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미숙(대표)/김경자(지역자치위원장)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자치운동하기? ‘서울’과 ‘자치운동’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배열이다. ‘중앙’이라는 뜻을 함의하고 있는 서울, 아나키적 요소의 자치, 마치 타워팰리스와 같은 초호화고층아파트와 다 쓰러져가는 판자촌과의 괴리만큼, 둘은 낯선 풍경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구체적 삶의 현장이 있는 곳에 자치운동은 유용하다. 뒤틀리고 뒤집혀진 왜곡된 운동의 과정이 아니라면 - 마치 유나보머처럼 - 자치운동은 어디든 가능하다. ‘자치’라는 보편적 개념을 뭉개지 않고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다양한 자치의 형식을 인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서울과 같은 엔트로피가 극대화된 도시에서 말이다.
현대 도시사회에서 자치는 그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그 내용도 다양할 것이다. 정형화된 자치, 또는 자치운동의 모범 답안지를 제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내용의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통분모는 있을 것이다. 구체적 현장과 작은 단위에서, 거대담론이 아닌 생활의 주제를 다루고자 하는 생활자들의 연대. 그것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교급식 문제를 개선하려는 학교운영위원들의 모습에서, 유기농산물의 공동구매를 통해 먹거리 문화를 개선하려는 주부들의 생협 활동을 통해서도 희미하게나마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소중한 자치(운동)의 경험들이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서 내려, 남서여성민우회를 찾아가는 길은 부자동네 강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요즘말로 하면, 오히려 더 럭셔리한 풍경이었다. 이런 곳에 민우회가? 그러나 남서여성민우회의 둥지는 5평 남짓한 한 백화점 건물 지하 창고 모퉁이에 있었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민우회 멤버들의 수완을 눈치 챌 수 있는 대목이다. 남서여성민우회가 지난 95년 창립했으니까 1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생협 매장이 들어선 것은 만 5년이 돼간다. 이 곳에서 이미숙 대표와 김경자 지역자치위원장을 만났다.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고 현재의 규모를 물었다.
“처음에는 어떤 소속 활동가가 아닌, 지역에 뜻을 두고 생협운동과 같이 소모임 형태로 시작을 했어요. 그 전에 민우회 본부 활동들이 기반이 되었겠죠. 인지도는 있었으니까. 민우회 여성학교 같은 것을 하고 그러면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모임 같은 활동을 하다가 활동 영역을 넓혀갔죠. 처음 제가 참여한 소모임은 수지침이었는데, 그 때 수지침이라는 것이 처음 보급되었거든요. 그리고 그 다음에 정식으로 민우 여성학교를 다녔죠.......저희는 회원이 이원화되어 있어요. 정회원은 100여 명이라고 할 수 있고요. 생협 회원은 1,800명 정도라고 볼 수 있죠. 정회원은 매달 돈을 내고 활동을 위해서 돈을 내거나 평생회원으로 목돈은 내주셨거나. 그 중에서 활동가로 분류될 수 있는 분은 대략 30명 정도 될까 싶어요.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찬동한다 하지만 사무실에 자주 얼굴을 뵌다거나 하지는 않죠. 30명 정도가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시죠. 우리 활동 특성상 생협 회원이라고 해서 우리 모임에 꼭 정회원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요, 생협 회원들도 다 문이 다 열려서 함께 다 교육이라든지 강좌에 참석을 하시고 함께 하세요.”
단체의 성격에 따라 적극적인 회원들을 부르는 명칭도 다른데, 민우회의 경우는 ‘활동가’란 개념을 사용한다. 어떤 단체는 중간지도자, 변화추진자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무튼, 동북도 그렇지만 남서여성민우회의 활동가 규모도 30명 정도라고 한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30명이라는 것은 그리 작은 규모다. 사무실 상근자는 3명, 매장 책임자 1명과 파트타임 3명 정도. 상근 규모도 작은 편은 아니다. 생협 매장의 월 매출액은 8천-9천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일반 가게에 비해 마진율이 낮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출액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다. 남서여성민우회는 11개의 민우회 지부 중 하나이다. 다른 지부와 비교될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글쎄요.......일단 민우회 활동으로만 하면, 대체로 활동가들끼리도 그렇고, 밖에서 볼 때도 그렇고, 지역 안에 있는 여성들 중에 있어서는 자신 있고 당당해 보이고 개성들도 강한 편인 것 같아요. 또 나름대로 서로를 그렇게 평가하더라고요. 어떤 소신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이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 여성단체의 활동가로서 밖에서 일반 여성이 볼 때 굉장히 소신 있어 보인다, 멋있어 보인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우리 안에서는 멋을 추구하지는 않는데, 일반 주부들이 보면 그렇게 보나 봐요. 물론.......민우회 회원을 단일하게 말씀드리기에는 너무 많은 개성들이 있고요, 관심 분야도 각기 다 틀려요. 그래서 우리 특징이 이렇다고 말하기엔 못할 것 같아요. 우리가 생협 회원이 많다보니까, 그리고 정회원도 많다보니까, 어떻게 보면 관심 분야도 다 틀리고 그렇긴 한데, 전반적으로 어우러져서 그런 모양새로 평가하지 않나 싶어요.”
