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車)병원을 들어보셨나요?" -‘성미산 차병원’을 찾아-
인터뷰 : 진상돈(사업대표)

먹거리에 신경 쓰는 가정이라면 유기농산물 생활협동조합에 발길을 옮겨본 경험이 여럿 있을 것이다. 이미 생활협동조합은 우리 귀에 낯익은 존재가 되었다. 대부분이 먹거리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운동이 전개되지만, 최근에는 생활협동조합운동의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대안적인 공동체운동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미산 차(車)병원’이 대표적이다. 마포구 망원동에는 ‘성미산 차(車)병원’(이하 ‘차병원’)이라는 생활협동조합이 있다. 주민이 출자금을 모아 만들고,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차병원’은 자동차를 매개로 주민간 소통하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병원’은 병에 걸린 자동차를 수리하는 곳이다. 자동차 정비업소, 또는 카센터로 불리기도 한다.

자동차를 굴리는 사람에게는 늘 자동차 정비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상태는 곧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거리 운행을 뛰어야 할 상황이나, 폭설이나 폭우가 예상되는 계절이면 많은 이들이 카센터에 들러 예방점검을 받곤 한다.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으로 되어 버린 현대생활에서 집 앞 구멍가게에서 먹거리를 사듯, 정비업소에서 자동차를 고치는 일은 이제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정비업소를 찾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불신의 벽을 지울 수 없다. 정비에 자신 없는 사람일수록, 정비업소에 속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이 있는 것이다. 또한 근본 생태주의자들에겐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치스러운 생활필수품이라며 비판의 화살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밟히는 것이 자동차인데 어쩌겠는가? 기왕 자동차의 홍수 속에 살아가야 한다면, 환경적 피해를 줄이는 것이 으뜸이리라.

‘차병원’은 바로 이런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출발했다. “자동차 정비를 둘러 싼 불신을 말끔히 해결하고 차에 대한 모든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주는 곳, 내 차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곳, 차에 대해 쉽고 진지하게 배울 수 있는 곳, 건전한 녹색자동차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훌륭한 터전”이라며 작년 11월 오픈 하였다. 오늘은 ‘차병원’을 처음부터 준비해왔던 진상돈 사업대표를 만나 ‘차병원’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어떻게 ‘차병원’이 만들어졌는지 물었다.

“10년 전,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공동육아협동조합이 만들어졌어요. 1호점이 ‘우리어린이집’이고 2호점이 ‘날으는 어린이집’인데, 저는 ‘날으는 어린이집’에 초기 조합원으로 참여를 했었죠. 처음에 이 동네에서 제일 필요한 것이 뭐냐, 해서 아이들 육아 부분은 거기서 담당을 하고, 그리고 먹거리가 필요하다 싶어서 2001년도에 ‘마포두레생협’을 만들었죠. 그 과정에서 2001년도에 이 동네에 ‘성미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그 산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마을 주민들이 저항을 했었죠.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배수지 공사였으나, 한양대학재단에서 아파트를 짓겠다고 해서 거기에 반대운동을 했죠. 그러는 과정에, 작년 1월 강제 벌목을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천막농성을 해가면서 지켰어요. 아빠들이 로테이션을 하면서 천막농성을 했는데, 그러면서 저녁에 춥고 하다보니까 술도 한 잔 하고, 그러다가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이 지역에서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뭘까, 그런 논의를 했었죠. 그런데 공통적으로 다들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더라고요. 차들을 안전하게 맡길 곳이 없더라, 그럴 거면,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5월 달부터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졌죠. 그 다음에 구체적인 준비를 해서 작년 11월 1일 날 결국에 개원잔치를 해서 정식 오픈을 한 거죠.”

보통 생활운동이 사소한 계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무공해 세제로 식기를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본 <가나가와 네트워크>의 대리인운동이 발전하였고, 청소년이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담배자판기를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부천의 담배자판기금지조례가 주민들의 의해 전개된 것도 어찌 보면 생활의 사소한 편린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차병원’의 출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뭔가 특별히 하자라고 해서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활 속에서 불편했던 사항들을 찾다 보니까, 얘기가 나온 거죠. 이 지역에서는 지금 얘기 나오는 것 중에 하나였던 의료생협은 예전부터 시도를 했던 부분이 있고, 지역통화도 얘기가 되고 있고, 여러 가지 지역적인 시도들을 하고 있죠.”

