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내음 팀블로그/이호의 "투덜투덜"'에 해당되는 글 34건

  1. 2010.07.08 [서평]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 1
  2. 2010.04.27 풀뿌리 여성지도자들의 성장기 간담회 후기 4
  3. 2010.04.21 토요타 재단 지원 사업 설명회 개최 안내
  4. 2010.04.08 풀뿌리 지도자들의 성장기 토론회 안내
  5. 2010.03.16 도요타 재단 2010년 지원사업 공모 안내문
  6. 2010.01.05 풀뿌리운동 활동가 교육사업 평가 및 교육 모델 개발 연구
  7. 2009.09.28 변화의 시나리오 공모 중 2
  8. 2009.09.28 활동가 재충전 프로그램 공모 중
  9. 2009.09.18 풀뿌리운동 활동가 교육 홍보(4박5일)
  10. 2009.09.18 아름다운 가게 풀뿌리단체 지원사업 안내 1
  11. 2009.09.14 아름다움 재단, 제2회 비영리 컨퍼런스 개최 1
  12. 2009.09.04 2009 현대 직접 민주주의 글로벌 포럼 안내 및 초대(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13. 2009.08.20 제2차 찾아가는 학습모임 - 지리산 권
  14. 2009.05.13 [홍보] 전국 풀뿌리운동 활동가 아카데미
  15. 2009.05.12 KYC 주최의 청년상 시상 홍보, 2009 Young Korean Awards
  16. 2009.03.11 일본 마을만들기 고수(?)와의 대담 2
  17. 2008.12.16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생활정치의 확대와 장애요인 - 가나가와 네트워크 사례를 중심으로-
  18. 2008.12.03 지역민주화와 풀뿌리 정치
  19. 2008.11.26 통장 임기 및 선출 조례 개정에 대하여 3
  20. 2008.10.15 2008 풀뿌리모금 시상 사례발표회에 초대합니다
  21. 2008.09.11 아름다운 가게에서 서울 수도권 단체 지원사업을 공개모집하고 있습니다
  22. 2008.07.21 마을의제 작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와 지방의제의 역할
  23. 2008.07.21 강북구 풀뿌리 지도자 간담회
  24. 2008.03.17 상처와 희망(내인생의 첫수업)
  25. 2008.02.29 박수칠 때 떠나라 3
  26. 2008.02.20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원리와 활성화를 위한 제언
  27. 2007.11.26 대통령 선거와 풀뿌리운동
  28. 2007.11.09 우리나라 풀뿌리 자치의 실상과 과제-3
  29. 2007.11.09 우리나라 풀뿌리 자치의 실상과 과제-2
  30. 2007.09.28 주민참여를 통한 주민자치센터 활성화]
* 2010년 7월에 발간된 [녹색평론]에 실은 글입니다. 출판된 글은 소제목이 더 재미있게 변경되었고, 문장도 많이 손을 본 것입니다만, 여기에 올리는 글은 그러한 정성의 손길이 가기 전 제가 쓴 원고입니다.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 서평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저자 하승우 선생에 대한 소회(所懷)

  어느 날 사무실에 출근을 했더니 출판사에서 책이 한 권 우편으로 배달되어 있었다. 그 책이 바로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2010, 북하우스)였다. 하승우 선생이 시민참여와 관련한 매뉴얼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출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내게 증정판을 보내준 것이다. 하승우 선생이 쓴 책이라면 내 돈 주고 사서 볼 용의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 대가가 바로 이 서평을 쓰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아무튼, 이 책이 출판되기 전부터 하승우 선생의 새 책에 대해 기대가 컸던 것은 지금까지 나온 하승우 선생의 책을 읽어보고 많은 도움과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자 하승우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한국도시연구소 시절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개인적 친분을 맺개 된 것은 2003년경 이었는데, 당시 <시민자치정책센터>(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에 필자가 운영위원으로 결합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하승우 선생은 인터넷 상의 필명 ‘도끼’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져 있었다. 주로 다른 사람들이 쓴 글에 대한 댓글을 ‘도끼’란 이름으로 달았는데, 필명만큼이나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없이 가하곤 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든 느낌은 “참 속 시원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댓글의 내용이 모두 내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신랄하게(하지만 천박하지는 않게)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이 크게 일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물론, 최근으로 들어올수록 필명도 바꾸고 예전의 그 ‘도끼’와 같은 날카로움을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는 점이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승우 선생도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한 자체검열(?)을 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하승우 선생에 대한 관심은 솔직히 표현하면 ‘괜찮은 후배’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변에서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예리한 문제를 제기하는 후배는 선배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승우 선생은 필자에게 단순히 그러한 후배의 위치를 훌쩍 벗어났다. 그 결정적 계기는 하승우 선생이 쓴 책 한 권을 읽고 난 이후부터였다. 그 후 나는 하승우 선생의 팬이 되었고, 사상적 스승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 하승우 선생이 쓴 책을 모두 열독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개인적으로, 그 책은 시민운동이나 풀뿌리운동, 그리고 공동체운동을 하는 이들의 필독서가 될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는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당시에 그 책을 함께 읽던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모두 하승우 선생의 논리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을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그 책은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2006, 그린비)이다.

   

‘새로운’ 하승우 선생의 책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엉뚱하게 다른 책을 너무 홍보한 듯하다. 하지만, 저자인 하승우 선생을 이야기함에 있어 아나키즘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과 아나키즘을 설명한 이 책을 빼놓을 수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책이 너무 ‘두껍다’는 것이었다. 두꺼운 책을 보면 마치 교과서, 그것도 원론 교과서를 보는 것 같이 답답해진다. 일반 시민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을 쓰겠다는, 내가 알고 있던 하승우 선생의 의도와 어긋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저자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또 ‘공짜’로 책을 받았다는 일종의 의무감 등에 이끌려 첫 장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다 읽기까지는 거의 한 달이 걸렸다. 물론, 소설책을 제외하고는 손에 잡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 없다는 등은 이야기는 내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도 좀 오래 걸린 편이다. 하지만 오래도록 읽었다는 것은 이 책이 재미가 없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첫 장부터 가장 의아스러웠던 것은 이 책이 무척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다. 책이 쉽게 쓰여졌다고 해서 의아스럽다는 것이 오히려 의아스러울 수 있지만, 하승우 선생의 책들은 주로 사상과 철학에 대해 다루었고 박사 논문을 제외한 책들은 비교적 간결한 글들로 이루어진 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저자가 쓴 책들 두께가 그리 두꺼운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매우 쉽고 다소 장황하게 관련된 이런 저런 정보들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서문에 아내의 글쓰기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신혼이라 의무적(?)으로 아내 자랑을 하려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하승우 박사가 갑자기 글 쓰는 취향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런 글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그 아내인 공동저자 유해정의 노력이 이 책에 상당히 많이 녹아들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가만히 내용을 살펴보면, 공동저자인 유해정의 노력이 단순히 글쓰기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인권 관련된 정보들이 풍부하게 들어간 것을 보면, 인권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유해정이 공동저자인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그럼에도 공동저자의 한 명이 하승우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 한 것에 대해 용서해 주시길...)

  이 책은 매우 다양한 소재들을 언급하고 있다. 사실, 하승우 선생은 풀뿌리운동 현장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지만, 그 생각이나 말, 글 등을 보면 영락없는 학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현장을 잘 이해하고 이를 풀어내는 학자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하승우 박사의 가치는 그러한 데에서 주로 찾아졌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학자의 글쓰기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러한 느낌을 갖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심오한 철학이나 사상을 다루기보다 현실에 유용한 정보들을 장황히, 그리고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두께가 무한정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다 다룰 수 없는 정보들을 다루면서, 더욱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웹 주소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래서 책이 두껍지만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때로 내가 잘 알고 있는 정보들이 나올 때면 그냥 넘어가도 무방하다.

   

다양한 정보의 소개

  이 책은 도시생활자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혼자서만 혹은 자기 가족들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제시하고자 하는 행복한 도시생활은 건강하고 건전하게 행복한 삶을 전제한다. 그래서 이 책은 공동체적인 행복, 건강함 등을 도시에서 되살리고자 하는 목적을 갖는다. 저자는 그 중요한 요건을 ‘정치’로 이해하고 접근한다.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각 장의 제목만 봐서는 이 책이 왜 친절한지, 어떻게 다양한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각 장의 내용들로 들어가 보면, 일반 시민들이 이 책을 읽고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친절하게 설명・소개되고 있다. 

  제1장의 제목은 “정치란 무엇일까?”이다. 이 장의 제목만 보면, 다소 강의식으로 재미없게 글이 전개될 듯하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이 장에서 처음 다루는 내용은 ‘정치의 의미’이다. 정치의 의미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41%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정치가 특정 집단의 이해에 보다 잘 봉사할 수 있도록 이루어질 여지가 많다거나, 우리의 세금이 정작 필요한 곳,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 없다고? 그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짜증나는 정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정치는 공동체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사라진다면 공동체도 해체한다. 그러므로 정치는 없어져야 할 과정이 오히려 새로이 구성되어야 하는 과정이다”라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따라서 “사라져야 할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이지 정치 자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강조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쇄신책으로 많이 호감을 갖는 기업의 정치 대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가며, ‘그것은 아니죠’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장의 후반부에서는 우리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정치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소위 “민주주의가 밥을 먹여준다”는 소제목으로 것으로 집약된다.

  그래서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반 소시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그 중요한 정치변화를 위한 정치참여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그 이후 장부터 매우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2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선거와 참여제도 활용하기”이다. 저자는 먼저 선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자도 오래전부터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박사논문에서는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에서 정치지도자를 뽑는 방법에 주목했는데, 그것은 ‘선거’가 아닌 ‘추첨’이었다고 한다. 시민들은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모든 시민들은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게 많이 나가지 않았다. 대신,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계속 떨어지는 원인을 분석하며,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러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그래서 저자는 어떻게 선거에 참여해서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그런데, 선거에서 어떻게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많은 후보자들 중에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싶은 후보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럴 경우, 그래도 최소한 정치 지도자로 선출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을 떨어뜨리고 괴롭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누굴 괴롭히는 데에는 하승우 선생이 남들보다 뒤질 수 없다. 그래서 후보자 또는 당선자들을 괴롭히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선거 외에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정신 못 차리는 정치인 쫓아내”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는 주민소환제라는 법적 규정을 통해 이미 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외에 주민발의를 통해 정치인을 끼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그외에 보다 적극적인 참여제도인 주민참여예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우리나라 정당의 운영 시스템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면서, 현존하는 정당들 간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물론, 이 책이 우리나라 정당들의 운영 시스템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만다면 별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이 장의 마지막에는 20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독자 개인에게 맞는 정당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 사실 이 체크리스트에 답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정당이 내 취향에 맞는 것으로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체크리스트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독자들이 직접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제4장은 엔지오(NGO)에 대한 설명이다. 엔지오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우리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해왔고 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가 소속되거나 지원할 만한 건강한 NGO를 찾고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 내용 중에는 NGO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속한 NGO가 과연 건강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건강하게 받아들여질 만한가 하는 것을 체크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의 마지막에는 “세상을 바꾸는 도시생활자의 하루 1・2”가 실려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글에서 나온 것과 같이 살아간다면 하는 행복한 상상을 잠깐 해볼 수 있는 저자의 독자에 대한 서비스인 듯하다.

  제5장과 제6장은 이러한 변화를 위해 개인이 아닌 여럿의 의견과 힘을 모을 수 있는 방법들인 “여론 만들기”와 나로부터 조그만 실천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자세히 안내하는 “직접 맞서기”이다. 여론 만들기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블로그를 포함한 인터넷 미디어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떤 방법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설명하면서, 친절하게도 이와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직접 맞서기”는 저자인 하승우 선생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책으로도 출판한 적이 있는 ‘직접 행동’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시민불복종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그 외에 생활협동조합, 도서관과 복지관, 주민자치센터 등의 적극적 역학과 이에 참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시민불복종과 관련하여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라는 소로의 말을 인용한 것은 매우 인상 깊다. 즉, “인간의 양심과 권리가 정부의 그릇된 정책보다 우선한다”는 저자의 강조는 자칫 ‘왜곡된’ 애국주의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겠다. 역시, 이 장의 마지막에 또 하나의 서비스를 배치했는데, 그것은 경찰의 불심검문에 대처하는 방법과 그와 관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자세히 소개한 것이다.

  마지막 장은 부록으로, “권리 찾기 매뉴얼”이라 이름 부쳤다. 첫 번째로는 세계인권선언과 생활권 관련한 국제적 규칙 및 선언 등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힘으로 바꾸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구체적 참여와 실천의 방법을 다섯 고개로 제안한다. 첫 번째 고개는 “정보 얻기”이고, 두 번째 고개는 “공공기관이나 정치인에게 요구하기”이다. 세 번째 고개는 “정당과 엔지오를 활용하기”, 네 번째 고개는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압력 가하기”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고개는 “직접 나서기”이다. 물론, 이 책의 전체적 흐름과 마찬가지로 각 고개마다 필요한 내용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일회용이 아닌 참고서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한 번 읽고 다른 사람에게 줘버려도 좋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백서’ 답게 도시생활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잔뜩 모아놓았기 때문에 살아가다 필요할 때 참고서와 같이 들여다 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부당하다고 여기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때로는 개인적 관계에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권력기관으로부터 그러한 경험을 할 때도 있다. 이 경우, ‘힘 없고, 빽 없는’ 소시민들이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친구들과 소주 한 잔 걸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해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한 번 이 책을 손에 들고 내가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그 때 내게 필요한 내용을 빨리 찾아보기 위해서는 대충이라도 한 번 다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책꽂이에 고이 모셔놓자. 언제라도 필요할 때에는 꺼내 볼 수 있도록...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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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운동에서 나름 훌륭한 리더로서 성장한 분들은 대체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겪어왔고,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으며,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하는 것들은 많은 사람들, 특히 풀뿌리운동을 하는 이들은 참 알고 싶은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녹색마을사람들(전, 녹색삶)에서는 오늘(4월22일) 풀뿌리운동에서 건장한 지도자로 성장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네 분을 모시고, 그 동안의 고민과 과정 또 지금의 고민 등에 대해 수다 떠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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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수다는 사실 5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이번의 수다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의 내용에 대한 수다라 할 수 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웃고 공감하며, 때론 가슴 찡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리였던 관계로 참석자로서의 느낌을 간략히 여기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맨 처음 물꼬를 트신 인미화 씨는 녹색삶 초창기부터 활동하다 동탄으로 이사한 후 그 곳에서 다시 주민들과 함께 여러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달랑 아파트들만 있는 곳에서 몇몇 주민들과 함께 뜻을 이뤄 인문학 강좌로부터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어려운 일들이 닥칠 때마다 녹색삶에서 '맨 땅에 헤딩'하며 성과를 거두었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미화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껏 함께 일 할만 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만다'는 풀뿌리운동 활동가들의 불만이 떠올랐습니다. 도시의 정주성이 약해 풀뿌리운동이 뿌리 내리기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미화씨의 사례에서 처럼 이는 그 역량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들체 꽃씨가 사방에 퍼져나가 그 곳에 새로이 꽃을 피우는 것과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우리의 활동과 영향력이 주변으로 확장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 수다를 시작하신 분은 현재 어린이 도서연구회 교육국장으로 계시는 남경화 씨로, 이 분은 광명지역에서 동화읽는 어른모임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셨던 분입니다. 동화읽는 어른 모임의 경우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모임에도 나오지 않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경화씨는 그 이후의 전망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사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다른 회원들고 지속적으로 그 활동을 함으로써 스쳐 지나가는 활동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를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세 번째 수다 주자인 초록나라 도서관의 이순임씨는 5년 전에 왜 풀뿌리운동을 해야 하지, 내가 왜 지도자인가 등의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더랬습니다. 그 후 5년 동안 그 답을 찾기 위해 무진 노력했지만, 아직 그 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 동안의 힘겨운 과정을 거치며 자신과 자신의 활동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매우 생생한 풀뿌리 지도자의 성장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수다 주자로 나선 김미선 전 녹색마을사람들 대표는 스스로 지도자로서의 정체성과 역할을 하게 된 과정을 제한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담담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다 수다를 떨지 못한 듯 아쉬워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위상이 조직 내에서 점점 더 커지는 과정으로 이끌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분들이 직접 쓴 수다 원고를 소개하면 더 좋을 듯 싶은데, 예의상 그것은 제 블로그에 올리기보다는 녹색삶에서 직접 얻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아래의 글은 제가 이 네 분의 수다에 대해 몇 가지 시사점을 정리하여 이날 지정 토론자로 발표한 원고입니다.



풀뿌리 지도자들의 성장기 토론문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저는 우리 사회가 보다 행복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우리 사회를 의도적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회운동, 시민운동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이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제도를 통해 변화를 유인하려는 노력, 우리 사회의 관행과 관습을 바꾸려는 노력,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변화시키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가장 근본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변화시킨다고 하는 것은 매우 총체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본성에서부터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삶의 행태까지가 다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형태는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삶의 행태를 바꾸는 것으로부터도 자신의 삶의 본질에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적으로 드러난 자신의 행태를 바꾸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변화시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관계는 곧 자신의 본질적 삶의 문제를 돌아보게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때로는 매우 의도된 노력을 통해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비교적 원만히 일어나느냐의 여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히 대면하는 과정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고 봅니다.

  결국, 사회의 변화는 자신과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풀뿌리 지도자들의 성장기는 외형적 활동으로부터 시작하여 관계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그러한 변화가 다시 자기 자신의 본질적 삶의 변화로 다가서는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변화’가 아닌 ‘풀뿌리 지도자들의 성장기’라 함은 그러한 변화가 단지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지도자’라는 용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풀뿌리운동은 바로 이러한 변화를 통해 보다 많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삶의 영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미침으로써,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과 비슷한 변화를 겪도록 자극함으로써 사회의 변화를 이루겠다는 운동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발표자로 나선 네 분의 이야기는 그러한 과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앞서 네 분의 성장기에 대해 적절한 코멘트를 할 자격이 있지 못 합니다. 이 분들의 경험을 읽고 듣고 배울 따름입니다. 다만, 네 분들의 발표 내용을 통해 생각나는 몇 가지 시사점을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관계를 통한 감동과 배움이 미친 영향을 잘 알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절대로 자기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기 힘듭니다. 물론, 길고 치열한 자기 자신의 수련 속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그것은 지루하고 견디기 힘듭니다. 하지만, 일상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감동을 느끼고 배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관계의 긴밀성이 더욱 강화되는 과정뿐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가 무엇을 하려 했고 또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속에 자신이 보다 단련된 지도자로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관성은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사회운동, 시민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관성을 너무 자주 쉽게 발견하곤 합니다. 그래서 신용복 선생의 ‘처음처럼’(소주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도 신용복 선생의 사상과 글을 인용한 것입니다)이라는 화두가 항상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셋째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삶의 기쁨과 행복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사실,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 앞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에게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전쟁터와 같을 수 있습니다. ‘죽을 것 같은 어려움, 막막함’ 등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내일 또 다시 이곳에 이 모습으로 자리해야 할 일이 무척 답답하기도 합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먼저 접근하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무언가를 항상 결정하도록 강요받는 것도 무척 곤혹스럽습니다. 또 관계를 넓히려 애쓰다보니 사람들은 자신을 오해하기도 하고, 그런 오해가 자신에게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소하게 부딪히는 문제도 우리를 어렵게 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도 큰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평생을 함께 산 배우자와도 크게 싸울 때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항상 좋은 관계만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배우자야 한 번 크게 싸워도 이런 저런 복합적인 관계로 인해 원만히 해결되거나 잊고 지낼 수가 있지만, 맘 한 번 먹으면 평생 안 보고 지낼 수도 있는 동료들과는 맘껏 싸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오랜 시간을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살기 좋은 사회’라는 거창한 명분만으로는 견디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자기 맘 같은 사람’ 한 명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 관계는 보다 넓어지고 깊어지게 됩니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그것이 항상 어려움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행복한 요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내공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이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네 분의 이야기 속에서 그러한 경험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바라기는, 이러한 과정이 혼자만의 외로운 여정 속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자리가 갖는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앞서 사회운동은 ‘의도적’ 방향을 실현하기 위한 삶이자 활동이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과 맺는 관계도 초기에는 그렇게 의도적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가급적이면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상대방에게 접근합니다. 하지만, ‘감추인 것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주변의 사람들이 어리숙해 보이지만 각각은 나름대로 삶의 경험이 몇 십년에 이르는 사람들입니다. 의도한 접근이 성공하는 경우도 그 의도가 상대방의 이해와도 맞아 떨어질 때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관계는 그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순간 단절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의도된 관계설정으로 시작한다 하여도, 그 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솔직한 자기 모습을 주위의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이야기는 젊은 시절 지역사회 활동을 하면서 맺었던 관계가 왜 순간에 불과했는지를 저에게 잘 보여줍니다. 문제는 관계의 증진이 상호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순간을 경험했느냐 하는 것이라 보여지는데, 그런 점에서 앞서의 네 분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제 젊은 날(?)의 경험이 가지는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풀뿌리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한 귀감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다섯째, 굳이 네 분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역량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권한, 책임만큼 커지고 강화됩니다. 저도 그래왔고, 보통의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네 분의 발표문에서도 그러한 점은 잘 나타납니다. 그런데, 지도자라고 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자기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풀뿌리 지도자들의 성장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앞으로의 방향에 있어 여러분이 겪었던 그러한 성장의 과정이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도록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한 데에는 여러분들이 겪었던 그 어려움과 그 속에서 느꼈던 삶의 기쁨과 보람의 경험이 매우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도력도 물과 마찬가지로 고여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물처럼 흘러가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지나간 자리에 신선한 다른 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할 때 물은 그 깨끗함과 신선함을 유지한 채 바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섯째, 좀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앞서, 지도력도 물과 같이 흘러서 바다로 가야한다고 말씀드렸듯이, 원래 있던 그 자리에 새로이 물이 흘러들어오도록 하는 관심과 더불어 그 자리에 있던 물들이 바다로 잘 나아가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관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러한 풀뿌리 지도자의 성장은 우리 사회에 있어 매우 귀중한 자산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저 같은 입장에서는 이 분들의 경험과 역량이 하류도 흘러가면서 어떻게 자신이 지나가는 곳의 물을 변화시키면서 바다로 잘 흘러갈 것인가 하는 것에도 관심이 큽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사회 나름의 또는 그러한 지역사회를 넘어서는 풀뿌리 지도자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충만해 지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네트워크가 필요한 이유는 꾸준히 성장하는 지도력을 한 단체에만 묶어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지도력의 성장과 더불어 그 분들에게는 또 다른 그 나름의 역량에 맞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다로 향해 흐르는 물줄기와 같이 지금 있는 자리는 뒤를 이어오는 물줄기에 자리를 내주고 항상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역할들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힘든 과정이 아니라 흐르는 물과 같이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야기 하는 지도력의 끊임없는 흐름과 성장의 과정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 풀뿌리 지도자들이 속해 있는 조직이나 단체가 이 일을 자신의 과제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민 지도자가 겪는 어려움과 왜 이 운동을 지속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들과 관련하여 이들이 소속된 단체나 조직은 자신의 문제로 이를 인식하고 공동모색을 시도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는 조직활동임에도 개인이 혼자 헤쳐나가야 할 과제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개인과 사회를 성장시키는 단체의 중요한 자기 과제를 소홀히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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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저희 이음 블로그에 일본 토요타 재단 지원사업 공모가 시작되었다는 내용의 안내를 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토요타 재단의 Program Manager로 일하시는 권수진 박사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관심있는 한국의 NGO 관계자들에게 토요타 재단의 지원사업에 대해 안내를 하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일시는 5월2일, 일요일이고
장소는 홍대 근처의 '함께일하는재단' 입니다.
토요타 지원사업 설명회에 대한 보다 자세한 안내는 '함께일하는재단' 홈페이지
http://www.hamkke.or.kr/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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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에서는 몇 년전 풀뿌리 여성지도자들의 성장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여 풀뿌리 지도자들이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고, 또 당시의 고민과 전망 등은 무엇인지를 논의하고 정리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후 5년 정도가 경과한 현 시점에서 이 분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녹색삶 1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토론회 입니다.
아마, 이 주제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모임에 참여하여 풀뿌리 지도자들의 성장기를 듣고 공유하고 싶은 분들이 참여하면 이 모임이 더욱 풍성해 지리라는 녹색삶의 연락을 받고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하도록 홍보하기 위해 초청장을 이 블로그에 올립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사전에 02-903-6604/6204로 연락달라고 하네요.

- 날짜 : 2010년 4월22일
- 프로그램:
  * 10:20 ~ 11:00  총회
  * 11:00 ~ 13:00 수다로 푸는 골목이야기, 풀뿌리 지도자들의 성장기
    # 발표: 남경화(사당법인 어린이 도서연구회 교육국장)
               이순임(초록나라 도서관)
               인미화(동탄 후마니타스 아카데미 사무국장)
               김미선(전 녹색삶을 위한 여성모임 대표, 현 녹색마을 사람들 이사)
- 장소: 서울시 강북구, 삼각산 문화예술회관

많은 참여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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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내용은 도요타 재단으로부터 저희 이음 메일로 온 2010년 지원사업 공모 안내입니다.
참고하셔서 필요한 분들이 많이 활용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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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pplication for grantees of "Asian Neighbors Program" and
"Research Grant Program" in 2010 begin in March 16.
=====================================

For the fiscal year 2010, The Toyota Foundation will call for application for
"Asian Neighbors Program" and " Research Grant Program" as the following.

Application Period


From Tuesday, 16th March to Friday, 7th May 2010 (15:00 at JST)


From Tuesday, 16th March to Wednesday, 12th May 2010 (Postmarked date)

Information for both programs are provided at our website on
http://www.toyotafound.or.jp/english/.

We look forward to receiving your applications.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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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부터 12월까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요청으로 풀뿌리자치연구소 운영위원인 저(이호)와 이필구, 그리고 국토연구원의 이영아 박사가 작업한 보고서 입니다.
기존 풀뿌리운동 활동가들에 대한 교육사례 6개를 선정하여 이를 분석했고, 교육사업 기획에 있어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교육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사례분석 대상 교육사업은 3개가 2박3일 이상의 합숙 교육형태였고, 3개는 특정한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8회 이상의 강좌식 교육형태였습니다. 이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교육 기획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내용들을 추출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4박5일 교육사업을 사례로 이를 진행하는 과정을 비교적 생생하게 소개함으로써, 교육기획 및 진행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보고서로 읽어보도록 하는 것이 더욱 편하지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2009년 풀뿌리운동 교육사업 보고서와 함께 발간하였고, 이를 200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한 교육사업 참가자들에게만 발송한다고 합니다. 이에 파일 형태로나마 풀내음에 올립니다.
보고서로 직접 받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은영준 과장(010-5136-9333)에게 직접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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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에서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 공모 중입니다.
아래의 재단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beautifulfund.org/foundation/board/nanum_NoticeDetail.jsp?c_no=013001&bt_no=370&b_no=18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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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에서 활동가들의 재충전과 쉼을 지원하는 <비움과 채움> 공모를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의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beautifulfund.org/foundation/board/nanum_NoticeDetail.jsp?c_no=013001&bt_no=368&b_no=18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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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올해 세 번째로 진행하는 풀뿌리운동 활동가 교육 참가 희망자를 모집하기 위한 홍보 내용입니다.

아래의 첨부 파일은 참가 신청 방식 및 신청서 양식입니다.


2009년 민주시민교육 주민아카데미사업

[제3차 풀뿌리운동 활동가 교육]에 모십니다.

 - 풀뿌리 활동가를 위한 함께 커가는 실무자 대학 -


풀뿌리운동에 관심 있는 활동가들을 4박5일 교육과정에 모십니다.

마을만들기운동이나 학습공동체운동은 이미 지역운동의 중요한 운동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번 활동가 아카데미는 지역 활동가들이 실제 주민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주민들과 함께 크고 작은 주민운동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라는 방법을 학습을 통해 찾아가고자 기획된 것입니다.

2009년도에 3회째 접어들고 있는 ‘풀뿌리운동 활동가교육’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마을만들기운동의 흐름을 배우고, 마을만들기운동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낼 수 있는 새로운 흐름을 함께 학습하고자 합니다.

특히 활동가교육은 분임 중심, 과제 중심의 참여자 주도형 방식과 참여자가 함께 준비하고 책임지는 생활자치 만들기, 그리고 진행자와 참여자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모여서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을 지향합니다.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일  정: 2009년 11월 3일(화) 오후 1시 - 7일(토) 오후 1시
          (총 4박5일)

· 장  소  파주 홍원연수원

· 대  상: 주민자치운동, 마을만들기운동, 지역사회복지운동
          등에 관심 있는 활동가
(경력 3년차 이상)

· 참여자: 20명 내외

· 참가비: 1인 50,000원

· 공동주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9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
   획위원회

· 신청 방법: 10월 23일까지 이메일(gongmo@kdemo.or.kr)로 접
   수 (선착순)

· 문의: 은영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팀 /
             02-3709-7622, 010-5136-9333
 / yjeun@kdemo.or.kr)

        이필구  (한국YMCA전국연맹, 2009년 주민아카데미사업
             기획위원
/ 02-754-7894 , 010-4272-0410 /
              ymca289@hanmail.net)


● 프로그램 일정표



11/3 (화)

11/4 (수)

11/5 (목)

11/6 (금)

11/7 (토)



일어나기

7-7:30

마음과 몸 깨우기(백배명상 / 생활단식 방법 / 아침 산책 등)

7:30-9

아침밥

9-10



교육 ⑧

전체 정리

10-12

교육 ②

교육 ⑤

닫는 마당

12-2

접수&이력서작성

점심 /


2-3

함께 열기 / OT

교육 ③

교육 ⑥

교육 ⑨

3-6

교육 ①

6-7

저녁밥

7-10

몸과 마음열기

교육 ④

교육 ⑦

교육 ⑩

10시

이후

친교 나눔

분임모임

영화 상영

분임모임

영화상영

전체 뒷풀이



● 프로그램별 강사진

프로그램명

내용

진행/강사

함께 열기 / OT

이력서 프로그램, 인사나누기 등

진행팀

교육 1

풀뿌리운동의 중요성, 운동철학, 이념, 활동가의 삶 등

유정길 (정토회 법사)

몸과 마음열기

참여자들끼리 사귐, 그룹 다이나믹스

진행팀

교육 2~3

마을에서 세상을 보다

 - 운동의 상상력키우기

임경수 (㈜이장 대표이사)

교육 4

웹2.0시대, 인터넷을 통한 소통방법

김태황 (다음세대재단 유스보이스 센터 수퍼바이저)

교육 5~6

풀뿌리운동 기획 어떻게 할 것인가?

고상준 (시민교육공동체 애듀플랜 대표)

교육 7

민주시민교육방법, 공동체 교육방법

윤경아 (전 에듀플랜 교육전문위원)

교육 8

풀뿌리에서 희망을 보다 - 사례연구

유창복 (성미산마을극장 대표)

교육 9~10

풀뿌리운동 전략 세우기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진행팀

닫는마당

전체 정리

이호


● 참가자 신청 방법

 1) 신청자격: 풀뿌리운동에 관심 있는 단체 활동가 누구나(경력 3년차 이상)

 2) 참가자 신청 방법: 신청마감은 2009년 10월 23일(금) 오후 6시까지 / 선착
                     순마감

  - 이메일 신청: gongmo@kdemo.or.kr (신청서를 작성하셔서 꼭 이메일로 접
    수해주세요)

  - 이메일 제목: ‘제3차 활동가교육’으로 표기해주세요.

