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과 주민참여가 최대의 화두” -관악사회복지-를 찾아
인터뷰 : 한재랑(조직팀장)


사회복지 영역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빈민운동의 확장된 공간으로서, 지역운동의 생활의 의제화로서 사회복지운동은 지방자치제도의 연착륙과 동시에 관심의 광각(Wide-angle)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직접적 서비스를 넘어,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은 당위에서 구체적 실천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회복지운동의 큰 흐름이며, 이를 ‘지역복지운동’이라 정의내릴 수 있다. 지역사회의 복지의제를 지역사회가 해결해 나가는 것, 그래서 사회적 약자가 직접 서비스의 수혜자로만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모로 그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그런 활동을 대변하는 것이 지역복지운동의 대체적인 활동 경로이다.

지역복지운동의 역사는 ‘관악사회복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의 ‘우리복지시민연합’과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관악사회복지’는 강산이 한 번 변한 만큼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자부심과 책임감이 남다른지 모르겠다. 앞서 지난 온 10년의 경험만큼, 앞으로 10년의 경험이 더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이 한재랑 팀장의 생각이다. 어쩌면, 사회복지운동의 커다란 밑그림이 구체적인 지역에서 제시되고 실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실제, 관악사회복지는 지난 3월 13일, 설립 후 첫 총회를 개최하면서 주민과 더 밀착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조직체계의 변화를 모색했고, 새로운 10년을 맞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조직의 전환 시기에 한재랑 팀장을 만났고, 그가 고민하고 있는 지역복지운동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우선, 대략적인 관악사회복지의 역사에 대해 물었다.

“......관악구에서 빈민운동 하시던 선배들이 지방선거를 치루고 나서 고민하신 것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해서 확장되었던 것 같아요. 지역 안에서 이전에 갖고 있던 달동네 모습들이 아니라, 재개발이 90년대 초반과 중반에 걸쳐 대규모 공사가 되면서 기존의 빈민운동하던 분들의 고민이 지방선거 되면 지역 단위의 지역 행정체계가 돌입이 되는데, 그랬을 때 이전의 산동네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였던 활동들이 어떻게 고유하게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지방선거 진출을 하면서 제도화된 활동에 대해서 고민의 지점이 만나면서 이전의 빈민운동의 역사를 받아 안으면서, 재개발되고 주거환경이 변화해도 변화되지 않는 고유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 활동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공부방이나 탁아방, 어머니교실, 건설 일용 노동자들이랑 함께 했던 활동들이 어떤 것으로 정리가 되어야 하나 고민을 했을 때, 이것은 복지 영역이라고 생각했었고, 당시 복지관에서 근무를 하던 의식 있는 사회복지 전문가 그룹들이 이런 문제의식에 공유해서 공동으로 준비를 하게 됐고, 그렇다면 제도 안에서 공신력 있는 그런 단체가 필요하지 않겠나, 예를 들면 달동네에서 어떤 공부방이나 탁아소 활동을 했는데, 주거 환경이 변화되면서 지역이 해체되면서 일단 시설과 기관이 해체되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비영리 시설들이 존속될 수 있는,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한데, 그걸 어떻게 가야 할까 고민하면서 사회복지 법인이나 사단법인을 고민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법인 형태가 공신력 있는 단체라고 생각을 했고, 법인을 추진한 것 같아요. 95년 8월부터 모임이 시작되었고요, 공식적으로 준비하던 모임이 사회복지법인추진위원회라고 했어요. 법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만든 조직이죠. 그래서 당시에 법인이 되기 위해서 기존의 빈민운동 했던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좀 붙었고, 현재까지 있는 이사진들은 당시에 법인을 만들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이죠. 당시에는 회원 개념, 이런 것도 없었고, 일단 법인을 만들자, 그래서 법인 허가 난 것이 96년 6월 10일에 서울시에 법인 등록을 했거든요. 그 전에 6개월 정도는 법인을 준비하는 단계였죠.”

