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한수 사무국장 작 성 : 김현(시민자치정책센터 상근 운영위원)
교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단체들도 주민(시민)교육에 대한 자기 고민이 깊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한 운동단체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주민과 직접 만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고, 조직화의 전단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민들이 어떤 내용을 갈망하느냐를 잘 파악하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과제일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은 이제 어느 곳이든 매력적이지 않다. 피교육자들이 원하는 내용을, 쌍방향 교류를 통해, 이후 활동까지를 담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것인가가 지역단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그러나 한편으로 더 낮은 곳으로 눈을 돌리면, 여전히 교육에서 소외된 계층이 존재한다. 정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비문해자가 전국의 7%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민간 영역은 정부 통계에 비해 더 넓게 잡고 있다. 단순히 글을 읽느냐 읽지 못하느냐를 떠나 실용적인 차원에서 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23% 정도가 비문해자로 분류된다. 정부가 단순히 글자를 읽느냐로 접근하다면, 민간영역은 도표를 볼 수 있느냐, 반상회 회보를 정확히 이해하느냐, 영수증을 보고 계산할 수 있느냐 등으로 접근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문해자뿐만이 아니다. 정규교육과정에서 이탈한 많은 탈학교 아이들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이들 학생들은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권교육의 희생양들이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정규과정에서 이탈한 학생부터 제도권 교육에 반기를 든 학생까지 다양하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가정교육, 즉 홈스쿨링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은 이미 1만 가정이 홈스쿨링을 실천하고 있고,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4만 가정이 홈스쿨링(일본에서는 ‘홈슈레’라고 한다)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도 넓게 보면, 제도권 교육에 소외받고 있는 계층이다. 전통적인 야학운동도 마찬가지다. 일찍부터 생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던 노동자들, 도시 빈민 학생들, 농촌 부녀회 등을 대상으로 야학운동은 발전되었다. 그러나 야학운동은 군사정권으로부터 심한 탄압을 받으면서 사회주의혁명 조직으로 조작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야학운동은 '민중교육‘이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변화된 사회에 맞게 새로운 교육운동을 모색하고 있다. 신림동 난곡에서 터를 잡고 있는 ’남부교육센터‘도 이런 흐름의 한 가운데 있다.
‘남부교육센터’는 1973년에 개설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남부고등공민학교’에서 ‘남부야학’으로, 그리고 지난 2001년 12월 ‘남부교육센터’로 명칭을 개칭하였다. 그렇다고 교육의 중심이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민중교육’을 지향한다. 그들에게 ‘민중교육’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에 저희 단체를 비롯해 몇 몇 단체와 공동으로 ‘민중교육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민중’이라는 부분과 ‘민중교육’이라는 부분을 지금 처한 상태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 큰 쟁점이었는데요, 어쨌든, 뚜렷하게 하나의 집단으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야학 교육이나 공부방의 큰 특징이 한국 사회의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데 있습니다. ‘민중’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약자를 통틀어 말할 수 있는 말로 사용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을 넘어오면서 ‘민중’이라는 말은 집회할 때를 제외하고, 민중 스스로가 ‘민중’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우선은 변화된 사회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만, 중요한 것은 개념이나,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민중교육을 시작한 100년 동안 여전히 민중들이 존재해왔다는 것이죠. 그러나 민중교육이라는 개념을 고집하고 갈 것인가는 한 번 더 판단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민중교육’이라는 개념을 절대적으로 고집할 수는 없지만, ‘민중교육’이 가지고 있는 운동의 정체성, 지향성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 김한수 국장의 지적이다. 여전히 소외받는 계층이 존재하는 한, ‘민중교육운동’은 존재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실과의 괴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활동가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자원활동을 하는 교사들의 입장에서도 ‘민중교육’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야학운동을 전개했던 이들도 90년대를 넘어오면서 ‘지역’이라는 구체적 현장에서 발 딛고 서지 않는다면, 생존하기도 힘들고 발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추상적인 노동자계급 또는 부녀회가 아니라, ‘신림12동의 아줌마들’이 그들이 만나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사어(死語)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민중교육’이라는 명칭도 ‘주민교육’, ‘지역사회학교’등으로 개칭하는 것도 심각히 고려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용어가 바뀌는 순간, 그들의 정체성도 흔들린다. 천천히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야학운동사에서 명칭이 사라지거나 바뀐 것이 없진 않다. 소위 ‘학강’, ‘강학’ 등의 용어는 역사 한 켠에 밀려 있다.
“이전 야학 시절에는 호칭을 ‘강학’, ‘학강’이라고 불렀습니다. 학강이 학생을 뜻하는데, ‘배우면서 가르친다’라는 뜻이고요, ‘강학’은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뜻이거든요. 이런 용어를 사용했었는데, 90년대 넘어서면서 그 사람들을 활동가로 봐 왔죠. 지금에 와서는 말 그대로 자원교사로 보죠. 오는 사람들조차도 자원봉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원교사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것도 야학시절에는 ‘한국 야학사’, ‘민중교육론’, ‘강학학강론’, 그리고 탐방도 갔다 오고 그러는데, 한 10년 넘은 커리죠. 저희들이 그 부분을 전환할 필요는 있겠죠.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자원봉사활동이란 무엇인가’ 뭐, 이렇게 갈 수는 없겠죠. 학생들의 생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듯이, 교사들도 마찬가지로 나와 사람들의 관계는 무엇인가, 이런 것인데, 최근에 들어오는 자원교사들을 보면, 젊은 사람들인 반면에 제가 볼 때는 별로 창조력이나 상상력들이 부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교육이라든지, 그 다음에 주민들에 대한 응대 기술이라든지, 지역이란 무엇인가라든지, 이런 교육이 필요하겠죠.”
