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현지 사무국장
성남시민모임은 지난 95년 3월에 발족되었다. 내년이면 만 10년을 맞이하게 된다. 90년대 중반이라면 여러 지역에 소위 ‘시민모임’들이 많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고, 지역운동이 다양하게 분화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 성남시민모임도 만들어진 것 같았다. 연혁을 보면 성남시민모임은 강산이 한 번 바뀌는 것만큼이나 굵직한 사건들 속에 묻혀 있었다. 장지동 쓰레기 소각장 문제, 판공비 비공개에 대한 소송 문제, 백궁․정자지구 부당 용도변경 문제, 그와 관련한 성남시장 소환운동, 성남시민모임 사무실 압수수색 사건, 미군기지 성남 이전 반대운동, 그리고 최근에는 시립병원설립을 위한 주민발의운동 등 성남시민모임 활동은 성남 시민사회의 역사를 대변하기도 한다. 성남시민모임의 전투성은 이런 사회적 맥락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성남시민모임은 최근 한 명이 보강되어 세 명의 상근자가 있다. 6-700명의 회원 중 회비를 납부하는 정회원은 400여명 정도 된다고 한다. 지역단체치고는 작은 규모는 아니다. 회비만 400백여만 원이 입금된단다. 사무국장은 여타의 지역에도 몇 안 되는 여성이다. 김현지 사무국장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성남시민모임에 몸담았고(98년), 2001년부터 사무국장을 맡았다. 고속승진(?)의 경로를 겪었다. 김현지 국장과의 인터뷰 속으로 들어가자.
먼저, 최근 초미의 이슈가 되고 있는 시립병원설립 문제에 대해 물었다.
“제가 시립병원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요. 워낙 큰 이슈라서. 성남 구시가지에 종합병원 2개가 갑자기 폐원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노조와의 연대 정도로 생각을 하고 시작을 했던 거거든요. 그래서 폐업철회 내지는 고용승계 등의 문제로 접근했다가, 폐업을 철회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잖아요.......그런 와중에 저희가 성남 구시가지 인구가 55만인데, 그렇게 되면 종합병원이 1개밖에 없게 되는 거고, 응급의료센터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것과 관련해서 공청회를 하게 되었고, 공청회를 하는 과정에 공공병원만이 사실은 의료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이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폐업검진과는 별도로 공공병원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든 거죠. 국립병원도 있고 구립병원도 있지만 저희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시립병원 아니겠냐, 그리고 현 시장이 시립병원을 공약으로 선거 때 걸었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고요. 한국사회의 의료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공공병원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시립병원추진위를 작년에 만들게 되었죠. 처음에는 시장의 공약이니까 공약을 지키라고 했던 건데, 시장이 공약을 지킬 마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시의회가 발의해서 지방공사의료원조례를 만들라고 시의원들을 설득했었는데, 시의원들은 계속 시장 눈치를 보거나 위탁 관계가 많은 그런 분들이 많아서 어려움이 있어서 결국 주민발의까지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작년 12월, 채 한달을 넘기지 않고 주민발의를 통해 18,5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처음엔 주민발의안이 시의회 상정이 돼서 당연히 통과될 것이라고 믿었다. 시민단체들도 적대적 대응보다는 시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웬걸? 상임위원회는 주민발의안을 심의 자체를 보류해버렸고, 본회의는 날치기 폐회를 해버리고 만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었다. 의회 방청석에 대기하고 있던 시민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했고, 그 과정에 50여명 구속, 12명이 입건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시립병원설립’을 주제로 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텐데, 어떻게 하다 이 정도의 사태까지 벌어졌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주장했던 내용들이 무엇인지 물었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은 없어요. 왜냐하면 시립병원 설립을 하는데, 시유지에다가 새로 세울 수도 있고요, 시유지에 다시 세우는 동안 폐업한 인하병원의 부지나 인력이나 건물을 임대해서 하다가 시립병원을 세우는데 3년이나 5년은 걸리잖아요. 그러면 그 때 옮겨간다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거든요. 성남시가 땅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 방법까지는 거론이 안 되었어요. 그러니까 다양한 방법은 받아들일 수 있다, 성남시가 괜찮은 대안을 마련해봐라, 이렇게 할 수 있는 건데, 문제는 시에서 받지 않겠다고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시립병원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시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김현지 국장의 생각이다. 시장의 공약이 있었다 하더라도 주민발의에 의해 떠밀려 하는 모양새는 싫지 않았겠냐며 김현지 국장은 나름대로 분석한다. 거기에 시의회는 시장 눈치 보기 바쁘고.......