빈민운동에서 지역복지운동으로의 전환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남다른 진통이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은 지역복지운동의 초심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며, 지역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변인으로서 관악사회복지의 발자취는 한국사회 지역운동에도 커다란 성과이기도 하다. 물론, 관악사회복지로의 전환은 단순히 내적 요구에 의해서 싹 튼 것만은 아니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시대적인 상황, 재개발 붐으로 인해서 관악구 하면 대표되던 달동네가 해체되던 상황이 있었고, 당시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WSSD인가요, 그 때 이후의 복지의 문제, 삶의 질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전에는 생존권 투쟁으로 가던 것들이 삶의 질의 문제로 움직임이 있었고, 기존의 주민운동 하시던 분들이 계속 주장했던 생산과 소비가 공존하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는 시대적인 배경이 있었고, 그리고 관악구에서 빈민운동을 했던 역사적 흐름과 그 역사적 활동을 계승하기 위한 단위를 고민하다보니까, 사회복지 영역으로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운동의 대상은 무엇인지 물었다.

“보통은 사회복지 쪽으로 보면 지역복지가 하나의 개인사업 같은 그룹이 있는데, 저희는 지역복지를 하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고요, 지역복지의 개념은 원래 사회복지적 개념으로 본다면, 지역사회의 의제를 지역사회 주민들이 해결하는 그런 개념인데, 현재 저희 단체 같은 경우는 그래서 많이 사례화 된 것은 재개발 싸움이나 특별법 반대운동 같은 이슈 같은 것이 많았어요. 그리고 그 전에는 빈곤 문제에 있어서도 아주 핵심 이슈들을 가지고 했었는데, 현재 관악사회복지 같은 경우는 그 대상이 누구냐라고 하면, 지금의 개념은 전체적인 관악구 주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복지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의 영역에서 봤을 때는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거나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는 운동인데, 그 이전에 우리가 IMF 이전까지는 그런 활동이 중심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 그 지원의 구조를 만드는 활동이 주요였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자원봉사를 모집하고 교육하고 연결한다거나, 아니면 사회적 이슈와 복지정책에 대해 개발하고 거기에 추천할 수 있는 제도 개선 활동을 한다거나, 그래서 직접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준다기보다는 그런 서비스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자원 체계를 만들고 그런 활동을 대변했던 것이 주였던 것 같아요. 98년 IMF 이후에 변화된 부분들은 푸드뱅크이라는 활동을 통해 직접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거고, 그것은 자원 네트워크의 개념으로 푸드뱅크 활동을 하면서 조금 달라진 것 같고요, 현재의 경우는 두 가지가 병행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전체 관악구 주민 중에 현안 이슈를 가지고 논의나 자기 능력을 참여할 수 있는 사회참여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활동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푸드뱅크나 건강지원 사업이나 환경 관련 사업은 직접적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것, 저희의 기본적인 원칙은 관악사회복지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관은 아니다, 서비스가 연결되고 연결될 수 있는 그런 네트워크와 자원을 개발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네트워크 단위여야 된다라는 것은 아직도 변화되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 설립 취지문에서나 지향이 그 때 당시에도 핵심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자발적인 주민참여 구조를 만들자, 또 하나는 지역복지네트워크를 구축하자, 그런데 그것이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과제이며 지향으로 남아 있는 것인데, 그 정신은 어쨌든 그 정신에 맞춰 왔다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 단체를 보면 관악사회복지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가난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계층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중산층에 사시는 주민들이 자원활동을 하시거나 모임에 참여하거나 해서 정말 회원으로서 자원활동을 하는 그룹이 있고, 또 푸드뱅크나 의료건강사업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은 정말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극빈층에 있는 분들이고, 그런데 저희는 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원을 개발하고 배분하고 네트워크 하는 것을 저희의 역할이라고 보는 겁니다.”

푸드뱅크과 같은 직접적 복지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큰 틀에서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그룹의 네트워크가 관악사회복지의 기본적인 그림이다. 어떻게 보면 지역복지운동의 정신이자 실천전략이다. 그러나 지역의 상황에 따라 지역복지운동의 양태도 다 다르다.

