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주변 어르신들은, 늦지 않았으니 자식을 더 낳으라고 조언하십니다. 한 명이면 외롭다는 것이 주된 이유지요. 비단 어르신들만의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결혼한 사촌동생은 3명이 목표였고, 며칠 전에 기어코 셋째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한편으로 대단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전 별다른 생각은 없습니다. 원칙이 있었다면 ‘아내가 선택한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 고작이었고 지금까지 아내는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 원칙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정권이 없는 제겐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지요.


가끔은 외로이 혼자 노는 딸아이를 보면 동생이 필요하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유령친구’와 인형놀이도 하고 이불 속에서 속삭이는 모습을 볼 때 말입니다. 그래서 현재 조건에서 외롭지 않게 자라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은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해왔습니다.


다행인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엔, 한 층당 6가구가 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 있고, 2가구만 빼만 딸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여자아이 2명, 남자아이 2명. 제 딸아이가 최고참이지요. 그래서 대개는 아이들이 우리 집으로 우르르 몰려옵니다.


처음엔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상당히 번잡한 일이 돼버리더군요. 아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는 그야말로 전쟁터입니다. 집 안 구석구석까지 아이들의 흔적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밥 챙겨주고 간식 챙겨주고.......우르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체육공원으로........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참 어려운 일이 돼버렸지요. 오늘만은 제발 오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소망은 헛된 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놀고 나면 꼭 다 같이 치우기’라는 약속을 합니다. 처음부터 실천을 요구하는 건 무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지켜집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 스스로가 치우는 걸 피해가지요. 가급적 장난감을 꺼내지 않고 놉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공간은? 그렇습니다. 복도입니다. 복도가 아이들의 주 놀이터가 돼버린 것입니다.


어찌 보면 안쓰러운 일입니다만,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합니다. 자전거도 타고 줄넘기도 하고 킥보드도 타고 인형놀이도 하고 우산으로 아지트도 만들고 귀신놀이도 하고........복도에서 안 되는 놀이가 없더군요. 그럼으로써 저도 상당히 편해졌습니다. 물론, 좀 시끄럽긴 합니다만 다행히 불평하는 가구는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밖에서 놀이를 합니다. 다소 불안한 것은.......여기가 15층이라는 것이지요. 갑자기 아이들이 조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요. 얼른 나가봅니다.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안심합니다만........딸아이와 함께 라면 어느 한 순간에도 방심할 수 없다는 사실.........이것이 부모의 업보가 아닌가 싶네요. ^_^

Posted by '녹색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