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환경문화보존은 공존할 수 있는가?"
- 청주 택지개발의 경우 - "생태교육연구소 터"를 찾아
인터뷰 : 박완희 사무국장
작 성 : 김현(시민자치정책센터 상근운영위원)


오늘은 우리 사회가 첨예하게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개발’과 ‘환경보존’이라는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논쟁은 계속 있을 것이다. 어느 선에서 개발을 허용하고 어떻게 환경을 보존할 것인가? 30년 만에 고속 압축 성장을 해왔던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는 여전히 개발로 인한 이익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에도 개발이익을 노리는 땅 투기꾼들이 흔들림 없이 우뚝 버티는 것도 다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허긴, 땅 투기로 인한 졸부들이 천지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나만 손해 본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쉽게 번 돈을 쉽게 쓰는 저 천민성을 무시하면 그만이겠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아, 부럽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땅을 보유한 원주민들의 처지는 좀 다를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번듯한 집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고 누추하게 몇 십 년을 살았던 그들에게 ‘환경보존’이라는 올가미를 덧씌우며 개발을 억제한다면, 그것은 사유 재산권 침해임이 틀림없다. 원주민과 땅 투기꾼들은 근본적으로 달리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땅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무한정 개발을 허용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는 현명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두꺼비는 연어처럼 모천회귀를 하는 동물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태어난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활하다, 다시 알을 낳기 위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동물이다. 만약 두꺼비의 알 낳는 서식지가 파괴된다면 그들은 금세 자취를 감춘다. 강원도 남대천을 살려야만 연어가 올라오듯, 두꺼비의 산란 장소를 보존해야만 두꺼비는 살아남는다. 충청북도 청주시 산남 3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전체 33만평 규모)에는 ‘원흥이 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원흥이’란 말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예전에 이 곳에 ‘원흥사’라는 절터가 있었다는 게 유력한 설이다. 이 곳에 조그마한 방죽이 하나 있는데, 이 곳이 바로 두꺼비들이 산란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곳이 택지개발 지구로 묶이면서 조만간 개발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저희 단체는 자연생태교육을 주로 하는 곳입니다. 올 봄, 이 근처에서 생태교육을 하다가 두꺼비가 알을 낳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삼삼오오 두꺼비 관찰을 시작했어요. 원래 이 곳은 택지개발 예정지구예요. 개발이 되면 두꺼비 산란처가 파괴될 것이 뻔한데, 저희도 처음에는 두꺼비 산란지만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두꺼비가 다닐 수 있는 길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저희가 구호로 내세웠던 것이, “두꺼비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세요”였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두꺼비가 다닐 수 있는 길만으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주셨어요. 왜냐하면 두꺼비 통로를 만든다 하더라도 개발로 인해 주요 산이 다 깎여, 두꺼비 서식지가 사라지는 마당에 길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두꺼비가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발을 하더라도 최소한 방죽을 포함한 2-3만평의 터를 그대로 보존하자는 것이 저희의 입장입니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청주시 산남 3지구는 94년도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결정되었지만, IMF 등의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5년 내에 택지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오늘에까지 연기되어 왔다. 그렇게 10여 년간, 인위적인 훼손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었고, 흰뺨검둥오리, 백로, 황로 등의 다양한 새들이 날라 오고, 방죽 주변에는 1급수에서 서식하는 가재, 플라나리아, 엽새우 등의 수서생물과 더불어 반딧불이, 두꺼비 등의 생물이 살 수 있었다. 우연히 올 초,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자연생태교육을 하던 중, 두꺼비들의 산란을 발견하게 되면서 주변 주민자치위원회, 여러 시민단체들과 자연환경을 보존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추가하자면, 청주는 원래 직지금속활자본이 출토되어 고인쇄문화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서 원래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고 '직지심요', '직지' 또는 '심요'라고 약칭되기도 한다. 독일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인쇄보다 약 70여년이 앞선 이 활자본이 바로 청주 흥덕사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금속활자 정도의 인쇄문화가 발전된 곳이라면, 그 이전 선행단계라고 할 수 있는 목판인쇄가 활성화됐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목판인쇄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리 나무가 잘 썩는다하더라도 목판인쇄본이 출토되지 않는 것은 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 고려 말 원흥사에서 목판인쇄를 통해 금강경이 인쇄되었다는 자료를 발견하면서 원흥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바로 이 원흥사가 ‘원흥이 마을’ 어딘가에 있는 절터를 말한다. 그래서 청주의 두꺼비 산란지 보존운동은 단순히 자연환경만 보존하자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쇄문화의 역사를 살리자는 문화보존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 운동을 “생태문화보존운동”이라 부른다. 이 곳 상황을 잘 모르는 필자의 생각에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작성할지 모르는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개발을 강행하려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청주가 직지나 금속활자와 같은 고인쇄문화의 메카로서 뿌리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곳이 될 수 있는데, 지금 상태에서 묻어버린다면 얼마나 큰 역사문화를 훼손하는 것이냐 라고 청주시에 요구했거든요. 그리고 사실 지금도 발굴조사가 다 끝나지 않았어요. 저희 시민단체에서 한 여덟 개 지점에 시술조사를 요구했고, 이것에 대해 토지공사가 받아들여 여덟 개 지점을 조사하고 있죠. 아직 조사가 다 안 끝난 상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률상으로는 문화제 발굴과 공사가 병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문화제보호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 문화제 관련 전문가들은 잘못된 조항이라고 얘기합니다. 더군다나, 공사를 하다가 문화제가 나오면 그것에 대한 보존을 시행업체가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개발업자들은 문화제가 나오면 골치 아프니까 문화제가 나와도 덮어버리는 거죠. 이런 부분은 정말 잘못되어 있죠. 문화제의 근거가 나오면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보존을 해야 하는데, 개발하는 사람이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개발하는 사람이 보존하겠습니까? 법률도 문제가 있는 거죠.”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개발이 뭐길래 두꺼비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역사의 현장을 묻으려 하는지.......당장의 개발이 우리 세대가 살아남기 위한 절제절명의 과제가 아니라면, 어떤 선택이 우리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길 것인가를 신중하게 곱씹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청주시 산남 3지구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은 크게 두 부류예요. 다수는 토지공사에 땅을 팔고 나가신 분들이죠. 나머지 분들은 토지공사에 보상을 제대로 못 받은 분들인데, 지금도 남아서 행정권 보장 투쟁을 하고 계산 분들이예요. 이미 나가신 분들은 장기간 계획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개발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고, 지금 남아 있는 분들은 무조건 개발해서는 안 되고, 자연환경도 보존을 해야 하고, 그리고 보상을 못 받았기 때문에 생존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개발은 못한다고 라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분들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주자 분들과 일정정도 대립적인 갈등이 있었는데, 이 분들도 저희들이 얼마 전에 기자회견을 통해서 법원 검찰청의 권위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이런 부분에 대해 동의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현재 개발 지역에 남아 있는 가구 수는 14가구다. 이 분들이 순수한 동기에 의해 이 곳을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최소한 자연환경이 지켜지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 떠난 사람들은 개발에 대한 욕구가 넘친다. 그러나 최근 법원․검찰청이 택지개발 지구 내에 건물을 새로 짓겠다고 밝히면서 택지개발계획이 수정되었고, 차츰 이주한 주민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법원․검찰청이 아파트가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애초의 계획을 바꿔, 대부분의 아파트를 산 쪽으로 옮기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권위적인 발상은 여전히 그 위용을 떨쳤고, 택지개발계획 마저 바꾸고 말았다. ‘법과 정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시야를 가리는 건물은 떠나라?