“지역복지운동 단체들도 전국단위로 네트워크를 해서 만나 일을 하고 있는데, 다 달라요. 똑같은 지역복지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어느 지역에서 어떤 출생배경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좀 다른 것 같아요. 저희는 워낙에 주민운동 했던 관점에서 주민참여나 이런 개념을 강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네트워크를 강조하죠. 다른 지역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정책을 집행하고, 각종 복지시설 기관들이 직접서비스를 추진한다면, 지역복지운동은 복지 인프라를 조직하고 각 활동을 네트워크 한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프라 조직이나 네트워크는 어떤 모양새일까?

“......저희가 어떤 자원활동가를 조직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더라도 애초에 실무자가 100%를 했다면, 그 다음에는 80%의 노력을 투자하고 20%는 참여자에게 권한을 위임해주고, 다음에는 더 줄어들고, 어느 순간이 되었을 때는 실무자의 계획이 1%로 되고 99%가 참여자 중심으로 되는 것, 그런 지향이 저희가 자원활동가를 교육하고 조직하는 관점이라면, 서비스라는 관점도 그런 것인데, 초기에 관악사회복지가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많은 노력을 투여하지만 점점 네트워크라는 구조 자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프로그램이나 내용에 따라 기간이나 속도는 다를 것 같지만, 기본 관점은 그렇게 가려고 하는 거죠. 예를 들면, 이전에 푸드뱅크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제가 시작할 때, 일주일에 한 3일은 꼬박 푸드뱅크 일을 참여했었거든요. 정말. 매일 전화 돌리고 매일 후원자 개발하고, 이런 일이 매일 거의 한 50% 이상 푸드뱅크 업무만 했다면, 지금 저희 단체가 푸드뱅크 관련해서 활동하는 것은 아주 미약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시스템화 되었기 때문에 자발적인 움직임들이 있고, 자생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거죠. 저희 자원활동 모임도 마찬가지에요.”

푸드뱅크와 같은 직접 서비스 이외에 사회복지를 지원하는 다양한 모임들도 독자적인 활동을 지향한다는 것이 한재랑 팀장의 이야기다. 이런 지향성에 기초하여 올해부터 운영위원회 체계도 완전히 바꾸었다. 즉, 이전까지 운영위원회가 소위 사회복지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면, 올해부터는 지역의 주민리더들이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이를테면, 고등학생들의 모임인 ‘햇살’에서 모임의 대표가 참여하고, 직장인 모임의 대표, 여성 모임의 대표, 그리고 각종 자원활동가 대표들이 참여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정도의 모양새라면 창립 초기 관악사회복지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사회복지 당사자운동’도 염두하고 있다는 것이 한재랑 국장의 설명이다.

“당자사운동은 고민하고 있는 단계예요. 저희가 복지운동단체로서 정체성을 가지려면 어떠한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 했을 때는, 하나는 정책이나 제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참여자들이 주체화 되어야 하는, 그게 당사자운동이 되겠죠. 그러니까 공적인 영역에 공공기관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 그리고 참여자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 해결을 직접 나설 수 있는 당사자운동, 이런 두 가지의 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논의들이 있는데, 현재까지, 예를 들면, 여성모임이나 청소년 모임 같은 경우는 자족적인 형태가 커요. 또 그렇게 평가도 전문가들로부터 받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사람들의 활동을 당사자운동으로 봐야 하느냐,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당사자운동 그러면, 사실 약자들 운동, 어떤 그룹핑 되는, 장애인, 노인, 가정폭력 피해자들 이런 개념으로 봤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평가받을 수 있느냐 하면 또 아니다, 하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당사자운동이라고 했다면 현재 수준으로서는 푸드뱅크에 참여하고 있는 독거어르신들의 모임, 그리고 그 사람들의 생활의 문제를 나서서 싸울 수는 없지만 문제화 하거나 인식하게 하는 것, 그리고 조직이 되는 것, 예를 들면 건강사업과 관련해서 차상위 계층의 건강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차상위 계층이 의료비가 정말 생활적으로 부담이 된다, 차상위 계층의 의료적인 지원이나 제도가 만들어져야 된다면, 운동화될 수 있는 조직화, 이런 것을 당사자운동으로 보고, 현재 우리의 과제이며 시도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올해와 내년에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꼭 시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합의하고 있는 수준이죠.”