“어제 모임에서도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우리가 시장을 내서 시립병원 설립하는 것이 제일 빠르겠다.(웃음), 물론, 현 시장이 재선을 목적으로 생색내기를 한다면 내년 정도에는 주민발의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도 듭니다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 문제는 뾰족한 해법이 아직 없는 상태에요.”
인터뷰 중에도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싸움처럼 보였다. 그래도 1년 정도 끈 이 싸움에서 얻은 것도 많지 않느냐고 물었다.
“백궁․정자 싸움 할 때는 분당 쪽에서 했기 때문에 아파트를 조직하기는 좀 편했어요. 처음엔 구시가지를 조직화해서 주민발의를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가가호호를 다니면서 하니까 또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역운동을 하면서 구시가지도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을 얻은 것도 있고, 주민발의를 하면서 저희가 동별로 노인회 같은 곳을 들러서 설명회를 가졌어요. 매일 저녁에. 그래서 주민들 만나고, 함께 지역현안 가지고 발의하게 됐고, 시의원도 불러서 시의원들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지는 시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주민들과 상의를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고. 지금 고민은 7월 말부터 주민투표가 시행이 되잖아요. 시립병원 추진위 내부에서는 주민투표를 시도해볼까, 성남시민들의 분위기를 봤을 때는 주민투표도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추진위 단체 관계자들이 너무 지쳐 있는 상황이라서 그 이야기만은 하지 말자, 그런 분위기 있잖아요.(웃음) 그런데 해보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거기까지는 차마 말을 못 꺼내고 있어요.”
아파트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민운동을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졌던 구시가지에서도 주민발의를 성공시킨 것은 커다란 성과였다. 물론 ‘병원’이라는 생활의 주제, 주민발의가 가지고 있는 운동론적 방법 등이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보긴 했지만, 매일 밤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대화와 토론을 나눈 경험은 성남시민모임이나 시민사회에 적잖은 가능성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김 국장 자신도 몸은 힘들었지만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아직 처리되지 않은 고소문제, 조례안 본회의 상정 문제 등 거쳐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
성남시민모임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 즉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단체로 유명하다. 회원들의 회비가 다른 단체에 비해 넉넉하지만, 그래도 부족분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일주점이나 달력판매와 같은 재정사업, 연말에 특별회비를 걷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이 있었다. 이런 자구책에도 늘 재정은 쪼달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왜 프로젝트 사업을 배제하는지 물었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죠. 현재는 참여연대나 경실련 등만 간접지원을 해주고 있잖아요. 이름 없는 지역단체들도 그런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직접 지원 형태의 프로젝트는 좀.......저희가 예전에 의정지기 시민활동 하면서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가짜 영수증 만들게 되더라고요. 자부담 문제도 있고. 재원이 남아도 못 돌려주고, 그런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단체들은 어렵죠. 현실적으로 프로젝트 자체의 허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간접 지원 형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간접지원은 회원이 회비를 내거나 기부금을 주면 법인이 아닐 경우 민간단체도 세금 혜택을 주어야 하는데 사실 그렇게 안 되어 있으니까, 그러면서 하겠다는 것이 자기들이 보기에는 유명한데 한두 군데 골라서 원칙 없이 지원하는 것도 문제고, 그래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에서는 그 당시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었어요. 하려면 우리도 다 해줘라, 검증을 어떻게 한 것이며, 어떻게 선택한 것이냐, 이렇게 얘기했었죠.”
지역단체들이 프로젝트 사업을 하다보면 초발심에서 벗어나 프로젝트를 위해 단체가 유지되는 기현상을 김현지 국장은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특히나 (지방)정부에서 지원을 받게 되면 비판 활동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김 국장의 지론이다. 지원사업제도의 민주성과 투명성,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성남시민모임은 주민과 밀착한 자치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동별 모임을 시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역시 쉽지 않았다.
