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최시영(청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 만난 날짜 : 2005년 7월 25일
- 작 성 : 김현(시민자치정책센터 상근 운영위원)
지난 7월, 충남 연기군에서 지방의제21 정책포럼이 개최된 바 있다. “지방자치 10년, 그리고 지방의제21 10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포럼은 크게 세 가지 세션으로 이루어졌는데, 1) 거버넌스와 지속가능성의 진단 2) 2006년 지방선거 대응전략 3) 지방의제21 제도화 실현전략 등이 그것이다. 세션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번 포럼을 요약하면 “지방 의제21사업 10년 간 지방의제21이 추구해왔던 거버넌스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2006년 지방선거 속에 지방의제21의 정책아젠다 및 제도화 방안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였고, 100여 명이 넘는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지방의제21사업은 본격적인 지방자치 재시행 역사와 일치한다. 지방의제21사업의 작동원리가 민관협력 또는 민관파트너십, 거버넌스임을 감안하면 지방자치 10년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지방의제21사업이 중요하게 위치하고 있다는 것에 부정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지역에 따라 태생 배경이나 구성원들의 지향성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역 시민운동단체가 지방의제21사업에 깊숙하게 개입해왔고, 지역운동의 보조적인 역할을 넘어 중심축을 구성하고 있는 지역도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간 활동에 대한 평가와 이후 활동 방향을 심도 있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이 지방의제21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법하다.
오늘은 ‘청주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의 최시영 국장을 만났다. 앞서 제시한 지방의제21사업의 평가와 처방전은 무엇인지 물어보기 위해 만난 자리는 아니다. 청주는 ‘지방의제21’이라는 기구 이름을 접고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로 일찌감치 전환하였다. 그 과정을 지켜본 최시영 사무국장은 만 5년 6개월 동안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평가와 전환의 시점이라는 공통된 인식 속에, 지방의제21 사업의 중견 활동가로서 최시영 국장의 생각과 청주라는 지역에서의 시민운동에 대한 고민을 확인해보자.
최시영 사무국장은 2000년 1월부터 의제기구에서 일했다. 90년대 초․중반까지 전농 충북도연맹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그 후 약 6개월간은 진보정당추진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다시 90년대 중․후반은 가톨릭 농민회에서 몸담았고, 그 후 약 1년 동안은 민주노동당 충북지역본부에 적을 두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청주를 기반으로 충북 시민사회를 두루두루 섭렵한 케이스다. 15년간 지역을 묵묵히 지킨 토박이 활동가인 셈이다. ‘푸른청주21’에서 ‘청주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로 바뀐 시점이 지난 2003년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가 2기로 넘어가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조례화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의제 추진기구가 출발한 지역으로 부산, 서울, 순천, 안산, 청주, 이런 순서로 됩니다. 96년 전후해서, 97년도에 작성되는데, 대부분 환경기본조례 내에 민관협력으로 해서 되어 있고, 청주 같은 경우도 ‘푸른청주21’을 둘 수 있다, 정도만 되어 있죠. 2003년도에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로 되면서 조례 문제가 계속 거론이 됐었어요. 작년에 PCSD에서 제도화 연구를 하는 걸 봤을 때, 촉진법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청주 같은 경우, 주무부서가 환경과에서 기획과로 바뀌었기 때문에 시 위원회가 될지, 논의가 있었는데, 사회경제위원회 소속이었다가 주무부서가 바뀌면서 운영총무위원회에서 의제추진기구와 관련된 조례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관련법이 만들어지게 되면 지금은 환경관련 법상에 ‘청주시환경기본조례’가 있고, 이 조례 안에 ‘푸른청주21’을 둘 수 있다, 정도를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를 둘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될 텐데, 지금은 자체 정관으로만 되어 있어요. 조례는 한 번 만들어지면 다시 바꾸기 어려우니까, 추이를 보고 관망하는 중이고, 2006년도에 선거가 있으니까, 그 즈음에서 하자는 생각들이 많아요.”