당사자운동은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문제해결점을 찾아감으로써 복지의 문제를 사회로 넓혀나가는 운동을 말한다. 단순히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란 점이 당사자운동의 핵심이고, 관악사회복지가 장기적인 운동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현재 관악사회복지는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이 250여 명 정도, 자원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이 200여 명 정도 된다. 이들 회원들은 청소년 모임, 여성모임, 직장인 모임, 사회복지 대학생 모임, 환경매장 활동, 의사모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치구 단위에서 이 정도의 조직규모라면,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니긴 했지만, 꽤 큰 편에 속한다. 그들의 활동성을 지켜나가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지역복지운동을 해나가면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 또는 고민거리에 대해 물었다.

“계속 반문되는 것이, ‘지역복지운동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항상 하고 있고요, 지역복지운동의 비전과 사명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고민이 되고요,(사무국장님이 떡볶이를 건네줌. 잠시 인터뷰를 중단 함.).......그리고 관악사회복지가 지금 9년 째 접어들었고, 올해, 내년에 저희의 가장 큰 과제는 10년을 잘 정리하자는 겁니다. 또 향후 10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대구의 우리복지시민연합이 저희보다 먼저 창립이 되었고요, 근 비슷한 시기에 저희 단체가 설립이 됐는데, 지역은 다르지만 두 단체가 지향했던 부분이 복지운동이었는데, 한국사회의 복지운동의 역사를 두 조직을 통해 한국사회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는데, 단순히 관악사회복지가 사업을 잘했네, 못했네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지역복지운동의 비전을 만들어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고민을 해요. 그래서 향후 한국사회 복지운동의 하나의 전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지난 번 전국 네트워크 모임에 가서 서로 그런 고민을 나누기도 했어요. 가능하면 같이 공유하면서 비전을 내보자 했는데,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그냥 관악사회복지 10년이다가 아니라, 제 욕심은 지역복지운동으로서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서 사실 일하는 활동가들이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부담을 다 떠나서 정말 철저하게 평가하고 평가받고 사후 10년의 계획들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보면 그런 역사적 책임까지 생각하냐고 하는데, 어쨌든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조직적으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지점에서 가장 큰 고민은, 지역복지운동이라고 하는 가장 크게 개념화될 수 있는 것이 관악구라는 지역 안에서 복지라는 이슈를 가지고 운동하면서 지역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런 활동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회원이 몇 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관악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이 조직을 알고 이 조직에 참여하고 또 조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조직의 활동에 동의하면서 지역사회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가 고민이긴 해요. 제가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관악구에 사는 A라는 사람에게 참여연대나 환경연합이 회원가입 하세요 라고 할 때랑, 관악사회복지가 회원 가입하세요 라고 하면 제가 보기에는 60-70% 이상이 중앙 단위의 운동 단체에게 회원 가입을 한다는 거예요. 그게 현재 수준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같은 풀뿌리 조직이 외연을 확장하는 방법은 정말 피나는 활동을 해서 그 속에서 만난 사람이 이 조직을 신뢰하고 확실히 함께 갈 수 있겠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인데, 그만큼 그 일이 쉽지 않다고 생각되는 거죠. 그래서 일상에서 주민들과 만나서 주민들이 함께 하고 싶도록 하는 것, 그런 메리트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이런 것이 고민이에요.