“저희가 대략 2000년도까지 네 개의 동별 모임(‘지회’라고 불린다)이 그럭저럭 잘 운영되었던 것 같아요. 동별로 회원들의 모여서 별자리 보는 행사도 하고 동네 영화제도 하고 그랬거든요. 동별 지회 구성원의 성격에 따라 하는 일이나 특성이 달랐던 것 같아요.......그냥 일단 그 동네에 사는 회원들은 모여라, 하면 잘 안되더라고요. 어려워요. 뭔가 모일만한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사무국에서 서포트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냥 회원들에게 맡겨진 상황이다보니까 그냥 만나는 자체가 좋아서 술 한잔 먹고 계모임 정도는 지속이 되는데 그것으로는 4-5년이 지나서 회원들이 뭔가 허한 느낌을 받는 거죠. 그것을 임원들이 서포트를 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까 흐지부지 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현재는 동별 지회모임보다는 취미 소모임으로 엮고 있는 상황이에요. 등산, 축구, 이런 식으로 모임을 갖고 있고, 동별 모임 갖는 것 같은 경우는 하자는 이야기는 계속 나오는데, 사실 그것을 할 수 있는 한두 명의 임원이 있어줘야 하는데 그것이 없으니까, 일단 어렵죠.”
김현지 국장은 동별 모임의 형태가 지역운동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모임을 유지시키는 것 자체가 지난한 일이었다. 절대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과 내용이 부족했다고 김 국장은 말한다. 또한 주민을 만나는 일 자체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저희 경험에 있어서 보면, 지역 현안 발굴을 사무국에서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동네 시의원이 동네 현안에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지방의회가 워낙에 주민자치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이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하고 마는 정도로 끝나버린 경우도 있었거든요. 뭔가 보람을 느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거고, 그래서 한 번은 지역주민들의 뭘 원하는지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서 시의원에게 전달을 했어요. 그런데 시의원이 관심이 없는 거예요. 그러면 느끼는 건, 내가 시의원 하고 말지,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웃음) 것 말고는 느끼는 것이 없는 그런 상황도 있었는데, 그런데 꼭 그런 것 말고도요, 좀 뭔가를 할 수 있는 어떤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단체의 동별 모임을 보면 잘 하는 곳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인천 같은 경우, 모임을 잘 하긴 하는데, 전체 단체가 하는 걸 주로 홍보하고, 예를 들면 파병반대 집회를 한다던가 하면 동별모임이 그것을 서포트 하는 조그마한 조직체인 것이지, 그것이 자발적으로 운영이 되는 느낌은 아닌 것 같고요, 울산 같은 경우는 주로 시민소모임 정도로 운영이 되는 것 같고요. 자체적으로 동네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어요.”
동네일을 주 목표로 활동하는 자잘한 소모임들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지역운동단체가 이런 소모임들을 조직하고 지원하고 내용을 생산하는 것을 주사업으로 실천하는 곳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김현지 국장은 이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당분간 동네 지회 모임을 신경 안 쓰고 있어요. 몇 년 해보니까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당분간 신경 쓰지 말자. 오히려 시민모임 특성 상, 의정지기단이나 예산감시단 등으로 신경 쓰고 있는데, 의정지기단 같은 경우도 시민모임 회원들이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지역 사례 발제도 많이 다니고 그랬는데, 그런데 그것도 어려운 게, 여기에 참여했던 여성들이 돈 벌러 나가기 시작하고, 놀던 주부도 나가기 시작하고, (웃음) 이사도 많이 하고, 이러다보니까, 당장 모니터링 하려면 자영업자들이나 내지는 퇴직한 교사라든가, 이렇게 했으면 좋은데, 주부들이 했었거든요. 주부들이 일 하기 시작하니까, 그것도 어렵더라고요. 갈수록 그 분들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하러 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앞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질 것 아니에요. 그래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들어요.”