이미 대규모 택지개발을 완료한 주변 주민들은 이 곳만이라도 보호되길 희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산남 3지구만이라도 자연과 개발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분평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지역주민회 등은 여러 시민단체와 주도적으로 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개발 예정 지구 주변으로 70여 개의 ‘현수막 이어달기’를 비롯해 ‘작은 음악회’, ‘서명전’ 등 부당한 개발의 내용을 주민들에게 호소했고, 많은 시민들이 자녀와 함께 이 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생태교육도 꾸준히 실시했다. 이런 노력으로 청주시민들은 생태문화보존운동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익을 추구하는 토지공사와 권위를 철회하지 않는 법원․경찰청으로 인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생태론자의 입장에서는 이 일대를 다 보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일 겁니다. 그러나 저희가 이 원칙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도 있고, 지역주민들의 요구도 있는데, 무조건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무조건 생태공원으로 만들어라, 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들이 조율,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이 정도만 남겨야 한다고 요구를 했던 거죠. 여기에는 측정할 수 없는 생태적인 가치와 문화적인 가치가 공존합니다. 과연 당장의 개발이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 묻고 싶습니다. 환경의 문제는 크게는 지구의 문제이고 작게는 동네의 문제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친화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자연생태를 보존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자산을 우리가 함부로 써도 되는 걸까요? 합리적인 결단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미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 분양은 끝난 상태다. 모든 계획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계획을 수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토지공사의 입장이다. 개발 승인의 절차를 보더라도 경기도의 승인만 남았다. 물론, 택지개발의 규모가 100만㎡가 넘게 되면, 중앙의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되어 있는데, 산남 3지구가 이 규모를 약간 넘는다. 그래서 중앙의 심의를 거치지만,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심의는 무난히 통과될 것을 보인다. 이런 약간의 절차를 넘기면, 공사를 바로 시작된다.