아까 지적하신 대로 가장 이상적인, 지향대로 가려면 더 많은 관악구 주민들이 여기에 참여해야 되고, 그래서 저희가 회원가입 캠페인을 할 때, 복지개미운동이라고 하거든요. 일개미들이 모여서 하는 것처럼, 많은 힘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작은 참여들이 모여서 영향력 발휘하는 것이 풀뿌리 조직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지금 현재 역사에 비해 적지만 현재 수준은 대게 높은 수준이거든요. 250여 명의 회원이 회비를 납부하고, 활동 회원이 그렇게 있는 조직이 쉽지 않거든요. 그게 역사의 반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거예요. 재정적으로도 자립을 해야 하고 이런 문제들도 있지만, 올해 저희가 고민하는 것은, 첫 번째 10년을 잘 정리하고 지역복지운동의 하나의 비전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원래 생각했던 대로 관악구의 풀뿌리 지역단체로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고민이고, 재정 부분도 100%로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로서의 지향, 현재 저희가 70% 정도가 재정자립이 되거든요. 올해 안에는 목표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욕심도 있고, 그래서 외부 프로젝트는 안 하기로 했어요. 순수하게, 순수하다고 하면 다른 단체가 오해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본래적인 활동의 기반을 지역에서 만들어보자는 것이 기본 취지에요.”

10년을 제대로 평가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주민들의 참여를 확장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한재랑 팀장의 가장 큰 고민이자 과제이다. 한재랑 팀장이 사무국장직을 다른 활동가에게 넘기고 본인이 직접 주민들을 만나겠다고 다짐하면서 조직팀장을 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들과 더 밀착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주민들과 만나는 일상적인 활동은 무엇일까?

"그것도 고민이에요. 제가 볼 때는 관악사회복지를 일반 관악주민보다 시민단체들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일단은 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고요, 그것이 긍정적 영향이든 부정적 영향이든, 공세적인 그런 활동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올해 사업계획을 쫙 짜 놓은 것은 없어요. 일단 실행 준비하고 있는 것은 지역 이슈 및 단체 홍보 캠페인, 이것이 가장 크고요,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봐야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사람을 만나야겠죠. 조직을 알리고, 또 애정을 갖게 만드는 것, 제가 어떤 생각이 드냐면, 제가 여성모임을 98년부터 쭉 해왔는데, 주부들이 잘 안 움직여요. 아이들을 위해 돈을 쓰지만 자기를 위해 쓰거나 조직을 위해 기여하는 것은 쉽지 않더라고요. 저희 여성모임 분들을 보면 최소 1, 2년 정도가 지나야 조직에 대한 소속감, 그리고 조직에 내가 참여해야 한다, 이 조직에 있어서 내가 정말 좋다, 라는 느낌을 갖는 것 같아요. 그 정도 돼야. 그래서 사람들의 자발성은 훈련되는 것 같다, 처음부터 이거보고 내가 해야지, 하지는 않는다, 자발성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는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자발성은 발휘가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번에 저희가 하는 부분들이 그런 것이고, 저희가 한 6년 동안 신림6동,7동 빈곤 밀집 지역을 선정해서 활동들을 많이 했어요. 환경매장도 만들고, 푸드뱅크 나눔도 하고, 지역조사도 하고, 자원봉사자들이 건강관련 사업들을 하고 있는데, 그 지역을 올해 같은 경우는 난곡, 예전 난곡 신림7동이 재개발 되고 나서 사람들이 그 밑으로 이주를 많이 했거든요. 신림 12,13동인데, 그 지역에 조사를 다시 시작을 해요. 아주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어려움과 필요한 것,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은 다음 주부터 준비 들어가서 총선 끝나자마자 조사를 한 달간 실시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지역의 토박이들이나, 동사무소에서 소개받아서 가가호호 방문하는 조사활동, 그런 거예요. 어쨌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주민이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주민들을 많이 만나야 된다, 그래서 많이 나가야 된다는 생각이죠.”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을 더 많이, 더 자주 만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한재랑 팀장의 타임스케줄도 여기에 맞춰질 예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차상위 계층에 대한 건강 지원사업의 경우가 이런 흐름 속에서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차상위 계층에 대한 건강지원사업이 있는데, 병원과 차상위 계층의 주민들을 연결해서 본인 부담을 50%로 감면해주는 것을 하고 있어요. 그런 운동을 진행하다가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의 문제제기로 인해 정체되고 있어요. 문제제기하는 의사들은 불법이다, 그래서 그 사안 자체가 애매하게 되었어요. 법적으로도 유권해석 하기 나름이고, 구청 같은 경우는 그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부분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전면적으로 고민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에요. 보건소가 있긴 한데, 보건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예를 들면 보건소에 가려면, 모든 사람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버스를 두세 번 타야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이렇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은 신림 그 지역에서만이라도 해보자고 해서 감면하는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특정 의원에 사회단체가 사람을 보내주고 이런 것을 한다는 것에 대해 신고가 들어온 거예요.......약사와도 얘기해서 많은 비용의 약은 무료로 조제해주기로 했는데, 못하겠다고 하며 약사에서 꼬리를 내렸죠. 의사회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죠. 그래서 이 부분을 관악구에서 전면화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서울시 단위의 네트워크가 있는데 이 곳을 통해서 전면화할 것인지 고민 중인데, 저희가 다음 주에 내부 간담회를 하고 그 다음 주에는 같이 활동했던 보건의료 모임의 회원들과 논의할 계획이에요.”