꼭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동북여성민우회가 짜임새 있는 팀워크를, 남서여성민우회는 개인의 독특한 활동 방식을 특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차이는 그리 넓지 않아 보인다. 남서여성민우회는 지난 95년부터 '바른 의정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의정감시활동을 했었고, 지금까지 의정감시활동은 주요 사업 중 하나다.
“.......맨 처음 의회 감시 활동이나 예산감시, 때때로 예산을 보다보니까, 지역 안에 정책이라든지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딱 여성에 대한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하기 전부터도 여기 대표님이 지역자치위원장을 하시면서 95년부터 바른의정을 위한 모임이라고 해서 의회의 속기록을 분석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횟수로는 95년부터 따지면 10년이잖아요. 10년 동안 꾸준히 해왔던 거죠. 얼마 전에 구의회 의장을 봤는데, 우리 웬만한 의원들보다 우리들이 더 많이 구의회에 드나든 사람들이다,(웃음) 이런 얘기를 하면서 구의회 의장이 다른 사람들을 소개를 하더라고요. 물론 그 분들이 전문성이 있지만 의회를 더 많이 드나든 사람들이다, 이렇게 인식을 하시죠.”
여성 관련 예산이나 정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구정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고 활동의 폭도 넓어졌다.
“우리가 2002년에 6.13선거에서 이현주 의원을 내면서 더 많이 깊이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의정에 대해서 어떤 정보에 접근하기 쉬우니까, 그리고 의원이 필요로 하는 서포터가 요하는 부분도 있고, 옛날에 우리가 접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더 넓게 접근하게 되고, 예산만 하더라도 맨 처음에는 여성 예산만 봤는데, 예산서를 넘기다 보면 여성예산만이 아니라 각 부처 예산을 보다보니까, 각 부처 예산을 보게 되고, 그리고 지역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주부로서 보이는 여러 가지 지역 환경이라든지 교육문제라든지 이런 것들도 갈수록 넓게 보이게 되더라고요. 그런 과정에서 작년에 지역급식운동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우리가 지역에 있는 월촌중학교의 운영위원으로 들어갔어요. 학교급식이 처음 도입된 단계에서부터 토론회를 통해 다른 시민단체, 농민단체, 여성단체들의 의견들을 수렴한 다음, 바람직한 학교급식을 생각해보니까, 지역급식이 가장 바람직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첫 사례를 만들고 그 사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서울교육청의 문제점에 대해 청원은 내고, 청와대에, 국회의원들에 대해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급식정책이나 교육부의 급식정책이 바뀌게 되었죠. 그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월촌중학교의 그런 운동 안에서 실마리들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첫 사례 속에서 아이들 학교급식이 바뀌게 된 사례를 만들게 된 거거든요. 왜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지 설득해 내는 과정, 교육청이라든지 해당 부서라든지 서울시라든지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바뀌게 되었다고 봐요.”
그렇게 해서 남서여성민우회는 대중운동 여성단체로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작년, 지역운동사례로 많이 회자되었던 학교급식운동의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진행된 학교급식운동을 조금만 더 들어보자.