 3) 참가비 입금

  - 교육 참가비는 총 50,000원입니다. 

  - 입금계좌: 140-006-353404(신한은행), 예금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4) 입교

  - 교육당일(11월 3일, 화) 오후 1시까지 오셔야 합니다.

 5) 기타사항

  - 4박5일 집체교육방식으로 진행됩니다. 4박5일 전체 기간을 꼭 참석해 주
    시기 바랍니다.

 6) 문의: 은영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팀
              (02-3709-7622 / 010-5136-9333)

         이필구 한국YMCA전국연맹 정책팀장, 2009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
              위원
 (02-754-7894 / 010-427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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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에서 풀뿌리단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눔 사업의 공모를 받고 있습니다.
위의 두 첨부 파일은 신청서 양식과 신청단체 소개서 양식입니다.


<2009 서울수도권 풀뿌리단체 지원사업 안내>

풀뿌리단체 지원사업 초기 2년 동안 풀뿌리단체들의 다양한 기획사업을 지원했다면, 2009년은 아름다운가게 나눔테마 “미래세대(아동)”에 우선 지원하고자 합니다. 본 사업의 ‘미래세대’는 아동복지법상 기준-만18세 미만까지입니다. 지역사회의 소외받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사업을 진행/ 예정 중이거나, 특히 청소년들의 자치 모임을 운영하시거나 준비 중이신 풀뿌리단체들은 다음 페이지에서 꼭 지원서를 접수해주시기 바랍니다.


 

■ 사업명 : 서울수도권 풀뿌리단체 지원사업


■ 사업목적 : 아름다운가게는 2009 풀뿌리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의 소외받는 아동청소년들이 지역사회의 정서적 지지/지원의 고리를 갖게 되고 소속감과 주체성 향상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아동청소년 사업 활동가들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신청 자격(서울수도권 지역에 한함)

  1. 지역사회에 기반하여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풀뿌리단체

   - 지역사회와 주민공동체에 기반하여 활동하는 지역풀뿌리단체

   - 소수자를 대변하고 건강한 대안을 만들어가는 시민사회단체

  2 연간 예산의 운영비 중 정부지원이 30% 미만인 민간단체. 미등록단체 포함.


■ 지원내용

  - 풀뿌리단체 사업 중, 소외, 빈곤 아동/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기획사업

    ⇒ 신청금액의 30% 범위 내에서 실무자 교육비 및 기자재 포함 가능


■ 사업기간 : 2010년 1월~12월(1년)


■ 배분총액 및 한도액:총액 80,000,000원/ 1개 단체 지원한도액 10,000,000원


■ 제출서류

   1. 신청서 및 사업계획서(양식 첨부)

   2. 단체현황표(양식첨부)

   3. 법인설립허가증 또는 단체등록증. 미신고시설인 경우 대표자 주민등록등본 1부


■ 접수기간 및 방법

   1. 접수기간 : 2009년 9월 7일- 9월 30일(수)(자동 마감됩니다)

   2. 접수방법 :

     ①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www.bstore.org) 로그인

     ② 신청서 및 단체소개서 다운 받아 작성하기
     ③ 작성한 서류는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나눔사업 공지-접수" 게시판에
         업로드
 (파일명은 “2009풀뿌리-신청단체명”으로 해주세요)


■ 기타

   - 접수된 서류는 반환되지 않습니다.

   - 심사 결과에 따라 사업 예산이 조정 될 수 있습니다.

   - 문의 : 나눔사업팀 류은화 friend@bstore.org, 3676-1009(내선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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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재단에서 제2회 비영리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이 컨퍼런스는 특히 작은 규모의 시민운동단체들이 겪는 어려움을 모금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전문가 및 우리의 경험 등으로부터 배우고 나누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고, 프로그램도 그런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만들어졌습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아름다운 재단의 홍보문 중 일부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클릭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s://www.beautifulfund.org/foundation/board/detail.jsp?b_no=18532&c_no=005002001&bt_no=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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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현대직접민주주의글로벌포럼

2009Global Forum on Modern Direct Democracy



거리의 정치', '광장의 정치'라고 불리는 한국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폭발적 열정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에너지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이 해답을 찾는 일환으로 국제사업팀에서는 '현대직접민주주의글로벌포럼'을 준비했습니다.

본 포럼은 시민들의 의견을 제도로 담아내어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심화, 발전시키고 있는 전 세계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 일시: 2009년 9월 14일(월)~16일(수)

        * 개막식 일정: 2009. 9. 14.(월) 오전 09:30

- 장소: 프레스센터(9/14 개막식), 하이원 빌리지(9/14 오후~9/16)

- 주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유럽주민발안과국민투표기구(IRI-Europe)

- 후원: 주한스위스대사관, 경희대학교, 원불교 서울교구

- 협력: 민주주의와선거지원협회(International IDEA),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 프로그램 

일자/시간

내  용

장  소

9/14(월)

09:00 

09:15  



09:30 







10:00 


10:15 



10:45 











11:10



11:35 

11:50 

12:00 

13:00

14:30

16:00

16:30

16:45

18:00

첫째 날. 개막식 및 전체 세션

▫ 개막식: 진행-이정옥

등록 시작

비디오 상영: 2008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유럽  직접민주주의현장워크숍

환영사

   - 함세웅(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국회의장, 정당 대표 등

   - 영상메시지: 한스 루돌프 메르츠(스위스연방 대통령),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다이아나 왈리스(유럽의회 부의장) 등 예정

‘민주주의의 민주화(Superdemocracy)’-세계적 과제 : 브루노 카우프만(IRI-Europe대표)

세계의 현대 직접 민주주의

- 아시아: 라몬 카시플(정치와 선거 개혁 협회/필리핀)

- 유럽: 테오 쉴러(마르부르크 대학/독일)

- 중남미: 데이비드 알트만(산티아고가톨릭대/칠레)

- 북미: 조 매튜스(새로운미국재단/미국)

기조 발제: 우르스 렐스타브(에코노미스위스)

 ‘경제위기 속의 현대직접민주주의 - 지속가능성을 향한 교훈’

Q&A

‘새로운 영역으로’

     : 마이크 그레벨/전 미 상원의원

포럼 향후 일정 소개

개막식 종료

점심 식사

▫ 전체 세션: 진행-브루노 카우프만

직접민주주의의 세계로

 : 세계의 다양한 사례소개 및 현황 분석 보고

질의응답

아시아의 신생 민주주의

 : 라지 리버한(인도 해비타트 센터, IRI-Asia)

한국의 직접/참여 민주주의 현황

 : 하승수(제주대 법학과)

 만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하이원 빌리지

대회의실

은덕문화원




9/15(화)

09:30










































10:00

12:00

13:30

18:00

둘째 날. UN세계민주주의의 날

(사회: 브루노 카우프만)

주제별 워크숍 및 참가자 소개

주제별 워크숍_1

  1) 교육 포럼

     : 직접민주주의와 관련된 용어 및 개념을 국제적인 수준에서 정리하고, 보다 활발한 참여문화를 위한 교육 전략 모색

  2) 지역차원의 직접민주주의 포럼

     : 지방정부 차원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어떻게 제도화 되고 실행되고 있는지 사례들을 통해, 지역차원의 민주주의 심화를 위한 직접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해 함께 모색

  3) 활동가 포럼

     : 활동가들의 경험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공유하여 직접/참여민주주의를 위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활동 전략 모색

  * 한국 사례 발표 예정

   -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과 주민투표

     (이현민/부안시민발전소장)

   - 하남시 주민소환운동(김근래/하남희망연대 집행위원장)

   -  과천시 보육조례개정운동(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  도봉구 의정비 관련 주민감사청구와 주민소송청구(오승현/동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

   -  광주시 북구 참여예산 관련 사례(오미덕/참여자치 21 사무처장)

  4) 초국가적 민주주의 포럼

     : 세계화와 세계경제위기 등 초국가적 이슈들이 개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오늘날, 유럽연합 등 초국가적 차원의 직접민주주의 현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 모색

  5) 현대 직접민주주의의 시행과 기반

     : 선관위에서 헌법재판소까지 직접민주주의와 관련된 제도와 기구들이 복잡해져 가는 오늘날, 직접민주주의 과정의 기초 지도그리기와 함께 공정한 직접민주주의 실행 과정을 위한 국제적 차원의 기반 모색

 점심 식사

 주제별 워크숍_2

  1) 교육 포럼

  2) 지역차원의 직접민주주의 포럼

  3) 활동가 포럼

  4) 초국가적 민주주의 포럼

  5) 현대 직접민주주의의 시행과 기반

UN세계민주주의의 날 기념행사

하이원 빌리지

회의실





9/16(수)

09:00

10:30

11:00

11:30

12:00

12:30

13:00

14:00

19:00

셋째 날. 종합 세션 및 폐막식

(진행: 브루노 카우프만)

각 주제포럼 결과 발표 및 토론

 휴식

 ‘민중주권과 세계화’

      : 아담 루펠(미국 국제평화협회)

 향후 계획 및 협력 모색

    -  ‘미국의 주민발안과 국민투표 경험’

      : 로버트 스턴(정책연구센터/미국)

 2010년 포럼을 향하여

-  정리문과 활동계획 발표

-  2010년 포럼의 개관 발표

-  폐회 선언

 폐막

 점심 식사

 자유시간 또는 국회 등 방문

 폐막 만찬

하이원 빌리지

대회의실







 

* 문의 및 참가신청: 임수린(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제사업팀)

                    soorinlim@kdemo.or.kr (02-3709-7634)


* 동시통역은 9/14 전일과 15일 3번 주제 워크숍에만 제공됩니다.

* 신청서는 파일로 이 글의 맨 앞에 업로드 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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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찾아가는 학습모임 -

풀뿌리운동 현장 탐방 “활동가, 지리산 품에 안기다"


찾아가는 학습모임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찾아가는 학습모임은 풀뿌리운동, 마을만들기운동 현장에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례도 탐방하는 학습프로그램입니다. 올해 총 3회에 걸쳐 찾아가는 학습모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찾아가는 학습모임은 지난 4월말에 진행된 전라남도 순천 마을만들기 사례였습니다.  순천의 마을만들기 사례(도심속 상상 프로젝트)와 민관협력 관련한 상황을 나눌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기획된 찾아가는 학습모임은 ‘지역운동을 하는 활동가의 삶과 자세’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갑자기 머리 아프세요?  지리산권역의 활동가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마을이라는 틀 안에서 지속적인 운동과제를 수행하면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현재 나의 모습을 성찰하고 반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하는 것이기에 상쾌한 성찰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날은 현장 모습을 보고 듣고 또 현지 활동가들과 교류하고, 도법스님이 주시는 맛있는 절밥을 먹고, 다음 날은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1. 일시: 2009년 9월 10일(목) 오전 8시 출발-11일(금) 오후 5시 서울도착

 ※ 출발 일시와 장소 :
       9월 10일(목) 오전 8시, 서울시 사당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


2. 장소: 전라남도 남원시 지리산권


3. 참석대상: 풀뿌리운동, 마을만들기운동에 관심 있는 활동가 30명
                                                     (선착순 마감)

4. 참가비 : 1인 30,000원

 - 차비와 숙박, 식사 3끼 포함, 내려가는 날 점심은 휴게소에서 각자 해결

 - 남원으로 직접 오시는 참가자의 참가비는 20,000원

 ※ 입금계좌 : 140-006-353404(신한은행), 예금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입금시 현장탐방 참가자 이름 뒤에 ‘탐방’이라는 문구를 넣어 주세요.

       (예 : 홍길동탐방)


5. 참가신청 기한: 8월 31일(월)까지 참가비 입금 순서로 선착순 모집


6. 신청 방법 : 신청서를 작성하여 9월 4일까지 이메일(gongmo@kdemo.or.kr)로 접수


7. 탐방내용

  가. 지리산 생명연대 사례 - 희망의 씨앗 찾기, 지리산댐 반대운동 등

  나. (사)한생명 - 마을공동체 만들기 운동

  다. 지리산길 안내센터 방문과 지리산 숲길 (둘레길) 걷기

  라. 실상사 방문 - 저녁공양 및 도법스님 말씀듣기


8. 문의: 은영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02-3709-7622 / 010-5136-9333)

         이필구 한국YMCA전국연맹 (02-754-7894 / 010-427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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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작년부터 풀뿌리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시민교육을 중요한 사업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 해는 외부의 활동가들로 교육기획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한 가지는 전국의 모범적 풀뿌리운동 사례를 탐방하는 '찾아가는 학습모임'이고(이미 1차로 순천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교육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교육 워크숍으로 4박5일간의 집체교육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이 확정되어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프로그램의 내용 등을 간단히 소개한 것이고, 신청 방법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kdemocracy.or.kr/Notice/notice_view.asp?bid=event_notice&num=439&page=1&od=&ky=&sh=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간의 상근 활동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확정되어 곧 참여자 홍보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과 함께 기획/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취지 및 목적


 - 마을만들기 운동이나 학습공동체운동은 이미 지역운동의 중요한 운동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 활동가들이 실제 주민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주민들과 함께 크고 작은 주민운동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의 방법을 학습을 통해 찾아가고자 한다.

 - 최근 진행되는 다양한 마을만들기운동의 방법을 학습하고, 마을만들기운동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흐름을 함께 학습하고자 한다.

 - 풀뿌리운동가로서 대안 있는 운동을 구상하고 새로운 결의를 다진다.



2. 개요


 - 일  정 : 2009년 6월 16일(화) 오후 1시 - 20일(토) 오후 1시 (총 4박5일)

 - 장  소 : 파주 홍원연수원

 - 대  상 : 주민자치운동, 마을만들기운동, 지역사회복지운동 등에 관심 있는 실무자  (실무경력 5년차 미만)

 - 참여자 : 20명 내외

 - 참가비 : 1인 50,000원

 - 공동주최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9년 주민아카데미사업기획위원회

3. 프로그램 일정표

 

 7:00

 8:00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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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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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

 8:00

 9:00

10:00

11:00

16일 (화)

17일 (수)

18일(목)

19일(금)

6월 20일 (토)


일어나기

마음과 몸 깨우기(백배명상 / 아침 산책 등)

아침밥

교육 ②

교육 ④

교육 ⑦

조별연구

전략세우기

닫는 마당 ⑧


점심밥

접수

함께 열기 / OT

교육 ③

교육 ⑤

교육 ⑧

조별연구

전략세우기

교육 ①

저녁밥

민주시민교육방법론, 공동체 교육방법, 평화교육(갈등회복)

교육 ⑥

교육 ⑨

친교 나눔

분임모임

영화 상영

분임모임

영화상영

전체 뒷풀이



4. 세부내용

 ▣ 첫째날 (6월 16일, 화)

  1) 접수 : 오후 1시 - 1시 30분 (30분)

    - 이력서 만들기 프로그램 진행 - 참여자들이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이력서를 만듦


  2) 함께열기 : 오후 1시 30분 - 3시 (1시간 30분)

    - 강사 : 진행팀

    - 참여자들간 어색함을 줄이고 각자를 소개하는 시간, 전체 프로그램 진행일정 소개

    - 공동체 프로그램 방식으로 진행


  3) 교육① : 오후 3시 - 6시(3시간)

   - 강사 :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내용 : 풀뿌리운동의 중요성, 운동철학, 이념 등을 큰 흐름에서 강의

   - 진행방식 : 강의


  4) 민주시민교육 방법론 : 저녁 7시 - 10시(3시간)

   - 강사 : 윤경아 (한국YMCA전국연맹 팀장)

   - 내용 : 민주시민교육기법 교육 - 조직운동에 활용

   - 진행방식 : 참여형 방식


 ▣ 둘째날 (6월 17일, 수)

  1) 교육 ② : 오전 9시 30분 - 12시 (2시간 30분)

   - 강사 : 임경수(이장 대표)

   - 내용 : 마을만들기운동의 필요성 - 왜 마을인가? 마을에서 무엇을 꿈꿀 수 있는가?

           마을에서의 교육의 중요성, 어떤 교육인가 등

   - 진행방식 : 강의


  2) 교육 ③ : 오후 2시 - 6시 (4시간)

   - 강사 : 임경수 (이장 대표)

   - 내용 : 마을만들기운동의 국내외 사례, 마을만들기운동을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냄

           워커즈 콜렉티브,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왜 중요한가? 농촌과 도시형 마을만들기운동 소개

   - 진행방식 : 강의 및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3) 교육 : 오후 7시 - 10시 (3시간)

   - 강사 : 정혁 (청년 푸름 대표)

   - 내용 : 공동체 놀이 및 평화교육방법론

           마을만들기운동에서 주민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주민조직 활성화를 위해 실무자가 필요한 교육기법 등 소개

   - 진행방식 :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 셋째날 (6월 18일, 목)

  1) 교육 ④ : 오전 9시 30분 - 12시 (2시간 30분)

   - 강사 : 유창복(성미산마을극장 대표)

   - 내용 : 풀뿌리운동의 물적 토대로써 도시속 마을경제 모델인 성미산 사례 소개, 도시속 마을만들기 운동이 어떻게 확산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받는 시간 (성공, 실패, 좌절! 등)

   - 진행방식 : 강의


  2) 교육 ⑤ : 오후 2시 - 6시 (4시간)

   - 강사 : 진경아(천안복지세상 사무국장)

   - 내용 : 천안복지세상 소개, 주민을 회원으로 만드는 과정, 마을만들기운동에서 지역운동으로 확산되는 과정소개(성공, 실패, 좌절!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등 현장의 생생한 경험 전달

   - 진행방식 : 강의 및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 시나리오워크샵 방식으로 제안


  3) 교육 ⑥ : 오후 7시 - 10시 (3시간)

   - 강사 :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 내용 : 지역조사방법론

           주민의 욕구가 무엇인지, 우리동네는 누가 움직이는지, 우리동네의 보물이 무엇인지 등, 이런 것을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

   - 진행방식 : 강의 및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 네째날 (6월 19일, 금)

  1) 교육 ⑦ & ⑧ : 오전 9시 30분 - 12시 (2시간 30분), 오후 2시 - 6시 (4시간)

   - 강사 : 고상준(애듀플랜 대표)

   - 내용 : 지역으로 돌아가서 마을만들기운동 어떻게 할까? (전략세우기 1 & 2)

          이후 마을만들기운동을 지역에 돌아가서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

   - 진행방식 : 참여형 방식(민주시민교육기법 활용)


  3) 교육 ⑨ : 오후 8시 - 10시 (2시간)

   - 강사 : 유정길(정토회 법사)

   - 내용 : 활동가의 삶을 내용으로 하는 선배와의 대화 형식

   - 진행방식 : 강의 및 참여형 방식


 ▣ 다섯째날 (6월 20일, 토)

  1) 닫는마당 : 오전 9시 - 11시(2시간)

    - 강사 : 이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내용 : 4박5일 동안 마을만들기 운동에 대한 다양한 강의를 듣고 정리하는 시간


  2) 닫는마당 : 오전 11시 - 12시(시간)

    - 강사 : 진행팀

    - 내용 : 참여자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짐하는 시간 / 사명문 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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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C에서 창립 10주년을 맞아 '2009 Young Korean Awards'를 개최한다고 하네요.

절망적인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한국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상상하고 만들고 있는 청년세대의 멋진 사례를 발굴해 응원하고 확산하려는 취지입니다.


상금은 총 1,000만원이라고 합니다.
상세 내용은 아래주소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kyc.or.kr/board/index.htm?tch=read&code=7&idx=2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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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에 일본의 한 심포지움에 발표자로 초대를 받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30분 정도 발표를 위한 2박3일간의 일본 일정은 시간적으로 아깝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있는 동안 재미있는 사례 방문/조사도 하고,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할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본말과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필자로서는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배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는 후배, 강내영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방문 당시 한국에도 마을만들기 관련 강의 등을 위해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하야시 선생을 만나 단촐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하야시 선생의 발표를 들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솔직히 별 재미가 없었습니다. 특별히 시사 받을 만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른 사례들을 소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인적/비공식적으로 만나 서로 이런저런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이야기 하다보니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래서 이번 일본 방문기간 중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 대화 내용 중 마을만들기에 관한 일부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상, 이야기를 나눈 후 하야시 선생으로부터 한국 마을만들기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 역시 일본 마을만들기에 대한 오해가 다소 해소되고 또한 그 이해도 넓어졌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잘 통하게 된 계기는 제가 우리나라의 현황을 설명하면서 툭 던진 말이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는 일본에서 수입된 것도 아니고 그 이전부터 민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역사가 있으며, 이러한 마을만들기는 일본에서와는 달리 물리적인 환경개선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커뮤니티 재건 또는 형성이라는 목표 하에 이루어졌습니다"라는 말에, "일본의 마을만들기가 그렇다는 것을 너는 어떻게 알고 있느냐" 하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과거에 일본 책 좀 봤다고 하자, "네가 최근 한국의 마을만들기가 물리적 환경개선 중심으로 이해되는 경향과 또 그런 방향으로 전파되는 것을 우려하듯, 너도 그런 생각을 주로 하는 일본 학자들이 쓴 책만 봐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때부터 우리 둘은 친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하야시 선생이 저희 이음과 우리나라의 풀뿌리운동 현황에 대해 주로 묻고 제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 중이었거든요.

아래의 내용은 하야시 선생이 일본의 마을만들기와 관련하여 이야기 한 내용들을 간략히 핵심 위주로 정리한 것입니다. 나름으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여긴 것들만 간추려 메모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마을만들기는 정부가 주도하여 시작된 것이 아니고, 민간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마을만들기는 이것 또는 저것이다 라고 규정할 수 없다. 주민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마을만들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을만들기의 속성 때문에 마을만들기가 일본에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제도를 먼저 만들고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일본 마을만들기의 고유한 가치이자 장점이다. 물론, 제도는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세타가야구에 많이 견학을 온다.”

(이 부분에서 함께 참관을 하던 관련자들이, 많은 한국의 방문자들이 주로 세타가야구의 마을만들기 지원 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높은 반면, 현장에서 주민들이 마을만들기를 수행하는 과정 등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현장의 주민들과 만나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타가야구의 마을만들기 펀드는 분명 참여의 가능성을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 펀드 역시도 처음에는 행정에서 물리적 공간 만들기(도로, 공원 등)만을 마을만들기로 인식하여 지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지역 현장에서 마을만들기 운동을 자발적으로 해오던 이들과 그룹들은 문화, 복지 등의 활동들도 마을만들기임을 강력히 주장하였고, 이로 인해 행정과 많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런 갈등의 과정에서 마을만들기 공모 심사위원들도 물리적 공간환경 개선만이 아니라 사회자본 등도 중요한 마을만들기 사업이라고 찬성을 해주어서 지금과 같이 정착할 수 있었다”

“일본의 국토교통청에서도 마을만들기에 대한 예산 지원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물리적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해서만 지원을 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 신청을 그 외의 다른 부서에만 해왔다. 그러면서 국토교통청에 대해서도 마을만들기에 있어 물리적 환경개선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주장하였고, 결국 지금은 물리적 환경개선 이외의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해서도 예산지원을 시작하였다”

“최근 도시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관심보다는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 즉, 기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속가능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주요한 관심이다. 그런 차원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 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관심이 높고 이런 차원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일본의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주요한 슬로건은 ‘안전’, ‘안심’, ‘활기’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곧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화 중에 이음의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보고서 발간 내용을 본 후, 주민참여예산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만남에는 일본 자치체 노동조합과 관련된 활동을 하시는 분도 참여하여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는데, ‘주민참여예산제’라는 말이 다소 생경했지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 주었더니, 하야시 선생이 그와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참고로 그 내용도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사이타마 현 시키시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와 비슷한 것이 실행된 적이 있었다. 새로 시장이 된 사람이 예산 편성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가 없는 것은 이상하다고 판단하여, 기획 관련 부서의 공무원에게 시민들이 예산안을 작성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공무원들은 이에 참여할 시민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길거리에서 홍보활동을 하는 등으로 100여명의 시민을 모집하였다. 이들에게 예산에 관한 교육을 시키고 이들이 예산안을 만들도록 하였다. 그러나 최종적 결정은 시장이 했다. 시장은 공무원들이 작성한 예산안과 시민들이 만든 예산안을 비교하여 그 중 하나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예산편성을 했다. 그런데, 시장이 바뀌면서 이 방식은 폐지되었다”

이 사례는 시장의 주도에 의해 시작되고 시장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위로부터의 변화는 역시 지속가능성을 갖추지 못한 불완전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일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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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현재 일본에서 박사 논문을 거의 완료한 박희숙씨의 글입니다. 이 분은 이음의 전신인 시민자치정책센터 정챙위원으로 일하셨고, 석사 논문이 일본의 가나가와 네트워크와 동경생활자 네트워크 등을 분석한 것입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가나가와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도 실상은 몇 번의 방문과 관계자와의 대담 등 피상적인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지에서 관련 조직을 장기간 심층조사한 내용을 통해 분석한 자료를 접하는 것은 귀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생활정치의 확대와 장애요인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사례-

 

희숙 (동경대학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

park.heesook@gmail.com

 

출전: 소시오로고스 편집위원회, “소시오로고스 29” 2005

개인의 생활양식의 변화와 정치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치를 생활정치라 한다면, 생활클럽생협을 모체로 한 지역네트워크운동은 생활정치를 실천하는 운동이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이 대리인운동으로부터 로칼파티(지역정당)으로, 나아가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운동의 전개과정은 생활정치의 확대와 장애요인을 보여주고 있다. 이 논문은 1990년대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전국정당 설립에 주목하여 그 시도와 좌절의 과정을 분석한다. 그 결과, 첫째, 생활정치가 여성의 정치로 축소되었고, 둘째, 정치참여가 개인의 생활양식의 변화와 단절되어 전개되었으며, 셋째, 생활정치의 조직적 형태인 네트워크형조직이 경직됨으로써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생활정치의 이념이 전국정당 설립의 과정에서 힘을 발휘되지 못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1.들어가며

 

이 논문의 대상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이다. ‘지역네트워크운동[1] 1980년대에 생활클럽생협을 모체로 탄생한 여성중심의 정치네트워크조직이다. 1970년대후반 지방의회에 의원을 보내는 대리인운동에서 출발하여 의원의 로테이션(임기를 2기로 제한), 의원보수의 공동관리등을 특징으로 하는 로칼 파티이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활클럽생협[2]이나 대리인운동[3]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생활클럽 1965년 동경도세타가야구에서 설립되어, 1968생활클럽생협으로 조직개편한다. 생활클럽생협은 소비생활의 장으로부터 현대자본주의사회에 문제제기하여, 자신의 생활방식, 일하는 방식을 동료들과 함께 바꾸어나가는 주부를 중심으로 한 생활협동조합운동’(사토 요시유키 편저 1988:5-6)이다. 대리인운동은 생활클럽생협의 대리인(대표)를 정치적 의사결정의 장에 보내는 운동이다. 1977년 동경도의회선거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으나 당선되지 못하고, 1979년 동경도네리마구의회 선거에서 의원이 처음으로 당선한다. 1983년에는 치바현, 사이타마현등 생활클럽생협이 있는 도도부현으로 확대된다[4]. 현재는 9개의 도도부현에 150명이상의 여성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대리인운동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운동주체가 평범한 주부(일본어로 하면 보통의 주부)’라는 점에서 주목을 모았다(야자와∙쿠니히로∙이토우1992, 쿠니히로1993, 쿠니히로 2001). ‘평범한 주부란 노동자, 조직활동가, 좌익운동가, 직업적 정치가, 남성에 대립하는 새로운 정치의 주체로서 생활자∙시민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평범한 주부의 속성은 쿠니히로 요오코(1993)가 지적한 것처럼 도시중산층의 고학력 전업주부 혹은 겸업주부였다. 대리인운동에서 평범한 주부생활자는 운동의 의의이기도 하지만 운동의 한계로도 지적되었다(와타나베 1991, 1995a;쿠니히로 1993). 아마노 마사코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생활자의 개념은 남녀의 성차를 희석화하면서 성에 의한 사회적 차별의 제도화를 (정치적) 주제로 할 계기를 배제했다(아마노마사코 1995:61)’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운동이나 지방자치에 있어서 대리인운동이 가진 의의는 적지 않다. 대리인운동은 사회운동∙시민운동과 의회활동을 병행하는 운동정당’(후지이 1996)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한편, 대리인운동의 본래의 의의는 의회제민주주의를 시민참여에 의해 활성화하는 것이었으나 운동이 전개되는 가운데 의회활동과 시민활동과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활동의 중심이 의회에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리고 대리인운동은 대리인개념에서 상징되듯이, ‘강제적 위임’(후지이 1996)을 요구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1997년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대리인개념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상당수의 대리인이 당선된 후 조직으로부터 이탈하는 상황을 보았을 때, 강제적 위임의 원리가 얼마나 기능하고 있는지는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일본의 선행연구는 대리인운동을 전면적으로 여성의 운동으로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대리인운동이나 로칼파티는 생협의 남성 리더의 발상이며 운동의 전개과정에서도 그들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대리인 운동은 정치 참여의 영역을 지방정치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국정와 연동하면서 로칼파티를 형성해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2절에서 대리인운동이 로칼파티로 확대해가는 과정을 검토하여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생활정치의 성과와 과제를 명확히 한다. 3절에서는 지역네트워크운동의 국정진출 과정속에서의 생활정치와 정당정치와의 대립을 분석한다. 4절에서는 2절과 3절의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생활정치의 이념이 지역네트워크운동의 국정진출과정에서 발휘되지 못한 원인을 고찰한다.

 

2. 생활정치의 확대: 대리인운동에서 로칼파티로

 

이 절에서는 생협남성에 의해 제기된 대리인운동과 로칼파티구상은 처음부터 국정참여를 지향하고 있었다는 점, 그러나 활동주체들인 여성들은 지역을 가장 우선적인 활동영역으로 하는 정치를 지향했다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지역네트워크운동에서의 생활정치의 정의를 확인하며, 생활정치가 대리인운동에서 로칼파티로 전개되어가는 가운데 제기되는 과제를 명확히 한다.

대리인운동은 1977년 생활클럽 생협을 모체로 하여 출현했다. 생활클럽생협의 설립자이며 대리인운동의 제안자인 이와네 쿠니오씨에 의하면, ‘생활클럽은 안보투쟁의 산물’(이와네 쿠니오 1979:13)이라고 한다. 이와네는 1960년 사회당에 가입하여 사회당의 지역활동을 거쳐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운동을 지향하여 생활클럽생협을 설립했다. 대리인운동은 1977년 이와네의 사회당으로부터의 탈당과 동시에 제안되었다. 대리인운동은 협동조합의 주장을 지방의회에 반영하기 위하여 생활클럽으로서 발언하는 대리인을 국회에도 보내고 지역에도 보내는(이와네 쿠니오 1979:214-215)’ 구상이었다. 대리인운동은 생활클럽생협의 이념을 지역이나 의회에 확대하여, 지역정치를 바꾸어감과 동시에 국가 체제의 변혁을 지향한 운동이다.