성남시민모임이 의정감시활동이나 예산감시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그 자체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성남시민모임의 전투성은 바로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일단은 그렇게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왜냐하면 오성수 시장 때도 그랬고요, 김병량 시장 때도 그렇고, 저희가 시장 두 명을 다 구속을 시켰거든요. 그런데 잘못을 알고 그냥 봐줄 수 없는 상황이니까 끝까지 가는 거예요. 지역에서도 시민모임이 투사적 이미지로 봐주고 있어서, 요즘에는 그것을 어떻게 벗어볼까 고민을 하는데, 뻔히 보이는데 그것을 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자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뻔히 아는데, 문제제기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고, 일정 정도 다른 단체들 중에서는 대다수의 자기들의 고유의 사업과 영역에 매진하면서 그런 것을 외면한다기보다는 자기 사업을 집중하다보니까 못하는 것 같은데, 시민모임의 멤버들의 특성인 것 같기도 하고요, 시민모임의 지역사회의 위치도 그런 것 같아요. 시나 시의회에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주로 껄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은 시민모임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분당환경시민의 모임이 시와 싸워야 하는데, 그것을 혼자 독자적으로 못한다는 거죠. 그럼 시민모임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면 같이 해도 시민모임이 튀게 된다는 거죠. 주로 껄끄러운 이야기들, 그런 사안을 다루는 것이 시민모임의 일이었던 것 같아요.”
적과 싸우면서 적을 닮아간다는 이야기는 성남시민모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김현지 국장은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성남시민모임 구성원들의 특성에도 기인된 현상이다. 일단 책임을 져야할 사안이 있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 시민모임의 특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무원과 관계가 껄끄럽다.
“공무원과 관계가 껄끄럽죠. 그런데 다행인 것은요, 저희가 참여연대나 환경연합과 같이 그런 파워를 가지고 압박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주민들 힘으로 압박을 하니까, 그런 것이 차이가 있어서, 저희가 아까 말씀하신 지회나 이런 형태의 주민운동을 하고 있지 못한데, 아무튼 현안에서 싸움을 하더라도 방식을 시민참여형 운동으로 계속 해나가려고 하는 노력은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거기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는 거죠. 그런데 너무 힘들죠.”
언론플레이보다는 주민의 직접적 압박이 지역운동단체의 장점이기도 하다. 주민참여형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주민들이 백그라운드가 되어 준다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시립병원 문제만 하더라도 주민을 조직하는 일이 핵심이었다.
“저희가 시립병원 관련해서도 걷기 대회를 하는데 한 7,000명인가 모였어요. 87년 항쟁 이후로 많이 모인 거래요. 고민은, 시민모임의 활동 방식이 맞나? 하는 생각도 가끔 해보는데, 너무 무대뽀 정신이 강한 거예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좋은 방법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한 번 사안이 터지면 온 동네를 훑고 다니는 거죠. 지난번에도 시의원들이 기겁했던 건, 구시가지만해도 24개동인데, 한 달 동안 일요일만 빼고 내내 노인정을 잡아가지고 설명회를 다니는 거예요. 설명을 하는 동안은 즐겁긴 한데, 너무 힘들고 그렇잖아요.”
힘들도 더디지만 주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만큼 가장 빠른 조직화의 길은 없는 것 같다. 시립병원 문제에 일정한 성과를 남긴 것도 그런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사안별 대응보다는 계획성 있는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계획성 있는 운영을 하고 싶은데요, 시민모임 자체의 준비는 안 되더라도, 주민 현안을 풀어 갈 때, 주민참여형운동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저희가 가장 큰 문제는 연초에 올해 우리 기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계획을 잡잖아요. 그런데 동네에서 일하다보면 그 계획이 하등에 필요가 없어요.(웃음) 그냥 그 때 그 때 즉자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이 생기고, 정말 올해는 개혁조례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는데, 시립병원 문제 때문에 치고 박고 싸우다보니까, 조례를 청원을 하고 시의원 통해서 뭘 하고 이러지 못하는 거예요. 올해는 의정지기단도 잘 해가지고 시의원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자기면서 우리가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의정도우미 형태의 역할을 하자, 그래서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시립병원 때문에 못하게 되는 거고요, 그래서 장기적이나 중단기적 전략이나 지역사회의 변화로 인한 그런 전략을 가지고 사업도 하고 운동도 배치가 되면 좋은데, 정말 그것이 안 되더라고요. 정말 내 능력의 한계인 것인지, 지역에서 일하는 것이 그런 것인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사안에 민감한 성남시민모임으로서는 즉자적인 반응을 완전히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5분 대기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성남시민모임의 역할과 정체성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성남에서의 주민자치’가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도 든다.