흔히 개발론자들은 환경단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뒤늦은 반대, 이제 와서 뒷북 치냐!’라고. 오래 전에 계획된 내용을 뒤늦게 반대한다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타당한 비판으로 보인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자. 택지개발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들었는가? 혹시 경제적 논리에 의해 형식적으로 하지 않았는가? 사전 지질조사, 또는 생태조사는 철저히 했는가? 주민들에 의하면 환경부 보호종인 맹꽁이와 구렁이가 서식하고, ‘원흥사 절터’가 있었다는데, 이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했는가? 그리고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는가? 두꺼비의 산란지, 법원․검찰청의 이기주의, 목판인쇄 출현 가능성, 주민편의 시설의 부족 등, 이 모든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했는가? 마지막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했는가? 뒤늦은 뒷북 타령은 너무나 식상한 개발론자들의 논리에 불과하다.

만약 지금의 계획대로 택지개발이 이루어지면 2-3만 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이주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대다수의 주민들은 이 곳에 두꺼비와 반딧불이, 맹꽁이와 구렁이가 서식한 사실도 모를 것이고, 고인쇄문화의 숨길이 묻어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를 것이다. 최근까지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정을 요구하며 서명을 했다는 사실도, 수 천 명의 시민들이 두꺼비를 살리자며 현수막을 매달았던 사실도 기억 속에 잊혀질 것이다. 포크레인은 자연생태와 역사문화를 한 순간에 삼켜버리고 말 것이다. 아이들의 애절한 눈물도 삼켜버리고 말 것이다. 아래는 뱀이 두꺼비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이 아파트를 짓는 모습을 연상하게 되었다는 한 초등학생의 청주시장에게 쓴 글이다. 그들의 외침이 무시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안녕하세요. 시장님?
시장님 원흥이 방죽에 가서 올챙이와 두꺼비 새끼를 보았어요.
올챙이였을 때는 너무 많아서 한 주먹씩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 아파트를 짓는다면서요?
그러면 새들과 두꺼비가 모두 죽잖아요.
그러니까 아파트를 짓지 말고 동물들을 살려주세요.
또 이 원흥이 방죽을 살려두고 많은 아이들이 오다보면 두꺼비 개구리 축제가 될 수 있잖아요.
또 다음에 가봤는데 두꺼비들이 산으로 올라가는데 뱀이 옆에서 숨어서 잡아먹으려는 것을 보았어요.
뱀이 두꺼비를 잡아먹는 것이 꼭 어른들이 여기를 아파트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뱀이 두꺼비를 잡아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른들이 원흥이 방죽을 없애는 것은 당연한 것도, 되는 것도 아니예요. 그러니까 차라리 두꺼비가 살 수 있도록 숲으로 만들면 더욱더 좋잖아요........
복대초등하교 3학년 여지선 올림

※ ‘ 태교육연구소 터’ 홈페이지는 http://www.ter.or.kr입니다.
(2003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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