제도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부침이 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최 국장이 몸담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예산 배정과 관련해 굴곡이 심했던 것 같다.
“2000년에 처음 왔을 때는 환경봉사원 교육사업 예산만 5천만 원이 있었어요. 그 당시 후배랑 같이 일했었는데요, 공공근로 형태로 2002년도까지 일 했고, 2003년에 들어와서 정식 예산으로는 처음 생겼어요. 관리운영비 내에 인건비가 있었고, 딱 2003년 1년만 2명의 인건비가 책정된 거죠. 2004년도에는 삭감됐었고, 올해는 1명 정도의 인건비가 사업비에 반영 되었죠.(현재 최국장을 포함해 2명의 상근자가 있다) 나머지 한 명의 인건비는 오버헤드 형태로 충당해요. 사업의 종류가 한 3가지가 있다면, 금액 대비 비중으로 한 사람의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는 거죠. 위원들에게는 그렇게 양해를 구하고 있어요..........안정화되어 있지 못하죠. 기본적으로 일을 하다보면 일 욕심이 생기잖아요. 잘 하는 곳 있으면 욕심이 생기는데, 단체가 하고 있는 일과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많이 공유되어야 하는데, 하다보면 그 영역을 저희가 넘어가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뭐라고 할까요, 알력, 견제, 이런 것도 있고 해서, 사실은 이 인원에 맞게 이를 해야 하는데........그래서 어려운 점이 있죠.”
청주도 여타 지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 포럼의 핵심 토론 주제였던 ‘제도화 방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약 10년의 역사를 지닌 청주의 의제사업을 염두 하면서 지역사회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기구로 자리매김했는지 물어보았다.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의 위상이라고 할까?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환경과가 주무 부서이었을 때는 환경과가 관리하고, 개발부서의 협의회 성격을 가지고 사업들을 진행하는 형태다보니까,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과에서 국으로 보고가 될 때도 잘 보고 되지 않고 단지 환경과 차원에서 일이 진행됐다고 보면, 기획부로 옮기면서부터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기획부서로 옮기게 된 배경이 의제의 업무가 시 전반의 사업을 총괄하는 업무다, 그런 공감대 때문에 옮기게 됐고, 직접 과장급 이상, 국장님이나 부시장님, 시장님께 제가 직접 업무보고라든지 결재를 드려요. 제가 직접하다보니까 훨씬 이해의 폭들은 넓어졌고, 그래서 이 사업과 관련해서 해당 부서에게 협조를 받아야 되는 일이라든지 그러면, 그 쪽으로 안내를 해요. 그렇게 만 3년 하면서,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 역할이 어느 정도 인식이 되는 단계인 것 같아요. 로테이션이 돼서 공무원이 바뀌더라도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해주죠. 1주일에 2-3차례 들어가서 저희가 무슨 회의를 하고 어떻게 진행이 되고 결과가 어땠는지 정리해서 올리죠.”
대부분의 의제사업이 그렇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이해하는 수준도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최시영 국장의 경우도 민․관․학 세 개의 파트너마다 서로 다른 회의 자료를 작성해서 만나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제는 간단한 개조식의 자료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을 만큼 의제사업에 대한 괴리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의 위상을 대변하기도 한다. 특히 청주는 주무부서가 기획과라는 것은 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주무부서가 기획과인 것은 청주가 유일하죠. 기획부서에서 주관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죠. 이런 얘기까지 드려야 될지 모르겠지만, 지방의제가 처음 생길 때는 자민련 시장님이셨고, 그리고 막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로 옮겨가게 되는 계기가 벌어질 때는 민주당 시장님이었고, 그리고 딱 그런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조직형태나 주무부서가 바뀔 때는 현재 한나라당 시장님이었기 때문에, 매 시기에 단체장의 마인드가 의제에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사실 조례가 없는 상태에서 단체장의 의지를 갖지 않으면 예산 등이 쉽지 않은 거죠. 물론 그렇게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은 시민사회를 앞장서서 리드해 오신 시민단체 대표 분들이 큰 역할을 한 거죠. 시장님이 바뀔 때마다 의제사업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앞장서서 설명했으니까요.”
