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강금수(조직국장)
지역운동을 큰 범위에서 몇 가지 틀로 구분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하려고 한다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 시대적 상황이나 운동의 토대가 상당히 달라지기도 했지만, 지방자치제도의 연착륙과 함께 지역운동의 과제들도 밑바닥으로 점점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의 고민들이 운동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 대변(advocacy)형 운동을 고유 특성으로 했던 단체라 하더라도, 개별 주민을 중심으로 생활의 과제를 고민하는 단체가 있다면, 평가의 잣대를 달리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대구참여연대가 바로 그런 경우다. 광역적인 사안으로 지역운동을 펼치는 단체치고 주민자치운동에 과반수 역량을 동원하는 단체가 드물 현상에서 대구참여연대의 운동 지향성은 눈여겨볼만하다.
대구참여연대에 등록된 회원 수는 1,500명 정도다. 이 중 꾸준히 회비내고 큰 행사에도 참여하는 회원은 과반수 정도, 또 그 중 과반수가 구(區)모임까지 참여하는 적극적인 회원이라고 할 수 있다. 98년도에 창립했으니, 6년여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늘은 대구참여연대에서 조직국장을 맡고 있는 강금수 씨를 만났다. 시청에서 불과 20-30m 떨어진 대구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그와 나눈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주민자치운동센터’라는 기구가 있었다. 이 곳에서 하는 일과 구별모임의 근황을 물었다.
“그야말로, 기초단위, 대구로 치면 구 단위가 될 텐데, 구 단위에서 풀뿌리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운동을 합니다. 대구참여연대로 보면 초창기라서 구별로 분포된 회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관건이죠. 대구에는 한 개 군을 포함해 8개 구가 있죠. 7개 구, 한 개 군이죠. 아직 구별 모임은 출발 단계인데요, 저희는 98년도 창립해서 그 해부터 해서 구별로 회원모임을 만들어놨어요. 회원모임을 친목위주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데, 실제로 자치운동을 하는 조직으로서 바꿔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시면 되고, 전 구에 있어서 다 있는 것은 아니고, 현재는 서구, 동구가 나름대로 활동하는 편이고, 수성구, 달서구, 북구 이 정도 모임이 꾸려지고 있습니다.”
구모임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일반회원보다 좀 더 적극적인 회원이라고 보면 된다. 적게는 15-20명, 많게는 30-40명 정도가 꾸준히 구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활동들을 할까?
“대외적으로 참여연대 주민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딱 그 단계입니다. 회원들이 같은 구에 사는 회원들끼리 모여서 얼굴보고, 친목도모를 하는 그 단계에서 어떻게 그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주민운동을 펼쳐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단계, 그렇게 고민하는 단계에서 모임의 성격이나 질을 또는 인적구조를 바꿔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장거리 달리기 선수를 생각해보자. 출발선 앞에서 얼마나 고민이 많겠는가? 그러니까 대구참여연대 주민모임(구모임)은 창립과 더불어 만들어졌지만, 이제 막 출발 지점에서 몸을 풀고 있는 그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정당 조직 이외의 기초 단위까지 목표를 두고 주민운동을 고민하고 추진하는 단체는 대구참여연대 주민모임 이외에 대구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강금수 국장의 고민도 딱 거기다. 딱 그 지점에서 강금수 국장의 고민은 바로 이거다.
“제일 중요한 것은 주체형성입니다. 주민운동을 목적의식적으로 자기 활동 과제로 삼고, 그 지역에 활동 모델을 설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초동주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 있어서 어쨌든 저희로서는 저희 회원들을 활용하는 회원조직으로 출발하기 위해 기존의 회원 중에서 할 수 있는 분들을 골라내고 교육시키고 이래 하려니까 쉽지 않네요. 그것도 아래로부터 회원들이 이것이 필요하다고 상향식으로 올라오는 구조를 만들기가 참 어렵습니다. 대구참여연대 본부, 상근자, 임원들이 우리 운동이 이래서 안 되겠다, 기초까지 확장하고 심화시키자, 그런 문제의식에서 위로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다보니까, 이미 준비된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꽤 힘듭니다.”