대리인운동과 마찬가지로 로칼파티구상도 지역에서 출발하지만 그 목표는 반드시 지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로칼파티는 1984년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설립을 할 때, 생활클럽생협카나가와의 설립자인 요코타 카츠미씨에 의해 제안되었다. 요코타씨는 도큐(철도회사)노동조합 출신으로 1959년부터 1995년까지 사회당의 당원이었다. 로칼파티구상은 카나가와현을 가장 우선적인 정치활동의 단위로 하는 것을 명확히 했으나, 처음에는 지역정치로부터 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정치를 바꾸려는 단계적 구상이었다[5].

카나가와현의 대리인운동은 합성세제추방운동을 위한 직접청구운동에서 시작되었다. 생활클럽생협은 1979사가현비와호의 부영영화의 방지에 관한 조례가 성립한 것을 계기로 1980년부터 합성세제추방을 위한 조례제정을 요구하는 직접청구를 시작했다. 카나가와현의 8에서 22만명의 서명을 받았으나 조례는 모든 시에서 부결되었다. 직접청구는 생협의 남성리더가 이후의 대리인운동을 염두에 두고 제안한 것이다[6]. 조례가 부결된 후,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은 합성세제를 추방하고 비누를 사용하는 운동을 계속할 것과 직접청구에 의해 만들어진 합성세제심의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실현할 것을 결의했다[7].

그러나 직접청구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1982년 생협남성리더들에 의해 대리인운동이 제안되었을 때 조합원 여성들은 강력하게 저항했다. 예를 들면, ‘생활클럽이 왜 정치에 손을 대는가?’ ‘정치같은 것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생협후보가 아닌)다른 사람에게 투표할 거니까’ ‘정치따위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직접청구운동을 계속하면서, 그리고 쓰레기나 자원의 문제등에 대해 토론하면서 지금까지 투표하고 싶은 후보자가 없었다’ ‘선거 때 내가 투표한 사람은 당선하고 난 다음 25년간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깨끗한 소비재가 아니라 의원의 공동구입이구나’ ‘그러고 보니 여성의원은 정말 적구나라는 의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대리인공동구입론은 안전한 생협 물건을 공동구입하는 것처럼 깨끗한 의원을 공동구입한다는 발상으로서 합성세제추방 및 비누를 사용하자는 운동으로부터 시작된  비누 대리인운동은 이처럼 생협운동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다. 이 여성들은 마을의 상황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면서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먹거리를 확보하고 싶다. 깨끗한 물을 먹었으면, 쓰레기가 없는 아름다운 마을이었으면, 문화시설이 있었으면, 공원이 너무 적다. 교통이 불편하다, 난개발을 중지하자 등등, 자신들의 생활에 관련된 정책을 직접 만들었다[8]. 이러한 과정은 이제까지의 자기자신을 돌아봄과 동시에 지역을 돌아보는 과정’(1984년 12월6 기관지 NET 6)이었다고 M씨는 보고했다.

합성세제추방운동으로부터 대리인운동에 참여한 K씨는 자신의 정치참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복지, 쓰레기, 환경, , 교육, 먹거리, 원자력발전 등등, 우리들이 직면한 모든 문제는 전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뿌리에 있는 것은 우리들을 둘러싼 산업중심주의적인 사회 그 자체이다. 우리들 스스로가 생활의 질을 문제제기하면서 새로운 생활양식과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지향하는 도전을 계속함과 동시에 그러한 시민을 지금보다 더 늘려가지 않는 한, 세상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1990:61).

 

K씨와 같이 합성세제추방운동으로부터 대리인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은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과 정치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과는 뗄레야 뗄수 없는 것이었다.

합성세제추방운동이외에도 대리인운동에는 또 하나의 경로가 있다. 그것은 주민운동에서 시작된 대리인운동이다. 니노미야마찌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아즈마산의 도시공원화계획에 반대하는 아츠마산의 자연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즈시시에서는 미군의 주택을 짓기 위해 파괴직전에 있었던 이케고의 숲을 지키는 주민운동으로부터 대리인운동이 탄생했다. 각 지역이 안고 있는 고유한 과제로부터 시민의 목소리를 의회에 반영하기 위하여 대리인운동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주민운동으로부터 출발한 대리인운동은 기성정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참여자들 당사자가 정치참여로 인해 정치에 대한 태도가 변화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즈시시의회의원을 3기 역임한 O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9].

 

이케고의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한번 시장이나 의원들을 관심을 갖고 보니 그들이 얼마나 우리들 시민 감각과 다른가를 절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치를 일부의 사람들에게 맡겨왔다는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장(시민운동으로부터 탄생한 시장)과 함께 우리들은 마을을 만들어 간다. 리콜 운동이나 선거를 통하여 나는  처음으로 내 자신이 즈시시민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시장은 당선시켰지만 다음 문제는 반대파가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민운동으로부터 의원을 배출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1990:23).

 

여기서 대리인운동이 추구하는 생활정치의 이념을 확인하여 보자. 생활정치는 개인의 생활양식과 정치의 스타일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또한 생활정치는 선거에 의해 당선된 대표에게 자신의 생활이나 지역의 운명을 전부 맡기지 않고, 스스로 참여하여 결정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생활정치란 직업적인 정치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민이 스스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책임을 가지고 자치해가는 것을 말한다.

생활정치의 이념을 기반으로 전개된 대리인운동의 성과는 크다. 대리인운동은 참여자인 여성들의 생활을 바꾸었고 의회나 자치단체를 바꾸어냈다. 여성들은 의회가 열릴때면 집단적으로 방청했고, 마을의 중요한 문제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는 것을 목격했다. 거기에서 여성들은 의원을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 여성들은 조사나 시민활동을 통하여 눈에 띠는 과제들을 의회나 자치단체와의 논의를 통해 해결해가고, 자치단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요구에 대해서는 스스로 사업체[10]를 만들어 해결해갔다. 대리인이 있음으로 인해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여성들은 자치체와의 교섭력을 강화했고 자신들의 요구를 의회나 자치단체에 반영하는 것이 보다 쉬워졌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은 지역문제발견→자율적인 조사→관계자들에 대한 문제제기→토론의 장 만들기→해결책 모색→문제해결이라는 과정을 통해 의회와 시민활동을 횡단하면서, 지역의 문제해결을 모색했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눈길도 주지 않아 구석에 밀려나있던 생활과제인 쓰레기, 먹거리의 안전, 고령자 복지, 어린이, 환경 등의 과제를 의회의 과제로 만들어 갔다. 의원의 의회 질문이나 압력에 의해 자치단체도 이러한 과제를 정책에 반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의회활동에서의 벽은 적지 않았다. 1인회파의원에게 질문시간이 주어지지 않거나, 다수파정당에 의해 의회의 결정이 좌우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교섭회파[11]에 속하지 않으면 대표질문도 할 수 없고, ‘무소속시민파의원에게 가능한 것은 의원의 권한을 이용하여 자치단체의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시민운동의 힘으로 자치단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의회활동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의원을 늘리는 것은 절실한 염원이었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은 의원복수화, 의원제안권확보를 적극적으로 모색해갔다.

이처럼 의회활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의원와 지역네트워크운동 조직과의 의견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회원은 대리인에 대하여 의원이 되면 반듯하게 운동하기 어려워진다. 도로건설에 대하여 지역주민은 반대하는데 대리인은 의회에서 반대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의회와는 갈등이 생긴다. 표로 연결이 안되는 문제는 점점 안 하게 된다[12]라고 비판한다. 한편, ‘의원은 네트의 과제만이 아니라 자치단체의 모든 문제에 입장 표명을 요구받는다. 의원을 배출한 사람들은 의원을 활용하려고 생각하지만, 처음에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고, 자신들의 생활환경이 바뀌면, 의원을 뒷받침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13]라고 대리인은 말한다. 이러한 발언 속에서 운동의 요구가 의회에 들어갈 때의 어려움과 의원에게 요구되는 것과 지역네트의 뒷받침하는 기능과는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지역네트워크운동은 단일쟁점운동으로부터 지역과제일반에 대처할 수 있는 포괄정당을 지향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로칼파티 노선이다. 앞서서 언급했듯이 로칼파티는 카나가와 네트워크운동 설립과 동시에 제안되었지만 그것이 구체화된 것은 1990년대이후였다. 1991년통일지방선거를 전환점으로 하여 지역네트워크운동은 의원이나 지역네트워크 조직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90년대중반이 되면 지역네트워크운동은 문제제기운동으로부터 정책제안형정치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지역네트별로 정책형성능력을 높임과 동시에 로칼파티로서의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전체의 통합기능도 강화된다[14]. 이처럼 지역네트워크운동은 지역정치에서 생활정치를 확대해가는 노력을 계속해간다.

 

3. 생활정치와 정당정치와의 대립

 

이 절에서는 1980년대로부터 1990년대까지의 지역네트워크운동의 국정참여의 흐름을 검토한다. 우선 대리인운동초기의 정치계약, 90년대전반의 생활파국회의원’, 90년대중반의 네트워크형전국정당설립에 이르는 과정을 검토하여 생활정치와 정당정치와의 대립을 분석한다.

 

3-1 테마정치와 강령정치와의 대결:정치계약

 

지역네트워크운동의 국정방침은 정치계약이었다. ‘정치계약이란 지역네트워크운동이 정당이 아닌 정치가 개인과 계약을 맺어 아마추어의 손에 의해 국가를 통제하는 방법’(1986년6월30 기관지NET15) 으로서 정의된다. 원래 정치계약이란 정당의 강령주의에 시민운동의 테마주의가 대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즉 이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단체가 다양한 국면에서 정치계약을 맺을 수 있고, 기성정당의 경직화를 막는 동시에 각 단체의 정당회피현상도 극복하여 정당정치를 포섭한 다면적인 시민자치가 가능해지는 것을 기대한다(스다 하루미 1987)”는 것이다. 정치계약이란 지지 정당이 없는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이 회원의 정당에 대한 알레르기를 최소화하면서, 정당정치에 자신들의 정치과제를 반영하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그러한 정책과제 가운데서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가 원자력발전의 문제였다. 그 배경에는 1986년의 체르노빌사건을 계기로 원자력에 대한 대중적인 위기의식이  있다. 하세가와 코우이치에 의하면 체르노빌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87년이후 많은 새로운 그룹들이 탄생하여 그 때까지 없었던 시민운동이 확대되었다. 특징적인 것은 대도시와 지방거점도시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풀뿌리 운동의  시민그룹이 탄생했다(하세가와 1991:47)’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네트워크운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생활클럽생협이 제기해온 먹거리의 안전문제는 탈 원자력운동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카나가와현의 각 지역네트는 핵안전대책이나 수입식품의 방사능오염등에 대해 학습을 하기 시작했고 대리인은 자치단체에 압력을 넣었다. 1989년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탈원자력발전법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한편, 국정에서는 1989년 자민당이 리쿠르트 사건 및 소비제의 도입으로 국민적 신뢰를 잃고 지방의회도 소비세를 둘러싸고 이듬해로 예산심의가 지체되어 계속심의가 되는 등 혼란상태였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정국을 자민당독재체제는 내부로부터 붕괴하고 있으나 야당이 약하기 때문에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없다’(1989년5월1 기관지NET47)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7월 참의원선거에서 카나가와 네트워크운동운영위원회는 사회당의 의뢰를 받아 코바야시 타다시 사회당의원을 추천하기로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 카와사키시타마구의 네트 타마는 반대를 표명했다. ‘네트 타마는 참의원선거에서 원자력발전에 대하여 73개의 시민운동단체(지역네트 4개 포함),  한편 소비세에 대해서는 3개의 지역네트와 함께 지역구의 7후보에 대하여 앙케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 추천을 결정한 코바야시씨가 추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당시 네트 타마의 카와사키시의회의원이던 E씨는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사회당의 코바야시씨를 전면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결정한 뒤 지역네트에 응원을 요청했다. 지역네트는 지역별로 생활에 뿌리를 내린 정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결정되었다고 특정후보를 응원하고 투표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체르노빌사건에 의해 반원자력발전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진 시기였는데, 사회당의 입장은 애매했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원자력발전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느 사이에 상황에 따라 인정한다는 입장으로 변했다[15]고 비판한다.

사실 시민운동의 테마를 정당정치에 반영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정치계약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정치계약의 주체가 지역네트가 아니라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었기 때문에 지역네트는 정치계약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트타마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과 지역네트와의 정치적 입장이 대립할 때 정치계약은 조직내에서도 집행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또한 지역네트워크운동이 정당이 아니라 개인과 정치계약을 맺는다고 하지만, 정치가 개인은 독립된 개인이라기보다는 정당에 구속될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속정당의 입장보다 지역네트워크운동과의 정치계약을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우기 정치계약은 일회적 계약 머무는 한계가 있어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는 어려운 점도 있었다. 따라서 정치계약에 대해 국회에 아는 의원이 한 명 있다는 소박한 효과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3-2 생활정치와 정당정치와의 통합:생활파 국회의원

 

1989년은 세계적으로도 격동의 시대로서 동구사회주의권이 해체되고 일본에서도 참의원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의석비율이 역전되었다. 1990년 중의원선거에서도 야당과 여당의 역전을 기대하여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시민후보를 내어 사회당의 추천을 받을 방침을 세웠다. 소위 생활파국회의원구상이다. 사회당과 사민련의 추천을 받고 노동조합과 협력하여 싸운 선거에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생활파국회의원후보는 낙선했다. 1993년에는 일본신당, 신당사키가케등 신당 결성과 함께, 시리우스, 자민당, 하네타파등 기성정당의 내부에서도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격렬한 시기였다. 같은 해 6, 자민당의 분열로 중의원에서 내각불신임안이 가결되어 미야자와내각이 총사퇴하고 호소카와 연립정권이 탄생했다. 정당재편속에서 세대교체와 지방분권의 확대가 정치적 테마로 부각되었다. 1993년 정국을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생활자정치가 국정에서도 역할을 해야한다고 인식했다. 그러한 상황인식에 기반한 운동방침의 전환은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 19931월에 발표한 중의원선거방침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

 

지역이 정치한다는 실체를 만드는 것이 대리인운동이며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을 로칼파티로 만든 이유이다. 대리인운동을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자리매김한다면, 국정과 분리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자치단체레벨의 선거와는 다소 형식이 다른 점도 있으나 국정레벨의 의원의 선거도 시야에 넣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리인운동을 단지 생활자의 대표를 지방의회에 보내는 운동으로 인식하여 자치단체레벨에 제한하는 활동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16]

 

이러한 방침전환은 대리인운동을 국정까지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네트워크운동에서 사회변혁이란 자기자신을 변혁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생활 방식, 노동의 방식, 정치의 방식을 바꾸어내는 운동’(1993년3월1 기관지NET92)을 의미했다. 그것이 정권획득과는 구별되는 생활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기대가 높아진 그 시기에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생활자정치와 정권교체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1990년 참의원 선거, 1993년 중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YS씨는 생활정치와 국정과의 관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YS씨는 2기째의 기초자치단체의 의원을 하고 있던 도중에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결정으로 국정선거의 후보자가 되었다.

 

먹거리의 안전문제만을 보아도 후생성의 문제 등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국회의원 개인과 정치계약을 맺어도 거의 효과가 없었다. 지역문제를 정책화하는 것이 국정에도 요구되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국회의원과 지역의원과는 (정치활동 영역의) 규모는 다르지만 의원으로서의 역할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17].

 

인구2만의 기초자치단체의회의원과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대표를 역임했던 YS씨에게 지역네트워크운동의 국정참여에 대한 저항감은 없었다. YS씨는 국정에도 생활정치의 시점이 필요하며, 지역네트워크운동이 직면하는 한계를 국정참여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YS씨가 속하고 있던 지역네트는 어렵게 기초자치단체의 의원을 만들었는데 임기도 끝나지 않고 국정에 빼앗기는 것에 납득할 수 없었다. 결국YS씨는 지역네트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국정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다.

당시 국정후보자를 내지 않겠다는 결정한 지역네트의 회원은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국정에 의원을 내는 방침이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으로부터 내려왔을 때, (내가 속한) 지역네트는 반대했다. 우리들이 대리인을 내어 지역네트워크운동에 참여한 것은 수원지 산업폐기물처분장 반대를 위한 주민운동을 통해서였다. 우리들이 대리인을 내보낸 것은 언젠가 국정에 참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들은 시의회의원으로서 응원하고 있는데, 왜 국정에 보내야 하는가 하는 의견이 많았다. 왜 기존정당의 후보로 입후보하는가. 입후보해도 당선은 불가능하다. 내보내자, 못보낸다, 한참동안 갈등했으나 입후보직전에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겨우 쓰레기나 비누, 어린이등을 과제로 하고 있는 주부의 운동이다. 마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라면 응원할 수 있지만 국정까지는 힘들다[18].

 

대다수의 회원에게는 국정에서 자신들의 후보자를 내는 것은 본래의 대리인운동의 취지와는 맞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주민운동의 요구를 자치단체에서 실현하기 위해 대리인을 배출하였지만, 국정참여까지는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국정참여를 포기하지 않았다. 1993년 중의원선거에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5명의 후보자(그 가운데 사회당 1, 일본신당 1)를 추천하였으나 일본신당후보자만 당선하고 전부 낙선하였다. 결국, ‘생활파국회의원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국정참여에 대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조직적 입장에 대해 당시의 대표였던 UT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 우선은 기초자치단체의회에 의원을 내고 다음에 현의회의원을 내고, 결국 국회의원 후보를 내는 과정은 스스로의 조직적 역량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를 생활자의 정치로서 규정하여 가장 가까운 지방의회로부터 시작하여 범위를 확대해가는 과정은 많은 지역네트회원에게는 무리없이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로칼파티라는 이름으로부터 국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선거와 스스로의 조직역량을 재어 보고 논리로서는 타당하지만 지금은 무리라는 입장, 그런데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반응을 한 회원이 많았다.[19]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국정추진자인 생협의 남성리더,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운영위원회, 의원 경험자들에게는 생활정치와 정당정치와는 뗄레야 뗄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정치무대를 지역으로부터 국가차원으로 확대해가는 과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전대표인UT씨에게도 지역네트의 회원K씨에게도 겨우 주부의 운동이라든가, ‘국정에는 관여하지 않는 안도감이라는 스스로의 운동을 제한해버리는 회원들의 경향을 지적하고 있다. 그외에도 지역네트의 반대의 이유로는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판단과 함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지역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생활정치가 정당정치에 흡수되어 버리는 것에 대한 저항이 강했다. 이와 같이 국정참여에 대한 회원과 지역네트와의 인식공유가 확보되지 않은 채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로칼파티의 전국적 확대를 내걸고 네트워크형국정정당 설립을 시도했다.

 

3-3 생활정치의 정당정치에의 포섭: 로칼파티의 국정정당 설립 시도

 

1995년 통일지방선거를 즈음해서 일본에서는 지역정당붐이 일어나 전국적으로 시민그룹이 통일지방선거에 후보자를 내는 움직임이 있었다. 19962월 요코하마에서 전국 로칼네트워크 오브 쟈판(이하, J네트) 결성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J네트는 요코미찌타카히로 중의원 의원등에 의한 리베랄 포럼의 주도로 시작된 것이었다. 이 집회에서 당시의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대표였던 마타키 쿄오코씨는 내셔널 파티는 로칼파티의 전국적 네트워크형연합조직이며, 의원은 2중당적, 즉 로칼파티의 당적과 내셔널파티의 당적을 동시에 갖는 것은 당연하다’(J네트결성추진회사무국 1996:13)고 발언했다. 한편, 당시 신당사키가케의 대표간사로서 J네트결성에 참여한 하토야마유키오 중의원의원은 네트워크사회에서는 어떤 의미에서 내셔널도 하나의 로칼에 지나지 않는다’(J네트결성준비사무국 1996”40)라고 응수했다.

이렇게 하여 J네트는 발족했지만 결국 로칼파티의 전국네트워크는 실현되지 못했다. J네트의 흐름은 같은 해 7, 8월에 하토야마유키오씨를 중심으로 하는 신당결성으로 이어져, 나중에 하토야마유키오씨와 칸나오토씨의 2인대표체제의 민주당 결성의 길을 열게 된다. 1996 10월의 총선거 이후에도 민주당은 네트워크형조직론이나 분권모델을 주창하기는 했다. 그러나 1996년 가을부터 1997 3월에 걸쳐, 각지에서 민주당의 지부조직이 결성되었고 그것은 로칼파티의 원칙이나 네트워크형조직과는 한참 거리가 먼 종래의 정당형조직론에 기반해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J네트는 민주당에 이르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스미자와 1988:77-8)는 말도 지나친 평가는 아니다.

J네트가 민주당의 하부조직으로서 흡수되어가는 가운데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민주당의 설립에 깊숙이 참여했다. 1996 9월 민주당 설립준비회는 11명의 간사회로 구성되어,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고문인 요코타카츠미씨가 들어갔다. 같은 해 10월에는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중의원선거를 위해 민주당과 정치계약을 맺었다[20]. 민주당으로서도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 5000명 정도의 회원과 생활클럽생협이나 복지시민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계의 대상으로서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치계약에 의한 선거결과는 참혹한 것이었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민주당 후보 12, 무소속 후보 1명을 추천 혹은 정치계약으로서 지원했으나, 결과는 13인중 2명만 당선되고, 11명은 낙선했다.

이러한 가운데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19971월부터 의원이나 회원의 민주당 입당을 추진하는 방침을 결정한다. 그 목적은 민주당을 통하여 네트의 정책이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한다는 것이었고, ‘민주당은 국정과제, 네트는 지방과제라는 역할 분담을 상정하고 있다. 사실상의 2중당적이지만 그 역할분담은 가능하고 혼란은 없다’(카나가와신문 1997년 1월30)고 당시 대표인 마타키 쿄오코씨는 말했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마타기쿄오코씨와 요코타카츠미고문이 민주당 설립에 깊이 관여하는 가운데 회원에 대한 민주당의 가입이 강력하게 권유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민주당가입방침에 대한 일부의 회원이나 지역네트의 반발은 격렬한 것이었다. 지역네트의 반대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주당은 자민당이나 신진당과의 입장이나 정책상의 차이가 애매하고, 소비세문제등에 대해서는 네트와는 다른 방침을 가지고 있다.(타카츠네트워크통신, 1997년2월8)

 

대리인운동으로서 지역활동을 충실하게 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하며 활동해왔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으로서 민주당카나가와(가칭)’의 설립에 참여하는 것은 지역네트가 만들어온 개성을 말살하는 것이다. 내셔널 파티에 깊이 관여하기 이전에 로칼 파티로서 지역네트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21]

 

우리들은 지역에서 시민이 자치하고 참여하는 정치는 만들어 로칼이든 내셔널이든 영향을 행사하려고 노력해왔다. 어딘가에 들어가 헤게모니를 잡고, 로칼파티에서 실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셔널파티에 들어가거나, 내셔널파티에 들어가도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존 정당과) 손을 잡고 권력을 잡자는 발상은 해오지 않았다.[22]

 

지역네트는 민주당과 지역네트워크운동과의 사이에는 정책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23]. 또한 민주당에의 참여는 지역네트워크운동의 개성을 말살하기 때문에 지역활동을 우선하는 입장을 고수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지역네트워크운동의 문제해결능력은 정당 가입에 의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제기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의 문제해결능력의 향상을 호소하며 민주당참여를 강행했다.

 

지역의원을 해오면서 국가의 법률에 구속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셔널과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거기서 로칼파티연합을 만들고자 J네트에 참여했다. 민주당은 J네트로부터 탄생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탄생하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없다.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과 정치계약을 했다. 그것은 선거용이 아니라 일상활동으로서 함께 실현에 노력하여 점검해 간다. 민주당카나가와는 네트가 참여함으로써 참가형정치를 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24]

 

이러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나 지역네트는 민주당참여방침에 납득할수 없었다. 첫째, 참여의 방법이 문제이며 종래와 같이 가입이 아닌 정치계약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의원이 민주당에 가입하면 그 당적은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 되는가, 아니면 민주당이 되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둘째 참여의 정치적 유효성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 민주당에 참여하여 민주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 많았다. 그것은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리더가 민주당의 리더를 겸무하지 않았고 발언권은 있으나 결정권은 없는 업저버로서의 참여였기에 충분한 영향력 행사는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민주당이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이념과는 동떨어진 정당이 되어버릴 것이 우려되었고 국정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도 지방선거에서는 서로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1997년3월10, 기관지 NET140).

결국, 지역네트워크형국정정당 설립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1997타카츠네트는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으로부터 이탈했다. 실제로 국정정당과 지역정당과의 역할분담은 실현되지 못했고 지역네트의 예상대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의석을 다투어야 했다[25]. 민주당 카나가와에 대해 로칼 파티로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에 실패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다음과 같은 총괄을 했다. ‘민주당이 결성됨으로써 로칼파티연합에 의한 내셔널파티를 만드는데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지방분권의 시대에 로칼파티는 로칼정부를 수립하여 로칼정권을 만드는 것에 전념해야 한다(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2002:2)’ 라고. ‘시민의 정부노선이다.

 

4. 전국정당설립은 왜 실패했는가?: 생활정치의 이념이 발휘되지 못한 이유

 

지역네트워크운동에 의한 전국정당 설립이 실패로 끝난 것은 대리인운동으로부터 로칼파티에로 확대되어간 생활정치의 이념이 국정참여에서는 그 힘이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생활정치의 이념이 살려지지 못하고 지역네트워크운동에 의한 전국정당 설립은 좌절하고 말았는가? 이 절에서는 그 원인을 여성의 정치라는 카테고리의 효과,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가 개인의 생활양식의 변화로부터 이탈해버렸다는 점, 네트워크의 경직성으로부터 찾는다.

 

4-1 ‘여성의 정치라는 카테고리의 효과

 

2절에서 대리인운동이나 로칼 파티가 안보투쟁이나 혁신정당의 활동을 경험한 생활클럽생협의 남성리더들의 구상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네는 말한다. ‘원래 나는 청년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보려고 생각했었다. 생활클럽과 같은 여성운동을 만들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결국은 여성운동이 되어버린 것은 일본사회구조 탓이다’(이와네 쿠니오 1993:14-17)라고. 이와네가 말하는 일본사회구조란 한 마디로 말하면 전후 일본사회의 성별역할분담구조속에서 형성된 지역의 주부적 상황’(야자와 1993:55)이다. 생활정치는 지역에 남겨진 주부가 중심이 되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남성리더들이 존재했다.

와타나베에 의하면, 대리인운동에는 2가지의 요인이 있다(1995b:176-177). 하나는 시민에게 정치를 되돌리는 정치의 시민화=시민의 정치화라는 방향성이며, 또 하나의 요인은 정치에 대한 여성참가라는 방향성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것은 여성으로 정치를 바꾸는 운동이며, 동시에 여성 정치를 바꾸는것이기도 하다. 실제 이러한 견해는 대리인운동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첫째, 대리인운동에서 여성은 대상이면서 주체라는 점이다. 둘째, 대리인운동에서 생협남성리더들의 차지하는 위치는 운동의 주체가 아닌 지원자로서이다. 거기서 대리인운동의 두 주체 가운데 남성들이 사라져 버리고 여성만의 운동이 되어버린다.

생협남성리더들에 의해 대상화된 여성들은 자신들이 안고 있는 과제를 정치적 테마로 부각시키며 의회에 진출했다. 지역네트워크운동에 대하여 아마추어 주부의 정치’ ‘부엌에서 정치까지’ ‘주부감각’ ‘여성의 시점’ ‘마돈나 선풍등등, 다양한 의미규정이 있으나 그것들은 한결같이 여성의 정치 참여라는 점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인터뷰한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여성들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지역주민, 시민으로서정치에 참여했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어긋난 의미규정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지역네트워크운동의 두 주체의 운동에 대한 의미규정으로부터 생각해보자. 먼저, 생협의 남성들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을 자신들의 운동으로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여성의 운동으로서 규정하고 있다. 그들은 정당운동이나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지역네트워크운동에 참여했다. 그들은 여성들을 아무런 이데올로기에도 물들지 않은 백지상태[26]의 존재로서 규정했다. 남성들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을 과거의 운동의 교훈을 계승하기보다, 전혀 새로운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운동이나 정치로서 의미부여했다. 그것이 기존정치와는 단절된 아마추어 주부의 정치라는 개념규정이다.

한편, 참여했던 여성들은 2절에서 언급한대로, 생협운동, 직접청구운동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다수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소위 정치 알레르기’ ‘정당 알레르기때문이다. 이 여성들은 기성정치와 구별하기 위해 자치혹은 정당정치와 구별되는 생활정치를 내걸었다. 또한 이 여성들은 기성정치나 기성정당과의 대립축을 여성과 남성과의 대립으로 전환시킨다. 그로부터 생활정치는 여성의 정치로서 의미규정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대리인운동 초기의 기초자치단체 의회의 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의 대리인은 거의 기초자치단체 의회에서 첫번째의 여성의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의회에서 학교급식, 어린이, 합성세제 등에 대해 질문하면, 연배의 남성의원들은 그 따위 문제는 PTA에서나 해라고 비웃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러는 가운데 여성들은 주부경험을 자신들의 정치적 자원으로 내세워 의회나 자치단체에 결여되어있는 정치적 과제를 여성의 시점이라는 틀을 통해 반영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의 두 주체의 운동에 대한 의미규정은 생활정치의 잠재성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모리모토다카는 즈시의 시민운동에서 “<주부>의 운동이라는 자기규정은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 합의하여 모인 실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개인의 생활우선주의의표준형을 제시하고 말았다”(모리 모토다카 1996:327)고 지적한다. 마찬가지로 지역네트워크운동이 제기한 생활문제는 여성에게 한정된 과제가 아닌 지역주민 일반의 정치과제였다. 스스로의 생활을 바꾸는 동시에 정치를 바꾼다는 생활정치의 이념은 반드시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부감각’ ‘여성의 시점등의 의미규정에 의해 생활정치의 의미는  축소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4-2 개인의 생활양식의 변화와 동떨어진 정치참여

 

생활정치의 정의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생활정치는 개인의 생활양식의 변화와 정치의 변혁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치라고 했다. 의사결정의 장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개인이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것과 뗄레야 뗄수가 없다. 2절에서 언급한대로 생협운동으로부터 직접청구운동으로, 다시 대리인운동으로 확대되는 과정은 참여주체가 자신의 생활을 문제제기하면서 동시에 정치를 바꾸어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리인을 만들어낸 다음이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이 의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의원을 복수화하고, 교섭회파를 구성하며 의원제안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많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의 구성원들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치단체에서의 정책형성기능을 할 수 있는 로칼 파티를 지향하는 것도 지역네트워크운동 안에서는 공유되어 있다. 실제 의원을 늘리는 것은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적 과제가 운동 속에서 명확해지면서, 그러한 과제해결을 위해 의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의원이 늘어나는 것은 자신의 생활을 정치와 연결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역네트워크운동에서 의회활동의 강화가 반드시 시민활동의 확대와 연동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2절에서 의원경험자들과 회원이나 지역네트와의 인식의 차이를 언급했는데, 그것이 전면화된 것이 국정진출 시도에서였다. ,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취지는 시민이 지역정치에 참가하여 지역의 과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인데, 운동이 진전되는 가운데 시민은 분절화된다. 의원, 정책담당, 지역네트의 사무국장 등 비교적 많은 시간을 정치활동에 보내는 사람들은 프로화하고 보통의 회원은 개별의원이나 지역네트활동을 응원하는 지지자로 변해가는 것이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은 두터운 시민활동에 의한 문제해결의 향상과 더불어 의원제안권의 획득을 통해 의회에 대한 영향력의 확대를 도모하지만, 그 시민운동과 의회활동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우며 어느 사이에 시민활동보다는 의회활동에 중점이 이동하는 경향이 보인다.

