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끝나지 않은 꿈 -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 ③
“미래 세대들의 민주주의 훈련장”
작성 : 김현(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과 같이 국․내외 잘 알려진 사례를 접할 때, 경계해야 할 두 가지 태도가 있다. 하나는 그런 모델을 우리 지역에 적용했을 때도 잘 될 거라는 믿음, 내지 맹신이다. 성공한 모델들은 그 지역의 역사적․사회적․경제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사례를 이해할 때도 그러한 맥락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그 반대의 경우도 해당된다. 즉 성공한 사례들을 ‘특수한’ 경우로 치부해버림으로써 그 사례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배제하는 우를 범하는 태도이다. 어떤 성공 사례든 특수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예컨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미산 사례, 부산의 반송사례, 녹색삶 사례 등등은 그 지역의 역사적․사회적․경제적 특수한 맥락 속에서 구현된 사례들이다. 그럼에도 그런 사례들이 시민사회에 회자되는 것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공을 위한 원칙이기도 하고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두 가지 태도를 경계하면서,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모델들의 원칙이나 필요조건들을 제대로 짚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총회’ 현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공식화된 한국의 토론문화와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말을 해야 할 사람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구분되지 않고, 계층에 따른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고, 엄숙함이나 정돈함이 없이, 당연히 누려왔던 권리인양 자유로운 면대면 관계가 유지되는 수다의 공간이었다. 그러다가도 누군가가 발언을 시작하면 귀를 기울인다. 박수를 치기도 하고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행사는 물 흐르듯 끊김 없이 진행되면서도 난장과도 같은 자연스러움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브라질만의 문화적 특성에서 기인되기도 하겠지만, 19년 동안 쌓여온 참여예산에 대한 신뢰 때문에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누구도 참여를 배제하지 않고 발언의 기회를 차단하지 않는 룰은 막강한 힘을 지닌다. 주민은 수다를 떨고 공무원은 메모를 한다. 퍼포먼스를 벌이는 청소부도 있고, 춤을 추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이 어린 아이들의 참여는 깊은 인상을 준다.
‘지역총회’에 참석하는 주민들은 얼추 보기에도 여성들이 많다. 대개 그 여성들의 손에는 어린 아이들의 손이 쥐어져 있다. 또는 엎여 있다.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어떤 아이들은 한 쪽 구석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누구도 그들의 행동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주의 깊게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다. 그들은 부모세대가 그렇듯이, 참여예산을 익혀나갈 것이다. 민주적인 절차와 토론의 방식을 배워나갈 것이다. 그렇게 훈련되고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다. 주민들이 만들어낸 규칙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참여를 허용하는 원칙은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지금까지 소개된 여러 연구보고서가 강조한 것처럼 누구도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 원칙은 모든 주민참여제도들의 으뜸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래 세대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참여예산의 과정을 목도할 수 있다는 것은 교육이기도 하고 훈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집회장에서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은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어른의 일과 아이의 일이 구분되지 않고, 현장이 곧 교육이라는 것을 일깨우고, 서로가 만든 규범을 지켜나가는 원칙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포르뚜알레그리 참여예산은 ‘다음 세대와의 교감’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도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어른들의 잔치에 머물러 있는 한국식 참여제도들을 바꿔낼 수 있을까? 멀지만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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