“저희는 시민모임 임원들의 고민은 과연 이 성남이라는 도시에서 그것이 가능한 거냐, 거기에 회의를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인구 이동이 많아요. 고향으로 살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고, 구시가지는 없어서 이사 오고, 있으면 서울로 옮겨간다든가, 더 가난해지면 광주나 근교로 빠지게 되고, 잘 살게 되면 분당으로 이사하고, 이런 수도권의 특성, 그리고 익히 다른 동네도 마찬가지지만 잠만 자는 동네도 많고, 그래서 회의에서 주민이라는 단어, 이런 것이 한국사회에서 접점이 되는 거냐, 이런 식의 회의적인 것이 많이 있고, 예전의 생각은 시민 두레라는 형태로 그런 거 많이 하잖아요. 회원 가게와 연계 프로그램 이런 거 많이 하는데, 먹거리 생협은 많이 있는데, 그래서 요즘엔 오히려 주민자치보다는 생활자체의 변화를 시도하고 함께 사는 삶을 경험해보고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시립병원 문제도 한편으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냐면, 정 안되면, 500평 이상 종합병원이 안 되더라도 이 참에 의료생협을 시도해보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그것이 어떻게 주민자치와 관련된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쉬어가는 프로그램이나 경험, 사업들을 통해서 성남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훈련시킨다고 할까? 오히려 그런 것에 관심을 갖고 있죠.”
그래서 김현지 국장은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토대, 즉 큰 틀에서의 지방자체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남 시민사회단체가 한창 논의 중인 2006년 지방선거 참여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지역의 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그런 논의들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구요, 초동준비모임들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한 쪽에서는 요즘 준비하고 있는 풀뿌리정치연대에도 결합을 하고, 지역정당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것을 목표로 한 성남지역 차원에서 지역모임을 준비를 하자, 논의들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지금까지는 시민사회단체가 지지하는 후보 정도의 참여만 했었고, 직접적으로 후보를 낸 선거는 없었거든요. 직접적으로 후보를 낼 수 있는 것은 2006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왜 2006년이 마지막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짧았다.
“진보정당들도 있고, 앞으로 그런 정당이 많이 나올 테니까........”
대답만으론, 전체 주민운동의 전망 속에서 지방정치를 바라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그렇다하더라도, 시민사회를 대변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지방정치인의 선출이 경험적으로 절실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논의대로라면 여러 군데의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까지도 후보를 낼 계획이다. 이미 초동준비모임을 시작했고,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도 중요한 의제도 잡고 한창 토론 중이다. 급박하게 준비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전략 없이 시민단체의 독자적인 후보론이 가져올 위험요소와 암초는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에 중심을 잃지 않는 항해가 되길 희망해본다. 이런 논의의 지점은 비단 성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06년의 광범위한 지방정치 참여가 ‘찻잔 속의 태풍’이 되질 않길 기대해본다.