3절에서 검토한대로 정치계약으로부터 생활파국회의원, 다시 국정정당 설립이라는 흐름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이 추구한 생활정치의 프로세스와는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다. 생활정치가 확대되어가기보다는 정당정치에 수렴되어가는 과정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의 국정 참여에 대해 주체인 여성들은 참여의 의미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 여성들에게 필요한 의원은 자신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마을의 문제를 생각하고, 함께 해결해가는 사람이었다. 국회의원 배출이나 국정정당설립 시도는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여성들을 다시 한번 응원하는 정치’ ‘맡기는 정치로 후퇴하게 하는 것이었다. 후보자 선정에 대한 선택권이 회원과 지역네트에 주어지지 않고, 누구인지도 확실히 모르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라는 것은 단지 주어진 선택지가 하나 늘어나는 것뿐으로 정권획득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인 국정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자신들이 만들어온 생활정치의 이념을 스스로 부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지역 문제에 집중하면서 생활정치의 주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전국정당을 만드는 것에 의해 비약적으로 생활정치를 확대하고자 하는 발상과는 대립한다. 생활정치는 이념만을 말하여 확대되는 것이 아니며 시대의 변화에 의해 순식간에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마을의 문화나 전통의 형성에서처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리라. 한편, 정당정치는 생활정치의 확대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생활정치를 근저에서부터 규정하지는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네트워크운동 여성들이 정권교체의 희망이 각지에서 격렬하게 일어났던 시기에도 그것에 편승하지 않고 지역에 뿌리를 둔 활동을 계속할 것을 주장했던 것은 중요하다.

 

4-3 생활정치의 네트워크의 경직성

 

생활정치의 형태로서 지역네트워크운동은 의원과 후원회라는 종래의 정당정치의 형식이 아니라 대리인과 지역네트라는 문제해결 시스템을 만들었다. 프로정치가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를 신탁, 위임하여 그 정치가를 응원하는 정치에 대한 자기반성으로부터였다. 그것은 정치가에게 지역이나 집단의 운명을 맡겨 분배정치나 이권정치로 귀결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대신에 지역네트워크운동은 눈에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성실한 활동을 통하여 발견되는 정치적 과제를 대리인이라는 파이프를 활용하여 해결하는 형식을 취했던 것이다. 대리인은 어디까지나 역할분담이며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그러한 문제해결방식에서는 정치가가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생활, 정치적 요구가 선행한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국정정당가입방침을 비판하는 논리로서 지역네트가 주목한 것은 네트워크형조직이었다. 당사자의 개념에 의하면 네트워크란 자발성에 기반하여 느슨하게 연결된 횡적인 관계이며 상호부조와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는다. 네트워크형로칼파티에서는 다양한 생활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다. 그러나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국정진출 시도에서는 대등하고 수평적인 조직보다는 위로부터의 방침을 지역네트에 강제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강령에 기반한 정당조직의 중앙당과 지부와의 관계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역네트가 중앙당과 지부라는 조직형식이 아니라 지역네트간의 수평적인 네트워크조직을 지향하는 점은 중요하다. 단일 방침에 따라 설득과 동의를 요구하는 경직된 조직속에서는 다양한 생활의 요구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지역네트워크운동안에서는 생활정치가 정당정치에 포섭되는 것에 대한 저항이 존재한다. 그러한 저항은 의회활동보다는 시민활동에 중점을 두거나 정당정치와 생활정치를 명확한 선에 의해 구분하여 정당정치에 포섭되지 않는 생활정치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서 나타난다. 물론 지역정치와 국정과의 구분이나 생활정치와 정당정치와의 구분은 현실적인 의미에서의 선긋기라기보다는 정치적 전략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의 고유한 과제 해결을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 지역네트의 구성원에게 생활정치의 다양한 요구를 정당정치안에서 해결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은 지지정당 없는층이 단지 정치적 무관심층이 아니라 정당정치에 대한 강한 비판세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마추어나 발런티어 활동에 의존하는 생활정치가 정당정치와 같은 수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면 정당정치에 휩쓸려버릴 위험성이 높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네트워크형정당을 새롭게 만드는 것, 혹은 국정정당에 가입하여 국정정당을 변혁한다는 것은 로칼 파티의 야심찬 기획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소수이지만 지역에 꼭 필요한 활동을 지원하고 소수이기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정치에 연결해가는 것이야말로 생활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이 그러한 이념으로부터 이탈하는 즉시 생활정치의 주역들은 정치로부터 이탈하게 되는 것이다.

생활정치는 4년에 한번 있는 투표를 통해 정치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정당정치와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활정치는 일상성에 기반한 정치이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의해 확대된다. 지역네트워크운동은 그 이념상 참여와 탈퇴의 자유도가 상당히 높다. 직업적 구속도 규제도 의무도 없다. 조직의 효율성 증가를 위해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일부의 활동가는 강한 연대를 가진 조직을 지향하기도 했으나 모든 회원을 강한연대구조에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3절에서 본 것처럼 생활정치의 형식인 네트워크가 경직되거나 네트워크안에서의 충분한 합의없이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를 추구했을 때 생활정치의 이념은 압살되고 마는 것이다.

 

5. 마무리           

 

국정참여가 실패로 끝난 후 지역네트워크운동은 로칼파티노선으로 회귀하여 의원입법과 자치단체장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2000년 지방분권추진일괄법의 성립에 의해 의원입법에 필요한 의원수가 정원의 12분의 1에서 8분의 1로 줄어들어, 소수파라도 의원입법의 가능성이 생긴 것도 하나의 조건이 되고 있다. 한편, 의원입법의 추진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이 의회활동과 시민활동의 병행에 중점을 두어온 것으로부터 의회활동에로의 중심이동을 예고하는 측면도 있다. 또한 자치단체장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국정참여의 실패로부터의 방향전환으로서, 지역네트워크운동의 문제해결능력을 높이는 수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1998년 요코하마시장선거, 2001년 카와사키시장선거, 2003년 카나가와현지사 선거, 2003년 아츠키시장 선거등 모든 시장선거가 실패로 끝났다. 그것은 지역네트워크운동이 자신들의 후보를 내어 자치단체장 선거에 임했을 때 거의 승산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방침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주목된다.

한편 생활정치와 정당정치와의 새로운 접점의 모색이 선거와는 다른 국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사업으로서의 워커즈컬렉티브의 제도화를 위한 활동이다. 1998년에 NPO법이 성립하여 많은 워커즈 컬렉티브가 법인격을 획득했으나 NPO법인격과 워커즈 활동과는 다른 점이 많아서, 현재 워커즈는 독자적인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민입법, 의원입법을 통한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생활정치와 정당정치와의 협력의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글에서는 지역네트워크운동의 생활정치의 이념이 확대되는데 장애요인이 무엇인가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생활정치와 정당정치는 대립하는 것만이 아니라 접합의 가능성에 대한 고찰도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로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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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기서 지역네트워크운동은 특정조직이라기보다는 기초자치단체별 네트워크조직과 그것들의 네트워크로서의 도도부현조직이 연계하여 전개하는 운동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카나가와현단위의 연계조직을 나타내며, 기초자치단체별 네트조직은 각각 고유의 명칭이 있으나, 예를 들면 카와사키시 타카츠구의 네트워크조직의 이름은 타카츠네트로 표기한다. , 카와사키시타마구의 지역네트워크조직은 당사자들이 부르는대로 네트타마로 한다. 또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이라는 현단위의 조직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의 네트조직을 가리킬 때는 지역네트라고 부르기로 한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37개의 지역네트로 구성되어 있으나 2004년 요코하마네트의 이탈로 현재는 19지역네트, 34명의 의원을 가지고 있다. 독립한 요코하마네트워크는 16지역네트와 5인의 의원을 갖고 있다.

[2] 생활클럽생협에 대해서는 사토요시유키 편저(1988), 사토∙아마노∙나스편저(1995)를 참조할 것.

[3] 대리인운동에 관해서는 나스 외(1993)를 참조할 것.

[4] 후쿠오카 네트워크는 그린코프생협을 모체로 하고 있다.

[5] 2003 11월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초대사무국장 시라이씨의 인터뷰. 생활클럽생협의 남성리더들의 운동참여동기에 대해서는 이와네(1978), 이와네(1993), 요코타(1989), 요코타(2002)를 참조할 것.

[6] 20049, 생활클럽생협 카나가와의 전무이사(당시)였던 G씨 인터뷰

[7] 20038, 카와사키시대리인운동선거대책본부장(당시)이었던 M씨 인터뷰

[8] 20038, 카와사키시대리인운동선거대책본부장(당시)이었던 M씨 인터뷰

[9] 2기까지는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후보로서, 3기째는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을 이탈하여 의원에 당선되었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O씨는 자신의 역할로서 시민운동에 의해 만들어낸 즈시시장을 보좌하는 것이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조직의 임기제한 규정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지역과제가 현단위의 조직적 규정보다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 이 사업체는 워커즈 컬렉티브 혹은 시민사업체라고 불린다. 육아, 가사, 개호 등 복지관계의 사업체를 공동출자, 공동운영, 공동노동하는 것이다. 영리가 목적이 아니라 커뮤니티에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11] 교섭회파(交涉會派)에 필요한 의원의 수는 지방의회별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당시 카와사키시의회에서는 3인 이상이 교섭회파가 될수 있었다. 각 회파의 대표자회의로서 의회운영을 담당하는 의회운영이사회의는 교섭회파로부터 1명씩 보내 구성한다. 본회에서의 각회파대표질문도 교섭회파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교섭회파인가 아닌가에 의해 의회 전체에서의 영향력이 큰 차이가 난다. 비교섭회파는 일반적으로 외회활동을 제대로 하는 회파로는 간주되지 못하고 의회내에서는 영향력이 작다.

[12] 200211, 요코하마네트 회원 K씨 인터뷰

[13] 20031, 카나가와현의회의원 W씨 인터뷰

[14]이러한 견해는 지역네트워크운동의 활동가들 사이에서 대체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의 지역네트체제가 확립된 것은 1991년 통일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하고 있다. 그 전에는 하나의 기초자치단체에 복수의 지역네트가 있는 경우도 있어, 기초자치단체별 네트라기 보다는 서클형네트에 가까웠다.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1991년통일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행정구역단위로 지역네트를 재편성했다. 또한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대표도 5인공동대표로부터 2인공동대표 형식의 복수대표체제를 취하다가, 1991년부터 1인대표체제로 재편했다. 나아가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사무국장을 생협직원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 자신이 맡게된 것도 1994년부터였다. 한편으로는 중앙집중성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고 적어도 표면적으로 생협과 조직적으로 거리를 둠과 동시에 여성들이 조직적 리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생협의 남성리더는 정치고문으로서 정치활동에 대한 방침과 여성활동가들에 대한 지도를 계속했다.

[15] 20039, 카와사키시의회의원(당시) E씨 인터뷰

[16] 1993년1월28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운영위원회, ‘중의원선거방침

[17] 20034YS씨 인터뷰

[18] 200211, 카나가와네트 회원 K씨 인터뷰

[19] 20041,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전 대표UT씨 인터뷰

[20]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과 민주당과의 정치계약의 내용은 크게 3가지이다. 1.여성의원을 늘리며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정책, 제도의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2.관주도에서 민주도로 정치를 전환하기 위해 NPO, NGO, 협동조합등의 시민섹터형성을 위해 정책,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한다. 3. 생활복지형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법과 제도의 정비를 위해 노력한다(1996년 10월5,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과 민주당이 교환한 정치계약문서).

[21] 1997년2월6, 미야마에네트, ‘민주당카나가와(가칭)설립에 대한 참가 및 민주당카나가와(가칭)참가의 원칙, 회파형성의 원칙()에 대하여

[22] 20038, 카와사키시의회의원 I씨 인터뷰. I씨는1997년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이탈 이후 현재 카와사키시의회의원 4기째이다.

[23] 실제 19971월의 기관지 NET138호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어린이들의 세대에 빚을 남겨주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비세 인상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당시 지역네트와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은 서로 소비세에 관한 입장의 차이를 분명히 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24] 1997년2월14, 미야마에네트와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과의 면담기록. 당시 타카츠네트의 회원들은 면담장에 업저버로서 출석하여 논의 내용을 전부 기록했다. 필자는 그 기록을 20038월 타카츠네트로부터 입수했다.

[25] 20049월 타나가와네트워크운동 대표 마타키 쿄오코씨 인터뷰. 마타키씨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있다, 민주당 설립 시도야말로 시대의 흐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과의 파이프역할은 생협의 남성리더이자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의 고문인 요코타카츠미씨가 담당했고, 카나가와네트워크운동 출신의 후보자도 그 가운데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26] 20037, 이와네 쿠니오씨 인터뷰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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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2일에 있었던 인천 사회포럼의 주민자치 세션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지역민주화와 풀뿌리 정치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지역 민주화의 위기1)


대의제 민주주의의 문제점으로 항시 지적되어 온 ‘관객민주주의’ 현상은 최근 들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관객민주주의란 시민들은 정치의 관객(spectator)으로 머물러 있고,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결정은 관료와 직업정치인들이 내리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의 저조한 투표 참여율은 그나마 선거 시기에서조차도 유권자들이 관객의 상태를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적극적 의사표현의 방법일 수 있지만, 최근의 저조한 투표율을 이렇게 해석하기에는 뭔가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유권자들이 관객의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투표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유권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극히 제한된 선택지일 뿐이다. 그리고 선거일 다음날부터 유권자들은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런 현실을 루소(J.J.Rousseau)는 ‘영국 국민들은 선거때에만 자유로울 뿐, 선거가 끝나는 순간 노예로 전락한다’라고 표현하였으며, 강대인은 “대의 민주정치에서의 시민참여는 정치 엘리트의 주도하에 방향이 설정되면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된다. 일반 시민은 선거일에만 자유로운 뿐이다”2)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들이 구경꾼으로 있는 상태에서, 정책결정을 하는 것은 일종의 기득권 연합이다. 이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고,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은 이들의 논리가 유포되는 매체이다. 이 기득권 연합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가치지향, 정책방향, 이해관계 등을 매개로 형성되어 있다. 국가 차원에도 기득권연합이 형성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는 지역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역 차원의 기득권연합에는 상대적으로 토건국가의 뿌리가 깊게 잔존하게 있다. 그래서 지역 차원의 기득권연합은 지역주민들의 장기적인 삶의 질 개선보다는 단기적인 땅값상승과 건설이익, 투기이익을 선호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세력들은 평등, 인권, 평화, 생태 등의 단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며 때로는 적대적이다. 그러나 이런 세력들은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각종 선거 때에 표를 동원할 수 있는 조직과 사람들이 있고, 지역 내의 각종 단체들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다.

지역 차원의 기득권연합은 중앙정당이나 지방자치단체장과 유착되어 있고, 국가차원의 기득권연합과 연계되어 있다. 대운하 뿐만 아니라 여러 개발사업들이 추진되는 것을 보면, 지역의 기득권연합과 국가차원의 기득권연합이 상호연계되어 긴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을 두고 '개발동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사회의 중요한 정책결정은 이런 국가 차원의 기득권연합과 지역차원의 기득권 연합이 주도하고 있다. 시민들은 선거 때에 투표나 해 주면 되는 존재들일 뿐이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다.

시민들이 정치의 관객으로 전락하면 시민들의 입장, 삶을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입장은 정치의 영역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된다. 시민들의 소박한 상식은 정치의 영역에서 통하지 않는다. 기득권세력의 관심사가 정치의 영역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그들의 입장이 관철된다. 이런 정치가 초래하고 있는 것은 바로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의 심화, 부동산값의 상승, 경쟁격화로 인한 청소년들의 소진, 환경파괴와 생태적 위기 등이다. 특히 지역에서는 개발과 관련된 기득권 집단, 이익집단들이 정책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그 개발이 사람들의 삶과 자연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정책결정에서 후순위로 밀려난다. 일부 지역주민들의 저항은 계속되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경우들은 찾기 어렵다.

빈곤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시민들은 정부와 사회가 풀어야 할 근본적인 과제중 하나가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구조상 정책의 우선순위는 ‘개발’에 있지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복지 실현’에 있지 않다. 그것은 현재의 의사결정자들이 결국 자신들의 기존 방향(‘개발’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빈곤층에게 시혜를 베풀겠다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적ㆍ정치적으로 소외되고 배제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교육의 시장화, 경쟁지상주의의 지배는 청소년들의 삶의 자양분을 빨아들이고,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의 공동체성을 파괴하고 있다. 학교교육도 말로만 평준화이지 이미 무한 경쟁체제로 들어선 지 오래이다. 이런 교육은 사회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도 청소년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제어장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기득권 연합은 그런 교육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딪히는 삶의 문제들은 민주주의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지 않고,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객민주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삶의 문제들도 해결되기가 어렵다. 기득권 집단들이 정책결정을 주도하는 이상 삶의 문제가 풀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구현이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 풀뿌리운동과 지역정치운동


‘정치’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그 본래의 의미보다는 선경험적 인식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강하다. 중앙의 정치는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는 정치에 대한 이미지이다. 하지만, 여기에 ‘지역’이라는 말을 붙임으로써 우리는 많은 의미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앙의 정치와 같은 ‘가까이 할 가치조차 없는 것’ 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니라 건강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매우 유력한 수단이자 목표로 상정되곤 하기 때문이다.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정치라는 용어로부터 무덤덤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데, 지역사회운동에 있어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다. 지역 대중인 주민들의 생활과 문제제기가 모두 지역의 정치적 의사결정과정 속에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정치에 대한 관심은 1991년 지방자치제가 처음 실시될 때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지역사회운동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역정치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첫째는 지방의회 등을 통해 공식화・제도화 되어 있는 정치영역으로 인식되기도 하며, 둘째는 지역 시민들의 영향력 강화, 주민자치, 참여 등의 대중적 정치세력화라는 차원에서 인식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 지역정치라는 개념에는 이 두 가지 개념이 모두 녹아있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정치라는 용어의 정확한 개념이 무엇인지 따지는 것보다는 누가 어떤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는 풀뿌리적 가치를 갖는 지역정치, 즉 풀뿌리 정치에 대한 관점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언급하고자 한다.

풀뿌리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지역정치라는 개념을 대입시켜도 위의 두 가지 개념이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일반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후자의 내용이 더욱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기본적으로 풀뿌리운동이라는 것이 ‘권력으로부터 배제된 다수 대중’ 즉 민초들이 주체가 되어서 사회를 변화・발전시키고자 하는 사회운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풀뿌리 정치라는 차원에서 지역정치에 접근한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그 영향력을 발휘시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관점으로 채택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의 대의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기보다 대의민주제의 단점을 보완하여 시민들의 자치적인 활동 영역과 그 영향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운동에 있어 풀뿌리적 가치와 활동방식이 중요한 만큼, 지역정치운동도 이러한 기본적 입장과 문제인식을 발전시키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풀뿌리운동과 풀뿌리 정치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그 원칙이나 활동방식, 지역사회 변화의 비전 등에 있어 상호 긴밀한 연관성 갖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정치운동, 특별히 풀뿌리 정치운동이라 표현하는 것은 대의제 민주제라는 틀 속에서 보다 나은 우리의 대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기보다는(실제 참여라기보다는 수동적 존재로의 전락이라 볼 수 있다), 시민들 스스로의 적극적 참여와 이를 통한 지역의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를 보다 강화하는 상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중요시 한다.



3. 대의제 민주주의와 풀뿌리 정치운동


대의제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을 선거를 통해 선출되어진 이들의 전문적 영역으로 구분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풀뿌리 정치운동은 그 주체를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 즉, 풀뿌리 정치운동의 주체는 전문적 정치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역의 시민운동단체나 잘 훈련된 운동가도 역시 아니다. 풀뿌리 정치운동의 주체는 일반 시민들이다. 이는 굳이 풀뿌리 정치운동에 있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무릇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 정치의 진정한 주체는 그 사회의 주인인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운동의 일반적 개념 역시 그 사회의 주체인 시민들의 조직화와 이를 통한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통해 스스로 주인됨을 선언하는 실천을 통할 때 사회의 진정한 변화와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운동 일반의 개념은 지역정치운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대의정치와의 관계는 그러한 전략적 관점을 공고히 한 상태에서 고려해야 한다.

이는 대의제 민주제 하에서 지역사회의 실질적 민주화를 실현하는 길이 보다 많은 후보자를 출마시켜 ‘의회를 장악하자’ 거나 자치단체장에 출마하여 당선시키고자 하는 표면적인 것으로만은 달성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방법 역시 지역사회를 보다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만으로는 단순히 표면적인 변화를 가져올 뿐이다. 일단, 이 방법만을 주장하는 경우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면, 일종의 엘리트 중심의 운동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몇몇 괜찮은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줌으로써 그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변화시키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변화만을 추구할 경우에는 시민들이 관객으로의 방치되는 문제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과 정착이라는 점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람들은 자칫 이러한 방법이 문제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경험한 사회적 경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러한 운동의 방식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일방적으로 평할 수는 없다. 사회운동의 전술은 매우 다면적인 차원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단순한 인적 교체를 통해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전이나 시민들의 삶의 질이 건장하게 변화되고 발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운동에서 풀뿌리운동이 강조되는 이유는 생활인들을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개인 또는 집단이 정치권력을 획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신뢰하지 못하는 기성 정당의 논리이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회운동 특히 풀뿌리운동의 논리 또는 방식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제도 정치권에 대한 인적 투입 또는 인적교체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떠한 목적과 이유로 대의민주제 하에서 제도 정치의 영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려가 전제된, 즉 사회운동 특히 풀뿌리운동의 전략이 전제된 상태에서 제도정치권에 대한 접근이야 말로 풀뿌리 정치운동의 중요한 한 가지 전술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당연히 제도 정치와 풀뿌리 사회운동의 밀접한 연계와 역할분담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풀뿌리운동은 ‘정치’ 영역에 대한 관심을 보다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즉,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여 스스로 대안적 가치와 질서를 사회 내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풀뿌리운동도 결국은 자신들이 터한 지역사회로부터 우리의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과 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의 영역에 다름 아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는 과정과 그 조그만 실천활동 하나하나가 바로 올바른 의미의 정치 활동이며, 그 활동의 영역이 정치의 영역과 다르지 않음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할 때 정치가 시민들과 유리된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것이라는 점이 보다 명확히 전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할 때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관객이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상태에서 제도 정치의 문제를 바라볼 때 대의제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다소 적게 훼손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우리는 민주주의의 진전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4. 풀뿌리 관점에 충실한 대의 정치 참여의 외국 사례


작금의 우리 지역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대의제 정치의 영역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의제 정치의 민주적 질서 회복과 강화가 단지 몇몇 개혁적 인사의 제도정치 진출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풀뿌리 정치는 본래의 자기 역할과 전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의제 정치에 대한 관심과 실천적 개입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기존 정당의 논리와 관성과는 다른 방식의 대의제 정치 개입에 대한 입장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한 고려 중 대표적인 것 하나는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정치세력을 결집하고 이를 통해 한 편으로는 대의제 정치에 대한 개입과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시민들의 정치세력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시민들의 정치세력화란 이들을 정당으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들의 집단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라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오랫동안 모색되어 온 시도 중의 하나는 지역정당(local party)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이다. 지역정당은 단지 중앙정당과 같은 성격의 정당이 지역에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역정당은 기성 정당과는 그 속성이나 가치, 그리고 활동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기성 정당의 ‘지역구’가 아닌 ‘지역정당’이 가지는 의의는 시민들의 대중 조직체로서의 의미를 강조한다. 즉, 대중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행사하는 정치적 조직체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 소수의 ‘결사대’를 통한 정권 장악을 최대의 목적으로 하는 기성정당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즉, 기성 정당과는 달리 시민 대중들의 집단적 정치세력화를 주요한 전략으로 삼으면서, 그러한 전략을 실현하는 한 방편으로 제도 정치권에 대한 진입을 꾀하고자 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정당의 목적은 제도 정치권에 보다 많은 사람들을 진입시켜 이들로 하여금 지역의 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제도 정치권과 풀뿌리운동의 조흥(助興)을 통해 지역 대중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지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풀뿌리(정치)운동이 지역정당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본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정당의 사례들로부터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추출할 수 있다. 가나가와 네트워크와 동경생활자네트워크 등의 생활자 네트워크가 그러한 사례로서 적절할 것이다. 이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네 가지 시사점을 추려보았다.

첫째 이들의 중요 관심사는 제도정치권에서 다수를 차지하여 그 권력을 장악하는 데에 있기보다는 자신들이 내보낸 정치인과 회원들과의 유기적 소통을 더욱 중요시 한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이 의회 내에서 소수라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들의 위상과 역할을 통해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회원들이 정치적 참여와 영향력을 강화하도록 하느냐 하는 것에 활동의 방점을 찍고 있다. 물론, 자신들이 주장하는 이슈의 정치적 관철 역시 의회 내 다수로서의 힘에만 의존하려 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관철시키도록 하는 데에 보다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두 번째로는 이들의 경우 자신들이 내보낸 정치인에게 일정한 시기동안만 대리인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가나가와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2기 8년이 제도정치권에서 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는 제도 정치권에서 일할 기회를 참여자들의 지도적 역량이 강화되는 계기로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회를 보다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국은 지역정치를 발전시키는 길이고 결국은 지역사회의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것이라 여긴다. 물론, 이는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전문적 정치인의 양성보다는 보다 많은 이들이 지역사회의 지도력을 훈련받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보다 중요한 방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2기 8년제’는 결과적으로 지방정부와 의회의 현실을 몸으로 경험하고 돌아온 탁월한 주민활동가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 번째로는 제도정치권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는 개인적 결단에 앞서 대중적 결단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는 스스로 나가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내보내고 싶은 사람을 출마시킨다”는 슬로건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이는 지역정당이 특정한 몇몇에 의해 주도되는 것을 막고, 집단적 정치세력화의 장으로서 자리잡도록 하는 매우 유용한 장치이다.

네 번째로 언급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은 ‘대리인’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리인은 단지 그를 고용한 사람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는 개념에 그치지 않는다. 대리인은 그를 고용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대리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고, 또한 수시로 그를 고용한 사람의 의사를 묻고 그 의사를 충실히 전달할 때에만이 ‘해고’되지 않고 대리인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즉, 엘리트에 의한 정치가 아닌 대중의 정치를 강조하는 의미이다.

물론, 일본의 생활자 네트워크들이 반드시 이상적인 지역정당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그 자체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내재어 있고, 또 많은 이들에게 비판거리를 제공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네 가지는 바람직한 지역정당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5. 풀뿌리 정치운동과 2010년


풀뿌리 정치운동에 있어서도 선거 시기는 여러 가지 점에서 중요한 시기적 특성이 있다. 그것은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고조되는 시기일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의 정치를 풀뿌리 정치운동과 밀접히 연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은 풀뿌리(정치)운동에 있어서 하나의 계기(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 시기에 대한 준비라고 해서 모든 풀뿌리 정치운동의 전술이 누구를 출마시키고 당선시키느냐에만 집중될 필요는 없다. 후보 출마에서부터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고양시키고 그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적절히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선거 시기에 출마를 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하는 반론이 주위에서 만만찮게 제기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풀뿌리 정치운동과 선거라는 대의제 정치 영역의 핵심적 사건과의 관계를 너무 폭좁게 바라보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실상 천안의 복지 네트워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거 시기에 몇 명을 제도정치권에 진출시킨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 훨씬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례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2010년에 대한 준비라는 것도 반드시 2010년이라는 절체절명의 기한을 규정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상적 풀뿌리 정치운동에 있어서 일정한 계기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이며, 그 시기를 보다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 점에서 특히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풀뿌리운동은 지금부터라도 일상적으로 정치운동을 준비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스로의 역량과 조건에 적절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일률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몇 가지 점에서는 공통된 준비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의 모든 활동이 지역정치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전파할 필요가 있다. 사실, 풀뿌리운동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모든 활동들은 그것이 아무리 조그맣고 소박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역정치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주민자치센터의 자치기능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활동도 도서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활동도, 주민들의 소모임을 결성하고 이를 운영하는 활동도 모두 지역사회를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핵심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오해이다. ‘정치’를 자신들과는 무관한 전문 정치인의 영역으로 미뤄놓고, 그것을 혐오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진정한 정치는 우리 땅에서 존립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우리의 일상이 정치이고, 정치는 우리의 일상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며, 정치의 목적은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를 현실 속에서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은 풀뿌리 정치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지역에서의 네트워크 결성을 준비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풀뿌리운동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정치운동은 기존의 시민사회운동단체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기성 단체들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이슈를 전면에 내걸기가 그리 쉽지도 않다. 그보다는 본격적인 지역정치의 지향을 갖는 참여자들을 조직하여 이들로 하여금 지역정당과 같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적절하다. 현실 조건에서는 공식적인 지역정당의 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네트워크가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또한 장기적으로 지역정당의 모체로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 체계의 구축은 각 단체의 활동을 통해 지도적 역량을 구축한 주민 활동가 또는 주민 지도자들이 단체의 영역을 벗어나 지역사회 전체를 계획하고 실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를 새로운 시민들을 조직하는 하나의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풀뿌리)지역정치운동에 대한 고민과 소통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단위는 선거 시기에 후보 출마가 적절한 전술적 선택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등의 사안을 보다 개방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적절한 조직적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앞의 두 가지와 연계되는 것이지만, 지역정치 교육의 기회를 만드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지역정치 교육이라는 것이 정치교육 강좌를 만들어 무작위 시민들에게 홍보해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문제들, 예를 들면 시민들의 숙원 또는 현안 등을 지역 재정의 문제와 연동시켜 설명하는 등을 통해 지역정치가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고 또한 그것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등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좋은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원론적 제안이지만 선거든 시민들의 일상적이고 집단적인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든 풀뿌리 기반을 확대・강화하는 일상활동이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상활동을 통한 주민기반이 강화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전술적 선택도 결국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1) 이 절(1. 지역 민주화의 위기)은 지난 8월 한국사회포럼에서 발표한 하승수의 글 "'좋은 정치'를 위한 풀뿌리 정치운동의 제안 - 지역사히 민주화와 2010년 지방선거"를 발췌

2) 강대인 "삶의 문화, 삶의 정치; 새문화를 여는 또 하나의 대안", 정문길 외  『삶의 정치; 통치에서 자치로』 , 대화출판사, 1998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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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전 경기도 안산시에서 통반장 설치조례 개정을 둘러싼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행정에서 제의한 조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통장의 임기 연장에 제한을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통장의 임기가 기존 조례에서도 2년으로 되어 있으나 횟수 제한 없는 연임을 보장하고 있어, 조례 개정안에서는 2회 연임으로 제한을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실질적으로 6년을 보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짧은 것은 아니지요.