이상적인 조직구조에 대한 지향성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시스템화 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임에 틀림없다. 마치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맞닥뜨린 시지프스처럼. 그러나 사람이 있기에 희망이다. 시스템화도 결국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용되지 않는가? 그래서 강금수 국장은 초동주체의 안정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주민자치운동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운동의 전체적인 방향성 속에서 나온 고민이 한 가지 있고, 그리고 참여연대 단체 운영의 내적 요구에 의한 요청이 있을 텐데, 전자로 보면, 누구나 제기하고 있다시피, 지역이나 뿌리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그 동안 가치 위주의 활동, 공중전 위주의 운동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인 것 같고, 사회 자체를 실질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운동의 방향성 속에서 나오는 문제의식에 착목했던 것이죠. 또 한 가지는 우리가 단체를 운영하다보니까, 조직이 확대되고 회원 규모가 커지곤 하는데, 기존까지 있어 왔던 이런 활동 기구, 본부에 있는 센터라든지, 위원회라든지, 이런 기구만 가지고는 회원들의 참여 욕구 이런 것들을 다 수렴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회원들이 좀 더 쉽고, 시간 활용도 쉽고 참여하기도 쉽고, 시공간적으로 참여하기에 효율적인 구조가 필요하겠다는 인식이 있었죠. 그것도 마찬가지로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자기 사는 곳을 중심으로 해서 모임을 조직하고 거기서 나오는 과제를 가지고 참여하는 이런 구조가 아니면, 저희가 매번 시청 감시하고 시의회 감시하는데, 회원들이 구 활동에 이렇게 일상적으로 참여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 하는 내적 요청이 있었던 거죠.”
사회적 요청과 내적 요청이 자연스럽게 주민자치운동으로 이끌었다. 기실, 강금수 국장의 고민은 여타의 지역단체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시민’을 찾는 일은 시민단체의 난맥이었고, 거점으로서의 지역이 아니라 실제 운동으로서 지역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변화된, 또는 변화될 사람이 있는 것이다. ‘사람 농사’만큼 힘든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주민자치운동은 긴 호흡의 운동이고, 느려터진 운동이다.
“길게 보고 오래 투자하지 않는다면, 안 하니 못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성과를 성급하게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니다, 다만 투자할 때는 과감하게 투자해서 길게 보자, 인적 역량이든 경제적 역량이든 어쨌든 우리가 전략적으로 목표방향을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투자할 것은 투자하고, 성과를 쉽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길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액션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학습 위주의 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자치운동에 관련된 기초이론부터 해서 실무, 각 주민운동의 부문적 과제에 대한 어떤 프로그램이나, 지금까지 돼왔던 어떤 사례에 대한 것이라든가 하는 것을 공부 하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개적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학교’라고 해서 작년에 2차례 했었죠. 그나마 이것을 하면서 구별 모임의 핵심 회원들이 주민운동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평가를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공개된 프로그램은 대중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해서 일반 시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저희가 내부적으로 지역 조직의 핵심 일꾼이 된다는 사람들을 꾸려서 이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목적의 교육은 따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대중성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학교’와 조직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심층교육이 있다. 전자의 경우, 연 2회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자치시대에 시민들이 갖춰야 할 소양에 관한 것이 주 내용이다. 후자는 활동가용 심층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된 회원들의 질은 높여서 조직을 확장해 나가고, 지역운동을 해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아무래도 대구참여연대 입장에서는 후자가 조직의 1차적 과제이다. 그래서 각 지부들이 요구하는 교육과제를 발굴해서 지원하고 교육하는 그런 것이 강 국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시민학교’ 이후의 지속성이요? 그게 참 쉽지가 않죠.(웃음) 참가하시는 분들이 비슷한 질의 교육이 된 사람들이 아니라 천차만별이라서 나름대로 앞서 계시는 분은 기본적으로 저희 참여연대 지역조직에 가입시키거나, 연결시키거나 그것도 안 되면 저희 활동기구에 맞는 그런 위치에 권유를 해서 하게 하고, 사실 그게 다더라고요. 그 외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답답하죠.”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길게 보고 장기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대구를 보수성의 메카라 하지 않는가? 당연히 보수적인 지역의 특성은 운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그런 보수성이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죠?