좋은 뜻에서 참여하려 했던 의사들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관악사회복지도 난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붙일 수가 없다. 당장은 이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 주요 과제다. 그 동안 관악사회복지는 지방선거에 직∙간접적 참여를 해왔다. 앞으로의 생각에 대해서도 물었다.

“합의된 것은 없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전에는 때가 좀 아니었던 것 같고, 이제는 좀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올해와 내년에 그런 것을 검증하는 절차는 필요하지 않느냐를 고민하고 있어요.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은 아직 없는데,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정책을 내고 그 정책에 동의하는 후보를 지지를 하나, 아니면 훈련된 후보를 내서 이후의 활동을 할 때도 사회복지 전문 의원으로 활동하게끔 하느냐, 하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후자가 더 서로에게 플러스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개인적으로. 이건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죠. 그 이전에는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제는 준비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일상 활동 속에서 선거라는 것이 이벤트가 아니가 그런 활동을 통해 검증된 사람이 자기 내용을 가지고,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성을 띄고 진출을 해서 이후에도 하나의 일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가야 하는데, 그렇게 준비해왔는가에 대해서는 물론 반성을 해봐야겠죠. 그래서 그런 고민을 저희 내부에서 확인을 했어요. 빠르단 생각이긴 하지만 그만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몇 년 후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들 중에 그래도 훈련이 되어야 하니까.......”

최소한 사무국 단위에서는 적극적이 지방선거 참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았다.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조직적인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지방선거가 첫 시험대일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조직팀장으로서 한재랑 팀장은 지방선거를 비롯한 앞으로의 10년이 화두였다. 9년 차로 접어든 활동 경력이 나날이 새로울 수 있는 이유가 끊임없는 자기 고민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고민의 한 단면을 끝으로, 한재랑 팀장과의 인터뷰를 정리하고자 한다.

“운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되요. 주민운동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주민운동단체인가, 이 활동이 운동인가, 끊임없이 고민이 드는 거예요. 지역복지운동이 도대체 무엇인가? 현재에서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하는가? 원칙, 이런 것이 중요한 것 같고, 생활의 원칙 이런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운동이라는 것, 관악구라는 지역 안에서 복지라고 하는 일이 어떤 운동이 될 수 있는가? 그런 것이 계속 고민이죠. 그래서 누구를 만나도, 지금 얘기를 하고 있음에도 고민이죠. 전체적인 중앙단위의 이슈들이 지역 단위로 내려와서 지역단위에서 실천화되어야 하는 것들, 어떻게 보면 현재 저희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장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공동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지향을 가진 활동이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지역단위에서 생활과 운동과 이슈가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가 고민이죠. 정치질서 쪽에서 움직임들과 내가 갖고 있는 현장과의 갭, 지역화 한다는 것 자체가 고민이죠. 우리가 모인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함께 갈 것이냐 하는 근원적인 고민이 있는 거죠.”

※ 관악사회복지 홈페이지는 http://www.kasw21.or.kr/입니다.
(2004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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