제가 그 곳에 간 이유는 안산시 시민운동 단체들의 네트워크 중 하나인 <지방자치 개혁 시민연대(?)>가 이 토론회의 주관을 덥석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실은 행정이나 의회 측에서는 기존 통장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통에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는 사안이어서 시민단체 측에 부탁을 한 것이지요. 그 후 시민연대 측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이야기하기에 좀 부담스러우니 지역에 연고가 없는 내가 와서 발표해 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고, 그 정도는 도와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전문가인척 하며 발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날 욕(?) 많이 먹었습니다. 통장들은 자신들의 봉사정신을 왜곡하고 마치 수당 등 때문에 일하는 것 같이 매도당했다고 흥분했습니다. 그런데 제 발제문에서는 그런 요인 때문에 통장을 하려는 사람이 과거보다 많아졌다는 것이었을 뿐입니다. 저로서는 억울하죠. 그보다도 왜 통장의 임기를 제한하려는 것에 기존 통장들이 이리도 심하게 반발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순순한 봉사정신만으로만 그런 것이라 생각하기는 힘들더군요.
그리고 담당 행정 과장은 저의 선출제 논리를, 글쎄요 제 생각에는 논리적 개연성이나 근거가 부족한 채로 선출제가 어렵다며 제 주장을 반박하더군요. 하나하나 그대로 반박하고 싶었으나 시간도 많이 흐르고 해서 참고 있으려니 속이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가 제안한 통장 '선출제'를 '선거제'로만 이해하고 현실적 어려움을 이야기 해 더욱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토론회를 하면서 저도 다시 한번 말단 행정조직인 통반장의 문제가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행정 말단조직이지만, 그렇게만 활용되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그날의 발제문을 올립니다.



안산시 통・반 설치조례 개정에 대한 의견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개정의 쟁점에 대한 의견


○ 현행 조례를 개정하려는 핵심은 통장의 임기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임

- 통장에게 주어지는 실비 지급과 자녀 학자금 혜택이 경기가 어려운 때에 큰 인센티브로 작용하므로, 과거와 달리 통장에 지원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 현행 통장의 임기가 규정되어 있음에도 횟수 제한 없는 연임이 가능토록 되어 있어 장기 재임자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 연임 제한 규정을 두어 보다 다양한 주민들이 공평하게 통장의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 그러나 연임이 가능하다고 하는 규정이 반드시 연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통반장의 위촉권한이 동장에게 있는 바, 즉 동장의 임명에 의해 통장이 위촉되는 바, 임기가 끝난 후 동장이 주위의 의견을 들어 다른 이를 위촉하면 연임에 의한 문제가 불거질 이유가 하등 없다고 여겨짐


○ 다만, 법적으로 연임이 가능한데 동장이 새로운 주민으로 통장을 임명하려 할 때 기존 통장직을 수행하던 주민이 자발적으로 통장직을 고사하지 않는 한 반발 또는 불만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현행 행정의 말단 업무 일부를 분담하여 처리하고 있는 업무의 성격상 현행 통장의 직을 수행하는 이가 별다른 허물 없이 적절히 업무를 처리하고 있음에도 굳이 연임의 근거를 들어 그 직을 박탈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음

- 이는 반장의 경우와도 형평성의 문제가 있음. 개정안에 의하면, 반장의 경우에는 횟수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 바, 이는 반장이 통장에 비해 주민들에게 인센티브가 적은 점 등으로 인해 인기가 없기 때문에 장기 재임을 용인하고, 통장은 인센티브 등으로 인기가 있어 장기 재임을 방지하려는 것은 임명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의 지나치게 편의적 발상이라 여겨짐


○ 따라서 통・반장 설치조례의 개정을 통해 통장 직 수행 기간에 제한을 두고자 한다면, 기본적으로 통장의 업무 범위와 그 위촉 과정에 대한 개정이 함께 맞물릴 때 그 정당한 명분이 갖추어진다고 볼 수 있음

- 예를 들어 군포시의 통반장설치조례에 의하면, 안산시와 달리 통장의 업무범위를 자치적 활동으로까지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통반장을 임명제가 아닌 선출제로 운영

안산시 통반장 설치조례

군포시 통반장 설치조례

제5조(통·반장의 위촉)
②동장은 당해 관할구역에서 1년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상시 거주하는 자로서 신원사항과 주민지도력 등을 고려하여 통장을 위촉하여야 한다.

제6조(임무) 통·반장은 동장 또는 통장의 지도 감독을 받아 다음 각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주민지도 및 계도
2. 행정시책의 홍보와 주민요망 사항 보고
3. 통반 주민의 비상연락 훈련
4. 전시홍보 및 주민계도(전시에 한함)
5. 전력 자원의 동원과 전시 생필품 배급(전시에 한함)
6. 기타 법령에 부여된 업무 및 규칙으로 정하는 동행정 수행에 필요한 사항

제5조(통장의 선출 및 위촉)
②통장의 선출은
제6조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주민이 직접 선출한 자를 동장이 위촉한다.

제9조(통·반장의 임무) 통장은 동장의, 반장은 통장의 지도 감독을 받아 다음 각호의 임무를 수행한다.
1. 지역주민의 화합단결과 복리증진에 관한 사항
2. 통·반장의 발전을 위한 자율적 업무처리

3. 행정시책의 주민홍보 및 여론, 건의사항 보고
4. 주민계몽
5. 〈삭제 1999. 02. 27〉
6. 기타 법령에 부여된 임무 및 동행정 수행에 필요한 사항


- 즉, 기본적으로 여러 주민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그 업무가 단순한 행정 보조기능이 아니라 군포시의 조례에서와 같이 주민들의 자치적 활동으로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또한 행정의 편의에 의한 임명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함



2. 선출직 전환의 어려움에 대하여


○ 통장의 역할 확대와 선출직으로의 변화 제안 중 특히 선출의 방법에 있어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 경향이 있음. 군포시의 경우에도 개방적 선출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나, 총 선거권자의 15% 정도만 투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또한 단독 출마의 경우 투표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는 등 활성화되어 있는 편은 아님. 하지만, 이러한 개방적 절차는 주민들의 자율적 활동을 이끄는 통장의 역할에 정통성을 부여할 뿐만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음


○ 또한 선출직이라는 것을 항상 선거와 연동시킬 필요도 없다고 봄.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는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자 등을 뽑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러한 직을 수행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따라서 통장을 선출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음

- 직접 민주주의의 원형으로 지금도 교과서 등에서 배우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라는 도시국가의 지도자 선출방법은 일군의 후보자들 가운에 ‘추첨’을 통해서 지도자를 선출하였음. 이는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춘 이들은 모두가 언제든 그 직책을 수행하는 경험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리임을 보여주는 것. 따라서 이와 비슷한 다양한 방법으로 ‘선출’ 하는 것에서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지킬 수 있음


○ 예를 들면, 통장 모집 공고에 응한 후보자들에 대해 반상회별로 참여한 이들이 지지 후보를 선출하여 이를 취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반장들이 모여 투표할 수도 있음. 또한 통장선출 모임을 갖고 참여한 수가 10명이든 5명이든 이들의 투표로 통장을 선출할 수도 있음. 이는 참여한 이들에게 선거의 권한을 준다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음. 그도 아니면, 아파트 입구나 동사무소 등에 간단한 후보자의 약력을 적은 입간판을 세우고 각 가구별로 하나씩 분배된 지정된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이벤트 형식으로 선출하여도 민주주의적 선출제로서의 원칙과 명예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봄


○ 이렇듯 선거라는 방법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민주주의적 선출을 행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통장선거가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킬 만한 유인요소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현실적이고 주민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안할 필요도 있다고 봄


○ 또한 이러한 선출직이 유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정의 말단 업무를 대행해주는 역할로 그쳐서는 안 되고, 그 역할이 주민들의 대표성을 갖는 사람으로서의 그것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군포시 조례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역주민의 화합단결과 복리증진에 관한 사항’, ‘통・반의 발전을 위한 자율적 업무처리’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음



3. 안산시 조례개정안에 대한 의견


○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단순히 동장의 위촉권한과 행정의 말단 업무 대행의 역할이라는 근거를 그냥 두고 연임 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자 하는 것은 행정의 편의 또는 정치적 편의에 불과할 뿐 합리적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고 사료됨


○ 따라서 기왕에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그러한 기회를 부여하려는 취지로 조례를 개정코자 한다면, 통장의 선출제와 역할 확대를 포함할 때 그 명분이 살아날 수 있다고 사료됨

- 선출제는 당연히 임기를 전제로 함


○ 따라서 이번 조례개정의 취지를 풀뿌리민주주의의 발전과 주민자치 활동의 활성화에 두고 앞서 제기한 두 가지의 변화를 통해 통장 임기 제한을 실시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바임




<참고자료>


<군포시 통반설치조례> 중 일부 관련 조항


제5조(통장의 선출 및 위촉) ⓛ통에 통장을 둔다.
②통장의 선출은 제6조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주민이 직접 선출한 자를 동장이 위촉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주민이 추천한 자중에서 동장이 위촉할 수 있다.〈개정 1999. 02. 27〉
1. 통장의 잔임 기간이 6월 미만인 경우, 그 잔임기간에 한하여 위촉한다.<신설 1999.02.27>
2. 선거를 실시함이 동의 발전과 동민의 화합을 저해한다고 동장이 판단한 경우<신설 1999.02.27>
③통장의 선출방법 및 절차는 동장이 그 지역실정을 감안하여 정한다.〈개정 1999. 02. 27〉
제6조(통·반장의 자격) ⓛ통·반장은 책임감이 투철하고 주민의 신망이 두터우며 활동력이 있는 자로 한다.
②통·반장은 당해 통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로 한다.
③통·반장은 연령은 25세이상 65세이하로 한다.〈개정 1999. 02. 27〉
제11조제3호 내지 제5호의 규정에 해당되어 해촉된 자는 해촉일로부터 5년간통장에 다시 위촉될 수 없다. <신설 1999. 02. 27>
제7조(통장의 임기) 통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개정 1999. 02. 27, 2001. 04. 27〉
제8조(통장의 복무) ⓛ통장은 법규를 준수하고 임무에 성실하여야 하며 주민의 참된 봉사자로서 통 발전을 선도하여야 한다.
②통장은 제9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③통장은 질병 또는 3개월이상 타 지역 장기출타등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때에는 동장에게 보고하고 그 직무의 대행자를 미리 지정받아야 한다.
제9조(통·반장의 임무) 통장은 동장의, 반장은 통장의 지도 감독을 받아 다음 각호의 임무를 수행한다.〈개정 1999. 02. 27〉
1. 지역주민의 화합단결과 복리증진에 관한 사항
2. 통·반장의 발전을 위한 자율적 업무처리
3. 행정시책의 주민홍보 및 여론, 건의사항 보고
4. 주민계몽
5. 〈삭제 1999. 02. 27〉
6. 기타 법령에 부여된 임무 및 동행정 수행에 필요한 사항
제10조(반장의 선출방법 및 등록) ⓛ반에 반장을 둔다.
②반장은 제6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당되는 자를 반상회에서 주민이 직접선출하고, 통장의 확인을 받아 동에 등록하여야 한다. 다만, 주민의 직접 선출이 어려울 때에는 통장의 추천으로 동에 등록한다.〈개정 1999. 02. 27〉
③제2항의 반장선출 방법 및 절차는 반상회를 거쳐 통장이 정한다.〈개정 1999. 02. 27〉
④반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개정 1999. 02. 27〉


(*군포시도 선출제를 폐지한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임.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자치적 참여의 분위기 역시 제도/행정적으로 계속 후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증거라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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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풀뿌리 모금시상
 
2008년 가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풀뿌리모금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2008년 풀뿌리모금시상식에서 여러분의 손으로 최고의 모금사례를 뽑아주세요!  아름다운재단은 2007년 비영리컨퍼런스에서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세션인
풀뿌리모금사례발표‘모금사례 토크쇼’와 미니 풀뿌리모금시상인‘변화의씨앗상’을 결합하여 한국 최초의 풀뿌리모금시상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전문가가 가르치는 모금강의가 아닌, 한국의 풀뿌리단체들이 오늘도 펼치고 있는살아있는 풀뿌리모금사례에서 모금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시작해보세요!!
 
2008 풀뿌리모금시상 행사내용

10월 23일(목)

프로그램

발표자

10:00-10:20

등록 및 티타임

10:20-10:30

개회사

윤정숙(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10:30-10:40

환영사

데이비드 보이드 토마스
(UBS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회공헌 총책임자)

10:40-10:50

행사일정 및 심사방법 안내

사회자

10:50-12:10

팀별 발표 및 참가자 질의/응답/팀별심사

2차심사 진출단체

12:10-1:00

점심식사

1:00-3:00

팀별 발표 및 참가자 질의/응답/팀별심사

2차심사 진출단체

3:00-3:10

휴식

3:10-3:30

참가자 최종 심사 및 투표
+
심사위원단 최종 심사

3:30-4:10

<특별 강연> 캐나다의 기부문화와
비영리단체의 모금 트랜드

린 맥도넬 (Lyn McDonell)

4:10-4:40

심사 발표 및 사례별 컨설팅

심사위원단

 
심사일정:1차 서류심사 : 2008년 10월 13일 (월) /2차 현장심사 : 2008년 10월 23일 (목)
 
2차 현장 심사방법/1. 현장 발표: 심사위원단의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한 단체는 2차 현장 심사에서 참가자들 앞에서 모금 스토리를 발표하게 됩니다. 현장 발표 형식에 제약은 없으며, 발표자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형식이 가능합니다. 2. 참가자들의 조별 토론과 심사: 행사에 참가 신청을 하신 분들은 당일에 조별 편성표를 받게 되며, 단체들의 발표를 들을 후에 조별 토론을 통해 팀별 심사결과를 확정하여 제출합니다.3. 현장 심사 결과 합산: 2차 현장 심사는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단의 평가 결과를 합산하여 이루어집니다. 1차 심사 결과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현장 발표 내용에 따라 결과가 확정됩니다.
 
시상혜택:UBS 풀뿌리모금상 - 변화부문 : 1200만원- 참여부문 : 600만원- 희망부문 : 600만원
 
행사개요-행사명 : 2008 풀뿌리모금시상-일시 : 2008년 10월 23일 (목) 오전 10시 ~ 오후 5시-장소 :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SETEC) 1층 국제회의장-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1번 출구 바로 앞) -주최 : 아름다운재단-후원 : UBS-협찬 : 류무종기부문화도서관
 
 
참가안내-참가방법 : 참가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하여 아래의 이메일 주소나 팩스로 제출-참가비 : 1인당 1만원 (점심 및 자료 포함)-참가비 입금 : 하나은행 162-910001-57204 (예금주 : 아름다운재단) -제출 및 문의 : 아름다운재단 풀뿌리모금시상 담당자 -research@beautifulfund.org / 전화 02-730-1235 (내선 273, 276) / 팩스 02-730-1243* 참가신청서를 보내실 때 파일제목은 [모금시상_참가자이름.hwp]로 보내주십시오.
 
 
해외강연자소개[린 맥도넬 (J. Lyn McDonell, CAE, C. Dir.):린 맥도넬은 캐나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영리조직 컨설턴트이다. 캐나다에 있는 많은 자선기관을 비롯한 비영리기관이 린 맥도넬이 대표로 있는 The Accountability Group의 파트너이자 고객이다. 2005년까지 린 맥도넬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비영리단체인 캐나다유방암재단과 캐나다당뇨병협회에서 대표로 일했으며, 두 단체 모두 캐나다에서 성공적인 모금사례를 남긴 단체로 알려져 있다. 린 맥도넬은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지역병원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풀뿌리모금을 활발히 하고 있는 여성센터의 이사이기도 하다. 린 맥도넬은 이번 한국방문에서 그동안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캐나다의 모금과 기부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적인 사례와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2008 풀뿌리모금시상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금융 그룹인 UBS의 후원과 아름다운재단의 류무종기부문화도서관 기금으로 마련되었습니다.
 
2008 풀뿌리모금시상 모금사례 미리보기  

2008년 10월 13일 월요일 저녁. 아름다운재단 본관 2층에서는 치열한 격론이 펼쳐졌습니다. 한국 최초로 열리는 2008 풀뿌리모금시상에 공모한 사례들의 1차 심사가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지요. 총 7명의 1차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과 설득을 통해 총 5개의 사례들이 드디어 행사 현장에서 발표를 앞두게 되었습니다. 가히 “명불허전”이라 함은 이럴 때 쓸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 시사회 현장으로 달려가기 전에, 모든 분들의 작은 “이해”와 “궁금증 해소”를 돕고자, 여기 1차 심사 현장 기록에서 발췌한 가히 어록이 되어 회자될 만한 “심사 30자평”을 싣습니다. 그럼, 발표회장에서 만날 5개의 보석 같은 “작품”들을 어디 한 번 잠깐 만나볼까요?
 
NO. 1
“한 마디로 ‘기초 체력’이 강한 풀뿌리 모금 사례” - 심사위원 C
“공무원까지 참여시킨 모금사업. 정말 마을 전체가 필요한 모금이라면 공무원이라고 움직이지 못 할까요.” - 심사위원 K
  
우리 동네 나무들은 안녕합니까? 지역의 자연 살리기 모금 운동의 결정판. 마을 주민 100여명이 시작하여 단체활동가, 산림공무원, 공무원노조, 농협, 도민일보, 나무병원, 조경업체까지 참여시킨 열렬 모금운동의 결정판. 1차 모금액으로 4500만원을 정한 지 열흘 만에 3000만원을 돌파. 총 모금액 5900만원으로 모금사업은 일단락되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빼앗긴 것을 찾기 위해 모금했다면, 이제는 “잘” 지켜내기 위한 모금이 필요하다.
 
 
NO. 2
“감동과 공감과 성취가 있는 모금 사례.“- 심사위원 H 
“주민 속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풀뿌리모금의 모범 사례.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모금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금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함께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모금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심사위원 L

고액 기부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주민들의 십시일반으로 만들어낸 아이들과 주민들의 쉼터. 아빠들의 술값을 아끼고, 아이들의 돼지 저금통을 모으고, 가끔은 기부금도 “할부”해주면서, 그렇게 모은 돈으로 부지를 사고, 건물을 올렸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모금. 질좋은 교자재, 성실한 프로그램, 건물 보수... 모금은 돈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것이라는 것을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NO. 3
“이들은 모금을 하면서 우리가 “왜?” 모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 심사위원 J
“신세대 발상의 톡톡 튀는 온라인 모금. 시대의 흐름을 읽다.” - 심사위원 H

모금워크샵이라는 워크샵은 다 좇아다녔다. 수많은 토론으로 지새웠던 날들. 그러나 1년 내내 이어지는 팀별 사업과 행사 기획단들로 모금사업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비상근 활동가 30여명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단체에서 모금에 역량을 집중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각각 직장에 휴가를 내고 4명의 활동가가 참가했던 2007년 비영리컨퍼런스 이후 상황은 급속도로 변화했다. 강력하고 참신한 미션 선언문을 완성해가는 과정도, “모금은 구걸이 아니라 새로운 운동이라”는 새로운 다짐에 익숙해지는 시간도 이제는 즐거움이었다. 2000만원의 사무실 보증금을 만들기 위한 “경계를 넘나드는 무한도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진행되었던 신세대 감성의 솔직담백한 모금 요청. 월 400만원의 운영 적자를 솔직하게 까발리면서 시작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진수. 이들에게 모금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었다.
 
 
NO. 4
“작은 섬마을 지역의 모금을 ‘여행’과 ‘인터넷’으로 풀어내다.” - 심사위원 C
“섬마을로 모이는 젊은 인재들. 그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섬마을의 변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 심사위원 K
“자원이 빈약한 환경에서 사람과 관계를 중심에 놓은 모금방법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심사위원 C

낙도라는 이름을 내세우면 외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더 쉬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실천해보기 전에 그저 받아드리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모습을 스스로 경계하며, 4년째 지속하고 있는 마을 모금. 낙도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공연을 가지고 서울 사는 출향민들 앞에서 펼쳐보인 모금 공연. 그리고 아이들의 꿈은 이제 어른들의 꿈이 되었다. 작은 섬마을에서 지금까지 2000만원을 모았다. 누군가가 단숨에 이루어줄 수도 있는 꿈이지만 조금씩 우리 힘으로 해보고자 낙도의 아이들과 주민들은 오늘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바다 밖으로 꿈을 전신하고 있다.
 
 
NO. 5
“우리는 국제 모금을 생각하면 ‘기아’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를 새로운 국제적인 풀뿌리 모금의 세계로 인도한다.” - 심사위원 J
“풀뿌리 모금은 꼭 지역 베이스여야만 하는가. 풀뿌리 모금에 대한 발상의 전환” - 심사위원 L

한 외국인 인턴의 증언으로 시작된 이 모금은 공식 블로그를 중심으로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된 캠페인이다. 캠페인 소개 뿐만 아니라 실제 모금 역시 블로그를 통해 진행되었으며, 영상 메시지, 일일 브리핑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수시로 캠페인 진행 상황을 공유하였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블로거들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인들을 중심으로 2차 모금을 진행하여 기부금을 전달해주기도 하였다. ‘블로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나누더라’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한 순간. 모금 종류 후 약 2개월간 캠페인팀은 모금 진행 과정과 현지 방문 결과 등을 블로그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고했다. 현재는 모금 종료 후 발견한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의식과 현지의 요구 등을 종합하여 2차 캠페인을 모색하고 있다. 캠페인은 끝나도, 모금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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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에서 진행하는 "아름다운 희망나누기-서울수도권 단체지원사업"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아름다운가게는 2008년1월부터 9월까지의 귀한 결실을 지역사회를 위해 애쓰는 풀뿌리단체에 지원하고자 합니다.(개인지원은 11월에 접수)


■ 사업명: 아름다운 희망나누기-서울수도권 단체지원사업


■ 지원대상 : 서울수도권 소재 단체 중,

  ① 지역사회에 기반하여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풀뿌리단체

    - 지역사회와 주민공동체에 기반하여 활동하는 지역풀뿌리단체

    - 소수자를 대변하고 건강한 대안을 만들어가는 시민사회단체

  ② 연간 예산의 운영비 중 정부지원이 30% 미만인 민간단체. 미등록단체 포함.


■ 배분총액 : 60,000,000 원


■ 지원내용 : 지역사회를 위한 중장기 기획사업

(활동가 교육/지역주민 의식 성장/지역 복지 지원/다양한 공익 활동 등 단체 자유 기획사업)


■ 지원한도액 : 상한액 1,000 만원(1천만원 사업도 지원 가능)


■ 신청방법

① 신청접수기간 : 2008년 8월 25일- 9월 26일


② 제출서류

[공 통] 신청서(다운로드), 단체현황표(다운로드)

[단체현황] 법인설립허가증, 단체등록증 혹은 미신고시설인 경우 대표자 주민등록등본 1부


③ 접수방법 : 우편접수(9월 26일 도착분에 한함)

 ** 지원신청서, 현황표는 우편접수와 별도로 이메일로도 보내주세요 : hongs@bstore.org


④ 접수처 :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45번지 아름다운가게 수익나눔팀


■ 지원사업 일정

① 접수 : 우편 및 이메일 접수(~9/26)

② 1차 서류 심사 : 서류심사를 통해 2차 심사 대상 선정

③ 2차 심사 : 실사 및 인터뷰(~10/24)

④ 최종 심사(~10/31)


* 지원 선정 후 사업발표 및 워크샵 예정(2009년 2월 예정)


■ 문의

아름다운가게 수익나눔팀 홍세희간사 3676-1009(231), hongs@bstore.org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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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의제21 전국대회에서 이음이 준비한 세션 발제글


 

마을의제 작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와

 지방의제의 역할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1) 마을만들기의 의의

마을만들기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처음 도입된 이후에 그 용어에 대한 논란이 오랜 동안 지속되었다. 애초 이 용어는 일본의  ‘마찌츠꾸리’라는 용어를 직역하면서 소개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마을만들기라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여러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특히, YMCA의 경우에는 마을만들기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전부터 ‘사회만들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을만들기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후에도 이 용어와 관련한 논란이 얼마간 있어왔다. 예를 들면, ‘만들기’라는 용어가 없던 것을 새로 만든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마을‘만들기’보다는 마을‘이루기’ 또는 마을‘가꾸기’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을’이라는 용어의 불분명성을 지적하며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동네 만들기’ 또는 ‘동네 가꾸기’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던 이들로부터 제기되는 다양한 개념적 용어들은 결국 ‘마을만들기’로 수렴되고 있다.

마을만들기라는 용어로 자연스런 합의과정을 거치는 데에는 현상적으로 많은 이들이 이미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인 측면도 크지만, 그보다는 마을만들기가 그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비교적 가장 잘 나타내주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마을은 ‘지역(area region)’이라는 물리적 개념과는 다른 공동체적 개념과 범주를 나타낸다. 물론, ‘동네’라는 용어도 마을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공동체적 개념과 범주를 의미한다는 차원에서는 마을이 보다 적절하다. 즉, 마을은 물리적으로 읍・면・동이나 통・반, 면・리 등으로 구분되는 범주를 지칭하기보다는 ‘이웃’, ‘우리 마을 사람’이라는 공동의 정체성을 갖는 범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시는 그러한 공동체를 파괴하면서 설립되었으므로 마을이 애초부터 있지 않았고, 농촌 등의 촌락에서도 과거와 같은 공동체가 이미 다 파괴되었기 때문에 마을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만들기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 내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물리적인 시설 몇 가지를 만드는 차원이 아닌,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겠다는 지향을 갖는 실천활동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어 갈 주체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마을만들기는 행정 또는 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를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을만들기의 핵심이 무엇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선 또는 설치할 것인가보다 그 주체를 조직하고 형성함으로써 공동체인 ‘마을’을 형성하는 것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마을만들기는 여타 지역사회운동 중에서도 몇 가지 긍정적 특징을 갖는다. 그것은 첫째, 마을에 동참하고자 하는 주민 주체의 형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 풀뿌리운동의 원칙과 방식에 충실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둘째,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주민들 스스로가 대안을 만들어 가는 주민자치운동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셋째,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살고 싶은 마을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참여하는 주민들에 대한 민주시민 교육・훈련의 장이 된다는 것이다. 넷째,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 간다고 하는 것은 마을의 정치적 주도권을 주민들이 되찾아온다는 의미를 지니므로, 지역정치운동으로서의 특징도 갖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동체로서의 마을이라는 것이 한두 가지 활동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실천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이 중 특히 마지막으로 언급한 특징은 지방의제가 표방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핵심 요소와도 연결된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단지 사회의 생태적 지탱가능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할 주체 즉 시민들의 지속가능한 실천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실천적 경험을 통해서 살펴보면, 마을만들기는 주로 개별 사안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 평 공원을 만든다던지, 화단 및 정원을 만들거나 가로를 정비한다던지, 놀이터의 환경을 개선한다던지 등등의 사안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만들기에 있어 이러한 개별 사안들의 성공적 추진과 더불어 그 사안을 통해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고민들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행정의 예산과 더불어 전문가가 투입됨으로써 성공적인 마을만들기의 과정과 성과를 만든 방배동 양지공원의 사례와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이 처음부터 주체로 나서 어린이 놀이터 환경개선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갈곡리 어린이 놀이터 사례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양지공원의 경우에는, 그 과정과 성과가 뛰어나지만, 실상 그 최종적 성과는 주민들의 참여로 ‘멋진’ 공원을 만들었다는 것에 집중된다. 하지만, 갈곡리의 경우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주민들의 참여로 성공적 개선을 달성했다는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갈곡리의 경우, 마을만들기의 적극적 주체로 참여했던 주민들이 ‘갈곡리를 사랑하는 주민모임’을 구성하였고, 어린이 놀이터의 환경개선 후 그 공간에서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녹색가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이에 결합하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지금도 모임을 하면서 또 다른 일꺼리를 모색하고 있다. 즉, 그 성과가 아직도 만들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로서의 마을은 특정한 시설을 건립하거나 특정한 환경개선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바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전자의 양지공원 사례는 성공적 공원만들기로서의 의의는 충분할 수 있지만, 진정한 마을만들기로서의 의의는 ‘하다 만 것’과 같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반면 후자의 갈곡리 사례는 어린이 놀이터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마을만들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마을만들기 사례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대구 삼덕동의 담장허물기 사업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흔히들, 이 사례는 담장을 허물고 주차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주민들의 갈등을 해결한 사례로 인식하곤 하지만, 이 사례가 마을만들기로서 갖는 의의는 담장을 허물고 난 후 그 공간에서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사례들에 대해 마을만들기 사업으로서 각기 상이한 평가를 하게 한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업에 대한 주민주체의 주도성 정도에서 찾을 수 있다. 양지공원의 경우 주민들의 참여정도는 공원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계획 과정에서의 참여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주민들의 의견을 전문가가 수렴하여 공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곡리의 경우에는 주민들 스스로가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스스로 어린이 놀이터 환경을 개선하는 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러한 차이는 해당 사안의 성공에 따른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는 데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양지공원의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 수렴되어 공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지만, 갈곡리의 경우에는 ‘내가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만들어 진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를 관리하는 데에서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공원이 만들어 짐으로써 만족을 느끼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그 공원을 어떻게 운영하고 활용할 지에 대한 욕구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이는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지속가능성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2. 마을의제의 의미와 의의 및 추진

1) 마을의제의 의미 및 의의

앞서, ‘마을’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파괴되거나 그 구속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다시 만들어 가야 할 것으로 설명하였다. 따라서 마을의제라고 하는 것은 이미 형성된 마을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실체가 명확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을의제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의미는 보통, 구체적인 욕구・이해(利害)의 공감대가 가능한 좁은 범주의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실천하는 의제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지방의제가 제도적으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범주에서 작성되고 실천되는데, 그 범주가 주민들의 공통된 이해와 욕구의 공감대로 모아지기에 너무 넓기 때문에 구체적인 주민들의 실천으로 연결되기가 힘들다는 문제제기로부터 마을의제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천적 문제제기와 마을의제의 개념을 적절히 결합시키면, 실상 마을의제라고 하는 것도 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그 의의를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마을의제 자체는 의제를 통해 실질적인 마을을 만들고 이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의제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의제를 주민들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을의제는 마을만들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을만들기는 대체로 개별 사안 중심으로 진행된다. 물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별 사안으로 시작된 마을만들기가 지속성을 띠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마을만들기의 지속성은 그 외에도 마을을 만드는 과정에 다양한 사안들이 순차적 또는 병행적으로 배치됨으로써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으로도 나타날 필요도 있다. 즉, 단일한 사안이 아니라 해당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다양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주민 친화적 마을환경을 바꾸어 나가고, 이를 통해 공동체로서의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적으로 지역사회의 비전 또는 마을의 비전을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과정과도 일치한다.

이렇듯 마을의제를 합의하고 실천해 나간다고 하는 것은 첫째 주민들이 자신들의 이해와 욕구를 표출함으로써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비전을 상정한다는 의의가 있다. 두 번째 의의로는 지방의제에 비해 구체적인 욕구의 공감대를 이루는 주민들을 주체로 한다는 점에서 실천 과정에 참여하도록 조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의의로는 주민들 스스로 도출한 의제들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마을만들기 사업이 실천되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한 마을만들기가 다양한 의제의 내용에 근거하여 지속적으로 다양한 주민 주체들에 의해 다양하게 추진될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특히, 세 번째의 의의는 앞서 언급한 단일 사안에 따른 마을만들기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주민들이 바라는 마을의 모습을 다양한 사안과 주제로 만들어 간다는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지닌다.