단지 지방의제21사업의 선도성만이 아니라, 그간 지방자치의 역사적 맹아를 싹틔워 왔던 단서들을 곰곰 되짚어보면 청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을 법 했다. 그에 대해 물어보았다.
“제 견해는, 하나는 ‘정보공개조례’ 제정할 때는 제가 밖에서 농민회 활동을 했던 때라 잘 모르겠지만, ‘시민참여기본조례’를 만들 때는, 쭉 지켜봤거든요. 어떤 연유에서였을까, 하는 짧은 소견을 말씀드리면, 시민단체들 간의 연대가 크지 않았을까 합니다. 과거에 총선시민연대 활동이라든지 이후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이라든지 할 때, 참여연대나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메이저 단체들이 중심이 돼서 하는 활동들이 파괴력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게 1차적으로 영향력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몇 몇 시의원들의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것 같고요.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특정 의원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시민단체 활동의 영향이라고 하더라도 ‘시민의 참여’ 부분을 봐야 하잖아요? 정말로 그런 힘들로 인해서, 시민이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를 해봐야겠지만........”
최시영 국장은 말끝을 흐렸다. 시민단체의 영향력과 뛰어난 정치인들의 포진, 이 두 가지 요인은 부정할 수 없다며 못을 박았지만, 전반적인 시민사회의 역량이 청주에서 각종 모델케이스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해서는 곱씹어봐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시영 국장은 다음 말을 잇는다.
“..........아무튼, 시민단체의 활동이 시민들 속에 자꾸 회자되고 토론되고, 그로 인해 후속활동들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것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자부심은 매우 강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안에 있을 때는 잘 모르는데, 단체마다 다양한 활동들이 있으니까, 이를테면 원흥이 살리기 운동을 했다면 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거죠.”
어쩌면 그런 자부심이 청주 시민사회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진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치 영역이든, 사회 영역이든 말이다. 곧이어, 그렇다면 청주의 시민단체들이 추구하는 ‘거버넌스’의 상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다른 지역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상호 신뢰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 있고요, 그리고 상호신뢰가 구축되는 것에 있어서 필요한 세분화된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도시기본계획 같은 것을 수행했다면, 관련 공무원이나 참여했던 전문가 같은 경우에는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이 있어요.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에 멤버로 활동하시는 분들과는 좀 다른 점이 있다는 거죠. 청주의 경우, 더 큰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훈련되어지고 경험들이 쌓여지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만, 도시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대다수의 청주시 산하 위원회 활동이라든지 여타의 영역에 있어서는 다른 자치단체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기보다는 그와 같은 논의 틀이 어떻게 기획되고 운영되어지면서 상호 신뢰를 쌓을 것인가가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아직 바뀌어야 하는 점이 많죠.”
서로 신뢰를 획득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최국장은 보고 있었다. 아직 한국 사회는 이런 훈련이 부족하다는데 공감이 갔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실현가능한 거버넌스의 모양새는 어떤 모습일까?