“처음 시작한 것이 2002년 가을부터였어요. 학교급식 관련해서 여러 곳을 알아보고 토론회도 다니고, 민우회 자체 내에서도 포럼을 다섯 번이가 여섯 번을 했어요. 주로 농민단체, 영양사단체, 조리사, 그리고 급식업자, 교육청 등, 이런 분들을 모시고 민우회 토론회를 했고, 저희들 스스로도 민우회 생협에서 바른 식생활이 뭔지에 대해 바른 식생활지도사 과정들을 공부를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급식을 먹어야 하는지 바른 식생활이 되어야 하는지를 다방면으로 토론을 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어느 것이 바람직한 학교급식 정책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다른 시민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것들이 힘이 돼서 사례를 만들었다고 봐요. 지금은 직영을 하고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죠. 수입은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안 돼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죠.......교육경기보조금이 지방세 수입의 3%를 확보하라고 돼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교육경비보조에 관한 조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보하려는 노력을 안했어요. 조례만 만들어 놓고. 이런 것을 저희가 건의를 했어요. 지방자치단체에 건의를 했는데, 11억 원을 확보를 했어요. 처음에 그 예산을 삭감하려고 했지만, 저희가 부단한 설득작업을 했었죠. 그래서 학교급식을 도입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았죠.”
행자부 지침에도 교육경비조금의 사용처에 대해 학교급식 개조에 보조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명시하고 있다. 민우회 활동가들이 공무원들 코앞에 이런 명시조항을 들이대고서야 공무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월촌중학교 사례는 완벽한 모델케이스다. 이런 성공 경험은 조직과 개인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부여한다. 그것도 커다란 하나의 시스템을 바꾸었으니 그 경험의 위력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에는 민우회 활동가 중 6-7명이 각 학교로 흩어져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설득하고 싸우기 위해서다.
“학교 운영위원으로 들어가신 분들이 그 학교에 가서 다른 학교의 움직임을 전달하기만 하더라고 도움이 되죠. 지금 민우회가 여성조직이고 생협이기도 하면서 방대한 조직이다보니까 생각의 진도도 다르고 정치적이 취향도 다르고 의견도 다르기 때문에 전부 그것이다, 이렇게 공감을 하면서 주제를 발굴하기 힘든데, 이런 주제는 공감 얻기가 쉬워서 주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주는 시사점. 역시 지역운동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의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점과 작은 일이라도 성공할 때만이 부흥을 할 수 있다는 점. 남서여성민우회가 한 단계 성숙한 시점을 이야기한다면, 바로 월촌중학교에서의 학교급식 개선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역구도의 역학구도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작년 같은 경우에 여성발전기본조례를 양천구에 만들라고 요구했는데, 입법예고안을 냈어요. 하승수 변호사님이 모범 안을 만들어주시고,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지역에서 운동을 했는데, 최근에 해당 상임위가 부결시켰어요.......구청이 입법 예고를 하고, 구의회에 발의를 하는 데까지 4-5개월이 걸렸거든요.......우리가 요구한 것이 투명성 요구라든지, 보다 더 세밀하게 양성평등을 위한, 예를 들어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으면 그것에 대해 처벌까지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자고 했는데, 대체로 지방자치단체는 두루뭉술해서 그림은 그럴 듯하지만 책임 질 일은 없는 그런 조례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우리가 완강히 설득해서 4-5개월 만에 발의했는데, 해당 상임위가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라는 부분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면 부결시켰어요. 우리 양천구 같은 경우에 한나라당 의원이 16명이에요. 그리고 상임위원회에도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이에요. 그것을 표결로 해가지고 부결을 시켰더라고요.”
어느 지역이든 회의록 공개를 부담스러워하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 국가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닐 텐데,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대체로 지방의원이 한나라당이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고, 각 위원회에 한나라당 의원들도 많이 들아 가 있고, 가까운 인맥들도 위원회에 들어가잖아요. 일종의 회의비 나눠먹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의원 구성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회의 공개를 부담스러워서 못한다, 그런데 만약에 그런 책임성 없는 회의를 할 사람이라면 의원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던 거죠. 보통 회의록이 공개가 되면 의원1, 또는 XX의원, 이렇게 공개가 되는데, 그것조차도 못하겠다는 거죠.......지금 우리가 여러 가지 조례 입법 과정에서 여성발전기본조례 뿐만 아니라 사회단체보조금 조례도 가장 걸리는 부분이 의원 선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서 공개모집한다든지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것에 다른 모든 것들에 보다 그런 부분이 딱 걸려요. 오히려 의회 쪽에서 더 거부하는 거죠. 자기들이 의원으로 들어가니까요. 사회단체보조금 같은 경우도 시민자치정책센터에 안이 바로 올라왔더라고요. 다운 받아서 행자부에서 지침이 내려오자마자 우리가 먼저 하승수 변호사님이 만든 것을 다운 받아서 양천구에 맞게 조정을 해서 우리가 먼저 제안을 했어요. 이렇게 만들어달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입법예고안이 나와서 자치행정과죠. 과장이 간담회를 하자고, 우리가 먼저 제안을 했었으니까. 그래서 간담회를 하고 거기서 입법예고안이 나왔는데, 입법예고안이 완전히 행자부 것을 그대로 베껴놨더라고요. 단체 이름만 바꿔서. 그래서 우리가 그랬거든요. 위원선정 부분과 투명성만 하자고. 그랬는데, 그 부분도 이번에 그냥 받아 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내부에서 협의하는 과정에서 부결이 된 건지, 어디서 된 건지, 자기들 원하는 대로 통과되고 위원 선정까지 다 되고, 사회단체 보조금까지 다 나눠놨더라고요.......제가 볼 때는 조례를 만드는데, 다른 부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위원 선정에 공정성 문제라든지 회의록 공개라는 부분은 원칙이라고 보는데, 이런 부분이 걸려서 절망스러운 상황인 것 같아요. 다른 부분보다. 이런 부분은 원칙적인 문제인데, 기본이 안 된 것 같아요.”
