 운동에 있어 당사자 운동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영원한 청소년은 없고, 청소년 시기도 짧다. 그래서 청소년운동의 맥이 끊기고 리바이벌되고, 당사자 운동으로 이어지기가 힘들다고 개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0년 12월 일본 가와사키시가 ‘아동청소년권리조례’제정하고, 당시 조례제정 활동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청소년서포터즈”가 되어 청소년운동의 조언자로 활동하면서 5년이 지난 지금도 청소년인권의 역사가 쓰여 지고, 청소년만의 역사가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모든 사람의 인권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는 모습 속에서 청소년운동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당사자와 어제의 당사자가 결합된 세대간의 연대적 운동이다.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신념을 알리기 위해 서로 연대에 노력하며, 어른들과의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최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운동성이 청소년운동의 흐름을 만들 것이다.

군포시청소년수련관에서는 청소년의 시민권 확보를 위해 청소년들의 색다른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분야에 제한 없이 공모하고 있으며, 채택된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사업비를 지원한다. 그리고 최대한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다양한 컨설팅도 지역사회 어른들과 청소년들이 준비하고 있다.

세계화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 그것을 역행하는 반세계화의 몸짓은 ‘인간답게 살 권리’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바위에 달걀 던지는 격이든, 바닷물에 한 방울의 물에 불과하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중요한 것은 바위에 던진 달걀이 언젠가는 반드시 바위를 온몸으로 삵이게 만들 것이고, 한 방울의 물이 없다면 바닷물은 계속해서 그 한 방울이 모자란 상태로 존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모자란 한 방울 찾기는 인간답게 살 권리의 “모든” 주체에서 시작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청소년을 시민으로 대접하는 후보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투표권이 없지만 지금의 시민인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거리유세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꼭지점댄스라도 함께 출 수 있는 후보, 힘들고 어렵지만 넉넉하게 청소년을 유권자로 만나 자신의 정책들을 말해줄 수 있는 후보라면 아마도 지역사회를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넉넉한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선거권이 19세로 낮춰진 이래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 대한민국의 19세 청소년들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하는 마법 같은 일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참 아름다운 참여 그 역사의 시작이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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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06년 5월22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을 옮긴 것입니다.

※ 이 글은 '2006지방선거시민연대'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열 가지 희망 만들기' 기획사업 중 첫번째 글입니다. 주로 필진은 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들입니다. 선거 전까지 '열 가지 희망'을 소소하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아래로부터 일어나는 학교급식, 아동복지 실현 운동)


하승수(시민자치정책센터 운영위원/변호사)


아이들은 투표권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의 건강, 인권, 행복은 어른들 중심의 정치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그러나 생활정치라는 지방자치에서부터 이런 흐름을 바꾸고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면서부터 학교급식이란 것과 부딪히게 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집단급식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4-5세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5년 가까운 기간동안 하루 세끼중에서 한끼는 급식을 먹게 된다.

언론을 통해서도 급식의 문제점은 자주 보도된다. 식중독의 문제, 불량한 식자재의 문제, 수입산 식재료의 문제, 위생문제 등이 자주 언급된다.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줘야 할 급식이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높아져가는 성장기 비만율이 심각하다. 건강을 위협하는 패스트푸드, 단 맛에 길들어진 입맛이 성장기 비만의 주요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교급식에서부터 좋은 식재료, 친환경적으로 키워진 농산물을 사용해서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아래로부터 학교급식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의 건강과 위기에 처한 농업을 동시에 살리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과 학교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이제 눈에 띌만큼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이미 30%의 학교에서 친환경급식을 하고 있고, 10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로 되어 있다. 친환경급식을 위해 지역농업도 친환경농업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의 경우에는 빠듯한 지자체 살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제공하기 위해 행정적, 재정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6년 전남 나주시 예산서를 보면, 농업정책부서 예산으로 “학교급식 식재료 구입”에 12억 7천 5백만원이 책정되어 있다. 나주시내 학생 15,489명에게 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급식 식재료로 공급하기 위해 나주시가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는 금액이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까지는 전국적인 학교급식 조례 주민발의운동이 있었다. 많은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농민단체들이 참여해서 지역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학교급식지원 조례를 지방의회의 안건으로 상정했고, 실제로 조례가 통과되도록 노력했다. 대법원에서 “우리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조례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그 판결 이후에도 학교급식을 개선하기 위한 조례제정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에서부터 먼저 조례제정 등을 통해 선도적으로 학교급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단지 급식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사회에서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최소한의 행복이 보장되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동네에서, 지역에서 노력하는 것이다.

작년에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 아버지의 선배로부터 살해당한 그 학생은 가정에서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던 저소득.한부모가정의 아동이었다. 만약 우리사회의 아동복지 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었다면, 최소한 이런 일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어 2004년부터 지역아동센터라는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지역의 보호받기 어려운 아동들을 보호.교육.상담하는 것이 지역아동센터의 일차적인 목적이다. 이런 시설들이 충분한 만큼 설립되고 제대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사회나 민간복지계와 협력해서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교육,상담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마을도서관 같은 공간들이 많이 생기도록 하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시민사회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는 ‘녹색 삶을 여는 여성들의 모임’이란 시민단체가 ‘열린 숙제방’, ‘방과후 교실’, ‘청소년 공부방’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연수2동의 경우 주민자치센터 공간을 이용한 공부방 운영으로 모범이 되고 있다. 이런 시민사회의 노력들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과 지역아동복지를 예로 이야기했지만,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일들은 많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문제(실내공기질, 유해식품, 미세먼지 등등)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역의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지방선거가 임박해 있지만, 내가 당선되면 모두 해 주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흔히 평소에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에는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선거때에만 부모들의 표를 의식해서 헛 공약을 하는 것을 본다.

학교급식이든 지역아동복지든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없으면 바뀌기 어렵다.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부모들이 학교급식개선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돈이 지원된다고 해서 크게 바뀌기 어렵다. 학교마다 설치하게 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학교운영위원회 안에 급식소위원회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가 활성화되고 부모들의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학교급식을 바꿀 수 있다. 지역의 한부모 가정이나 빈곤층 가정 아이들을 위해서도 지역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해야 할 몫, 사회복지계나 민간단체가 해야 할 몫,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몫들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진정성’을 가지고 활동을 해 온 후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거때에만 “해 주겠다”라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아니라, 평소에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노력해 온 후보는 누구인지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같다. 시민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말하는 후보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는 누구인지도 찾아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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