“제가 보기엔, 일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한다면,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의견수렴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 수렴된 의견들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나름대로 협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수준은 매우 제한적이죠. 그 다음, 어느 정도 최종 확정되기 전 단계, 즉 단체장에게 올라가기 전에 보다 많은 공람 과정들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이 절차나 방법의 문제가 선행되어야 하고요, 화두는 ‘혁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지역발전’이라는 것이 뭔지, 이런 것에 대한 담론들이 시정책과는 무관하게 민간 영역에서 활발하게 모색되어지고 논의되면서, 여기서 축적된 성과들이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수렴되고 고려되어질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까지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죠.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복지예산이나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부분에 예산을 책정하고 그 사업의 성과들을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실험들을 해보고, 그 상태에서 새로운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모양새라면 다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정도가 모양새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면서 최국장은 현재 수준에서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20-30점이 아니겠냐고 답한다. 거버넌스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 활동가의 진단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재차 물었다. 그 정도의 점수라면, 현재 수준에서 ‘거버넌스’운동은 좀 비관적인 것이 아니냐고.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로 말씀드리면, 행정부는 민간의 참여를 끌어들일 때, 그 분야에 전문가들을 구성해요. 그 사람들이 사업적 파트너인 거고, 이 쪽 같은 경우는 시민단체나 소위 말하는 관변단체가 참여를 하죠.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전문가의 역할을 보면, 전문가는 자기가 공부한 영역에 있어서 가설이 있거든요. 그걸 함수를 쓰던 써베이를 하든, 논거들을 쓸 때 대체로 제한적이에요. 그 분야에 있어서 자기 생각은 이렇다, 라는 것을 말할 뿐, 정작 정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그것을 입안한 공무원들이 더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충분하게 얘기를 안 해요. 전문가와 시행정과의 관계는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시민단체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해온 영역들이 있거든요. 지역단체나 중앙의 단체, 혹은 국내외의 단체들의 활동까지를 벤치마킹해서 이미 한 번 시행을 했거나, 아니면 그런 것들에 있어서 검증과정을 거쳐서 도태되는 프로그램도 있고 살아남는 프로그램도 있고, 정책화하는 과제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한 가지 정책에 개입해서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적인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이런 경험들이 있는 분들이 안식년을 통해서든 다른 형태로든 자신이 그 동안 애정과 열정을 쏟고 해왔던 일들을 정리해보는 것, 그랬을 때, 이후에 이러한 일들이 지역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전문가들보다 포괄적 제안을, 풍부한 제안 속에서 고려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거고, 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다 알지만, 예산을 집행해야 하거나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그런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 유연하면서도 전문가가 갖지 못하고, 행정이 갖지 못하는 영역들을 잘 정리해서 공식적인 자료화를 하는 건 중요할 것 같고, 그리고 그게 설사 쌈빡한 것으로 정리를 못한다하더라도 그렇게 해놔야 다음 사람들이 들어가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속에 추가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정리는 한다면, 시 전체를 보더라도 대단한 투자일 거라고 생각하고요, 개인의 경험이 사장되면 그만큼 축적되거나 정리될 수 있는 것들이 멀어진다고 생각해요.”
즉답은 피했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리고 행정부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국장의 생각이다. 지금은 균형 잡힌 거버넌스의 관계는 아니지만 민간이 쌓아온 경험을 정리하고 유연성을 발휘하면 행정부와 전문가의 약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개인과 조직의 경험을 축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국장의 진단이다. 거버넌스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경험을 축적하고 정리하는 일은 지역운동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주제를 넘겨, 최근 청주시의 주요 사안이 무엇인지 물었다. 최국장은 제주도의 행정구조 개편 주민투표 열기가 청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운을 뗀 후, 청주시와 청원구의 통합을 묻는 찬․반 주민투표가 9월경에 실시될 거라고 말했다. 마침,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지역신문 1면에도 이 사안이 탑 기사로 올라와 있었다.
“주민들의 동의를 위해서 주민투표가 9월14일 날 예정되어 있어요. 사실은 이게 2002년도 선거 때도 얘기가 됐었어요. 이 때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단체가 청주참여연대였어요. 환경연합은 한 발 빠져 있으면서도 환경관리의 측면에서 무분별한 난개발 때문에 통합하는 것에 조건부였고, 청주참여연대는 적극적으로 ‘하나 되기 운동본부’를 만들었었고, 올해 들어서는 ‘청원참여연대’도 만들어서 주도적으로 이런 일을 해왔죠. 청주참여연대가 사실은 시민참여기본조례를 만들어 내는데 산파역을 했던 거고, 2002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청주참여연대는 물 위에서 토론을 해보자는 입장이었어요. 그러면서 흐지부지 됐거든요. 올해 연초만 하더라도 청원군은 절대 통합 불과론이었어요. 그런데 청원군수와 청주시장이 미국을 다녀온 후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해서 합동 기자회견도 하고, 통합시장선거로 간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통합론이 가시화된 거죠. 오늘 신문을 보니까, 도에서도 실무추진반이 만들어졌더군요.”