거창한 공동체운동이 아니더라도 담장을 허물고 만나서 이야기할 때만이 좋은 아이디어와 실천전략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 거기서부터 ‘차병원’은 출발했다. 오픈 당시 조합원 수가 80여 가구에서 2월 말 현재 150여 가구 정도 된단다. 조합원이 되려면 한 구좌에 10만원의 출자금을 내야하고, 일부는 고액 출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초기 출자금 1억2천으로 출발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다소 부족한 상태로 출발했다고 한다.

“아직은 힘들어요. 다른 것은 특별한 것이 없는데, 일반적인 마진폭과 우리가 지향했던 바와 차이가 커졌어요. 그러다보니까, 거기에 따른 운영의 어려운 점이 있고, 그리고 조합원의 문제인데, 기본조합원이 최초 300명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아직 반 정도밖에 안 차 있어서 그런 것이 좀 어렵죠.”

300명 정도의 조합원 규모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진 대표의 계산이다. ‘차병원’이 지향하는 바와 일반적인 마진폭의 차이라.......여기에 대해 물었다.

“여기는 부품이 저렴한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렴하다고 생각 하는데, 그게 어떤 차이냐면, 저희는 필요한 부품만 교환을 한다는 원칙과, 그리고 부품을 오픈 시킨다는 원칙이 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일반 카센터를 갔을 때는 대개 뭉뚱그려서 표현들을 하거든요. 그 다음에 뭘 갈았다 그러면 확인할 바가 없고, 그렇다고 대다수가 다 그런 것은 아닌데, 대다수는 정직하게 하시는데, 간혹 가다 그러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저희는 투명하죠. 안 갈아도 되는 것을 굳이 갈 일은 없으니까. 그것이 궁극적으로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가능하면 차를 안 굴리면 좋지만, 차를 어쩔 수 없이 굴리는 상황이라면, 가능하면 환경에도 좋게끔 하자라는 취지가 있죠. 그래서 필요한 부품만 갈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것이죠.”

부품을 오픈 시킨다는 뜻은 무엇일까?

“부품 가격을 말하죠. 저희가 어차피 완성차업체에서 부품들을 공급받는데, 지역마다 다 통일되어 있거든요. 한 곳에서 거의 다 납품을 다 받는데, 그것을 보여드리는 것이죠. 조합원들한테. 이를테면 브레이크 패드라고 해서 라이닝이 차마다 다 틀리거든요. 비싼 차는 한 4-5만원 하는 차도 있고, 그러나 웬만한 카센터는 라이닝 그러면, 다 얼마로 거의 비슷하게 통일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비싼 차 같은 경우는 O이 플러스되는 것이니까, 싼 차는 또 싸지고 하는 그런 차이가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마진이 떨어지는 거죠. 다른 곳은 일반 마진을 한 50% 보는데, 저희는 작년 11월 이후에 해보니까 마진이 한 30%가 안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저희로서는 딜레마일 수가 있죠.”

한 마디로 필요한 부품만 교체하고, 정직하게 부품 가격을 매긴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카센터보다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품 값의 생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차병원’의 오픈 전략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이 생협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진 대표는 월 2천5백만 원 정도의 매출이면 손익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은 밑지는 장사를 한단다. 수익금에 대해서는 배당금도 예정하고 있지만, 지역사회로의 환원도 고려 중이다.

“만약, 저희가 수익을 발생하는 것을 10개로 봤을 때, 3은 여기 안의 공구라든지, 기계라든지 감가상각으로 나가고, 3은 여기 직원이 세 명 일하는데(진 대표 외 정비사 2명) 급여만 있고 보너스는 책정을 안 했거든요. 열심히 일한만큼 찾아가자, 라고 해서 그것을 보너스로 책정을 했고, 나머지 3이 출자배당금, 그러니까 출자한 비율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낸 비율에 따라 출자 배당이 돌아갑니다. 나머지 1이 지역사회로의 환원입니다.”