2) 마을의제 작성

지방의제 차원에서 마을의제가 강조되는 이유는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한 의제작성과 실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마을의제는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가장 핵심으로 여긴다. 그런데,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의 이해와 욕구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문제는 주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구체적인 이해와 욕구를 어떻게 드러내도록 하느냐 이다.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상, 주민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곳을 중심으로 한 욕구들을 가지고 있다. 그 욕구의 내용은 물리적 환경의 문제에서부터 이웃들과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것까지 다양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아이들 통학로의 안전성에 대한 욕구, 녹지 공간 및 쉼터에 대한 욕구, 쓰레기 처리 및 위생에 관한 욕구 등에서부터 친구를 사귀고 싶은 욕구, 육아문제에 있어서 동네 선배 엄마들의 자문을 구하고 싶은 욕구 등 매우 다양한 욕구들을 품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욕구를 표출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욕구 자체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마을의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이들이 스스로의 욕구를 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도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욕구를 표출토록 함으로써 욕구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욕구 표출과 공감대의 형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실험될 필요가 있는데, 지금까지 시도된 것 중 그래도 가장 성공적이라 여겨지는 것 중 한 가지는 YMCA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동네 한 바퀴’운동이다. 안양 YMCA에서 처음 시도되었고 광주 YMCA가 광주북구에서 ‘좋은 동네 시민대학’이란 이름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최근에는 순천 YMCA가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 비교적 성공적 ‘동네 한 바퀴’ 운동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동네를 관찰적으로 투어(tour) 함으로써 평소 생각하고 있던 문제점 또는 새롭게 자신들이 살아가는 동네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러한 발견이 개인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함께 참여한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이는 전혀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없다. 마을만들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들에도 이러한 방식들이 포함되어 있다. 광주 북구의 ‘좋은 동네 시민대학’을 주도했던 최봉익 선생이 설명하고 있는 ‘동네 한 바퀴’의 방법을 설명하면, 이 활동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듯하여 그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학습 담당자는 강좌시작 1주전까지 해당 마을을 여러 차례 미리 돌아본다. 낮에도 밤에도 돌아본다. 해질 무렵과 새벽녘에도 동네를 탐사한다. 마을을 돌면서 그때마다 마을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을의 특성, 전통가치, 마을의 역사와 문화도 사전에 파악하고 강좌에 나선다. ‘다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 강좌는 학생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인, 장애우도 함께 한다. 모두 함께 손잡고 이야기 나누면서 밀어주고 끌면서 마을의 골목을 누빈다. 함께 돌면서 마을의 주요건물, 나무와 숲, 놀이터, 교차로, 건널목, 골목풍경, 건물 벽과 지붕의 색깔, 담장, 거리의 간판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본다. 함께 마을을 돌면서 만나는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표정을 살펴본다. 함께 마을을 돌면서 우리 마을의 앞과 뒤, 마을의 동서남북의 방향을 확인한다. 함께 마을을 돌면서 우리 마을의 나무와 숲의 건강상태를 파악한다. 노인과 장애우와 함께 마을의 교차로에서 건널목을 건너면서 또 건물을 오르면서 이들을 배려했는지 노인과 장애우 입장에서 살펴본다. 어린이들과 함께 손잡고 동네를 돌면서 내가 자라고 우리 동네가 함께 자란다는 것을 생각한다. 어린이와 함께 도는 동네 한 바퀴는 어린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준다.

‘다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는 모두가 함께 하는 ‘우리의식’ 우리 동네를 위해 일하는 ‘역할의식’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나무와 숲과 흐르는 물과 날아다니는 까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마을 생명체는 모두 소중한 관계라는 ‘상호의존의식’을 갖는다. 모두가 함께 처음 해 보는 동네 한 바퀴지만 이번 강좌가 계기가 되어 앞으로 마을 자체의 계속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마을의 기본적인 통계를 알아보고, 우리 마을의 전통문화를 살펴보고, 우리 마을의 깊은 역사를 알아보고, 우리 마을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찾아보고, 더 나아가 우리 마을에 옛날에는 있었는데, 오늘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며, 우리 마을경관 중에서 마을이 발전적으로 관계를 재형성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우리 마을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재정립해야할 것은 무엇이며, 우리 마을의 공동체성을 높여갈 수 있는 방안과 그 해로운 요소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새롭게 마을학습동아리를 만드는 계기를 준다.”(최봉익, “마을만들기와 마을일꾼”, 안양 YMCA에서 발표한 발제문 중)


이렇게 주민들이 함께 동네를 돌아보면서, 개선하고 싶은 것, 새로 만들고 싶은 것, 다시 살리고 싶은 마을의 역사 및 정체성 등등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모아진 내용들은 그대로 마을의제의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다. 즉, 주민들이 동네를 투어 한 이후에 쏟아 붓고 또한 공감대를 이룬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묶기만 하면 주민들에 의해 작성된 훌륭한 마을의제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마을의제는 바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작성한 마을의 발전 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통해 작성된 마을의제의 우선순위를 참여한 주민들과 함께 정해 하나씩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개별 사안으로 마을만들기를 실천하는 것과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즉, 주민들이 수립한 마을의 장기발전 전략 하에서 그것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마을비전 만들기, 마을 전망 실천하기 등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3.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위한 (기초)지방의제의 역할

앞서 마을만들기와 관련하여 지속가능성의 두 가지 측면을 각각 언급하였다. 첫째는 특정한 사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마을만들기의 경우, 해당 사안을 해소한 이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주체들이 마을 만드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마을의제를 통해 동네의 다양한 사안들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하나씩 실천・해소하는 과정을 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마을의제와 관련하여서는 특히 후자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방의제 실천기구는 지역의 민과 관, 기업이 모여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지방의제는 그 최소 단위가 지방자치제의 최소 단위인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기초지방자치단체 범위는 너무 넓다.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인구 면에서도 그렇다. 따라서 지방의제의 위원으로 시민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방의제의 작성에서부터 실천에 이르기까지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한 편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방의제에서도 몇 년 전부터 마을의제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으나, 제대로 실천되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지방의제가 일반 시민들의 생활 현장에 내려가서 그들의 생활 속에서 마을의제를 작성하기 위해 광주 북구의 ‘좋은 동네 시민대학’이나 순천 YMCA가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추진하는 ‘동네 한 바퀴’ 활동 등을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지방의제 실천기구에서 주도한 프로그램에 주민들의 참여를 조직하겠다는 시도는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한 편이다. 따라서 일정한 조직적 역량과 실천의 의지를 갖고 있는 주민조직과 파트너십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법인데, 그런 점에서 각 동마다 조직되어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는 이 사업의 파트너로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주민자치위원회 그 자체가 해당 지역의 주민 대표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참여 범위을 주민자치위원회로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장과 반장, 각 자생조직들, 그리고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이 있는 일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절할 수 있다. 특히, 주민자치위원회 등의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 경험들은 이 프로그램의 주체로서 그렇게 잘못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면, 광주 북구 또는 순천에서의 ‘동네 한 바퀴’ 활동은 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그 외에 다른 주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일단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 성과로 ‘동네 한 바퀴’를 통한 다양한 마을 실천꺼리들을 내왔다. 광주 YMCA ‘좋은 동네 시민대학’과 안양 YMCA가 안양시에서 추진을 목표로 작성한 프로그램의 예를 살펴보면 그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들을 알 수 있다1).


<좋은 동네 시민대학 프로그램>

<안양 YMCA에서 기획한 프로그램>

1강

Ice Breaking

입학식

마을로의 초대

입학식

마음열기

좋은 동네 만들기와 주민자치센터

입학식

다과회

2강

(선택과목)

외국의 마을만들기 사례

2강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이루기

선진지 견학

3강

다함께 돌자 동네 한 바퀴

(우리 동네 이야기)

3강

동네 한 바퀴와 우리 동네 알기

우리 동네 디자인하기

4강

우리 동네 디자인하기

4강

우리 마을 우리가 바꾸자

좋은 동네를 위한 기획과 실무

5강

무엇을 함께 할까?

5강

주민자치와 안양의 미래

마을의 실천과제 선정

수료식

후속모임/다과회

6강

변화추진자(골목대장)의 전략과 역할

 

 

수료식 및 다과회

 

 

* 좋은 동네 시민대학 프로그램은 광주YMCA 좋은동네 시민대학에서 발간한 자료집 「아름다움 마을, 좋은동네만들기」에서, 안양YMCA 기획안은 안양YMCA  좋은동네이루기 위원회에서 작성한 “좋은 마을 자치대학 추진 기획(안)”에서 각각 발췌하였음


이러한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일회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칠 위험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으로 상정하지 않고, ‘동네 한 바퀴’를 통해 수렴된 주민들의 의견을 마을의제로 정립하는 데에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다. 즉, 당장 실천할 수 없는 ‘꺼리’라 하더라도, 마을의제로 정립한 후 이를 지속적인 실천꺼리로 상정함으로써 지속적인 주민참여와 마을만들기 ‘꺼리’가 만들어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회적 프로그램으로 마을의 장기발전 비전인 마을의제가 충분히 작성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네의 특정 부분만을 살펴보고 그에 근거하여 마을의제를 작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작성된 마을의제는 그것이 비록 마을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일부분만을 포함하고 있다 하더라도, 주민들에 의해 설정되고 지속적으로 실천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현실적 역량이 가능하다면, 동네의 다양한 부분들을 투어하고 문제점 등을 찾아내는 작업을 여러 차례 또는 여러 집단이 역할을 분담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더욱 바람직한 마을 비전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개별 사안별로 마을만들기를 추진하는 단편적 사업보다는 마을의 비전을 창출한다는 면에서나 주민들의 지속적 참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을의제의 작성과 지방의제의 역할 등을 명료화하기 위해 간단한 도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Posted by '녹색당'
,
지난 7월8일 강북구에서 활동하는 <어린이 책 시민연대 강북지회와>(전, 동화읽는 어른모임 강북지회), <풀빛 살림터>, <한살림 북부광역지부>, <녹색마을사람들>(전,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지도자 몇 명이 모여 강북구에서 풀뿌리 네트워크를 결성한 첫 사업으로 자신들의 사업내용을 상호 교류하고 몇 명의 초청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원래 이 네트워크에는 <녹색가게>에서도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급한 사정이 생겨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이 네트워크가 무엇을 할 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이렇게 만나 정보도 공유하고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민들을 나누고 공동으로 모색하는 활동을 하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이 모임에서 컨설팅(?)이랍시고 간단하게 발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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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지도자 간담회>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모임을 진행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고 할 때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상호 충돌하기도 함. 그 두 가지 관점이란 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자기 만족과 자기 성장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과 해당 모임이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


○ 황주석 선생은 이를 두고, 전자를 목적으로서의 조직 또는 모임, 후자를 수단으로서의 조직 또는 모임이라 설명하고 있음


○ 목적으로서의 조직은 구성원들의 자기 욕구를 실현하고 상호 이러한 욕구를 나눔으로써그 자체로서 대안적인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함. 그러나 이는 일반 계모임이나 동호회 등의 폐쇄적인 모임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음. 실상, 집단이기주의적 성향을 나타내는 모임, 예를 들면 조폭들도 이러한 목적으로서의 조직을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많은 관심이 있음

- 모임 참여자 스스로와 그 자녀 등의 일차적 가족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개별적인 욕구의 실현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통할 때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할 수 있음

- 또한 모임 그 자체의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넓은 (지역)사회로 활동 영역이 확장될 때 내부의 지도력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도 함


○ 수단으로서의 조직은 외적인 환경에 조응하는 활동을 주로 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경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함. 그러나 내적으로 참여자들의 성장과 발전이 없는 (지역)사회의 변화가 가능한가 라는 의문에 대하여서는 답을 제공해 주지 못함. 오늘날 시민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는 주로 지나치게 수단으로서의 조직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라 볼 수 있음


○ 문제는 이 둘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달려 있음. 내적인 구성원들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내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 함. 이는 당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각 관점의 성과가 잘 나타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


○ 풀뿌리운동은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고, 참여자들의 지도력을 강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과 방식을 의미하는 것. 따라서 현재 간담회에 참여하는 이들이 고민하는 내용은 바로 풀뿌리운동이 항시 고민하는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음


○ 현재의 이러한 고민은 풀뿌리운동의 기반이 일정 정도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일정한 성과와 발전을 이루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음. 즉,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이라 하겠음


○ 그러나 이 간담회에 참여한 이들의 고민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둘을 조화시킨다고 하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님. 애초 참여자들은 자기 욕구를 바탕으로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섣부른 활동 영역의 확장은 오히려 참여자들의 동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도 있음


○ 고민에 대한 답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스스로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지만, 지역사회에서 특정한 모임이 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장・발전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내적 역량에 걸맞지 않는 외적 활동들은 자칫 내적인 발전이나 외적인 역할 증대 모두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임


○ 또한 개인적 욕구로 모임에 참여한 사람이 옆 사람의 논리적 설득으로 자신의 욕구를 사회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사례는 매우 드뭄. 스스로 그 욕구를 사회적인 것으로 수렴 또는 통합시키는 과정을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다양한 성품과 특성이 있기에 일률적인 것으로 접근할 수 없음.


○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활동 내용의 확장이 참여자들에게 기쁨과 보람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또한 그러한 보람과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주위의 노력이 필요함.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자극적인 것보다는 참여자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조그마한 일들로부터 외부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

- 즉, 사업 그 자체의 필요성에 의해 사업을 진행시키기보다는 참여자들이 관심있어 하고 재미있어 하는 할 수 있는 일들로부터 외부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됨


○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역)사회를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러한 변화가 보다 많이, 즉 집단적으로 일어날 때 변화의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임.


○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당장의 어려움은 성장과 발전의 진통기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이는 각 모임들이 처해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봄


○ 마지막으로 이러한 간담회가 일정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될 때에 대하여 한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데, 당위적으로 서로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만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는 항상 실패로 끝나고 만다는 것임. 각자가 이 네트워크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성공의 기본적 요건이라 볼 수 있음


○ 이를 위해 향후 이 네트워크를 단체 대표 간 또는 대표자 간 네트워크로 설정하기보다는 지역사회 활동을 주로 하는 개인 참여 네트워크로 설정할 수도 있다고 봄. 즉, 각 단체는 자신의 일상활동에 집중하고, 지역사회에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외부 활동을 추진하는 주체로 설정할 수 있다고 봄.

- 이는 각 단체와 네트워크의 역할분담인데, 각 단체는 참여자들의 욕구에 충실한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참여자의 지도력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이들이 일정 정도의 지도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면(서서히 지역사회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되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활동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의미함

- 물론, 이러한 네트워크를 각 단체와 별도로 구성하는 것은 앞서와 같은 장점과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예기되는 문제점도 많을 수 있으므로, 많은 고려와 고민이 필요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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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시민사회신문의 '내 인생의 첫수업'이라는 칼럼에 싣기 위해 쓴 글이다.


상처와 희망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40대 중반에서도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의 누구라도 그 인생에 있어 다치고 아파하고 고민하고 좌절한 우여곡절이 없을 수 없겠다. 그러한 상처들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중요한 과정이기에 내 인생의 중요한 수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업이라 치부하기 힘든 것은 때때로 잊은 듯 했던 상처들이 다시 돋아나곤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FTA 반대 집회 도중 한 사람이 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막연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런데 분신한 사람의 이름이 어딘지 많이 익숙했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1990년대 초반 봉천동 철거지역에서 함께 철거투쟁을 했던 주민이었다. 그 지역의 철거가 끝난 얼마 후에 나는 그 지역을 떠났고, 가끔 그 지역에 일이 있어 갈 때마다 그 분을 만났었다. 그 때마다 항상 웃으며 내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했다. 자신들의 철거투쟁을 조직하고 지원해 준 것이 고마웠다는 뜻이다. 과연 그 분이 그 철거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처음 하게 되었는지, 그 전부터 그러할 생각과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후자이기를 바랐다. 내가 그 분의 죽음에 조그마한 영향이라도 끼쳤다는 사실을 지금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사회운동에 대한 회의를 가졌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것은 내가 해왔던 주민 조직화 활동이 정작 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생각하면서였다. 장장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주민조직화의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로부터 조직화에 대한 훈련을 받았고, 그래서 처음 빈민지역에 간단한 이삿짐 챙겨서 들어갔을 땐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것이 내 실수의 시작이었다. 내가 뭔가를 잘 할 수 있다는 착각! 실상 주민조직화는 내가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들이 스스로 뭔가를 잘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뭔가를 잘 하려는 욕심이 나를 부추겼다.

   10여년 전 어느 날 길거리에서 그 몇 년 전에 서초동 비닐하우스촌에서 함께 철거투쟁을 하던 주민을 우연히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그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서는데, 그 사람은 내 반대쪽으로 황급히 걸어가 버렸다. 나를 못 봤는가? 분명히 나를 본 것 같았는데...  또 다른 사례 하나. 철거가 끝난 후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을 오랜만에 만나 함께 식사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 때 합석한 한 아주머니, 철거투쟁 당시 주민조직의 부위원장이었다. 당시 투쟁으로 많은 고소고발 등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었는데, 이 투쟁이 끝난 지 어언 1년이 다 가도록 이 분은 당시 문제로 법원에 오가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당시 입은 부상으로 아직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몇 번 더 겪으면서 그간의 활동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회의가 닥쳐왔다. 아마 내가 유혹했던 그 길을 가는 것이 그리 큰 희생을 거쳐야 하는 것임을 그 주민들이 사전에 알았다면 결코 나와 내 동료들의 유혹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희생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주민들을 그 과정으로 유혹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어떤 사회운동의 명분이나 활동의 필요성도 정작 당사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로 인해 이제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세상과 사회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들이 기쁘고 즐거운 일에 참여할 때 만들어 진다는 나름의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이 글이 지금도 힘겨운 투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들을 비하하거나 그 용기를 무시하는 듯이 읽혀졌다면
사과를 드립니다. 그들에게 사회적 연대를 표하는 것이야 말로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예의이자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적 경험에 의한 개인적 교훈의 내용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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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칠 때 떠나라


   지금도 내 자신이 그리 둥글둥글한 성격이라 생각지 않는다. 대인 관계 역시 그렇고, 특히 내가 하고 있는 활동과 관련해서는 모가 많이 나 있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내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 고치려고 노력하는 데도 그리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 편인 듯하다. 다만, 과거에 비해 그 정도가 조금 완화되었다고 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한창 현장에서 - 도시빈민지역(소위 '산동네')에서 주로 활동했었다 - 일할 당시에는 그런 모난 성격이 더욱 강했었던 것 같다. 우리가 합의했던 사회운동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들을 견디지 못해 독설을 퍼붓곤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존경받아야 마땅한 선배들과 갈등도 많이 겪었다. 당시 빈민지역은 주민자치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주민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린이 집이나 공부방 활동을 많이 하였다. 실상, 오늘 날 지역사회아동센터라 불리우는 민간 비영리 공부방과 어린이 집은 주로 빈민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애초 빈민지역에서 이러한 소위 ‘센터’들이 많이 만들어 진 것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주민조직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주민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과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빈민지역은 그 지역적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각종 개발사업의 첫 번째 먹이로서 그만한 조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조직을 건설하려는 시도는 대개 철거민들을 조직하고 철거투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하였다. 그러한 와중에 내 눈에 거슬린 한 가지 행태는 공부방이나 어린이 집 등의 소위 ‘센터’가 애초의 주민조직화의 목적에 충실하기보다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쌓은 나름의 안정된 기반을 유지하려는 모습들이었다. 즉, 그러한 ‘센터’들은 수단에 불과하므로, 주민자치조직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문을 닫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한 주장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듯 주절이 주절이 내 과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완전히 폐업신고(?)는 하는 봉천동의 자그만 어린이 집인 <씩씩이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이 곳은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고, 그 곳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활동 역사 역시 길고 그 과정에 많은 우역곡절이 있어왔다. 지금의 <씩씩이 놀이방>은 서초동 비닐하우스촌인 꽃동네의 ‘꽃동네 놀이방’과 봉천9동의 ‘봉천동 애기방’, 그리고 봉천3동의 ‘씩씩이 놀이방’이 통합하여 만든 어린이 집이다. 나는 이들 세 개의 어린이 집이 통폐합된 이후에는 그 지역을 떠나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통합 이전의 세 개 놀이방이 어떤 어려움과 우여곡절 속에서 자신들의 ‘첫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는지는 잘 안다. 그 곳에서 일하는 실무자들과도 개인적으로 자주 교류를 해왔었고, 특히 통합 이전의 ‘씩씩이 놀이방’은 나와 같은 동네에서 활동을 해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몇 년 동안 이 ‘씩씩이 놀이방’에서 숙식을 해결했었다.

   각각 활동하던 이 세 개의 놀이방들은 각자의 사정과 지역사회의 상황변화 등으로 인해 하나로 통폐합되었는데, 그 과정 자체도 그리 예사롭지 않았다. 꽃동네에서 오랜 동안 운영되던 놀이방은 이 실무자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주민지도자에 의해 거의 쫓겨나다시피 그 동네를 떠나야 했다. 이제 와서 그 과정에 대해 누구의 잘못이냐를 가리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젊은 처자 셋이서 청춘을 바친 그 곳에서 일부 주민지도자들의 악의적인 비난 등으로 그 마을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당시 심정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픈 기억이다. 철거가 모두 끝날 때까지 주민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이들의 열망은 ‘배신감’으로 되돌아왔고, 그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봉천9동의 ‘봉천동 애기방’은 그 지역이 재개발로 철거 되면서, 실무자들이 주로 철거에 대응하는 주민조직화 사업에 집중하였다. 주민들도 많이 떠났기 때문에 놀이방 사업 자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씩씩이 놀이방’ 역시 한 곳은 재개발과 주민들의 대규모 이전 등으로해서 그 지역사회에서 놀이방의 필요성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지역사회탁아소연합>의 같은 지부 멤버였던 이들은 통 큰 합의를 하게 된다. 세 개의 놀이방을 통합하여 하나의 어린이 집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 이러한 합의는 단지 이들 세 개 놀이방의 개별적 사정에만 근거하지 않았다. 당시 빈민지역들이 재개발로 철거되면서, 그 주민들 상당수가 산동네 아래의 일반 주거지 지하 등으로 이주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이상 빈민지역 내에서의 놀이방 운영이라고 하는 것이 명분 이외의 실제 필요와는 괴리된 것이라 여겨졌다. 또한 가난한 아이들이라고 해서 항상 물리적 시설이 열악할 놀이방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들은 각자가 가진 자산들을 모두 합하여 산동네 밑에 번듯한(산동네 놀이방 공간과 비교해서는) 어린이 집을 설립한 것이다.

   사실, 너무도 당연하고 필요한 과정이었지만, 현장에서의 여러 사례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과정이 너무나 대견스러웠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각자가 지금까지 가진 일종의 기득권을 전혀 주장하지 않은 채, 필요한 방향으로 활동의 내용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얼마 전 봉천동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에게서 그 <씩씩 어린이 집>이 완전히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은 또 한 번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왜 문을 닫기로 했느냐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 결정의 동기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그러한 결정이 또 한번 자랑스럽게 다가올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 곳은 오랜 동안 어린이 집을 운영하면 지역운동을 해오던 이들에게는 물리적 기반이 되어왔었다. 하지만, 이들이 한창 활동할 때처럼 가난한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어린이 집이 지역사회에 없는 것도 아니다. 이들보다 훨씬 더 좋은 공간과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어린이 집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자신들의 활동기반으로서 어린이 집을 유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음이 틀림없다.

   서초동 꽃동네에서부터 일하던 실무자 한 명이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이 <씩씩이 어린이 집> 마지막 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그 곳에 전화를 걸어 오래도록 만났으면서도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그 곳 실무자들과 전화통화를 하였다. 그냥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그들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였다.


   모두들 이제는 좀 쉬고 싶다고 한다. 그래, 당분간은 좀 푹 쉬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자신들의 일을 찾아 나설 것이다. 이들은 여느 사회운동가들처럼 사회적으로 유명해 지지도 않았고, 사회운동을 한다는 훈장을 한 번도 가슴에 달아본 적이 없는, 아주 소박한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험하고 암울했던 시기에 열악한 지역사회에서 조그마한 희망을 나누기 위해 헌신했고 아파했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들의 가슴에 훈장을 남기는 일 따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 피땀 서린 <씩씩이 어린이 집>을 오늘 정리한다. 그리고 이들이 어린이 집을 운영하기 위해 사용했던 재산은 모두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관악주민연대>에 몽땅 넘기기로 한 것이다. 퇴직금이나 제대로 챙겨가는 건지...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이들과 전화통화를 한 후 뭔가 헛헛한 마음이 들어서이다. 이들과 관계된 과거의 추억이 솔솔 되살아나기도 하고, 이들의 이러한 결단의 정신을 주변에 알리고도 싶고... 뭐, 이러저러한 마음이 들어서이다.

  봉천3동 ‘씩씩이 놀이방’에서 살던 시절 그 젊고 풋풋한 20대 여성 실무자들은 시간이 늦으면 새벽에 일찍 올 자신이 없다고 나와 한 방에서 잔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 일을 두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호형은 고자임에 틀림이 없어”라며 키득키득 거렸던 적이 있다고 했다. ‘꽃동네 놀이방’ 실무자들은 자신들이 힘들어 할 때 몇 번 찾아간 것이 고마웠는지 예쁜 후배를 소개팅 시켜주기도 했었다. 내 또래의 동네 청년 몇과 ‘봉천동 애기방’ 수리를 해준다고 몰려가서 정작 일은 조금 하고 그 실무자들과 어울려 놀던 일 등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들에 대한 내 앞으로의 기억은 자신들의 애초 ‘첫 마음’에 끝까지 충실했던 사람들, 그래서 박수칠 때 떠난 멋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될 것이다. 그래서 별로 무난하지 못한 내 성격에도 이들은 참으로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게 기억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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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금천구 지역사회네트워크 대표자들의 워크숍에서 발제한 내용이며, 이 글의 1절과 2절은 [현장에서 배우는 주민조직방법론]의 내용 중 한 개 장 내용을 발췌한 것임.

 

지역사회 네트워크 원리와 활성화를 위한 제언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연대와 네트워크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단체 및 기관들에게는 항상 이웃한 단체 및 기관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 즉, 당장의 필요와 상관 없이 당위적으로 이들 단체 및 기관과의 연대가 제기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은 지역이라는 것이 세계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여러 가지 다양한 사안과 이슈들이 존재하는 곳임에도, 개별 단체 및 기관이 그러한 것들을 모두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슷한 지향을 갖고 있는 단체 및 기관들 간에, 또는 비슷한 활동내용을 갖고 있는 곳들끼리 고립된 채 활동하는 것이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역의 자원들과 효과적인 관계설정을 통해 효율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도 상호간의 연대라고 하는 문제는 적극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연대, 특히 지역사회에서의 연대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는 ‘조직간 연대체를 결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원을 교환하는 ‘네트워킹’이다. 이 두 개념은 흔히 혼재되어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조직간 연대체를 결성하는 것과 네트워크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고, 나름대로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각 단체들이나 개인들 간의 관계맺는 방식에 따라 어떤 것은 ‘연대’, 혹은 어떤 것은 ‘네트워크’라고 굳이 엄밀하게 구분지어 지칭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연대’와 ‘네트워크’는 각각의 특징에 따라 각 주체들이 점검해야 할 내용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차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결하고자 하는 여러 사회 문제들 중에는 조직간 연대, 즉 각 조직의 힘을 결집하여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그 세력을 기반으로 하나의 힘, 권력을 가짐으로써 문제를 발생시킨 세력에 대해 권력 통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 필요한 것이 이 ‘연대’이다. 즉, ‘연대’가 추구하는 근본 목적은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간 힘의 결집(세력화)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연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만나는 조직들은 공동의 목적에 합의하고 이념과 사상적 기반이 유사한 단체나 기관 등이다.

반면, 네트워크는 인간의 욕구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다른 욕구와 자원간의 교환을 통해서 이루려는 것이다. 즉, 우리 단체 및 기관이 독자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더 잘 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면 자원의 교환이 가능한 시장에서 서로의 자원을 교환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할 때 만나는 각 주체들은 서로의 목적을 공유하고 그 공유한 목적을 위해서 상이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기관 및 단체들이다.

인간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교환함으로써 보다 높은 만족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바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환은 단순한 맞교환의 의미를 넘어서서 나와 우리 조직이나 단체의 욕구와 문제해결이 다른 개인과 조직의 자원과 교환했을 때 더 많은 효과와 성과물을 낳을 수 있다는 관점의 전환을 의미한다.

네트워킹(networking)은 네트워크가 가능하도록 개인들 사이(interpersonal), 또는 개인과 조직 사이, 조직과 조직 사이(interorganization)에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상호작용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네트워킹은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목적의식적인 하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합동재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지역에서의 조직활동 사례를 놓고 연대와 네트워크의 개념 차이를 설명해 보자. 합동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난한 세입자의 문제는 다종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임시거주 시설과 안정적인 주거마련 등 자신들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활동과 함께 철거과정에서 심리․정서적인 불안과 스트레스, 정신적․신체적 질병, 탁아를 포함한 자녀 양육에서 오는 문제, 아동들에게 가해지는 정서적 학대와 가족기능 저하의 문제 등 여러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한 해결에서 연대라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주로 주거관련 단체나 주민조직, 시민사회단체, 지역사회 대학생 및 언론이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여 정부에 대해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실천 노력들은 가능하면 지역사회에서 힘과 권한이 있는 단위들의 참여가 보장된다면 더욱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연대에서는 문제제공자에 대한 권한 통제와 협상능력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물론 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네트워크의 형성이라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지만, 주로 연대형성을 통하여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위의 사례에서 사회적인 서비스 영역이 필요한 가족과 자녀 그리고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심리․정서적 문제는 네트워크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보다 유용하다. 즉, 위의 각 문제들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 자원들을 동원하여 각각의 문제해결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내에 아이들의 건전한 교육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들 및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정 상태를 치유할 수 있는 전문적 자원 등이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이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함으로써 문제의 해결 및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몇 년 전 서울시 관악구에서는 지역의 풀뿌리운동 단체들이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빈곤 가구에 대해 가구 단위의 총체적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가 있었다. 즉, 빈민가구를 대상으로 자활후견기관에서는 일자리와 소득보존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영리 공부방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단체들은 자녀들의 보육 및 학습을 지원하며,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와 연계하여 가정 주치의 연결 사업을 벌인 것이다. 비록, 이러한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각 단체의 사정으로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지역사회 복지네트워크의 모범적 사례 중 하나로 거론할 수 있겠다.