‘절망스러운 상황’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 위원회 위원을 공개모집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구청장이 다 뽑거나 지방의원들의 나눠 먹기식으로 한 자리 차지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고 말하지 않는다. 회의록 공개도 마찬가지다. 모든 정보가 공개될 때만이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고 시민참여도 활성화된다.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절망할 수밖에. 참고로 양천구 의원은 모두 20명, 그 중 한나라당 의원은 16명이다. 남서여성민우회 활동은 어느 한 부서가 독점하지는 않지만 지역자치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의회 대상으로 하는 활동을 기본으로 하고, 지역 안에서 생활정치를 건강하게 하는 모임을 이끌거든요. ‘생강모임’이라고 우리가 부르는데, 거기서 해마다 양천구 여성정책과 예산분석을 하고 그것에 대해 지역토론회를 하는데, 그것을 하는 과정에서 횟수가 넘어가니까, 딱 여성정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보게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나 행정에 대해서 그런 시각이 저절로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행자부 지침이라든지 예산편성기본원칙이라든지 몇 년을 보다 보니까, 지금은 어설프지만 보이더라고요. 이것은 이렇게 써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이렇게 편성해 놓고 자의적으로 전용을 했구나, 그런 것들도 보이고, 그러다보니까, 지역 여성으로서 아이들 교통문제 통학로 문제라든지, 환경문제라든지, 교육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보이게 되고, 올해 같은 경우는 보육 같은 것을 보자고 해서, 본부에서 보육실태 설문이 나올 거예요. 그러면 보육에 관한 지역 욕구라든지 현황조사를 해서 예산관련 정책을 볼 계획이에요.”
이런 일들을 대부분 지역자치위원회에서 기획한다. 남서여성민우회의 별동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엔 좀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양천구와 같이 넉넉한 지역에서 자치운동은 어떤 모습일까? 그에 따른 남서여성민우회의 역할은?
“이 지역은 80% 이상 공동주택이고, 중심 상업지구가 옛날에 5층 이하 상업지구였는데, 지금은 초고층으로 들어서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 교통, 환경인 것 같아요. 보통 지방자치단체는 개발하고 땅만 있으면 뭔가 지으려 하고 길을 더 뚫으려고 하는데, 그런 것 보다는 보다 쾌적한 도시 생활을 위한 기반 여건에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육이라든지, 교통이라든지, 환경 부분에서. 그런 면에서 여기 안양천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거의 방치됐었어요. 서울시가 한강을 살리기 위해서 개발을 하고 양재천에 예산을 쏟아 붓고 하면서도 안양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책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왜 안양천에만 아무런 정책이 없는가, 이슈 제기도 꾸준히 하고, 그래서 지금은 안양천에 주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운동도 많이 나가고 다시 살아 있는, 다시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는, 5년 전만 하더라도 내려가면 손으로 코를 막도 지나갔는데, 지금은 노인 부부가 유모차 들고 산책을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새롭게 돌아왔거든요. 그렇게 도시 생활 속에서 가능화시킬 수 있는, 생태적인 삶은 어렵겠지만, 보다 어떻게 하면 교통이 번잡하지 않고, 시민단체로서는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고 갈수록 집약되는 인구에 따른 교육환경, 그런 것들이 교육정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어떻게 세우고 학교를 어떻게 더 지어주고 그런 것들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주민의견을 대변하고 정책을 고민하는 그런 역할인 것 같아요.......양천구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주민자치를 논할 수 있을만한 단체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서로 연대해서 지역에서 파급효과를 낼만한 이런 단체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동북 이야기를 듣다보면, 탄핵 같은 경우,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단체가 몇 군데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는 그런 것을 같이 논의할만한 단체를 찾아보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생적인 단체들이 나오면 더 좋고, 의도적으로 어떤 뜻을 가진 사람들이 노력을 해서 만들려고 씨를 뿌리는 것이 필요한 것 같고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주민자치센터 같은 기능도 이것 하고는 너무 빗나가게 운영을 하는데, 그것도 약간 수정을 해서 실질적으로 주민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어떤 단위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기존에 있는 각 아파트 어머니회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자기네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시민사회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그런 단체로 성장해 나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에요.”