무엇보다 사업의 안정화가 시급한 과제이다. 그래야 수익금의 배당도 실현될 수 있으니까. 진 대표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합원 300명 이상과 순익분기점 도달을 최소한 1년 이내에 실현시킬 계획이다. 배당금 이외에도 조합원들에 대한 혜택은 무엇인지 물었다.

“지금은 일단 저희가 홍보도 해야 하니까, 비조합원, 조합원의 차이가 없이 똑같이 하고 있는데, 한 1년 정도 되고 안정화되면, 예방점검이라든지, 이런 차원에서 시도들을 할 거고, 지금 홈페이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들어가면 자기가 정비했던 내역이 뜨거든요. 차 번호 치면. 그러면 언제쯤 내가 뭘 갈아야 된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도 할 수도 있고, 저희도 콜도 해드리고요.......교육도 하려고 하고 있어요. 계절별로 아니면, 어디를 멀리 갈 때, 차가 1일 정비를 해야 될 것도 있고, 주간 정비도 필요하고 한데, 그런 부분에 대해 오시는 대로, 이것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정도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거든요. 이 부분은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해드립니다.”

만 5개월 남짓한 성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지금 어떤 성과를 남겼냐보다는 주민들이 주저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내겐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래서 ‘차병원’을 만들게 된 계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뚜렷한 계기라는 것은 성미산을 지켜야겠다는 라는 의지, 그것 때문에 결속력이 많이 생긴 거죠. 여기도 다른 공동육아협동조합과 비슷할 수가 있었는데, 성미산이 유일한 야산이고, 그 산을 개발을 한다고 하니까, 뚜렷한 명분 없이 나왔던 사안이었고, 그리고 지역 사람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성미산에 나들이를 많이 갔던 산이고, 초등학교도 바로 밑에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이 다니는데, 그것이 개발이 됐을 경우에 아이들이 환경적인 부분이나 여타의 조건들이 반응이 안 좋았었는데도 불구하고 개발을 하려고 하니까, 그러면서 반대운동을 했고, 그것이 큰 역할을 한 거죠. 환경운동연합에서 발표한 작년 환경 10대 뉴스에서도 선정이 됐는데, 주민 자체적으로 해서 이긴 싸움이 유일무일 한 것으로 표현하더라고요. 그런 과정이 있어서 이 지역에서는 그런 자신감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성미산 개발은 일시적으로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했지만, 한편으로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차병원’이 생기게 된 직접적인 계기도 성미산 투쟁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쨌든, 구체적인 경험은 주민운동, 또는 생활운동에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매개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성미산 투쟁 이전에도 ‘공동육아협동조합’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차병원’의 탄생도 가능했다.

“이 지역에 ‘차병원’ 이외에도 공동육아협동조합이나 두레생협과 같은 각 조합과 성미산 싸움 이후 만들어진 마포연대, 대안학교 등이 대표적으로 있는데, 일련의 흐름 속에 2001년부터 계속 해왔던 일들이 몇 가지가 있어요. 주기별로. 봄에는 축제를 하고 여름에는 조합원 한마당, 가을에는 운동회를 하고, 겨울에는 송년잔치를 하는데, 이렇게 큰 네 가지 틀 속에서 각 조합이 유기적으로 회의도 하고 자주 만나죠.......적어도 100명 이상이 이런 조직에서 활동한다고 보시면 되요.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 조직의 흐름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각 파트별로, 각 조합별로 실무진들이 있고, 거기에서 파견을 나오면 일이 묶여지고 짜여지면 실제로 밑에 있는 분들에게 설명을 해서 같이 참여를 하자라든지 이렇게 합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의 경험이 지역의 터전을 닦는 일을 했다면, 성미산 싸움의 경험이 지역 깊은 곳까지 한 발짝 내딛는 출발선이라는 것이 진 대표의 진단이다. 육아로부터 출발하여 지역사회로 서서히 확장하고 있는 지역운동의 모범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생협운동이 경제적 기반 구축이라는 목표와 운동적 목표가 있을 텐데, 운동적 목표는 무엇이냐고.