끝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김현지 국장의 고민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는 개인적인 고민은요, 시민모임이 10년 이후에 또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우리 몫을 다 하고 시민모임이 없어지는 상황이 되어야겠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데(웃음), 그래서 향후 10년 어떻게 할지는 고민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시민모임이 정체성이 좀 불분명하죠. 지금은 많이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그런 거잖아요. 쉽게 표현해도 환경단체, 여성단체, 이렇게 명확하게 자기 정체성이나 이슈를 갖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름에도 나타나잖아요. 성남시민모임..(웃음)......그러다보니까 온갖 궂은일을 동네에서 해야 할 경우에는 본의 아니게 맡게 되는 상황도 많은데, 그러다가 지역에서 점점 다양한 이슈의 단체들이 생기다보니까, 이제는 의정, 시정감시활동을 하게 되는데, 의정, 시정활동 중에서도 좀 더 정치적인 영역, 지방자치 제도에 관한 부분을 저희가 담당하게 되는데요, 원래 그렇게 가는 것이 맞는 것이냐, 이런 생각도 들고.......지금도 센터의 기능을 갖고 있는데, 제 개인적인 고민인데,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가 연대회의 센터를 두고, 성남시민모임의 멤버들도 정말 자기가 그것만큼은 해보고 싶은 주제나 이슈를 찾아서 그 영역의 일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성남시민모임이 아닌 형태로 만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과연 그렇게 될까? 사람들이 기왕이면 떨어져 있기보다는 같이 많이 모여 있어 하고 싶으니까. 그게 좀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민모임 10년 동안 시민모임 임원들도 벌써 10년씩 집행위원하고 있는 와중에 사람들도 시민모임 회의 나오고 상근들 일하고 이 사람들은 주로 논의하고 결정하고 이런 시스템이 아니고, 이 사람들도 자기 생활영역에서 자기 주제를 찾아서 그것을 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임원들도 주민이고 생활자들인데 이 사람들이 자기 동네에서 일하고.......오히려 주민 분들 같은 경우는 그렇게 발굴이 많이 되거든요. 그런데 운동 경험이 있는 임원들 같은 경우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결국 보면 그 사람들이 정작 하는 일이 없는 상황이죠.......임원들이 그런 일이 겁나서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시민모임 임원회의 나와서 일하고 하는 것이 쉽지, 그게 어렵고 겁나기 때문에 안 하는 거죠. 이야기해보면 다들 알아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얼추 살고 싶은, 제가 그런 얘기를 가끔 하면, 야 그냥 쉬면서 하면 안 될까, 이런 분위기 있잖아요.......시민모임 10년 이야기하는 것보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7년인데, 내 고민을 푸는 것이 시민모임의 고민을 푸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제가 앞으로 시민모임 10년 지속되는데, 그렇다면 시민모임 10년 상근하고 있을 거냐, 예를 들면 제가 성남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 거냐, 내가 관심 있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아니면 성남에서 제일 필요한 것이 뭘까, 이런 식으로 정리가 되면 시민모임의 방향이나 하는 일이, 시민모임 10주년 준비도 훨씬 수월해질 것 같아요.......그래서 내 개인의 비전을 찾는 것이 시민모임의 비전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모임 10년 준비 모임을 연초부터 해야 되는데 못했던 것이 제가 고민이 너무 돼서 이 모임을 활용을 못하겠는 거예요. 모이면 이벤트 행사는 준비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내용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다가 지역사회에서 다른 단체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데, 시민모임이 10년을 정리하는 건 한 단체를 정리하는 그 이상의 역할이 있다, 지역사회를 운동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잘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죠. 예를 들면 그런 것도 해보면 좋겠다, 다양한 상상을 해보는데, 수정구민모임, 중원구민모임, 분당구민모임 등으로 쪼갤까, 바로는 안 되겠지만,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누가누가 잘 하나도 보고(웃음). 그게 잘 되면 구마다 사무실과 상근자가 생기면 더 좋잖아요. 저 혼자 생각만 하고 있어요.(웃음) 아무튼 시민모임 10년, 20년 가는 것은 안 좋은 것 같아요.......그리고 개인적으로 공부도 더 하고 싶어요........개인의 비전이나 조직의 비전을 지금 푸는데 있어서는 주로 주민자치나 주민과 관련된 것도 그런데, 체계적으로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하는 일은 재미는 있어요. 가장 재미있는 것이 그런 거예요. 주민들 만나고 이런 것이 재미있어요. 그나마 그것 때문에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지회모임도 하고, 현안을 할 때도 항상 기본적으로 주민들 만나면서 일을 풀어가는 스타일이니까. 주민설명회 다니고 그러면 재미있어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주민들을 만날 일이 생기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다행이다 싶어요. 그리고 시민모임이 상근자가 이제 겨우 세 명이 됐는데, 지역에서 하는 일에 비하면 상근자가 적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임원 분들이 반상근 이상의 몫을 해요. 그래서 다행이죠. 상근자들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조금 생기고 있긴 한데, 어쨌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니까. 총회에도 사람은 많이 와요. 100명 이상 오니까. 그 무서운 파워를 어떻게 활용할까가 고민이죠.(웃음)”
※성남시민모임 홈페이지는 http://snpd.net/new/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