“아무래도 기본적인 대구 사회의 보수성은 이 운동뿐 아니라 어떤 운동이든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그래서 쉽지 않죠. 뭔가 이렇게 운동적인 이미지나 이런 걸로 내세우거나 할 때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성이 있죠. 좀 꺼려하죠. 그런 점은 분명히 있죠. 다른 지역에서 못 느끼는 정도의 뭔가가 있죠. 또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주민운동을 이렇게 지역으로 침투해서 주민운동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해본 경험이 없어요. 과거 민주화운동 진영이 전국적 과제를 가지고 움직이거나 하는 것 이외에 현대적 의미에서 주민운동적 의식을 가지고 운동 주체들이 지역으로 내려간 경험이 없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최근 4-5년 사이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그것을 평가하기에 이른, 사례라고 딱 내놓고 교훈을 얻어내기는 아직 이른 단계죠. 그 상태입니다.”
대구참여연대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몇 몇 영역을 제외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침투(?)해서 본격적인 주민자치운동을 벌인 예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우리네 실정이다. 시대적 상황이 그렇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주민자치운동을 실천하기 위한 현재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저희로서는 활동가와 활동가를 운영할 수 있는 경제적인 토대가 중요하고, 아직 소박한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서 열댓 명에서 수십 명까지 모임이 있는데, 전업적으로, 내지는 적어도 반상근 형태라도 이 모임을 고민하고 운영해나갈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생업을 하면서 하든 어떻게 하든 운동의 비중을 두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의제가 있더라도 이것을 한 번 시도해 보고 할 텐데, 그게 갖춰져 있지 않죠. 그게 제일 급선무고.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이 사람을 운영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안 되니까, 어렵죠.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예를 들어 ‘구미시민회’라고, 대구참여연대 ‘구미시민회라’는 조직이 있거든요. 한 3-4년 4-50명이 모여서 모임 하다가 안 되겠다, 아무리 이렇게 고민하고 논의를 해도 일할 간사가 없으니까 안 되겠다, 해서 처음에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보내다가 지금은 일주일에 4-5일 정도는 아예 구미로 전문 활동가를 파견하게 되었죠. 그래가지고 한 6개월 정도 되니까 확실히 다른 것이, 일을 하게 된다는 거죠.(웃음) 물론 꼭 이런 유형만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어쨌든 저희 입장에서는 무작정 주민운동이라고 해서 아는 사람들 끌어 모아서 교육시키고 그 곳에서 활동가가 나오게 만들고, 이렇게 가기에는 너무 지난하고, 그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 위로부터 투자할 것이 있으면 투자해서 가야 되는데, 그런 점에서 활동가와 경제력이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주민자치운동의 지난함을 드러낸 부분이 이 대목이다. 활동가와 활동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제적 토대 - 대개, 직업전선에서 뛰고 있는 소시민들에게 활동가만큼의 활동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삶의 무게만큼의 하중을 더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뜻은 원대하나 현실은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문제는 주민자치운동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 국장은 몇 개의 구가 반상근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경제력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구미시민회’의 경험이 좋은 선례 듯이 말이다. 이 참에 ‘구미시민회’의 결성 과정을 잠깐 더 들어보자.
“구미에서 몇 몇 분들이 구미에서 참여연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어요. 본부 조직에서 담당 인사를 보냈죠. 보내가지고 꾸준히 의논하고 토론하면서 세를 확장시켜 나가다가 일정한 수준이 되다보니까, 뭔가 운동 프로그램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일정 정도 모인 사람들이 우리 왜 모인지 모르겠다, 하면서 떨어져 나간 사람도 있고, 조직의 정체가 오니까, 이래가지고는 안 되겠다,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겠다, 운동의 조직을 만들자고 고민하는데, 간사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이래 가지고 간사 붙이고 활동한 거죠.”