2. 네트워크 형성의 형태 및 원칙

 1) 네트워크의 층위(level)

지역사회에서 형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아래의 <그림 1>과 같이 3가지 층위(level)로 설명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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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세 가지 네트워크의 층위


흔히 네트워크라 함은 단체나 조직간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층위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 네트워크는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크게 3가지의 층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층위를 지역사회에 적용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제 1 층위라 할 수 있는 법률․제도의 네트워크는 지역사회의 여러 이슈 및 사안 등에 관련된 정책 및 행정간 또는 그 행정과 관련된 지역사회 단체 등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즉,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행정부처 간, 그리고 그에 관련된 민간단체들과의 공동대응을 통해 가능하고 효율적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실업자들의 자활을 위한 지역사회의 활동에는 보건복지와 노동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관파트너쉽을 통한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층위를 일컬어 법률․제도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제 2 층위라 할 수 있는 조직 및 단체, 인적자원 등의 네트워크는 흔히 생각하는 지역사회의 각 조직 및 단체들 간의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전문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제 3 층위는 특정한 활동을 하는 조직 및 단체와 그 활동에 참여하는, 문제해결 욕구를 지닌 주민들과 형성하는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특히 제 3 층위의 경우, 주민조직의 활동대상으로 주민들을 설정하지 않고, 이들을 대등한 네트워크의 동반자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층위는 각각이 나름대로의 의의를 지니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에 따라 적절한 층위를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지, 결코 그 우열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즉, 문제해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층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가 일차적인 층위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네트워크 형태의 결정

네트워크(network)의 형태는 크게 협력(cooperation), 조정(coordination) 그리고 합작(collaboration)으로 나뉜다. 그 각각을 비교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협력(cooperation)

서로 독자적으로 분리된 조직이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고자 할 때 형성되는 형태이다.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협력을 통해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협력의 목적이다. 이 형태에서 각자 활동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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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협력(cooperation)
(2) 조정(coordination)

분리된 조직이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는 것은 물론 상호 긴밀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조직간 갈등과 낭비를 피하고자 하는 형태이다. 조정의 형태에서는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부드럽게 상호작용 하는 상태를 말한다. 조직간 조정의 목적은 전문적인 부문의 결합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활동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사업을 실행함에 있어 정기적인 만남은 필수적이다. 조정의 형태가 앞의 협력과 다른 것은 서로 다른 전문성으로 연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지역 내에서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단체와 자원봉사를 담당하는 단체간에 서로 독자적으로 활동을 수행하며, 사회교육을 통해 배출된 주민이 자원봉사를 담당하는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결시키는 것과 같은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단체에서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손쉽게 유도할 수 있고, 자원봉사활동을 담당하는 단체는 사회교육 단체를 통해 자원봉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한 이들을 사회교육의 강사 등으로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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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합작(collaboration)

분리된 각 조직이 단일한 활동에 대해 각자의 자원을 내어놓아 공동의 활동을 수행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조직이나 단체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활동내용을 보다 전문적이고 풍부한 자원을 동원하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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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트워크 형성시 고려할 사항(check list)

▶ 네트워크의 수준을 결정하자

네트워크를 구성함에 있어 흔히 빠지기 쉬운 위험 역시 결합도가 높은 것이 무조건 바람직하다는 경향이다. 하지만 협력과 조정과 합작, 이 세 가지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달성하고자 하는 조직의 목적에 따라 그 형태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협력의 형태가 바람직할 수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합작의 형태가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구성할 각 단체 등의 역량에 따라서도 그 형태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즉, 네트워크를 통해 각 단체 등에 요구하는 책임과 과제의 수준이 자신의 단체에서 수행할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 각 조직간 을 조정․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체크하자

지역사회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경쟁적이고 정치적인 힘으로 움직여지는 곳이다. 네트워크는 유사한 조직일 수도 있지만 상이한 조직들 간의 연계가 기본적이기 때문에 이들 조직 간의 경쟁과 정치적 역관계에 대한 사전 예상 없이는 사실상 원만한 공동작업이 힘들다. 형성하고자 하는 네트워크 영역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확립하고 이를 어떻게 유지하며, 각종 자원을 제공하는 이들 및 조직들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하는 것은 조직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각 조직들은 정치적 경쟁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네트워크 영역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네트워크 참여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기능별로 연계되어 있으면서 각기 다른 성향과 목적을 지닌 단체 및 조직들 간에 적절한 역할분담과 불필요한 경쟁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형성이나 참여 이전에 반드시 자신의 조직 내에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체크해야 한다.


▶ 초기에는 서로의 긴밀한 관계형성이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고려할 사항들 때문에 네트워크의 형성에 있어서는 초기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조직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할 때, 보통 ‘공동의 행사’를 진행하곤 한다. 서로에 대해서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회적인 공동의 행사를 추진하는 방법은 각 참여 조직이 과도한 하중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 또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항상 예상하지 못했던 조직간 경쟁과 어느 한 조직 중심의 독주가 발생할 우려 역시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 형성의 초기에는 일회적인 공동행사를 추진하는 것보다, 먼저 각 조직 구성원들 간의 개별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조직이 하중을 덜 받을 수 있는, 어느 특수한 영역의 상호작용을 위한 가벼운 정보교류 모임 정도를 형성하면서 대면적(對面的)적인 상황을 많이 만들어 참여 구성원간의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모임을 갖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는 한 번 실패한 네트워크 경험이 다시 복구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 네트워크 영역 : 공유하여야 할 부분을 체크하자.

보통 네크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각 구성원(단체)들이 공유하여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①공동의 문제인식, ②그러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는 지역주민(대중), ③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기술, ④문제가 공유되는 지리적 범위(catchment area), ⑤재정적․비재정적 자원.

이러한 공유부분을 체크하기 위해 먼저 지역에 있는 다른 조직 및 자원들에 대한 현황파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즉, 각 조직 및 행정기관, 복지시설, 자생적 주민조직(관변단체 포함, 아파트 부녀회 등)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 및 보유하고 있는 전문적 기술 및 자원, 그리고 활동의 특징 등에 대해서 사전에 알아보는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각 자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물적․기능적 자원, 그리고 주요 관심사 및 활동의 특징․영역 등에 대해 서로 교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각자는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네트워크 구성을 제안할 수 있으며, 서로서로 보완적인 활동들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과업환경(task environment)을 체크하자

과업환경은 조직과 단체 등이 놓여 있는 경제적․정치적․인구통계학적․사회적 조건을 말한다. 이러한 과업환경은 조직이나 단체 등의 정책과 실천의 양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네트워크에 참여시키려는 각 조직이나 단체 등의 과업환경을 체크하는 것은 적절하고 효율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과업환경을 체크함에 있어 제일 먼저 해야 할 사항은 자신의 조직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비롯한 조직구성원들이 네트워크를 과업으로 설정하였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네트워크 형성 업무를 맡은 실무자가 실제적인 책임과 권한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만나고자 하는 조직의 과업환경을 체크하는 것이다. 흔히 어떤 사안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실제 많은 조직들은 그 합의에 대해 각기 다른 나름대로의 과업환경 속에서 사고하고 실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조직이 네트워크 형성을 과업환경으로 설정하지 않았다면, 의사결정의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그 조직 내에서 필요한 기능 및 자원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 설득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 사회적 교환(social exchange)을 합의하자

사회적 교환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며 보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자원의 교환은 경제적 교환에서처럼 동일한 단위로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단체 등에 대해 자원의 교환을 통해 각자가 충분히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자원의 교환에 투여되는 자원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지출된 비용뿐만이 아니라, 각 단체 등이 지출하는 인력 및 각종 자원, 그로 인한 사회적 위험 등을 포함한다.

또한 자원을 교환하고자 할 때 공동활동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활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미리 합의함으로써, 공동노력 이후 상호간의 긴장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 평등한 관계를 구축하자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각자의 자원을 교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중의 한 가지는 특정한 단체의 독주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특정 단체가 타단체에 비해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즉, 비대칭적인 자원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교환할 자원의 차이가 발생하여 일방의 주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성과의 공유에 대해서도 차별적일 것이라는 불안이 자연히 생겨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상호간에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단체들이 교환용으로 내놓는 자원들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각자는 네트워크를 통한 과제 수행에 꼭 필요한 자원들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느냐의 여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재정과 실무의 제공 정도라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재정을 지불하고 네트워크를 유지․운영하기 위한 실무역할을 주로 하는 단체가 네트워크 내에서 주도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실무 역할을 맡을 각 단체의 네트워크 파견자가 파견 받은 단체의 대표성을 갖고 실무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들 간에 명확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정도 가능하면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좋으나, 각 단체의 재정사정에 따라 다르므로, 재정을 각 단체가 투입하는 하나의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따라서 각 단체가 분담하는 재정, 실무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기술 등에 대해 질적 우열을 두지 않고, 각자의 장점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으로 합의해야 한다. 이러한 합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 단체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네트워크 내에서 역할을 수행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상호작용의 원칙 등에 대한 합의

특정 단체 또는 기관이 지역의 타단체 등과 네트워크 형성을 시도할 때, 일차적으로는 자발적이며 비공식적인 형태로 진행하곤 한다. 초기에는 이렇듯 네트워크에의 참여와 진행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나,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이 고도화되고 단체 간의 상호협조와 상호작용이 좀 더 밀접해짐에 따라서 더욱 공식적인 형태로 네트워크가 발전되기도 한다. 이런 때에 대비하기 위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단체 등은 규약이나 규칙들, 그리고 상호작용의 절차들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를 문서로 규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서로 규정하는 것은 서로를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불거졌을 때 서로에게 보다 명확한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필요성

현실적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크게 세 가지 필요에 의해 제기된다. 한 가지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특정한 단체나 기관이 모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가 가진 자원들 모아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특정 단체나 기관이 가진 자원만으로는 효율적 해결이 쉽지 않거나, 다양한 자원들의 네트워킹을 통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 문제해결의 방안이라 여겨지는 경우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지역주민들의 역량강화(empowerment)와 관련된 것이다. 즉,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임파워먼트 된 주민들에게 그에 걸맞는 지역사회 차원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에 의해 인적인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경우이다. 즉, 주민지도자의 역량을 단체에 묶어두기보다는 지역사회에 개방함으로써 정작 주민지도자 자신의 발전과 지역사회의 발전 모두에 기여하려는 필요가 이러한 네트워킹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 필요에 의한 네트워크는 지역사회 발전(Community Development)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필요이다. 지역사회가 발전한다 함은 물리적이고 양적인 발전보다는 그 구성원인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고양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삶의 질을 고양시키기 위한 요소들은 매우 복합적이므로, 그 복합적 요소들을 네트워킹을 통한 역할분담과 이의 총합 등을 지역사회 내의 자원 간 네트워킹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네트워킹은 지역사회의 질적 발전이라는 큰 목적에 동의하는 각 자원들이 각자의 필요와 효율적 활동을 위해 필요에 따라 협력・조정・합작의 다양한 네트워크 형태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양한 네트워크 참여 주체들이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관점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는 그 활동의 성과를 개별 단체에 귀속시키기보다는 지역사회 자체에 축적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발전의 바람직한 전략으로 여길 수 있다.

두 번째로 언급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트워킹은 해당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따라서 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의하는 자원들이 그 문제 해결에 투여할 자원을 상호 공유하는 방식의 네트워킹을 통해 특정 문제에 대응한다. 그런 점에서 앞서 소개한 네트워크의 형태 중 합작의 형태가 가장 적절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인적자원 간의 네트워크는 지역사회의 발전이 지역사회 구성원의 임파워먼트를 통해 근본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네트워크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각 단체 및 기관들의 활동이 지역주민들의 임파워먼트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 때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세 가지 필요성은 각각 분리된 것이라 볼 수 없다. 어차피 지역사회에서의 네트워크라 함은 개별 단체가 자신들의 활성화와 그 성과의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는 그 자체로서 지역의 발전에 귀속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것이 네트워크가 지역사회의 변화・발전에 있어 강력한 전략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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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필요와 의의


하지만, 이러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무엇보다도 이에 참여하는 각 기관 및 단체들이 절실한 자신의 문제로 느낄 때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당위적인 참여는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실천의 도구가 되는 데에 항상 걸림돌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트워크를 결성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또는 참여대상이 되는 각 단체 및 기관들이 진정으로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문제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세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천의 장이기도 하다. 인도의 성자 간디는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이웃에 대한 의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 누구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웃을 도우면서 결국 세계를 돕게 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 모인 세계 정상들과 민간단체들은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세계에 전파하였다. 당시 이에 참여한 이들의 관심사를 고려해 본다면, 이는 ‘생각은 전 지구적으로, 실천은 지역적으로’가 아닌,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선 지역에서 먼저 실천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렇듯 지역사회는 세상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변화시킬 가장 구체적인 실천의 장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내에는 그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실천을 추동할 자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네트워크는 지역사회가 자신들의 문제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강력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의 네트워크는 당위라기보다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각 단체 및 기관 등의 고유한 미션, 즉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실천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4. 지역사회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

앞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성하였거나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 네트워크가 잘 작동되고 활성화되는 사례는 찾아보기가 매우 힘든 실정이다. 그 이유를 다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보면, 첫째는 네트워크 내부의 작동과정이 네트워크의 본래 목적 또는 원칙에 충실치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 구체적 역할이 제대로 공유・합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 볼 수 없고, 한 가지 이유가 다른 이유의 원인으로 작동하는 등으로 매우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1) 네트워크 작동 과정의 문제 해결

네트워크 내부의 작동과정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원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대표기관의 독점적 지위와 그로 인한 다른 참여 주체들의 소외, 각 자원들의 폐쇄성을 상쇄시킬 만한 긴밀한 신뢰관계 부족, 공유 자원의 부등가(不等價), 구체적 합의의 미흡 등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러한 현상들은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이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기관의 문제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여타 주체들의 문제 모두에서 파생하나, 결국 그 문제해결의 일차적 주도권은 대표기관에게 주어져 있다. 특히, 대표기관이 공동모금회로부터 재원을 지원받아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대표기관이 아닌 곳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대표기관이 주도하는 네트워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즉, 돈은 자신들이 받고 일은 공동으로 하자는 것이나, 활동의 성과가 대표기관으로 집중된다고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초에 이러한 프로젝트가 민주적인 공동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대표기관 역시 그러한 공동의 합의에 기초해 선정된 것이라면 문제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경우라며, 대표기관이 이 네트워크를 통한 성과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 및 단체들에게 골고루 분배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합의하고 공유하여야 할 내용은 각 기관 및 단체들이 내어놓는 자원들을 등가(等價)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가 잘 지켜지기 위해서 네트워크 활동가는 각 주체들이 공유하기 위해 내어 놓는 자원의 가치를 등가로 인정하고 성과의 배분을 균등하게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를 일상적으로 하여야 한다.

공동모금회로부터 지원을 받은 도봉 복지네트워크의 경우에도 이 문제는 항상 긴장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대표기관의 입장에서야 네트워크 활동의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유혹이 왜 없겠는가? 사무실을 제공하고 인건비 중 일부까지 지원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센터 사무국 직원들은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민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즉, 센터 사무국은 대표기관과 독립된 기구로서의 자기 위상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대표기관 역시 그러한 지위를 보장해 주려는 노력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주의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관 및 단체에서는 네트워크 센터를 대표기관의 부설기관 쯤으로 여기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어, 한 때 센터 사무실을 대표기관인 복지관 건물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고 한다. 네트워크가 지역사회에서 그 미션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이러한 배려와 주의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표기관의 노력만으로 네트워크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대표기관 이외의 네트워크 참여 기관 및 단체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미션,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동기 등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역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기관 및 단체들의 경우 자신들의 사업성과를 자신들이 독점하기보다는 지역사회에 내어 놓음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결국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의 위상 및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지름길이다.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경험들을 종합해 보자면, 지역사회의 발전과 개별 기관 및 단체의 발전과는 항상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개별 단체 및 기관의 발전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질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하기 위한 고유의 미션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자신들 고유의 미션을 실천하는 중요한 한 방법임을 실천적으로 인지하여야 한다. 그러할 때,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구체적인 실천 ‘꺼리’와 가시적 성과의 배분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앞서 누누이 강조한 대로 당위적인 명분으로 모여서는 안 된다. 네트워크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때에만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실천 전략이다. 따라서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역할배분이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한 성과는 그 참여한 기관 및 단체들에게 평등하게 배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차적으로는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꺼리’를 합의 하에 도출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중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활성화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천안의 지역복지 네트워크 이다. 이 네트워크는 천안지역의 다양한 복지 기관 및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가 다년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활성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구체적인 일거리가 있었고 이를 통해 참여 기관 및 단체들이 가시적 성과를 향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네트워크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 있는 단체는 <복지세상을 만들어 가는 시민모임>이다. 이 단체는 지역복지를 주요한 활동의 주제로 삼는 시민운동단체임에도 천안지역의 복지기관 및 단체들의 긴밀한 네트워킹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천안지역에서  사회복지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형성과 그 구체적 활동은 2002년 지방선거 국면을 맞으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대부분의 복지기관 및 단체들은 복지문제가 지역사회의 주요한 이슈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지방선거에서 구체적인 복지정책이 각 후보들의 공약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복지세상을 만들어 가는 시민모임>은 2002년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여러 복지기관 및 단체들에게 함께 정책 제안집을 만들고자 제안하였다. 정책 제안집은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것이 아니라, 각 복지기관 및 단체들이 자신들의 복지영역에 필요한 정책들을 만들고 이것을 전체가 모여 다시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천안을 복지세상으로 만드는 33가지 방법’이란 정책제안집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제 복지기관 및 단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차기 시장에게 관철하기 위하여 가능한 많은 주민들을 이 토론회에 동원하였고, 결국 사회복지라는 단일 주제에 따른 토론회에 1,000여명이라는 유례없는 주민들의 참여를 조직하였다. 이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장은 이들의 주장 대부분을 정책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이는 이 네트워크가 이후에 보다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즉, 이후로 보다 많은 사회복지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는 네트워크가 구성되었으며, 다음 선거인 2006년 선거를 대비하여 <531지방선거 복지천안을 위한 네트워크>가 결성되었다. 지난 번 선거에서 이 네트워크의 위력을 실감한 참여 주체들은 이  때에도 사회복지 예산, 지역복지인프라, 아동보육 등 모두 9개 영역 23개 의제를 확정하여 900여명이 참여하는 시장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 두 번의 성공적 사례는 천안시로 하여금 이 네트워크에서 제안하는 내용에 무게를 싣도록 하였으며, 현재에는 사회복지 관련 예산을 주도적으로 제안하는 활동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천안지역 사회복지 네트워크의 정책제안과 수용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고 한다면, 네트워크 자체의 활성화와 사회복지 정책의 변화가 가능하였을까 하는 것을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에 의해 수행된 정책제안은 전문가의 전문성으로만 시정부에 정책적 압력을 가하는 효과를 발생시켰을 것이고, 이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정치력에 기반하지 않음으로 해서 그 성과를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되는 지역사회 활동은 정작 그 성과가 전문가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1). 또한 그러한 경우에 네트워크에 참여한 각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활성화되기보다는 전문가들에 대한 의존성만 강화될 뿐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의 발전 주체가 일부 엘리트로 한정됨으로써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지역사회를 지속적이고 근본적으로 발전시키는 가장 유력한 경로는 그 지역사회의 자원들, 특히 지역사회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례와 역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를 위해 천안지역의 복지네트워크는 참여주체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 역할을 서로 분담하였으며, 이는 그 성과가 참여 각 주체들에게 골고루 배분되는 효과를 발생시켰다.



5. 글을 마치며

지역사회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시민들의 입장에서 시민들이 주체적인 참여를 통해 변화・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생활공간이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와 발전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와 자원들이 상호 긴밀한 연계를 맺을 때 보다 효율적일 수 있고 또한 실제로도 가능하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사회의 네트워킹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는 사회복지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직접적으로는 지역사회 내에 중복 서비스와 서비스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등의 문제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보다 총체적인 서비스의 결핍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또한 지역사회복지가 단순히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은 지역사회복지의 원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비판 역시 광범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의 구축과 총체적 서비스 전달체계를 통한 사람 중심의 복지서비스 창출2)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지역사회복지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복지가 추구하는 주민조직화를 통한 주민 주체적 복지서비스의 창출 역시 지역사회의 복지기관 및 단체들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복지자원들이 상호 네트워킹을 통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실천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네트워크는 당위적인 명분만으로는 활성화될 수 없다. 이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대표기관의 세심한 활동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미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네트워킹이 발휘하는 위력과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성과를 직접 ‘맛’ 볼 수 있도록 비교적 쉽게 합의하고 쉽게 그 성과를 내서 향유할 수 있는 낮은 단계의 실천사업부터 공동으로 실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네트워킨도 주민조직화와 마찬가지로 그 효과를 직접 ‘맛’ 볼 수 있을 때 실제적인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호간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어떤 거창한 구호나 슬로건에 의해 합의될 수 없다. 그보다는 자신들의 지역사회에서 어떤 위상과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단체들 간의 실질적 신뢰관계 회복이 보다 성공적 합의의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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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시민사회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풀뿌리운동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이제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각종 언론에서는 매일 같이 어떤 후보가 어떤 비리에 연루되었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반복되고 있으며, 여타 후보들 역시 이 논쟁 속에 스스로를 빠뜨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거국면이라는 공간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후보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실상 비리의혹이 짙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달갑지 않지만, 그렇다고 오로지 권력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탈당과 통합 등을 반복하고 있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각 정당의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권력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발전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비단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시민사회운동 진영을 비롯한 우리 사회 그 어떤 세력도 이렇듯 암울한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대통령 선거의 관심은 오직 누가 누가보다 낫고, 그러니 좀 더 나은 누구를 뽑아주어야 한다는 논리만이 무성해 있다. 이에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희망의 한 표를 행사하거나 우리 사회에 희망의 싹을 보듬기 위한 어떠한 행동을 계획하기보다 누구를 뽑아줄까 하는 단순한 선택의 논리 속에 자신을 점점 깊숙이 빠뜨리고 있다.

그러나 한 번 가만히 되짚어 보자. 과연 우리가 좋은 대통령, 아니면 보다 덜 나쁜 대통령을 뽑는 것이 우리에게 우리 사회에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물론, 좋은 대통령 또는 좀 덜 나쁜 대통령을 뽑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 또는 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 시민들은 오랜 동안 이러한 논리에 세뇌당해 왔다. 물론, 아직 우리 사회에 정치적 정당성이 확립되지 않았던 독재정권 시절에는 정권의 정통성과 민주성을 획득하는 것만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러한 정치적 정당성을 보위해야 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암울하다. 실상, 우리 시민사회운동 진영에 있어 지난 10년, 아닌 지난 20여년의 시기는 우리 사회에 사회적 정당성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의 시기였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아직도 불완전한 채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선거 시기, 특히 대통령 선거 시기만 되면 이러한 그간의 모든 노력은 무시되고, 다시금 누가 권력을 잡느냐 하는 정치적 정당성의 논란에 휩싸이고 만다. 물론,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라는 사안은 일상적인 것과는 조금 구별되는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특수한 상황 역시 뚜렷하게 확립된 우리 사회의 발전 전략의 과정과 범주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보여지는 많은 모습들은 여전히 권력을 누가 잡느냐 하는 논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실상, 우리 사회의 권력은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시민들에게 있다. 그리고 작금의 사회운동에서 필요한 사회적 정당성은 바로 우리 사회의 권력을 주인들에게 되돌려주고 그 권력을 시민들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그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선거는 이러한 전략적 관점을 종종 묻어버리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국민과 시민이 실종된 권력다툼의 양상으로만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 자주 거론되는 풀뿌리운동은 우리 사회의 풀뿌리, 즉 민초(民草)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발전시키는 주인이자 주역임을 선언하고, 이를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즉, 우리 사회를 건전하고 건강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막강한 권력을 잡고 이를 자신의 논리대로 국민(시민)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특정 인물 또는 정치인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풀뿌리운동은 그 권력을 우리 사회의 풀뿌리들과 공유하고 그 풀뿌리들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발전시키는 주역이 되도록 보듬으려는 노력을 통해 진행된다는 믿음과 전망을 이야기 한다.

어느 술자리에서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풀뿌리운동을 이야기 하는 후보는 무조건 찍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내가 권력을 잡기만 하면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는 정치인은 풀뿌리운동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내가 권력을 잡으려는 이유는 너희들과 권력을 나누기 위해서이다. 함께 이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이야기해보자’는 후보가 진정으로 풀뿌리운동을 이야기 하는 후보라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언제쯤 되어야 이러한 후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러한 후보를 기대하고 고대하는 염원이 깊어야 그 염원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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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월간 자치행정 2007년 10월호에 실은 원고입니다.

 

우리나라 풀뿌리 자치의 실상과 과제③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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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자치를 위한 노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자치’의 개념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자치는 “스스로 다스림”이라 정의된다. 따라서 풀뿌리 자치는, 첫 번째 연재에서 정의 내렸듯이,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다수 시민들이 스스로 다스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더불어, 풀뿌리라는 말이 “근본적 원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풀뿌리 자치는 민주주의의 근본적 원리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풀뿌리 자치는 대의제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간접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직접 민주주의라는 개념과 매우 가깝다.

그렇다면, 풀뿌리 자치의 강조는 직접 민주주의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인가? 얼핏 생각해 봐도 현대 사회, 특히 산업화된 도시지역과 같이 이웃 간에도 복잡하고 매우 다양한 이해를 갖고 살아가는 지역에서 직접민주주의는 가능해 보이지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흔히들 대의제 민주주의에 문제가 많다면 주민참여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외형적으로는 대부분의 주민참여제도를 마련하여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참여제도만으로 자치의 의미를 희석시킬 수는 없다. 자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민주주의 본연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날 실천적 의미에서의 자치는 과연 어떠한 형태를 지칭하는가? 그에 관한 본격적 논쟁과 설명을 이 글에서 소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치라고 하는 것은 구체적이고 완벽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라기보다, 지향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풀뿌리 자치는 정태적인 개념이기보다는 현실의 조건들을 자치라는 이념에 맞추어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가려는 ‘운동(運動)’, 동태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치의 주체가 정치권력이나 행정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풀뿌리 자치는 일반 시민들이 벌이는 풀뿌리 자치‘운동’으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풀뿌리 자치가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풀뿌리 자치를 현실태에서 육성하고 강화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러한 움직임은 이미 지역사회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물론, 지역사회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에 모두 풀뿌리 자치운동이라는 위상과 격(格)을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풀뿌리 자치운동은 일반 시민사회운동 중에서도 몇 가지 특징적인 활동들을 지칭한다. 그 특징 중에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 특징은 누군가에게 한시적이고 즉자적인 요구나 반대가 아니라, 지역사회 시민들이 스스로 지역사회 발전의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은 이러한 활동이 가시적 성과를 얻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역량을 강화(empowerment)하는 과정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풀뿌리 자치의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여러 지역에서 민간의 자발적 노력으로 진행되어 왔다. 널리 잘 알려진 유명한 사례로는, 대구 삼덕동에서는 주택가의 주차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담장을 허물면서 해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례는 단순히 담장을 허물면서 주차문제를 해결했다는 차원에 그친 것이 아니다. 이 사례가 보다 주목받을 필요가 있는 것은 담장을 허문 공간에 주민들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시민들 스스로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의 대안을 만들었다는 것과 더불어, 그 활동의 성공으로 인해 이에 참여한 주민들이 ‘우리도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즉, 주민들의 참여역량이 강화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지역사회 발전의 가장 중요한 기반을 형성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서울시 강북구의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적 활동을 벌이다 점차로 지역사회 저소득층 자녀들의 문제에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이에 이들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자비를 모아서 만들었고, 더 나아가 이들의 욕구를 조사하여 행정으로 하여금 보다 많은 공부방을 건립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현재는 주민자치센터의 공간을 활용하여 또 다른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경기도 과천시 주민들이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지역의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을 설립한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지리산권에서는 지리산을 보호하고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민들이 모여 공동학습을 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밖에도 공동육아협동조합이나 대안학교, 보육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활동,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모아 지역복지활동을 전개하는 다양한 사례들,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전개하는 사례 등등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사례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에 있어 행정의 지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은평구 갈곡리 마을과 강북구 미아동 주민들이 쓰레기 적환장으로 방치된 어린이 놀이터를 스스로 개선하여 어린이들의 놀이공간과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관할 구청은 초기에 매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쓰레기 적환장의 이전 문제는 행정의 협조 없이 실현하기 어려운 문제였기에 주민들은 담당 공무원과 구청장을 만나는 등으로 노력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이에 주민들이 한 편으로는 행정에 항의를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 자구적으로 어린이 놀이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행정은 뒤늦게 쓰레기 적환장 이전문제와 개선비용 일부를 부담하였다. 이 정도의 지원으로도 주민들은 충분했다. 결국 주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어린이 놀이터를 어린이들에게 돌려주는 데 성공하였으며, 더 나아가 그 공간을 주민들의 공동체 공간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은 주민들을 고무시켜, 또 다른 활동을 모색하도록 만드는 힘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유럽의 풀뿌리운동 사례를 탐방하고 돌아온 여성단체 실무자들이 유럽의 ‘돌봄과 나눔’ 활동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풀뿌리 자치운동 활동가들은 그 정도의 활동 사례는 우리에게서도 많이 발견된다는 자부심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이들이 먼 거리를 비싼 돈을 들여가며 모범사례라고 조사한 데에서는 우리와 차별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것은 민간의 이러한 자발적이고 대안적인 활동에 대한 행정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유럽의 사례들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에 대해 행정이 매우 협조적인 태도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에서는 이러한 활동에 대해 공간을 제공하는 등 행・재정적 지원을 할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들의 활동에 소중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의 실정은 열악하다. 물론, 우리의 행정도 외형적으로는 시민들의 참여와 거버넌스를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에 높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이들의 활동에 대한 지원을 자신들의 업무라 여기지 않는 경향이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 그것도 외형적인 성장이 아니라 실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발전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권한의 배분을 통한 시민들의 실제적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그만큼 우리의 시민사회가 성숙해 지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또 다른 의미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시민들의 참여를 집단이기주의라는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행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는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는 데에 지원하고, 이들의 활동에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분배하는 것을 통해 드러난다. 정 시민들의 참여가 공적인 성격을 갖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믿음직한 시민들을 조직하고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시민사회와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 준비되지 않았으니 아무런 권한도 줄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는 10년 후에도 똑같은 이유로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풀뿌리 자치는 우리 사회의 풀뿌리들이 자치의 경험을 쌓으면서 발전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밟아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이 바로 지역사회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는 길이며, 진정한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길이다. 더구나 시민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이러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면, 성가신 존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보듬어 안는 것이 행정의 진정한 역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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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월간 자치행정 2007년 9월에 실은 원고 입니다.
 

우리나라 풀뿌리 자치의 실상과 과제②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앞선 호에서 풀뿌리 자치, 특히 지역사회에서의 풀뿌리 자치란 지역 시민들이 지역사회를 운영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 내용임도 설명하였다. 이러한 풀뿌리 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자치의 주체들이 형성되고 그 주체들에 의한 자치적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시민들의 참여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적용한다 하더라도, 건강한 지역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주체의 형성과 역량강화가 더불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풀뿌리 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의의는 왜곡될 소지가 많다.

그런 점에서 최근 행정에서 거버넌스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행정에서 거버넌스에 대해 언급하고 강조하는 횟수에 비해 실제 그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행정에서 사용하는 거버넌스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행정과정에 시민들들을 동원하거나 더 나아가도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정도의 단순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거버넌스 이전에 평등한 파트너십이라는 차원에서도 미흡하다. 즉, 당당한 한 주체로서의 시민사회 또는 시민들의 참여를 전제하기보다는 행정의 계획과 집행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합리화 전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권력을 시장 및 시민사회와 분배하여 그 합의를 통해 우리 사회를 운영하겠다는 거버넌스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실상, 우리 사회에서는 건강한 파트너십조차 아직은 제대로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 힘들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행정 및 정치권력과 함께 통치・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empowerment)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행정의 거버넌스 구호 속에는 그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어떠한 배려와 과정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실상 지역사회에 행정권력과 대등한 파트너가 되어 거버넌스의 한 주체로 작동할 수 있는 시민들의 역량이 축적되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이러한 역량 있는 시민사회와 시민들의 존재가 전제되지 않는 거버넌스는 작동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따라서 행정의 거버넌스 구호 속에는 거버넌스의 대등한 한 주체로서의 시민사회,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려는 시민들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집단화된 시민들의 조직을 형성하고 이를 육성・발전시키려는 과정이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즉, 시민 개인의 역량강화와 더불어 시민사회의 조직적 역량강화까지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의 개인・집단적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와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행정이 독자적으로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온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사회 차원에도 행정과 때로는 협조 때로는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발전해 왔다. 과거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행정 파트너로서의 자기 위상도 꾸준히 높여왔다. 행정과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 관계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1).