시민단체들 간에도 미묘한 입장의 차이가 있는 듯 했다. 외부 사람의 입장에서 쉽게 판단할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물었다.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무엇이냐고.
“원래는 ‘하나였다’라는 것이 가장 큰데, 대체적으로 통합의 논리들을 보면, 버스요금 이원화, 택시요금 이원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주민 생활에 영향이 크다는 것, 그리고 그 반대 논리로 세금 부담이 더 크다, 이런 논리도 있는 것 같고. 사실은 군이었다가 시에 편입된 지역에 쌀 생산 농가들인 경우에는 수매량 할당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있거든요. 농가들은 농민단체나 이장단협의회나 이런 곳에서 반대집회를 7월5일 날 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어요.......공무원들 생각은 통합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통합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논리적으로 취약한 것 같고. 대세다, 흐름이다, 이런 분위기인데, 사실 ‘군’ 단위의 사무는 도에서 집행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시로 승격될 경우에는 위임사무가 대부분 시가 받아 안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이 지점에서 반대 흐름이 약화되었죠.”
두 단체장이 미국을 다녀온 후 통합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는 것만 보더라도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 논의는 정치적 의도가 농후하게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원군수 한 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청원군을 정치적 토대로 삼고 있는 정치인들에겐 쉽지 않은 선택임에 틀림없지만, 두 단체장간 모종의 거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길이 없다. 아무튼, 출발부터 공개되지 않는 흑막으로 인해 통합의 결과가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넌지시 최국장의 입장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미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다고 봐요...........그 문제에 있어서 저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죠. 저희 조직의 지원이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웃음) 통합과 관련해서는 오송분기역과 오송의 바이오단지 유치에 대해 충북도가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미 내년도 구상이 오창산업단지, LG단지 청주공장이라든지 청주대학교 공주캠퍼라든지 밖에서부터 입주가 시작이 되면 오창도 5만 규모의 도시가 돼요. 그 밖의 여러 지역들이 이미 시 규모로 들어서는 곳들이 광역화 된다고 했을 때, 행정의 효율성들은 결성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큰 도시보다는 작은 조직에서의 일들을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이 우려스럽죠.”
통합의 조건으로 농민 관련 기금을 급하게 마련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청주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의 지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최국장의 걱정이었다. 또한 지방자치의 원리대로라면 통합은 시대에 역행하는 모순이라는 생각도 지니고 있지만, 민관기구에 몸담고 있는 처지에서 통합의 긍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최국장은 통합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2가지 사업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두 가지 사업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쓰레기 사업과 관련해서는 통합 이후에도 문제가 될 것이고 나름대로 조사하고 실험해봤던 일들이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이를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을까,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까, 이런 류의 정책들을 생산할만한 조직이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라는 것을 의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쨌든 통합이 되던 안 되던, ‘지속가능발전실천협의회’가 뭘 가지고 갈 것인가, 또는 시의 지속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저희도 이에 대해 공부도 하고 준비도 해야겠죠. 기초지역은 세세한 데이터가 부족하잖아요. 지속가능한 데이터들을 뭐로 할지 고민이 됩니다. 그렇게 두 가지 사업, 즉 지속가능성 평가지표개발 사업은 내년 말까지 완성하고, 쓰레기 사업과 관련해서 통합 이후에도 지속가능발전 활동 속에서 재활용 사업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이렇게 두 가지 축에서 제 역할과 임무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지방자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왔던 청주시가 주민들이 원하는 형식과 내용으로 통합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길 기대해본다. 끝으로 최국장에게 던진 화두는 지역운동이었다. 먼저 청주의 지역운동의 분위기는 어떤지 물었다.