“원론적인 부분인데, 많은 분들이 성공한 공동체가 없다고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부분 견주어봐서, 생명력이 길어야겠다는 것이 1차적인 목표고, 그 과정에서 이런 방식이 저희가 틈새를 파고든 부분이 있는 건데, 이렇게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적어도 구 단위에서 하나씩 정도 생겨서 전국에 프랜차이즈 비슷하게 이용하면 정비문화라든지, 이런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상당히 수동적으로 접근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거든요. 모르고, 무지한 부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게, 일단 모르니까, 그래서 아는 사람들이 그런 식의 문제제기를 하면 좀 건전한 자동차 문화가 될 수 있겠다 라는 부분이 바람으로 존재를 하는 거죠. 단적인 예로, 차를 리콜하는 것 같은 경우, 외국 같은 경우는 리콜을 자랑스럽게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 반대잖아요. 우선 숨기죠. 그것도 계속 숨기다가 똑같은 차종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마지못해서 리콜을 하는데, 그런 것들이 분통이 터지는 거죠. 소비자로서. 건전한 소비자 운동 측면에서도 이것은 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들죠.......그런 것들에 대한 내용을 시민들과 교류하는 것이 자동차를 건전하게 하는 조건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차병원’만 놓고 본다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또 하나가 있다면 이것을 계기로 정비문화가 바뀌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비문화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정비는 차주 입장과 정비하는 입장이 틀린데, 정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 문제라고 보는 거죠. 왜냐하면 사람들 심리가 그런 거니까. 정비 개념에서는 이것도 뭔가가 이상한 것 같고, 그런데 그런 판단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잘 모르는 차 주인한테 판단을 하게끔 던져 주는데, 그 과정에서 애매모호한 표현들이 생기니까, 차주들이 고쳐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고민들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그런 진단을 정확히 해내는 것이 중요한 거고, 그리고 차주 입장에서는 제가 보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만원, 이만 원 아끼려다가 백만 원씩 나가는 경우들이 허다하거든요. 차도 사람과 똑 같다고 보는데, 예방 점검만 잘해도 20만km, 30만km 탈 수 있는, 현재 차들은 잘 나오니까. 그런 구조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차가 굴러가면 되는 개념에서 그냥 다니시거든요. 그런데 차는 부품이 2만 가지가 넘는데, 소모품이 꽤 많거든요. 그것만 시기에 맞춰서 적절히 교환만 해주면 차를 꽤 오래 탈 수 있는데, 그냥 굴러가니까 괜찮다 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아니고, 소모품 같은 경우는 정확한 시기에 갈아주는 것이 차를 오래 타고 또 결과적으로 차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 대표는 불편하더라도 차계부를 작성할 것을 권유한다. 그래야 정비업소의 부당 거래를 극복할 수 있단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최소한 스스로 자신의 자동차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차는 자기가 볼 줄 알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여성운전자 같은 경우, 거의 70-80%가 본네트를 열어볼 줄도 모르고, 타이어 가는 방법을 모르거든요. 그것을 보험회사에서 다 처리를 해주는데, 저는 그것도 잘못되었다고 봐요. 보험이 좋고 편리하긴 하지만, 그러면 각 차량이 출고될 때, 기본적으로 스페어타이어와 자키라고 해서 타이어 펑크 났을 때 들어올리는 기구하고 공고 네 다섯 가지 공구를 공급하는데, 그런 것들을 자기가 직접 할줄 알아야 한다고 보거든요. 만약에 서울 시내가 아니고 산 속에서 잘못되어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냥 서 있던지, 아니면 차를 놓고 오던지, 아니면 타이어 펑크 난 상태로 끌고 와야 하든지, 그런 것 밖에 안 되는데, 그런 것은 현대인의 문명의 이기이긴 한데,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건전한 정비문화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듯, 자동차의 건강에도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차병원’에서 이용자들을 위한 정비 교육을 준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든, ‘차병원’은 단순히 자동차 정비를 매개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도시 속의 작은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큰 목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차병원’의 역할은 주민간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대개 공동체 운동은 여성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아요. 음식이나 아이들 키우는 거나, 이런 것들로 편중이 돼서, 그런데 ‘차병원’ 같은 경우는 아빠들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보자, 하는 의미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계획 했던 게, 여름휴가 같은 경우, 건전한 자동차 여행을 간다던지 하는 몇 가지 안을 가지고 있고, 지금 당장이라기보다는 차츰 차츰 해나갈 계획이고요. 그리고 저희가 추진했던 것이 뭐냐면, 아빠들의 직업이 다양하고, 다양한 직업군들이 있는데 실제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 못 찾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랬을 때, 여기가 어떤 커뮤니티의 중심에 서서 만약에 내가 집을 짓는다 그러면, 건설하시는 분들이라든지, 책을 내면 출판업계에 계시는 분이라든지, 그런 쪽에서 한 축을 담당해서 연락을 담당하는, 전화국 역할이라고 하나, 아지트 역할이라고 하나, 뭐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진 대표는 공동체운동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박한 규모에서 소소한 일감들을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공동체의 출발이라고 본다.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꼬마들이 다방구도 하고 짬뽕(?)도 하고 놀았었는데, 요새는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잖아요. 학원가야 되고, 그리고 동네 꼬마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볼 수가 없잖아요. 엄마 손 잡고 한두 명 다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어차피 이 사회가 존재하는 한, 도시가 존재하는 한, 필요한 것이 사람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되느냐는 고민의 문제인데, 저희는 가능하면 여럿이 푸는 것이 낫다, 라고 하는 고민이 있었던 거고, 그런 방향에서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도 봐야 하는 거고, 동네 돌아가는 일도 알고, 그래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것이 잘못됐으니까 바람직하게 고치자고 관에다 얘기할 수도 있는 거고, 그것이 우리끼리 고칠 수 있는 것은 우리끼리 고치는 거고. 그 속에서 하나 하나씩 피어나가는 거죠. 저희가 공동육아 했을 때 참 피곤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계속 가서 청소하고 뭐 하고, 아마라고 해서 일일교사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 그런 것이 어느 정도 지쳤었는데, 그러나 그렇게 10년 정도 하다보니까, 거기서 얻은 것은 아이들이 공동체를 얻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들이 그 과정에서 끈끈한 연대로서 친구들을 찾게 된 것이 오히려 이 지역에서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그런 과정인 것 같아요.”