A 유형

B 유형

C 유형

D 유형


A 유형은 시민사회단체가 수립한 목표에 대해 행정에서 재정지원과 그 집행에 대한 감시를 하고, 해당 시민사회단체가 집행을 하는 방식이다. 이 유형의 대표적 사례로는 민간단체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B 유형은 행정과 시민사회단체가 일정정도 목표를 공유하기는 하나, 행정과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은 첫 번째 유형과 마찬가지이다. 이 B 유형의 대표적 사례로는 공공근로나 민간위탁사업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유형은 모두 관계의 발의(initiative)가 주로 행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러한 발의에 대해 민간단체가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실제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매우 미약한 편이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평등한 파트너십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평등한 파트너십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거버넌스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C와 D 유형은 그 앞의 유형과는 사뭇 다른 관계를 나타낸다. C 유형은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사업이나 필요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행정과 시민사회단체가 공유하고 공동집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D 유형은 이러한 관계와 역할분담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식적 시스템을 갖춘 상태이므로, C 유형보다 진일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C와 D 유형의 경우에는 상호 대등한 관계를 통해 적절한 파트너십을 형성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C 유형은 주로 일시적인 사안별로 이루어지고 한시적으로만 관계가 유지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 발전이 지속가능성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 약점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형태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D 유형이다.

D 유형의 경우에는 거버넌스의 전형적 형태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D 유형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혹자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운영하고 있는 지방의제21 기구, 또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이러한 유형의 사례로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의제21 기구의 경우 재정지원 등에 있어서 매우 우호적인 지방자치단체에서조차 행정이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경우도 최근에 법이 통과됨으로써 법적 위상을 확보할 수는 있었지만, 결국 자문의 권한 이외에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는 평등한 파트너십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풀뿌리 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거버넌스의 개념은 실제 작동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고, 그러한 노력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와 역할분담 조차도 일부 영향력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집단에게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즉, 이러한 관계조차도 시민 일반에게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책임을 행정에 돌릴 수는 없다. 행정의 역할이 있고 시민사회의 역할이 따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이 일부 영향력 있는 시민사회단체들 또는 전문가들만을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은,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것이다.

행정에서도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시민들의 참여를 조직하고, 이들이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책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은 지역사회의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지역의 시민 대중들을 조직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의 제반 활동에 참여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그에 걸맞는 권한과 책임을 분배하기 위한 노력도 역시 기울여야 할 것이다. 풀뿌리 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는 완결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점차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의 정책이 단지 몇 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식으로 기획되어서는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시민들의 참여와 조직화는 장기적인 계획과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과 더불어 풀뿌리 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는 성숙해 지는 것이다.



1) 이 유형의 구분은 남원석(2001),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주민운동조직의 권능강화(empowerment)에 관한 연구 : 서울지역 주민운동조직을 사례로」, 서울대 석사논문에서 사용한 틀을 인용하였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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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를 통한 주민자치센터 활성화


이  호(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1.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목적과 의의
지난 1999년부터 시범실시된 주민자치센터는 8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양적ㆍ질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물론, 질적인 발전의 정도에 따라서는 평가자에 따라 매우 상이한 평가를 하지만, 외국의 커뮤니티 센터들이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며 오늘 날의 모습으로 변화․발전되어왔음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빠른 성장과 안정화 추세에 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짧은 기간임에도 여러 주민자치센터들에서 다양한 모범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아쉬운 점은 주민자치센터가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인 ‘주민들의 참여’에 의한 주민자치센터 활성화가 아직은 많이 미흡하고, 그나마 발굴되는 모범사례들 조차 공무원들의 주도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주민자치센터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통한 주민 주도가 확립됨으로써 ‘주민자치’라는 설립의 의의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부단한 과정을 통해 조금씩 실현되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아직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주민자치센터를 주도적으로 운영할 만한 역량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민들이 주민자치센터의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더 나아가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하는 것이라 하겠다.


2. 주민자치의 의미와 주민자치센터
1) 주민자치의 의미
사전적으로 ‘주민’은 ‘특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말하고, ‘자치’는 ‘제 일을 스스로 다스려 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사전적으로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을 다스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이 지역의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원칙과 일치한다. 그런데, 이런 원론적인 주민자치의 의미가 오늘날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얼핏 생각해 봐도, 현대 사회와 같이 복잡하고 매우 다양한 이해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한 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는 가능해 보이지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도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전통적인 촌락공동체와 달리 같은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도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즉, 직주 분리와 생활 패턴(life style)의 변화 등으로 인해 이제 지역은 동일한 이해를 지닌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더 이상 아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들의 직접적인 참여에 의해 지역의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으며, 또한 바람직하지도 못하다. 그것은 매우 다양한 개별 주민들의 이해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고, 또 그러한 개별 이해가 공공의 이해와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주민들 스스로 자치적 권한을 강화해 나가는 것(empowerment)과 더불어 주민들이 스스로 자치의 능력을 키워가는(engagement)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주민자치는 주민들 스스로 지역사회의 활동에 참여하고, 그 참여행위를 통해 지역사회의 각종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자치의 개념은 정태적(情態的)이기보다 현실의 조건들을 주민자치라는 지향에 맞추어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가려는 ‘운동(運動)’이라는 동태적(動態的)인 개념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즉, 주민자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부단한 노력을 통해 조금씩 이루어가는 역동적인 변화의 지향점으로 받아들여야 보다 실천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는 그 자체로서보다는 주민자치‘운동(運動)’으로서 보다 실천적인 의의를 가질 수 있다.

2) 주민자치센터의 의의
주민자치가 강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보완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한다고 하는 것은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되고 또한 자치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과정을 동반할 때에만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한 과정은 주민들의 자치훈련을 통해서만이 달성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주민들이 스스로 자치적인 공동체를 형성하여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상호간에 ‘더불어 살아가는’ 훈련을 받는 교육의 장이며, 단순한 ‘모임’과 달리 그 운영에 있어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자치역량을 훈련받을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서 유효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의 자치력을 강화하고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공식적인 지역 기반이다. 이는 주민자치센터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각 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잘 알 수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마련하고 각 자치단체에서 채택한 조례의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의 목적은 “...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민편의 및 지역복지’가 의미하는 바와 ‘주민자치기능 강화와 지역공동체 형성’은 그 수준에 있어 차등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전자는 주민자치가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현실태를 설명하는 것인 반면, 후자는 그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목적 즉 자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목적은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함에 있어 주민들의 자치능력을 강화하고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제반 활동들은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주민들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에 일차적인 중점을 두어야 한다. 주민편의 및 복지증진은 자치기능의 활성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자치센터의 명칭에서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사회센터(Community Center)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주민자치와 주민자치센터의 목적을 다룸에 있어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주민자치,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주체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누군가가 주민들을 ‘위해’ 자치를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가 자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 역시 주민들 스스로가 그 운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당연히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며, 이러한 참여가 지속적일 수 있기 위해서는 참여의 행위에서 주민들이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참여를 통한 보람과 기쁨은 그 참여의 행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을 때만이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참여한 주민들에게 가능한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자치력과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훈련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주민자치센터는 단순히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센터가 아니라, 자치적 인간, 공동체적 인간을 양성하는 ‘사람’의 변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교육과 훈련의 장이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의 훈련과 교육은 실내 공간에서 강사로부터 교육받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꾸준한 참여와 권한과 책임의 공유를 통해 점차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3.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운영방향
1) 지역사회의 자원 파악과 활용
주민자치라고 하는 것을 간단하게 달리 표현하면, 지역사회의 제반 자원들을 발굴하고 그 자원들을 상호 연계시켜(networking), 지역사회의 제반 활동에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즉,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사회를 움직여 나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역량을 갖춘 주민들, 즉 인적 자원이 무엇보다도 우선 필요한 것이고, 더 나아가 여러 가지 물적 자원 역시 필요하다. 그런데, 각 지역사회는 매우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러한 자원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 적절한 활용도를 찾지 못할 뿐이다.
자원의 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適材適所)의 개념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즉, 적절한 필요에 적절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지역사회의 자원이라 하더라도 그 쓰임새에 맞게 활용하지 않으면, 그 자원의 본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할 것이고 이는 참여를 오히려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 내의 다양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잘 연결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을 발전시켜 나가는 훌륭한 주민자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사례 중 인적 자원의 성공적인 활용사례 몇 가지를 들어보면, 인천시 남동구 만수2동에서 관내에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 참여자 중 독서지도와 어린이 글쓰기 선생을 하시던 분에게 어린이 강좌의 강사를 맡긴 사례나, 인천시 부평구 일신동에서 지역내 이․미용업자 10여명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여 저소득층들에 대해 무료커트 등의 이․미용 봉사활동 전개하는 사례, 그리고 제주도 서귀포시 효돈동,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에서 지역주민들 중 문학을 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동소식지를 발간하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인적 자원 뿐 아니라, 물적 자원의 활용 역시 중요한데, 경기도 안양시 부흥동의 경우 안양경찰서 내에 있는 탁구장을 활용하여 탁구교실 개최하고 있으며, 대전시 서구 삼천동에서는 관내 9개 아파트단지 중 5개 아파트단지 관리사무소에서 스포츠 댄스교실, 청소년 독서교실, 서예교실 등 7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그 외에 관내 금융기관(신협)의 유휴시설을 이용하여 노래교실, 에어로빅 등 주부대상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전시 서구 내동에서는 경로당에서 풍물교실, 충․효․예 교실 운영함으로써 노인들을 참여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광주시 북구 오치1동에서는 주택가 교회 예배당을 활용한 무료영화 상영, 북구 제일 새마을금고 지하를 활용하여 주부 가요 프로그램 실시, 인근의 서산동 천주교회 강당을 활용한 작품발표회 등의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물적 자원의 활용은 단순한 물리적 시설을 활용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시설과 관계된 이들의 지역참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관내 축구지도자와 학교를 활용한 축구교실 등도 최근에 여러 지역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대두되고 있다.
주민자치와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은 주민자치센터만의 고유한 독점물이 아니다. 지역에는 이와 관련한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발전에 보다 많은 자원들이 참여하도록 노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네트워크의 형성은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을 주민자치 등의 전문성이 있는 단체들과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마을의 대규모 잔치를 지역의 다양한 단체 등과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역사회와의 네크워크 형성에 있어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 한 가지는 지역의 시민운동단체와의 네트워크 결성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은 행정의 잘못된 점만을 꼬집는 비판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중앙의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단체들의 일반적 경향이고, 지역에 정착한 많은 단체들은 그러한 역할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대안적인 마을을 건설하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경우, 주민자치를 지역사회 활동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수행한 경험들이 있으므로, 이들을 활용하면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 부평구 일신동에서 인천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과 함께 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마을잔치, 청주 용암용정방서동에서 푸른 청주21 추진협의회와 함께 추진한 ‘녹색마을 만들기’ 시범실천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2) 주민자치위원회의 활성화
현재의 주민자치센터 주소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 활성화 정도에 따라 규정된다. 비교적 모범적인 운영사례라고 여겨지는 곳에 있어서도 많은 경우 주민자치위원들보다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러한 현상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주민자치센터 운영사례를 만들어 낼 수는 있으나, 주민자치센터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이 자치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그 발전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가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한 지속적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민자치위원회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자치위원회가 책임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그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는 막연한 심의 기능만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아무런 책임성과 역할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에 주민들이 나름대로의 결정권한을 갖고 참여하는 제도적으로 유일한 단위이다. 그리고 향후 주민자치센터를 민간으로 이양하게 된다면, 이양받을 주체는 바로 이 주민자치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위원회에는 가능한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일부 주민자치위원들은 자신들을 지역주민들의 대표자와 같이 인식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실제, 여러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동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주민자치위원들간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주민자치위원회의 위상 및 역할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동장과 주민자치위원장 중에 누가 더 높은 직위에 있느냐” 하는 것이나 “심지어 통장도 구청장에게 임명장을 받는데, 주민자치위원들은 동장에게 위촉장을 받는다”는 불평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주민자치위원회와 공무원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리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조례에서 규정하지 못한 세부지침을 정하기 위해 ‘주민자치센터(위원회) 운영세칙’ 등을 만들고 있으나, 그 세칙에서도 공무원과 주민자치위원회의 명확한 역할구분을 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의 지역내 위상 및 역할, 그리고 그에 따른 주민자치위원회의 센터 내 위상과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주민자치위원회와 공무원들 간의 역할도 명확히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센터 내에서 공무원과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은 명확히 다르다. 공무원의 주요한 역할은 일반 동사무소의 행정을 담당하는 것이고, 주민자치위원회의 주요한 역할은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관한 전반을 책임지고 관장하는 것이다. 즉,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위원회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만약, 주민자치위원회가 센터의 운영 등을 넘어선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와 관련한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주민자치센터 관련 조례에 주민자치위원회가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주민자치위원회와 관련한 조례 속에 그 역할 중의 하나로 주민자치센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다만, 아직 주민자치위원회가 스스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개입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 및 권한에 관한 제도적인 한계 역시 센터의 공식 책임자인 동장의 재량권에 의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실제, 많은 동장들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주민자치센터의 운영 전반을 관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역할구분 위에 서로간의 협력과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에 많은 권한과 결정권한을 두는 데에 많은 장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현 주민자치위원회가 그러한 권한을 잘 활용할 만한 역량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제기는 공무원 및 관련 학자, 시민운동단체들 역시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째는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의 인적 구성이 그러한 역할을 맡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현재 각 지역사회에서 그러한 역량을 갖춘 주민들만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꾸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민자치위원의 인선방법에 대한 참신한 개선방안이 필요하고, 둘째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위원들을 인선하는 방법 중에서 지금까지 실천된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공개모집을 통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자치센터에 관심이 있는 자발적인 주민들을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함으로써 주민자치위원회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지가 높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개모집을 통한다고 항상 성공적인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공개모집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홍보란 단순한 홍보의 방법만을 의미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람을 발굴하고 참여를 설득하는 작업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공개모집을 통한 인선에 있어서도 특별한 인선위원회 등을 두어 주민자치위원들 뿐 아니라, 다양한 일반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보다 투명한 인선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인천시 북구 연수2동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욕구조사(설문조사)를 하면서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이의 신청을 받았고, 이들을 가능한 필요한 분야를 담당하는 주민자치위원으로 영입하여 효과를 보고 있다.
그리고 둘째로 제기된 주민자치위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은 과감하게 주민자치위원회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때에만이 가능하다. 흔히들 이러한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몇 차례의 강좌 등을 계획하곤 하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효과적인 훈련과정은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실천과정을 다시 평가하고, 평가한 내용을 다시 실천해 보는 지속적인 환류작용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책임과 권한에 따라 의무감을 자발적으로 가지게 되며, 이를 통해 그 역할에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키우게 되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강화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다소 불안하더라도, 이들에게 과감하게 역할을 맡기고 그들이 수행한 역할을 평가하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일상활동이 촉구되어야 한다. 즉, 일상활동이 없는 상태에서의 권한과 책임 배분은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활동을 통해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정보와 판단의 근거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를 명실상부하게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도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일상활동과 그에 따른 책임과 권한의 배분이라는 과정이 점차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담당공무원 또는 실무자의 역할은 이 전 과정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의 두 가지 문제점과 이의 해결을 위한 두 가지 방법은 상보적(相補的)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어느 한 가지만 만족해서는 전체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활성화되기 위한 중요한 고려사항 세 가지를 언급해 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민자치센터 내에서 일상적인 활동내용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는 주민자치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로는 주민자치센터를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다. 정보도 없고 사업 및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성도 가질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공무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주민자치위원회의 회의를 가만히 살펴보면, 주민자치센터와 관련한 주요 안건인 프로그램의 기획 및 집행, 그리고 운영에 관한 것들이 담당 공무원들에 의해 안건으로 상정되고 설명되는 경향이 많다. 그러니 주민자치위원들은 그 안건에 대해 간단한 토론을 통해 찬반으로 의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장 먼저 극복되어야 할 과제인데, 대다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구성되어 있는 분과활동 등을 통해 주민자치위원들의 일상 활동이 활성화될 때에만이 주민자치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관(代議機關)이 아니다. 센터의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자치센터가 원래의 설립목적에 충실히 운영되도록 기능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들의 선정기준도 주민자치센터의 원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냐의 여부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주민자치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과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야 하고, 또한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들을 잘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운동 및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지역주민들 및 지역의 자원들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그 활성화의 정도 및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3) 담당 실무자의 역할 강화
각 주민자치센터에는 이를 담당하는 전담 공무원이 배정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 담당자들은 주민자치센터만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동사무소의 다른 업무들을 함께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이나 발전방향 등에 관해 전문적인 고민과 실행을 할 수 없다. 물론, 담당자의 주민자치와 관련한 인식 및 경험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를 담당하는 직원은 다른 업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센터의 담당자가 꼭 공무원일 필요도 없다. 물론,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배경 중에는 행정효율화, 동사무소 행정기능 축소, 공무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측면이 있어, 주민자치센터 몫으로 유급실무자를 배정하는 것은 전체적인 대세와 배치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를 통한 주민자치력의 강화, 지역공동체의 건설은 비용편익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즉, 지역의 주민자치활동과 주민공동체가 건설되는 사업을 여타 행정기능과 동일시하여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굳이 공무원의 신분을 주지 않더라도, 안정된 활동이 가능하도록 실무자를 선임하고 이를 유급으로 운영하는 것이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에 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길이다.
전담실무자가 공무원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실무자는 최소한 주민자치 프로그램의 기획 및 집행 등에 경험이 풍부하거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 당장 이러한 실무자를 구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들을 위한 교육․훈련과정이 개설․운영되어야 하며, 이러한 교육․훈련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교육․훈련 시스템이 해당 분야의 경험이 있는 시민운동단체들과 함께 건설되어야 할 것이다.
유급 전담실무자를 상정하는 것은 자칫 주민자치 본래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것은 유급이기 때문에 주민자치센터의 모든 운영과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전담 실무자의 역할은 주민자치센터의 모든 운영과 집행을 직접 주관하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전담실무자는 주변의 다양한 자원(물적, 인적)들을 활용하고, 이러한 자원들 간의 연결을 통해 주민들이 주민자치센터의 주인으로서 기능하도록 옆에서 지원하고 보조하는 조직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이들의 주요한 역할은 주민과 프로그램, 주민과 주민, 주민과 지역의 물적 자원 등을 상호 긴밀하게 연결함으로써, 이 네트워크가 주체적으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도록 지원․지지하는 것이다. 한 예로 필리핀의 커뮤니티 모게지 프로그램에서는 ‘오리지네이터’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이 오리지네이터는 행정 공무원 또는 시민단체 출신 등이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은 매우 전문적인 것이며, 많은 시간적 투자가 필요한 업무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담당 공무원이 주민자치센터를 전담하기 어렵고 별도의 유급 실무자를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독자적인 실무력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주민들의 자치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실행한 경험이 있는 단체와 실무적인 면을 분담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예를 들면, 평생교육이라고 하는 것 역시 주민들의 자치적인 능력을 키우는 하나의 교육시스템이라 볼 수 있으므로, 이들과 일정 부문 프로그램의 기획 및 주민자치위원회 지원 등의 실무적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주민자치위원회 뿐만 아니라 역할을 분담할 단체와의 상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합의에 있어 중요한 것은 역할의 분담과 성과의 배분이다. 역할의 분담이라 하는 것은 일방이 일방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프로그램의 기획 등과 같은 형태를 의미한다. 또한 성과의 배분은 개별 단체에 돌아갈 성과를 나누는 것보다는 지역사회 전체의 자치역량 강화와 공동체 형성이라는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는 것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4. 프로그램의 운영
1) 주민욕구에 기반한 치밀한 기획
주민들의 ‘편의 및 복리’를 증진하는 것은 단순히 주민들에게 무료로 무엇인가를 제공해 준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모름지기 주민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지역사회활동에 대한 참여가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참여의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하며, 그런 점에서 주민들에게 편의 및 복리를 제공해 주는 것은 참여의 의미와 더불어 참여의 손쉬운 계기를 전달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욕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주민욕구조사가 필요한데, 주민욕구 파악이 안 되면 지금과 같이 ‘비슷한 프로그램의 베끼기’ 형태로 주민자치센터가 운영될 수밖에 없고, 한정된 일부 주민들에게만 일회적인 프로그램이 제공될 뿐이다. 그리고 이 욕구조사는 문화/취미 등의 프로그램을 묻는 것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욕구 중에 진정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주민들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제반 환경과 조건 중에 개선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조사를 통해 지역사회 진흥 프로그램이 기획될 수 있고, 또한 그 실천과정을 마을만들기와 같은 주민자치적인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욕구조사의 방법도 단순히 설문조사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지역사회 진흥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린이 글짓기 대회나 그림그리기 대회의 개최, 이를 통한 작품전시와 시상 등의 메리트를 동원하여 욕구조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그림그리기나 글짓기의 주제로 ‘우리가 살기 좋은 마을이 되려면...’ 이나 ‘학교 통학길에 느끼는 일’ 등으로 설정하면, 작품을 통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과 이유, 위험시설물, 어린이 유해환경 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린이들을 통한 욕구조사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작품들을 주민자치센터 내에 전시한다면, 주민들이 주민자치센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홍보효과도 클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성인들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여러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반상회 등 주민들의 모임에서 딱딱한 분위기에서 주민들에게 욕구를 묻기보다는 카드놀이나 디자인 게임 등의 놀이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중에 지역을 걸어서(또는 자전거를 타고)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오류1동의 동네한바퀴 프로그램 등), 주민들에게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물리적 시설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는 지역사회의 유해한 환경을 주민들 스스로가 소모임을 구성해 개선하는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주민들에게 흥미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주민들의 공동체적 문화를 조성하는 좋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을 주민자치센터라는 공간 내에서 진행하는 단순한 프로그램으로만 인식할 필요가 없다.
또한 문화・취미 강좌의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즉,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주민들의 자치능력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내 주민자치센터의 전체 4,736개 프로그램 중 주민자치 프로그램은 14.8%, 지역복지 프로그램은 11.5%에 불과하다. 대신 문화・여가 프로그램은 50.3%, 주민교육・학습 프로그램은 23.4%에 이르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의 유형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 비율이 정확한 것이라 여길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로그램의 비율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운영은 주민들의 손쉬운 참여를 위해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주민들의 지역활동 참여기회 제한, 지속적인 주민참여 효과 미흡, 주민참여에 의한 마을가꾸기 및 마을운영이라는 주민자치의 개념에 있어 매우 미흡한 상태라 볼 수 있다. 물론, 강좌식 프로그램 자체를 문제라 여길 수는 없다. 강좌식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이를 통해 주민들의 지속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프로그램이 ‘일회적’인 강좌들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강좌 프로그램을 주민참여의 계기로 전환하기 위한 세심한 프로그램 기획의 부재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강좌식 프로그램 이후 주민들의 자치적 동아리 구성, 주민들의 지역 정체성 인식,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지역문화 및 생활환경 만들기 등을 목적의식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주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외양 속에 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내용이 녹아들 수 있도록 잘 고안되고 기획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2) 자치적인 동아리의 형성
주민들의 욕구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기획 및 개설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진행방법도 고안되어야 한다. 즉,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과 산본2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일정한 강좌식 프로그램이 끝나면 주민들로 하여금 작품전시회를 갖게 하거나 해당 모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주민자치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즉, 서예반의 경우 서예작품전시회를 갖도록 해주고, 노래배우기의 경우 지역에서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을 하도록 주선한다. 수지침 강좌의 경우 끝난 후 자치적으로 수지침을 더 배우기도 하고 지역의 노인들을 위한 무료 수지침 진료활동을 하기도 한다. 풍물을 배우는 강좌의 경우에도 풍물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연습장소 등을 알선하여 자치적인 동아리 활동을 지속하도록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들이 그동안 익힌 솜씨들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산본2동 등 여러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동 단위에서 자주 주민잔치 형식의 행사를 갖는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연주하는 등의 계기를 갖을 수 있어,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을 뿐 아니라 공동체적인 지역문화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조그만 동아리를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주민들의 자치력을 향상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동아리들이 자족적인 모임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내에서 조그만 활동이라도 수행한다면, 그 자체는 지역을 주민들 스스로의 참여를 통해 발전시키는 주민자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3) 자원봉사자 활용
자원봉사자야 말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로 구성되었다는 점과 이들이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주민자치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주민들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원봉사자는 주민자치센터에서 제공하는 단순히 수용하는 수혜자가 아니라, 보다 발전된 형태로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는 적극적 주체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참여형 주민자치센터 만들기는 일면 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발굴ㆍ조직하고, 이들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 역시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이라는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신들의 역할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이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지ㆍ지원ㆍ격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모임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이 자원봉사자들을 발굴하여 주민자치센터 및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인적 자원들이 모여 있는 공간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어 자원봉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주민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자원봉사자들을 발굴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데에 있어서는 크게 두 가지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는 적절한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고(適材適所), 둘째는 이들의 참여정도를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역할이라 함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이들의 역량 및 조건 등을 고려한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의사를 갖도록 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역할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그 활동을 통해 어떤 인센티브를 부여받을 때에 가능하다. 그러한 인센티브는 주로 이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통해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쁨과 보람은 주로 참여에 따른 책임과 권한의 분배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가능하면 이들이 스스로의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이 스스로의 결정권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자치적 동아리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 오류1동 마을문고의 경우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치적으로 마을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즉, 이들은 마을문고의 운영에 있어서는 스스로의 자치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을문고 운영에 따른 성과에 대해 이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는 지속적이고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인하는 동기로 작용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자치적 자원봉사 동아리의 대표 등을 당연직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하는 것도 효율적 주민자치센터 운영이라는 점에서뿐만이 아니라, 이들에게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일정한 인정을 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4) 지역자원을 이용한 프로그램의 개발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을 단순히 주민자치센터 건물 내의 것으로 한정하지 말고, 지역에 개방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와 지역사회 진흥 프로그램은 결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 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지역운동단체들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배울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지역운동단체에서 수행하는 봄․가을의 나물캐기 및 밤따기, 지역의 생태기행 및 역사기행(지역 유적기행, 아파트 생태탐사, 자기 지역의 야산 생태조사 및 보호활동 등) 등의 프로그램도 좋은 방안이고, 자전거 타기모임 등과 같은 취미별 모임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자치적으로 해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좋은 방안이다. 예를 들면,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와 같은 사업 등이 그것이다. 즉, 지역을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든 등산을 하든, 산보를 하든 간에 지역의 환경 등을 자세히 조사하여, 그 문제점을 공동으로 도출하고 그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 등은 주민자치센터의 설립목적에 비추어 매우 바람직한 프로그램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즉,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기획․집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만 한다. 즉, 주민자치센터의 일부 담당자가 모두 기획하고 실행하며, 주민들을 그러한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머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주민들을 잘 파악하여 이들이 주체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지역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은 조그만 사업을 통해서도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지속적인 참여의 동기가 되는 것이다.


5. 시민교육・훈련의 장으로서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사회의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사회 주인으로서의 의식을 형성하게 만들기 위한 커뮤니티 센터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표적인 커뮤니티 센터로는 공민관을 들 수 있는데, 공민관은 정부의 제도마련에 의해 설립되었고 지금도 행․재정적으로 지방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민자치센터와 유사하다. 또한 사회교육을 주요한 활동 내용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평생학습원과도 유사하다.
한 예로, 일본 후지미시의 커뮤니티 센터인 공민관들이 밝히 2001년 사업목표를 살펴보자.

1. 공민관은 평생학습의 장으로서 자치와 지역사회의 활력을 육성하는 장(場)이다. - 주민들 스스로의 주체를 형성하고 주민자치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학습문화활동을 수행하며, 지역사회를 새롭게 창조하는 학습 네트워크를 결성한다. 또한 지역의 교육 역량을 고양하고 활력있는 공생적 마을만들기를 목표로 지향하며, 지역단체와 제기관과의 연대를 통해 시민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2. 공민관은 지역의 정보를 제공하는 장(場)이다. - 학습문화정보 및 지역생활에 관한 자료를 수집․제공한다. 또한 공민관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는 주민참가에 의해서 만들어 지고, 학습문화와 지역정보를 중심으로 지역의 커뮤니티 소식지로서 정기적으로 발행하여 지역 전체에 배포한다.
3. 공민관은 지역주민에 의한 학습문화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이며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 모든 주민이 쾌적하고 질서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이 주체가 되는 시설제공과 운영에 노력하여야 한다.

물론, 일본의 공민관은 사회교육을 주로 하는 커뮤니티 센터라는 점에서 포괄적인 기능의 주민자치센터와 차별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주민들의 활성화된 참여를 통한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 형성이라는 점에서 주민자치센터와 비슷한 활동지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외국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커뮤니티 센터들이 대부분 표방하는 중요한 활동목표와 일치한다. 이러한 유사점을 통해서 볼 때 주민자치센터의 주요한 지향은 주민들의 민주적 시민의식,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훈련의 장이 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주민들의 자치적 역량 강화 없는 주민자치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의 비슷한 지향을 갖는 기관 또는 단체와의 협력적 관계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협력적 관계설정이라 함은 지역 전체 차원에서의 자치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 프로그램 시행 등의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을 의미한다.
또한 민주적 시민의식,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ㆍ훈련이라는 점에서도 자치적인 동아리(소모임)의 결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참여자들은 함께 지역사회 활동에 일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으며, 또한 그러한 자치적 모임의 운영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치적 역량을 스스로 훈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 담당공무원의 역할
담당 공무원의 역할은 프로그램의 기획과 집행,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 활성화를 위한 지원 등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과 중복되면서 좀 더 포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일이 어려운 이유는 단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역할을 앞장서서 솔선수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의 역할은 주민자치위원회 및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면서도, 자신이 중요한 주체로 부각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은 주민자치센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므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앞장서서 많은 일을 수행할 경우에는 다른 주체들이 활동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는 주민자치센터 자체가 외형적으로 활성화되는 데에는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으나, 내용적 목적인 주민참여를 통한 주민자치력의 강화와 주민들의 지역공동체 형성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당 공무원의 전문적인 역할을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주민자치센터와 지역사회 활동의 주체로서 자신을 부각시키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며, 자극하고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고유한 역할로 여겨야 한다. 이를 사회복지학계에서는 ‘조직가’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즉, 담당 공무원은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직가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그 역할을 중심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주민자치센터에서 특정한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려 할 때, 그 역할의 중심은 당연히 주민자치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주민자치위원들이 일상적으로 주민자치센터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절히 역할을 세분하고 이를 적절한 주민자치위원에게 맡기는 일은 담당 실무자가 사전에 계획하고 조정해야 일이다. 또한 프로그램의 평가에 있어 필요한 평가틀을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제시해 줌으로써 주민자치위원들이 효율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함에 있어서도 프로그램 기획에 필요한 정보와 필요한 자원을 소개해 주는 등의 역할이 실무자인 담당 공무원의 역할인 것이다.
물론,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역량이 성장하여 이러한 일들까지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실무자인 담당 공무원은 자신이 수행하던 많은 역할들을 이들에게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단계에 이르면, 실질적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무자인 담당 공무원의 역할은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 정도, 참여하는 주민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의 정도에 따라 그 역할이 적절히 정해질 수 있어야 하고, 실무자는 그 역할의 정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를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실무자의 역할을 매우 전문적인 것이다.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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