“청주도 많이 침체되어 있죠. 일단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의 평균수명이 짧죠. 생애주기를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단체 활동주기를 말하는 건데, 활동가 층이 폭넓게 위치하지 못하는 한계들이 있는 것 같고요, 마찬가지로 단체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고유한 단체의 활동들이 자리매김하는 과정들이 좀 소홀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체의 역량이 부족함으로 인해서 연대활동들을 통한 이슈화이팅이 중심이 되다보니까 이후, 단체로 돌아갔을 때, 산적한 문제들이 그 활동을 통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되는 거죠. 그런 점이 어려움을 가중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당연히 개별 회원들의 활동들도 떨어지게 되죠. 회비 납부율도 낮아지고. 또 중심활동가인 경우에는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 고민들이 이어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청주 지역의 중견 활동가 몇 명이 안식년에 들어가 있고, 환경운동연합의 활동도 동력이 많이 약화됐죠.......지나 온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전망들을 세우는 모색기간인 것 같아요. 외화되는 활동보다는 내부를 추스르고 갈무리 하면서 규모에 맞는 활동의 질과 내용들을 확보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지역운동은 숨고르기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활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단편적인 생각인데요,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지역정치운동의 영역으로 활발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가 수준에서의 고민들은, 사실 일반 시민, 회원들과 차원이 조금 다르잖아요. 시민들과 회원들에게 네가티브적인 운동의 영역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던져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이 정치영역으로 간다거나, 시민단체가 후보전술로 간다거나, 조직 전체가 그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일개 단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 정치에 대한 의식들을 바꿔내고, 기존의 정치조직과는 무관하게 비판적인 시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존 정치조직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논의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것을 통해 개인의 전망과 관련된 것도 새롭게 모색해 보는 거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묻지 않았을 때에는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직접 대화의 장을 통해 확인해보고, 그런 요구들을 적극 받아 안을 수 있는 개인도 있고 조직도 있지 않을까, 그런 정도의 생각이 들어요.”
최국장은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정치영역도.........’로 요약하고 있다. 분명 지역운동은 정치영역과 얽혀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자기 조직 내에서 아직 그런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고, 사실 그런 고민들이 있을 법한 활동가들은 많지 않잖아요. 그렇게 고민하는 활동가 중심의 토론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고민들을 솔직히 얘기하고 자기 조직이 처한 한계와 상황들에 대해서 서로 공유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내 조직의 문제를 내가 풀어가는 데에는 일정하게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지만, 그 밖의 사람들, 즉 다른 조직의 사람들은 훈수는 둘 수 있잖아요. 그러면 그런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을 모셔서 나를 대신할 얘기들을 하고, 예를 들어 나는 방어하는 입장에서 의견들을 피지만 논의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과정들을 밟을 수 있을 것 같고, 일차적인 것은 그런 고민의 수준, 지역운동에 대해서 복무했고, 지역운동의 향배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면 공식화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좀 더 확대된 영역들의 사람들이 모이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모을 수도 있고요.”