그렇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은 아이들을 위한 배움의 거점이 아니었다. 어른들의 배움터였다. 아이를 위해 힘겹게 살아온 경험이 결국 스스로의 일로 다가온 것이다. 삭막한 도시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되찾으려면, 결국 지역사회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진 대표는 느끼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놀이 공간이 청소년에게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술 한 잔 걸치고 수다 떨고 하는 어른들의 놀이 공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다방구하면서 동네가 시끌벅적 소란했던 아련한 기억이 이제는 추억 속의 그림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벽이 허물어진 공동체를 꿈꾸는 것은 어찌 보면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로 비출지 모르겠다. 그러나 진 대표는 ‘차병원’을 중심으로 그런 꿈을 꾸고 있다. 소박하게 수다 떠는 공간으로, 작은 지역의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술 한 잔 속에 정겨움을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은 꿈이 있는 것이다. 이제 5개월을 달려왔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차병원’이 우리 사회에 많은 물음들을 던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진 대표가 생각하는 공동체의 조건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결국 사람에게 그 희망을 찾고 있었다. ‘차병원’의 건승을 빈다.

“모든 건 다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어떻게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서. 쉽게 표현하면 아무 바라는 것도 없이 100만원 출자하시는 분들이 뭘 바라서 한 게 아니고 지역에 이런 것이 생기면 좋겠다 라는 뜻 하나만으로 100만원을 내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내가 뭐 배당을 많이 받아서 돈 놀이를 해보자, 하는 분들은 거의 없거든요. 출자를 해서 지역에 이런 형식으로 생기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죠. 물론 이렇게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고, 이런 좋은 것이 있으니까, 철저히 잘 이용을 하자,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죠. 우리야 전자가 많으면 좋긴 한데, 후자도 여기 오면서 이용하면서 이런 방식에 대해 한 번쯤 생각을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런 분들이 공동체라든지 이런 것에 관심도 가질 수 있고요. 그렇게 사람이 주요하겠죠.”

※ 차병원 홈페이지는 http://www.maponet.org/입니다.
(2004년 시민자치정책센터 김현 운영위원 작성)
Posted by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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