지역의 특성이 운동의 성격을 규정지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 교통, 교육 이런 주제를 다룬다고 해서 진부하게 ‘부르주아 운동’이니 ‘중산층 운동’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삶의 형태나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생협 활동이나 녹색가게 활동, 민주시민교육 사업, 지방자치학교, 기타 여성주간에 진행하는 여성영화제 등은 주민과 더 밀착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숙 대표는 무엇이 바람직한 지역운동인지 늘 고민된다고 말한다.
“어떤 것이 바람직한 지역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런 식의 사회적인 생각들이 안 떠오르고, 스스로 나면 나, 개인이면 개인, 단체면 단체가 너무 단일화되는 것 아닌가, 운동의 역동성이 떨어지지 않나, 이런 것이 개인적인 갈등인 거죠. 한다고는 하고 있지만.......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라기보다, 민우회가 백화점식 활동이라는 말을 많이 하니까, 역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운동의 본류로 가지고 가야 할 것인지 이런 것을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원들 욕구도 각각 다 틀리고,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단체도 그렇고 지역도 그렇고, 약간 보수 성향이 있다보니까, 우리가 하는 활동이 어떤 면에서는 앞서간다고 볼 수 있거든요. 어떨 때는 내부적으로 어떤 때는 주변적으로 그런 것들이 버겁다는 반응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시민단체의 정체성을 감추고 하기에 그렇고.......아무튼 그런 보수성향의 사람들이 사이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보니까, 공감대를 끌어내고 어떤 일을 하고 이럴 때, 사람들의 약간 눈치를 봐야 한다는, 그런 것들이 어쩔 때는 내부 안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웃음) 왜냐하면 너무 동떨어지면 눈치를 봐야 하니까, 그러다보면 우리가 지금 뭘 해야 하는가, 시민단체가 뭘 해야 하나, 이런 고민도 해요.”
그 버거움의 무게를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이야말로 지역운동의 최대 목표일 수도 있다. 주제를 바꿔, 남서민우회의 대리인으로 나온 지방의원에 대해 물었다. 단체와 의원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서로 정보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긴 해요. 어떤 사안에 의견이 꼭 일치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100%로 행동을 같이 보조를 한다거나 그러지는 못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의원 배출하면 의원 따로 놀고, 그런 경우도 예전에 있었다고 그러는데, 그런 것은 없기 때문에 바람직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서로 정보 공유하고, 서로 의견 틀린 것 얘기하고 그렇죠. 바람직한 것 같아요.”
이미숙 대표나 김경자 위원장은 남서민우회와 의원간의 관계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었다. 필자가 보기에도 둘의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의도와 지금의 상황을 평가한다면 어떤지 물었다.
“저희는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주요 목적으로 했죠. 예산이나 정책을 보다보니까, 정책 쪽에서 여성의 위치가 너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고 해서 내보냈는데, 여성의 정치세력화 면에서 보면, 물론 양천구 의회에 한 명이기 때문에 힘이 미약하기는 해요. 그런데 지역 안에서 우리 단체가 일정 부분만큼 세력화 된 것이 진전되었다고 보거든요. 다른 단체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가 내 놓는 제안 등이, 물론 다른 단체와 연대해서 정보도 많이 받을 수 있고 이현주 의원을 통해서 구청 안에서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는 훨씬 좋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이현주 의원도 그렇고 상생관계라고 봐요. 단체도 지역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면 ‘민우당’(민우회 당)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구청 가고 그러면. 그럴 정도로 목소리가 예전에 비해 완전하게 갖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로 자리 잡는데 의원을 내고 그 분이 활동하는데 서로 보탬이 되었다고 봐요.......이현주 의원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의원 입장에서는 시민단체로서 기대가 클지 모르겠지만, 여기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희가 인력풀이 많다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못해요. 그 때 그 때 어떤 사안은 홈페이지에서 알아보기도 하고, 급식에 대해서 어디 가서 알아보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우리도 연대하고 하다보니까, 원하는 것만큼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이현주 의원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저희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후보를 냄으로써 이현주 의원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우리 목소리를 내는데 서로 힘을 받는 상생관계가 아닌가 생각해요.”