‘구미시민회’와는 다른 형태의 조직적 틀은 없었을까?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그것도 뭐.......어쩔 수 없이 그래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다만 적어도 전략적으로 한두 군데 정도 지역을 아예 딱 잡고 여기만큼은 비용이나 사람을 투자해서 이 지역에서 나름대로 참여연대의 주민운동조직의 모델이라고 하는 정도의 모델까지는 안 되더라도 참여연대 주민조직의 운영은 이렇게 한다, 활동은 이렇게 한다, 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전파시켜낼 수 있는 특정 모델을 하나 만들어보자, 이런 거죠. 이 모델이 전파되면서 다른 회원조직 내지는 지역까지 움직이게 하는 그런 것을 생각해보고 있긴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이 정도의 고민을 하는 곳이 있을까 할 정도로 강 국장의 고민의 깊이는 매우 깊었다. 대구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그리고 대구참여연대의 색깔을 흐리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민조직의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강 국장의 희망이다. 대구참여연대의 색깔은 시민단체 중에서도 매우 강성에 속한다. 그래서 관(官)과의 관계도 그리 매끄럽지는 않다. 주민자치운동을 본격화되면 관의 협력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텐데, 최근 벌어지는 민관협력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공직사회에서 저희 단체를 본다면, 협력하고 싶지 않은 단체 중에 하나일 거예요. 시민사회단체에서 본다면, 그 나름대로 연대운동이 그 나마 여러 가지 중심 중에 한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는 지역운동에서도 강경파에 속하죠.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관이라고 불리는 집단 세력이 운동에 의해서 극복되는 과정으로서 민관협력이 된다면 다행인데, 최소한 대구는 그렇지 못한다고 느껴지거든요. 뭐, 이래 자치정부가 마인드가 변화되고 발전, 진보되면서 시민운동과 협력하고 이렇게 되면서 더 승화되가는 그런 과정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이 과정이 좀 몇 년 흘러가고 하다보니까 운동조직이 관변화되는, 신관변화된다고 할까, 그런 점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서 딱 지정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한편으로는 시정부의 질적인 변화가 거의 없고, 한편에서는 시민운동이 뭐랄까, 운동성이 약화돼가는 것 같고, 어설픈 민관협력이 진행된다는 그런 느낌이 들죠.......”
민관협력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깊숙한 늪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설픈 민관협력.......내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진다. 이 쯤 돼서 지방정치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주민조직들이 생각하는 지역정치는?
“저희는 직접적 선거 참여는 안 했고, 어떻게 보면 의식적으로 차단을, 제어를 한 측면도 있어요. 왜냐하면,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단련되지 않은 사람이 참여연대의 명망성 내지는 규모를 너무 과신해서 우리가 쉽게 정치 참여를 허용했을 때에는 시민운동의 도덕성의 문제에 금이 갈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나와서 실수하는 그런 것이 예견되기 때문에 그렇고, 그나마 인제, 대구에서 나름대로 참여연대가 입지를 굳혀가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운동 역량 자체가 이미지는 물론이고 훼손될 수 있겠다, 해서 많이 제어시켰죠. 실제로 인제, 예전에 저희 달서구 모임이 꽤 활성화되었는데, 가다가 그 중에 한 분이 지방선거 출마한다고 이 회 모임을 그렇게 이용하려고 움직였죠. 여기에 다수의 회원들이 반발하고 이렇게 하면서 갈등이 조장이 되가지고 회 모임 자체가 약화되었어요. 한 동안 복구하느라고 꽤 애를 먹었는데, 그런 사례가 있기도 하고, 해서 의식적으로 배제를 했었는데, 다가오는 지방선거부터는 저희가 생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구의회, 더 넓히면 시의회, 특히 구의회 정도까지는 정말 우리가 정치로 보지 않고 자치의 영역이라고 확장을 해서 목적의식적으로 개입하자, 참여하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의 후보를 많이 출마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못되겠지만, 어쨌든 풀뿌리 정치를 무당파적인, 비정당적인 그런 자치세력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다음 지방선거, 그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의회를 진출하려는 그 정도까지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모임이 이 정도의 동의는 하고 있다고 넌지시 말한다. 