‘남부교육센터’는 크게 네 교실이 있다. ‘한글교실’, ‘야학교실’, ‘지역주민교실’, 그리고 대안학교인 ‘꿈꾸는 아이들이 학교’가 그것이다. 이 네 교실을 담당하는 교사들 중 상근 교사는 4명, 나머지 40여 명은 자원교사들이다. 자원교사들의 수만 보더라도 그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전 ‘강학’과는 이해하는 수준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김한수 국장의 설명이다. 이런 부분도 시대적 변화가 주요 원인일 것이다. 그래서 변화된 시대를 어떻게 받아 안을 것인가가 ‘남부교육센터’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한글교실’은 한글을 모르는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 문해교육 과정이다. 주부들이 주 대상이며, 주간반, 야간반으로 운영된다. ‘야학교실’은 제도권교육에서 배울 기회를 놓친 성인들을 위한 초, 중, 고등교육 과정이다. ‘한글교실’보다는 교과과목이 더 넓다. 대다수는 주부들이다. ‘지역주민교실’은 지역주민을 위한 일종의 교양, 또는 전문 과정이다. 영상, 컴퓨터, 사진 등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밖 도시형 대안학교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는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내에는 ‘작업장 학교’를 운영하는데, 8개의 현장 학교가 있다. 8개의 현장학교 중에 하나가 바로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다. ‘하자센터’만으로 대안학교의 판을 넓힐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대안교육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한 별도의 단위를 필요로 했는데, 그것이 바로 8개의 현장학교다. 지금은 8개의 현장 학교에 각각 2인의 상근비 보조와 어느 정도의 사업비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를 비롯해, 은평의 ‘씨앗학교’와 용산의 ‘도시 속 작은 학교’가 유일한 순수 민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저희는 교육부가 인정하는 학력인정 대안학교는 아닙니다. 보통, 학력인정 대안학교는 법인이고, 주로 지방에 있습니다. 서울에는 없죠. 그런 대안학교는 정규학교랑 똑 같은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같은 소규모의 학교들이 있죠. 형태는 여러 가지죠. 대체로 도시형 대안학교가 있고, 그리고 종교기관에서 학력을 미인정하는 지방의 학교가 있고요. 그 다음에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방과후 학교도 있고, 주말형 학교도 있고요. 최근에는 초등대안학교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남부교육센터’가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 이유는 학력인정 대안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다. 어려운 재정난 돌파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법인 자체로 합법적으로 지원되는 것은 없다. 다만, 후원시스템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올 해에는 법인 설립이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다.
김한수 사무국장과 인터뷰 하는 동안 ‘남부교육센터’가 올 해 안에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변화된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법인을 통한 재정독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안에서의 교육운동 실마리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김현수 사무국장이 밝히고 있듯, ‘남부교육센터’가 지향하는 가장 큰 목표는 ‘사람의 변화’와 그것을 통한 ‘지역사회의 변화’다. 사실, 한국사회가 여러 분야에서 단 시간 내에 빠른 변화를 보여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남부교육센터’가 지향하는 이 두 가지 목표는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김한수 사무국장에게 2004년 갑신년은 버겁기만 하다. 끝으로 그에게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실천전략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으로 끝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이번 워크숍 주제도 교육과 조직화라는 주제가 있었습니다. 지역운동단체의 조직화라는 것 하고, 우리 같은 교육단체의 조직화가 어떻게 다른가? ‘안양시민대학’이나 ‘마들주민회’나, 청주의 ‘일하는 사람들’은 이 두 개를 혼합시킨 형태를 취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안양시민대학’은 굉장히 많은 회원들을 기반으로 해서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해나가는, 급식사업이나, 생활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들주민회’도 마찬가지고요. 한편으로 보면, 우리의 목표가 지역의 변화에도 있지만, 사람의 변화에도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교육이라는 부분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조직화라는 부분에 수단으로 사용되지는 않는가? 예를 들면 한글부터 영어, 산수 쫙 프로그램 개설하고 사람들이 들어오고, 실제적으로 교육을 통한 것은 축소되면서 그런 영역들을 확장시키는 것이 맞는가라는 고민이 있는 거죠. 저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어떤 일을 해나갈 수 있는가, 또는 예전에 교육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있는 거죠. 울해 같은 경우는 대중강좌 형태, 월례강좌 형태로 해서 주민들이 관심을 있을만한 주제나 사회적 이슈들을 월례강좌로 했었죠. 그런 부분이 한 부분이 있고, 또 한 부분은 지역에서의 저소득 주민들의 교육적인 욕구, 생활문화적 욕구들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예를 들면, 난곡 지역이 재개발 되면서 주민들이 아랫동네로 내려왔는데, 윗동네는 공부방이 있는데 아랫동네는 공부방이 없습니다. 거기에서의 아이들의 방치되는 문제가 있는데, 저희가 가서 거기에 깃발을 꽂고 공부방으로 와라라고 하는 방식으로 하면 잘 되겠지만, 조직화라는 것을 고려하면서 일을 한다면, 우선은 지역 현황 파악부터 들어가서 주민들 속에서 결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거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냐, 저희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거죠.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볼까? 방안이 어떤 것이 있을까 같이 주민들과 논의하는 거죠. 또는 부업이라든지, 기술교육에 대한 욕구가 있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교육을 매개로 해서 조직화를 해나가는 방편이 될 것입니다. 그 중에 하나는 다른 단체에서도 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와의 관계, 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수 있는데,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문화적인 도움들을 줄 수 있는 축제라든지 등 지역 내에서 대안적인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남부교육센터 홈페이지는 http://www.nambuedu.org/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