김경자 위원장은 민우회가 후보를 내는 것에 반대했다고 한다.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여 놓으면 단체가 운신의 폭이 좁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원이 당선되고 공생관계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많은 장점을 보았다고 한다. 제대로 시스템만 갖춘다면 서로 상승할 수 있는 좋은 관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지금은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혹시, 2년 여 동안 같이 활동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개인적으로 기대 이상으로 잘 하는 것 같아요. 소신이 흔들리거나, 그런 부분이 없어서 시민단체 후보로서 자질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의회 구성이 한 당에 편중되어 있다 보니까, 그런 상황과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본인과의 간극이 클 거 아닙니까? 본인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데 상황이 그러다보니까, 쌓아 놓은 과정은 너무나 훌륭한데, 결과론적으로 얻는 것이 많이 없다는 것이 좀 아쉬운 점이긴 하죠. 조례가 우리 마음대로 통과된다거나 이런 것들이 안 되니까, 그런 것들이 의회 내에서 초심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하면서 얻어 낼 것을 얻어내면서, 당연히 통과될 조례 같은 것도 안 되니까, 그런 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과 같은 왜곡된 지방정치 구도 하에서는 유연성을 잘 발휘하고, 타협을 잘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를 잘 하는 비결일지 모르겠다. 긍정적인 의미로서 말이다. 그러나 개혁적 마인드를 지닌 의원의 입장에서는, 아니, 개혁적 마인드가 아니더라도 상식이 있는 의원의 입장에서 소신을 꺾고 유연성을 발휘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의원의 입장과 의회의 구도, 그리고 시민단체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갈등의 무게는 가볍게 감당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싶다. 의원의 입장이든, 단체의 입장이든, 이 대목은 시민운동세력의 지역정치 참여를 통해 축적된 과제이기도 하다.
끝으로 인터뷰할 때, 공통된 질문을 하나 던졌다. 지역운동의 주체로서 주부들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을 끝으로 인터뷰 기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들이 지역의회의 정책을 보면 기초지방자치단체 같은 경우는 생활정치라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보통 남성 같은 경우는 출퇴근하고 뭔가 직업이 있고, 우리 사회가 아직 구조적으로 그러잖아요. 그런 것에 비해서 주부들은 실제로 그 속에서 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일상을 다 보내거든요. 그래서 지역행정 속에서 뭐가 필요하고 뭐가 더 되어야 하고 뭐가 불편한지를 낱낱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요구를 할 수 있고, 그런 것을 개선하고자 하는 활동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 동참을 하라고 했을 때 많이 하지는 않아도 공감대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들도 할 때 보면 그런 강좌 같은 것, 생협을 통해서 아토피 모임이라든지 이런 것으로 주부들을 끌어내기도 하기도 하고 이러는 게 주부이기 때문에 지역 속에서 같이 활동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육아교육, 이런 것을 통해서 지역자치 속에, 그러니까 큰 정책은 별로 없잖아요. 기초지방자치단체는. 동네 정치잖아요. 아무래도 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사람은 주부이고, 주부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도 많죠. 남성과 다르게.......그런 문제는 예전에도 똑같은 문제의식인데, 왜 최근에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나느냐 하면 그것은 전반적으로 여성들이 예전보다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렇게 생각해요. 좌절감 같은 것이 전반적으로 여성들이 극복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왜 그런 것을 느끼냐면, 우리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보통 아파트에서 어머니들 부녀회 모임이나 동 대표 출마할 때 이야기를 할 때, 불합리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뜻 지나가는 말로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이제는 여자들이 몇 년 전 동 대표 선출할 때 당시하고는 여성들의 지위가 많이 틀려졌다,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게 사회 전반적인 여성들의 의식이 높아진 것 같아요. 그러나 여전히 낮기 때문에 생활과 밀착한 이 부분부터 시작하는 거죠.”
※ 남서여성민우회 홈페이지는 http://home.freechal.com/minoo/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