물론 제도권 정치 참여에 알레르기를 지닌 사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기초의회 정도까지는 주민자치운동의 확장된 영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떤 원칙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후보를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지난 번 지방선거 때 자치연대라고 해서 몇 몇 분들이 자치연대 후보로 시민후보라고 해서 출마한 사례가 있긴 한데, 일단 성공하지 못했으니까, 평가할 것이 별로 없고, 또 그런 흐름도 시민사회운동 전체에 논의를 통해서 탄력을 받아서 그렇게 됐으면 효과가 더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일부, 이렇게 출마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들끼리의, 후보자의 연합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그런 흐름만이 있으니까 전체 시민운동 역량이 받쳐주는 과정이 못됐죠.......뭐, 그런 분들도 자체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자치운동의 의미, 정체성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기성정당에 합류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많이 갔거든요.......(전화 와서 잠시 중단) 지금은 그렇습니다. 앞으로 발굴되는 후보자군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직이 발굴하고 조직의 멤버십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까지 보면 현재도 이렇게 저렇게 출마하려고 하는 운동조직 출신이 있긴 한데, 그런 분들 중에서 운동을 중심에 두고 출마하려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 나름대로 성장하신 분들이 또 기성정당으로 가면 운동이 고유하게 보유한 정치역량이 또 백지 상태로 돼버리는 것이죠. 그런 것이 우려가 많이 되죠.”
대구참여연대 주민조직은 바둑으로 치면, 전체를 조망할 포석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거쳐야 난관들이 참 많다. 그러나 주민모임의 행로가 불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원칙을 견지하면서 소박한 발걸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 국장이 지적했듯, 현대적 의미로서 주민자치운동은 그 역사가 일천하다. 그래서 가능성도 열려있는지 모르겠다. 모쪼록 대구참여연대의 주민모임이 주민자치운동의 가능성을 한껏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이 일이 재미있는지,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재미는 있습니다. 오기도 생기고. 하하. 저희로서는 제 작년부터 해가지고 거의 우리 단체 역량의 절반 내지는 최소한 1/3정도는 주민조직을 꾸리고 주민운동을 개척을 해보자 해서 역량을 그렇게 투자해왔고, 작년 경우만 해도 상근자 7명 중에 조직국에 3명을 배치했으니까, 조직국 업무 자체가 주민을 꾸리고 지원하고 관리하는 그런 역할인데,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는 없어요. 그래서 긴 호흡을 가지고 오기도 생기고(웃음).......그렇게 가보자 하고 있고, 지금도 투자를 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다는 그런 생각이고, 한 두 개 구 정도에는 필요하면 정말로 간사까지 내려 보내가지고 개척해보겠다, 이런 각오도 있습니다.......하면 안 될게 있겠습니까? 많이 더딜 것 같아요. 조금만 잘못되면 시행착오라든가 하면 또 역량 손실도 클 것 같고, 또 이렇게 보수 관료화 돼버리면, 한편으로는 실용성과 효율성 위주로 나가버리면 그런 위험성도 있을 것 같고 해서, 원칙과 정신을 살려가면서 가게 되면 매우 길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 같고, 어쨌든 저희는 초기 역량만 안정적으로 구축되기만 하면, 의제를 찾아내고 활동해 나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이 되고, 지역주민의 기대에 맞는 맞춤형 의제와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디든, 대구뿐이겠습니까, 주민들이 자기한테 맞는 프로그램과 일을 하는데 참여 안하겠습니까?”
※ 대구참여연대의 홈페이지는 http://www.civilpower.org/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