정치영역을 고민하는 활동가들이 많진 않겠지만, 허심탄회하게 만나 서로의 생각을 터놓는 것부터 출발하고, 그럴 때 지역운동과 정치운동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국장은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배경이 최국장에게 이런 고민을 던져주었을까?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 7월에 연기군에서 있었던 지방의제21 정책포럼을 다녀와서 고민이 좀 많았어요. 고민이 됐던 부분은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이 저한테 최우선이거든요. 동시에 내년 선거를 적극적으로 개입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었어요. 그러면 어떠해야 할까, 3일 정도 쭉 정리를 해봤거든요. 저와 연계되어 있는 것을 정리를 해보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배경은, 사실 외부로부터 이러 저러한 얘기들이 있었어요. 최종적인 결론은 내 호흡대로 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조급하거나 서둘러서 혼자 뛰쳐나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공동운명선을 타고 가는 데 있어서 제 역할을 찾아나가는 것이 현재 수준의 고민이고요, 그렇다고 제가 다른 것을 고민하는 것은 아니고, 제 운동의 선택폭들은 향후에 많지 않는 것은 분명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정치운동에 대해서 조금씩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문에서 간략하게 밝힌 바 있지만, 지난 지방의제21 정책포럼의 화두는 지방선거를 통한 의제사업의 제도화였다. 그런 논의 과정에서 활발하진 않았지만, 정치참여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최국장의 고민도 거기서 자유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현재 수준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음으로써 정치운동에 발판을 삼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최국장이 말하는 정치운동이란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의미하고 있었다.
“쉽지 않은 얘기지만, 초기에서부터 지금까지도 민노당 활동을 쭉 이어오면서, 현재 나타난 문제들이 지역 차원에서 해소되는 과정들을 적극적으로 받아갈 수도 있지만, 현재 민노당은 계속 갈등도 있고, 정파간의 대립도 있고, 시민사회 간의 갈등도 있는데, 이런 모습이 계속 될 것이라고 하는 비관적인 생각들이 많이 들었어요. 제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향후의 정치지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 그 외의 영역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외의 영역에 대해서는 이렇다할만한 고민들을 해보진 않았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지속가능발전이라고 하는 신념과 다양한 고민들이 이어질만한 형태의 정치활동들이 무엇인지가 중심인 거죠. 이것을 다시 민노당으로 가져갈 들어갈 경우에는 그 동안 활동의 경험들은 유효할지 모르지만, 계속 밀고 왔었던 지역의 지속가능발전과 관련된 영역의 고민들은 사장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죠. 이것이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정치활동 공간, 영역에 대한 고민이 있는 거죠.”
실제, 최국장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활동가들이 존재하고, 조만간 그런 활동가들과의 모임을 가질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년 선거를 가시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최국장의 판단이다.
“지난 5년의 활동들을 새롭게 재인식하고 재해석하고, 나의 성과와 나름대로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 다른 영역에서 비교해보고 그간의 활동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를 중심에 놓고 고민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제가 도시계획 대학원을 다닌 것도 지속가능발전과 관련된 지표나 계획들이 사회 어느 한 영역에서 수립된다고 하더라도 도시계획과 관련된 것들이 아직까지 사업으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와 지속가능발전을 연계할 방안은 무엇인가, 혹은 기존의 도시기본계획 내에서 우리 시민들의 문화나 역사와 관계된 부분들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등을 공부하고 싶어서였는데, 역시 다시 정리하면서 긴 템포로 가자는 것이 결론이었어요. 그래서 민노당의 활동을 정리하고 새로운 정치영역의 활동들을 어떻게 준비할 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최국장의 운동 방향은 어느 정도 잡혀 있는 듯 했다. 그 때를 위해 역량을 축적하는 단계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최국장은 ‘초록정치연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다. ‘초록정치연대’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직은 지역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 가장 코드가 잘 맞는 정치모델이라고 덧붙이면서, 청주지역에도 그런 네트워크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최시영 사무국장은 전문성을 갖춘 활동가다. 게다가 다양한 운동영역을 경험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성까지 지니고 있는 듯 했다. 고스톱을 칠 때 외에는 밤을 지새운 적은 없지만, 의제사업 하면서 밤을 지새운 적이 많았다며, 이 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남다른 것 같다고 스스로 말한다. 마침, 인터뷰한 날이 중복이었고, 삼계탕을 대접받으며 그의 입담을 더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내겐 좋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최시영 사무국장의 꿈이 싹트고 개화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